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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산업 국내생산세액공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조건 [이원희의 기후兵法]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이차전지 등 친환경 산업을 국내에서 육성하기 위해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의 경쟁력은 국내 온실가스 감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주요 친환경 산업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해외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으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흔들리게 된다. 이에 국내생산세액공제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내 친환경 산업의 생산 기반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하반기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하지만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량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를 공제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신설된다. 지원 분야는 △태양광 △풍력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6개다. 국내에서 핵심 공정을 수행하고 직접 생산·판매한 제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단순 조립이나 해외 생산품 판매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제액은 생산량에 품목별 기준공제액을 곱해 산정하며 비수도권 생산시설에는 지역계수를 적용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도 담겼다. 적용기한은 2036년 말까지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가 진행된다. 이어 다음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3일에는 정기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다. 이번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친환경 제조업의 생산 기반이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태양광이다.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은 2017년 73.5%에서 2019년 78.4%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2023년 70.9%였던 국산 모듈 점유율은 2024년 41.6%로 급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0.7%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산 모듈 비중은 2023년 29.1%에서 2024년 58.4%, 지난해 69.3%로 뛰었다. 불과 2년 만에 국내 시장의 주도권이 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넘어간 셈이다. 태양광 모듈의 핵심 부품인 셀은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다. 국내 태양광 셀 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은 2021년 35.1%에서 지난해 3.9%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산 비중은 63%에서 96.1%로 상승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57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4년 3002억원, 2025년 36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3조8820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지만 미국 시장과 정책 변화 등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2023년 5461억원이던 매출이 2024년 4224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4927억원으로 반등했다. 또 다른 태양광 제조업체인 신성이엔지는 앞서 2020년 12월 국내 태양광 셀 생산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한국형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평가하며 환영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가격 경쟁 속에서 약화된 국내 태양광 제조 공급망을 보호하고 에너지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제 지원만으로 국내 산업의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협회는 “국내에서 생산된 셀·모듈의 실질적인 수요 창출과 시장 확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해도 판매할 시장이 없다면 세액공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국산 제품 활용을 우대하는 등 생산 지원과 수요 확대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풍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풍력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산 풍력터빈 제조산업은 아직 충분한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주와 서해 등을 중심으로 약 340MW 규모의 풍력터빈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풍력터빈 사업이 회사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해당 규모는 가스터빈으로 치면 1기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풍력터빈 전문기업 유니슨의 실적에서도 업계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유니슨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2392억원에서 2024년 257억원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403억원으로 반등했지만 2022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8억원,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유니슨은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으로 국산 풍력터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에 그쳤던 기존 지원보다 국내 제조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슨 관계자는 “생산량에 연계한 세제 지원과 인증제도 개선은 국산 풍력터빈 생산·공급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며 “장기적으로 풍력발전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던 국내 배터리 산업도 중국 업체에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8.4%로 전년 동기 대비 8.7%포인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0.2%에서 16.7%, SK온은 9.8%에서 7.6%, 삼성SDI는 7.2%에서 4.1%로 각각 낮아졌다. 