전체기사

[윤병효의 에·바·다]동해심해가스전 중단?…이란 굴복시킨 이스라엘을 봐라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에너지 시설은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부정적 선입견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로부터도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의미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지난 6월 13일 중동의 강호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맞붙었다. 의외로 전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12일만에 종료됐다. 이스라엘의 완승으로 끝났다. 양측 국경이 900㎞나 떨어져 있어 처음엔 미사일 공방을 벌이다, 이란의 방공망이 완전히 무너진 후반부엔 이스라엘의 전투기가 직접 이란 영토를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에도 꿋꿋이 버티던 이란은 결정적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바로 이란의 중요 에너지 공급원이자 중동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스파스 가스전이 폭격을 받은 것이다. 거의 같은 시각, 이란도 똑같이 이스라엘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인 타마르 가스전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막아냈다. 그리고 전쟁은 끝났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군사력이 가장 크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스전을 통한 에너지 자급의 힘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가스전이 없다면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부터 수입해서 써야 하는데,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어 쉽지 않다. 에너지 수급이 안된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해도 경제는 물론 나라 운영 자체가 어려워 전쟁을 지속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힘은 바로 가스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스가 남아 돌아 이를 이집트 등 주변국에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타마르 가스전은 에너지 수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 가스 매장량을 찾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석유공사의 투자유치 우선협상대상자 명단이 공식발표 전에 유출되면서 산업부 장관은 24일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격노하며 진위파악 및 조치를 지시했다. 이후 산업부는 26일 “입찰 참여자와의 협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격노에 이어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산업부의 입장이 나오면서 한국석유공사의 동해심해가스전 사업 계획을 원점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건의 범인으로 석유공사가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국회 책임이 더 크다.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의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국감에서 이종배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선 자료요구 시간에 “동해심해 울릉분지 가스전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서 대한민국 미래 밝혀야 한다. 1차 이어 2차 탐사시추 국제공모에 복수의 메이저 업체가 입찰했다고 알려졌다"며 “(석유공사가) 지난 주에 심사를 완료해서 우선협상대상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기밀인 것은 물론이고, 선정이 완료됐다는 사실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기밀에 속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선정 완료 사실을 생방송 중인 국감장에서 밝혀 버렸다. 앞서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업무보고에서 “동해심해 울릉분지 석유가스 개발은 유망구조 발굴 후에 다수의 글로벌 메이저가 관심을 보였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있다"며 선정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치 빠른 국내 언론이 이 의원의 발언을 놓칠리가 없다. 곧바로 모 경제지는 석유공사에 선정이 완료됐는지와 선정된 업체가 비피(BP)가 맞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석유공사 측은 사실이 아닌 것을 답할 수는 없었다. 공사 측은 “선정이 완료된 것은 맞지만, 업체가 어디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선정업체가 비피가 맞느냐'는 질문에 석유공사가 부정을 하지 않으면서 이를 긍정으로 받아들여 '우선협상대상자에 BP 잠정 선정' 제목으로 첫 보도를 내보냈고, 곧이어 많은 매체에서 비슷한 기사가 쏟아졌다. 석유공사는 이날 오후 16시50분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공사는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완료했으며, 앞으로 관계기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향후 원활한 절차 진행을 위해 업체 관련 세부 사항을 공개하기 어려움을 말씀드리며,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고, 급기야 석유공사의 언론플레이라는 의심까지 도달하게 됐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김정관 장관에게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건에 대해) 산업부는 석유공사에 무시당하거나 무능한 거 아니냐.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하느라 바빠서 이런 거 안 챙기니까 석유공사가 산업부 무시해서 언론플레이 하는거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상기된 표정으로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저도 엄중하게 생각하며 경위조사를 지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음날 산업부의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 나온 것이다. 자원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한해 자원개발산업이 국감에서 두들겨 맞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올해도 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 것이다. 