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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현장 경영’ 글로벌 시장 종횡무진 누빈다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정부와 '원팀' 행보를 보이며 인도 등 신흥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게 공통 키워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 일정에 '경제사절단' 역할로 동행했다. 이후 베트남으로 행선지를 변경해 신흥 시장 공략법을 점검했다. 베트남 경제사절단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함께했다. 총수들은 인도에서 현지 시장 공략 강화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은 오찬 자리에서 “삼성그룹은 현지기업이 되겠다는 자세로 (인도에) 진출했다"며 “앞으로 첨단제품 생산과 혁신 연구개발(R&D)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2028년 말 인도에서 종합 R&D 센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스코는 현지 기업과 제철소 합작건설 추진 계획을 공개다. HD현대는 중형 조선소 건설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인공지능(AI) 관련 현장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글로벌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 처음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AI 생태계 내 SK하이닉스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환영사를 통해 “AI가 산업의 흐름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한국의 기술과 베트남의 젊고 역동적인 인재가 만나면 굉장히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1월에만 중국, 미국, 인도 등을 돌며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했다. 거대 경제권이며 글로벌 영향력 높은 3개국을 새해 벽두부터 챙긴 것이다. 정부와 '원팀 행보'를 이어간 이후 최근에는 중국을 찾아 '2026 베이징 모터쇼' 행사장을 둘러봤다. 그는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부활에 대한 해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3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미국·브라질 사업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펼쳤다. 그는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고객에게 부가가치가 높은 통합 설루션 역량을 높여 시장을 선도하는 압도적 지위 구축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지난달 초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팔란티어와 스킬드AI 경영진을 만나 미래 기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동참한 이후 현지 사업장을 점검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롯데센터 하노이 등을 시찰하고 하노이시 인민위원장을 만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재계 총수들은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월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둘러보고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을 가는 것, 그것이 한화의 사명'이라는 당부를 임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이 지난달 말 방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면담하고 로봇·AI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꿈의 에너지’ 핵융합 2040년 실용화 열쇠는…기술일까, 경제성일까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향해 전례 없는 속도전을 시작했다. 정부는 최근 당초 2050년대로 예상했던 실증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기는 도전적인 로드맵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 낙관론과 달리 다른 쪽에서는 핵융합의 경제성이 기존 기대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기술적 성취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핵융합 연구개발 참여 상황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중수소와 삼중수소 가스에 강력한 전기장을 가해 이온화하거나 초고온으로 가열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플라스마는 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물질 상태'로, 수소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채 초고온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전하를 띤 입자들의 구름(집단)을 의미한다. 이후 1억℃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 플라스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해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으로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활용하자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한국은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과 함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 참여하는 7개 회원국 중 하나다. ITER은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용 토카막 핵융합로가 될 전망이다. 이 장치는 도넛 모양의 반응로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토카막'이라고 부른다.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을 활용해 1억℃에 달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내부에 가두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장치다. 한국은 ITER 구성 부품 중 제작 난도가 가장 높은 진공용기의 4개 섹터 제작과 조달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기술 신뢰도를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1.6㎞ 길이의 고난도 용접과 수 ㎜ 이하의 오차 제어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 연구진은 또 초전도 자석에 들어가는 초전도 도체, 플라스마의 열을 차단하는 열차폐체, 조립 장구 등을 성공적으로 제작·공급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플랫폼이다. KSTAR는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하는 실험을 통해 ITER 초기 운전을 위한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8초간 유지했고, 2021년 30초, 2024년 48초를 유지했다. 올해는 300초 달성이 목표다. 