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환경소식] “동북아 최초” 안면도·제주 고산, 지구 오존 지킨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안면도와 제주 고산 지구대기감시소가 동북아시아 최초로 국제 오존관측망(EUBREWNET)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입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오존 관측 공백을 메우고, 전 지구 오존층 감시의 공간적 대표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두 관측소는 국제 표준에 맞춘 장비 교정과 기술지원을 바탕으로 고품질 오존전량 관측자료를 생산해 국제 공동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강현석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우리나라 오존 관측자료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고품질 관측을 통해 전지구 오존층 보호와 기후변화 감시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가 지난 달 1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태평양 5개 도서국 기상청 실무진을 초청해 '2026년도 태평양 도서국 젊은 과학자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녹색기후기금(GCF) 등의 지원으로 열린 이번 교육은 마셜제도, 팔라우 등 5개국 신진 실무진의 기초 기후 예측 및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27일간 전 지구 기후 데이터 수집 및 프로그래밍을 실습하고, 엘니뇨 등 대규모 기후변동이 자국 이상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분석했다. 김형진 APCC 원장 직무대행은 “신진 인력들이 자국 실정에 맞는 기후정보를 직접 생산·활용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거점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환경보전원이 사업장의 화학사고 대응력을 높이고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법정 의무교육인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을 전국으로 확대 운영한다. 보전원은 서울·대구·광주 등 3대 거점 전문 교육장을 운영하는 한편, 접근성이 떨어지는 격오지와 단체 교육 희망 기업을 위한 '찾아가는 방문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영세기업을 대상으로 시설 진단과 인벤토리 구축, 컨설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취약시설 특별 안전교육' 패키지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신진수 원장은 “현장 작업자가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시작"이라며 “맞춤형 교육을 확대해 취약 지역까지 빈틈없이 지원하는 공공 안전망 역할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도권 기습 폭우에 안전 조치 1000건 돌파…밤사이 피해 속출

지난 밤사이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시간당 50㎜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가 다시 쏟아지면서 토사 유출과 낙석 등 호우 관련 안전 조치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섰다. 21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6시 기준 이번 호우로 인한 시설 피해 및 안전 조치 신고는 총 1063건으로 집계됐다. 전날 동시간대 집계(828건) 대비 하루 만에 230여 건이 급증한 수치다. 특히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비가 이어지며 토사·낙석 유출 등에 따른 안전 조치만 770건에 달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비구름대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서울·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쏟아졌다. 21일 새벽 인천 부평(57.0㎜), 서울 은평(55.0㎜), 인천 연수(49.5㎜), 서울 구로(47.0㎜) 등에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집중됐다. 누적 강수량은 서울 강서 229.5㎜, 서울 은평 221.5㎜, 경기 파주 219.0㎜, 인천 부평 215.5㎜ 등을 기록했다. 기존 호우 피해 지역에는 추가 피해가 이어졌다. 경북 안동과 의성에서는 지난해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거주하던 임시조립주택 20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경북 안동·의성·김천·예천 등지에서는 농작물 42.6헥타르(ha)와 농경지 7.4ha가 유실·침수됐다. 주민 대피도 계속됐다. 경기와 경북을 포함한 전국 6개 시·도에서 377세대 564명이 대피했으며, 이 중 82명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주거시설 등에 머물고 있다. 현장 통제도 대폭 확대됐다. 북한산 97곳, 치악산 14곳 등 국립공원 115개 탐방로가 전면 통제됐으며, 전국 하천변 산책로와 둔치주차장, 세월교 등 9300여 곳의 접근이 금지됐다. 산사태 등으로 차단된 강원 영월 국도 구간은 현장 안전조치를 거쳐 오는 22일 오후 6시쯤 개통될 예정이다. 오는 22일까지 전국에 잦은 비가 예보돼, 이미 200㎜가 넘는 누적 강수량으로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토사 유출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내일날씨] 전국 비 내리고 남부 ‘강한 비’…낮 최고 37도 폭염 지속

오는 22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고, 일부 지역은 최고 37도까지 오르는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까지 수도권에 비가 오겠으며 남부지방은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나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도 많겠다.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권, 경북 북부 내륙 20~60㎜, 전북, 대구·경북(북부 내륙 제외), 경남 서부 내륙 5~40㎜, 광주·전남 5~30㎜, 서해5도와 강원 동해안 5~20㎜, 제주도 5㎜ 안팎이다. 비 소식에도 폭염의 기세는 꺾이지 않겠다. 충청권과 남부지방, 제주도를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1℃ 안팎까지 오르겠다. 특히 전남권과 경상권, 제주도는 최고 체감온도가 35℃ 안팎까지 치솟아 매우 무덥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2~26℃, 낮 최고기온은 29~37℃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SMP 141원’ 22개월 만에 최고…가정용 전기료 인상 압박 커진다

