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국토교통위 국감 소환 CEO, ‘안전·갑질’ 타깃 될듯

오는 10월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단순한 연례행사를 넘어 공공 안전과 시장 질서, 국가 기간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현안들이 공론화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삼성SDI·카카오모빌리티·다원시스·현대로템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증인으로 줄줄이 소환되고 이들의 증언에 따라 각 기업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규제 환경과 정책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위는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피감 기관들과 일반증인 26인과 참고인 5인에 대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국감장에는 제주항공·삼성SDI·카카오모빌리티·다원시스·현대로템 등 각 회사 대표이사들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위 국감은 표면적으로는 개별 기업의 문제점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형 참사 이후의 기업 책임과 사회적 신뢰 회복(제주항공) △첨단 기술의 안전성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유지(삼성SDI) △플랫폼 독점의 공정성 문제와 규제 공백(카카오모빌리티) △공공 조달 시스템의 부실과 공급망 붕괴(다원시스·현대로템)라는 구조적 과제들을 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9일 태국 방콕을 출발해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외벽과 충돌 후 화재가 발생, 탑승자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 초기에 한 탑승객이 보낸 메시지를 근거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고장이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됐다. 김이배 대표는 사고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부의 원인 규명에 대한 전적인 협조 및 유가족 지원을 약속하며 신속한 위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참사의 규모가 워낙 큰 만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공식 조사에 착수하고 경찰이 김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등 사태는 단순 사고를 넘어섰다. 유가족들은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의 퇴역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공개적인 시위를 벌이는 등 사측의 대응과 별개로 진상 규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편 사고의 근본 원인이 항공사가 아니라 무안공항의 짧은 활주로 양단에 위치한 콘크리트 구조물 등 공항의 물리적 설계 결함이 사고를 유발했거나 피해를 키웠다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는 김 대표의 책임을 일부 분산시킬 수 있는 방어 논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감의 칼날을 공항 건설과 관리를 감독하는 국토교통부로 향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국감은 제주항공에 대한 책임 추궁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는 리튬 배터리 화재 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 관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화재 39건 중 15건이 삼성SDI 제품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현재 미국에서도 다수의 제품 책임 소송에 직면해 있다. 국내외에서 제기된 안전성 논란은 최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배터리 슈퍼 사이클'의 도래를 역설하며 성장을 독려하는 내부 메시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최 대표의 국감 출석은 삼성SDI가 직면한 '성장 지향적 내부 비전과 외부의 안전성 리스크 사이의 전략적 부조화'와 '화재 사고의 성격을 둘러싼 '개별 사고' 대 '시스템 결함'의 프레임 전쟁 등 두 가지 딜레마를 공론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개별적인 제조상의 결함인지, 배터리 셀 설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고 해외 시장에 수출되는 제품과 내수용 제품 간에 안전 및 품질 관리 기준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예상된다. 울러 국토위원들은 연구·개발(R&D) 예산이 에너지 밀도 향상이나 원가 절감에 비해 '안전성 강화'에 얼마나 투입되고 있는지 집중 추궁하며 기업의 경영 우선 순위를 검증할 수도 있다. 국토위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택시업계 독과점 등과 대중교통 혁신 의혹 회복 방안 마련 등 포괄적인 사유로 국감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알고리즘 조작 논란과 부당 수수료 징수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의 모든 사업 방식이 '이용자 편의 증진'에 기여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가맹 택시를 우대하는 알고리즘 역시 배차 성공률을 높여 결국 승객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플랫폼과 무관한 '배회 영업'에까지 수수료를 부과한 사례는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길에서 직접 태운 승객에게서 발생한 매출에 수수료를 매기는 행위는 소비자에게 어떠한 추가적인 편익도 제공하지 않는, 순수하게 택시 기사로부터 가치를 이전받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적이고 법적으로 내세워 온 가장 강력한 방어막을 허무는 결정적인 균열이 될 수 있어 국토위원들은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공격할 수 있다.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이사는 철도 차량 제작·납품 지연,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철도 차량 입찰 담합 문제로 국감 증인석에 선다.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두 CEO의 소환은 국내 철도 산업을 지배해 온 담합 카르텔의 실상과 그로 인해 파생된 공급망 붕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는 개별 기업의 비리를 넘어 국가 기간 산업의 조달·감독 시스템 전체가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국토위는 두 CEO를 한자리에 세워 담합과 부실의 연결 고리를 파고들 전망이다. 가장 폭발력 있는 질문은 박 대표에게 향할 사라진 588억원의 행방이 될 것이다. 선급금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명확히 밝히라는 집중 압박을 받게 될 것인 만큼 불성실한 답변은 즉각적인 형사 고발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로템의 경우 리니언시의 윤리성에 관해 담합을 주도한 회사가 법 제도를 이용해 금전적 처벌을 완전히 회피한 결과의 부당함이 거론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은 법의 제재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국회예산정책처, 수송분야 탄소 감축 위해 탄소세 도입 제안