최근에는 장치의 핵심 부품인 디버터 소재를 텅스텐으로 교체해 ITER와 동일한 환경에서의 고성능 운전 시나리오와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제어 기술을 검증 중이다. 이런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정부는 핵융합 상용화 목표 시점을 당초 2050년대에서 2040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겼다. 상용화 기술을 선제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ITER의 절반 크기(주 반경 4m)인 소형 핵융합 장치(CPD)를 2035년까지 건설하고, 2040년부터 전력 생산 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 주반경은 핵융합 장치의 중심축에서 플라스마가 머무는 공간의 중심까지의 거리로, 장치의 전체적인 규모와 건설 비용 및 기간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설계 지표다. 더불어 2035년까지 노심 플라스마 제어, 초전도 자석 등 8대 핵심 기술을 확보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다는 로드맵도 수립했다. 이밖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91개 기관이 참여하는 '핵융합 혁신연합'을 출범시켰다. ◇“비용 절감 속도, 예상보다 4배 느리다" 하지만 태양이 밝을수록 그늘도 짙다.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 에너지기술정책 그룹 연구진은 국제 저널 '네이처 에너지 (Nature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핵융합 산업의 비용 하락 속도가 심각하게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핵심은 이른바 '경험률(Experience Rate)'이다. 경험률은 특정 기술의 누적 설치 용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단위당 자본 비용(CAPEX)이 감소하는 일정한 백분율을 의미한다. 업계는 약 80% 이상의 급격한 비용 감소를 기대하지만, 취리히공대 연구진은 실제로는 약 28%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기보다, 오히려 기존 원자력과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의 배경에는 핵융합이 가진 구조적 특성이 있다. 먼저 거대한 설비 규모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500㎿급 이상의 대형 설비가 필요해, 모듈화와 대량생산이 어렵다. 두번째는 기술이 극도로 복잡하다는 점이다. 토카막 구조는 다층 구조로 얽혀 있어 설계 변경이 전체 시스템에 연쇄 영향을 미친다. 세번째는 표준화의 한계다. 입지 조건과 규제에 따라 매번 맞춤 설계가 요구된다. 결국 수조 원대 초기 투자비에 더해 비용 하락 속도까지 제한된다면, 그리고 실용화가 늦어진다면 핵융합은 이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ITER 일정 9년 지연, 분담금 급증 이 같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전남 나주가 1조2000억 원 규모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로 선정돼,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와 연계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핵융합이 단순한 에너지 기술을 넘어 지역 산업 구조까지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ITER 프로젝트는 완공 시점이 2025년에서 2034년으로 9년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분담금 규모도 1조6000억 원에서 약 2조9000억 원로 증가하며 재정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글로벌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자체 실험로 'EAST(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 장치)'를 통해 초고온 플라스마 장시간 유지 기록을 경신하며 상용화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커멘웰스 핵융합 시스템 (Commonwealth Fusion Systems, CFS)'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민간 주도 핵융합' 모델을 구축 중이다. 핵융합이 더 이상 단일 국가의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CFS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분사된 핵융합 스타트업으로, 이 회사는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 구글 등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민간 주도 핵융합 개발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스파크(SPARC)'라는 자체 핵융합로를 개발 중이다. ◇“연구는 지속, 설계는 바꿔야 한다" 경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핵융합 연구 중단이 아닌 '전략적 전환'을 강조한다. 핵심은 '현재 방식의 고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먼저 현재 주류인 토카막 방식의 높은 복잡성과 거대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역전자기장 구성(FRC) 같은 새로운 설계 개념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대안적 구조는 기존 방식보다 설계가 단순하고 단위 규모를 소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기술적 복잡성을 낮추어 비용 절감 속도(경험률)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핵융합로 운영에 필수적인 삼중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수은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리튬-6 농축 기술이 개발돼 삼중수소 연료 주기를 경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텅스텐 디버터와 같은 내열 소재를 활용해 초고온 플라스마로부터 장치 손상을 방지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성 중심 설계를 위해 소형화와 모듈화를 기반으로 한 비용 절감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개발 중인 CPD는 주 반경을 기존 장치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소형 장치로, 이를 통해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건설 기간을 단축해 민간 투자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소형화 및 표준화 전략은 거대 장치 중심의 개발 방식이 가진 낮은 경제적 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이제 핵융합은 단순한 과학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이 결합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속도 경쟁에만 매몰되기보다 경제성이라는 현실적 조건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 작고, 더 단순하며, 표준화 가능한 '혁신 핵융합'으로의 전환 없이는 상용화도, 시장 경쟁력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태양'이 진정한 에너지 해법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성일지도 모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온난화와 부영양화가 만나면…강·호수는 ‘탄소 폭탄’

