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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비율을 개선하고 영업을 잘하면 주가가 오르고 회사는 성장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이 엄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목도한 주주들은 결국 손절하고, 회사도 무너집니다."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했던 한 기업 회장이 내뱉은 개탄이다. 그는 수년 전 20년 가까이 비상장사를 키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상장 이후 마주한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그는 회사를 매각하고 시장을 떠났지만, 당시 그가 경험한 코스닥 업계의 풍경은 상장사가 사적 이익의 도구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자본시장은 본질적으로 모든 주주가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일부 기업은 비상장사를 동원해 상장사의 자금을 빼내거나, 사주 개인의 자금줄처럼 활용한다. 주주총회 의장을 독점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사주에게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물론 모든 상장사가 이런 관행에 얽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례는 시장 신뢰를 갉아먹고,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전가한다. 자본시장 개혁과 제도적 보완이 꾸준히 논의되는 이유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에 소수주주들이 환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을 수없이 목격하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주주총회 의장이 회사 측 인사에게 자동 귀속되는 구조 속에서 절차적 불공정은 반복됐고, 위임장 제도의 불투명성은 사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표심을 쌓아주는 통로로 활용됐다. 알면서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경영권 분쟁을 다뤄본 다수의 법조인들은 “사측의 '불법 주총이라도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의 행위도 현장에서 종종 일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에 반하는 정관을 미리 신설해 두면, 이해관계자나 소액주주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회사는 그 사이 시간을 벌 수 있다. 게다가 여러 판례에서 보다 정관을 우선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주주의 권리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왔다. 여기에 더해 사주의 배임·횡령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상장사 자금이 사주 개인의 호주머니처럼 쓰였음에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남긴다. 법을 위반해도 실질적인 대가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위법에 대한 실효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자본시장 개혁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5-09-30 17:52 장하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다이나믹디자인이 자회사와의 활발한 자금 거래 과정에서 실사주의 개인 채무 상환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매출 없이 자본금이 소진된 법인들이 '도관(導管·매개체)'으로 활용됐다는 정황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투자 역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상장사 자금이 사업 확장이나 주주가치 제고와 무관하게 쓰였다면 경영 투명성과 주주 보호 문제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개정안 통과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서, 실사주 개인의 채무 상환 정황과 의문의 니켈 투자 과정을 상세히 짚어본다. <편집자주> 온성준 로아홀딩스컴퍼니 회장의 다이나믹벤처스·신아지씨 투자를 두고 배임·횡령 가능성이 제기됐다. 나아가 당시 투자에 동의한 이사회 역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법조계는 온 회장의 행위가 배임·횡령에 해당할 소지가 크고, 이사진 또한 상 충실의무·선관주의의무 위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다이나믹디자인과 유령법인들] 시리즈를 통해 다이나믹벤처스와 신아지씨가 에스엘홀딩스컴퍼니의 W사 채무 변제 이외의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부동산법인 신아지씨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 다이나믹벤처스는 손해를 봤고, 이는 다이나믹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다이나믹디자인 입장에선 다이나믹벤처스에 들어간 150억원 중 80억원이 넘는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다이나믹디자인의 실사주 채무 변제는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 업무상 횡령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직업·업무상으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자 즉 보관자에 해당돼야 한다. 그리고 이 보관자가 그 지위와 임무를 이용해 보관 중인 재물을 본인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사용하거나, 제3자가 취득하도록 하는 행위를 하고 본인(회사나 소유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된다. 여기서 보관자란 직업·업무상으로 타인의 재물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지위에서 관리·보관하는 자를 의미한다.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회계 담당자, 경리 직원 등이 해당된다. 상장사인 다이나믹디자인 기준으로 보면 온 회장은 자금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룹 실사주로서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보관자 지위에 있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실질사주임을 입증하기만 하면 지위는 인정된다"고 말했다. 배임죄로 볼 때 온 회장은 공동정범이 될 개연성이 있다. 다이나믹디자인과 다이나믹벤처스의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이 주범이 되고 실질 사주는 이들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다이나믹벤처스의 손해가 결국 온 회장일가의 이익으로 귀결됐다. 또한 다이나믹벤처스와 신아지씨 모두 다른 사업을 한 정황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질 사주의 채무상환이란 목적 외 다른 것을 구성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이사회에서 동의를 했기에 위법성의 조각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 시각은 다르다. '경영상 필요 없이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는 등 명백한 손해를 입히는 결정이면, 이사회 결의가 있었어도 배임·횡령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사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질사주를 위한 이사회 의결사항을 동의하면서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자산의 유출은 곧 주주 재산의 감소로 직결된다. 다이나믹디자인이 다이나믹벤처스에 출자한 자금은 신아지씨로 흘러간 뒤 대부분이 손상처리 됐다. 결국 주주들이 그만큼의 손실을 떠안게 된 셈이다. 회사 자금이 원래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된 순간 소액주주의 권익은 직접적으로 침해됐다. 현행법으로도 문제가 있다. 