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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폭염과 가뭄의 악순환…그 치명적인 사슬

올여름 한반도는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25.7℃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의 폭염일수(낮최고기온 33℃ 이상)는 28.1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강원도 강릉에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강원 영동 지역은 올여름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다. 여름철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저다. 가뭄은 점차 다른 지역까지 번져나갈 기세다. 지난 4일 환경부는 안동·임하댐의 가뭄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다목적댐 가뭄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뉘는데 강원도 삼척·정선·태백에 물을 공급하는 광동댐도 곧 가뭄단계가 '주의'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가뭄단계가 '관심'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구 온난화가 가뭄과 폭염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들이 서로를 부추기는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 가뭄(flash droughts)'은 극심한 폭염과 결합할 때 그 피해가 훨씬 커지고, 폭염 역시 가뭄으로 인해 더욱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원대 전자⋅AI시스템공학과 김병식 교수는 강릉 지역의 가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27일과 7월 25일을 전후해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tandardized precipitation evapotranspiration index, SPEI)'가 급감, 돌발 가뭄이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고 7일 본지에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심각한 돌발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뭄과 폭염이 어떻게 서로를 증폭시키며,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가뭄이 폭염을 악화시킨다 가뭄은 폭염의 강도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토양 수분 부족이 지표면의 에너지 분배 방식을 변화시킨다. 일반적으로 토양에 수분이 충분할 때는 증발산(evapotranspiration)을 통해 많은 양의 '잠열(latent heat)'이 대기로 방출된다. 잠열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열(에너지)을 말하는데, 수증기를 만드는 데 에너지가 투입되면서 주변은 온도는 오히려 내려간다. 그러나 가뭄으로 인해 토양 수분이 고갈되면, 식물은 잎의 기공을 닫아 증산 작용을 줄이고, 토양 자체의 증발도 감소한다. 이로 인해 잠열의 방출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sensible heat)의 형태로 에너지가 지표면과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수분이 부족할 때 방출된 에너지(현열)는 그대로 주변 공기를 끌어올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온도가 더욱 가열되어 폭염이 심화된다. 이를 '토양 수분-온도 결합(soil moisture-temperature coupling)' 또는 '육지-대기 피드백(land-atmosphere feedback)'이라고 부른다. ◇온난화가 가뭄 피해를 키운다 1901년부터 2022년까지의 고해상도 전 지구 가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지난 6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뭄 심각성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뭄 심화의 핵심 동력은 바로 '대기 증발 수요(atmospheric evaporative demand, AED)'의 증가다. AED는 대기 조건(온도·습도· 바람·일사량 등)에 의해 잠재적으로 증발산될 수 있는 물의 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지닐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AED가 증가하면, 토양과 식생으로부터의 증발이 촉진돼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AED의 증가는 전 지구적 가뭄의 심각성을 평균 40%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가뭄 피해 면적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5년간(2018-2022년) 전 세계 가뭄 피해 면적은 1981-2017년 대비 평균 74% 확장됐고, 이 중 58%가 AED 증가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2년은 기록적인 해로, 전 세계 육지 면적의 30%가 중간 정도 또는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받았다. 이 중 42%가 AED 증가 때문으로 지목됐다. 유럽의 경우 2022년에는 육지 면적의 82%가 가뭄을 겪었는데, 50%는 중간 정도 혹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는 강수량이 35% 줄어든 것과 AED가 40% 증가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호주, 북아메리카 서부 및 남아메리카의 건조 지대에서는 AED가 가뭄 추세에 최대 65% 기여하는 등 그 영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아프리카는 가뭄 추세의 44%, 호주는 51%에 AED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가뭄의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고리 최근의 상황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더위를 낳고 극심한 더위는 가뭄을, 가뭄이 다시 폭염을 부추기는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돌발 가뭄이 발생하는 것은 강수량 부족과 더불어 극심한 더위로 인한 AED 증가가 토양 수분을 빠르게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대기기후과학연구소는 지난 6월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돌발 가뭄을 폭염 관련성에 따라 구분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compound heat flash droughts, CHFDs)'은 극심한 더위를 동반하는 돌발 가뭄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非) 폭염 돌발 가뭄(non-heat flash droughts, NHFDs)'으로 분류했다. NHFDs와 비교했을 때 CHFDs는 피해 정도가 최대 90.8% 더 심각하며, 회복 시간도 8.3%에서 최대 114.3% 더 길다고 보고됐다. CHFDs는 증발산이 심하고 토양 수분을 극심하게 고갈시키는 특징을 지닌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뭄으로 인해 건조해진 토양은 지표면 냉각 효과를 감소시켜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도 한다.