사람들은 흔히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발전소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또 다른 거대한 배출원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강·호수·저수지·습지·논과 같은 내륙 수계(inland waters)다. 이곳에서는 이산화탄소(CO₂)뿐 아니라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특히 메탄은 100년 단위로 산출했을 때의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약 28배, 아산화질소는 약 273배에 이른다. 적은 양이라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출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고,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부(富)영양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강과 호수가 '온실가스 공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핵심 원인은 온난화와 부영양화 강과 호수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온 상승과 영양염 과잉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물의 온도도 상승한다. 따뜻한 물에서는 미생물의 대사 속도가 빨라지고, 유기물 분해가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빠르게 소모되고,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환경에서는 메탄 생성균(methanogens)이 활발하게 작동해 메탄이 대량 발생한다. 여기에 농경지 비료, 축산 분뇨,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이 흘러들어오면 질소와 인이 과도하게 축적된다. 이를 부영양화라고 한다. 부영양화는 조류(藻類) 번성과 유기물 축적을 일으키고, 결국 미생물의 질산화와 탈질 과정을 강화해 아산화질소 배출까지 늘린다. 즉, 온난화는 “엔진", 부영양화는 “연료" 역할을 하며 함께 작동한다. ◇온난화·부영양화 만나면 N₂O 100배 증가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지난해 7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온난화와 부영양화가 결합할 때 호수의 N₂O 배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수온을 4℃ 더 높이고 영양염 농도를 증가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온난화와 고영양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때 N₂O 흐름는 온난화만 있을 때보다 100배, 부영양화만 있을 때보다 3.5배 높게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배출 패턴의 변화였다. 원래 N₂O 배출은 영양 상태에 따라 어느 지점에서 정점을 찍고는 다시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지만, 온난화가 진행되면 이 관계가 선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영양분이 늘어날수록 끝없이 더 많이 배출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암모니아 산화 관련 유전자와 탈질 유전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미생물의 N₂O 생산 능력이 크게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탈질(denitrification)은 미생물이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질산염(NO₃⁻) 등을 질소 기체(N₂)나 N₂O로 환원해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강이 더 위험…산소 손실 속도 호수·바다보다 빨라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지구 변화 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 세계 하천의 탈산소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02~2022년 약 5000개 유역을 대상으로 위성 관측 자료와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강의 산소 손실 속도는 호수나 해양보다 최대 2.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다. 따뜻한 물에서는 산소를 덜 녹는다. 두번째는 농경지 확대와 도시화다. 토지 이용 변화는 유기물과 영양염 유입을 크게 늘려 미생물 호흡을 가속화한다. 특히 강한 온난화와 인위적 토지 이용 확대가 동시에 일어난 유역에서는 CH₄ 과(過)포화도가 1,644%, CO₂ 과포화도가 52% 더 높아졌다. 과포화도는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용액에 녹을 수 있는 용해도를 초과해 용질이 더 많이 녹아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이러한 변화로 인해 추가 배출된 온실가스가 CO₂ 기준으로 15억톤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와 호주가 특히 취약한 '배출 핫스팟'으로 확인됐다. 도시화는 강을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만든다. 생활하수와 불투수면 확대는 유기탄소와 영양염 유입을 늘리고, 도시 열섬 효과는 수온을 높인다. 이는 미생물 대사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중국 차오후(Chaohu) 유역 조사에서는 도시 하천의 CO₂ 배출이 하루에 1ha당 394.2 kg으로, 비도시 하천(220.7)보다 약 1.8배 높았다. 메탄은 더 심각했다. 도시 하천의 CH₄ 배출은 하루에 1ha당 1,138.8 g으로 비도시 하천(192.5)보다 약 5.9배 높았다. 산소 부족이 심해질수록 메탄 생성균이 우세해지기 때문이다. ◇작은 습지도 무시 못해…전 세계 습지 메탄의 24% 배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작은 습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밝혀냈다. 면적 1㎢ 미만의 작은 습지가 전 세계 비산림 습지 메탄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30m급 고해상도 위성 자료를 활용해 전 세계에 약 1억6000만 개의 작은 습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98.7%는 0.1㎢ 미만의 매우 작은 습지였다. 이 작은 습지들은 개수는 많고, 단위 면적당 배출량도 높았다. 열대 지역에서는 전체 작은 습지 면적 비중은 15.1%에 불과하지만 배출량은 37%를 차지했다. 기존 저해상도 위성 자료로는 이런 배출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이형석 연구사 등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벼 재배 과정에서 배출된 메탄은 연간 약 24만4911톤으로 추산됐다. 논은 물을 계속 가둬두는 담수 조건 때문에 대표적인 혐기성 환경이다. 이곳에서 메탄 생성균이 활발히 활동한다. 특히 지역별 편차도 컸다. 대전은 단위 면적당 배출량이 높았고, 제주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물 관리 방식과 중간물떼기 실천 비율 차이와 관련이 있다. ◇ 4대강 보 부근에서 메탄 배출량 많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지형 교수팀은 한강·낙동강·영산강 물 시료에서 CO₂·CH₄·N₂O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지난 2023년 4월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저널에 발표했다. 강물 속 메탄 등 온실가스 농도는 서울과 광주 등 대도시를 통과할 때 증가했는데, 오·폐수처리시설 방류수 등 오염물질이 유입한 탓이었다. 