전기요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전의 전력구매단가(SMP)가 1년 10개월여만에 킬로와트시(kWh)당 140원을 넘어서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전쟁 악화로 SMP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가정용 전기요금 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육지에서 거래하는 전력의 SMP 가중평균은 kWh당 141.04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140.2원이었던 지난 14일에 이어 두번째로 140원선을 넘어선 것이다. 가중평균 SMP가 140원을 넘기는 2024년 9월 20일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구매단가인 SMP는 전기요금에서 약 80%를 차지하며 요금 인상 여부를 좌우한다. SMP는 지난해 12월 kWh당 100원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낮았지만, 올해 1월 이후 100원을 넘어서는 날이 다시 많아졌다. 중동 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친 여파가 본격화한 4월 소폭 올랐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이달 6일부터는 하루를 제외하고 130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중동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가격의 기준인 LNG JKM(일본·한국 지표) 선물 가격은 중동 전쟁 직전까지 MMBtu(100만 영국 열량 단위)당 10달러 전후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쟁 이후에는 15달러 이상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2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내로 수입되는 LNG 단가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월별 평균 LNG 수입가격은 지난 1~3월 톤당 516.85달러였다가 4~6월 601.34달러로 16.3% 상승했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의 일반발전용 천연가스 요금도 기가줄(GJ)당 지난 3월 684.67원에서 7월 875.56원으로 올랐다. 국제 LNG 가격이 국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빠르면 1~2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SMP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결국 전기요금 조정이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전기요금 개편 문제에 관해) 지금은 물가 관리 때문에 얘기하기 어렵기는 하다"면서도 “물가 부담이나 국민들의 소득 문제가 없다면 가정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사실상 가정용 요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더 싸고 가정용 전기요금이 비싼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산업용이 비싼 요금을 물고 있어서 국제경쟁을 하는 철강·석유화학 산업 등이 어려움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한전의 손익분기점 SMP는 146원가량이다. 이미 140원을 넘었으므로 한전의 영업이익은 대폭 줄어든 상태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다. 현재 한전의 부채율은 401%이며, 총부채는 206조원으로 하루 이자비용만 120억원이 지출되고 있다. 한전은 국내 유일한 송배전망 사업자로, 전국 전력망을 구축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따라서 한전이 무너지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및 메가 프로젝트도 진행되지 못한다. 2040년까지 신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 구축에는 최소 100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관행적 주기대로라면 다음 번 전기요금 조정은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에 이뤄질 예정이지만, 전쟁 악화로 SMP가 급등하는 등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한전은 수시로 요금을 조정할 수 있다. 산업용 요금은 2024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조정이 없었으며, 가정용 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조정이 없었다. 역대 정부는 물가 안정과 선거 표심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 하지만 다음 총선이 2028년 4월로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정치적 부담이 적은 지금이 요금 정상화의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자가소비 태양광도 RE100 인증서 거래…8월부터 REGO 시범사업

다음 달부터 기업과 개인이 직접 사용하는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명하는 인증서(REGO)를 발급받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전기요금 절감에 그쳤던 자가소비용 태양광이 인증서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인증서 발급·거래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REGO는 산업단지나 주택 등에 설치된 태양광 등 자가소비용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임을 보증하는 인증서다. 정부 보급 지원사업을 통해 설치된 설비의 발전량과 가동 상태를 실시간 수집·관리하는 '재생에너지 통합 감시시스템(REMS)'을 통해 발급되며, 발급된 인증서는 RE100 인증서 거래 플랫폼을 통해 RE100 참여 기업 등에 판매할 수 있다. 기존 자가소비용 태양광은 전력을 직접 소비해 전기요금을 아끼는 수준에 그쳤으나, REGO 제도가 도입되면 인증서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거쳐 오는 2027년 본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 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 공모를 통해 등록 사업자(법인·개인사업자)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 △지자체 등이 중개사업자로 참여해 개인 소유 발전설비를 모집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공모는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기후부와 경기도, 한국에너지공단은 오는 22일 한국에너지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 주택 태양광(3kW) 보급 지원사업으로 설치된 자가소비 설비 370개가 이번 시범사업에 우선 참여할 예정이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자가소비용 REGO 제도 도입을 통해 설비 보급을 확대하고 기업의 RE100 달성을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라며 “시범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전기요금 많이 나오기 전에 알려드려요”…한전, 누진단계 알림 시행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맞아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시간 알림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기사용량이 누진요금 3단계에 가까워지면 미리 알려 고객이 전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한국전력은 '주택용 누진단계 변경 실시간 알림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고객의 전기 사용량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3단계 진입 기준의 80%에 도달하면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여름철에는 360킬로와트시(kWh), 기타 계절에는 320kWh를 사용하면 알림이 발송된다. 