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기대감으로 정당화돼 온 빅테크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bp 오른 4.69%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5bp 오른 5.26%로 마감했다. 30년물은 지난달 31일 5.27%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도 같은 날 4.74%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1월 14일 기록한 전 고점(4.79%) 수준이다. 장기금리 급등 배경으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치(2%)를 웃도는 수준이다. 둘째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다. 미 정부는 평시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약 2조달러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고 있다. 연간 이자 지급액은 약 1조22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어섰다. 199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국채 시장에서 가격에 둔감한 장기 보유 투자자 비중이 75%에서 52%로 줄고 헤지펀드·환매조건부 대출 같은 단기자금 중심 매수자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시장 충격 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지막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상승이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의 자금조달 비용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주요 5개사의 설비투자(CAPEX)는 올해 75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4160억달러) 대비 82% 급증한 규모다. 투자 속도가 빨라질수록 자체 현금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조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이 조달비용도 함께 뛴다. 시장에서는 조달비용이 계속 오를 경우 수익성이 낮거나 투자 회수 기간이 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부터 순차적으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0년물 금리 5% 돌파 여부를 AI 반도체 투자 사이클의 방향을 가늠할 심리적 경계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AI Capex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주체는 하이퍼스케일러가 아닌 자본공급자"라며 “금리가 안정되면 자본공급자의 불안이 낮아지고 그러면 AI Capex에 대한 의심도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은 최근 코스피 전체의 50% 안팎을 오가며 사실상 지수를 좌우하고 있다. 빅테크의 AI 투자 위축은 곧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 SSD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핵심 수요와 직결되는 만큼, 미국발 금리 변수가 국내 반도체 업황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흐름은 다소 상반된 신호도 보인다. 13일 발표된 7월 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제시했다. 임 연구원은 “인상 우려는 남아 있지만 9월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9월에 발표되는 고용과 물가 데이터의 결과와 상관없이 최근 고용과 물가가 둔화하면서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같은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89%, 5.92% 급등했다. 미국에서도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는 인플레이션 지표 안도감에 따른 단기 반등 성격이 짙고, 장기 금리 자체는 여전히 고점권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재정적자·국채 수급·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구조적 상승 압력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당분간 미 장기 국채금리의 방향성이 국내 반도체주 밸류에이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래 현금흐름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지면 AI 투자 기대감만으로 정당화되던 높은 밸류에이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되면 투자자는 AI 관련 자본지출 지속성에 대해 재평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8-15 09:08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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