국회예산정책처가 수송 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 조세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탄소세 도입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약 9390만톤 감축했으나,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로 1억2700만톤의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송부문의 경우 2018년 이후 감축 실적이 1.7%에 그쳐 저조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탄소 감축에 효과적인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휘발유 대비 경유 세율 비율(탄소배출량 기준 환산 시 51.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60~80%)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탄소가격 기능이 약화돼 있다는 평가다. 조세 지원 측면에서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지원이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 보급 성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021년 10만대에서 지난해 14만7000대로 1.5배 증가에 그쳤고, 올해 6월 기준 전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 중 전기·수소차 비중은 3.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기 위한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행 유류세 중 기후대응기금에 배분되는 7%에 탄소배출량을 연동한 세율(탄소세율)을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 경우 초기 탄소가격은 톤당 약 1만6500원으로 추정됐다. 나아가 톤당 1만6500원 수준의 탄소가격을 2035년까지 국제 평균 수준인 6만7200원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수송 부문 배출량은 기준선 대비 2026~2035년 10년간 약 4.8% 추가 감축되고, 같은 기간 세수는 총 13조7000억 원(연평균 1조37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탄소세는 단기적으로 무공해차 확산에 따른 세수 공백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배출 비용을 높여 감축 유인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연료비 상승은 기업의 물류비·운영비를 높여 부담을 키울 수 있고, 이 비용의 일부가 최종가격에 전가돼 가계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세 수입은 무공해차 전환, 충전 인프라 확충, 저소득층 유류비 부담 완화, 경유차를 이용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전환 이행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합리적 세율체계 마련 △저탄소 투자 및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지원 강화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제도와 세제의 보완적 연계 강화 등의 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지난 24일 개최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유럽연합(EU)처럼 오는 2035년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수송 부문의 감축안 중 하나로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반도 평균기온 4.2℃도 오르면 멸종위기 어류 19종 사라져”

2080년까지 한반도 평균 기온이 4.2℃(도)로 상승하면 멸종위기 어류 중 19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2080년까지 평균기온이 4.2도로 상승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가 실제로 적용될 경우,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어류 28종 가운데 19종이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19종은 부안종개, 한강납줄개, 가는돌고기, 가시고기, 감돌고기, 꺽저기, 꾸구리, 돌상어, 둑중개, 묵납자루, 미호종개, 새미, 어름치, 연준모치, 열목어, 큰줄납자루, 퉁사리, 한둑중개, 흰수마자이다. 이 중에 부안종개 등 13종은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에서 축적한 생물분포 조사 자료를 비롯해 기상청, 국토정보플랫폼 등에서 제공한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이번 분석에 활용했다.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에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2021년 8월에 제시한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가 적용돼있다.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는 208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3년 기준 37.8기가톤(GtCO2)의 3배 이상인 약 129.5기가톤(GtCO2)으로 전망했다. 이 시나리오 대로 진행되면 국내 평균 기온은 약 4.2℃ 상승한다. 연구진은 이 시나리오로 진행되면 2050년에 가시고기, 부안종개, 한강납줄개가 먼저 사라지고, 2080년에 흰수마자, 열목어, 어름치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저탄소 배출 시나리오(SSP1)'로 진행될 경우 208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3.4기가톤(GtCO2)으로 줄어들어 2080년에도 이번 분석 대상 멸종위기 야생생물 어류의 93%(26종)가 생존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류시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다양성보전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다양한 기관이 장기적으로 수집한 국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기후변화가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안전대상 은탑산업훈장에 이흥복 통영에코파워 대표

