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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바꾼 5월… 온화하던 계절의 여왕, ‘폭군’이 됐다

한때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며 일 년 중 가장 온화한 달로 꼽혔던 5월이 '폭군'으로 변하고 있다. 한여름 같은 더위와 함께 강한 자외선으로 대기 오염물질인 오존의 농도를 치솟게 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2℃를 기록하는 등 전국 곳곳이 때 이른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이미 여름이 되버린 5월 전날인 14일에도 서울 낮 기온이 31.4℃까지 오르며 2021년 이후 가장 빠른 시기에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첫 30℃ 돌파일(5월21일)과 비교해도 일주일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기상청 기상자료 개방포털에 따르면 서울의 5월 평균 기온 평년값(1991~2020년 평균)은 18.2℃다. 최근 가팔라진 기후변화로 이 평년값을 훌쩍 넘어서는 해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2010년대(2011~2020년) 서울의 5월 평균기온은 18.8℃로 평년값보다 이미 1℃가량 높았다. 2019년과 2023년에는 5월 평균이 20℃ 안팎까지 올랐다. 최근 30년(1996~2025년) 동안 5월에 서울 기온이 30℃ 이상인 날은 총 35일로, 이전 30년(1966~1995년)의 12일보다 3배로 늘었다.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5월로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1991~2000년 사이 10년 동안 서울의 5월 최고기온 평균값은 22.9℃였는데, 2016~2025년 사이 최근 10년 동안에는 24.4℃를 기록했다. 25년 사이에 5월 최고기온이 평균 1.5℃나 상승한 셈이다. ◇강한 햇살 속에 자외선도 주의해야 기온만 오르는 게 아니다. 5월의 햇살도 더 따가와졌다. 기상청 자외선지수 기준으로도 5월에 '매우 높음'(8 이상) 단계에 이르는 날이 잦아졌다. 자외선 차단 없이 15~20분만 노출돼도 피부 손상이 시작되는 수준이다. 7~8월 한여름에나 나타나던 자외선 강도가 이제는5월 중순부터 시작되고 있다. 구름 없는 맑은 날씨 속 강한 햇볕이 지면을 그대로 달구면서 단 몇십 분만 노출돼도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백내장 등 안과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5월은 장마 전 단계로 강수량이 적고 대기가 건조해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량이 많다. 특히 피부 깊숙이 침투해 노화를 유발하는 자외선 A(UV-A)는 5~6월 사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2026년 관측 자료에 따르면, 상층의 찬 공기가 잠시 유입되는 시기를 제외하면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은 기압능(기압이 주변보다 높은 영역)과 이동성 고기압이 자리 잡으며 일사량이 급증하고 있다. ◇호흡기 자극하는 오존 오염도 심해져 기온과 자외선이 동시에 올라가면 대기 중 오존 생성 조건이 강화된다. 강한 자외선과 높은 기온은 대기오염물질과의 광화학 반응을 촉진해 '오존'이라는 또 다른 위협을 낳는다. 특히, 기온이 높고 햇볕이 강하며 바람이 잔잔한 날, 대기 중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지표면 오존이 대량 생성된다. 실제로 15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오존주의보가 잇따라 내려졌다. 서울시는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서울 전 권역에 오존주의보를 발령했고, 서대문구 측정소에서 시간당 0.1275ppm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오후 1시에는 경기 중부권 수원·안산·안양·부천·시흥·광명·군포·의왕·과천·화성·오산 등11개 시에도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5 월의 맑은 하늘 아래'보이지 않는 오염'이 수도권을 덮은 것이다. 서울의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지난 30년간 극적으로 변했다. 오존경보제가 시작된 1995년 주의보는2회(1일)에 불과했다. 이후 2000년대에는 연간 2~23회 사이를 오갔고, 2016년 33회(17일), 2018년 54회(13일), 2024년 115회(35일) 등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6월 말 이후 집중되던 오존주의보가 최근에는 4월 말부터 발령되는 등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2024년에는 4월 19일에 처음 내려졌고, 올해도 4월 19일에 첫 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은 마스크로도 걸러지지 않는다. 시간당 농도0.12ppm 이상이면 주의보가 발령된다. 반복 노출 시 눈과 기관지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어린이와 노약자, 호흡기·심혈관 질환자는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올여름 더위의 '예고편' 여름이 길어지면서 봄을 집어삼키고 있다. 지구온난화 추세 속에 일시적 고온 현상이 겹치면서 5월에 30℃를 웃도는 초여름 더위가 나타난다. 14일 시작된 이번 고온 현상은 대기 상층의 기압능이 북쪽 찬 공기의 진입을 막고, 하층 고기압의 하강 기류가 구름 생성을 차단하면서 맑은 하늘 아래 강한 햇볕이 지면을 달구는 구조 때문이다. 