한 자원개발학과의 대학 교수는 “우선협상대상자 명단 유출 사건을 보면 석유공사의 미숙한 대응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야 모두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결국 명단 유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라며 “이럴 바엔 한국은 아예 자원개발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지난 20여년간 정치권이 자원개발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지만, 무슨 진전이 있었나. 오히려 후퇴밖에 더 하지 않았나"라고 일갈했다.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는 '윤석열'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은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 사업의 개시를 알렸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판단된다.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다소 흥분된 투로 말했다. 당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매장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 총액(약 450조원)의 5배에 이른다"고 말해 분위기를 더 고조시켰다. 그러나 올해 2월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첫 시추결과는 '경제성 없음'으로 판명났다. 1240억원의 시추비가 들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도 “그 돈(시추비)이면 AI용 GPU 수천장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자원업계는 호들갑과 저주의 '환장의 콜라보'로 평가한다. 윤 전 대통령이 140억배럴이라고 말한 단위는 탐사자원량이다. 탐사자원량은 지하 지질구조상 얼만큼의 자원이 있을만하다는 추정치다. 이를 근거로 탐사시추를 실시해 비로소 '매장량'을 평가한다. 매장량에도 잠재매장량과 상업매장량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매장량은 실제 경제적 가치를 표시하는 상업매장량 개념을 사용한다. 탐사자원량과 상업매장량 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은 140억배럴을 마치 상업매장량인듯 발표하는 호들갑을 떤 것이다.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진행되는 울릉분지에는 총 7개 구조가 있다. 이 가운데 시추가 진행된 대왕고래 구조는 '드라이' 판명이 났다. 구조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왕고래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 가스는 다른 구조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추가 시추를 통해 이를 확인해야 한다. 동해심해가스전의 시추 깊이는 3000m가 넘는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라고 해도 지하 수천미터 아래에서 단 한번의 시추를 통해 스팟지역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은 6번, 이스라엘 타마르 가스전은 10번, 동해 1·2가스전은 11번, 금세기 최고 유전으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리자 유전은 14번, 유럽을 먹여 살리고 있는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은 33번, 캐나다 레덕 유전은 134번의 시추 끝에 매장량을 찾아냈다. 석유공사는 이제 첫 시추를 했고 확률대로 스팟지역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단 한번의 시추결과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 저주성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서둘러 진행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가적 사업이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절차적, 객관적 명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차분히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평가한다. 한 자원개발 전문가는 “석유공사의 탐사 자문을 맡은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박사는 전문가가 맞다. 그의 경력으로 보나, 실제 실력으로 보나 훌륭한 전문가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적 사업을 1인기업에만 맡기고 진행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본다. 더 큰 기업의 자문을 맡아 진행했다면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이 이렇게까지 정치적 공격을 받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액트지오 창립자인 빅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페트로브라스에서 9년, 엑슨모빌에서 15년을 근무했다. 특히 엑스모빌 재직 당시에는 가이아나 유전 탐사에도 참여했다. 전문가는 이어 “현 정권과 여당은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사실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 땅 속에 그대로 묻혀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선협상대상업체와 함께 차분히 탐사자료를 분석하고 다음 전략을 짜서 찬찬히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사이버 안보의 심각성, APEC에서 다뤄져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전쟁의 확산과 함께 또 다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망이나 수도시설 같은 주요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올해 들어 하루 평균 3천 건이 넘는 해킹 시도가 보고됐고 그중 상당수가 러시아 연계 조직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병원이나 도시 수도 시설 같은 핵심 기반시설을 노린 공격도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력댐에서도 외부 해커가 방류 밸브를 제멋대로 열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사이버 공격이 데이터나 민감 정보를 유출시키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재난을 초래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공격은 최근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인 2015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해커들이 배전망을 공격해 약 23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긴 적이 있었다. 2016년에는 수도 키이우의 변전소가 악성코드 '인더스트로이어(Industroyer)'에 감염돼 또다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2021년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으로 동부 지역의 연료 공급이 일시 중단되었고,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의 수처리 시설이 해킹돼 화학약품 투입량이 조작되는 일이 있었다. 