가스안전 및 가스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포상하는 '제32회 대한민국 가스안전대상'이 29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정관)가 주최하고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가스안전관리에 공헌한 100명의 개인과 3개 단체에게 은탑산업훈장 등 정부포상(13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25점)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상(65점)이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통영에코파워 주식회사 이흥복 대표이사가 국내 최초 천연가스 수급체계를 민관 통합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설비건정성 확보를 통해 무재해·무사고를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 훈격인 은탑산업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성산기업 권찬용 대표이사는 40여년간 열교환기와 산업기기 제작에 헌신한 점을, 삼천리 김원중 전무이사는 저탄소에너지의 보급 확대, 취약계층에 대한 편의개선 및 가스안전 홍보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이날 한국가스안전공사 박경국 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확산과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 속에서 안전관리 패러다임 역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안전관리 확대 △수소 안전관리 강화 △탄소중립 시대의 안전 리더십 확보 △규제 혁신과 산업경쟁력 강화 병행 등을 제시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30일 전국 곳곳 소나기…일교차 10도 안팎

오는 30일 수도권 내륙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권, 경북권에는 낮부터 저녁 사이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소나기에 의한 예상 강수량은 5mm 미만이다. 29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14∼19℃(도), 낮 최고기온은 23∼27도로 예보됐다. 당분간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도 안팎으로 크게 나타난다. 전국은 대체로 흐린 날씨를 보이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성우 시평]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함의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매년 9월 미국 뉴욕에서 UN총회와 함께 열리는 '기후주간(Climate Week NYC)'가 어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로이터는 행사 시작 직전인 20일(현지시각) 역대 최다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진행되는 행사가 지난해 보다 10% 늘어난 10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는 2009년부터 유엔 총회 기간에 맞춰 열리는 세계 최대 민간 주도의 기후행사로, 각 국가의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시민사회가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다양한 글로벌 기후정책 및 시장 변화를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자도 트럼프 1기 시절 KPMG 기후부문 아시아태평양 대표 및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이사 자격으로 여러 차례 발표 및 토론에 참여했었다. 올해는 기후변화 심각성이 가중되면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미국의 반기후 정책 기조가 교차하는 가운데, 기후주간내 UN 기후 정상회의에서 발표되는 NDC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에 시선이 쏠렸다. 이는 각 국이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개최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에서 협상할 내용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5년까지 고점 대비 7∼10% 감축하겠다고 밝힌 것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전세계 온실가스의 30%를 넘게 배출하는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원단위 감축이 아닌 절대량 감축 수치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또한,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 중 화석연료 비중을 30% 이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이를 위해 풍력·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을 2020년 수준의 6배 이상으로 늘리고,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가 신규차의 주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목표가 지구를 살리기에 충분한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등 청정기술 시장확대와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정산업 육성 및 글로벌시장 확대가 아니라면 디플레이션 압력 등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굳이 기후정책 목표를 강화할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가 정한 2035년 NDC 제출 기한인 9월24일을 맞추지 못했는데, 이는 2035년 NDC와 연동되어 있는 2040년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1990년 대비 90% 감축) 대해 회원국들간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EU는 2035년 NDC를 확정하진 못했지만, UN 기후 정상회의를 통해 의향서(Statement of Intent) 수준의 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그 범위는 1990년 대비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6.3~72.5% 감축하는 것이다. 잠정 합의된 수치라도 72.5% 감축은, 러·우 전쟁 및 대미 협상 등 정치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도전적인 수치다. 이는 글로벌 기후리더십과 청정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에너지 가격안정화 및 안보도 달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필자가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린 청정산업 협력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에 기반한다. 이처럼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해 미국은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구조상 감축이 쉽지 않은 중국이나 회원국간 이견이 많은 EU가 강화된 감축 목표를 국제 사회에 발표한 이유는, 이를 산업정책과 연계해 자국내 청정산업 육성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기후리더십을 강화해 글로벌 청정산업을 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세계자원연구소(WRI)는 EU, 중국 등 주요 배출국들의 목표가 글로벌 배출량 격차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제출된 NDC들이 이행돼도 2035년까지 14억톤 추가 감축에 그쳐, 지구 온도를 1.5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최소 260억톤 이상은 더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어쩌면 중국과 EU는 자신들이 리드하는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정책이 잘 연계될 경우, 국제사회가 더 줄여야 할 260억톤은 자신들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가장 많이 이 기술을 사야 하는 국가는 지금 감축을 뒤로 미루는 국가일 것 같다. 김성우