반면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0.0%에서 33.7%, BYD는 7.7%에서 10.6%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전기차가 제외된 점은 업계에서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2022년 4.7%에서 올해 34%까지 확대된 만큼 완성차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배터리까지 친환경 산업 전반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설비 보급을 확대하더라도 핵심 제품과 부품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공급망 충격이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 정책 자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국내 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6기가와트(GW) 수준에서 2030년 10GW 이상으로, 풍력터빈 생산능력을 0.8GW에서 3GW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가 담겼다. 재생에너지 수출 규모도 2024년 4조2000억원에서 2035년 20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탄소중립산업법'은 탄소중립 산업과 기업의 탈탄소 전환에 재정·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개선 등을 집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중립산업법(NZIA), 일본 GX 추진법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산업정책과 결합하자는 취지다. 향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관련 법안이 추가로 발의될 경우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생산세액공제 역시 정부 발표만으로 완성되는 제도가 아니다. 세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가 남아 있는 만큼 정부가 국회와 협력해 제도의 지원 대상과 공제 수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생산에 대한 세제 혜택뿐 아니라 국산 제품의 수요 확대, 연구개발, 금융 지원까지 연결해야 정책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AI보다 전력수요를 더 확실하게 증가시키는 냉방 수요

시애틀이 아니라 서울이다. 잠 못 이루는 밤 말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작년의 8.8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는 밤에도 에어컨 없이는 잠들기 어렵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우리보다 몇 달 앞서 폭염을 맞은 동남아시아의 냉방 수요도 급증했다. 베트남은 지난 5월 최대 전력 소비량이 57GW를 넘어섰다. 야간 최대수요도 30GW를 돌파했다. 많은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숨지고 에어컨도 동나게 한 프랑스의 폭염은 올해만 나타나는 이상 기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역은 여름철의 습도와 온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이다. 싱가포르의 국부 고 리콴유 수상은 에어컨이 열대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갈 때는 아무리 덥더라고 셔츠 위에 입는 윗옷을 꼭 준비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냉방이 너무 세서 여름 감기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냉방 수요가 이미 포화된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앞으로 그 증가폭이 더욱 커질 인도,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이목이 더 집중된다. IEA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에어컨 24억대는 2050년까지 56억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의 상당수는 중국과 인도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서도 2020년과 2050년 사이에 에어컨 숫자가 각각 11배와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1인당 GDP가 높게 올라온 지역이 아니라 앞으로 높은 속도의 증가세가 전망되는 지역 중 냉방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될 지역은 습도와 온도가 높은 인도, 동남아시아 및 중국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는 에어컨 있는 집이 다섯 집 중 하나밖에 안 되지만 향후 냉방 수요는 소득과 기온의 상승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의 냉방 수요에 대해 분석한 IEA의 또 다른 최근 보고서는 특히 태양광 발전이 소용없는 야간에 냉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도의 평균기온과 최고 기온 모두 상승하고 있으나 야간 기온 오르는 추세가 낮 기온 오르는 속도보다 두 배 빠르다는 것이다. 지난 5월 45GW 규모 인도의 석탄발전은 낮에는 태양광 발전에 길을 내주었고 태양광이 사라진 야간에는 발전량을 늘리는 유연한 발전원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거의 92%에 달하는 최대한의 가동률을 보여주면서 급등하는 야간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사정이 인도 정부가 현재 40GW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이유다. 다들 경험했겠지만 소득수준이 증가할 때 한번 맛본 냉방 수요는 다시 줄어들기 어렵다. 폭염의 기온에 습도까지 높을 때 시원하고 쾌적한 에어컨 맛을 본 다음 이를 절제하고 안 켜는 것은 고행에 가깝다. 게다가 높은 습도로 기온의 일교차가 작아 열대야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기후의 특징을 고려할 때 잠 못 이루는 밤을 막아주는 냉방 수요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1인당 GDP의 증가세가 높은 이 지역들의 전력설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지역의 주머니 사정상 냉방수요 충족용으로 아직은 값비싼 LNG를 함부로 쓰는 것도 답이 아니다. 게다가 꾸준히 증가하는 야간 전력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 감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석탄발전이 유일한 대책이자 해결책이다. AI의 사용에 따른 전력수요의 급증에 대해서는 오래전 닷컴 버블 때처럼 아직 그 증가 폭에 대해 여러 견해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광활한 지역의 아시아 각국이 직면하는 냉방 수요의 급증은 AI보다 확실한 전력수요의 증가요인이며 동시에 탄소배출을 심화시키는 석탄발전의 증가요인이다. 조성봉

