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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직매립 금지 3개월 만에 한시적 허용…불가피했나 논란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 16만3000톤이 소각되지 않고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된다. 공공소각장 정비라는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민간소각장에서 처리하기보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해 직매립 금지 시행 3개월 만에 다시 인천으로 반입하는 모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운영위원회에서 공공소각장 정비 기간 동안 수도권 생활폐기물 16만3000톤을 직매립하는 내용을 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직매립은 오는 23일부터 다시 실시된다. 공공소각장 정비는 각 시설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소각장당 약 1개월이 소요된다고 전해진다. 기후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을 소각한 뒤 발생한 잔재물만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할 수 있었다. 다만 폐기물 처리시설 가동 중단 등의 경우에는 기후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통해 직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민간소각시설이라는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단지 민간소각시설 의존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이유로 직매립을 허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민간소각업계는 여전히 처리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직매립 예외적 적용에 대해 이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인천 지역에서도 쓰레기 대란이 임박한 상황이 아닌 만큼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두고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당초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인천시에 강한 요구로 2016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공공소각장 확충 지연 등의 이유로 지자체 협의를 거쳐 올해로 10년 미뤄졌다. 그럼에도 시행 3개월 만에 공공소각장 정비라는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다시 예외를 허용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 허용된 직매립 물량 16만3000톤은 2023~2025년 연평균 직매립량(52만4000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다만 민간소각장은 서울 공공소각장과 달리 경기·충청 지역에 위치해 있어 의존도를 높일 경우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각 처리 역시 인천 직매립처럼 생활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수도권 3개 시·도는 직매립량을 최근 3년 평균 공공소각시설 정비 기간 동안 매립량(18만1000톤) 대비 10% 이상 감축해야 한다. 시·도별 허용 물량은 서울 8만2335톤, 인천 3만5566톤, 경기 4만5415톤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소는 장기 산업, 일본은 이미 방향 정했다”…도쿄서 확인된 한일 탄소중립 전략 차이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를 '수소'로 꼽으며,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게 이번 전시회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에는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본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차 NEXO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가 유독 높았다. 현대차는 오는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으로, 일본 수소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현대차 임원진과 구매 담당자들이 대거 방문해 일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현대차 외에도 수소 분야에서 관련 기업들의 전시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일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수소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며 두 에너지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수소 산업은 탄소배출과 경제성 문제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소산업이 위축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의 수소 관련 협회들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보급 목표는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반면 청정수소입찰(CHPS),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은 통합 전략, 한국은 단일 축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수소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비용은 일본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상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토요타 중심 산업 생태계, 정부의 지속적 지원, 장기 로드맵 기반 투자를 통해 수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최근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변수로는 AI와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일본은 데이터센터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소와 ESS를 결합한 전력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계통용 ESS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스마트그리드 등이 함께 부각되며, 재생에너지·수소·저장장치가 결합된 통합 시장이 형성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일 양국의 에너지 정책 차이는 수소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시장 중심 구조 △장기 정책 유지 △민간 투자 기반인 반면 한국은 △정책(규제) 중심 △경제성 중심 판단 △단기 성과 요구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은 투자 대비 빠른 수익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수소와 같은 장기 산업에서는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수소 산업의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정책 지속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기업 참여 감소도 확인됐다. 미·중 갈등과 일본과의 관계 경색 영향으로 일부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소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일본 수소차 시장 진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에너지 전환은 특정 발전원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ESS, 전력망을 결합하는 '통합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도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에너지 산업이 기술이 아닌 시장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도 주식처럼 사고 판다”…도쿄서 확인한 ESS 시장의 ‘폭발력’

