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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쟁 아닌 국가 생존 전략으로”...전문가 1016명 공동성명

대한민국 에너지 전문가와 산업계 인사 1016명이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기계산업진흥원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에너지 정책의 실용적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에너지가 더 이상 정치적 논쟁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자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에너지 정책이 정쟁의 소재로 다뤄지는 데 대한 우려에서 출발했으며, 짧은 기간 내 전국의 에너지 관련 전문가와 종사자들이 대거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성명은 ▲에너지 경제 안보를 국가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고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수립 ▲수요 기반의 산업 생태계 대응 ▲글로벌 공급망과 탄소중립에 대한 균형 전략 수립 등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AI와 반도체 등 고전력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수요 폭증에 대비해 “전력 수요 예측, 설비·전력망 확충, 지역 맞춤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현실적인 탄소중립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성명을 주관한 RE100전국대학교수협의회(회장 전병훈 한양대 교수)와 한수원동반성장협의회(회장 이순형)는 “에너지는 국가의 생명줄"이라며, 이념이나 정치 논리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지속 가능하고 실용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서명에 참여한 교수·전문가·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성명서와 서명 명부는 각 정당과 대선 후보에게 공식 전달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향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과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폴란드서 펼쳐진 글로벌 원전 세일즈場…한국은 없었다

[바르샤바=전지성 기자]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주관 'WORLD NUCLEAR SUPPLY CHAIN 2025'는 세계적 규모의 원자력발전 마케팅 장이었다. 일본, 프랑스, 중국, 인도, 스웨덴 등 글로벌 강국들이 자국의 기술과 산업을 내세워 유럽 원전 시장 선점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자국의 원전확대 계획을 상세히 알린 가운데, 정작 한국은 정부와 공기업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컨벤션센터. 각국의 국기를 앞세운 관료와 기업들이 넓은 행사장을 채운 가운데, 프랑스 EDF, 일본 미쓰비시, 스웨덴 Vattenfall, 인도 NPCIL, 중국 국영원전기업 CGN은 정부 인사들과 함께 정면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일제히 “우리 기술이 유럽 에너지 안보의 해답"이라며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그러나 한국의 담당 부처와 대표적인 공기업인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한전 등은 부재였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개별 민간 기업들뿐. 이들 관계자는 “이런 행사에 정부·공기업이 같이 나와야 해외 발주처 신뢰도 확보가 되는데... 아쉽다"는 말을 기자에게 털어놨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국장은 직접 참석해 “일본은 원전 재도약을 선언했다"며 자국 원전기업을 직접 소개하고, 수출 파트너십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현장에서는 일본 원전업계가 정부의 전면 지원 아래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유럽 원전 확장 기조를 바탕으로, EDF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해 압도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프랑스의 한국전력공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이 행사의 메인스폰서로 참여한 것은 물론 바키사사이 라마니 발라(Vakisasai Ramany Bala) 부사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전 세계가 204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을 3배로 확대하려는 목표는 전례 없는 도전"이라며 “이를 위해선 단순한 신규 원자로 건설을 넘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마니 부사장은 “지속 가능한 수요에 대한 자신감과 정부 차원의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없이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은 확장될 수 없다"며 “EDF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다중 원자로 기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공급사에게 투자와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치 앞으로 유럽의 원전 시장은 EDF를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반면 한국은 정부 차원의 에너지외교는 사실상 전무했다. 현장에 참석한 해외 관계자들은 한국 원전 기술의 경쟁력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정작 정치·외교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프랑스와 일본 측 고위 관계자들은 “한국의 차기 유력 대선후보가 전 정권보다 원전에 비판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원전업계는 물론 체코 또한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재 체코 원전 사업이 한국 대선과 체코 총선 이후로 일정이 밀린 것과도 맞물린다. 폴란드 정부 측 관계자도 한국과 체코 간 진행 중인 원전 계약에 대해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지만,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파벨 가이다 폴란드 산업부 원자력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안은 정부 간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지만, 향후 전개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프로젝트(체코 원전 계약)는 폴란드 정부의 공식 원자력 계획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은 우리가 참여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서도, “KHNP(한국수력원자력)나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의 두 번째 원전 계획에 경쟁력 있는 제안을 한다면, 우리는 열린 자세로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폴란드 현지 활동과 관련된 질문에는 “최근 한국 측과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다"며 “참여하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향후 폴란드의 두 번째 원전 프로젝트 추진 시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협력 구도 및 기술 소유권 문제에 따라 입찰 자격이나 참여 범위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결국 외교적 뒷받침 없는 기술 수출은 '전략 없는 승부'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평가처럼 느껴졌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체코 이후 유럽 원전 수주는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과의 전략적 협약, 또는 공급망 연계 약속에 따라 유럽 내 경쟁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 한수원은 유럽 주요 국가들의 원전 수주전에서 연이어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네덜란드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서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차 조사에 참여하며 수주에 공을 들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최종 계약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 또한 슬로베니아의 크르슈코 신규 원전 'JEK2 프로젝트'에서도 한수원은 사업 타당성 조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최대 2400메가와트 규모로, 사업비는 최대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경영 판단이라고 밝혔다 . 