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올해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통상 섹터마다 대형주가 업종 흐름을 좌우한다. 하지만 화장품 업종에서는 이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 전통 대형주가 업종 랠리를 주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거나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북미 시장을 장악한 에이피알이 상장 2년도 채 안 돼 시총 1위 자리를 꿰차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신흥 강자와 전통 대형주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주도주가 재편되면서다.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화장품 수출 실적이 업종 전반에 동일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화장품 업종 대표주로 꼽히던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흐름은 수출 호황과 괴리를 보였다. 반면 신흥강자로 떠오른 에이피알의 주가는 날아올랐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업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우호적이었다. 화장품 수출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이외에도 유럽연합(EU·77.6%), 중동(54.6%)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했다. 수출국은 204개국, 수출액은 83억2000만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 지역과 구조 모두 과거와 비교해 질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외형은 지난해에도 뒷걸음질 쳤다. 실제로 작년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3조9560억원으로 전년 4조7640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2024년(29%↓)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하락세가 이어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4% 늘어 반등에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2023년과 견주면 18%나 하락한 수준이다. 올해 출발 선 역시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과거 업계 1위로서의 위상을 되찾았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같은 기간 투자자들의 이목은 에이피알로 쏠렸다. 에이피알은 2024년 2월 기업공개(IPO) 이후 단기간에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에이피알의 시총은 8조6460억원으로 업종 내 1위로 올라섰다. 2024년 종가와 비교하면 354% 급증한 수준이다. 전통 대형주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지위를 불과 1년여 만에 대체한 셈이다. 에이피알의 주가에는 호실적과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총 상승과 최근 실적 흐름 간 괴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확대됐다. 수출 증가가 외형 확대로만 그치지 않고, 수익성으로 직결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로 에이피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은 1조5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98% 증가한 36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채널에서의 매출 성장과 함께 마케팅 효율이 동반 개선되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확인됐다는 평가다. 반면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3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707억 원에 그치며 전년보다 62.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방 산업 위축에 따른 외형 축소와 함께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되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하방 압력을 받았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 성장의 핵심은 미국 시장 확장"이라며 “낮은 침투율 구간에서 온라인 채널을 통해 검증된 제품력이 오프라인과 기업간거래(B2B)로 확장되며 추가적인 성장 여지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럽은 아직 인프라 구축 단계로 단기 실적 기여는 제한적이지만, 올해 중반 이후 영국을 시작으로 주요국에서 직판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상증자 등으로 발행주식수가 변하는 경우 시가총액만으로 개별 주가 흐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희석 이벤트가 잦지 않은 대형주의 경우 시가총액의 중장기 추이는 주가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로 지난해 에이피알의 주가가 급등한 것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지속해서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4년 중반 고점 형성 이후 반등과 조정을 반복하며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회복 가능성의 온도차'는 있다. 실적 측면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방향과 속도 모두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가다. 이들 기업의 주가 부진은 단기 실적 문제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 어려울 정도로 저점 구조가 계속돼서다. LG생활건강의 주가 흐름은 시장의 실망이 얼마나 깊게 반영됐는지를 보여준다. LG생활건강 주가는 2021년 7월2일 장중 178만4000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 전환했다. 이후에도 하락 흐름이 이어지며 전일 장중 25만3500원까지 밀려 최저가를 새로 썼다.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약 86%에 달한다. 이는 일시적인 실적 부진이나 외부 변수에 대한 반응으로 보긴 어렵다. 중장기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 기대가 구조적으로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사정이 좀 나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흐름 역시 뚜렷한 회복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021년 5월28일 장중 30만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이후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2022년 10월28일 8만원대까지 밀려 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일정 부분 회복됐지만, 최근 13만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큰 격차다. 증권가의 시선 역시 냉담하다. 최근 들어 LG생활건강에 대한 목표주가는 상향보다는 하향 또는 유지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말 이후 교보증권, 삼성증권, DB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추거나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실적 바닥 통과 가능성은 언급되지만, 뚜렷한 회복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K뷰티 호황에도 불구하고 LG생활건강은 실적 부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화장품 사업의 전면 재편을 결정했지만, 실적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반영해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고, 목표주가 역시 37만원에서 28만원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대적으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 중심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 매출 감소는 부담이지만, 이를 비용 효율화와 브랜드 구조 조정으로 흡수하며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구조 전환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주가 회복을 제한하고 있는 평가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들어 제한적인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증권가의 눈높이는 낮아진 상태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14일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종전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2일에는 다올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낮췄다. 현대차증권 역시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6만원으로 하향했다. 최근 목표주가를 조정한 증권사 세 곳 모두 아모레퍼시픽의 적정주가를 16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들 증권사는 공통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회복 방향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회복 속도와 강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이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는 성장 동력이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자회사인 코스알엑스 실적 회복에 따른 이익 추정치 상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에스트라처럼 서구권 채널에 신규 진입한 브랜드가 라네즈에 준하는 성장 모멘텀을 형성하며, 포트폴리오 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주와 신흥강자인 에이피알을 제외한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 성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달바글로벌이다. 역시나 수출 증가가 이익 개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시장에 증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달바글로벌의 경우 북미·일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속도 둔화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지만,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은 크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해 역시 실적과 수익성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에이피알 다음의 차기 주도주로 언급된다. 이어 엔에프씨와 에이블씨엔씨는 각각 83%, 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브이티는 업종 가운데 시가총액 감소 폭이 가장 컸던 종목이다. 브이티의 지난해 말 시가총액은 6120억원으로 전년 1조4320억원 대비 57% 감소했다. 1년 만에 시총 절반 이상이 날아간 셈이다. 주가로 보면 지난해 6월5일 5만555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브이티 주가는 연말 1만7000원대까지 밀렸다.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실적 부진으로 풀이된다.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102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61% 감소했다. 매출의 경우 미국·동남아·러시아(CIS) 등 해외는 빠르게 늘었지만, 한국과 일본이 부진했다.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선제적 비용 집행이 수익성을 빠르게 훼손한 영향도 컸다. 실제로 브이티는 글로벌 마케팅 강화 과정에서 광고판촉비와 운반보관비가 동시에 급증했다. 브이티의 작년 3분기 판매관리비는 전년 대비 60% 늘었다. 이 가운데 광고판촉비는 158%, 운반보관비는 141% 증가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의 경우 미국·동남아·러시아(CIS) 등 해외는 빠르게 늘었지만, 한국과 일본 부진이 심화됐다"며 “4분기에도 마케팅·운반비가 전분기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에 단기 이익 가시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6-02-05 10:47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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