전력·수도·가스 등 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KHNP) 해킹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원전 도면과 직원 정보가 유출되며 사회 전체가 긴장했다. 이후에도 통신사, 병원, 공공기관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산업 전반의 제어망을 노린 침투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소, ESS(에너지저장장치)가 연결되면서 공격 표면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졌다. 사이버 공격의 양상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위협적이 된 지금, 새삼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고로부터 14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는 이 사고는 거대한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촉발되긴 했지만, 전원이 끊겼다는 사실이 본질적인 문제였다. 전원이 끊기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었고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치솟으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로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에는 자연재해가 전기 공급을 멈추게 했다면, 사이버 공격은 인위적으로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만약 원자로 제어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된다면 그것은 쓰나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참사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도 전력시설을 비롯한 주요기반시설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전력공기업, 정부 부처, 민간업체가 각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공격은 이미 통합적으로 진화했다. 특히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에너지 안보, 나아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전류가 멈추면 공장과 병원이 멈추고, 교통이 마비되며, 국민의 일상이 무너진다. 따라서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체계까지 흔들 수 있는 복합적인 위협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AI의 발달로 사이버 공격의 복합성은 더욱 커졌다. AI 기술이 전력 수요를 예측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해커 역시 AI로 공격을 고도화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전력망의 디지털화는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치명적 취약점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시설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통합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실시간 위협 대응과 복구 체계 강화도 절실한 과제다. 결국 “누가 공격했는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가 사이버 공격에 “얼마나 복원력(resilience)을 갖추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는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며, 공격을 받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아시아-태평양 차원에서 공유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력·통신·에너지망의 사이버 안보는 이제 한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공동의 의제로 다루고, 상호 대응과 복원력 강화를 위한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그러한 논의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임은정

[이슈] 고리2호기 재가동 여부, 李정부의 실용주의 리트머스 시험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실용주의' 노선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고리2호기 재가동 승인 결정을 보류하면서, 정부가 향후 어느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의 균형점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안위가 보류를 결정한 이유는 서류 형식상의 사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허가 당시와 비교해 추가된 자료 요구와 사고 관리 계획서의 절차적 하자 논란,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기한 초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보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를 두고 원자력계는 “과도한 심사 지연으로 국민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재가동 승인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보류 결정 자체가 재가동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동 기한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것도 잘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드라이브'보다는 신중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노선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대통령은 이어 “신규 원전 건설 대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안전이 확보된 기존 원전은 활용하되,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은 재생으로 옮긴다"는 실용적 접근이다. 이 같은 기조는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 중인 '전원믹스 합리화'와 '노후 원전 안전투자 강화' 방침과도 맞물린다. 