일본 도쿄 빅사이트.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 한가운데, 컨테이너 형태의 설비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태양광 옆에 설치되는 에너지저장장치(BESS)다. 현장에서 만난 LS ELECTRIC 관계자는 일본 전력시장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는 ESS에 저장된 전기를 주식처럼 사고팝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발전만으로는 수익 구조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축전소 사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구조는 단순하다. △낮 시간 → 태양광 전력 저장 △저녁 피크 → 전력 판매 △가격차로 수익 확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이 쌀 때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판매하는 구조가 기본"이라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ESS"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거래가 단순 전력회사가 아니라 민간 중심 시장에서 이뤄진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거래 구조'다. 일본은 '어그리게이터(aggregator)'가 핵심 역할을 한다. 어그리게이터는 다수의 ESS와 분산형 전원을 하나로 묶어 실시간 전력시장에서 대신 거래해주는 중개 사업자로, 일종의 '전력 증권사' 역할을 한다. 개별 사업자는 ESS를 설치한 뒤 이를 어그리게이터에 맡기면, 어그리게이터가 전력 가격 변동에 맞춰 전기를 사고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배분하는 구조다. 특히 전력이 저렴할 때 충전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피크 시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일본에서는 ESS가 단순한 계통 보조 설비를 넘어 '투자형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 설명을 정리하면 △개인·사업자가 ESS 설치→△어그리게이터에 위탁→△실시간 가격 기반 거래 수행→△수익 분배 구조다. 일본 업체 관계자는 “증권회사처럼 전력을 사고파는 시스템"이라며 “이 때문에 ESS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2MW·8MWh 규모 ESS 기준 △설치비 약 40억 원 △월 수익 약 4억 원 수준 사례도 있다"며 “전력이 '투자 상품'으로 작동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은 ESS 설치 규모에서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활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이 전기요금 절감과 계통 보조 중심의 '설비 확산형 시장'이라면, 일본은 전력 가격 변동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 기반형 ESS 산업'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대비가 뚜렷하다. 일본은 ESS 전체 누적 설치 용량이 약 1~2GW 수준으로 추정되며, 여전히 보급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계통연계형은 0.2~0.3GW 수준에 불과해 실제 전력시장 활용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향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초기 성장 시장'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ESS 누적 설치 용량이 약 6~7GW 수준(산업용·계통용 포함)에 이르며 설비 보급 자체는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이 피크저감, 수요관리, 계통 보조 서비스에 집중돼 있어 일본처럼 전력 거래 기반 수익 모델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제 막 제주도에서 중앙계약시장 실증이 시작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설비 보급은 앞섰지만 시장 모델은 정체된 구조', 일본은 '보급은 초기지만 시장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본과 한국의 ESS 시장 규모는 이미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일본 ESS 시장은 약 93억 달러(약 12조 원) 수준으로, 약 3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시장보다 3배 이상 큰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ESS가 '전력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 자산'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계통 안정화나 피크저감 중심의 제한된 활용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기술이 아니라 시장 설계와 제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한국 역시 전력시장 개방 여부에 따라 ESS 산업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60%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약 20% 수준에서 3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ESS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계통 안정화 △가격 차익 거래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올해부터 일본에서 축전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일본 시장에서 △2021년부터 사업 진출 △약 100MW 규모 실적 확보 △한국 기업 중 최대 수준과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변압기 △차단기 △ESS 시스템 등 패키지 공급 역량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인허가·납기 문제로 4~5년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는 2년 내 공급이 가능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1GW까지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현장에서 확인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력시장 구조가 산업을 만든다는 점이다. 일본은 △시장 개방 → △민간 투자 활성화 → △ESS 급성장 구조로 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 중심 → △제한적 시장 → △성장 정체 양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논쟁을 넘어 '전력시장 설계' 자체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전력시장의 방향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자연독점사업자의 의무

