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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송전망 딜레마 下] HVDC·분산형 전원망·디지털 송전…전력망 법칙 바꿔야

AI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가 전국적으로 속속 착공되면서 전력 공급의 '대동맥'인 송전망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수차례 추진했던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매번 주민 반발과 재원 문제로 좌초됐다. 경주 APEC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AI 3대 강국'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새로운 실행 모델로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지 업계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전력망 건설의 신속한 추진 못지 않게 AI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방식의 송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 시대의 도래와 급증하는 전력 수요, 그리고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교류(AC) 중심의 중앙 집중식 전력망을 초고압 직류(HVDC), 분산형 전원, 지능형 디지털 송전망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망의 패러다임이 '철탑과 선로의 문제'에서 '데이터와 효율의 문제'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AI·데이터센터 수요는 24시간 품질균일 전력을 요구하지만, 현재 교류망은 이런 부하에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송전탑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전력망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 직류 송전)는 AI 시대를 대비하는 전력 인프라의 핵심이다. 이는 AI의 주요 에너지 소비처인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연계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해상 풍력 등)는 전력 수요처인 수도권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HVDC는 기존 AC 송전 방식 대비 전력 손실이 매우 적어 장거리·대용량 송전을 위한 '에너지 고속도로' 역할을 수행한다. HVDC는 데이터센터 효율 증대도 담보한다.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AI용 GPU는 최종적으로 직류(DC) 전력을 사용한다. HVDC는 전력망에서부터 직류를 직접 공급하거나 변환 과정을 최소화해 기존 AC 전력망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AC/DC 변환 손실(최대 10~15%)을 대폭 줄여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NVIDIA) 등 주요 기업들도 800V HVDC를 차세대 AI 공장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또한 HVDC는 전력 흐름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제어하고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화하는 기능이 뛰어나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전력망(계통)의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연계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과 동시에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의 대대적 확충도 내세우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간헐성을 가지며, 발전소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분산형 전원'을 기존의 중앙 집중식 AC 전력망에 억지로 통합하려 할 경우 계통 불안정이 심화된다. 이를 보완할 분산형 전원망 구축이 요구된다. 태양광, 소형 연료전지 등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는 '분산형 전원망' 구축이 시급하다. 이는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지역 주민 갈등을 완화하고,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출력 제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이다. 분산형 전원망은 각 지역의 전력 자립도를 높이고, 대규모 발전소의 고장이나 송전망 마비 시 발생할 수 있는 블랙아웃 리스크를 분산해 국가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한다. 기존의 전력망 확충이 '철탑을 세우고 선로를 까는(Circuit km 늘리기)' 물리적인 건설의 문제였다면, 미래의 전력망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예측하는' 지능화의 문제로 전환된다. HVDC는 전력 흐름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송전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복잡해지는 분산형 전원과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예측하고, 수요에 맞춰 전력을 배분하여 주파수와 전압을 안정화해야 한다. 또한 전력업계에서는 향후 전력망이 센서, 빅데이터, AI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송전망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전력 생산, 송전, 소비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전력 흐름을 결정하고, 고장 발생을 미리 예측해 정비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기후 위기 대응은 전력망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HVDC를 통한 고속도로 건설과 분산형 전원을 통한 교통 체증 해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리할 디지털 지능화가 함께 병행돼야만 한국이 미래 AI와 에너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울산화력 사망 3명·사망 추정 2명…실종 2명은 확인 안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7일 매몰자 7명 가운데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 또 2명은 숨진 것으로 추정됐으며,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 작업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 33분부터 8시 54분 사이 붕괴 현장 측면부에서 매몰자 3명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이모(61)씨가 위중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또 전모(49)씨는 현장에 설치된 응급의료소 의료진으로부터 사망 판정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앞서 오전 4시 53분에는 전날 구조물에 팔이 낀 채 발견된 김모(44)씨가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7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이번 사고로 매몰된 7명 중 사망자는 3명이 됐다. 2명은 구조물에 깔린 상태로 발견돼 구조가 이뤄지고 있지만,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2명은 아직 매몰 지점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소방 당국은 2차 붕괴 사고를 우려해 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하는 대신 구조대원을 잔해 내부로 들여보내 인명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또 구조견, 드론, 음향탐지기, 내시경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 중이다. 연합뉴스