원전은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기저전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신재생은 중장기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이중 구조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균형 노선'에 여권 지지기반의 한 축인 탈핵·환경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탈핵부산시민연대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의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심의를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기확산인자, 항공기 충돌 대응 기준 등 핵심 기술 검토가 미비한 상태에서 승인 표결을 강행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침묵하지 말고 고리2호기 폐쇄와 탈핵을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가치'와 결별하는 신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의 실용주의가 결국 '정책 후퇴'로 귀결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전 실용주의는 불가피한 현실 대응"이라고 평가한다.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 특히 AI데이터센터와 수소·LNG발전의 불안정한 공급 구조, 그리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저탄소 기저전원 확보 필요성이 겹치면서, 원전을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고리2호기 같은 기존 원전은 이미 감가상각이 끝나 경제성이 높고,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유용한 완충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안전기반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원전업계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원전 실용주의' 기조가 지속 가능하려면 세 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투명한 안전성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술적 검증 절차를 명확히 공개해야 국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치적 프레임에서의 탈피가 요구된다. '탈원전 대 친원전'이라는 이념적 대립 구도를 벗어나, 에너지 안보·탄소중립·산업경쟁력이라는 실질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 국민 설득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용주의 노선이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현실적 최적화를 위한 정책 선택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리2호기의 재가동 여부는 단순히 한 원전의 운명을 넘어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 에너지전환'의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향후 전원믹스 구도와 탄소중립 로드맵, 나아가 정치적 정체성까지 규정할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기술·정책적 논의를 넘어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탈원전이 아니다'라는 공언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핵심 지지세력의 요구를 수용해 다시 탈원전 노선으로 선회할 것인지에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고리2호기 결정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실용주의 정부'가 진짜인지 보여주는 시험대"라며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현실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향후 5년 에너지정책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에너지·경제 분야 세계 상위 2% 연구자 선정 ‘국내 유일·3년 연속’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동환, 이하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엘스 비어 출판사가 선정한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스탠포드 대학교-엘스비어 출판사는 공정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특별하게 개발한 복합지표를 활용하여 전 세계 연구자의 연구 영향력을 평가하고 있다. 전 세계 6600만명 연구자들의 출판물을 분석한 후 상위 2% 연구자 23만 333명을 선정해 그들의 성명, 소속기관, 점수,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5년도 자료에 따르면, 유 교수는 3년 연속 세계 상위 2% 연구자로 선정됐다. 특히 에너지&경제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공학과 자연과학까지 포함한 에너지 전 분야로 범위를 넓히면 세계 백분율 순위 0.2%로 국내 2위였다. 현재 한국에너지학회 및 한국혁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총 256편의 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한 바 있으며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도 280편의 논문을 출판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수행 중이다. 서울과기대에서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창의융합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유 교수는 현재 전기위원회 위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사외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과거 제9차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 위원장, 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대표 에너지경제 분야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가스공사,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취약계층도 돕고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 이상훈)과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상생협력(CEMP, CSR & Emission Matching Program)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에너지공단이 운영하는 CEMP는 기업 사회공헌 사업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동시에 실현하는 제도로, 여기에 참여한 기업은 사업 추진을 통한 탄소 감축량 평가와 외부감축사업* 등록을 거쳐 탄소 배출권을 획득하게 된다. 