고온 현상은 다음 주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이동성 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하고 느리게 이동하면서 최근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번 주말에는 대구의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남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 영향 예보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5월의 이 같은 '폭주'가 다가올 여름이 예년보다 훨씬 더 혹독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6월 중순까지 전국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을 80~90%로 전망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6~8월에는 폭염이 더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재난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폭염 시기가 빨라진 것을 감안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가동을 15일로 앞당겼다. 당초 5월 20일이던 운영 개시를 지난해부터 5일 당겼다. 전국 500여 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9월30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현황을 파악하고 일일 발생 정보를 제공한다. 온열질환자는 2022년 1,564명에서 지난해 4,460명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늘었고, 사망자도 매년 3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김하연 인턴기자, 이현진 인턴기자,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채비, 1분기 매출 21%↑…전기차 충전 수익성 개선 본격화

민간 부문에서 국내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 운영사업자(CPO) 1위 기업인 채비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충전 서비스 사업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한 1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익성 지표인 EBITDA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p) 개선된 -2% 수준까지 상승하며 흑자 전환 가시권에 진입했다. 회사는 전기차 등록 대수 증가와 충전기 이용률 상승이 충전 서비스 사업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충전기 제조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6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과 관련해 회사는 제조 사업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해외 수출 물량이 주로 연말 4분기에 집중되는 계절적 특성이 있는 만큼, 연간 기준의 실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비는 정부의 급속 충전기를 운영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를 제외하면 급속 충전 분야 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1월 기준 채비는 급속 충전기 5907기, 완속 충전기 8009기를 보유하고 있다. 채비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충전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2026년 3월 및 1분기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5.8% 증가했으며, 올해 4월까지 판매된 자동차 4대 중 1대는 전기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후부가 공공 부문 전기차 급속 충전요금을 인상하면서 공공 충전사업자와의 요금 경쟁에도 비교적 여유가 생겼다. 최근 기후부는 공공 전기차 충전요금을 100킬로와트(kW) 이상 급속 충전기의 경우 kWh당 347.2원에서, 200kW 이상 충전기는 391.9원으로 인상했다. 현재 채비는 회원 기준 급속 충전요금을 100kW 이상 충전기 기준 kWh당 430원으로 부과하고 있다. 월구독료를 내는 v멤버스 가입 시에는 요금을 kWh당 331.1원으로 적용한다. 최영훈 채비 대표는 “충전 서비스 부문은 자체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한 수준까지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중장기 성장 기반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제조 부문 역시 글로벌 수출 확대를 중심으로 연간 기준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소희 의원,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통합대안 발의…“노동자 보호·지역 지원 우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 충격과 노동자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특별법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15일 국회에 계류 중인 17개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법안을 통합한 대안 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탈석탄 정책의 방향성과 별개로, 발전소 폐지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과 노동자 지원 체계를 우선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재명 정부의 '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 로드맵과 지원 대책이 한 법안에 혼재되면서 논의가 지연돼 왔다. 