아울러 한수원은 지난해 말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폴이 발주한 원전 수주전에서도 철수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일련의 결정들은 한수원이 유럽 원전 시장에서의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체코 원전 수주에 집중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원전 프로젝트에서는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강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폴란드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협상 내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두산, 현대 등 민간 기업들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기술 홍보와 파트너 미팅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할 만큼 한다. 외교의 영역은 기업이 대신할 수 없다"는 말에서 절박함과 피로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글로벌 수주 시장의 중심에서 한국은 지금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가? 글로벌 원전 산업은 한창 전열을 가다듬고 유럽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한국은 탄핵과 이로 인한 대선 정국으로 중차대한 시기를 놓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체코 최종 계약도 차일피일 밀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발주처인 체코의 결정은 한국이 보이지 않는 외교전에서 얼마나 진심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차기 정부 출범 직후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할 때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재명-김문수, 같은 듯 다른 기후공약…“온실가스 감축” vs “재난 적응력 강화”

29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공약집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두고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이 후보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힘을 줘 기후위기 예방에 집중한 반면, 김 후보는 예방보다는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 예측력 및 적응력을 강화하는 데 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즉, 이 후보가 기후공약에서는 더 적극성을 보인 것이다. 두 후보 모두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시각을 보였다. 이 후보는 공약집에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언급했다.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추진과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위한 토론장인 제33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3)를 오는 2028년 개최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중 및 기후대응기금 확대를 언급했다. 에너지 분야는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중점으로 추진하고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및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김 후보 공약집에는 NDC가 언급되지 않았다. 국가가 온실가스감축을 주도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기업이 스스로 감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는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CUS), 소형모듈원전(SMR) 등 관련 기술 및 산업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공약에 담았다. 재생에너지도 늘리돼 수소와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기후재난 대응과 보상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 대응체계 전면 재검토 및 개편을 하고 재난 피해자 국가 책임제를 실시해 국민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으로는 이 후보는 환경부의 기후영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여역을 합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및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격상해 기후변화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위성 및 인공지능(AI)을 활용, 기후재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대동여지도'라는 이름으로 기후재난을 예측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축산과 산림을 통한 탄소감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투명페트병 보증금제 등 탈플라스틱 정책을 펼쳐서 탄소중립에 기여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탈플라스틱 보다는 플라스틱 순환 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2030년까지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연 10조원 이상 규모로 확대하고 순환경제 산업 규모를 50조원 이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가뭄 등 기후변화로 국가 산업단지 공업용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댐의 다목적댐 전환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산업부,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컨퍼런스 참석…LNG 프로젝트도 타진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6월 2일부터 3일까지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제4차 알래스카 지속가능한 에너지 컨퍼런스'에 참석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알래스카주가 주관하고 미국 연방 에너지부(DoE) 등 주요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에너지 협력 플랫폼이다. 산업부는 알래스카의 풍력·태양광·수력 등 청정에너지 자원과 최근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고, 한국의 참여 가능성과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6월 3일 열리는 미국 에너지부 주관 주요국 라운드테이블에는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이 한국 대표로 참석해 한-미 청정에너지 협력 방안과 에너지 공급망 연계 전략 등을 논의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천연가스를 액화해 세계 시장에 공급하려는 미국의 전략사업으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는 한국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알래스카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향후 LNG 수입선 다변화, 가격 안정성 확보, 해운 물류 협력 확대 등 다양한 실익이 기대된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 고위급 참석을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 중심의 청정에너지 공급망 구축 구상(Clean Energy Supply Chain)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내 기업의 북미 에너지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유도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 내무부(DOI) 