외부감축사업이란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업체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흡수·제거하는 사업을 말한다. 가스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EERS) 시범 사업 일환으로 취약계층 대상 고효율 가스보일러 교체를 지원해 왔다. 이 사업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 난방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둔 대국민 에너지 복지 프로젝트로, 가스공사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기부금 150억 원을 투입해 전국 저소득 가구 및 사회복지시설 1만여 곳에 고효율 가스보일러 설치를 지원한다. 가스공사와 에너지공단은 이 사업이 사회공헌과 온실가스 감축을 연계하는 CEMP 취지에 부합하고, 외부감축사업 등록으로 탄소 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해 이번 협약을 추진했다. 양 기관은 이 협약을 통해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 향상 등 사업 지속 추진, △건물 부문 외부감축사업 등록 및 감축 실적 활용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취약계층 보일러 교체 사업에 대한 연간 실적 데이터를 취합 및 검토하고, 에너지공단은 이를 토대로 외부감축사업 등록 컨설팅 지원 업무를 맡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는 물론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 배출권 확보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국가 에너지 혁신을 선도하는 공기업으로서 정부 국정과제인 '지속가능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을 충실히 이행하며 국민 에너지 복지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GS파워, 군포·안양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

GS파워가 군포시민과 함께 생명존중과 친환경의 가치를 나누며,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걷기 캠페인을 개최했다. GS파워(사장 유재영)는 26일 군포 수리산 산림욕장 일대에서 'GS파워와 함께하는 소생(소중한 생명을 향한 군포시민의 발걸음) 걷기 캠페인'을 열었다고 밝혔다. 소생걷기캠페인은 2024년부터 GS파워, 월드휴먼브리지, 군포YMCA, 군포시가야종합사회복지관이 함께 추진해온 지역 상생 프로젝트로, 생명존중과 친환경, 자원순환, 복지사각지대 해소 등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 매년 이어지고 있다. 올해 행사에도 군포시민 1500여 명이 참여해 일상 속에서 생명존중의 가치를 되새겼다. 행사장에는 생명존중, 자살예방, 친환경, 자원순환 관련 체험부스가 운영됐으며, 산본로데오거리에서 수리산 산림욕장까지 약 2km 구간에서는 ECO 걷기 캠페인이 함께 진행됐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생명존중의 가치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약속"이라며, “시민·기업·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 생명존중과 친환경 실천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GS파워 관계자는 “소생걷기캠페인은 시민들이 생명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고 친환경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생명존중, 환경보호, 복지 확산 등 ESG 가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GS파워가 지역사회와 함께 노래로 환경보호의 의미를 나누며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확산시켰다. GS파워(사장 유재영)는 25일 평촌교회 교육관 시온채플홀에서 열린 '2025 3rd Green Song 환경합창대회'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창대회는 2021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Grow with Singing 가족합창대회'의 정신을 잇는 시즌2 프로젝트로, '노래로 성장한다'는 취지 아래 새롭게 기획됐다. 특히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 세대를 아우르는 합창으로 환경의 소중함과 세대 간 공감의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참가팀들은 환경 관련 노래나 개사곡을 연습하고, 친환경 미션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무대에서 선보였다. 이를 통해 합창단원 간 유대감은 물론 지역 주민 간 관계망을 넓히고, 시민들이 일상 속 환경 실천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는 시간이 됐다. 참가자들도 뜻 깊은 소감을 전했다. 한 참가자는 “노래를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느꼈다"며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선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GS파워 관계자는 “환경합창대회는 음악을 통해 시민이 스스로 환경의 가치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환경보호·탄소중립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후 리포트] “온실가스 감축 앞당기면 건강· 경제 손실 크게 줄여”

지구 온도 상승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리는 이른바 '기후 오버슈팅(Overshooting)' 경로가 현실화하면 실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보건 및 경제적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하고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바스크 기후변화센터와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제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온도 목표 초과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 추정'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온도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한계선(저지선)을 말하는데, 온도 목표 초과는 이 기후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리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왕 온실가스를 줄일 것이라면 앞당겨 서둘러 줄인다면, 지구온난화도 예방하면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과 경제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실외 대기오염은 전 세계 공중 보건에 가장 큰 환경 위험 요소로 꼽힌다면서 2021년에만 세계적으로 470만 명 이상이 대기오염 탓에 조기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기오염은 인명 손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O3) 같은 유해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공동편익(cobenefits,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저지선 초과 달성의 함정: 대기 오염 피해 증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AR6)에서 제시된 시나리오 중에는 '초과 달성(EoC)' 궤적, 즉 기후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려나는 오버슈팅 궤적이 포함돼 있다. 