김 의원은 탈석탄 로드맵은 별도 입법으로 분리하고, 시급한 노동자·지역 지원 법안부터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관련 법안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회송된 이후에도 논의가 지연되자 충남도청과 보령시청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통합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폐지 예정 석탄화력발전소의 기반시설을 활용해 무탄소 발전 등 대체 에너지 산업을 우선 육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력수급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필요할 경우 일부 발전기를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포함됐다. 특히 노동자 보호 조항이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정부와 발전사업자, 협력업체가 노동자의 고용 유지와 재취업 촉진을 위한 조치를 단순 권고가 아닌 법적 의무로 이행하도록 명시했다. 폐지지역 지원 계획 수립 과정에는 노동자 대표와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지역전환 협의체'를 설치하도록 해 노동계 참여도 제도화했다. 김 의원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 수렴에도 나섰다. 지난 4월 한국노총과 전력연맹, 공공노련 등이 참여한 긴급 간담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고, 이후 정부가 관계 부처와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 여야 17개 법안을 통합한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희 의원은 “태안 등 석탄발전 폐지지역은 일자리와 성장 기회를 잃은 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원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발표 한 달 남은 공공기관 경평…‘계엄 연관’ 전수조사 변수 부상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최근 불거진 한국중부발전의 '계엄 대응 문건' 논란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계엄 관련 지침·협조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공기업 내부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한 발전공기업의 '계엄령 선포 시 비상대응 조치계획' 문건 논란 이후 산하 공공기관 전반에 대해 계엄 관련 대응 문건이나 협조 정황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중부발전은 지난해 12월 '계엄령 선포 시 비상대응 조치계획'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문건에는 비상대책 조직 구성, 출입통제 강화, 계엄사령부 및 정부 지침에 따른 대응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부발전 측은 “비상상황 대응을 위한 내부 절차서일 뿐 계엄 동조와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기후부는 현재 감사와 포렌식 조사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중부발전에만 그치지 않고 전체 공공기관 경영평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금 공기업 내부에서는 혹시라도 과거 비상근무 지침이나 대응 문건 중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상당히 민감하게 보는 분위기"라며 “사소한 연관성이라도 발견되면 경영평가나 기관장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이 기관 평가뿐 아니라 향후 기관장 교체, 조직 개편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직 공공기관장은 “경영평가 발표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이런 논란이 터진 것 자체가 조직에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직원 사기나 내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을 지난해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본적으로 전년도 경영 실적과 경영관리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인데, 계엄 문건 논란은 올해 들어 정치적으로 불거진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기업계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원칙적으로 지난해 실적과 운영 성과를 보는 것인데 올해 발생한 정치·사회적 논란까지 반영하는 것은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며 “감사 결과 문제가 확인되면 별개 책임은 따져야겠지만 경평과 직접 연결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안팎에서는 공공기관의 윤리·책임 경영도 경영평가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감사 결과에 따라 일부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새 정부 출범 가능성과 공공기관 개혁 논의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이번 전수조사가 향후 공공기관 인사와 조직 개편 논의의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실제 불법성이나 조직적 개입 여부가 확인된 단계는 아니지만, 공공기관들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결국 감사 결과와 정부 판단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탄소배출권 경매 미달 옛말…경쟁 과열에 톤당 2만원 눈앞