[EE칼럼] 발전사 통합으로 새로운 에너지 시대 열어야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를 통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 경영 효율화, 에너지 전환 대응,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런 이유를 근거로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전사 통합 명분은 여려가지 있지만 첫째, 중복 조직을 합치는 것이다. 현재 5개 발전사 각각 인사, 재무, 구매, 정보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통합하면 중복 조직을 줄여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둘째, 연료 구매 경쟁력을 높인다. LNG와 석탄을 통합 구매하면 구매 규모가 커져 협상력이 높아진다. 연료비 절감은 발전 원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발전설비 운영의 최적화이다. 전국 발전소를 하나의 체계에서 운영하면 정비 일정과 발전량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예비 설비와 유지 보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넷째, 에너지 전환에 대한 대응이다. 석탄 화력 감축과 LNG 확대, 재생에너지, 수소, SMR 등 미래 에너지 사업을 통합 전략으로 추진하기가 쉬워진다. 다섯째,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이다. 통합 발전사는 규모가 커서 해외 발전소 건설, 운영, 투자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전력과 민간사와 연계한 해외 진출이 유리해질 수 있다. 여섯째, 지주사인 한전의 부실한 재무 개선 지원에 도움을 준다. 발전사의 운영 효율이 높아지면 전력 공급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은 전기요금 체계에도 있기 때문에 통합만으로 적자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발전사 통합이 성공하려면 통합 자체가 단순히 회사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제를 개혁한다는 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전력 시장 제도 개선, 원가를 반영하는 전기요금 체계, 디지털 기반의 발전 운영, 핵심광물과 LNG 등 연료 공급망 강화, SMR, 수소,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이다. 1999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으로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이 6개 회사(한전 발전 부문과 5개 발전 자회사)로 분리된 목적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였다. 그러나 현재는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대규모 투자 필요성 등 당시와는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발전사 통합은 규모의 경제와 전략적 투자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 반면 경쟁 감소와 조직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이 생길 가능성도 있으므로 통합 이후에도 성과 평가와 책임 경영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전사 통합에 있어 가장 핵심은 어느 발전사를 주축으로 합쳐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남동발전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첫째,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선도 경험이다. 남동발전은 태양광, 풍력, 수소 혼소 등 에너지 전환 분야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발전사 통합 이후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데 유리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둘째, 발전원 포트폴리오의 균형이다. 남동발전은 석탄 화력뿐 아니라 LNG와 신재생 발전 비중도 확대해 왔기 때문에 특정 발전원에 치우치지 않는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해외사업 경험이다. 남동발전은 해외 발전사업과 기술협력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통합 발전사가 해외 발전사업으로 진출하는데 기반이 될 수 있다. 넷째, 디지털 전환과 발전 운영 효율화이다. 스마트 발전소 구축과 디지털 운영 경험을 축적해 있다는 점은 통합 이후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째, 인천 영흥발전소의 역할이다. 영흥발전소는 수도권 전력 공급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 발전소이다. 단순히 발전량이 큰 것뿐 아니라 수도권 계통의 안정성과 전력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수도권의 대규모 전력 공급원으로서 전력 계통의 안정성 확보에서 국가 전력 안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남동발전은 영흥발전소를 화력 발전에서 LNG발전, SMR, ESS,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등을 결합한 미래 에너지 허브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이런 장점 외에도 발전사 중 가장 경영 성과가 좋고 특히 지금처럼 사장이 부재시에도 6월 발표된 정부 경영평가에서 A등급(우수)를 받았으며 최근 3년 연속 기관 경영평가 우수와 상임감사 평가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남동발전을 중심으로 중부발전의 LNG와 복합화력 경쟁력, 서부발전의 태안을 중심으로 대규모 발전단지 운영 경험, 남부발전의 수소와 해외사업 강점, 동서발전의 울산을 중심으로 소수. 친환경에너지와의 연계성 노하우 등을 합친다면 글로벌 통합 발전사로 도약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면서 특정 발전사의 규모보다는 미래 전략, 경영 효율, 인재 역량, 해외사업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정책적 관점에서는 한국남동발전을 모회사(통합 지주사)로 하고 나머지 발전사를 사업본부 또는 권역별 발전 본부로 재편하는 모델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는 중복 조직을 줄이면서 지역별 발전 운영의 장점을 유지하는 절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판단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가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bienns@ekn.kr

