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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본격 장마 시작…5~7일 ‘호우특보급’ 폭우, 태풍 ‘바비’ 변수

전국이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가운데 오는 5~7일 전국에 호우특보 수준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괌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9호 태풍 '바비'가 향후 장마전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기상청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30일 제주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1일 중부지방까지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현재 정체전선은 북쪽의 찬 공기에 밀려 제주도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시기는 정체전선이 본격적으로 북상하는 5~7일이다. 이 기간 북서쪽에서 접근하는 기압골이 정체전선과 만나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전국에 호우특보 수준의 많고 강한 비를 뿌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23~24도까지 오르면서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대거 유입되고 있어 강수 강도가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 장마의 향후 흐름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태풍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경 괌 동쪽 약 1700km 해상에서 제9호 태풍 '바비'가 발생했다. 현재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정도와 북쪽 찬 공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상청은 태풍 '바비'가 장마전선 위치와 강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최신 태풍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집중호우에 앞서 잦은 비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체전선이 본격적으로 북상하는 3일 밤 제주도를 시작으로 4일에는 남부지방과 충청 남부까지 비가 확대된다. 특히 제주도와 전남 해안에는 30~80㎜, 제주 산지에는 120㎜ 이상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오는 8~9일에도 장마 영향으로 강수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대기 불안정에 따른 국지성 소나기도 예보됐다. 2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에는 5~60㎜, 그 밖의 내륙에는 5~40㎜의 소나기가 돌풍, 천둥·번개와 함께 강하게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3일에도 중부 내륙을 중심으로 5~40㎜의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덥고 습한 날씨도 계속된다. 4일에는 내륙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 오르겠으며, 높은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장마철에는 날씨 정보의 변동성이 큰 만큼 허위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기상청 홈페이지나 공식 유튜브 채널 등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창구의 최신 예보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태양광산업협회 “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일부 대기업 특혜…중소업체 배제 우려”

태양광 업계가 정부의 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평가 기준이 국내 중소·중견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을 사실상 배제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 지난달 24일 발표된 '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추가 공고'와 관련한 업계 의견과 건의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 공고는 국내 태양광 보급 확대와 제조 산업 육성을 목표로 마련됐지만, 새롭게 도입된 '태양광 시설자금 적합성 검토 기준'이 현재 국내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추가 공고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자금은 적합성 검토에서 70점 이상을 획득한 발전사업자만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산업기여도 항목이 총 4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업계는 이 평가가 사실상 '국산 셀 사용 여부'를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준에서는 탄소배출량 2등급 이하를 충족하면서 국산 셀을 사용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셀과 모듈을 함께 생산하는 기업은 일부 대기업 계열 2곳에 불과해 대부분의 중소·중견 모듈 제조사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협회는 국내 다수의 중소·중견 기업이 제조원가와 공급망 등을 고려해 '외산 셀과 국내 모듈' 방식으로 탄소 2등급 제품을 생산하며 국내 공장을 운영하고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기준이 적용되면 해당 제품은 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져 판로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보조금과 금융지원 사업이 사실상 주요 시장인 상황에서 제품 판매가 막히면 재고 부담과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국내 태양광 제조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정부의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연간 10기가와트(GW) 이상의 태양광 보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만으로는 공급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중견 기업들이 사업 참여에서 배제될 경우 금융지원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보급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이번 기준이 향후 융복합지원사업이나 건물지원사업 등 다른 정부 지원사업으로 확대 적용될 경우 국내 중소·중견 모듈 제조업체들이 정부 지원사업 전반에서 배제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개선 방안으로 산업기여도 배점 구조를 보다 객관적으로 개편해 국내 공장을 운영하고 고용과 기술 투자를 이어온 모듈 제조기업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산 셀과 국산 모듈을 사용하는 제품에는 별도의 탄소 1등급 시장을 만들어 지원을 확대하되, 탄소 2등급 시장에서는 기존의 외산 셀과 국내 모듈 제품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셀 생산시설 구축에는 최소 2~3년의 투자 기간이 필요한 만큼 최소 2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거나 단계적으로 제도를 시행하고, 기준 확정 전 정부와 업계가 참여하는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협회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과 국내 제조 산업 육성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업계 건의를 적극 검토해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800조 메가프로젝트의 그늘, ‘기후위기 대응’ 흔든다 [이원희의 기후兵法]

