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고강도 구두개입과 함께 해외주식 투자 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세제 패키지를 동시에 꺼내 들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을 위협한 뒤 하루 만에 30원 넘게 급락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환율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원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3원 오른 1484.9원에 출발하며 장중 연고점(1487.6원)을 위협했다. 시초가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개장 직후 정부의 외환 안정 대책이 공개되면서 환율은 급락해 전장보다 32원 내린 1450원에 장을 마쳤다. 크리스마스를 넘은 26일에는 이보다 5원 더 떨어진 144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 급락은 외환당국의 강한 메시지와 함께 개인·기업을 겨냥한 '수급 대책'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해외주식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기 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하고,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 도입과 환헤지 세제 혜택,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률 상향 조정 등을 담은 세제 패키지를 발표했다. RIA는 해외주식 매각 자금을 일정 요건 하에 국내 금융상품으로 재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는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와 기업·연기금의 해외자산 비중 증가로 외환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1611억달러에 달하며, 10월 이후 증가분을 감안하면 1800억달러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기재부는 해외주식 일부만 국내 투자로 전환되거나 환헤지가 이뤄져도 외화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세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개인투자자와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 점, 원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점을 환율 하락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날 장중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전해진 것도 달러 공급 확대 기대를 키웠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잇따라 내놓은 외환 수급 대책은 한 방향으로 쏠려 있던 원화 약세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말이나 연초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본격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리뿐 아니라 실제 수급 측면에서도 달러·원 환율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원화 가치가 급격한 강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며 “추가 상승보다는 완만한 하락세, 즉 하향 안정 흐름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까지 발표된 국민연금 관련 조치와 외화 유동성 확보 방안이 기존 제도의 연장이나 완화에 가까웠다면, 이번 대책은 모두 새롭게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말을 앞두고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당국의 구두개입 효과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래가 얇아진 상황에서는 당국의 존재감이 시장에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연말까지는 환율이 전날 고점을 다시 넘길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외주식 투자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에 꾸준히 투자해온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정도 정책으로 이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2025-12-27 09:46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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