휴가철 종료에 남부엔 먹구름…이번 주 전력수급 최대 위기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름 휴가가 끝나고 하반기 업무가 본격화되는 이번 주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가 집중된 남부 지방에 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돼 전력공급 예비력이 더욱 타이트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해 발전 및 송·변전설비 운영 현황, 추가 예비자원 확보 상황 등을 집중 점검하며 전력수급 관리에 나섰다. 10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여름 휴가가 마무리되는 이번 주부터 산업체 조업률이 회복되면서 전력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2024년 8월 20일 기록한 역대 최대 전력수요(97.1GW)를 경신할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3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모두 8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에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5년 8월 25일(96GW) △2024년 8월 20일(97.1GW) △2023년 8월 7일(93.6GW) 순이다. 이는 7월 말~8월 초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둘째 주부터 속속 업무에 복귀하면서 전력 수요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산업용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최대 전력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설치된 약 33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이 한낮 냉방 수요를 어느 정도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최대 전력수요의 발생 요인도 태양광이다. 태양광이 집중 설치된 남부 지방에 구름이 끼어 발전량이 급감할 때 역대 최대 전력수요가 기록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와 생산량의 전라도 지역(전남·전북) 집중율은 전체의 약 40% 이상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전력 피크는 오후 7시경에 자주 발생한다. 한낮이 지나 태양광 발전량이 사라지는 시점과 가정용 냉방 수요 증가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25일 오후 7시 15분경 발생한 최대 전력수요가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4년 8월 20일에는 이보다 빠른 오후 4시 45분에 피크가 발생했다. 당시 남부 지방에 구름이 끼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4.2GW에 불과했다. 2023년 8월 7일 오후 4시 35분에 발생한 피크 역시 태양광 발전량이 4.5GW에 그쳤던 영향이다. 결국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폭염·열대야로 인한 냉방 수요 증가 △휴가철 종료에 따른 산업체 조업 정상화 △남부 지방의 흐린 날씨로 인한 태양광 발전량 감소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물릴 때 발생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번 주에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들어맞는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10일~14일) 전국 최고기온은 29~35도로, 40도에 육박했던 지난주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으나 남부 지방에는 일주일 내내 구름이 낄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전력당국도 비상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지난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 유관기관은 전남 나주 한국전력거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여름철 전력수급 점검회의'를 열고 이달 전력수급 전망을 비롯해 발전기 및 송·변전설비 운영 현황, 기관별 비상대응체계, 추가 예비자원 확보 상황 등을 집중 점검했다. 다만 최근 5년간 최대 수요 시기에도 전력 예비율은 최소 7% 이상을 유지해 온 만큼, 공급 부족에 따른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역대 최대 수요를 기록했던 2024년 8월 20일 당시에도 예비율은 8.2%를 유지했다. 과거 2011년 발생한 전국 순환정전은 9월 중순의 예상치 못한 늦더위 속에서 다수의 발전소가 예방정비에 들어가며 공급력이 급감했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통해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98.8GW까지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해 공급능력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추가 수요 급증이나 발전설비 연쇄 고장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예비력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환 장관은 “이번 폭염 속에서는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상과 전력수요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요 급증과 발전기 고장 등 상황별 대응 절차가 현장에서 차질 없이 작동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현장] “청소년은 미래 아닌 현재 세대”…기후위기·물 해법 제시한 18개국 청소년들

“지하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되, 아마존처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열대우림이나 주요 수계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따로 집중 관리하는 내용을 결의안에 추가합시다." (중국 대표) “그렇게 되면 결국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선진국들이 분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데 선진국들이 받아들이겠습니까?" (베네수엘라 대표) 18개국을 대표해 모인 청소년들이 각국의 국익과 지구촌의 생태계 보전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여느 국제 외교 무대 못지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2026 UN청소년환경총회' 본 총회 현장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에코나우,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이 공동 주최한 이번 총회의 공식의제는 '기후위기와 물'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총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인도, 페루, 케냐, 가나, 라이베리아, 파키스탄 등 전 세계 18개국을 대표하는 300여 명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유엔 회원국을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을 맡아 기후위기 속 물 자원 문제의 해법을 청소년의 시각에서 모색했다. 