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주택가. 경사진 골목을 따라 벽돌·석재 외장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6일 오후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용산구 효창동 5-291번지 주변. 골목을 따라 걷자 붉은 벽돌 주택과 회색 석재 외장의 다세대 건물이 번갈아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건물은 지상층을 주차공간으로 사용했고, 다른 건물은 담장과 외벽이 도로에 맞닿아 있었다. 오르막길에는 과속방지턱이 놓였고 머리 위로 전선이 여러 방향으로 이어졌다. 골목 안쪽에는 식당이 자리했고, 낮은 주택들 너머로 기존 아파트의 높은 외벽이 보였다.
최근 4040가구 규모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로 선정된 효창공원앞역 북측 일대다. 대규모 주거단지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지만, 주민 동의와 향후 사업 조건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후보지 선정 소식에 문의가 늘고 주민들도 상당히 들뜬 분위기"라며 “아직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계획에서는 하나의 사업지로 묶이지만 골목의 주택은 생김새와 이용 방식이 서로 달랐다. 개발을 통해 얻을 이익과 감당해야 할 부담도 주민마다 다를 수 있다. 앞으로 들어설 아파트 숫자와 함께 현재 이곳에 놓인 주거와 생업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도심복합사업과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도심복합사업 안내문에는 후보지 발표 전 예상 일정과 공급 규모가 적혀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환승역 주변 4040가구 계획…2030년은 착공 목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효창공원앞역 북측을 포함해 서울 11곳을 도심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로 선정했다. 서울지역 공모에 접수된 주민 제안 44곳 가운데 법정 요건과 사업성, 주민 의향률 등을 검토한 결과다. 전체 공급계획은 약 1만8000가구로, 효창공원앞역 북측은 염창역 남측에 이어 규모가 큰 후보지다. 북측 후보지 면적은 9만3262㎡, 계획 물량은 4040가구다.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환승역 주변에 주택을 늘린다는 점에서 도심 공급의 의미가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LH 등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하고 조합 설립과 관리처분계획 등 일부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이다.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로 사업성을 보완하고 공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취지다.
한 부동산 투자자는 “효창공원앞역 북측은 주변에서도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개발 기대가 큰 지역"이라며 “정부가 절차 단축과 인센티브를 제시한 만큼 사업 속도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후보지 선정은 사업의 최종 확정이나 분양 개시를 뜻하지 않는다. 국토부는 이달 주민설명회를 열고 2027년 상반기 예정지구 지정, 2030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구 지정과 사업계획 승인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실제 공급으로 연결된다.
2030년은 입주 시점이 아니라 공사를 시작하려는 시점이다. 주민 동의와 관련 심의, 사업계획 수립에 걸리는 시간에 따라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절차를 줄이는 제도적 장점과 별개로 토지 확보와 사업비, 주민 간 이해관계 등 현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남는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8차 후보지인 효창공원앞역 인근 위치도. 자료=국토교통부
같은 구역에서도 다른 생활…동의 확보가 관건
이날 살펴본 골목에는 발코니와 주차공간을 갖춘 다세대 건물 옆으로 벽돌 외장의 주택이 이어졌다. 석재 담장과 차고 출입구를 갖춘 건물도 보였다. 같은 길을 사이에 두고도 건물의 규모와 외벽 재료, 진입 방식이 달랐다.
일부 구간에서는 주차 차량이 도로 가장자리를 차지해 보행자가 차량 통행 공간을 함께 이용해야 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지형도 새로운 주거단지를 계획할 때 고려할 요소다. 주택을 늘리는 것과 함께 보행 동선과 주차, 주변 도로와의 연결을 어떻게 개선할지가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의 상태와 이용 방식이 다르면 개발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자가 거주자는 주거환경 개선과 추가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 다가구주택이나 상가를 통해 임대료를 받는 소유자에게는 사업 기간 중 수입 변화가 중요하다. 영업 중인 상인에게는 이전 장소와 영업 중단 기간도 판단의 기준이 된다.