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면 잠열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 형태로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지표면 근처 공기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는 온도가 더 상승하고 AED가 더 높아지는 '양(+)의 되먹임 루프(positive feedback loop)'를 형성해 가뭄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2023년 여름 중국 북부 폭염-가뭄 사례 2012년 미국, 2010년 러시아, 2015년 남아프리카, 2018년 호주 동부, 2022년 중국 남부 등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이 농업 및 사회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지구의 미래 (Earth's Fu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뭄-폭염 상호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2023년 여름 중국 북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 사례다. 2023년 6월 22~24일 이 지역의 일(日)최고기온은 35°C를 넘어섰고, 64년 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 폭염은 대기 순환(이상 고기압)과 토양 수분-온도 결합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3년 폭염이 발생하기 전, 5월부터 6월 초까지 중국 북부의 누적 강수량은 1979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러한 이른 건조한 토양 조건은 육지-대기 되먹임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상 고기압으로 인한 하강 기류가 공기를 가열하면서 폭염이 촉발됐고, 이에 건조한 토양은 증발 냉각을 감소시키고 현열 방출을 증가시켜 폭염의 강도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표층 열 방출 증가 → 총 구름량 감소 → 토양 수분 증발 강화 → 잠열 방출 감소 → 현열 방출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물리적 과정으로 설명된다. ◇돌발 가뭄 피해 국내 사례도 국내에서도 2022~2023년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은 돌발 가뭄으로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강원대 김병식 교수팀은 최근 한국방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강원도 지역의 11개 기상관측소의 2015~2024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발가뭄과 일반가뭄의 발생특성을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39회의 돌발가뭄과 96회의 일반가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강원도 지역의 돌발가뭄은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해안지역보다는 내륙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되는 것이 분석됐다. 김 교수는 4주 이내에 SPEI가 -2 이상 급감하고 최종 지수가 -1.5 이하에 도달하는 경우를 돌발 가뭄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돌발 가뭄의 발생이 기상학적, 증발산 조건 그리고 지형특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생태계 및 식량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 폭염과 가뭄의 연쇄 작용은 전 세계 생태계와 식량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은 생태계 생산성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경작지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져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은 식생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탄소 흡수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토양 수분 고갈과 산림 화재 증가, 나무 고사 등의 현상으로 이어진다. 농작물의 주요 성장 시기와 가뭄이 발생하는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작물은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에는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농업 위험은 지난 수십 년간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 크게 증가했는데, 중국·인도·인도네시아와 같은 취약 국가들이 복합 폭염 돌발 가뭄 발생 가능성 증가로 인한 인구 및 농업 위험에 직면해 있다. ◇돌발 가뭄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기온 상승에 따른 대기 증발 수요(AED)의 증가는 미래의 온난화 시나리오에서도 심각한 가뭄을 유발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가 지금 추세로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2023년 중국 북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온도가 '일상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대로 중국 북부의 경우 세기 말에는 육지-대기 결합의 영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없지는 않다. 이는 동아시아 여름 몬순 시기에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토양 수분도 증가해 육지-대기 결합의 강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근에 발표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미래에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비가 시급함을 강조한다. 수자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계 회복력을 높이면서, 더 나은 사회경제적 및 환경적 적응 조치 등을 강구해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가뭄에 취약한 경작지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사고] 제10회 대한민국 기후경영대상 수상자 발표