탄소배출권 경매시장이 미달되는 건 옛말이 됐다. 배출권 시장에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경매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탄소 감축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분 거래상품인 'KAU25'의 이달 배출권 경매 최종 낙찰가격은 톤당 1만9600원으로 집계됐다. 경쟁률은 2.19대 1로, 참여 물량이 입찰 모집 물량의 두 배를 넘었다. 이에 따라 경매 외 시장에서도 이날 평균 거래가격은 톤당 1만9613원을 기록했다. 이는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0년) 시행 전 마지막 경매 낙찰가격인 톤당 1만300원과 비교하면 약 1.8배 오른 수준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예상한 올해 배출권 가격에 이미 도달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배출권 가격이 톤당 1만9000~2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배출권 경매는 정부가 기업에 유상할당 방식으로 배출권을 배분하기 위해 여는 시장이다. 기업들은 경매를 통해 배출권을 확보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배출권 경매시장이 반복적으로 미달되면서 매달 열리던 경매 자체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당시 환경부가 공급량 조절을 위해 경매를 아예 열지 않기도 했다. 특히 2023년 거래분인 KAU23은 경매 미달이 잦았다. 2023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7개월 연속 참여 물량이 입찰 모집 물량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지난 2024년 이전까지는 환경부가 유상할당 경매의 월별 입찰 모집 물량을 연초에 미리 공개했지만 이후에는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시장 상황에 따라 해당 월 초에만 경매 물량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당초 월 경매 물량으로 계획했던 500만톤을 100만톤 수준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 시작되면서 공급량 감소 전망이 확산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4차 계획기간에 참여하는 772개 할당 대상 기업에 배정된 온실가스 배출권은 총 23억6299만톤으로,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의 배출 허용 총량인 28억7841만톤보다 5억1542만톤(17.9%) 감소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총 5차례 경매가 열렸는데 낙찰가격은 1월 톤당 1만700원에서 시작해 △2월 1만2700원 △3월 1만5100원 △4월 1만7660원 △5월 1만9600원으로 매달 상승했다. 배출권 경매 과열은 다음 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탄소 배출 비용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산업계의 감축 압박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권 전문기업 에코아이의 박현신 팀장은 “다음 달까지 배출권 경매 과열이 이어지면서 장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배출권 가격이 종가 대비 10%나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배관 이용자 편의 향상…무단사용 시 요금 2배

전국 천연가스 주배관망을 운영하고 있는 가스공사가 배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개선했다.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시설 이용자의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배관망 이용 제도를 새롭게 정비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개정한 배관시설이용규정은 두 차례의 설명회와 다섯 차례의 개정협의회를 통해 접수된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했다. 바뀐 규정은 △시운전 기간 내 인출계약용량 초과 가산금 면제 △보증금 면제 증빙을 위한 신용평가서 제출 요건 매년 2건에서 1건으로 간소화 △중복되는 인입가스 품질검사 생략 △천연가스 산지 변경 시 인증기관 기본 분석 검사횟수 축소 △이용자 LNG 재고관리 기준과 통일하기 위해 정산 기준시간 06시에서 00시로 조정 등이다. 또한 배관망 운영 공정성과 투명성 높이고, 안전성 강화하기 위해 △공사 물량 무단 사용 시 요금 2배 규정 명문화 △시설 이용 종료 시 이용자가 연결시설을 분리하고 철거하는 역무 구체화했다. 가스공사는 전국에 서로 연결된 환상망 구조의 5346km(제주지역 포함) 천연가스 주배관망을 보유 및 운영하고 있다. 이 주배관망은 가스공사 외에 20여개의 LNG 직수입사들도 사용하고 있다. 배관망이용규정은 가스공사와 직수입사들 간의 효과적이고 원활한 배관 이용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가스공사는 배관 시설 이용의 안전성, 효율성, 공정성 등을 위해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용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7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구성은 산업통상부 공무원 1인, 전문위원 2명(산업통상부 장관 지명), 공사 지명 2인, 시설이용자 지명 2인으로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파업 끝내고 협의하자는 삼성전자 노조, 벼랑끝 전술?