자연독점산업을 경쟁에 맡기게 되면 여러 사업자가 나누어서 생산하게 되어 평균생산비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자연독점 사업의 경우 독점사업자를 지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독점사업자로 지정되고 나면 독점의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즉, 가격을 높게 받고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도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공급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소비자에게는 여러 핑계를 대며 공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는 자연독점사업의 경우 가격 규제와 보편적 공급의무를 부과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연독점 규제는 진입 규제, 가격 규제, 보편적 공급의무의 세 가지 규제가 하나의 묶음으로 규정되게 마련이다.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이와 같은 자연독점 규제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 있는 법은 전기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그리고 집단에너지사업법이다. 일반적으로 독점사업자 외에는 진입을 금지하는 진입 규제 규정은 사업에 대한 허가제(전기사업법 제7조, 도시가스사업법 제3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9조)를 통하여 나타나 있다. 가격 규제는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의 공급약관(제16조)으로, 도시가스사업법과 집단에너지사업법에서는 공급규정(각각 제20조 및 제17조)으로 규정된다. 보편적 공급은 공급의무라는 표현(전기사업법 제14조,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6조)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자연독점 사업자는 바로 한전이다. 발전자회사 6개를 통하여 발전설비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송배전과 판매에 있어서는 사실상의 순수 독점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진입 규제로 보호받고 있는 한전에 대하여 정부는 제대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는 자성해 봐야 한다. 가격 규제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규제를 했다고 판단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제대로 그 원가를 보상받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 부채다. 그러나 2022년의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뒤늦게 반영하기 위해 정부가 2024년 하반기에 올린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특히 2천7백만이 넘는 주택용 수용가 대신 전체 수용가의 1.7% 수준의 산업용 수용가를 대상으로 급하게 올린 산업용 요금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급의무 측면에서도 정부의 규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가장 심각한 결과는 만성적인 송전망 공사의 지연이다. 물론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대가 심각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독점사업자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제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진입 규제는 한전이란 독점사업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이다. 그렇지만 이런 특혜는 그냥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가 특혜를 누리는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전력이 모자랐던 2010-2013년 기간 동안 정부와 한전은 민간사업자들에게 석탄발전소를 빨리 지어달라고 5, 6차 전기본을 통해 부탁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2019년까지는 동해안에서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송전망을 준공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송전망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가동률 저하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민간사업자들을 위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송전제약 지역에 대해 PPA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지만 아직 정부는 관련 고시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 중인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 쟁점은 전력 직접거래와 PPA 허용 여부인데 담당부처는 한전의 독점사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급의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때는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ekn@ekn.kr

[기후 신호등] 인류세의 경고: ‘물 위기’ 넘어 ‘물 파산’의 시대 맞았다

22일은 점차 고갈되어 가는 수자원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2026년 인류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히 물을 아껴 쓰자는 캠페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유엔대학교 물·환경 및 보건 연구소(UNU-INWEH) 소속 카베 마다니 소장은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물 파산: 위기 이후 시대의 수문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삶'이란 보고서에서 현재의 상황을 '물 위기(water crisis)'가 아닌 '물 파산(water bankruptcy)'로 정의했다. 이는 인류가 매년 자연이 보충해주는 수자원 '수입'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비함으로써, 지하수와 빙하라는 지구의 '비상 저금'까지 모두 탕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 신호등]에서는 기후변화와 물 문제의 필연적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전 세계 주요 분쟁 지역의 실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국제적 해결책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기후변화와 물의 상관관계: 가속화되는 수문 순환의 붕괴 기후변화는 수자원 부족의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근본적인 동력이다. 핵심 원인이라는 얘기다. 