장관 더그 버검,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환경보호청(EPA) 청장 리 젤딘 등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한국의 에너지 외교 무대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은 “이번 알래스카 방문을 통해 미국 내 주요 에너지 인프라 사업의 추진 방향을 파악하고, 한국과의 실질적인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기술 수출, LNG 조선 및 인프라 건설 참여,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 진출까지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반기문 “중국이 녹색에너지 리더십 보여야”…SCMP에 기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중국의 녹색에너지 발전을 높이 사며 글로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정계에 따르면 반 총장은 최근 홍콩에 있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녹색에너지 리더십은 정치적, 경제적 분열을 해소할 수 있다' 기고를 통해 “10년 전 항저우 G20 정상회담 전날,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당시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이 함께 파리협정에 가입하는 역사적인 조치를 지켜봤다"며 “하지만 오늘날 저는 다른 상황을 보고 있다. 미국이 세계 기후 무대에서 물러나는 동안, 중국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취임한 미국 트럼프 정부가 파리협정 탈퇴 및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반 총장은 “관세와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는 분열과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녹색 전환의 추진력은 정치적, 경제적 분열을 극복하고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청정에너지와 기후 친화적 투자는 단순히 환경적 과제가 아니라 경제적 기회다. 재생에너지 보급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국제 투자의 최전선을 넓힐 기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특히 중국이 개발도상국들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도상국들은 청정에너지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를 신속하고 대규모로 추진할 재정 자원과 기술이 부족하고, 자칫 탄소집약 시스템에 갖힐 수 있다"며 “중국은 이런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제조 능력, 청정에너지 공급망에서의 영향력,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등의 강점을 활용한다면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책임감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 총장은 이어 “중국은 신흥 경제국과의 녹색 파트너십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기후 리더십의 모습을 새롭게 정의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기후 리더십은 더 이상 거창한 수사나 협상이 아니다. 실행에 관한 것이고, 경제 협력과 기술 교류의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중국이 신규 석탄발전 건설을 중단하고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더욱 매진해 세계에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기록적인 청정에너지 성장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있다. 이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석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중국의) 2023년 정점 대비 2035년까지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것은 달성 가능하며 필수적 조치다. 이러한 강력한 목표는 2060년 넷제로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하고, 국제 협력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끝으로 “중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할 때마다 중국 지도자들의 선견지명에 감탄한다"며 “위험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 순간에 중국은 장기적인 안목과 분열이 아닌 협력을 통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분열된 세상에서도 협력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의 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15년에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체결됐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재명 “헌법에 기후정의 수록 찬성…생물다양성 보호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헌법에 기후정의와 생물다양성 보호 내용을 수록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기후대응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및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는 뚜렷한 차별화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7일 3차 대선 후보 토론회의 개헌 관련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기후 재난은 현실이고, 전 인류적으로 기후 위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기후정의 실현을 반드시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공감한다. 저희(민주당) 개헌 내용에도 들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권 후보는 “헌법 조항에 기후위기 대응과 자연생태계 보호, 모든 생물체를 보호하는 국가 의무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보는데,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권 후보는 “기후위기는 보수, 진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하나 돼 해결해야 할 전 인류적 과제"라고 말에, 이 후보는 “맞은 말씀이다"라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후 분야에서 김문수 후보나 이준석 후보보다 적극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의 탈탄소 전환' 목표 아래 △선진국 책임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가속화 △경제성장의 대동맥,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탄소중립 산업전환으로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 도모 △건축물·열 부문 탈탄소화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 수립 및 바이오플라스틱 산업 육성 지원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4대강 재자연화(Rewilding)와 수질개선 추진 △탄소포인트제 등 탄소 감축 인센티브 강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실현 방안 마련 △2028년 제4차 UN해양총회 유치 등을 주요 기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이 후보는 권 후보의 헌법에 이익균점권 내용을 수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만, 쉽지 않다.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 영역에서 기회와 분배를 좀 더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익균점권은 근로자가 기업 이익에 기여하는 만큼 이익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제헌헌법 18조에 담겼었지만, 5.16 이후 1962년 개헌 때 삭제됐다. 이재명 후보는 개헌 공약으로 △5.18 광주민주화 운동 정신 수록 △대통령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 계엄 요건 강화 및 거부권도 제한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자치권 강화 등을 내걸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일본, 2028년 바이오휘발유 도입…한국은 “힘들다” 왜?