삼성전자 사측이 노조와 추가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노조가 번번이 퇴짜를 놓고 있다. 주무부처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정부 역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는 모습임에도 이른 시일 내 노사가 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15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 공문을 보내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해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사측도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15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 공문을 보내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해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며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다음달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은 노조가 예고한 파업 종료일이다. 양측이 극적으로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측은 공문에서 “회사는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는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경제적부가가치(EVA) 중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요구 관련해서는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등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노사가 지난 11~12일 정부 중재로 협상에 나설 당시 사측이 노조에 제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조는 당시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지급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벌인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대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사간 대화 물꼬가 좀처럼 트이지 않는 가운데 삼성전자 사장단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노조 측에는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날 공동 명의 입장문을 통해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한다"며 “노조도 국민의 우려와 국가 경제를 생각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사장단은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로 국민과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다.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더 커지는데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금보다 내실 있는 경영과 끊임없는 기술 혁신, 과감한 미래 투자로 국가 경제의 흔들림 없는 버팀목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장단은 또 “지금은 매 순간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회사 내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사장단도 현재의 경제 상황과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당부했다. 정부도 양측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에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장관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사측은 합당한 보상을 제시하고, 노측은 회사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합리적인 배분을 요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인재 전략 ‘일석이조’

현대모비스가 모빌리티 산업에 특화된 인력을 산학 채용연계 형태로 육성해 우수 인재를 선제적으로 선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5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미래 자동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 인재들을 발굴 양성하고 채용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은 장학 전환 인턴십, 채용연계 산학 트랙, 경진대회 개최 등 다양하게 마련돼 청년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모빌리티 장학 전환 인턴십'을 새롭게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학부생 가운데 전동화, 반도체, 전장 부문 등 모빌리티 산업에 특화된 인원을 인턴으로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인원에게는 맞춤형 교육과 함께 현업 담당자와 공동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육성 과정이 주어진다. 교육 과정에서 우수 인재는 장학생으로 전환하며 매월 소정의 장학금도 지급하고, 졸업 뒤에는 현대모비스로 입사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국내 주요 대학과 협력해 산학연계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는 성균관대학교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매년 20명씩 5년 간 총 100명의 학부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산학연계 과정은 미래 모빌리티 전문가를 목표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핵심기술 교육과 함께 실무 연수, 산학과제 수행 등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인턴십과 마찬가지로 전액 장학금 혜택과 함께 졸업 후 자동입사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초에는 석·박사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동화 논문 대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받았다. 전동화 논문 대회는 현대모비스의 주력 사업부문인 전동화 분야에서 우수논문을 제출한 학생들을 포상하고, 입사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 경진대회, 해커톤 등도 열어 SW 우수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채용 문호도 넓히고 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는 협력기업의 인력 지원을 통해 국내 모빌리티산업 공동육성 및 상생협력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우수 소프트웨어 인재를 협력사 취업으로 연결해 주는 상생협력 프로그램 '모비스 부트캠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모비스 부트캠프에서 재학생과 협력사 재직자를 대상으로 총 300명 선발해 6개의 소프트웨어 집중 교육을 제공했다. 현대모비스는 “협력사 취업 연계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사전에 각 협력사별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인재확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올해 모비스 부트캠프 수료자들은 상반기 교육을 이수하고, 주요 협력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경기도 용인기술연구소와 의왕연구소 등에 연구개발(R&D) 거점을, 해외는 미국 디트로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국, 인도 등지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 경쟁력이 곧 회사 경쟁력”