[기후 리포트] 호수 수위 낮아지는 파나마 운하…물류를 위협한다

세계 해상 물동량의 3~5%를 처리하는 파나마 운하가 기후변화와 강대국 갈등이라는 이중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2023년 기록적 가뭄으로 선박 통행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까지 겹치며 운하의 안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 물동량 반토막…수치로 드러난 가뭄 충격 2023년 파나마 운하의 핵심인 가툰(Gatún) 호수 수위가 크게 내려가면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파나마운하청(ACP)에 따르면 평상시 하루 36~38척이던 통과 선박이 2023년 12월에는 18척까지 줄었다. 통과 척수 축소는 단순한 물류 지연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 직격탄이 됐다. 서울시 면적의 70% 수준인 가툰 호수는 배가 다니는 수로이면서 운하 갑문 작동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호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통상 50피트(15.24m)였던 선박 흘수 제한이 44피트(13.41m)로 강화됐고, 선박당 적재량은 10~15% 감소했다. 흘수(draft)는 선박이 물에 떠 있을 때 선체 바닥에서 수면까지의 수직 거리를 말한다. 선박은 흘수, 즉 물에 잠기는 깊이가 안전 수심보다 깊으면 바닥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운하 당국은 최대 허용 흘수를 제한한다. 흘수가 얕아지면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도 줄어들어 적재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2021년 평균 3.1일이던 운하 진입 대기 시간도 2023년 8월에는 9.8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일부 선박은 통과 슬롯 확보를 위해 최대 400만 달러(약 55억 원)를 추가 지불해야 했다. 운하 전체 물동량은 2023회계연도 기준 5억 1100만 톤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7% 감소한 수치다. 운하 수입은 33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로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한다. ◇ 21세기 말 '건조 운하' 현실화하나 과학자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연구팀은 최근 고해상도 기후모델로 파나마 운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 21세기 말 가툰 호수의 연간 최저 수위는 평균 25.2m로 떨어져, 과거(25.5~25.8m) 변동 범위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고배출 시나리에서는 특히 '10년에 한 번' 발생하던 저수위 극한 현상(수위 1m 이상 저하)의 발생 주기가 대폭 짧아질 전망이다. 반면 저배출 시나리오(SSP1-2.6)에서는 수위가 과거 수준을 대체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온실가스 감축이 운하 운영의 안정성과 직결됨을 시사한다. ACP는 위기 대응책으로 기존 철도·도로를 활용하는 '건조 운하(dry canal)'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를 들여 인디오 강에 신규 댐과 저수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수천 명 주민의 이주 문제와 생태계 파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갑문 용수 재활용 시스템은 수위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가툰 호수의 염도를 2020년 대비 7배 이상(0.05 → 0.35ppt) 높일 것으로 예상돼 식수 공급과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 미·중 갈등, 운하의 지정학 리스크 확대 기후 위기와 더불어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중국이 운하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1999년 미국에서 파나마로 운영권이 이양된 이후 최대 외교적 파장을 낳았다. 트럼프의 표적은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운영하는 발보아·크리스토발 항만이다. 파나마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단 1㎡의 영토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고, 수도에서는 트럼프 얼굴을 불태우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CK허치슨의 항만 운영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중국은 “해양 패권에 굴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운하가 미·중 신냉전의 전장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 한국 경제에도 파급효과 파나마 운하는 한국에도 중요한 물류 경로다. 전체 한국 해상 수출입 물량의 5~6%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 미국 동부와 남미로 향하는 자동차·철강 제품은 대부분 파나마 운하를 경유한다. 통행 제한이 장기화되면 대체 항로(남아메리카 최남단 우회)로 최대 2주 이상 운송 기간이 늘어나 물류비가 30~40% 상승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LNG·원유 일부도 파나마 운하를 통한다. 통행 지연 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운임은 이미 2023년 가뭄 때 평균 20~30% 올랐고, 일부 구간은 2배 이상 치솟았다. 이는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물류 다변화 전략 수립을 제안하고 있다. 북극항로와 멕시코 횡단 철도, 미국 서부 항만 등 대체 루트 활용 가능성을 본격 검토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장기 물류 계약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선사와 장기 운송 계약을 늘려 운임 급등 시 충격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국가 전산망 마비에 ‘배터리·ESS 화재 취약성’ 또 화두