일본 정부가 2028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바이오휘발유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만드는 바이오휘발유는 미국에서 전체 물량을 사올 예정으로, 관세 협상용이기도 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도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관련 업계는 국내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수분 형성을 막기 위해 막대한 인프라 개선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8일 바이오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8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바이오휘발유 혼합 사용을 시범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혼합량은 10%로, 기존 자동차 휘발유에 바이오휘발유를 10% 넣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바이오휘발유는 주로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다. 식물은 성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식물을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연소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해도 중립적 탄소로 인정돼 탄소 저감 효과를 인정받는다. 이 때문에 바이오에너지는 수송부문에서 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도 수송용 경유에 바이오경유를 4%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바이오휘발유 도입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20%를 차지하는 운송부문에서 탄소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휘발유의 거의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환경이 비슷한 우리나라에도 바이오휘발유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곡물협회는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매년 바이오휘발유(에탄올) 포럼을 열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연료업계는 국내 바이오휘발유 도입이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도입이 가능할지 몰라도, 이를 위해 조 단위의 인프라 개선비용이 들어가고, 탄소 감축 수단으로 전기, 수소차라는 대안이 있는 마당에 굳이 바이오휘발유를 도입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임의순 박사 등 국내 연구진이 2008년 연구한 '국내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유 시범보급 유통시스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수송용 석유제품 유통시스템에서 7개월간 바이오휘발유 3%(E3), 5%(E5) 보급을 실증한 결과 바이오휘발유 함량이 최소 99.6% 이상을 유지했고, 바이오휘발유 저장탱크의 수분함량이 1800ppm 이하로 유지되어 연료의 층 분리 가능성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결론에서 “E3, E5를 7개월간 진행하면서 이들의 유통시스템에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다"며 “국내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면서 기존의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서 실사용이 가능하리라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연구진으로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15년 전의 연구이고 이후 휘발유 품질도 달라졌기 때문에 당시 연구결과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바이오휘발유는 유통과정에서 수분(물)이 형성된다. 물이 어는 겨울에는 이 부분이 차량 운행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유통시스템과 차량 부품에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조 단위의 비용이 필요하다. 바이오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2008년 당시 계산으로 바이오휘발유 도입을 위한 인프라 개선 비용으로 8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는데, 현재는 그것보다 2~3배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바이오휘발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해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더 불리해지고, 이미 전기차와 수소차 등의 상용화된 친환경차 대안이 있다"며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바이오휘발유의 국내 도입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슈분석] 한전 73조 송전망 투자, 발전원별 명암 갈린다

한국전력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전국 주요 산업지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73조원을 투입해 약 10GW 규모의 대규모 송전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국내 전력 공급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발전원별로 수혜와 부담이 엇갈리는 가운데, '희비 교차'의 전력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2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전날 열린 전기위원회를 통해 2024∼2038년 15년간 적용되는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을 확정했다. 주 내용은 호남∼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계통을 재구성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 전력수요를 반영한 전력공급 인프라를 확충한다. 이를 위해 총 72조8000억원이 투자된다. 이번 송전망 확충의 직접적 수혜자는 원자력 발전이다. 국내 원전은 대부분 경상도와 전라도 등 남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수도권까지 전력을 송전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다. 이로 인해 출력 제한으로 일부 발전량을 버리는 '제약' 상황이 반복돼 왔다. 대규모 송전망이 구축되면 멀리 있는 원전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도권에 공급할 수 있어, 출력 제약 해소와 가동률 상승이 기대된다. 