울산화력 매몰자 7명 중 사망 1명·사망 추정 4명·실종 2명

지난 6일 발생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매몰된 7명 가운데 1명이 사망했고, 4명은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 당국은 7일 현장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인 구조물이 낀 채 발견된 2명 중 1명이 이날 오전 4시 53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1명은 소방대원이나 의료진 접근이 어려워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데, 사망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7시 34분부터 8시 52분 사이에 매몰자 3명을 추가로 발견했는데, 이들도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추가 발견자 3명 중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머지 2명은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매몰 지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로써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규모는 오전 10시 30분 현재 기준으로 작업자 9명 가운데 사망 1명, 사망 추정 4명, 매몰 상태의 실종 2명,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2명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구조·안전 기술사와 현장 관계자 등이 상황 판단 회의를 한 결과, 최대한 매몰자 수색을 충분히 한 다음에 후속 대응책을 찾기로 했다"면서 “2차 사고 우려로 중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대원들이 어렵게 진입하면서 수색하는 상황이어서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030년까지 LNG 공급 대폭 확대…“CCUS·수소 기술 필요”

미국과 카타르의 신규 프로젝트에 힘입어 2030년까지 전례없는 LNG 공급 확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로 인해 LNG 가격이 급락하고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탄소포집저장활용(CCUS)과 수소 기술을 함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IEA는 지적했다. 7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IEA는 최근 '가스 2025'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LNG 생산능력이 전례 없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에너지 안보, 수요 및 구매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간 약 3000억 입방미터(bcm)에 달하는 LNG 수출 용량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과 카타르의 액화 용량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연간 800억 입방미터 이상의 LNG 액화 용량이 승인됐다. 이는 미국 LNG 부문 사상 최고치이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루이지애나 LNG, 코퍼스 크리스티 트레인 8&9, CP2 1단계, 리오그란데 LNG 트레인 4&5, 그리고 포트아서 2단계 등이다. 반면, 장거리 파이프라인 가스 교역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약 550억 입방미터(cm³)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주로 유럽으로의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 감소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20일 EU 이사회는 2028년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전면 금지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EU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종료 시점이 공식적으로 설정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LNG 시장이 점점 더 유동적이고 유연해질 것으로 예상하며, 2030년까지 목적지가 없는 계약이 전체 LNG 계약량의 절반을 조금 넘는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세계적 LNG 수출 확대는 글로벌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2022년 공급 부족 사태 이후 시장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공급 충격 이후 가스 시장은 점진적으로 재균형을 이루었지만, 가격은 역사적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이로 인해 특히 가격에 민감한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위축됐다. 세계 가스 수요 증가율은 2024년 2.8%에서 2025년 1% 미만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NG 수출용량이 대폭 확대되면서 향후 몇 년 동안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보고서의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천연가스 수요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절대량으로 환산하면 3800억 입방미터(bcm) 증가에 해당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성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전력 시스템을 석유에서 가스로 전환하고 있는 중동 지역이 거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LNG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천연가스 사용량이 2030년까지 연평균 최대 1.7% 증가해 기준 시나리오를 초과하는 연간 650억 입방미터(약 650억 입방미터) 이상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IEA 에너지시장 및 안보 담당 이사인 케이스케 사다모리는 “다가오는 LNG 열풍은 수년간 경색되고 변동성이 심했던 세계 가스 시장에 약간의 휴식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과 카타르에서 새로운 공급이 시장에 공급됨에 따라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이며, 이는 전 세계 가스 수입국들에게 환영할 만한 안도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천연가스 사용 증가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동반 증가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배출 저감을 위해 CCUS와 수소 기술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LNG 공급 사업은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발생시킨다"며 “상류사업과 액화사업 모두에서 CO₂를 포집하고 저장함으로써 LNG 생산업체는 에너지 안보와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배출량을 일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고르곤 LNG 프로젝트는 2019년 CO₂ 재주입을 시작했으며, 카타르 라스라판 프로젝트도 대규모 CO₂ 회수 및 격리 시설을 2019년에 가동을 시작해 현재 확장 중이다.