제401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실질사주의 자기거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분명한 경우라면,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했다'는 점, 즉 주의의무 내에서 정당한 경영판단을 했음을 입증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제382조의3 1항에 따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동법 2항에 의하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을 준수하고,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 이사들이 이러한 법적 의무에 따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했다면 배임·횡령 책임을 면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사회는 회사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즉, 특정 개인의 독단적 결정을 막는 등 다수 이사의 합의를 통해 회사 전체의 공식적 판단으로 인정받게 하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결정이 결과적으로 특정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뤄졌고 피해로 이어졌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다면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었어도 배임·횡령으로 처벌하는 사례도 있다"며 “채권자는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변호사는 “사주 회사의 채무 변제가 사실이라면 이는 배임·횡령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사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이나믹디자인의 2021년 거래에 개정 을 적용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 이전 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본체(법인)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는 자금 유용, 부당 내부거래 등 일부 사주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로 소액주주 이익이 희생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충실의무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됐고, 소액주주 권익 보호 요구도 갈수록 커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정된 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온 회장의 배임·횡령 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지난 4일 서면질의서를 회사에 전달했다. 이어 11일에는 서울시 강남구 소재 로아홀딩스컴퍼니 본사에 방문해 온 회장을 직접 만났다. 온 회장은 “배임과 횡령, 수상한 투자 의혹 모두가 사업으로 얽힌 한 사람의 망상에 가깝다"며 “관련 수사가 종결되는 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측의 W사로의 입금내역', '니켈 광산 투자를 위한 경영진 회의 등이 포함된 포렌식 자료' 등을 제시하겠다고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회사 측은 “진행 중인 수사 사건이 조만간 마무리된다고 하니, 이후에 주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피고발인 측에 사건 종결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며 “사건 종결 시 통지서로 통보만 한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5-09-18 11:18 장하은

9월 정기국회의 막이 오르면서 중소기업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개정안 등 주요 법안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요청했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개정안 등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법안이 줄줄이 통과된 상황에서 경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달라는 입장이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소 조선 기자재·부품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도 요청했다. 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인들을 만났다. 이날 오전 중기중앙회에서는 '정청래 당대표와 함께하는 중소기업인 정책 간담회'와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를 위한 중소기업 소통간담회'가 개최됐다. 최근 중소기업계는 민주당이 중기업계가 반대해온 노란봉투법과 개정안 등을 강행처리 한 데 대해 이런저런 불만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이번 방문은 중소기업계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고 지원을 약속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소기업계는 노란봉투법과 개정안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강성 노조가 사장을 패싱하고 진짜 사장 나오라며 협상을 하는 해프닝이 있다"며 “중소제조업은 50% 가까이가 원하청 구조이다 보니 걱정이 많다. 근로자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중소기업이 노조 요구에 휘말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사용자 정의 명확화·방어권 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개정안 후속대책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내에서 기업인에 대한 경제형벌 합리화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전날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를 발족하고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광 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개정으로 이사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돼 배임죄 적용 우려가 커졌다"며 “배임죄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중소기업계 시급한 현안으로 논의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철강, 알루미늄 등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에 대해 4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지원하고, 물류바우처를 신설해 수출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은 “최근 가장 큰 문제는 관세"라며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은 아직도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지난달 관련 상품 미국 수출이 역대 최대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중국이 한국에 저가 공세를 해 이중삼중으로 고통 받는다고 들었다"며 “이런 부분은 중소기업인들만의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여당에서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2025-09-04 18:29 정희순

국내에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도입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질적 이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기 어려운 현행 제도의 한계도 지적하며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이 3차 개정 공론화를 시작한 가운데 관련 법안을 발의할지 관심이 모인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개선 및 이행 활성화 방안' 좌담회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소극적 태도, 주주제안 제도의 과도한 문턱, 해외 사례와 격차 등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운용할 때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행동 지침이다. 2016년 12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제정된 이후 지난달까지 247개 기관투자자가 가입했다. 하지만 기관이 주주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찬반 이유가 모호하거나 경영진과 대화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서지 않아 형식적인 도입에 그쳤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 소극적이었다. 