누진 3단계 기준은 여름철 450kWh, 기타 계절 400kWh다. 한전은 누진 3단계에 진입하면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고객이 미리 사용량을 확인하고 전기 사용을 조절해 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림은 모바일 앱 '한전ON' 가입자에게는 푸시(Push) 메시지로, 미가입자에게는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제공된다. 알림을 클릭하면 한전의 에너지 절약 플랫폼 '슬기로운 전기생활'의 '요금 진단하기' 화면으로 연결돼 실시간 전기사용량과 누진 단계, 예상 전기요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전은 우선 한전ON 가입자 약 2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오는 12월에는 지능형전력계량기(AMI)가 설치된 주택용 고객 1100만 가구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실시간 전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여름철 전력 피크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전과 재생에너지 공존, 마이너스 전력가격에서 해답 나온다 [이슈분석]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검토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같은 전력시장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풍력과 원전 모두 제어가 쉽지 않은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에서 발전량이 동시에 늘어나면 전력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핵심 제도 중 하나로 '마이너스 전력가격' 제도를 꼽는다. 공급 과잉을 시장가격으로 드러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원전의 탄력 운전을 유도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정착해야 원전과 재생에너지, ESS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전력거래소는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적용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제주에서만 시행 중이다.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전력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할 때 전력도매가격(SMP)이 0원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판매하면 돈을 받지만, 마이너스 가격에서는 오히려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전력이 과잉 공급되고 계통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시장가격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봄철 낮 시간대 제주에서 이미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전국 전력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너스 전력가격 도입한 목적은 잉여 전력을 흡수할 투자처를 키우는 데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면 공급이 수요를 넘어 전력가격이 음수로 떨어진다. 이 경우 발전사업자는 발전량을 줄이기 위해 출력을 제어하거나 다른 곳에 전력을 판매하도록 유도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ESS다. 배터리나 양수발전 사업자는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된 시간에 전기를 오히려 돈을 받고 충전한 뒤, 저녁 피크시간처럼 전력가격이 높을 때 다시 판매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전기를 살 때도 돈을 받고, 팔 때도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태양광과 배터리를 하나로 묶는 가상발전소(VPP)가 활약하기도 한다. VPP 사업자는 VPP를 통해 태양광과 ESS의 거래를 조정해 차익 거래를 실현한다. 예컨대 지난 3월 19일 제주도에서는 오후 1시 전력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48.0원으로 하락했다. 이때 제주도에서 ESS 사업자는 전력을 kWh당 48원을 받고 전력을 사온 다음에 전력가격이 kWh당 101.18원으로 오른 오후 4시에 전력을 팔 수 있다. 이 때 전력거래로 kWh당 149.18원의 차익을 얻는 셈이다. ESS가 잉여 전력을 흡수하면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전력가격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가격은 ESS 투자를 촉진하고, ESS는 다시 마이너스 가격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ESS가 충분히 보급되면 초기 사업자들이 누렸던 차익거래 수익은 줄어들지만, 대신 전력가격 급락이 완화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평균 수익성이 개선된다. 이는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투자 여력을 높이고, 다시 새로운 ESS 수요를 만드는 구조로 이어진다. 결국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재생에너지와 ESS가 서로의 수익구조를 조정하며 함께 성장하도록 만드는 시장 메커니즘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6일 논평에서 “국내 원전은 더 이상 전력망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립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 확대로 연료비가 비싼 가스발전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운전예비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봄철마다 다수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정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시대에는 잉여 전력을 흡수할 ESS와 송전망, 유연성 전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봄철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전력 공급 과잉으로 나타난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전은 연료비는 낮지만 장시간 연속 운전이 경제적이며, 정지와 재기동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부 시간대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더라도 하루 전체 수익을 고려하면 정지하는 것보다 가동하는 게 더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낮 시간대 일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저녁 시간의 높은 전력가격으로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마이너스 가격이 장시간 지속된다면 출력을 줄이거나 일부 탄력 운전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 즉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원전을 무조건 멈추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계통 상황에 맞게 운전을 유도하는 시장 신호라는 의미다. 