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LNG 수출의 배출 집약도를 줄일 수 있는 CCUS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러 LNG 프로젝트 개발사들이 CCUS 기반 솔루션을 기존 또는 향후 LNG 액화 플랜트에 통합할 계획을 발표했다. CCUS는 LNG 부문에서 시범 운영에서 실증 운영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2030년까지 CCUS가 신규 LNG 공급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해 탄소 집약도가 엄격하게 관리되는 시장에서 자금 조달 및 장기 계약에 대한 접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바이오메탄과 수소를 통한 저배출 가스 공급도 2030년까지 2024년 대비 2.5배(200억 입방미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메탄 생산량은 2024년에서 203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저배출 수소는 2024년에서 2030년 사이에 매우 낮은 수준에서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메탄은 예측 기간 동안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철거 중 붕괴…“매몰자 7명 수색·구조 중”

6일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7명이 매몰돼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보일러 타워는 철거 작업 중 붕괴했으며 대형 구조물이라 구조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고는 이날 오후 2시 2분께 발생했다. 울산화력본부 내 30m 정도 간격을 두고 나란히 늘어서 있는 보일러 타워 4, 5, 6호기 중 가운데 있는 5호기가 무너졌다. 대형 철재 구조물이 굉음을 내며 주저앉으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9명가량이 매몰됐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펌프차 3대 등 장비 총 13대와 인력 50여 명을 투입해 현장에서 2명을 구조했으며, 이후 현장에서 매몰자 2명을 발견해 구조 작업 중이다. 나머지 매몰자 5명도 찾고 있다. 소방 당국은 사고 수습을 위해 700t급 크레인을 동원했고, 500t급 2대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인접 부산·대구·경북 소방본부 특수대응단과 중앙119구조본부 인력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는 전기 생산 위한 터빈을 돌리는 데 쓰이는 증기를 만드는 설비다. 1981년 준공돼 사용되다가 40년이 지난 2021년부터는 수명이 다해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HJ중공업이 시행사를 맡고, 코리아카코(발파업체)가 하도급받아 지난달부터 철거 작업을 진행하던 중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 당시 코리아카코 직원들은 발파해서 철거하기 위한 취약화 작업(기둥 등 구조물을 잘라내서 잘 무너지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보고 받고 “사고 수습, 특히 인명 구조에 장비·인력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구조 작업과 별도로,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수사도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적극 추진해 철저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엄정히 수사하고, 행정안전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과 함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려 사고 수습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르포]빅스포 2025 가보니…“AI 강국 필수조건, 에너지 혁신 해법 총출동”

'에너지로 연결하다(Connect Everything with Energy)'를 주제로 열린 BIXPO 2025(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 현장은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전력공사가 올해로 10회째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국내외 166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해 신기술전시회, 국제 컨퍼런스, 비지니스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5일 현장에 들어서니 지구 모형의 스퀘어로 된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의 중심인 한국전력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한전의 사업화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는 미래 비전과 글로벌 에너지의 솔루션 리더로서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받은 코너는 'BIXPO Unpacked'이였다. 리벨리온, GS건설과 HD현대인프라코어, 빈센, 버넥트 등 국내외 주요 기업이 참여해 최신 혁신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 '언팩' 무대는 신기술 트렌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압축된 축소판이었다. 리벨리온에서는 차세대 AI 추론용 칩 '리벨 쿼드'를 공개했다. 기존 제품 대비 연산 효율을 2배 높이고 전력소모를 대폭 줄여 초거대 AI 서비스에 최적화된 점이 특징이다. 이경재 대표는 “AI 서비스의 폭증에 대비해 전력소모를 최소화한 인프라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과 HD 현대 인프라코어는 암모니아 개질 수소 엔진 기반의 무탄소 분산발전 사업 모델을 발표했다. 암모니아를 직접 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를 엔진 연소에 활용해 탄소 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김승민 GS건설 신사업 기획팀장은 “넓은 부지나 간헐성 없이 언제든지 전기를 만든다"며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말했다. 빈센은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와 배터리 기반 전기추진 시스템을 소개했다. 해당 기술은 디젤기관 대비 탄소 배출을 100% 줄이며 해상 운항 효율을 20% 이상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수란 대표는 “조선 강국 대한민국이 수소와 함께 해양 전동화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버넥트는 스마트 인공지능(AI) 고글 '비전 X'를 이용한 산업현장 원격협업 및 안전강화 솔루션을 발표했다. 실시간 원격지원, 설비 인식, 안전 모니터링 등 기능을 강화해 산업 현장의 작업 효율과 안전성을 높였다. 