기온 상승은 증발산을 촉진해 토양의 습기를 앗아가고, 강수 패턴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인 순환을 가속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가뭄 전망: 더 건조해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추세, 영향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22년 유럽 본토의 가뭄 발생 가능성은 이전보다 20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1900년에서 2020년 사이 가뭄에 노출된 전 세계 지표면 면적은 두 배로 증가했고, 인류세의 수문 시스템은 과거의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irreversible)'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cene)는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인류가 지구 생태계 자체를 크게 변화시킨 탓에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수자원 보고서(State of Global Water Resources 2023)'에서 지구 기온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빙권(氷圈, Cryosphere)의 손실이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3년에만 전 세계 빙하 가운데 6000억톤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 50년 사이 연간 손실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빙하와 눈은 하천 유량을 채우는 중요한 공급원인데, 이들이 갑작스럽게 녹아내리면 단기적으로는 홍수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억 명이 식수원이 영구적으로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자원 부족 및 수질 오염의 글로벌 핫스팟 실태 물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지만, 그 피해 정도는 지경학적 위치(geoeconomic location)와 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해 7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낸 '2023~2025년 전 세계 가뭄 취약지역 보고서'는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기여한 정도는 가장 작지만, 수자원 문제로 인한 고통은 가장 심하게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에이몬 맥거크와 시카고대학교 네이선 넌 교수가 지난해 8월 '경제 연구 리뷰(Review of Economic Studies)' 저널에 발표한 '기후변화와 아프리카의 갈등' 논문에 따르면, 가뭄으로 목초지가 부족해진 유목민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정착 농민과의 자원 갈등이 벌어지고 끝내는 폭력적인 충돌을 야기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23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다. UNCCD 보고서는 스페인을 포함한 지중해 지역의 강수량이 2050년까지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2022년 독일 라인강의 수위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물류 운송 능력이 25~35%로 급감한 사례를 들면서, 물 문제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유량 감소는 오염 물질의 농도를 높이고 수질을 악화시키는데, 2018년 가뭄 당시 라인강의 의약품 잔류물 농도는 3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무분별한 지하수 취수로 인해 지반 침하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대도시는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매년 상당한 속도로 가라앉고 있고, 이로 인해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홍수 위험이 크게 늘고 있다. 인도의 콜카타 시는 전체 면적의 92.56%가 지반 침하를 겪고 있고, 델리 시는 연간 15.19㎜에 달하는 침하율을 기록했다. 멕시코시티는 기반 시설의 노후화로 공급되는 물의 40%가 누수로 사라지는 있다. UNCCD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시스템 용량이 39%까지 떨어져 도시의 물이 완전히 고갈되는 '데이 제로(Day Zero)' 직전까지 몰렸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은 남미의 아마존 분지 역시 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분홍돌고래 등 수많은 수중 동물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숨겨진 물 소비: 산업 생산과 가상수 무역의 불평등 물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마시는 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 중국 둥베이(東北)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철강·시멘트·종이·플라스틱 등 주요 재료 생산을 위한 전 세계 '블루 워터' 사용량(물 발자국)은 1995년 251억 ㎥에서 2021년 507억 ㎥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블루워터(blue water)는 강·호수·지하수처럼 눈에 보이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상수(virtual water)' 무역을 통한 수자원의 착취와 불평등이다. 베이징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농업 무역에서의 물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물 집약적인 농산물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함으로써 자국의 물 부족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 국가의 취약 계층은 자국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동안 정작 본인은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물 부정의(injustice)'를 겪고 있다. 국제 무역을 통해 가상수가 이동하는 양을 1995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공산품 생산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해결을 위한 기술적·전략적 대안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서는 수요 감소와 공급 다변화를 결합한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자연 기반 해결책(NbS)과 관리형 대수층 충전(MAR)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OECD 보고서는 강조한다. 습지를 복원하고, 투수성 지표면을 확대해 빗물이 지하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함으로써 지하수 수위를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이라는 다각적 이득을 동시에 제공한다. UNCCD 보고서는 누수 차단 및 효율적 물 수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멕시코시티나 미국 일부 도시에서 발생하는 40~60%의 수돗물 누수율을 절반으로만 줄여도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수 재이용과 해수담수화 기술의 고도화할 필요도 있다. 싱가포르의 '뉴워터(NEWater)' 사례처럼 하수를 고도로 정수해 공업용이나 식수로 재활용하는 기술은 물 부족 국가의 필수 생존 전략이다. OECD 글로벌 가뭄 전망 보고서는 “다만, 해수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비가 많고, 농축된 소금물 배출로 인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정밀 농업을 도입하고, 가뭄 저항성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 세계 담수 소비의 70~80%가 농업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물 소비가 적은 토착 작물을 육종하고 점적(點滴, drip) 관개 시스템을 도입하여 농업용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점적 관개 시스템은 작물 뿌리 주변에만 물을 한 방울씩 천천히 공급하는 고효율 관개 방식이다. ◇국제사회 협력 방안: 초국경적 공유와 물 외교의 필요성 물은 국경 내에서만 흐르지 않는다. 