두산에너빌리티가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강화를 위해 '2026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품질 혁신과 AI 전환(AX), ESG 대응 전략 등을 공유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4일 경남 창원 본사에서 '2026년 두산에너빌리티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정연인 부회장을 비롯해 동반성장위원회, 경남테크노파크 관계자와 80개 협력사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파트너스 데이는 협력사와의 소통 강화와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서는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 공유에 초점이 맞춰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 경영 현황과 품질문화 활동인 'QualityLIFE'를 소개하고, AI 전환(AX)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과 탄소관리 체계, 중소기업 AI 도입 사례 및 지원사업 등 협력사들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소개했다. 행사에서는 우수 협력사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동반성장위원장 표창과 ESG 우수협력사상, 2026 베스트 파트너상 등을 수여하며 협력사의 성과를 격려했다. 이와 함께 행사장에는 경남테크노파크의 AI 적용 사례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사례를 소개하는 홍보부스도 마련됐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은 “품질과 납기 등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쟁력"이라며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협력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거래관계 구축 및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평가는 동반위의 동반성장 종합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협약 이행평가 결과를 동일 비율로 합산해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동반성장펀드를 240억 원에서 890억 원으로 확대해 1·2차 협력사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했다. '파트너스 데이'를 열어 협력사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원전·SMR·가스터빈 등 수출 시 강화되고 있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 실사법(CSDDD) 등 ESG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 대상 교육과 컨설팅을 실시했다. 또한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통해 창업·벤처기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썼으며,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바이오 선박유 없인 수출길 막혀”…선·화주 상생과 벙커링 거점 확보, 해운 탈탄소 ‘열쇠’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국가 수출을 좌우하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인 탈탄소 대안으로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주목받고 있지만 복잡한 배출 계수 산정과 폭등하는 연료비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와 관련해 선주와 화주의 실질적인 비용 분담 논리와 함께 다가올 친환경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아시아 벙커링 거점을 선점하려는 인프라 확충 전략을 심도있게 다루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소재 서울 가든 호텔에서는 '2026 선박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 간담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해사협력센터(KMC)와 울산항만공사(UPA)가 공동 주관했다. 현장에서는 선박용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규제 대응책과 현실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이 화두에 올랐다. ◇패러다임 바뀐 IMO 규제…선·화주 비용 분담으로 돌파구 찾는다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IMO의 환경 규제 방식은 과거 선박 안정성 중심의 특정 기술 요건 충족 여부를 따지던 규칙 기반(Rule-based)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국가 간 공정한 전환을 포괄하는 전략 기반(Strategy-based) 규제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 단기 조치인 탄소 집약도 지수(CII) 역시 개별 선박과 선종별 운항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나며 전면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혼합 바이오 연료의 배출 계수 산정 방식이 기존 에너지 기준에서 실제 벙커링 단위와 일치하는 '질량 가중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는 발열량이 낮은 바이오 연료의 특성 때문에 화석 연료 비중이 과대 계산되던 통계적 왜곡을 바로잡은 조치다. 아울러 지속 가능성이 인증되지 않은 바이오 성분은 명확히 화석 연료로 분류해 배출량 산정의 일관성과 규제 신뢰성을 높였다. 황 팀장은 “단순히 규정 이행 여부만 확인하던 1차원적인 규제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2028년 도입될 중기 조치를 앞두고 경제적 요소 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온실 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전과정 배출 계수 요건과 지속 가능성 인증의 한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도 첨예하다. 산업 현장에서는 화석 연료와 섞어 쓰는 혼합 연료가 주로 쓰이는데, 가중 평균된 온실 가스 집약도 수치만으로는 IMO의 넷제로 보상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바이오 혼합 연료 전체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일정 기준 이하의 배출 계수를 충족하는 순수 바이오 성분 자체의 감축분만큼은 친환경 연료(ZNZ·Zero and Near Zero Emission Fuel)로 인정해 별도의 보상 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환경 단체는 ZNZ 보상을 장기 유망 연료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한 의견 차를 드러냈다. 