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경제적으로 봉쇄시키겠다고 큰 소리치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한방 먹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자 미국 내 자동차 등 첨단산업이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인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2010년 일본에 이어 15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까지 무릎 꿇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중국은 40년 전부터 희토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철저하고 치밀하게 국가 전략적으로 이를 무기화하는 데 대성공했다.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진행됐다.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사회연결망 계정에 “(미국과) 중국과의 거래는 시진핑 주석과 저의 최종 승인을 거쳐 완료됐다. 중국은 자석과 희토류를 선불로 공급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합의 내용을 중국에 제공할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리는 (대중) 55% 관세를 유지하고, 중국은 (대미) 10%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6개월 한시적으로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중국 대변인은 “미국은 합의사안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미국의 합의 이행 여부를 보고 희토류 수출을 계속할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황상 이번 무역협상은 중국의 승리다.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의 세계 최고 패권지위를 확고히하고, 천문학적인 무역적자도 개선하기 위해 중국에 200%가 넘는 고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봉쇄에 착수했다. 하지만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반격에 나섰다. 지난 4월 4일 중국 정부는 희토류 7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닌 허가제로, 중국 상무부가 해당 광물이 군사용 또는 국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수출을 허가하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수출 통제된 희토류 7종은 디스프로슘, 이트륨, 사마륨,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가돌리늄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7종의 사용처는 다음과 같다. △디스프로슘(Dy): 영구자석, 콘덴서, 자기 영동물질 소재 △이트륨(Y): 산업, 의료, 군수용레이저 관련 매질, 모니터 형광체 △사마륨(Sm): 영구자석, 중성차 흡수체, 레이저, 조명 △루테튬(Lu): 레이저, 크리스탈 제조 △스칸듐(Sc): 항공우주 부품 등 △테르븀(Tb): 모니터 등 형광체, 자기 영동물질 소재, 영구자석 △가돌리늄(Gb): 컴퓨터 메모리, 핵 반응제, 원자로 중성자 차폐제, 광학유리 등이다. 사실 희토류는 17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7종만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동차 생산이 중단 위기에 놓이는 등 초비상에 걸렸다. 특히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희토류가 더 많이 사용되는 전투기 등 비행산업과 우주산업의 타격이 더 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15년전 사건이 또다시 회자됐다. 2010년 일본과 중국은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섬(댜오위다오)을 놓고 영토 분쟁을 벌였다. 당시 중국의 한 어부가 센카쿠섬 근처에서 조업을 하다 일본 해경에 체포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켰고, 일본은 곧바로 어부를 석방시켰다. 중국은 '희토류' 하나만으로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과 일본을 바로 무릎 꿇게 했다. 그렇다면 희토류는 무엇이고, 중국은 어떻게 이를 무기화에 성공했을까.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는 주기율표 제3A족인 스칸듐(원자번호 21), 이트륨(39)과 원자번호 57(란타늄)에서 71(루테튬)까지의 란탄계열 원소 15개를 더한 17개의 원소를 총칭한다. 지각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지각 내 희토류 함량은 약 200ppm(0.02%)가량이다. 화성암보다는 화강암계열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별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 4400만톤(48.9%), 브라질 2100만톤(23.3%), 인도 690만톤(7.7%), 호주 570만톤(6.3%), 러시아 380만톤(4.2%), 베트남 350만톤(3.9%), 미국 190만톤(2.1%), 그린란드 150만톤(1.7%), 탄자니아 89만톤(1%), 남아프리카공화국 86만톤(1%) 등이다. 이처럼 희토류 매장량은 지구상에 넓게 분포돼 있지만 생산 비중은 유독 중국이 높다. 2024년 기준 국별 생산량은 중국 27만톤(69.2%), 미국 4.5만톤(11.5%), 미얀마 3.1만톤(8%), 태국 1.3만톤(3.3%), 호주 1.3만톤(3.3%), 나이지리아 1.3만톤(3.3%), 인도 0.3만톤(0.7%) 등이다. 미얀마의 희토류 생산량 대부분도 중국으로 수출된다. 최근 미얀마의 강지진으로 대중국 희토류 수출이 끊겨 중국 거래가격이 단기 상승하기도 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에서 강점을 갖는 이유는 생산과 정제 과정이 매우 어렵고, 막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희토류는 토지 내 함량이 적기 때문에 넓은 땅을 헤집어 놔야 한다. 