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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습 위반’ 대기업 지원하는 정부…산업부 산하기관 210억 지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06 10:12

2021~2026년 반복 위반 대기업 21곳 중 8곳
KCC글라스 119억 ‘독식’…담합 적발 해에도 15억 지원
효성중공업, 한전 입찰 담합 112억 맞은 해 지원액 최대
통신 3사 과징금 1490억원…제재 커지는 동안에도 지원
권향엽 의원 “공정거래 위반 이력, 지원 심사에 반영해야”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을 5회 이상 위반한 대기업 가운데 2021~2026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의 직접 지원을 받은 8개 기업의 지원금·지원 건수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을 5회 이상 위반한 대기업 가운데 2021~2026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의 직접 지원을 받은 8개 기업의 지원금·지원 건수와 주요 위반 사례, 과징금 규모. 그래픽=김하나 기자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을 5회 이상 위반한 대기업 21곳 가운데 8곳이 산업통상부 산하기관에서 210억원이 넘는 직접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의 절반 이상은 KCC글라스 한 곳에 몰렸고, 담합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에 오히려 지원액이 늘어난 기업도 있었다. 반복 위반 기업이 정부 지원 과정에서 사실상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 산하기관에서 받은 '2021~2026년 대기업 대상 직접 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2021~2025년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횟수가 5회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21곳 가운데 8곳이 이 기간 모두 67건, 210억4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배정분 38억8000만원을 빼도 2021~2025년 5년 동안 171억6500만원이 들어갔다.


기업별로는 KCC글라스가 119억1600만원(18건)으로 전체의 56.6%를 차지했다. 이어 CJ대한통운 40억6100만원(4건), 효성중공업 29억8900만원(8건), KT 8억7500만원(8건), LG유플러스 6억4300만원(19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4억원(4건), SK텔레콤 1억원(1건), 대우건설 6100만원(5건) 순이었다.




지원 형태는 연구개발(R&D)이 171억6400만원으로 81.6%를 차지했다. 보조금은 38억5000만원, 출연금은 3100만원이었다. 기관별로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153억3400만원(57건)으로 대부분을 집행했고, 한국석유관리원 38억5000만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18억3000만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3100만원 순이었다.


지원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2021년 18억9300만원, 2022년 18억700만원이던 지원액은 2023년 23억8600만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67억790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지난해 43억원에 이어 올해도 38억8000만원이 배정됐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KCC글라스다. KCC글라스는 6년 내내 빠짐없이 지원을 받았다. 지원 사업은 KEIT 소재부품기술개발(110억8300만원)이 대부분이고, 산업소재핵심기술개발·자동차산업기술개발·전자부품산업기술개발 사업도 받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1년 15억6000만원에서 2024년 22억4000만원으로 늘었고, 올해 배정액은 30억7800만원으로 6년 중 가장 많다. 2024년부터는 본사와 별도로 여주공장과 전의공장 명의로도 지원이 이뤄졌다.


KCC글라스는 2021년 8월 원심력콘크리트(PHC)파일 제조·판매사업자 24곳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가담해 과징금 88억9300만원을 부과받았다. 담합이 적발된 그해에도 15억원이 넘는 R&D 자금이 지원됐고, 6년간 받은 지원금은 과징금보다 30억원 넘게 많다.


효성중공업은 2022년부터 KEIT 소재부품기술개발(15억400만원)과 KIAT 산업기술국제협력(14억8500만원)으로 모두 29억8900만원을 받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2년 3억600만원, 2023년 5억5800만원, 2024년 7억1600만원으로 해마다 늘었고, 지난해 10억2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도 3억8200만원이 배정됐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3건, 116억4100만원이다. 세 건 모두 공공 발주 입찰 담합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한국전력공사 발주 가스절연개폐장치 구매 입찰 담합이 적발돼 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일진전기 등 10개 사업자에 과징금 391억5500만원이 부과됐다. 효성중공업 몫은 112억3700만원으로 10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발주한 입찰에서도 2021년 7월 전기통신설비 공사(3억원)와 지난해 6월 발전소 배전반 판넬 교체공사(1억400만원) 두 차례 담합이 적발됐다. 이렇게 두 차례 제재를 받은 지난해, 산업부 산하기관의 R&D 지원은 6년 중 가장 많은 10억2700만원이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권향엽 의원실