특히 가장 저렴한 발전원 중 하나인 원자력의 활용이 늘어나면, 전기요금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송전망 투자 계획은 대형 신규 원전 건설 및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추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요지까지 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정책 추진의 실효성과 경제성 모두 뒷받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또한 이번 계획의 대표적 수혜 대상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대부분 지방에 분산 설치돼 있고, 발전 시간과 수요 시간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잉여 전력 처분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출력 제한(컷오프)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송전 인프라가 확충되면, 지방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이송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재생에너지 수익성 개선과 출력 활용률 증가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그동안 계통 수용 한계로 제약받았던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전력망 수용성이 향상되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석탄 발전은 뚜렷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송전망 확충으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활용이 늘어날 경우, 상대적으로 비용과 환경 부담이 큰 석탄 발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제약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동해안 지역 송전망이 확충된다고 해도 원자력발전의 가동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미 국내외적으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탄 발전의 가동률 하락은 경쟁력 약화와 조기 퇴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NG 발전은 다소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기존에는 수도권 인근에 집중 배치되어 있어 별도 송전망 없이도 빠르게 전력 수요에 대응해 왔으나, 이번 송전망 확충으로 멀리 있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활용도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LNG의 경제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LNG 발전은 빠른 기동·중지 등 유연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피크 수요 대응 등 일부 역할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한전의 73조 송전망 투자는 단순한 전력 수송 개선을 넘어, 전력 생산과 소비, 송배전 전반을 아우르는 대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안정적 전력공급 체계 강화, 석탄의 단계적 축소, LNG의 전략적 역할 재정립 등 에너지 믹스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송전망 확충 계획 중 서해안-수도권 HVDC 구간은 이미 10차 송변전설비계획(2022~2036)에 포함된 내용이다. 한전 측은 “이번 계획은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에 따른 전격적인 신규사업이라기보다, 기존 계획의 확대·구체화 성격이 강하다"며 “당연히 특정 대선 후보의 공약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언론 일부에서 언급된 민간 참여나 공동투자 관련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이는 향후 정부와 한전의 검토 및 제도 설계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송전망 확대는 단순한 전력 수송 개선을 넘어, 국가 전력 전략과 산업 경쟁력, 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친 중장기적 변화를 의미한다"며 “관련 정책 및 투자 동향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에너지는 경제, 산업, 기후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와 현시대의 주요 의제가 쟁점으로 등장하고 그에 대한 제 정당과 후보의 견해가 공표되어 서로 토론하고 유권자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경쟁하는 한마당이다. 이번 선거는 워낙 정치적 이슈가 크게 작용하여 여타의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공약과 티비 토론을 통해 각 후보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유권자들에겐 고르는 재미가 있다.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과 티비 토론을 통해 밝혀진 각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보며 어떤 시각으로 관전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았다. 첫째, 에너지는 경제이고 산업이다. 에너지는 말 그대로 '일을 하는 힘'이다. 우리 몸이 음식을 먹고 화학적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면 살 수 없듯이 우리 경제도 에너지를 통해 작동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4위인 한국전력을 비롯해 12개의 기업이 에너지 관련 산업체들이다.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으니 경제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의 매장이 빈약하여 현재 93%에 이르는 1차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매우 취약하다 보니 국제 유가와 수급 상황에 따라 산업 활동이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에너지 정책의 가장 우선 순위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1980년대 초반 '대체에너지촉진법'을 제정하고 2000년대 초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이름을 바꾸어 시행하고 있다.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자립에너지로 재생에너지가 자리잡은 지 이미 20년 이상이 흐른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공급이 줄어든 유럽이 더 비싼 미국의 가스를 들여오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데는 그동안 확대해온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힘입은 바 크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도 빠르게 전개되었다. 국제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산업은 1990년대 태동기를 거쳐 21세기가 되면서 중심권으로 진입하였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한화가 독일의 큐셀을 인수하여 상위권으로 진입하였으며, 해양 석유시추 관련 시설의 제작 경험을 가지고 있는 조선산업은 해상 풍력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로 삼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0년대가 되면서 재생에너지산업의 수출액은 원전을 뛰어넘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총 수출액이 원전산업 수출액의 26배가 되었으며 산업 종사자수도 4배에 이르는 수준이 되었다. 