지구 온도가 설정된 한계를 일시적으로 초과한 후 21세기 후반에 '넷네거티브 배출(net-negative emissions)'을 통해 한계 안으로 기온이 낮아져 안정화되는 시나리오다. 이 EoC 경로는 종종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연시키고, 예방보다는 사후처리인 탄소 제거(CDR) 기술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기후 관련 위험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1.5°C 목표치 초과를 피하도록 설계된 '넷제로(NZ) 경로'는 CO2 배출량을 넷제로로 조기에 감축하고, 이를 통해 온도 상승을 최대한 막는 시나리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오버슈팅을 피하는 것이 기후 완화 노력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초기에 (특히 2030년에) 훨씬 더 큰 대기오염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NZ 경로는 EoC 경로에 비해 일관되게 더 낮은 조기사망 예측치를 제시한다. ◇엄격한 넷제로 정책, 막대한 편익으로 돌아와 오버슈팅을 피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2°C 미만으로 유지하는 엄격한 기후 정책(NZ)은 막대한 보건 및 경제적 공동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NZ 경로를 따를 경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만7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Z 정책은 또한 모든 지역에서 극도로 높은 조기 사망이 나타날 가능성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혜택도 크다. 2030년까지 총 2조2690억 달러(2020년 기준, 약 3267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EoC에 비해 NZ 정책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모든 지역에서 일관되게 더 많은 공동 편익을 얻게 된다. ◇중국,인도가 가장 큰 혜택 예상 특히, 중국과 인도는 이러한 비(非)오버슈팅 기후 정책으로부터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NZ 경로를 따를 경우, 중국은 8만4000명, 인도는 7만3000명의 대기 오염 관련 조기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2030년에 8490억 달러에서 1조770억 달러에 이르는 가장 큰 경제적 공동 편익(중앙값 9220억 달러)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중국과 인도가 현재 전 세계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대기 오염으로 인한 가장 높은 보건 부담을 겪고 있다"면서 파리 기후 협정 제6조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재정 및 기술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들 지역의 탈탄소화와 대기질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리협정 제6.2조는 국가 간 감축량 이전을, 제6.4조는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제6.8조는 비시장적 접근으로 거래가 아닌 정책·기술 협력·재정 지원 형태의 감축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앞당기는 비오버슈팅 시나리오가 가까운 미래(2030년)와 세기 중반(2050년)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입증했다"면서 “이러한 전략은 기후 변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을 개선하고 경제적 번영도 증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매출 6조원 겨누는 삼천리그룹, 성경김 인수로 사업 다각화 힘준다

1950년대 연탄사업으로 시작한 삼천리그룹이 창립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사상 첫 매출 6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도시가스사업을 주력으로 발전사업에 이어 외식,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다각화를 이룬 덕분으로 분석된다. 특히 '성경김'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이만득 회장의 자녀인 이은선 부사장이 이끄는 외식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천리는 올해 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2조914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이전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22년 반기 매출액 2조7850억원보다 4.6%나 증가한 수준이다. 2022년 전체 매출액은 5조7891억원이다. 올해는 이보다 4.6% 증가한다고 보면 연간 매출액은 6조553억원이 된다. 올해 반기 영업이익은 1261억원으로, 2022년 반기의 1178억원보다 7%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가 예상된다. 2022년 실적 호조와 올해의 실적 호조 원인은 다르다.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덩달아 국내 에너지 요금도 올라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올해는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된 상황에서 도시가스사업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 속에 발전, 외식, 모빌리티 등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를 이룬 덕분으로 분석된다. 올해 반기 기준 사업별 매출을 보면 △도시가스사업 맡고 있는 삼천리 2조1081억원 △발전사업 맡고 있는 에스파워 3726억원 △자동차판매 맡고 있는 삼천리모터스와 삼천리이브이 2342억원 △플랜트 맡고 있는 삼천리ENG와 삼천리ES 1428억원 △집단에너지 맡고 있는 휴세스 388억원 △해외호텔부문 206억원 △기타 133억원이다. 