CJ대한통운이 받은 40억6100만원 가운데 38억5000만원은 한국석유관리원의 수소유통기반구축 보조금이다. 2024년 33억원, 지난해 5억5000만원이 집행됐다. 제출 자료에는 이 사업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으로 표기돼 있다. 나머지 2억1100만원은 2021~2022년 KEIT 로봇산업기술개발 R&D다. CJ대한통운은 삼성중공업·포스코 발주 운송·하역 용역 입찰 담합 4건과 지난해 8월 CJ그룹 계열사 부당지원행위(28억4000만원)로 5년간 과징금 42억8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지원금이 과징금의 95%에 이른다.




통신 3사도 지원을 꾸준히 받았다. LG유플러스는 KEIT·KIAT의 자율주행·로봇·자동차·전자시스템·지식서비스·국제협력 등 6개 사업에서 19건, 6억4300만원을 받아 8개 기업 가운데 지원 건수가 가장 많았다. 연간 지원액은 2021년 2800만원에서 지난해 2억6400만원으로 늘었다. KT는 로봇산업기술개발(7억6900만원)을 중심으로 8억7500만원을 받았고, 올해 배정액 2억7500만원이 6년 중 가장 많다. SK텔레콤은 2021년 소재부품기술개발 1억원을 받았다.


3사의 5년간 과징금은 1490억3800만원이다. SK텔레콤 602억6100만원(4건), KT 524억5600만원(3건), LG유플러스 363억2100만원(3건)이다. 제재는 거의 해마다 이어졌다. 2023년 7월에는 3사가 표시광고법 위반(부당 광고)으로 모두 336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2024년 1월에는 이동통신설비 설치 장소 임차 관련 담합으로 SK오앤에스를 포함한 4개 사업자에 199억7600만원이 부과됐다.


지난해 6월에는 3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으로 SK텔레콤 388억600만원, KT 299억1900만원, LG유플러스 276억6400만원 등 3사 합산 964억25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SK텔레콤은 이와 별도로 2021년 3월 SK브로드밴드 부당지원행위로 31억9800만원을 부과받았다. 그런데도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지원액이 6년 중 가장 많았고, KT는 올해 배정액이 최대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억원씩 KEIT 자동차산업기술개발 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이 시작된 2023년은 한국타이어 기업집단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행위로 과징금 48억1300만원을 부과받은 해다.


대우건설은 2021~2023년 KEIT 자동화굴착기실증 R&D로 3000만원, 2022~2023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지능형로봇 보급·확산 사업 출연금으로 3100만원 등 모두 6100만원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5년간 위반 횟수 7회로 집계됐지만, 공정위 과징금 부과 내역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위반 횟수 1위인 현대리바트(62회)와 과징금이 가장 많은 쿠팡(1661억7000만원)을 비롯해 현대엘앤씨·네이버·카카오·한진·장금상선·중흥토건·미래에셋증권·GS리테일·호반산업·카카오엔터테인먼트·DL이앤씨 등 나머지 13곳은 같은 기간 산업부 산하기관의 직접 지원 실적이 없었다. 21곳 전체가 5년간 부과받은 과징금은 4607억원이다.


국가 R&D 사업 참여 제한은 연구부정이나 연구비 부정사용 등에 맞춰져 있어, 담합이나 부당지원으로 제재를 받았더라도 과제 선정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향엽 의원은 “공정거래 질서를 거듭 훼손한 상습 '공정거래 빌런'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산업부 산하기관의 지원을 받아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과징금을 내고 돌아서면 다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라면 제재의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인 법 위반 기업이 정부 지원 심사에서 사실상 걸러지지 않은 현행 제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며 “공정거래 위반 이력을 지원 심사에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신설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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