전 세계 수자원의 60%는 국경을 넘나드는 하천 유역(transboundary river basins)에 위치해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41~2050년 사이 전 세계 초국경 유역의 40%가 물 부족으로 인한 갈등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다양한 협력이 시급하다. UN대학교의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는 “초국경 수자원 협정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944년 체결된 미국-멕시코 수자원 조약처럼 수십 년 전의 풍부했던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조약은 현재의 기후 현실에 맞지 않다. 변화된 하천 유량을 반영, 상·하류 국가 간의 이익을 공유하는 유연한 메커니즘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공유와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상류 국가의 댐 건설이나 물 전용 현황이 하류 국가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그래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도 가능하다. WMO 보고서는 “글로벌 수문 상태 및 전망 시스템(HydroSOS)과 같은 국제적 플랫폼에 모든 국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물 금융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가뭄 피해가 극심한 개도국이 기후 적응을 위한 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선진국은 기후 기금을 물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농산물 무역 등을 통해 개별 국가가 떠넘긴 '수문학적 부채'를 갚는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게 '물 평등 보고서'의 시각이다. 부산대학교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크리스티안 프란츠케 교수팀이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인류세 전례 없는 글로벌 물 부족의 첫 출현' 논문은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대 이전에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물 부족, 즉 '데이 제로 가뭄'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의 날을 맞아 인류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명확하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이미 지구의 자본을 상당 부분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정의, 그리고 다음 세대의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시급한 정치적·윤리적 과업이라는 사실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에너지 인사이트] 9.5km 케이블이 만든 ‘BTS K-에너지’… 탄소 30톤을 1조 가치로 바꾸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수놓은 BTS의 컴백 공연 'ARIRANG'은 대한민국이 보유한 거대한 '문화 에너지'의 총체적 집합체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단순한 대중음악 이벤트를 넘어, 에너지의 쓰임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 투입된 9.5km의 전력 케이블과 약 1만 킬로볼트암페어(kVA) 규모의 전력 설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소형 산업단지'를 방불케 했지만, 이 공연의 본질은 전력 소비량이 아니라 그 전력이 만들어낸 '경제적 전환 효과'에 있다. 이번 공연의 순간 최대 전력은 약 9600~10000kVA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3000~40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 규모와 맞먹는다. 다만 이는 '순간 부하' 기준일 뿐 실제 총 소비량과는 구분해야 한다. 공연 준비와 리허설, 글로벌 송출을 포함한 전체 전력 소비량은 약 6만~8만 킬로와트시(kWh) 수준으로, 국내 평균 가구 기준 약 200~250가구의 한 달 사용량에 해당한다. kVA(킬로볼트암페어)는 전력 설비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특정 순간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 규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kW(킬로와트)가 실제 소비되는 유효전력을 뜻한다면, kVA는 전압과 전류를 곱한 '피상전력' 개념으로 설비 설계 기준에 사용된다. 공연장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순간적으로 큰 전력이 필요한 시설에서는 kWh(사용량)보다 kVA(최대 공급 능력)가 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탄소 배출량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력 배출계수(약 0.4~0.5kgCO₂/kWh)를 적용하면 이번 공연에서 발생한 탄소는 약 24~36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나무 약 3,000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비슷한 규모다.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발전·산업 부문과 비교하면 제한적인 단기 이벤트성 배출에 가깝다. 그러나 이 수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한 '배출량'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전력을 투입했을 때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형 K-콘서트의 경제 파급효과는 통상 1조 원 내외로 평가된다. 이번 공연 역시 해외 팬 유입에 따른 관광 소비, 콘텐츠 유통, 광고 및 플랫폼 수익,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 등을 포함하면 약 1조~1조200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탄소 1톤당 수백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 셈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발전 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이번 공연이 가진 '디지털 구조'다. 과거라면 수백만 명의 글로벌 팬이 항공기를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이번 공연은 서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OTT와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소비됐다. 이는 개별 이동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대체하는 구조로, 전 지구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전력은 소비됐지만, 그 전력은 '이동 에너지'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물리적 에너지를 디지털 에너지로 전환해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다. 