제10회 기후경영대상으로 외교부장관상 한국산업은행, 환경부장관상 (주)이브자리와 (재)인천테크노파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주)파인네스트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기후경영대상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외교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며 신기후체제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고, ESG 실천 및 기후경영 실천 전략을 통해 탁월한 경영 성과를 거둔 기업 및 기관을 선정하고자 마련된 상이다. 시상식은 오는 11일(목) 14:00에 갖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탄생하면… ‘계’에서 출발해 거대부처로 팽창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 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1962년 2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한 발언이다. 울산 공업탑에도 새겨져 있는 이 말은 당시 한국인들이 그린 미래 모습이었다. 인구증가와 도시화, 산업 발전으로 '공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7년 2월 1일 보건사회부 위생국에 '환경위생과'를 설치해 공해 문제를 담당하게 했다. 환경위생과의 '공해계'가 지금 환경부의 모태다. 이 작은 '계'가 지난 58년 동안 '검은 연기'를 잡으며 거대 조직으로 끊임없이 성장했다. 7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포함됐다. 산업자원통상부의 에너지 업무까지 환경부가 맡게 되는 것이다. 정부 내 환경 조직은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다시 50년 전 보사부 시절로 돌아가면, 1975년 8월 보사부 내 위생국이 환경위생국으로 이름을 바꿨고, 대기보전과와 수질보전과도 생겼다. 1977년 3월에는 환경관리실로 확대됐다.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잡았던 1980년 1월 정부는 보사부 내에 환경관리관실을 보사부 외청인 환경청으로 승격, 독립시켰다. 10년이 지난 1990년 1월 환경처로 확대됐고, 조경식 초대 장관이 부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년여 뒤인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오염사고가 발생했고, 한 달 뒤 또다시 페놀이 유출되는 사고로 당시 허남훈 장관과 한수생 차관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시련도 겪었다. 1994년 초 다시 낙동강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하면서 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1994년 5월 당시 건설부와 보사부가 갖고 있던 수돗물 수질 관리와 지방상수도 업무를 환경처가 넘겨 받았다. 이처럼 환경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1994년 12월에는 환경처에서 환경부로 개편됐다. 부로 승격되면서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정치적 더 큰 위상을 갖게 됐고, 훈령·규칙보다 더 강한 부령(部令)도 제정할 수 있게 됐다. 1998년에는 국립공원 관리 업무를 내무부로부터, 야생동물 관리 업무를 산림청에서 넘겨받았다. 대신 해양 환경 업무은 1996년 해양수산부로 넘겨줬다. 2008년에는 잦은 오보로 기상청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눈 밖에 났는데, 이 바람에 기상청이 과학기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게 됐다. 지난 2018년 환경부는 오랜 숙원이던 수자원 보전·이용 및 개발 기능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이관받았다. 홍수 등 하천관리와 광역상수도 업무까지 환경부가 담당하게 되면서 물관리 업무 일원화가 마무리됐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총괄·운영 기능도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이제 이재명 정부에서 에너지 분야까지 넘겨받게 되면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거대 부처가 될 전망이다.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기후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따로 떼내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산지에, 바다에, 농지에 풍력 터빈과 태양광 페널을 설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부처 내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송전망 건설도 과제다. 지금까지 산업부의 에너지 안보 정책과 환경부의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이 서로 맞서면서 균형을 맞춰 왔는데, 한 부처로 합쳐지게 되면 자칫 한쪽으로 기울어질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브레이크 기능이나 엑셀러레이터 기능이 상호 다른 역할을 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맞춰야 사고 없이 달려가는데,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정권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땨라 다른 한쪽은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의 하천관리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와 수질·수자원 업무가 통합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전국 곳곳에 댐을 짓겠다고 나서는 등 수자원 문제에 너무 치우치면서 개발부처로 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처 정체성 위기를 겪기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영향평가 등 심판을 맡아야 할 부처가 개발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야 했다. 한편, 환경부 예산은 1997년에는 1조802억원으로 정부 예산 대비 1.1% 수준이었는데, 20년 전인 2005년에는 2조8557억원, 정부 예산의 1.71%로 늘었다. 10년 전인 2015년에는 환경부 예산이 6조 7183억 원으로, 정부 예산의 1.79%를 차지했다. 올해는 환경부의 2025년 예산 규모(예산안 기준)는 약 14조 8000억 원인데, 정부예산 673조원의 2.2%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도 16조원 규모의 환경부 예산안을 편성(전체 정부 예산의 2.2%)했는데, 에너지 업무까지 환경부로 이관된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예산 규모는 지금 환경부보다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환경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원전수출·자원산업 산업부 존치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을 맡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원전 수출과 자원산업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치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자원이 빠져 산업통상부로 변경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이재명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이같이 발표했다. 