지난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센터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사건으로 국가 전산망이 마비됐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정책 방향으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력 공급의 간헐성 보완책으로 ESS 설치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ESS 대부분이 리튬이온 배터리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과 같은 화재 사고가 반복될 경우 주민 수용성 악화 및 보급 속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에 사용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불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진화에 무려 22시간이 소요됐다. 이 기간 동안 정부 전산망 상당수가 정상 작동하지 못하는 등 피해는 광범위했다. 소방당국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물에 담가 냉각시키는 방식 외에는 진화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화재 대응의 어려움은, ESS에 대한 근본적 신뢰성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ESS 설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9년까지 2.22GW, 2038년까지는 23GW 규모의 장주기 ESS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국회에 보고된 제6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목표를 78GW에서 100GW로 상향해야 하며, 2035년에는 최대 160GW 이상의 설비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ESS 같은 유연성 자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학계 역시 ESS 확대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고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6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총 137GW(태양광 72.3GW, 풍력 64.7GW)까지 확대하려면 변동성 대응을 위한 ESS 용량도 현재 4.4GW에서 30GW까지 늘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ESS나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 6월까지 ESS 관련 화재는 총 55건에 달한다. 배터리 관련 화재만 보더라도 △2020년 292건 △2021년 319건 △2022년 345건 △2023년 359건 △2024년 543건으로 매년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296건이 발생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이미 △빛 반사 △저주파 소음 △토양·수질 오염 △철새 서식지 훼손 등으로 인해 주민 수용성이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ESS 화재 위험까지 부각되면서, 향후 지역사회 반발과 민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AI로 초단기·초정밀 기상예측…재난 피해 막고, 신사업 창출 기회

기상청이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해 기상예측 기간을 6시간 단위로 단축하고, 지역단위도 시·군·구보다 더 좁혀도 예측 정확도를 높게 유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기후 재난 피해를 막고, 신사업 창출 기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기상청은 24~26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세계기상기구(WMO)와 함께 'AI 초단기예측 시범사업(AINPP) 세미나'를 열었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에 'AI 3대 강국 도약'을 명시해 왔으며, 기상청·국립기상과학원도 이에 발맞춰 예보 전 과정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기상청은 초단기 예측 모델을 올해 5월부터 현업에 활용 중이며, 14일 이상을 내다보는 중기 AI 예측 모델은 2029년까지 개발을 추진한다. 초단기·단기 영역에서는 국지호우·돌발강풍 등 재난 기상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 시간을 벌고, 중기 예측에서는 대기 순환·해수면온도 패턴을 학습한 AI가 전통 수치예보와 결합해 정확도 개선을 돕는 방향이다. 이번 포럼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W4ALL)' 이행을 뒷받침할 목적에서도 기획됐다. 유키 혼다 WMO 통합처리·예보시스템 과장은 기자회견에서 “AI 개발은 민·관·학의 협력 과제"라며 “각국 기상청은 '적시에 경보를 발령해 생명을 구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고, 국제 협력의 원칙(제네바 합의)을 지키며 기술을 공유·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며 단시간 내 정확한 기상 변화 예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50㎜ 이상의 극한 호우가 관측돼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AI는 재난 대비를 넘어 데이터 기반 사업로도 이어지고 있다. AI를 통해서 시군구 단위의 평균 기상 예측이 아닌 좁은 지역에 대한 날씨 전망도 가능해질 수 있다. 데이비드 존 가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리더는 “미국에서도 최근 수년에 걸쳐 에너지 트레이더와 같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상산업 스타트업들이 굉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AI를 활용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과 기상산업기술원이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개최한 '기상기후산업대전'에서는 AI 관측·예측 장비로 특정 공사 현장의 열지수와 강풍 위험을 사전 경보해 작업자 안전을 높이거나, 태양광 발전소 인근 일사량 변화를 추적해 발전량을 예측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CCTV 영상 AI를 통해 한 구(區)를 수십개 격자로 세분화해 '골목 단위' 농도를 실시간 지도 형태로 제공, 취약계층 이동 동선에 바로 반영하는 서비스도 가동 중이다. 