다만 신규 원전이 계속 확대되면서 탄력운전에도 제약이 걸리면 에너지전환포럼이 우려했던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원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배터리와 양수발전과 같은 ESS가 원전을 보조해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 여부는 발전원 자체보다 전력시장의 유연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조영탁 한밭대 명예교수(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제주도는 마이너스 가격을 포함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전국으로 확대하면 출력제어 문제해결은 물론 가상발전소(VPP)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리포트]EU 탄소시장 대수술…‘규제’에서 ‘산업투자’로 무게중심 옮긴다

유럽연합(EU)이 세계 최대 탄소시장인 배출권거래제(EU ETS)를 전면 개편한다. EU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배출권거래제 개편안을 발표하는 등 탄소 규제 중심의 정책을 산업 경쟁력과 탈탄소 투자 지원을 결합한 새로운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까지 함께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해운·항공 규제 확대, 대규모 탈탄소 투자 지원이 함께 추진돼 한국 수출기업의 대응 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1. EU는 왜 지금 배출권거래제를 다시 손질하려는 것인가. EU ETS는 2005년 도입 이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탄소시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실제로 대상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배출권 판매 수익은 청정에너지와 혁신기술 투자에 활용됐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산업 지원 정책을 펼치면서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목표까지 제시되면서 기존 제도를 산업 경쟁력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 개편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Q2. 이번 개편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배출권거래제를 단순한 규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탈탄소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다. EU는 배출권 공급 감소 속도를 일부 조정해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1000억 유로(약 160조 원) 규모의 산업탈탄소화은행(IDB)을 신설하고 청정기술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탄소 제거 기술을 제도 안으로 편입하고, 해운과 항공 등 적용 대상도 확대해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배출권 감축 속도 조절의 경우 매년 배출권 공급량을 줄이는 비율(선형감축률, LRF)을 2031~2035년에는 3.7%, 2036~2040년에는 1.7%로 설정했다. 이는 기존의 가파른 감축 경로보다 완화된 것으로, 산업계에 보다 점진적인 적응 기간을 제공한다. CBAM 적용 업종에 대한 무상할당 폐지 시점을 기존 2034년에서 2038년까지로 연장해 기업 부담을 늦춰준다. 대신 무상 배출권을 받으려면 반드시 탈탄소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부 무상할당' 원칙을 강화했다. 아울러 항공 및 해운 부문 규제를 강화하고, 생활폐기물 소각 시설까지 ETS 적용 범위를 넓혀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더 촘촘히 묻기로 했다. 이밖에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 등으로 확보한 '탄소 제거 크레딧'을 ETS 체제 안에 편입시켜 기업들에 유연성을 제공하기로 했다. Q3. 탄소 제거 기술을 EU ETS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앞으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해 영구적으로 저장한 실적도 일정 범위에서 배출권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했다면 배출권 1장을 제출하는 대신, 직접공기포집(DACCS)이나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ioCCS) 등을 통해 대기 중 탄소 1톤을 제거했다는 공식 인증(CRCF)을 받으면 같은 효과를 인정받는 방식이다. 탄소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이미 배출된 탄소를 없애는 활동까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다. EU는 이를 위해 '제거 기반 배출권(Removal-backed Allowances)'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도입할 계획이다. 우선 탄소 제거 물량만큼 배출권 총량을 늘린 뒤 이를 경매하고, 경매 수익으로 고품질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직접 지원하는 구조다. 현재 탄소 제거 기술은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EU가 초기 시장을 만들어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제도는 철강과 시멘트, 화학처럼 공정 특성상 탄소를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산업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배출권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완화하고, 탄소 제거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육성하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탄소 제거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Q4. 한국 수출기업에는 어떤 영향이 가장 클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CBAM에 따른 탄소 비용 증가다. 현재 EU 배출권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화학 등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탄소배출량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배출량이 많을수록 추가 비용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탄소배출 관리 능력이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Q5. EU 기업은 보호받고 한국 기업은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 EU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무상 배출권 지급을 기존 계획보다 4년 연장했다. 그러나 무조건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반드시 '유럽 내 탈탄소 투자 계획'을 제출하고 실제 투자까지 완료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배출권을 지원받는 대신 그만큼 유럽 안에서 친환경 설비에 투자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이러한 혜택을 받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Q6. 