중학생들이 모인 담수생태계위원회는 기후위기 속 깨끗한 담수(민물)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고등학생들이 모인 해양생태계위원회는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다자협력 방안을 안건으로 다뤘다. 회의장에서는 결의안의 단어 하나, 조항 하나를 두고도 양보 없는 토론이 계속됐다. 해양생태계위원회의 지표수·해양 모니터링 데이터 공유 조항 논의에서, 말레이시아 대표는 “데이터 공유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 차원의 표준화된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표가 동의를 표하며 “해수 온도 변화와 영양염류 증가 등 국가별 사정을 고려한 데이터 공유 요청으로 조항을 수정하자"고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군소 도서국을 대표한 학생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몰디브 대표는 “해조류 대량 번성 문제뿐만 아니라, 군소 도서국의 해안선을 지켜주는 산호초의 백화 현상 조기 대응이 시급하다"며 “실시간 감시 및 정보 공유 협력 체계 구축을 결의안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식회의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의장단은 비공식 회의를 선언했다. 명패를 들고 일어선 학생들은 회장 뒤편에 모여 삼삼오오 머리를 맞댔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도서국으로 나뉜 학생들은 국가 간 자본·기술격차를 고려한 녹색기후기금(GCF) 활용 방안과 기술 이전 인프라 구축 방안을 두고 긴밀한 협상을 진행했다. 페루 대표단으로 참가한 한 학생은 “처벌이나 규제에만 중점을 두기보다 UNEP과 녹색기후기금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해양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조항이 함께 담겨야 현실적인 합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폐회식에서는 반기문 제8대 UN사무총장의 기조연설과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의 폐회사가 진행됐다. 이어 △전문가와 함께하는 '에코리더스패널토크' △글로벌대표단의 '액션플랜' 발표 △UN SDGs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구체적 행동 계획을 담은 글로벌 대표단의 '액션플랜' 발표에서는 각국 실정에 맞춘 구체적인 물 위기 극복 방안과 청소년들의 당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르웨이 대표 강선우 동탄국제고 1학년 학생은 공동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노르웨이의 전통 '두그나드(Dugnad)' 정신을 소개하며 “노후 수도관 점검과 전문 인력 양성, 해수 담수화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위기 속 물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이티 대표 조민서 외대부고 1학년 학생은 숲의 96%를 잃어 해양 생태계까지 질식하고 있는 아이티의 현실을 지적하며 “'나부터 시작하자'는 작은 마음들이 모일 때 맹그로브 숲 복원과 지구촌 물 위기 극복이라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가 학생들은 청소년을 단지 미래세대로만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에 대해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강선우 학생은 “청소년은 항상 '미래 세대'로 소개되지만, 우리는 어른들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현재 세대'"라며 “기후위기 정책을 수립할 때 청소년의 목소리를 훗날로 미루지 말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 존중하고 적극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전 프로그램과 이틀간의 본 총회를 거쳐 도출된 청소년 대표단의 결의안과 액션플랜은 향후 주요 국제기구 및 정부 부처에 전달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총회가 끝난 후에도 일상 속 에코라이프 실천을 공유하는 '플러스100 온보딩챌린지'를 오는 10월까지 이어간다. 이번 총회 공동조직위원장인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물 없이는 첨단 기술도 작동할 수 없듯, 물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이번 총회를 통해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계를 바꾸는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북극항로 선구자’ 김태유 교수,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위촉

북극항로 선구자로 유명한 김태유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 직속의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위촉됐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기 때문에 대통령에 직보할 수 있는 자리이다. 김 교수는 평소 북극항로에 대해 한국이 천년의 성장 발판이 될 만큼 중요한 기회라며 선도적으로 항로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7일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김태유 서울대 공대 교수를 위촉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을 역임하며 공학, 경제학, 산업 정책을 아우를 기술 경제 및 국가 전략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된다. 강 수석대변인은 “민관을 아우르는 탁월한 리더십과 융합적인 통찰로 대한민국을 '기술 중심의 초격차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시킬 규제 혁신의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기술 패권 시대에 산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로봇 등 첨단 산업과 연계된 거시 규제합리화 전략을 설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규제합리화위원회는 정부의 규제정책을 심의·조정하고 규제의 신설·강화 및 정비를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대통령 소속의 행정위원회이다. 기존 규제개혁위원회가 개편되어 위원장이 대통령으로 격상됐다.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실효성 있는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요 역할 및 기능은 △정부 규제정책 심의·조정 △규제 심사 및 정비 △분과별 맞춤형 과제 수행 △규제개선 실태 점검 및 평가 등이다. 김 교수는 북극항로 선구자로 유명하다. 지난 대선 때 김 교수는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자와 만나 북극항로의 중요성과 개척을 위한 전략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북극항로(Arctic Shipping Route)는 북극해를 통과해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운송로를 뜻한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수에즈운하를 거쳐 약 2만km를 가야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3분의 1이 줄어든 1만5000km면 유럽에 도달할 수 있다. 