하태진 대표는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며 “현장의 안전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전국 10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각각의 산업 강점을 내세워 부스를 꾸린 것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는 기후테크, 제주는 분산 에너지, 충남은 탄소중립·수소밸트, 경남은 수소·탄소중립, 전북은 해상풍력, RE(재생에너지) 100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부산은 수소·암모니아, 광주는 AI 에너지·이차전지, 경북은 원자력·수소연료전지, 전남은 에너지 기본소득, 강원은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수소 등 기술을 선보이며 각 지역의 전략산업을 한눈에 보여줬다. '매듭'은 이번 BIXPO의 키워드다. 연결(Connection), 결속(Unity), 힘(Strength), 완성과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이라는 네 가지 의미를 담았다. BIXPO는 단순한 전력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라 지역에서 시작된 혁신이 세계로 뻗어가는 교류의 장이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2035년 NDC] 온실가스 50~60% 감축에 필요한 기술과 제도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한 단계 강화된 감축 목표를 공개했다. 기존에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번에는 이를 더욱 강화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0~60% 혹은 53~60%를 감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최소한 50%는 감축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가 실제 감축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현실 진단이 필요하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높은 목표라는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는 정부 측에서도 밝혔듯이 전력·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폐기물 등 모든 부문에서 기술 혁신과 제도 개편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분야별로 어떤 기술과 제도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전력 부문: “석탄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전·수소 확대" 전체 국가 감축목표를 50~60%, 53~60%로 잡았을 때 전력 부문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최소 68.8%, 최대 75.3%를 줄여야 한다. 전력 부문이 전체 국가 감축 목표의 핵심인 셈이다. 이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전·청정수소 발전 등 무탄소 전원 비중을 대폭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력부문 감축을 위한 핵심 과제로는 △석탄 발전 단계적 감축 로드맵 마련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 완화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제정 △육·해상 풍력 인프라 확충 △차세대 전력망 구축(에너지 고속도로) 등이다. ◇산업 부문: “철강·시멘트·화학, 공정을 바꾸지 않으면 감축 불가" 산업부문은 2018년 대비 24.3~28%를 감축해야 한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은 한국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부문에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효율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연료 전환과 공정 혁신 기술, 자원 순환 확대가 필수라고 제시한다. 다음과 같은 기술과 제도가 필요하다. △철강은 고로(용광로)에서 수소환원 제철로 전환하고 △시멘트는 석회석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배합기술을 확보하고 탄소 포집·저장(CCUS)을 도입하며 △석유화학은 바이오·재활용 원료로 전환하고 △반도체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가스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하고, 기후테크 전략 수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건물 부문: “새 건물은 제로에너지, 기존 건물은 전기화·단열 재시공" 건물 부문은 40.1~56.2%를 줄여야 한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난방·냉방 효율을 높이고, 화석연료 기반의 난방을 전기 사용으로 전환(전기보일러·히트펌프 등)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히트펌프 보급 로드맵을 수립하고, 전용 전기 요금제를 신설해야 한다. 소형 히트펌프에 대한 고효율 설비 인증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나 공공기관 히트펌프 설치 의무화도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후 건물 단열·창호 전면 개선 사업 지원 △지역난방과 도시가스 중심에서 전기식 열 공급 체계로의 전환 등도 이뤄내야 한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을 의무화하고,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등급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수송 부문: “내연기관 차량 퇴장 시간표 필요" 2018년 대비 50.5~62.8%를 줄여야 하는 수송부문은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가속화가 핵심이다. 수송 부문 감축은 자동차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건설기계와 농업기계 등의 전동화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수송 부문의 정책은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 연도 설정 논의 △대중교통 및 자전거·도보 중심의 도시 구조 조정 △전기항공기·수소선박·그린 메탄올 연료 실증 사업 확대 등의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까지는 신차의 70%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채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농축수산·폐기물 부문: “2030년 목표보다 퇴보" 농축수산 분야는 2018년 대비 26.1~29.3%를, 폐기물 분야는 52.6~53.6%를 줄이도록 계획했다. 농축수산 분야에서는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공동 이용시설 설치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폐기물 부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재생원료 사용 의무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2023년 수정한 2030 NDC에는 농축산 부문 배출량을 2030년까지 1800만톤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날 발표한 2035 NDC에서는 배출량 목표가 1950만(60% 감축안)~2040만톤(50% 감축안)으로 2030년 목표보다 더 높게 잡았다. 감축 목표 자체가 퇴보한 셈이다. 폐기물 분야도 2030년 NDC에서는 910만톤이 목표였으나 2035 NDC에서는 920만(53% 감축안)~960만톤(50% 감축안)으로 배출량이 오히려 늘었다. 다만 60% 감축안에서는 900만톤으로 2030년보다 약간 줄어드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흡수 및 제거: 탄소 저장과 이용도 시동 산림 등 신규 흡수원 확충을 위한 규제개선과 부지 확보도 추진하고, 탄소 저장을 위해 목조건축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흡수원을 통해 2035년 기준 연간 3650만~3930만톤의 온실가스를 흡수 제거할 계획을 제시했다. 