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함에 따라 국제유가 및 국제제품가격이 크게 내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처럼 석유제품에 대한 최고가격제 및 유류세 인하를 실시한 폴란드는 이를 종료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일단 21일 종료되는 최고가격제를 연장할지 곧 결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부작용이 큰 즉시 종료보다는 상한가격을 낮추는 식의 계단식 종료 방법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6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크게 내려가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일보다 4.1달러 내린 배럴당 80.8달러, 브렌트유는 3.8달러 내린 83.6달러, 두바이유는 전일보다 1.1달러 내린 88.7달러를 보였다. 한국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도매가격도 크게 내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기준 배럴당 휘발유(95RON) 가격은 전일보다 7달러 내린 110.2달러,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전일보다 10.9달러 내린 127.2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격은 중동 전쟁 직후인 3월 5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국제유가 및 국제 제품가격이 크게 내리고, 종전 소식까지 나오자 폴란드는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기로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3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란과의 갈등이 완화되고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여름 연료 가격상한제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우리나라처럼 지난 3월부터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23%에서 8%로 인하하고, 소비세를 EU 최저 수준으로 낮추며, 자동차 연료 가격을 일일 단위로 상한제를 시행해 왔다. 이러한 조치들은 도입 이후 2주마다 연장돼 왔다. 폴란드 정부가 연료 가격상한제를 종료하는 배경에는 국제가격 안정세도 있지만 예산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도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매월 약 4억3500만달러(6580억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5월 22일부터 한달 간 시행하고 있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연장할지 아니면 종료할지 곧 결정할 예정이다. 2월 말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3월 13일부터 보통휘발유, 자동차경유, 실내등유 가격의 상한을 정하는 최고가격제를 실시했다. 대상은 정유사의 도매가격이다. 1차 가격은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었으며, 2차부터 6차까지는 각각 1934원, 1923원, 1530원으로 동결됐다. 석유산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부는 최고가격제 중단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및 통항 자유 보장 △국제유가 90달러 이하에서 안정화 등 두 가지 조건이 만족돼야 종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유가는 80달러 수준이고, 미-이란 종전 합의에 해협 봉쇄 해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조건은 만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고가격제가 즉시 종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시 종료할 경우 소비자들은 당장 내려간 기름값을 원하겠지만, 정유사나 대리점, 주유소 등은 이전에 비싸게 받아온 물량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바로 내리기 힘들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석유업계가 판매할 수 있는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즉시 종료보다는 차이를 좁히는 단계적 종료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폴란드 역시 단계적 종료 방식을 사용할 계획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내려갔다고 최고가격제를 즉시 종료하면, 이전에 물량을 받아온 정유사 등 석유업계는 판매가격을 바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 큰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며 “소비자와 업계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게 지금보다는 가격을 점차 내리는 방식의 단계적 종료 방식이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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