삼성과 SK가 1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메가프로젝트가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흔들고 있다. 수십 기가와트(GW) 규모의 국가 단위 전력 수요가 새롭게 발생하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탄소중립법 개정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의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27.7GW 규모의 신규 전력설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발전소 몇 곳을 더 짓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급 전력수요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에는 18.4GW,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는 6.3GW가 필요하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도 기존 확보한 12GW 외에 추가로 3GW를 더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대전력은 역대 최고 기준 약 97GW 수준이지만, 봄철에는 48GW 안팎까지 떨어진다. 메가프로젝트에서 필요한 27.7GW는 봄철 전체 전력수요의 약 56%에 달하는 규모다. 국가 전체 전력체계에 작은 나라 하나의 전체 전력 수요가 통째로 추가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막대한 전력을 무엇으로 공급할 것이냐다. 태양광과 풍력은 탄소중립 측면에서는 이상적인 발전원이지만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수십GW 규모의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력발전 역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신규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인허가, 건설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추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결국 단기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열병합발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와 LNG 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도 중요하지만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을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결국 정부는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와 AI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늘어난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에 대해 지난 달 29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는 원전 증설 및 수명 연장은 물론, 석탄 발전의 연장 가동, LNG 발전 증설로 메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는 논평을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작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입법을 논의해야 할 국회는 사실상 멈췄다. 정치권은 상임위원회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탄소중립 정책 추진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당초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5월 말 종료 예정이던 활동 기한을 오는 8월 말까지 연장했다. 헌재는 현행 법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규정하지 않아 미래세대 환경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여기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마저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11개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반발해 위원 사임서를 제출하면서 기후환노위가 사실상 반쪽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전력정책 등을 다루는 핵심 상임위가 정치적 대치 속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기후환노위가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기후특위 역시 원활한 논의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는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온실가스를 초기에 빠르게 줄이는 '오목형 감축경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보다 유연한 감축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먼저 움직였다. 지난 1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등 7명의 기후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의 의견을 전달하며 기업 경쟁력을 고려한 감축경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초기 감축 부담을 과도하게 높이는 오목형 감축경로는 제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청년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중부지방 소나기, 제주도 비…낮 30도 안팎 더위

오는 3일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오전 9시부터 밤 사이 서울·경기 남부·북동부와 강원 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동부·충북, 경북 북부 내륙·북동 산지에 소나기가 내리겠다. 일부 지역에서는 돌풍과 천둥·번개, 우박을 동반할 수 있어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 남부·북동부와 강원 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동부·충북 5~40㎜, 강원 동해안 5㎜ 안팎, 경북 북부 내륙·북동 산지 5~30㎜이다. 한편, 오후부터는 제주도에 30~8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전국 최저기온은 18~22℃(도), 최고기온은 25~30도로 예보됐다.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1도 안팎까지 올라 온열질환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특별기획-서남권 반도체]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① ‘소외의 땅’에서 ‘첨단산업의 심장’으로