윤 장관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다"며 “그간 탄소중립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서 강력한 컨트롤 타워로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현행 분산된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총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다"며 “다만, 산업과 통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자원산업과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부에 존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추석 연휴 이전에 정부조직법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 안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국경을 넘어 한미 원자력 사업협력의 시대로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전 한수원이 맺은 계약이 불공정계약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어떤 계약이 불공정하다면 그것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뜻인데 만일 그렇다면 왜 그 계약에 서명을 했겠는가? 따라서 어떤 계약을 평가할 때에는 그 계약에 연계된 다른 사업 관계도 함께 고려하여야만 과연 그 계약이 잘된 계약인지 아닌지를 가려볼 수 있다. 이 건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국 정부가 핵자료의 원천적 소유권자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도입할 때에 만약 미국산 원자력 기술 또는 그에 기반한 기술을 제삼국에 수출할 경우에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APR-1400 이나 APR-1000 원자로가 국산 기술로 만든 순수한 국산품인지, 아니면 미국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이를 명백히 가려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오랜 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서 법정에서 다투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할 기회를 잃게 되니 웨스팅하우스가 이점을 활용하여 자사에 유리한 협상조건을 받아낸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이 계약을 통해 체코 수출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26조원에 이르는 플랜트 계약을 따냈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계약일 수도 있다. 체코 원전 수출에 따른 경제적 득실은 비교적 단순하게 계산이 되고 서로 윈윈하는 것처럼 보인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기반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한전이나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없이 독자 수출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게 된 것도 이번 계약 내용의 한 부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서 세가지 대안이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하거나, 아예 다른 원자력 플랜트를 설계하거나, 웨스팅하우스와 적극 협력하여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 추진하면 가장 효율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추진하는 것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원천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우리 대통령의 방미에 맞추어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맺은 계약과 협력약정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촉망받은 원자력 기업인 X-Energy와 가스원자로 사업에 협력하기로 하였고, 소듐원자로 기업들과도 이미 협력약정을 맺은 바 있어, 두 번째 대안인 전혀 다른 원자로 시장에 나아가게 된다. 또한 지난 5월에 한수원이 대형원전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천명한 것은 첫 번째 대안을 실행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이다. 서방세계의 최고 원전 강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대안을 실행해 가고 있는데, 웨스팅하우스가 협력을 거부하고 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세 번째 대안도 조만간 실행이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술 업계에서는 서로 경쟁할 법한 회사들이 협력하여 큰 시너지를 낸 사례가 많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투자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와 윈도우 기반 시스템이 확장일로이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주가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비해, 애플은 자사의 맥컴퓨터가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이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커지자 반독점 소송을 당하게 되어 회사가 쪼개질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억5천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 거금을 애플에 투자하는 결정을 했다. 이 배경에는 애플이 망해서 사라질 경우 진짜 꼼짝없이 반독점소송에서 패하게 되고, 그러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 손상이 예상되므로, 차라리 애플에 투자하여 회사를 살려두는 것이 더 자사에 이익이 된다는 투자자로서의 셈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애플은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성장하게 되어서 이후에도 두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애플 기기에 제공하는 등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애플에 투자함으로써 지분의 7%를 가지게 된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이 회복하고 본격 성장함으로써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을 상대로 흑자를 보던 나라들에게 미국에 직접 투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가 미국에 큰 금액을 투자를 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선업이나 원자력산업처럼 현재로서는 미국이 산업 우위를 가지지 못하여 자력으로 산업을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 