삼천리가 사업 다각화에 힘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천리는 지난 24일 공시에서 '삼천리그룹, 지도표 성경김 인수한다'라는 모 언론사 기사에 대해 “기사에 보도된 내용과 관련해 회사는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삼천리는 지난해부터 성경식품 인수에 나섰으나, 인수 추진사실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10월 28일에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검토를 중단했으며 인수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고 인수를 계속 추진해 현재 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현재 성경식품은 사모펀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인기에 힘입어 매출액이 2023년 972억원에서 2024년 123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천리가 성경식품을 인수하면 이은선 부사장이 이끄는 외식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사장은 이만득 회장의 셋째 딸로 외식사업 총괄에 이어 현재는 그룹의 미래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삼천리의 사업영역이 기존 플랫폼 및 B2B에서 B2C로 확대되자 마케팅에도 힘을 주고 있다. 2014년 창단한 여자프로골프팀을 이끄는 삼천리 스포츠단은 각종 대회에서 우승 성적을 내며 삼천리 이름을 알리는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주력인 도시가스사업 기반 속에 영역을 다각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삼천리는 수도권을 공급권역으로 두고 있는 국내 최대 도시가스사업자다. 경기도 13개 시와 인천광역시 5개 구의 335만여 고객에게 연간 38.5억㎥에 이르는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이다. 총 8188km에 이르는 단일 기업 최장 배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중 안정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가스 판매량 중 산업용 비중이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정용 비중과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인 매출을 시현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및 발전 사업에서는 삼천리 광명열병합발전소가 광명역세권지구 및 소하·신촌지구 등지에 냉·난방용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집단에너지 전문 기업인 휴세스와 안산도시개발이 지역주민이 사용하는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민간 발전기업인 에스파워는 안산복합화력발전소에서 저탄소 연료인 LNG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며 국가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삼천리ES는 고객이 깨끗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자원순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삼천리ENG는 도시가스 배관과 열수송관을 시공하는 엔지니어링 사업을 통해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돕고 있다. 최근 삼천리는 미래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생활문화 부문 역시 활발히 전개 중이다. 외식 사업에서는 모던 중식당 'Chai797', 홍콩 대중음식점 '호우섬', 한우등심 전문점 '바른고기 정육점', 직화구이 전문점 '서리재'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국내 외식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중식과 한식을 운영하며 쌓아온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식에도 새롭게 진출해 최근 도쿄 3대 스시로 이름난 '이타마에 스시'를 국내에 론칭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외식과 호텔을 운영하며 글로벌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자동차 딜러 사업에서는 BMW 공식 딜러사인 삼천리 모터스가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BMW 신차 및 BPS(BMW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전기차인 BYD 공식 딜러사로 삼천리EV가 출범하면서 목동, 송도, 안양 전시장을 오픈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는 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인 삼천리자산운용이 전통적 에너지 자원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각종 에너지 상품에 특화한 투자·운용에 나서고 있으며,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신기술사업금융업자로 출범한 삼천리인베스트먼트는 혁신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데 나서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성우 시평] ESG, 위기를 돌파하는 아시아의 새 해법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10월 13일~14일 양일간 싱가포르에서 캠브리지 포럼이 열렸다. 글로벌 회사와 국제 로펌 소속 ESG 전문가들 중 약 30명 내외로 선발해 ESG관련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에 대한 각 국가별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렸는데, 중국∙호주∙일본∙대만∙인도∙싱가포르∙말레이지아 등 아시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미국∙영국 전문가도 참여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변호사로 채텀하우스 규정 아래 구체적인 사례들 중심의 논의였다. 필자가 토론 과정에서 느낀 아시아의 ESG 흐름은 의무화/현실화/가치화라는 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첫째, 아시아의 ESG규제가 자율에서 의무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이 국제공시표준에 연동해 단계별 ESG 의무공시 체계로 전환 중이다. 상장기업·대기업의 기후 정보 의무 공개부터 추진 중인데,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본격 의무화할 예정이고, 일본도 2027년부터 의무화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선진국의 규제가 아시아 지역 기업에 미치는 압력도 체감되고 있다. EU의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으로 기업이 전 세계 공급망 상의 인권·환경 리스크를 식별·시정하도록 의무화)나 EU Deforestation Regulation(EU 산림파괴 방지 규제로 팜유·커피·목재 등 상품의 수입 시 원산지의 산림 훼손이 없음을 입증)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중국 등도 자국 공급망 투명성, 인권 실사 체계를 갖추기 위한 현지 법령을 준비 중이다. 