한국은 북극항로에서 아시아 지역의 첫 번째 관문에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다. 가장 큰 이점으로는 에너지 허브가 꼽힌다. 북극항로를 이용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들이 중간지점인 한국에서 연료 충전과 트레이딩 등을 하는 허브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종합 물류 허브로 성장할 수 있으며, 더불어 금융 허브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확고한 에너지 안보력까지 갖출 수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극항로는 한반도가 에너지 허브로 될 수 있는 기회이자, 지정학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문명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국립외교원장에 김흥규 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을 임명했다. 김 원장은 동아시아 외교안보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로서 학술 연구와 교육, 정책 자문을 아우르는 깊은 식견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겸비한 실천적 학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10년 넘게 실패한 ‘에너지 수요’ 감축…한국, 국제 약속도 외면하나

국내 에너지 정책이 '수요 절감'은 외면한 채 '공급 늘리기'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등 정부 주요 계획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및 에너지 효율 개선 목표가 지속적으로 실패했다고 7일 밝혔다. 가장 최근인 2024년의 경우 최종에너지 소비 실적이 1억8330만 석유환산톤(toe)에 달해 목표치(1억7650만 toe)를 680만 toe 초과했다. 에너지 효율성을 뜻하는 에너지 원단위 역시 0.101toe/백만원으로 목표(0.094toe/백만원)를 달성하지 못했다. 앞서 2012년과 2017년에도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전력 부문의 수요관리 목표 후퇴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분석한 결과, 2025년의 최대전력 절감 목표치는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5년 수립된 '7차 계획'에서는 2025년까지 1만471메가와트(MW)를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나, 2025년에 수립된 '11차 계획'에서는 이 목표를 3534MW로 약 66% 축소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전면 배치된다. 한국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상향(2%→4%)' 선언에 동참했다. 그러나 '제7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에 반영된 목표치는 1.8%에 불과하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전문위원은 “인공지능(AI)와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공급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독일처럼 실효성 있는 법령이나 상위 국가계획을 통해 수요 감축 목표를 법제화하고, 기후·생태적 한계에 맞춰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한전기술지주 출범…에너지 혁신기술 사업화·유니콘 육성 나선다

에너지 혁신기술 개발을 지원한 한전기술지주가 출범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한전기술지주 출범식을 개최한다. 한전기술지주는 한국전력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에너지 분야 기술사업화 전문 자회사로, 공공이 보유한 에너지 기술을 민간 혁신기업과 연결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전력이 보유한 8000여 건의 특허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등 공공 연구기관의 유망 기술을 예비창업자와 에너지 혁신기업에 이전하고, 출자와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기술 사업화를 지원한다. 또 한국전력의 에너지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후속 투자 연계, 국내 판로 개척, 해외 공동 진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기술기획부터 기술이전, 실증, 투자, 제품화, 국내외 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성장체계를 구축한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 건의 업무협약(MOU)도 함께 체결된다. 우선 한국전력은 OCI파워, 다쓰테크, 동양이엔피, 에코스, 디아이케이, 이노일렉트릭, 금비전자 등 국내 태양광 인버터 제조기업 7곳과 '국내 태양광 인버터 산업 경쟁력 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참여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대응해 국내 태양광 인버터 제조 기반 확충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협력할 예정이다. 이어 LS ELECTRIC,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 기자재 기업 3곳과는 '나주시 직류(DC) 기업 투자유치 및 산업거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연구개발과 기업 투자, 실증, 사업화 등을 통해 나주를 직류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모은다. 아울러 한국전력과 한전기술지주는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푸른인베스트먼트, 한국과학기술지주, ETRI홀딩스, 소풍벤처스 등 투자 전문기관 10곳과 '에너지 신사업 투자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 얼라이언스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투자 얼라이언스는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유망 기술과 기업을 공동 발굴하고, 민간 투자기관이 공동 투자하는 체계를 구축해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8월 둘째 주 역대 최대 전력수요 97.1GW 넘을 수도”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여름 휴가가 끝나는 8월 둘째 주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해 발전설비와 송·변전설비 운영 현황, 추가 예비자원 확보 상황 등을 집중 점검하며 전력수급 관리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거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여름철 전력수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동시 