물리적 이동 없이 인증서만 거래하는 '북앤클레임' 방식 역시 이중 계산이나 특정 지역 혜택 집중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교한 규칙 설계가 숙제로 남아 있다. 하승만 한국선급 수석은 “연료 전주기 정보 라벨 검증 과정에서 선사의 민감한 영업 데이터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집계 데이터를 엄격히 보호하고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변화에 맞춰 선사들도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기존 내연기관 엔진의 개조 없이 즉각적인 탄소 감축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가 명확한 수단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2~3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향후 육상·항공 산업과의 원료 쟁탈전에 따른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최대 약점이다. 연간 3억 톤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글로벌 선박 연료 수요를 단일 바이오 연료만으로 감당하며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극심한 연료 공급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장기 공급 계약은 물론, 메탄올·에탄올·바이오 액화 천연 가스(LNG) 등 다양한 연료를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다중 연료 선대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서대식 HMM 기술혁신연구소 책임은 “특정 친환경 연료 하나에만 목을 매는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며 “다변화된 선대 믹스 전략만이 해운사의 유일한 생존 조건"이라고 설파했다. 선사의 탈탄소 압박은 화물을 맡기는 화주에게도 직접적인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녹색산업 규제 강화에 따른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자동차의 전과정 평가에 해상 운송 배출량을 포함시켜 아시아산 차량의 보조금 획득을 사실상 차단했다. 특히 빈 배로 운항하는 공선항차 비율이 높은 자동차 운반선은 탄소 집약도가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산출된다. 탄소 운송 배출량이 보조금 지급을 판가름하는 핵심 단계로 부상하면서 탄소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선사 협의체는 운항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해상 운송 배출계수 개발과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막대한 친환경 연료 전환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감축 실적을 원하는 화주에게만 이를 떼어 배분하는 '스플릿 리포팅' 방식이 새로운 밸류체인 상생 모델로 추진되고 있다. 변재남 현대글로비스 환경경영팀장 “친환경 벙커링은 선사만의 과제가 아니고 화주와 선사가 비용과 실적을 투명하게 나누는 연대가 정착돼야만 수출길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무탄소 시대…벙커링 거점 선점 나선 항만과 산업계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급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다가올 친환경 선박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항만 인프라도 빠르게 재편 중이다.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행위를 뜻하는 벙커링 활성화를 위해, 454만 KL 규모의 압도적인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보유한 울산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허브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이미 바이오 연료·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다품종 친환경 연료의 벙커링 실적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자동차 운반선이 바이오 혼합연료를 급유할 경우 척당 최대 1000만 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친환경 선박의 항만 사용료를 대폭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배상희 울산항만공사 물류전략실 차장은 “2027년까지 벙커링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용 항만시설을 대폭 확대해 동남권 친환경 벙커링 생태계의 중심축을 완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친환경 연료 전환 과정에서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체 연료인 메탄올과 에탄올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장벽은 사실상 사라져 관련 추진선의 운항·발주 물량은 이미 450여 척을 넘어섰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3배 이상 비싼 저탄소 연료 가격과 상류에서의 안정적 원료 공급망 확보가 여전히 보급의 최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되는 저탄소 연료의 대규모 생산을 이끌어내려면 투자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환경 규제가 확고한 잣대로 작용해 시장에 지속적인 수요 신호를 보내야만 에너지 기업들의 대규모 공급망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임재훈 DNV 수석은 “전 세계적으로 계획된 저탄소 연료 생산 프로젝트를 실제 해운 시장의 공급 물량으로 잠금 해제하는 것은 결국 해운업계의 확실한 구매 의지와 규제 동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친환경 추진선 발주량의 80%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점한 LNG는 과도기적 브릿지 연료를 넘어 장기적인 생존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여러 기준들을 고려할 때 LNG가 확실한 경쟁력이 있으며, 기존 LNG 벙커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기존 LNG 추진선은 물리적인 엔진 개조 없이 바이오가스 기반의 Bio-LNG를 그대로 섞어 쓸 수 있어 2039년 이후의 중장기 탈탄소 규제까지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SK가스는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 국내 최대인 1만 DWT급 벙커링 전용 부두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2027년부터는 자사의 1만8000 CBM급 벙커링 전용 선박을 투입해 화물 하역과 연료 급유를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 작업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미홍 SK가스 팀장은 “부산항의 컨테이너선과 울산항의 자동차선 수요가 밀집된 지정학적 강점을 극대화해 싱가포르나 중국 등 경쟁 국가와의 벙커링 인프라 격차를 벌리겠다"고 공언했다. 취재 지원=김수미 인턴 기자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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