보가 8개 있는 낙동강의 경우 보가 집중된 구간에서도 메탄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 낙동강에서는 메탄 농도가 포화 수준(L당 3.1 nmol(나노몰))을 훨씬 초과해 검출됐다. 4월(평균 541 nmol/L)보다 7월(평균 968 nmol/L)에 더 높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부영양화 지수가 높은 물이 흐르는 낙동강에 4대강 보 건설로 체류 시간이 5배로 늘면서 남세균의 녹조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면서 “식물플랑크톤이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물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일시적으로 낮아지지만, 녹조 발생후 사체가 분해될 때 온난화 잠재력이 훨씬 큰 메탄이 배출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유발 효과는 더 커진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재나 온실가스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측정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한경국립대학교 장수헌·박성직 교수는 최근 '한국물환경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요 측정 방법을 정리했다. 헤드스페이스법은 물을 채취해 용존가스를 기체로 분리한 뒤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챔버법은 수면 위에 상자를 띄워 내부에 쌓이는 가스를 직접 측정한다. 논과 습지에서 많이 사용된다. 기포포집법은 저수지나 호수 바닥에서 올라오는 메탄 기포를 깔때기 형태 장치로 모아 분석한다. 에디공분산법은 타워를 설치해 수면과 대기 사이의 가스 교환을 실시간으로 연속 측정하는 고정밀 기술이다. 최근에는 위성 자료와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해 전 지구 규모로 배출량을 추정하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감축 대책은…영양분 관리와 물 관리가 핵심 가장 중요한 대책은 부영양화를 막는 것이다. 농업 비료 사용을 줄이고, 하수 처리 효율을 높이며, 하천 주변 완충녹지를 확대해야 한다. 논에서는 '중간물떼기'가 대표적인 감축 기술이다. 벼 재배 중 일정 기간 물을 빼 토양에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주 이상 중간물떼기를 하면 메탄 배출을 약 51% 줄일 수 있다. 서서히 녹아 나오는 완효성 비료를 함께 사용하면 아산화질소 증가라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국제 협력도 필요하다. 강과 호수는 국경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상류 국가의 농업 오염이 하류 국가의 메탄 배출로 이어지고, 습지 파괴는 전 지구적 기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국가별 온실가스 인벤토리(NIR)를 고도화하고, IPCC 기준에 맞춘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국제적으로 통일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는 배출 핫스팟이면서 동시에 관측 자료가 부족한 지역이다. 정확한 실측과 데이터 공유 없이는 감축도 불가능하다.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일이 곧 기후 정책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대통령까지 나섰지만…韓 대기업 ‘줄파업 공포’ 초긴장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파업 공포'에 떨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노조가 일인당 수억원의 성과급이나 두 자릿수 연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기치를 내걸고 있어서다. 이들은 반도체·의약품 등 생산라인이 멈추면 수십조원대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노조의 경우 사내 구성원간 갈등을 노골적으로 조장하거나 대통령의 경고도 무시하는 등 상식 밖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2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는 전날과 이날 이틀 연속 총파업을 벌였다. 조합원들이 연차휴가를 내고 휴일 근무를 하지 않는 방식의 쟁의행위다. 별도의 단체 행동은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한 것은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조는 임금 14% 인상,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 일인당 3000만원씩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3월까지 13차례 이같은 안을 두고 대화를 나눴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5일까지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로 인한 손실은 수천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전면 파업에 앞서 지난달 28~30일 진행된 부분파업으로 인해 1500억원 수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는 인원 부족으로 일부 약품 생산을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항암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등 환자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품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이른 시일 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사측은 지급 여력과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 등을 고려했을 때 노조의 현재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오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노사가 다시 만나지만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회사가 입는 피해는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연속 공정 특성상 라인이 잠시라도 멈추면 단백질 변질 등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생산품을 폐기해야 하는 이슈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노조는 이를 활용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굵직한 요구안을 100% 수용했을 때 금액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보다 작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직원은 작년 말 기준 총 5195명이다. 평균 연봉은 1억1400만원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디바이스솔루션(DS)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상식 밖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사내 직원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회사 인사권에 개입하려 하는 등 '선'을 넘는 중이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 있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가는 배당이나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액보다 훨씬 큰 금액을 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원이 50조원 이상 필요할 전망이다. DS 직원 일인당 최대 5억원 정도씩 받아가는 수준이다. 