유럽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 SK 등 유럽 현지 생산기지를 보유한 기업들은 EU 혁신기금이나 산업탈탄소화은행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EU 혁신기금은 기업의 국적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는 반드시 EU 역내에서 수행돼야 한다. 따라서 유럽 현지 공장의 저탄소 설비 투자나 신기술 도입은 오히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Q7. 해운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번 개편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해운이다. EU ETS는 유럽경제지역(EEA) 항만을 오가는 선박에 대해 항해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고, 그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매·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5000GT(선박 내부 공간의 크기를 나타내는 총톤수 기준으로 5000톤) 이상 대형 선박이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400GT 이상의 중소형 선박까지 관리 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사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모니터링과 보고(MRV), 배출권 구매, 연료 사용 관리 등 새로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유럽 항만을 자주 이용하는 선사일수록 행정 비용과 운영 비용이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Q8. 항공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유럽 노선을 운항하는 국내 항공사들도 탄소 비용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U는 국제선에 대한 ETS 적용을 확대하고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배출권 구매뿐 아니라 SAF 사용 비용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 결국 연료 효율 개선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이 비용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Q9.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도 영향을 받게 될까. 전문가들은 EU의 이번 개편이 한국 배출권거래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미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을 시작하면서 유상할당 확대와 시장안정화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EU ETS 개편으로 배출권 공급은 줄어들고 국내 배출권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 기업들의 배출권 구매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Q10. 한국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탄소 규제를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정밀하게 관리하고, 재생에너지와 전기화 설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EU 현지 생산기지 확대 여부와 혁신기금 활용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제품 가격뿐 아니라 탄소 경쟁력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Q11. 이번 개편안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이번 개편안은 곧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약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입법 협상을 거쳐 2027년 1분기 최종 법안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회원국들은 2028년까지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일부 조항을 먼저 시행하게 된다. 개정된 EU ETS의 대부분 규정은 2029년부터 본격 적용되며, 해운 부문 적용 확대와 경매수익 사용 강화 등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개편안의 핵심인 '투자 조건부 무상할당제'는 2031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EU 내 기존 생산시설이 무상 배출권을 계속 받으려면 2029년 9월까지 탈탄소 투자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실제 투자 여부에 따라 무상할당 규모가 결정된다. 같은 해 생활폐기물 소각시설도 EU ETS에 편입되기 시작한다. 한국 기업들도 향후 2~3년을 유럽 시장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마지막 준비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Q12. 이번 개편은 기후위기 대응의 후퇴일까, 아니면 진전일까. 평가는 엇갈린다. 환경단체들은 무상할당 연장과 감축 속도 조절이 기후 대응을 늦출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EU는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해야 지속적인 탈탄소 투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개편이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투자 중심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탄소를 배출하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빠르게 저탄소 설비에 투자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EU ETS 개편은 탄소 규제가 환경정책을 넘어 산업정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Q13. EU ETS는 얼마나 큰 시장인가. 2005년 출범한 세계 최대 탄소시장으로,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관리하고 있다. 발전소와 철강·시멘트·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항공, 해운을 포함해 1만 개 이상의 시설과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 기반 온실가스 감축 제도로 평가받는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2,700억 유로(약 430조 원)의 수익을 창출했고, EU 통합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배출권 자산 가치는 2,000억 유로(약 320조 원)를 넘는다. 최근 배출권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약 80유로(약 13만 원) 수준이며, 매년 약 80억 개의 배출권이 거래되는 등 연간 거래 규모만 약 2,000억 유로에 달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략물자 수출 통제·간첩법’…율촌 “계약부터 전면 재정비해야”