협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투자를 강제로 해야 하는 상황이, 위에서 예로 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사례를 닮았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자국에 유리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투자액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세폭탄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국내 산업계에 큰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미국 군용선박 시장에 국내 조선사들이 진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어떤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시장이자, AI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해 전력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고, 원자력에 매우 우호적인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 원자력 기업들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장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강릉은 극한 가뭄, 충남·전북은 극한 호우

강릉 지역은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가고 있지만, 충남과 전북에선 극한 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지역간 날씨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강원지역 이날 예상 강수량은 내륙·산지 5∼40㎜, 동해안 5㎜ 미만이다.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12.7%(평년 71.2%)로 전날보다 0.2%포인트(p) 떨어졌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지역의 생활용수를 87%나 공급하고 있으나 최악의 가뭄 사태로 저수율이 하루평균 0.3∼0.4%p씩 하락 중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극한 호우까지 내리지만, 강릉 지역에는 좀처럼 비가 오지 않고 있다. 전북 군산에는 이날 오전 1시 군산시 내흥동 인근에는 직전 한 시간 동안 152.2㎜의 폭우가 쏟아졌다. 익산과 김제에도 시간당 10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8시30분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군산 296㎜, 익산 함라 255.5㎜, 전주 완산 189㎜, 김제 180㎜, 완주 구이 165㎜, 부안 134.7㎜, 진안 131㎜ 등을 기록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날 오전 8시8분 폭우로 만경강 수위가 오르자 전주시 덕진구 송천2동 진기들 권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민 40여명이 용소중학교 등 인근 대피소로 긴급 대피했다. 전주기상지청은 이날 밤까지 전북 지역에 30∼80㎜, 많은 곳은 12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상했다. 충남 서천에도 이날 0시 17분 기준으로 한 시간 동안 137㎜에 달하는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충남 서천 247.5㎜, 논산 182.5㎜, 부여 137㎜, 계룡 107㎜ 등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드디어 나온다 LPG하이브리드車…“탁월한 경제성 확인”

현재 LPG차는 휘발유, 경유차보다 연료비가 적게 들어 경제성을 선호하는 운전자들로부터 높은 선택을 받고 있다. 앞으로 LPG차의 경제성이 더 높아질 예정이다. LPG업계와 르노가 손을 잡고 LPG하이브리드차 양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LPG협회와 르노코리아는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르노코리아 서울사무소에서 'LPDi 하이브리드 자동차 양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은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과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을 비롯한 양사의 주요 임원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양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국내 최초 LPG 직분사 엔진 기반 풀 하이브리드차 양산을 목표로 공동 협력에 나선다. 이번 협약은 LPG 직분사(LPDi, LPG Direct Injection) 엔진을 기반으로 한 풀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PG 연료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해 연비 향상과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가솔린 하이브리드차와 동등한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양사는 지난해 5월 체결한 '차세대 친환경 LPG 차량 공동개발 업무협약'에 따라 프로토타입 시험차량 3대를 제작해 배기 및 연비, 엔진 내구 성능에 대한 검증을 진행해 왔다. 최근 완료된 프로토타입 차량 시험 결과, LPDi 하이브리드차가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동급 가솔린 하이브리드차 대비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었으며, 북미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인 SULEV30(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을 만족했다. 엔진 내구 및 충돌 시험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으며, 출력과 토크가 기존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동등한 수준으로 확보된 상태에서 연비가 대폭 향상돼 탁월한 경제성을 확보했다. 르노코리아는 대한LPG협회와 긴밀한 양산 개발 협업을 통해 수년 내 LPG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 양산이 이뤄지면 국내 최초 LPG 직분사 풀 하이브리드 모델이 될 전망이다. 대한LPG협회는 1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향후 상용화 단계에서 기술 완성도와 사업 추진 동력을 높일 계획이다. 국내 승용 부문에서는 지난 2022년 기아 스포티지 이후 한동안 LPG 신차 출시가 없었던 만큼, 업계는 이번 모델이 LPG 수송용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2014년 국내 최초로 LPG 도넛탱크를 탑재한 SM5 LPG 모델을 출시했다. 이어 2019년에는 LPG차 사용 규제 폐지에 맞춰 QM6 LPG 모델을 내놓으며 LPG차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LPG 하이브리드 차량은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차세대 모델로, 연비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대기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파킨슨병, 단백질이 뇌세포를 뚫고 구멍 낸 게 원인?