이행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고,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런 현실을 “기관투자자의 '합리적 무관심'"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할 때 드는 돈이 이행하지 않는 비용보다 더 크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이행하지 않는 기관투자자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위한 의결권 행사와 주주활동 과정에는 모두 돈이 드는데, 기관투자자로선 부담으로 여겨진다. 또한 기관투자자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특히 대기업과 금융지주 소속 기관은 지주사와 관계사로부터 무형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 부사장은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주주제안권의 과도한 요건이 꼽혔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삼성전자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식 2조원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에 따르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일반 상장회사는 지분율 1%, 대규모 상장회사는 0.5%를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노종화 위원이 올해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제출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체 2600여개 상장회사 중 42개 회사에서 163개만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노 위원은 “코스피 200에 속한 회사 중 주주제안을 받는 회사는 없다고 봐도 된다"며 “주주제안 중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안건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주제안이 활발한 미국은 주주제안을 위한 요건을 충족하기 쉽다. 노 위원에 따르면, 2000달러의 지분을 3년 이상 보유하거나, 2만5000달러 이상을 1년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절대적인 지분가치가 클수록 의무 보유기간이 짧아지는 구조다. 주주제안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주주제안은 '권고적 효력'을 가진다. 주주제안이 활발한 만큼 기업이 모든 요청을 반드시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노 위원은 “실제로 미국에서도 주주제안이 부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주주제안 자체가 주주와 경영진과 의미 있는 소통이고, 바람직한 관여 활동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려면 가입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과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사례를 발표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은 신청 전에 1년간 이행 성과를 보여야 등록할 수 있고,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탈퇴 조치가 내려진다"며 “우리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시 재등록 절차나 보고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금융청이 직접 관리하고, 공적 연기금인 GPIF가 수탁기관을 평가해 실질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노종화 정책위원은 “국내에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제안과 같은 관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려해도 지분요건이나 주주제안 범위 문제로 인한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미국처럼 주주제안 범위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담회를 공동 주최한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오기형 위원장은 “일본은 10년간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을 시행해서 닛케이 지수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3배 올랐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주요 콘텐츠(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논의하는 것이 대기업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개별 투자자를 들러리 세우지 말고 같이 대화하고 '윈윈'하는 관행과 문화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와 경제개혁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좌담회에는 이승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 팀장을 시작으로 ▲이성원 트러스트자산운용 부사장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 ▲오덕교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 ▲최치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09-01 15:21 최태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1·2차 개정안 국회 통과에 이어 3차 개정까지 논의되면서 제약바이오업계의 대응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통적으로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해 온 전통 제약사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업한 신생 바이오벤처들은 기존 지배구조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고심이 크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과 범여권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2차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을 넘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현행 '최소 1명'에서 '최소 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지난달 공포된 1차 개정안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대폭 확대한데 이어 이번에 통과된 2차 개정안도 소액주주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2차 개정과 관련, 현재 상장된 주요 전통제약사 중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대웅제약이 올 상반기 기준 자산총액 2조원을 넘겨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과 종근당도 올 상반기 각각 1조9000억원, 1조5000억원을 넘겼다. 이 중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고수해 온 유한양행을 제외하면 모두 오너일가가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견·중소 제약업계의 오너경영 관행은 더 공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제약업계는 연이은 개정이 폐쇄적인 제약업계 오너경영 관행을 완화하고 경영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부 제약업계는 장기간 지속투자를 필요로 하는 신약개발 특성상 오너경영체제의 약화는 R&D 투자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7~8% 수준인데 신약개발 R&D 투자에만 매년 매출의 10% 안팎을 지출한다"며 “신약개발 투자 등 장기 성장전략 수행을 위한 경영권 보호 방안이 보완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든 상장사에 적용되는 1차 개정안의 경우, 일반적으로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은 바이오벤처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마련이 추후 과제로 꼽힌다. 이밖에 여권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수단을 악용하는 관행을 막기위한 조치다. 이를 의식한 듯 제약바이오업계는 최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사례가 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 창사 이래 처음 자사주 소각을 시행했고 오는 2027년까지 1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5-08-28 07:08 박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