최근 정부와 삼성, SK그룹의 전남·광주권 1000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기대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투자 규모와 입지, 파급효과를 놓고 다양한 전망과 해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는 독자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전하고자 5부작 특별기획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왜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무게중심이 서남권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지역과 국가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이재현 백준 기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세계 산업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미국은 AI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반도체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생산기지 확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만으로는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 속에 정부는 새로운 국가 성장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부족이라는 수도권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AI 시대를 뒷받침할 제2의 반도체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택지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오랫동안 산업화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었던 호남, 그리고 40년 만에 하나가 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정부가 최근 국민보고회를 통해 발표한 서남권 첨단산업 구상에는 삼성전자와 SK그룹,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반도체 생산기지, AI 데이터센터, 첨단 패키징 산업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 국민보고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한이 슬픈 역사가 새로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호남이 AI 시대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를 갖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수도권 1극 체제로 계속 가면 나라가 망한다"며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지역 지원 논리가 아니었다. 그는 기업들이 서남권을 선택한 배경을 “경제 원리"라고 설명했다. △ AI 시대가 만든 새로운 산업지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용인과 평택, 화성, 이천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벨트가 최적의 입지로 평가됐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은 산업의 공식을 바꿔 놓았다. 초거대 AI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하고, 이를 처리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기존에는 용인과 평택의 생산시설로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AI 산업 발전으로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다"며 “일부 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될 정도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 역시 더 이상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세계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서남권을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의 물리적 한계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초순수 용수, 넓은 산업용지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이미 송·배전망과 용수 공급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기존 전력망으로는 추가 전력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용수 역시 생활용수 공급만으로도 한계에 도달해 추가 증설이 사실상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생산거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역으로 호남을 지목했다. 그 배경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상대적으로 넓은 산업용지, 추가 확보가 가능한 용수 등 산업 기반이 있다. 이 대통령은 “한이 슬픈 역사가 새로운 기회가 됐다"며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됐던 호남이 이제는 용수와 전력, 용지라는 핵심 인프라를 모두 갖춘 유일한 대안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남 서남해안의 해상풍력과 태양광은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 달성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 평탄한 지형은 대규모 공장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지는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개발이 더디다는 이유로 약점으로 여겨졌던 조건들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 통합특별시가 만든 결정적 변수, 새로운 산업축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산업 전략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변화는 광주와 전남의 행정 통합이다.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 통합 결정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행정구역 통합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며 “이번 통합이 투자 결정을 이끌어낸 주요 동인이 됐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하나의 권역에서 산업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통합특별시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조성, 기반시설 구축, 정주 여건 개선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서남권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기업 투자와 함께 전력망과 용수 공급, 교통 인프라, 교육과 의료, 문화시설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해 새로운 산업도시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공장을 하나 더 짓는 사업'이 아니라 산업과 도시,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광주·전남은 오랫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AI와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금, 그 소외의 시간이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 넓은 산업용지, 그리고 통합특별시라는 행정 기반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조건을 만들었다. 정부와 기업이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EE칼럼] 아직도 RE100인가?

요즘 슬금슬금 RE100(Renewable Energy 100)이 다시 나온다. 재생에너지를 옹호하거나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RE100이 나온다. 그런데 그게 이미 한물간 캠페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RE100은 2014년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캠페인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이에 동참하였다.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시작 단계에서는 의무가 없기 떄문에 참여 선언 그 자체는 매우 쉬웠기 때문이다. RE100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RE100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발전은 이산화탄소 약1000g(그램)을 배출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700g, 원자력은 10g, 재생에너지는 50g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원자력은 55원, 재생에너지는 270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둘째, RE100은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만 구매해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즉 RE100만을 위해서라면 재생에너지가 많은 특정 지역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있더라도 REC만 구매하면 RE100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셋째, 구글의 태도가 바뀐지 오래다. 구글은 이미 2018년 이산화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원을 사용하자는 'CF100(Carbon Free)'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하루 24시간, 주 7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글은 '원전도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넷째, 정작 RE100의 진원지인 기후그룹의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기후그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RE100도 여전히 살아있지만, 24/7 CFE(Carbon-free Energy) 이니셔티브도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24/7 카본프리 에너지 콤팩트(24/7 Carbon-free Energy Compact)의 공동 출범 주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즉 기후그룹이 RE100만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여기저기서 'RE100을 해야 한다'. 또 'RE100을 하지 않으면 우리 무역하는데 장벽이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던지 뭘 모르는 얘기다. 원자력발전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도 인정된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로 바뀐 상황에서도 조선은 여전히 명나라를 모셨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정작 RE100 캠페인을 시작했던 기후그룹은 원자력발전을 인정하는데 지구 반바퀴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원래의 RE100을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RE100은 소개될 당시부터 옹색한 주장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억제하자면서도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배제한 것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는 딱맞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위상도 잊은 채로 기후그룹이라는 작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차관이 따라했다. 그 당시에도 UN에서는 원자력발전도 무탄소에너지로 인정하는 CFE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UN을 버리고 NGO를 택했다. 그것 말고는 과학과 합리를 막아낼 방패가 없었던 것이다. 2년 전에는 삼성전자에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ASML(사)가 RE100을 하기로 했다는 오보가 나오면서 우리도 RE100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가짜뉴스였다. ASML의 정책보고서와 연례보고서 그리고 직접 담당자와 연락해봐도 그런 주장은 나온 바가 없었다. 삼성전자를 몹시 위해주는 척하며 RE100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AI 데이터 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모두 원전 5기 내지 10기분의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 고정밀의 민감한 시설이기 때문에 생산이 들쭉날쭉한 간헐적 전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기요금이 낮아야 한다. 그게 정부보조금이나 다른 국민이 더 감당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제 RE100 주장은 그만할 때가 됐다. bienns@ekn.kr