또한 희토류 채굴 후 추출 및 분리 과정에서 대량의 화학약품이 사용되는데, 희토류 1톤 추출 시 황산이 포함된 6300만 리터의 독성가스와 20만리터의 산성 폐수, 1.4톤가량의 방사성 물질 함유 폐수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희토류 생산이 매우 어렵지만, 중국은 환경오염 이슈를 무시하고 국가 전략적으로 희토류 생산을 장려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시장을 제패하게 됐다. 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반독점적 생산국이 됐지만, 20세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브라질, 인도, 미국, 남아공 등이 모두 주요 희토류 생산국이었다. 중국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1980년대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려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낸 결과이다. 다른 나라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와 생산비 증가로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중국은 느슨한 환경 규제와 가격 경쟁력으로 희토류 생산을 늘려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난립하는 중소업체들을 통폐합하고 희토류 개발 및 생산을 정부 통제하에 둠으로써 본격적으로 희토류의 자원 무기화에 나섰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많은 희토류 기업들이 중국희토, 중국희유희토, 남방희토, 북방희토, 샤먼텅스텐, 광둥희토그룹 등 6개 국유기업으로 통폐합됐다. 2022년 6개 국영기업 가운데 중국희토, 중국희유희토, 남방희토 등 3개 기업과 2개 연구기관이 인수합병돼 중국희토그룹이 설립되면서 중국희토그룹, 북방희토, 샤먼텅스텐, 광둥희토그룹 등의 4대 체제가 형성됐다. 2023년 중국희토그룹은 샤먼텅스텐과 희토류 분리 및 제련 관련 협력계약 체결했고, 2024년 광둥희토그룹을 인수했다. 이로써 사실상 중국희토그룹(重희토류 중심)과 북방희토그룹(輕희토류 중심) 2강 체제가 됐다. 중국은 2001년부터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을 통해 희토류 관련 기술의 수출을 통제해 왔으며, 채광-분리-정제-제조 등 사실상 생산 공정 모든 단계에 해당하는 희토류 관련 기술을 금지·제한 목록에 포함했다. 2023년 12월 중국은 2023년 판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 발표를 통해 사마륨-코발트, 네오디뮴 자석(NdFeB), 세륨 자성체 설비 기술, 희토류 수산화붕산칼슘 제조 기술 등을 희토류 제련·가공·활용 기술 수출금지 항목에 신규로 추가해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통제 범위를 확대했다. 제한 목록에는 희토류의 채광·선광·제련 기술, 희토류 추출제의 합성 공정·배합 기술 등이 포함됐다. 그리고 2024년 6월 중국 정부는 희토류의 완전한 무기화에 나섰다. 국무원은 중국의 첫 희토류 관리 전문 행정법규인 '희토류 관리 조례'를 발표하고, 2024년 10월 1일부터 시행했다. 조례는 희토류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희토류 광물, 제련·분리, 금속 제련, 재활용, 유통, 수출입 등 전반적인 산업망·공급망에 대해 중국 정부가 통제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조례에서는 “희토류 자원은 국가 소유로 어느 조직과 개인도 침탈 혹은 파괴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했으며, “국가는 희토류 자원에 대해 '보호성 채굴'을 실시하고,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산업에 대해 통일적 계획을 시행한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국가자원 안전과 산업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을 입법 목적으로 명시함으로써, 희토류 자원 및 관련 제품을 중국 국가 안보와 연결했다. 아울러 “희토류 상품 및 관련 기술, 제조공정, 설비의 수출입은 대외무역, 수출입 관련 법률과 법규에 따라 진행"하며 “수출통제 품목일 경우, 수출통제 관련 법률과 법규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미국, 일본까지 당했는데 우리나라라고 무사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역시 희토류 원료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희토류 수출국의 무기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축, 재자원화, 해외 물량 확보 등을 추진하고 나아가 국내 생산부터 가공까지 밸류체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광해광업공단의 2023 광업요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속광물 중 가채매장량이 가장 많은 순으로는 철(4335만톤) 다음으로 희토류(2018만톤)이다. 알고보면 우리나라도 희토류 부국인 것이다. 지금은 환경오염 이슈 때문에 생산, 정련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첨단산업에 없어선 안될 핵심적인 광물이고 무기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도 생산부터 가공까지 밸류체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부는 자원안보 차원에서라도 탐사부터 개발-채굴-가공-완제품-재활용에 이르는 희토류 산업 전후방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희토류 비축으로는 글로벌 자원 무기화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글로벌 관세 전쟁과 함께 진행되는 자원전쟁에 대비해 희토류의 자립적 밸류체인 구축이 필요하다"며 국내 생산체제 확보를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