에너지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제조업은 전력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발전 산업은 전력을 공급하는 데서 가치가 발생한다. 반면 K-콘텐츠 산업은 전력을 투입해 관광·플랫폼·브랜드 가치까지 동시에 창출한다. 동일한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부가가치의 밀도'가 전혀 다른 것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 케이블은 단순한 공급망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송출하는 네트워크"라며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느냐보다, 그 전기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모든 에너지 소비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과 산업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소비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같은 1kWh라도 단순 소비로 사라질 수도 있고,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가치로 증폭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BTS 공연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9.5km의 케이블을 타고 흐른 전기는 단순한 조명과 음향을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와 브랜드, 그리고 경제적 영향력으로 확장됐다. 에너지의 시대는 이미 바뀌고 있다. 이제 전력은 산업을 움직이는 수단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증폭시키는 '가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내일날씨] 아침 ‘영하권’ 쌀쌀…낮 최고 19도 ‘포근’

일요일인 22일은 전국적으로 아침과 낮의 기온 차가 매우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륙 곳곳의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쌀쌀하겠지만, 낮에는 기온이 크게 올라 포근하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 아침 최저기온은 -2~8도, 낮 최고기온은 14~19도로 예보됐다. 특히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곳이 많겠으며, 새벽부터 아침 사이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낮 기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5도 안팎까지 올라 포근하겠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20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외출 시 입고 벗기 편한 겉옷을 준비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하늘에 구름이 많겠으나, 제주도는 오후부터 저녁 사이 5㎜ 미만의 비가 살짝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지역은 대체로 맑거나 구름만 끼는 날씨가 이어지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이 '보통' 수준을 보이겠으며, 제주권은 '좋음' 수준으로 청정하겠다. 바다 물결은 동해와 남해 앞바다에서 0.5~1.0m, 서해 앞바다에서 0.5m로 비교적 잔잔하게 일겠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란 “일본 선박 통과 협의 가능”…호르무즈 ‘선별 통행’ 현실화되나

이란이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협의를 거쳐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완전 봉쇄'가 아닌 선별적 통행 구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이란 등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란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다각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해협은 열려 있으며 적대국을 제외한 선박의 통과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본 선박에 대해서도 협의를 전제로 통과 허용 의사를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망에서 사실상 '생명선'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0%를, 한국은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상황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발언은 이란이 해협을 전면 봉쇄하기보다는 특정 국가 및 선박에 대해 선별적으로 통항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자국 선박 통과를 위해 이란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선별적 통행' 구조가 유가 급등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해협이 완전히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일부 물량이 유지되면서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다만 공급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는 점이 곧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정 국가나 선박에 따라 통과 여부가 달라질 경우 운송 리스크와 보험료 상승, 물류 지연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이번 움직임은 주목된다. 이란이 일본을 향해 통과 허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 우방국 간 균열을 유도하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일본 등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며, 참여 국가는 20개국으로 확대된 상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완전 봉쇄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국가만 선택적으로 통과를 허용하는 구조는 에너지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유가 상승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지정학적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고려할 때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진식 중견련 회장 “페루와 공급망·기술협력 기여할 것”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페루의 경제·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단순 교역을 넘어 공급망 협력과 기술 중심의 고도화된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중견련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중견련에서 파울 페르난도 두클로스 파로디 주한페루대사를 접견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페루는 중견기업의 원활한 원자재 수급 및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안정성 강화를 위한 핵심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2024년 결산 기준으로 전체 중견기업 중 28.6%인 1853곳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최 회장은 “중동 분쟁 장기화 등 글로벌 불안정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생산 