영향으로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여름 휴가철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후부와 전력 유관기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달 전력수급 전망을 비롯해 발전기와 송·변전설비 운영 현황, 기관별 비상대응체계, 추가 예비자원 확보 상황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전력당국은 여름 휴가가 마무리되는 8월 둘째 주부터 산업체 조업률이 회복되면서 전력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지난해 8월 20일 기록한 역대 최대전력수요 97.1GW를 경신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통해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98.8GW까지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해 공급능력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추가 수요 급증이나 발전설비 연쇄 고장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예비력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유관기관도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 동안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해 취약 설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설비 고장 발생 시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비상복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폭염에는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상과 전력수요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요 급증과 발전기 고장 등 상황별 대응 절차가 현장에서 차질 없이 작동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소비지의 에너지 빈곤, 생산지의 소외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전남 신안군은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 일부를 '햇빛연금' 등으로 주민에게 배분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누면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편익을 지역에 남길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입지 결정과 이익 배분 과정에서 주민이 배제됐다는 갈등이 반복된다. 같은 재생에너지라도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에 따라 전환의 모습은 달라진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세계은행(WB),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5개 SDG 7 주관기관이 지난 6월 공동 발간한 '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6'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전력 접근률은 92%에 도달했다. 하지만 전 세계 6억 5500만명은 여전히 전기를 이용하지 못한다. 더 주목할 사실은 전력 접근성이 없는 가구 가운데 기본 전력 서비스의 월 비용을 감당할 충분한 소득이 있는 가구가 세계적으로 22%에 그친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전력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인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에너지 빈곤을 가르는 또 하나의 기준이다. 세계의 전력 미접속 문제와 한국의 요금 부담은 형태가 다르다. 그러나 전력망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에너지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한국은 사실상 모든 가구가 전력망에 연결된 국가다. 하지만 저소득 가구는 에너지 비용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가격 상승의 충격을 더 무겁게 받는다. 정부의 에너지바우처는 당장의 요금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열이 새는 집 자체를 고치지는 못한다. 단열이 취약한 주택에서는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우처가 일시적으로 고지서를 낮춘다면 주택효율 개선은 다음 달과 다음 겨울의 비용까지 낮춘다. 현금 지원과 주거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소비지의 이 같은 에너지 빈곤과 생산지 주민의 소외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두 현상은 에너지 비용과 이익을 불공정하게 나눈 '이중 분배 실패'의 두 얼굴이다. 소비지 취약계층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적정한 냉난방을 누리기 어렵다. 일부 생산지 주민은 발전설비의 입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수익과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다. 주민참여와 지역기금 조성이 사업비를 높이고 금융조달을 어렵게 한다는 사업자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주민을 단순한 수용 대상으로 취급하면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이라는 더 큰 비용이 돌아온다. 신안군 사례는 투명한 이익공유가 지역 수용성과 사업 지속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익공유는 발전사업에 덧붙이는 선심이 아니라 사업의 장기적 안정성을 위한 투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에너지 복지와 분배구조를 함께 고쳐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인 바우처 지급을 넘어 저소득층 가구의 단열과 창호 개선, 고효율 기기 교체에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에는 금융·입찰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와 사업협약을 통해 주민 지분참여와 지역기금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성과를 재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에너지 복지는 지원가구 수가 아니라 취약계층 주택의 효율 개선율과 냉난방비 부담의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상생은 발전소 인허가 건수가 아니라 전체 발전수익 가운데 주민 배당과 지역기금으로 환원된 비율로 측정해야 한다. 에너지 기본권은 전력선이 연결됐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에너지를 누구나 감당하고 그 편익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가에서 완성된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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