노조는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자 협상 중간에 말을 바꿔 성과급 액수를 올리기도 했다. 각종 논란도 끝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임직원 개인정보를 빼돌리려다 적발되는 등 시끄러운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노조는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기획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닌데다 보수도 받지 않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최근 동남아시아로 휴가를 떠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창사 이래 최대 파업을 눈앞에 두고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에 조합원들이 술렁이는 모습이다. 최 위원장은 휴가지에서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의 이같은 행보가 DS 구성원들만의 '돈잔치'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12만8881명이다. 이 중 DS 직원이 7만8064명으로 과반 이상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올해 임금협상을 주도하며 '성과급 생떼'를 쓰고 있다. 지금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DS 직원들은 올해 일인당 5억~7억원씩 성과급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디바이스경험(DX) 내 일부 사업부 직원들은 수백만원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사내 구성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DS 구성원들은 자사주 한 주(약 20만원)도 다른 사업부와 나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들도 '노조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영업이익·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거나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HD현대, 한화오션 등 중후장대 기업들도 올해 협상 과정을 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재명 대통령도 나섰다. 친노동 성향의 이 대통령이 '작심 비판'을 했다는 점에 재계와 노동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사측은 노동자를 기업운영의 소중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하며 노동자와 노조도 책임 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 노동자들 상호 간에도 연대 의식을 발휘해주면 좋겠다"며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해 “'나만 살자'가 아니고 노동자 모두가 또는 모든 국민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임 의식과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LG유플러스를 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지부는 1일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이 언론과 조합원 커뮤니티를 통해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발언이 본인들이 아닌 LG유플러스 노조를 향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의 파업 관련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빅테크 韓 법인, 매출은 ‘수조원’ 세금은 ‘찔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배짱영업'을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업체임에도 매출원가율을 90% 이상으로 높여 잡는 등 이익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국세청의 '세금 추징' 카드는 계속 힘을 잃어 가고 있다. 구글·넷플릭스 등 한국 법인이 법인세 추징 불복 소송에서 승소하면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6개가 직전 회계연도 국내에서 올린 매출액은 총 13조941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4594억원이었다. 대상 기업은 애플코리아, 테슬라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이다. 애플은 2024년 10월1일부터 지난해 9월30일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7월1일부터 지난해 6월30일까지 기준이다. 나머지는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산출했다. 테슬라와 애플 하드웨어 사업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비스나 구독 멤버십 등을 판매하는 회사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이 3.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들 6개사가 해당 기간 납부한 법인세는 1348억원 수준이다. 수십조원 매출에도 1000억원대 법인세가 나온 배경은 이들이 '원가율'을 높게 책정해서다. 애플코리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원가를 6조8094억원이라고 집계했다. 비율이 92.4%에 달한다. 미국 애플 본사의 원가 비중은 50% 수준이다. 이 회사가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 2022년 국정감사 당시에도 나왔다. 테슬라코리아도 감사보고서가 6년 연속 '한정' 의견을 받을 정도로 불투명하게 회계를 처리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매년 변하고 차량 판매 대수도 급증했는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이익률이 매년 1.5% 안팎으로 '불변'이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도 매한가지다. 전체 매출의 90%에 달하는 8929억원을 매출원가로 잡고 있다.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로 본사에 대부분 수익을 송금한 탓에 영업이익률이 1.9%에 머물렀다. 넷플릭스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3년간 꾸준히 30% 안팎을 기록 중이다. 구글코리아의 경우 사업 특성을 활용해 국내 법인 매출 자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앱 마켓 등에서 나온 수익을 다른나라 법인에 돌리는 식으로 이익을 축소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일각에서는 구글코리아의 국내 매출액이 연간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5월 국회 세미나에서 “지난해 구글코리아 매출액이 최대 11조302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페이스북 역시 매출 자체를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회사가 지난해 인스타그램 광고 등을 통해 벌어들인 광고 총판매액은 1조752억원에 이른다. 페이스북은 이 중 대부분인 1조285억원을 광고매입비용으로 처리했다. 이를 통해 광고 재판매 수익 467억6475만 신고해 중소기업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그렇다고 미국 빅테크 한국법인들이 국내 고용 창출 등 기여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공헌활동도 인색한 편이다. 