7월 발전용 가스요금 ‘2만원’ 돌파…여름철 한전 부담 커진다

발전용 가스요금이 7월에도 오르면서 기가줄(GJ)당 2만원을 넘어섰다. 중동 전쟁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원료 수급 차질의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올 여름철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고되면서 다음 달 세계 LNG 시장과 국내 전력 수요가 발전 원가 불안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일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요금정보에 따르면, 이달 일반발전사업자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요금은 GJ당 2만522.58원으로 책정돼 지난달보다 5.9% 상승했다. 이 같은 단가 상승은 4월부터 4개월 연속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따지면 총 25.7%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도 주택용과 일반용은 각각 GJ당 2만849원과 1만9090원으로 동결한 반면, 산업용과 수송용, 업무난방용은 2만1191원과 2만653원, 2만3234원으로 각각 341.9원씩 올랐다. 열병합용과 연료전지용도 2만1175원과 1만9741원으로 같은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2월 28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며 중동 지역의 LNG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LNG 생산 설비가 공격을 받으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중동산 화석 연료를 배에 싣고 나르는 주요 경로였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기존에 선적했던 가스조차 빠져나오지 못했다. 1일 쉘이 낸 2026 LNG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중동 전쟁으로 월간 LNG 공급량의 20%가 영향을 받았다. 이는 중동에서 한국으로 수입하는 20여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수급상황에 영향을 미쳤다. LNG 국내 도입부터 공급까지 나타나는 2~3개월 시차를 고려하면 중동 전쟁의 여파가 이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세계 LNG 시장의 가격은 전쟁 이후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도 발전용 가스요금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LNG 일본·한국시장(JKM) 선물 가격은 지난 1일 MMBtu(100만BTU)당 16.025달러로, 중동전쟁 발발 직전 수준인 10달러 초반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 이후 거의 대부분 15달러선을 상회했고, 3월 19일에는 22.350달러를 기록하며 고점을 찍기도 했다. 미-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교환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LNG 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해 쪽이나 UAE 푸자이라항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중동산 LNG를 수급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급량을 100% 대체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파괴된 가스 생산시설도 복구하려면 길게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올해 여름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날씨가 흐린 날이 많아질 경우 전력 수요 최대치가 98.8기가와트(GW)로 추산되면서 발전사들의 원가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전력 공급능력을 107GW 확보해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찍을 경우 예비전원 8.2GW가 남을 것으로 계산된다. 발전 원가 상승과 전력 수요 증가는 전력도매가격(SMP)에도 영향을 미쳤다. 1일 평균 SMP(육지 기준)는 킬로와트시(kWh)당 126.01원으로 6월 평균보다 11.9원 높았다. 냉방기기를 많이 작동시키는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뿐만 아니라 8월까지 SMP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원래 기준대로라면 3분기 전기요금을 내리지 않고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도 발전용 가스가격 상승과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을 대비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전기요금에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LNG 등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 단가'를 원래 계산대로라면 kWh당 -3.4원으로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제반 상황을 고려해 최대치인 +5원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반도체 물 공급 호언장담한 정부… 정작 ‘농업용수’ 데이터는 깜깜이[환경포커스]