손이 떨리고 몸이 굳는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앓고 있지만, 그 원인은 아직도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단백질이 있다. 바로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이다. ◇원래는 신경세포의 '도우미' 알파-시뉴클레인은 모든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모노머(단량체)로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 말단에서 시냅스 소포(작은 주머니)의 이동과 신경전달물질 방출 조절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신호를 담은 소포가 제자리에 도착해 제때 비워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교통정리 요원 같은 셈이다. 보통 여러 개의 모노머가 모여 큰 응집체인 섬유(fibril)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과정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루이 소체(Lewy body)'가 바로 이런 섬유성 응집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관찰되는 섬유소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섬유가 되지 못한 중간 단계의 비정상적인 응집체, 즉 올리고머(oligomer, 몇 개의 단량체가 결합한 형태)가 훨씬 더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독성 올리고머 덴마크와 중국 연구진은 최근 미국화학회(ASC)의 '나노(Nano)'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독성 올리고머가 실제로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 소포체를 이용해 단일 소포 추적(single-vesicle tracking) 기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α-시뉴클레인 올리고머는 세포막에 먼저 달라붙고, 부분적으로 박힌 뒤, 결국 완전한 통로를 만들어 작은 분자가 드나드는 구멍을 형성한다는 3단계 모델을 확인했다. 구멍이 계속 열려 있다면 세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하게 된다. 하지만 세포에 생긴 구멍은 고정된 것은 아니고, 작은 회전문처럼 끊임없이 열리고 닫힌다. 그래서 세포가 빨리 죽지는 않는다. ◇왜 환자에게만 문제가 생기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조건도 드러났다. 음전하를 띤 인지질이 풍부한 막, 특히 신경 말단 소포나 미토콘드리아 막이 취약했다. 또 막이 굽어 있는 곳에서는 단백질이 잘 달라붙었지만, 실제 구멍은 오히려 평평한 막에서 더 잘 생겼다. 여기에 산화 스트레스 같은 세포 환경이 겹치면 올리고머 형성이 촉진될 수 있다. α-시뉴클레인 유전자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몇 개의 모노머가 비정상적으로 응집해 독성 올리고머로 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은 유전자 돌연변이, 노화, 산화 스트레스, 지질 조성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촉발된다. 결국 단백질이 원래 맡은 역할에서 벗어나, 뇌세포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 가능성과 과제 연구진은 또 올리고머에 달라붙는 나노바디(nanobody, 작은 항체 단백질 조각)가 구멍 형성을 억제하거나 오히려 촉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올리고머를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나노바디가 세포 구멍이 형성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라면서 “하지만 질병 초기 단계에서 올리고머를 검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신경 손상이 발생한 후에야 진단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 발병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 뇌세포가 아니라 인공 소포체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따라서 사람의 뇌에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과는 파킨슨병 연구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해외 실패 사례 경고…에교협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면 재고해야”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계획에 대해 “구조적 모순과 정책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에교협은 6일 성명서를 내고, “환경부는 규제와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부처로, 에너지 산업의 진흥과 기술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구조적·철학적 한계가 명확하다"며 “규제와 진흥이라는 상충하는 기능을 한 조직에 통합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에너지 정책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며, 주도권은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된 산업통상자원부에 있어야 한다"며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 성장은 안정적 전력 공급에 달려 있는데, 불확실한 정책과 전기요금 상승은 기업 경쟁력 약화와 산업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교협은 독일과 영국의 사례를 대표적 실패 사례로 제시했다. 독일은 2021년 '경제기후보호부'를 출범했으나 에너지 비용 급등과 제조업 경쟁력 붕괴라는 부작용 끝에 2023년 기후 기능을 환경부로 환원하고 경제에너지부를 재출범시켰다. 영국도 2008년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신설했으나 전력 공급 부족과 도매가격 폭등, 제조업 약화 등 부작용을 겪고 2023년 에너지안보 중심 부처로 재편했다. 이에 대해 에교협은 “국제적 실패 사례는 규제 중심의 기후정책이 에너지 산업을 통제할 경우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에교협은 “정부 조직 개편은 단순한 행정 조정을 넘어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성급한 부처 신설은 기업 투자 위축, 산업 해외 이전, 일자리 감소, 전기요금 폭등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교협은 “정부는 에너지 산업계, 과학기술계, 학계, 미래 세대의 목소리까지 경청하며 충분한 공론화와 학문적 검토를 통해 최적의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여당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전면 재검토하고 과학적 근거와 정책적 정합성에 기반해 국가 미래에 부합하는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행안부 “6일 밤부터 충남·전북 시간당 50㎜ 비…피해 예방 철저”

행정안전부는 6일 밤부터 7일까지 수도권과 충청·전라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예상됨에 따라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관계기관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부터 7일 오전 사이에 충남·전북 지역에 시간당 최대 5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밤부터 새벽 사이 취약시간대에 비가 내리는 상황을 고려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8월 말부터 비가 이어진 수도권과 충남·전북 지역은 우수관과 빗물받이 관리 실적을 점검하고, 하천변·지하차도를 비롯한 침수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즉시 통제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달 25∼26일 집중호우 당시 낙뢰로 인한 정전사고가 다수 발생했던 만큼 정전 대비 복구체계를 정비하고, 정전 발생 시 신속한 복구를 통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주말 동안 계곡, 하천변, 해안가 등을 찾는 여행객이 갑작스러운 호우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여행지 안전관리도 철저히 해줄 것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호우가 밤사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상황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호우 대응체계를 유지하겠다"며 “국민께서도 심야시간 외출 자제, 위험지역 접근 금지, 관공서의 대피 안내 협조 등 안전수칙을 준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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