기반의 토대인 공급망 안정화가 필수"라며 “아연 2위, 구리 3위 등 핵심 산업 자원 부국인 페루와의 전략적 협력으로 소부장 산업의 중심인 중견기업의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 루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디지털 전환(DX)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발전전략계획 2050'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은 해당 분야의 한국 중견기업 경쟁력을 강조하며 “페루의 경제·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단순 교역을 넘어 공급망 협력과 기술 중심의 고도화된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로디 대사는 “고도화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 속에서 한국 중견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2024년 채택된 양국 공동 선언을 중심으로 가스, 핵심 광물 공급은 물론, 안보, 국방, 농·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가속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마이티어스 보고서 “한국 유통업체 온실가스 ‘메탄’ 감축 노력 미흡”

한국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 대응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생산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는 쌀이나 육류 등의 상품을 유통하면서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마이티 어스(Mighty Earth)'는 21일 공개한 '낯뜨거운 성적표: 아시아 유통업체의 메탄 대응 실패'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의 8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롯데쇼핑은 100점 만점에 13점으로 조사 대상 중 3위를 기록했으며, 이마트는 9점을 받아 5위에 그쳤다. 마이티어스는 전 세계 공급망에서 삼림 벌채와 기후 오염을 줄이기 위해 주요 기업들을 설득하고, 자연 보호와 기후 확보를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 환경 단체다. 이 단체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8곳을 대상으로 기후 공약과 행동을 분석했다. 이 단체는 총 6개의 카테고리(범주)와 그 아래 배치된 총 20개의 세부 지표를 기준으로 비교 분석했다. 카테고리 중에서 '메탄의 역할'은 유통업체가 축산 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기후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지, 육류 및 유제품 소비 감축을 지원하는지, 경영진의 보수가 기후 목표와 연계되어 있는지를 평가했다. 온실가스(GHG) 배출량 보고 카테고리의 경우 기업 운영(스코프 1,2) 및 공급망 전체(스코프3)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여부와 특히 메탄 배출량을 별도로 측정하여 공개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배출 감축 공약 및 행동 계획 카테고리에서는 넷제로(Net Zero) 달성 시점, 메탄 전용 감축 목표 수립 여부, 자체 브랜드(PB) 육류·유제품의 감축 계획, 산림 파괴 방지(DCF) 공약 등을 분석했다. 쌀 관련 메탄 배출 카테고리에서는 아시아의 주요 메탄 배출원인 쌀 재배의 기후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지와 저메탄 방식으로 생산된 쌀에 대한 정책이 있는지를 평가했다. 대체 단백질 및 투자 카테고리는 자체 브랜드(PB) 식물성 대체 식품 제공 여부 등을, 음식물 쓰레기 정책 카테고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 및 소각 제로(Zero-landfill/incineration) 정책과 구체적인 음식물 쓰레기 감축 목표 수립 여부를 평가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두 업체 모두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는 '스코프 3(Scope 3)' 배출량을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별도로 공개하거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한 곳은 없었다. 또한, 두 업체 모두 2040년 넷제로라는 야심찬 목표 대신 상대적으로 완화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 기후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0점을 기록한 항목들은 한국 시장의 특성과 맞물려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두 기업은 메탄의 역할에 대한 인지, 쌀 관련 메탄 배출 대응, 식물성 대체 단백질 투자 부문에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한국은 서구식 육류 중심 식단의 확산으로 2024년 기준 세계 4위의 소고기 수입국으로 부상할 만큼 육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두 업체 모두 물성 대체 단백질 제품 제공에 소홀해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시아 메탄 배출의 10%를 차지하는 쌀 재배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두 기업 모두 명확한 인지나 대응 전략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은 배출 후 20년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0배 이상 강력한 '기후 슈퍼 오염물질'로,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의 약 30%를 유발해 왔다. 특히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40%가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고, 그중 축산업과 쌀 재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이티어스는 이러한 항목들을 개선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메탄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줄이겠다는 '글로벌 메탄 서약'에 맞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세울 것을 권고했다. 또한, 논물 관리(AWD) 등 저메탄 농법으로 생산된 쌀을 우선 취급하고, 2030년까지 식물성 식품 판매 비중을 60%까지 확대하는 등 과감한 식단 전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티어스 박매화 동아시아 매니저는 “서구식 식단의 확산에 힘입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고기 시장 중 하나로 부상했고, 소고기 수요 증가는 메탄 배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매니저는 “축산 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신속히 줄이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고 아시아가 이미 겪고 있는 극심한 기후 영향을 완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식품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도록 돕고, 한국에서 이미 확산되고 있는 '고기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단을 늘리는' 이 흐름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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