최근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자 일각에서는 물 부족 문제를 들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하루 100만 톤 이상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기후부에서 반도체 관련 공장에 필요한 하루 65만톤의 물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물 부족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었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는 수자원 통계와 물 수급 전망이 불과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지면서 국가 물관리의 기초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 변화의 배경으로 농업용수 등 실제 물 사용량조차 정확히 계측하지 못하는 국가 수자원 통계 체계를 지목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의 김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강수량에 따른 전체 수자원 총량은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얼마나 물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불과 몇 년 사이 '2700톤'에서 '36만8000톤 부족'으로 정부의 물 수요-공급 전망은 시기마다 큰 폭으로 달라졌다. 지난 2016년에 수립된 국토교통부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1~2020)의 3차 수정계획에서는 과거 최대 가뭄 상황을 적용하더라도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생활·공업용수 부족량은 연간 약 100만 톤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365일로 나누면 하루 2700톤 수준이다. 특히 영산강 권역은 물 부족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12월 한국수자원학회가 영산강·섬진강 유역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서는 같은 권역의 물 부족량이 과거 최대가뭄 기준으로 하루 1만2822톤, 연간으로는 400만톤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제시됐다. 6년 사이에 부족량이 4배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불과 4개월 뒤인 2023년 4월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영산강과 섬진강의 장래 물 부족량이 과거 최대 가뭄 기준으로 하루 36만8000톤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하루 61만톤 규모의 신규 용수 확보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영산강·섬진강 권역을 대상으로 과거 최대 가뭄을 기준으로 산정했음에도 물 부족 규모는 불과 4개월 만에 30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부는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하루 100만 톤 공급 가능" 2026년 6월 정부는 다시 새로운 숫자를 내놓았다. 영산강, 섬진강 유역의 수자원이 하루 100만톤 이상의 여유가 있어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부는 동복댐·주암댐·장흥댐 등의 공급 여유분 20만톤, 동복댐의 댐 증고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25만톤, 농업용수와 발전용수 전환 31만톤, 하수처리수 재이용 30만톤 등을 합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하루 100만톤을 웃도는 공급 여력이 산출된다. 이번에 제시한 공급 여력이 2023년 당시에도 활용 가능한 물량이었는지, 아니면 이후 새롭게 확보된(혹은 파악된) 물량인지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 2023년 당시 환경부는 과거 최대 가뭄을 지나서 향후 기후변화까지 고려했을 때 수자원이 하루 57만톤이 부족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61만톤을 추가 개발하는 대책을 세웠다. 이번에 발표한 자료로는 공급 여유분 20만톤과 농업용수와 발전용수 전환 31만톤만 더해도 51만톤을 곧바로 확보할 수 있는 양이다. 동복댐 증고와 하수 재이용 등은 신규 사업인 만큼 제외하더라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물 절약이나 수요 관리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2023년에 61만톤 규모의 추가 개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얼마나 공급 가능한지" 정부도 답하지 못했다 실제 2023년 당시 가뭄 대책의 타당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한계는 확인됐다. 당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총 공급 가능 용수량, 실제 공급량, 여유량 등을 문의했지만 어느 기관도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서로 담당 기관을 지목하며 답변을 미루는 경우도 있었다. 가뭄 대책을 최종 심의한 국가물관리위원회 역시 환경부가 제출한 수치를 중심으로 심의·의결했으며, 세부 산정 과정에 대한 공개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국가 물관리 정책의 출발점이 되는 기본 데이터에 대해서조차 정부 내부에서 충분한 검증과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농업용수부터 제대로 모른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농업용수 통계의 부실에서 찾는다. 김원 박사는 “전체 물 사용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농업용수는 계량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현재 상당수 농업용수는 양수장 가동시간이나 전력 사용량 등을 이용해 사용량을 추정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어 실제 사용량과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허가된 취수량 대비 실제 사용량이 30~40% 수준에 그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4월 국회에서 열린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대책 정책 토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30년 기준으로 영산강·섬진강 유역 농업용수 수요는 연간 19억4000만톤이고, 공급량은 17억8100만톤이어서 1억5900만톤이 부족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물이 부족한 것인지, 남는 것인지조차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자원 수급 전망이 작성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필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통계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 여부는 앞으로도 추가적인 취수원 확보와 재이용 확대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수자원 통계의 신뢰성이다. 정부 발표가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지고, 그 산정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산업계는 물론 국민도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 수자원 정책은 댐 건설 여부나 산업 입지 결정, 기후변화 적응 전략까지 좌우하는 국가 기반 정책이다. 그 출발점은 정확한 계측과 투명한 데이터여야 한다. 댐을 더 지을지, 재이용수를 늘릴지, 산업단지를 조성할지는 모두 그 다음 문제다. 국가 물 정책의 출발점은 새로운 시설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호남에 물이 충분한가"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물이 얼마나 있고, 얼마나 사용되고 있으며, 얼마나 더 공급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댐 건설을 포함한 어떤 수자원 정책도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월성 4호기서 중수 208㎏ 누설…“외부 방사능 누출 없어”