정부의 정책과 공공자원의 투자는 현재 시장의 수준과 장래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도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산업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판단이다. 둘째, 에너지는 기후이다. 에너지가 기후변화의 주요 변수가 된 것은 화석연료의 태생적 한계이다. 화석연료는 탄화수소화합물이 연소하면서 에너지를 내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그리고 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온실효과를 가져와 지구온난화가 초래되었다. 요즘 초여름 날씨가 예년보다 낮은 이유도 온난화로 인해 북극 기단이 느슨해진 까닭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인류의 생활을 위협하기 시작했으며 세계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맺고 2050년까지 순 탄소배출량을 '영'으로 만들기 위한 '넷제로'에 합의하였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을 3배 증가시키기로 하였다.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또다시 탈퇴하였다. 아들 부시의 교통의정서 탈퇴에 이어 트럼프는 파리협정에서 두 번째 뛰쳐나간 것이다. 세계 1위의 산유국인 미국은 대통령에 따라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보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배를 상회한다. 대통령과 관계없이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RE100에 가입하였다. 자신들의 제품이나 용역에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기 위해 납품이나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 증명을 요구한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기후변화대응 비용을 지불해온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세 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의무이다.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한 제조 공장을 국내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가 절대적인 사안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에너지는 경제이고 산업이고 기후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동한

원자력환경공단 “태백 지하연구시설, 지질 요건 충족”

28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로 추진 중인 강원 태백 부지에 대한 일부 언론의 '지질 결함' 지적에 대해 반박 입장을 내놨다. 공단은 해당 보도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법적 기준을 혼동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나섰다. 공단은 최근 전기신문이 보도한 '태백 URL 부지가 공모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며, 지질 결함으로 수천억 원이 낭비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 “공모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며, 핵심 지질 기준인 화강암층도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전기신문 기사는 연구용 URL 사업부지는 지하 500m 깊이에 '단일 결정질암'이 분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하 150~550m 구간에 이암·사암·석회암 등이 혼합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태백 URL 부지의 경우 고준위 방폐물의 실제 처분환경과 달라 각종 방사성 핵종의 이동 저지 능력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단은 이에 대해 2024년 6월 18일 발표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부지 유치 공모'에서는 '지하 약 500m 깊이에 단일 결정질암(공인된 지질도로 확인)'이 분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다른 암종이 섞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요건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실제 태백 부지에서는 지하 약 482m부터 약 700m 깊이까지 충분한 화강암층이 분포하고 있음이 시추 조사 결과 확인됐으며, 이는 공모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미즈나미 지하연구시설이나 스위스 몬테리 연구시설도 여러 암종이 공존하는 지질 구조 내에 건설된 전례가 있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공단은 '연구시설 지질이 실제 처분환경과 달라 방사성 핵종의 이동 저지능력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공단은 법적으로 연구용 URL과 실제 처분시설 내 URL은 명확히 구분된다고 밝혔다. 고준위방폐물 관리 특별법에 따라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은 일반 연구를 목적으로 하며, 처분시설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은 실제 처분부지에서 실증 연구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현재 태백 URL은 예비 연구를 위한 시설일 뿐, 최종 처분부지에서의 검증은 별도로 수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공단은 “아직 처분부지 공모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처분환경을 기준으로 연구용 URL의 부지 적합성을 문제 삼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처분시설은 석회암 등 이질암이 없는 단일 기반암에 위치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기준은 '처분시설'이 아닌, 방폐물을 실제로 보관하는 '처분고'에 대한 규정"이라고 반박했다. 처분고는 처분공이나 처분용 터널 등 방폐물이 직접 보관되는 설비이며, 이 설비가 석회암 등의 불안정한 암종이 없는 균질한 단일 기반암 내에 설치돼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반면 처분시설은 처분고뿐 아니라 지상 설비, 진입터널, 수직구 등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태백 URL이 설치되는 지역은 처분고가 들어설 수 있는 깊이(약 500m)에 충분한 화강암층이 분포해 관련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 공단의 입장이다. 공단은 “태백 URL은 실제 처분시설이 아닌, 고준위 방폐물 안전관리 기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연구 기반 시설"이라며, “기존 국내외 기준에 부합하며, 일부 언론의 과도한 우려 제기는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단은 향후 투명하고 과학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지역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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