전략 물자와 첨단 기술의 무허가 수출을 둘러싼 기업의 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수출 통제 대상이 실물 제품을 넘어 무형 기술까지 넓어진 데다 국가 핵심 기술을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 행위에는 간첩죄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15일 '전략 물자와 방산: 수출 통제 리스크 대응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국내외 수출 통제 집행 동향과 기업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전략 물자와 첨단 기술의 무허가 수출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 위반으로 다뤄지면서 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수출 통제 규제는 제공 대상에 따라 △대외무역법 △방위사업법 △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산업법 등에 두루 걸쳐 있다. 적용 대상도 전략 물자부터 방산·국가 핵심·국가 첨단 전략 기술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법이 규정하는 수출이 '물품 선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계 도면과 제조 공정, 소스 코드를 이메일이나 클라우드로 공유하는 행위도 통제될 수 있어 기업은 자료 제공 전 해당 기술의 성격부터 확인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반도체·인공 지능(AI)·이중 용도 전자 부품·방산 기술 등을 중심으로 수출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 군사 관련 대학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와 설계 지식 재산권(IP)를 허가 없이 제공하거나 제재 대상국과의 거래를 은폐한 기업에 벌금형과 몰수, 기업 모니터링 등의 제제를 가했다. 일본에서도 3차원 측정기와 공작 기계의 성능 데이터를 조작해 통제 대상이 아닌 것처럼 수출한 임직원과 법인이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수출 통제 강화 기조 속에 방산 수출의 변화도 기업의 계약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생산 완제품을 특정 구매국에 납품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지만 최근 수주에는 기술 자료·소프트웨어 제공·현지 생산과 유지·보수·정비(MRO) 장기 운영 지원이 따라붙는다. 이에 따라 기업은 수출 허가 신청 전부터 기술 제공 범위와 최종 사용자, 제3국 재이전 조건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김난형 율촌 변호사는 “기술 이전과 현지화는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통제 리스크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은 수출 계약 체결 시점부터 정부의 수출 승인이 지연되거나 거절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납기 지연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구매국에 제공하는 기술 자료의 사용 목적을 엄격히 한정하고, 복제나 임의 개량을 금지하는 보호 조항을 촘촘히 반영해야 한다는 실무적인 가이드 라인도 제시됐다. 간첩죄의 처벌 범위도 확대될 예정이다. 기존 간첩죄가 '적국'을 위한 행위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오는 9월 시행되는 개정 형법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의 지령이나 사주 등을 받아 국가 기밀을 빼내거나 넘긴 경우도 처벌한다.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된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소위 '산업 스파이' 범죄도 간첩죄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개정 간첩법의 실질적인 보호를 받으려면 기업의 선제적인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조언도 뒤따랐다. 김기훈 율촌 변호사는 “해외로 유출된 기술이 간첩죄의 객체인 '국가기밀'로 인정받으려면 평소 일반에 알려지지 않고 철저히 기밀로 관리돼 왔음을 기업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위해 보유 기술을 선제적으로 분류하고, 접근 통제와 이력 기록 등 비밀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간첩죄 적용 시 수사 기관의 합법적인 감청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에 대비한 초기 공조 체계 구축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여부를 개별 부서나 실무자의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영업과 연구·개발(R&D), 물류 부서가 해외에 물품이나 자료를 제공하기 전 통제 대상 여부와 최종 사용자·최종 용도를 함께 심사하고 법무실 등 준법 감시 부서의 승인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형주 율촌 변호사는 “수출 통제 위반은 실무자의 단독 판단과 불명확한 승인 권한, 기록 미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 개시 전부터 위험을 심사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한화솔루션, 유증으로 1조1713억원 조달 확정…추가 재원 마련 과제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등 미래 성장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로 조달할 자금 규모가 1조1713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의 가격이 주당 2만210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20일 공시했다. 지난 3월 당초 계획으로는 유상증자로 신주를 7200만주 발행해 자금 2조3976억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두 차례의 정정신고 요구를 받아 지난달 신주 발행 규모를 5300만주로 줄이고, 예정 발행가를 3만2250원으로 잡아 조달 자금이 1조7092억50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발행 가액을 확정하기로 돼있었는데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진 영향을 받아 최종 발행가액도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조달 자금 중 채무상환에 쓸 부분이 2636억으로 2차 정정 신고 때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차세대 태양광 발전 설비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모듈 양산 준비와 탑콘 모듈 생산 확대 등 시설 자금으로 쓸 금액은 9077억원으로 그대로다. 한화솔루션은 3조원 넘는 투자금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솔라 허브'를 지난 6월 완공했다. 한화솔루션은 줄어든 조달 자금을 비핵심 자산 유동화 등으로 추가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큐셀부문 미국 설계·조달·시공(EPC) 법인을 통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3000억원의 대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달에는 미국 혁신 기업 발굴을 목적으로 투자한 벤처투자펀드를 8430만달러(한화 약 1255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