아울러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포집·이용·저장(CCUS) 부문으로는 2035년 기준 연간 850만~ 2030만톤을 제거할 계획이다. 해외 감축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됐는데, 2035년 기준 2940만~3480만톤을 제시했다. CCUS는 2030 NDC에서는 2030년 기준으로 연간 1120만톤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2035 NDC 중에서 50% 감축안은 850만톤으로 잡아 처리량이 오히려 줄었다. 53% 감축안은 1120만톤으로 2030 NDC와 같았고, 60% 감축안은 2030만톤으로 2030년 계획보다 다소 늘었다. 국제감축도 2030 NDC에서는 3750만톤을 제거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는데, 이번 감축안에서는 2940만(50% 감축안)~3480만톤(60%감축안)으로 줄었다. 개발도상국도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하는 파리 기후협정에 따른 국제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목표에 맞는 시행 세부 설계 서둘러야 2035년 50~60% 감축 목표는 기술적·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도전 과제다. 그러나 기업의 탄소 규제 강화, 국제 공급망의 친환경 전환,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을 고려하면, 감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국제 사회의 감축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부문별 감축 목표를 법·제도로 명확화 △기술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자 △지역·산업·소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전환 지원 정책 등 세 가지다. 탄소중립은 '환경 보호'가 아니라 경제 경쟁력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 감축안을 발표한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관은 “이번 국가감축 목표는 기후위기의 시급성·절박성, 전 지구적 책임 이행, 그리고 경제성장 한계 극복, 새로운 일자리·비지니스 창출 등을 모두 고려해서 마련한 것"이라며 “이 같은 녹색 전환을 통해 성장 기회로 삼자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축안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며, 정부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통해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 좌장을 맡은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경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60% 감축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감축안도 도전적인 목표"라면서 “2035년 이후에 감축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만큼 2035년 이전보다는 2035~2040년 에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원경제학회 세미나] 산업 탈탄소화, 경제성 있는 수소 확보가 관건…“수소고속도로 필요”

AI와 전력 대전환 시대를 맞아 산업 탈탄소화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마지막 퍼즐'로 부상했다. 에너지와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이 아니라 원료가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었다. 6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자원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난(難)감축 산업(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의 탈탄소는 결국 안정적인 청정 연‧원료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의 54%가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며, 그중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기초소재산업이 핵심"이라며 “산업구조상 탈탄소화는 단순히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산업 생태계 전체의 구조개편 과제이다. 2035 NDC가 제시하는 선형적 감축경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EU와 미국은 탄소중립을 산업재편의 성장전략으로 보고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과 전환금융 등 지원책을 앞세우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술과 제도 간 불일치로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우리 산업은 고효율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추가 감축의 한계비용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탈탄소화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연료·원료 전환 비용을 흡수할 금융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친환경 원료 공급체계의 중요성' 발표에서 “難감축 산업은 결국 연료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저탄소 철강, 저탄소 플라스틱 크래킹, 저탄소 시멘트, 저탄소 암모니아 합성 등 핵심 공정이 모두 안정적 청정수소 공급망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한국형 유동환원로 기반)을 예로 들며 “그린수소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증이 완료돼도 상용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코가 2050년까지 연간 300만톤의 수소가 필요하다고 전망하는데, 현행 청정수소 공급능력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수소고속도로' 구축과 원전수소(Pink Hydrogen) 활용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수소고속도로'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동해·남해·서해 등 3개 권역에 청정수소 생산기지와 배관망을 구축해 산업·발전·도시가스를 잇는 국가급 인프라를 만드는 방안"이라며 “철강·석화·천연가스 혼입 등으로 연간 1억톤 이상의 CO₂ 감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수소 인프라 구축은 지방소멸 대응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며 “전남·경북·충남 등 고위험 지역에 산업단지·창업 생태계를 결합하면 일자리 1만 개 이상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은미 연구위원은 발표를 마치며 “산업 탈탄소화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탈탄소 기술을 단순히 규제대응 수단이 아니라 신산업 성장동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산업 간 융복합, 순환경제, 전환금융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산업전환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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