대상 기업 중 구글코리아(2억6317만원), 한국마이크로소프트(777만원), 페이스북코리아(8100만원) 3개사만 지난해 기부금을 집행했다. 기부금 총액은 3억5194만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0.07%로 '쥐꼬리보다 못한' 수준이다. 문제는 국내 현행법상 이전가격이나 매출 축소 의혹을 해소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빅테크들이 브랜드 가치와 로열티 등이 포함된 적정 가격을 산정했다고 주장하면 이에 반박할 논리가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다른 허점을 찾아 구사하는 '세금 추징' 전략도 국내 재판에서 번번이 막히거나 뒤집히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종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1년 이후 5년여간 이어온 과세 불복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승리한 것이다.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 762억원 가운데 687억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게 사법부의 결정이다. 국세청은 넷플릭스코리아가 네덜란드 법인에 지급한 금액을 '저작권 사용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이를 '사업소득'이라고 주장하며 국내에 과세권이 없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넷플릭스가 매개자를 두고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 자체를 법적으로 조세회피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해 구글코리아가 제기한 1540억원대 법인세 불복소송 1심에서도 패했다. 테슬라코리아의 경우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과세당국이 추징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회계처리하는 뻔뻔함을 드러내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글로벌 표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탓에 빅테크들의 '꼼수 회계' 관행이 생겨났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기업을 국내에 적극 유치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실효 법인세가 27%대인데 싱가포르는 17%, 아일랜드 15% 수준이다. 전세계가 세금을 낮춰 일자리를 낮추고 기업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빅테크 한국법인 회계 꼼수 논란도) 이런 환경에서 나타난 부작용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에너지 인사이트] “닫힌 듯 열려 있는 호르무즈”…에너지 안보의 본질을 묻다

중동 사태가 한치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연일 롤러코스터같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완전한 차단 여부보다 언제든 특정 항로와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다. 더 복잡한 형태의 리스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지정학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물리적 공급이 유지되는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망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다. 이번 사태는 '막혔느냐'보다 '언제든 막힐 수 있느냐'가 더 큰 변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별로 체감하는 위기의 강도도 다르다. 미국은 이미 셰일혁명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며 중동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원유와 LNG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충격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국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연료 가격과 공급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NG 중심 전력 시스템은 연료 가격 변동이 곧 전력시장 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번 위기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이 언제 끝나는지가 본질이 아니다. 중동을 비롯한 에너지 지정학적 충돌은 형태만 바꿔가며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은 단기적 상황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급격히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관점에서 설계되고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탈탄소'나 '에너지 전환'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이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언제든 리스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원전은 연료비 변동 영향이 제한적이고, 석탄은 공급망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재생에너지는 장기적으로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수단이다. 각 전원의 장단점을 고려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최근과 같은 지정학적 긴장 상황에서는 '가격'보다 '안정성'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다. 에너지 정책이 비용 중심으로만 설계될 경우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한국 원전 산업의 출발점이 되었듯, 이번 위기 역시 에너지 구조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그 방향은 단순한 전환이 아니라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이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안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끊겼을 때 대응하는 문제"가 아니라, “끊기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내일 날씨] 전국 대체로 흐림…큰 일교차·수도권 미세먼지 ‘나쁨’

토요일인 2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일교차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야외활동 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아침 최저기온은 8~15도, 낮 최고기온은 20~26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이겠다. 낮에는 비교적 포근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늦은 오후부터는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산지에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고, 서해안에는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많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이 '나쁨', 그 밖의 지역은 '보통' 수준으로 예상된다. 서울과 충청·경북 내륙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해 화재 예방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일요일인 3일부터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제주도에는 강한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해상에서는 동해·남해 앞바다 파고가 0.5~1.5m, 서해 앞바다는 0.5~1.0m로 비교적 잔잔하겠고, 먼바다에서는 동해 최대 2.0m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3조 쏟아부은 멕시코 구리광산…결국 ‘2달러 매각’