효창동 현장을 살펴본 한 부동산 투자자는 “같은 구역 안에서도 블록마다 모습이 굉장히 다르다"며 “오래된 주택뿐 아니라 신축 빌라와 상가, 큰 건물들이 함께 있어 주민 동의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동의가 잘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동의서를 받은 것은 아니어서 단정할 수는 없다"며 “구역 모양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직접 현장을 찾아 건물 상태와 동네 분위기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후보지 선정에서는 주민 의향률이 평가 요소로 활용됐다. 다만 공모 단계에서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것과 지구 지정에 필요한 정식 동의를 확보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 초기 관심이 구체적인 사업 조건에 대한 동의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복합지구 지정에는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전체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 확보 요건 등이 적용된다. 참여 의향이 높더라도 보상 방식과 비용 부담, 주택 공급 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주민설명회에서는 공공 주도 방식의 장점뿐 아니라 기존 부동산의 평가 방식과 새 주택을 공급받는 조건, 추가 부담의 추정 근거를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업 초기 모든 금액을 확정하기 어렵더라도 확정된 사항과 추정치, 후속 절차에서 결정할 사항은 구분해야 한다.
세입자에게는 이주 시점과 다음 거처가 중요하다. 주변에서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집을 구할 수 있는지, 사업 이후 어떤 주거 선택지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소유자의 동의를 확보하는 절차와 별개로 현재 거주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주택가. 골목을 따라 벽돌 외장과 넓은 창을 갖춘 공동주택이 들어서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인접 사업과 구분…매수 전 보상 자격 확인해야
효창공원앞역 주변에서는 북측 도심복합사업 외에도 다른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같은 역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대상 구역과 시행 방식, 진행 단계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또 다른 중개사는 “효창공원앞역 주변은 공공 도심복합사업과 역세권 장기전세 재개발이 함께 추진돼 개발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다만 같은 역 주변이라도 구역마다 사업 방식과 진행 단계가 다르고, 새 아파트를 공급받는 조건도 달라 매수 전에 해당 물건의 구역과 보상 자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수자는 해당 물건이 어느 사업구역에 포함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인접 사업의 층수나 용적률, 비용 추정치를 북측 후보지의 확정 조건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용산에서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역세권 장기전세 재개발, 신속통합기획 등 다양한 방식의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같은 역 주변이라도 사업 방식과 진행 단계가 달라 구역별로 살펴봐야 한다"며 “도심복합사업의 현물보상은 일반 재개발의 조합원 입주권과 구조가 다르다. 후보지 선정 이후 매수할 때는 무주택 요건과 매도자의 소유 이력, 현물보상 지위 승계 조건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개발 속도에 대한 기대를 밝힌 투자자도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각각 적용되는 조건이 있고 현금청산 문제도 있어 대략적인 설명만 듣고 거래하면 안 된다"며 “매수·매도 전에 해당 물건의 자격과 조건을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경우에는 초기 투자금만으로 전체 부담을 판단하기 어렵다. 보증금 반환과 사업 진행 중 필요한 자금, 향후 주택을 공급받을 때의 추가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인근 중개사는 “효창공원앞역은 6호선과 경의중앙선을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시장과 공원 등 생활시설도 가까워 실거주 수요가 관심을 갖는 지역"이라며 “주변 정비사업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전세를 끼고 매수할 때 제시되는 초기 투자금 외에 보증금 반환과 향후 추가 부담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주택가 골목. 주택 사이로 전선이 이어지고, 골목 너머로 기존 아파트가 보인다. 사진=장혜원 기자
문의·호가·계약은 별개…순증 공급량도 살펴야
시장 반응을 평가할 때에도 문의 증가와 호가 상승, 실제 계약은 구분해야 한다.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이 높아졌다고 거래가격이 같은 폭으로 오른 것은 아니다. 개발 기대가 실제 시장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계약 사례를 통해 확인할 문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후보지 선정 이후 문의가 늘거나 호가가 올랐다고 실제 거래가격까지 상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빌라마다 대지 지분과 면적, 건물 상태가 다른 만큼 유사한 조건의 계약 사례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 물량 역시 전체 조성 규모와 순증 물량을 나눠 읽어야 한다. 기존 주택을 대체하는 물량을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주택이 새로 늘어나는지, 일반 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물량은 얼마인지가 공급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 관계자는 “4040가구는 기존 주택을 대체하는 물량까지 포함한 전체 조성 규모"라며 “실제로 늘어나는 주택 수와 기존 소유자에게 공급할 물량, 일반 수요자에게 돌아갈 물량을 구분해야 공급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창공원앞역 북측의 후보지 선정은 도심 역세권에 주택을 늘릴 출발점이다. 골목에는 지금도 주민의 집과 상인의 일터가 이어져 있다. 비용과 이주 조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주민 동의를 확보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4040가구라는 계획도 실제 착공과 입주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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