경북 경주 월성원전 4호기에서 중수가 누설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지난 1일 오후 2시 26분경 월성 4호기 냉각재 중수화·탈중수화 계통에서 중수가 누설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중수화·탈중수화 계통은 원자로 감속재로 쓰는 중수의 농도 저하를 막고, 여기에 쓰이는 이온교환수지에 포함된 중수를 회수하는 부위다. 중수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산소 분자의 결합을 통해 만든 인공적인 물이다. 한수원은 중수 누설이 확인된 후 중수 이송을 중단해 추가 누설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누설된 중수는 원자로 내부 집수조에 수집된 상태로 외부로는 누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1일 오후 9시 기준 누설량은 약 208㎏으로 집계됐다. 월성 4호기는 지난해 7월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원자로가 정지된 상태다. 원안위는 원전 외부 방사능 관련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월성원전지역사무소에서 현장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공사 차기 사장 이르면 16일 결정…홍의락 前의원 유력

가스공사 차기 사장이 이르면 16일에 임시주총을 통해 선임된다. 유력 인사로는 가스공사 본사가 위치한 대구광역시에서 부시장을 지내고 민주당 소속인 홍의락 전 의원이 꼽힌다. 2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가스공사 차기 사장 후보자를 정하기 위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렸다. 현재 5배수가 올라간 상황이며, 이 가운데 내부 출신은 3명, 외부 출신은 2명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홍의락 전 의원이 꼽힌다. 홍 전 의원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경북 봉화 출신으로,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으며, 민주당에서 19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대는 비례대표로 뽑혔고, 20대는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을에서 뽑혔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홍 전 의원을 경제부시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남부권경제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도전을 준비했으나, 김부겸 전 총리에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운위가 홍 전 의원을 추천하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가 승인해 이를 가스공사에 전달하고, 공사는 이르면 오늘(2일)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한 뒤 16일 임시주총을 열어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주총 선임이 끝나면 다시 산업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다만 가스공사 노조는 사장 선임 절차가 깜깜이 심사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이번 사장 선임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차기 사장 공모는 두 번째이다. 앞서 지난 1월에 첫 번째 공모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에 몸 담았던 이인기 전 의원이 유력 인사로 거론됐으나, 법적 결함이 발견돼 공모 자체가 취소된 바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측은 “지난 번 공모에서 사장 선임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제 본질은 부적격 인사가 처음부터 걸러지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는 부적절한 절차에 있다"며 “현재 절차는 인사를 내정해 놓고 문제점이 없을 거라 단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요식행위이다. 깜깜이 밀실 심사를 중단하고 투명한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장 선임 조건 및 절차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전문성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치권 보은성 낙하산 인사 임명 중단 △부실 절차 방지 위한 검증과정 투명 공개 및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등을 주장했다. 가스공사는 2024년, 2025년에 각각 3조원,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견실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정반대다. 국제 가격 인상폭 대비 국내 요금을 올리지 않아 향후 요금에서 받기로 한 미수금이 14조원이 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계속 동결하고 있어 14조원은 사실상 손실로 판단되고 있다. 노조가 단순한 보은성 인사가 아닌 실력과 진정성을 가진 인사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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