한국광해광업공단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단돈 2달러에 정리하면서 공공 자원외교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실 최소화'라는 재무적 판단과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공단은 최근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의 지분과 채권 전량을 지난해 11월 27일부로 멕시코·미국 소재 기업에 각각 1달러씩, 총 2달러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형식상 매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잔여 부채를 넘기는 조건의 '사실상 무상 처분'에 가깝다. 이번 거래에서 매각가가 2달러로 설정된 것은 세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최소 명목가액일 뿐, 핵심은 매수자가 남아 있는 부채를 전액 떠안는 구조다. 공단은 이를 통해 약 8490억원의 부채를 줄이고, 자본도 6800억원 이상 늘어나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볼레오 광산은 구리, 코발트, 황산아연 등 약 1억5000만톤의 매장량을 보유한 대형 프로젝트로, 항만·정제련 설비·발전소 등 인프라도 갖춘 '풀 패키지' 광산이다. 투자 초기에는 한국형 자원개발 성공 사례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연약한 지질 구조로 인한 채굴 난이도, 멕시코 현지의 정치·사회적 리스크, 경쟁 광산 대비 높은 생산원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해외자산관리위원회는 2022년 “추가 투자보다 조기 손실 확정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후 매각을 추진했지만 세 차례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사실상 '살 사람 없는 자산'이 된 셈이다. 공단 측은 “입찰이 반복적으로 실패한 상황에서 부채를 이전하는 조건의 매각이 최선이었다"며 “더 지연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였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개별 프로젝트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단이 투자한 33개 사업 중 자산 가치가 상승한 곳은 국내 자산을 포함해 7곳에 불과하며, 해외 프로젝트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낸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과거 자원외교 확대 국면에서 '속도 중심 투자'가 이뤄진 결과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탐사·개발·운영 전 과정에 대한 기술적·상업적 검증 없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결국 비용 구조와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최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희토류·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단 역할 확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정책 목표에 따라 투자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광산 평가·운영·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상업적 플레이어'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볼레오 광산 매각은 '손실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면서 동시에 '왜 이런 선택에 이르게 됐는가'를 묻는 사건이다. 향후 공단이 다시 해외 자원개발 전면에 나설 경우, 이번 사례는 피할 수 없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중동발 위기에도 흔들림 없다…인천 LNG 기지 가보니

인천 센트럴파크에서 버스로 20여분, 인천신항을 지나 바다 쪽으로 더 들어가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생산기지인 한국가스공사 인천 LNG 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지 안으로 들어서자 아파트 15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저장탱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 오르면 지상식과 지중식 저장탱크 23기, 기화설비, 배관망, 부두 설비가 바다 위 인공섬에 촘촘히 들어선 모습이 한눈에 펼쳐졌다. 지난달 30일 한국가스연맹 현장답사로 방문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선갑도 해상에 조성된 인천 LNG 기지는 총면적 약 45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한다. 이곳은 오직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바다를 매립해 만든 천연가스 생산기지다. 1996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공급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인천기지의 LNG 저장능력은 총 348만㎘로, 국내에서 약 18일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LNG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우리나라는 과거 중동 LNG 의존도가 약 70%에 달했지만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현재는 약 15% 수준까지 낮아져 있을 때 전쟁이 터졌다. 지금도 비상 상황이긴 하나 카타르·오만 등 중동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사할린 등 여러 수입처에서 LNG를 들여오고 있어 충격이 일정 부분 완화됐다. 현장 관계자들도 기지 운영에 큰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지금은 봄철로 가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기다. 천연가스는 냉방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과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다. 당장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에너지 수급 자체보다 공공부문 차량 홀짝제에 따른 출퇴근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인천 LNG 기지는 자가용 없이는 접근이 쉽지 않아 직원들은 외부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LNG는 해외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안팎으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다. 23개의 거대한 저장탱크 내부 역시 영하 162도로 유지된다. 