화웨이,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도 이번 세미나에서 각사의 AI 예보 모델을 소개하며 한국 기상청과의 협업 의지를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블루수소 외면, 수소경제의 선순환도 멈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사용 강제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 면에서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인프라 확충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아직 경제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블루수소를 배제하고 그린수소만을 인정한다 해도, 수소 생태계의 성장은 지체되고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를 인위적으로 구분해 차별하는 정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이런 조치들이 결국 값싼 중국산 그린수소 수입을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디젤 차량에 필수적인 요소수 공급이 중국 수출제한에 막혀 국가적 혼란을 겪었던 기억을 떠오른다. 어떠한 상품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활용을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저탄소 경제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 수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충전소, 생산시설, 운송망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수소차와 연료전지의 수요가 늘어나고, 확대된 수요는 다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초기 투자비용은 막대하고 단기 수익성은 낮아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과도기에서 블루수소는 반드시 거쳐야 할 가교적 대안이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가 충분히 확대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천연 혹은 부생가스 개질에 CCUS(탄소포집·저장기술)를 접목한 블루수소로 공급을 늘리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다. 특히 한국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 입장에서, 제철·석유화학·정유 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함께 발생하는 부생가스(by-product gas)는 정말 보물이나 다름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가 각광받는 시대에서, 한국을 산유국 같은 자원 부국으로 만들어줄 유일한 수단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소경제를 향한 마중물로서의 블루수소는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인프라 가동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 수단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도 2030년까지 국내외 탄소저장소 확보를 전제로 연간 75만 톤의 블루수소 생산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고, 주요 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대규모 플랜트를 추진해왔다. 물론 최종 목표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 생산 방식이 좋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린수소만을 고집하는 것은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국내 수소 연관산업 생태계의 싹을 잘라버릴 위험이 크다. 아직 생산 단가가 높은 그린수소에만 정책이 집중된다면 자연히 관련 민간 투자는 움츠러들고, 인프라 확장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국제 경쟁이다. 중국은 이미 막대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바탕으로 값싼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만약 한국이 과도기를 버티지 못한 채 성급히 정책적으로 그린수소만을 고집한다면, 결국 값싼 중국산 수소에 전면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주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수소경제의 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값싸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절실하다. 이전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초기에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생수소와 천연가스 개질 수소에 의존하되 민간의 대규모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라도 했었다. 주요 기업들로부터 2030년까지 43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고,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과 세제 혜택, 정책금융을 결합한 인센티브 패키지로 화답했다. 수소 기술을 신성장 산업으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저리 융자와 보증을 제공했으며,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 지원과 안전기준 정비에도 나섰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가 공언한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는 절반 수준에 그쳤고, 도심은 규제와 주민 반발로 설치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낮은 수요로 인한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 정부가 설치보조금과 운송 지원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2019년부터 추진한 개질 기반 생산기지 10곳 중 2021년까지 완공된 곳은 단 한 곳뿐이었고, 그마저도 후속 생태계 조성 미비로 기업들의 기존 투자가 모두 매몰비용으로 취착될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상당 부분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으며, 산업 생태계는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보조금에 연명하는 구조만 남겼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실무자 관점에서 수소 인프라 투자는 철저히 정책 리스크와 경제성에 의해 좌우된다. 과거 정부의 경험은 분명하다. 초기 판을 정부가 깔아줄 수는 있지만, 민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투자의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앞으로 정부는 일관된 정책 신호와 보조금의 효율적 운용으로 민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선은 블루수소를 사용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운영비 지원 제도를 확충하며, 중국 의존 최소화를 위한 국내 자급률 목표 설정 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수소경제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종민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