둘째, ESG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규제 시기나 강도를 조절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본래 올해부터 상장기업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경제 불확실성 및 기업들의 준비 격차를 이유로 지난 8월 의무화 시기를 조절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아시아가 국가별 상황에 맞게 정책을 현실화하는 배경에는 미국 및 EU의 ESG규제 속도 조절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EU의 규제 간소화는 ESG 목표의 후퇴라기 보다는 규제 이행의 현실화가 주된 이유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데, EU의 탄소국경세 규정 완화로 많은 회사들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전체 배출량의 99%를 차지하는 회사들은 여전히 대상으로 남아, 정책 목표는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 등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주거나 면제를 해 주는 현실적 조치라는 뜻이다. 셋째, ESG를 통해 실질적 회사 가치를 높이거나 가치가 낮아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노력이다. ESG 거품이 빠지면서 오히려 ESG 관련 비용에 민감하게 되자, ESG를 통한 실질적 가치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ESG 정보 공개 자체 보다는 실질적 데이터의 품질이나 적합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 이행 없이 홍보 목적의 공개만 하거나 목표를 과하게 제시했다가 이행 추적으로 그린워싱 시비에 휩싸여 회사 가치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ESG로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한 사례들도 늘고 있다. 에너지전환 추세하에서 인도의 전기차 회사는 적기에 프리미엄 전기차 시리즈 개발에 투자함으로서 9월 기준 인도 내 전기차 판매 점유율 40%로 승용 전기차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직접적 재무효과 외에도 평판, 자본 유치, 보험(ESG·리스크 관리 수준이 낮으면 보험사가 계약을 거절), 정부 보조금·세제혜택 활용 등 다층적 가치요인도 발생한다. 한 투자회사가 투자대상회사들을 대상으로 ESG 진단을 실시한 결과 우수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이 보통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에 비해 평균 168% 더 많은 자금을 유치했고 기업 가치도 62% 높았다는 예시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대외 경제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미 유행이 지나간 ESG에 대해 한가하게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상세히 들어 보니, ESG를 의무화하되 현실을 고려해 이행하고 이를 회사 가치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혹시 이들은 아시아가 마주하고 있는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 중 하나로 ESG를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김성우

李정부 핵심기관 부상 ‘에너지공단’…새 이사장에 재생에너지단체 인사 거론

한국에너지공단이 신임 이사장 공개모집 절차에 착수했다. 공모공고는 지난 23일 게시돼 30일까지 진행된다. 에너지공단 이사장 공모는 지난 3월 탄핵 정국 속에 추진됐다가 '알박기 인사' 우려 속에 취소된 이후 재실시된 것이다. 당시에는 여당이던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권 교체와 함께 정책 기조가 바뀐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전환에 꾸준히 관여해온 인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공모에서는 재생에너지 협단체 소속 인사, 전직 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 시민단체 출신 인사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공단 내 재생에너지 업무 비중과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에너지공단은 산업·건물 부문의 에너지효율 개선, 기업·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입지개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인허가, 고정가격계약 운영,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확산, 국내 산업 지원 등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 이행 기관으로 꼽힌다. 전임자인 이상훈 에너지공단 이사장도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등을 거쳐 공단 수장에 올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임명돼, 재생에너지 정책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시절부터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등 국내 RE100 제도의 틀을 마련했으며 현재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이 약 34GW까지 확대되는데 역할을 했다. 차기 에너지공단 이사장이 짊어질 과제가 만만치 않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이 최근 연달아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실제로 올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낙찰용량은 총 46MW로, 전체 모집용량 1000MW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의 2030년 100GW 목표대로라면 앞으로 해마다 태양광을 신규로 약 1만MW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020년 신규 설치가 약 4100MW에 달한 이후 최근 3000MW대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올해 역시 3000MW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풍력 부문도 확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해상풍력 누적 설비용량은 약 400MW에 불과한 반면,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1만4300M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커 차기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그동안 태양광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했지만, 해상풍력은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입지 선정과 인허가, 제도 정비가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어 차기 에너지공단 이사장이 이 분야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