탱크 내부에는 극저온을 견디도록 설계됐고 외벽은 두꺼운 특수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다. LNG는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들어 대량 저장과 장거리 해상 운송이 가능하다. 이렇게 들여온 LNG는 인천기지 저장탱크에 보관된 뒤 다시 기체 상태로 바뀐다. 이후 지하 배관망을 통해 가정, 산업체, 발전소 등에 공급된다. 버스는 다시 부두 쪽으로 향했다. 부두까지 이어지는 길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긴 방파제처럼 뻗어 있었다. 양쪽 아래로는 LNG 수송선에서 저장탱크까지 연결되는 배관들이 나란히 이어졌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길 끝에는 거대한 설비들이 솟아 있었다. LNG 선박이 들어오면 이 설비를 통해 액체 상태의 LNG가 저장탱크로 이송된다. 인천기지는 7만5000t급과 12만7000t급 초대형 LNG 선박이 동시에 들어올 수 있는 2개 부두를 운영한다. LNG 수송선은 안전을 위해 입항 1km 전부터 엔진을 끄고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부두로 들어온다. 현장에서는 LNG 선박의 입항을 돕는 예인선 계류장도 볼 수 있었다. 기지에는 총 4척의 예인선이 있다. LNG 선박 한 척이 싣고 오는 물량은 적게는 저장탱크 1기 이상, 많게는 2기 가까이를 채울 수 있는 규모다. 하역에는 통상 10~12시간이 걸리며, 선박은 약 24시간가량 기지에 머문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월 10~12척, 겨울철에는 월 20~25척가량이 입항한다"며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는 사실상 매일 LNG 선박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분석] “한전 총괄, 한수원 시공?”…원전수출 일원화, ‘UAE 모델’ 재현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한전 중심 원전수출 일원화' 방안을 두고 산업계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전이 총괄하고 실제 사업은 결국 한수원이 수행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과거 UAE 바라카 원전 사업 당시의 갈등 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에너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 수출 창구가 한전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UAE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형식상 한전이 전면에 나서더라도 실제 사업 수행은 결국 한수원으로 내려오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현재 거론되는 협약 구조가 사실상 '이중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즉, 한전이 대외적으로는 계약과 금융, 협상을 총괄하고, 실제 설계·건설·운영은 한수원이 담당하는 형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UAE 바라카 원전 당시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UAE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에서 시공사로 참여한 한수원은 시행사인 한전에 추가 공사비 약 1조4000억 원을 청구했지만, 한전이 이를 미루자 결국 한수원이 이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제소해 국제 분쟁으로 비화됐다. 일단 소송은 국내로 돌려진 상황이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과거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한전과 한수원 간 역할과 책임, 비용 부담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장기간 분쟁이 이어진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 주계약 구조는 보기에는 협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구조"라며 “공기 지연이나 추가 비용 발생 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재무 구조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 규모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이 원전 수출을 통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현실화될 경우 리스크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원전 수출은 초기 금융 구조 설계와 장기 운영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데, 무리한 조건으로 수주할 경우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잘못된 계약 구조로 들어가면 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원전은 단순 EPC 사업이 아니라 수십 년짜리 금융·운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특유의 구조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성과는 조직 전체로 분산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공방이 반복되는 '방만경영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수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수조 원 단위의 리스크가 수반된다. 한수원의 체코원전 건설 수주액도 약 26조 원이다. 그만큼 명확한 책임 주체와 의사결정 구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협약 방식은 이러한 구조를 오히려 흐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산업계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단순 협약이 아닌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 컨트롤타워 구축 △원전 가치사슬 통합 △재무 리스크 분리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한전-한수원 이원 구조를 유지한 채 '포장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지금 논의는 결국 '누가 앞에 서느냐'의 문제일 뿐, 구조 자체는 그대로"라며 “원전 수출은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기관 간 역할 조정이 아니라 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쟁의 본질은 '한전 중심 모델'과 '통합 거버넌스 모델' 간 선택의 문제로 압축된다. 한전 중심 일원화는 단기적으로 의사결정 창구를 단순화할 수 있지만,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반복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주회사형 구조나 통합 공사 모델은 제도 개편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사업 수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체코, 사우디, 동남아 등 복수 시장이 동시에 열리고 있는 현 시점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수출 체계 경쟁'으로 전환되는 국면이다. 결국 이번 원전수출 체계 개편은 '누가 주도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가 지속가능하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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