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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문화유산'서 '체험하는 역사'로…상주 원도심의 밤을 바꿨다 40여 개 프로그램·사전예약제·야시장 결합…체류형 관광 가능성 확인 첫 흥행 넘어 지속 가능한 대표 야간축제로 키우는 게 과제 상주=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태평성대 경상감영공원 일원에서 열린 '2026 상주 국가유산 야행(夜行)'에는 이틀간 약 1만5000명이 몰렸다. 상주에서 처음 열린 국가유산 야간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흥행 성적이다. 단순히 '첫 행사라 사람이 몰렸다'고 보기에는 현장의 반응도 뚜렷했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공연만 보고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골목을 걷고, 미션을 수행하고, 전통기술을 체험하고, 야시장을 즐기며 상주의 밤을 오래 머물렀다. 이번 야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문화유산을 '전시물'이 아니라 '콘텐츠'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상산관과 상주향교, 상주향청, 복룡동 석조여래좌상·당간지주, 상주 옹기장, 상주민요 등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역사문화자원을 공연과 체험, 미션, 전시, 해설에 녹였다. 특히 '상주감영, 밤마실 투어'와 '관찰사 명판관'은 이번 야행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참가자가 조선시대 수령이 돼 수령칠사와 관련한 놀이와 미션을 수행하고, 관찰사가 돼 QR코드를 따라 퍼즐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역사를 설명 판으로 읽게 하는 대신 직접 역할을 부여해 체험하게 한 것이다. 문화유산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도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 배우를 활용한 역사 해설도 같은 맥락이다. 딱딱한 해설 대신 연기와 입담을 통해 상주의 역사와 국가유산에 얽힌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관람객과 문화유산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이번 행사의 또 다른 특징은 프로그램의 '층위'를 다양하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관람객에게는 상주 옹기장과 옹기 물레 체험이 있었고,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에게는 국가유산을 소재로 한 만들기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걷기와 해설을 선호하는 관람객은 '상주읍성 골목투어'와 '달밤의 도슨트'를 선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야외 풍류음악회 '풍류 온(溫)', 경관 조명과 포토 존, 장터존·임진왜란존·관아존, 플리마켓과 푸드트럭까지 더해졌다. 문화유산 행사를 특정 연령 층이나 역사 애호가만의 행사로 한정하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밤 축제'로 확장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체류 시간'이다. 지역 축제의 성패는 단순 방문객 숫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 가 중요하다. 공연 하나를 보고 돌아가는 행사보다 체험과 골목 관광, 먹거리, 야시장을 연계한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 상주 국가 유산 야 행은 이 지점에서 원 도심 관광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왕 산 일대 골목과 상주 박물관, 경상감영공원을 하나의 동 선으로 묶으면서 특정 시설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도심 전체를 무대로 활용하는 관광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운영 측면에서도 첫 행사 치고 비교적 세밀하게 접근했다. 체험과 역사 투어, 박물관 해설, 미션, 공연 등 7개 분야에 사전예약제를 도입한 것은 특정 프로그램에 관람객이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혼잡과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축제 규모가 커질수록 교통과 동선, 대기 시간, 화장실, 먹거리 부스 등 작은 불편 하나가 전체 행사 평가를 좌우할 수 있다. 첫해부터 사전예약제를 병행했다는 점은 향후 행사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 반응에서도 이번 야 행이 기존 상주 도심 행사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SNS에는 “상주에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상주의 가을밤이 이렇게 특별한지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반응은 상주 국가 유산 야 행이 단순한 전통문화 행사에 머물지 않고 젊은 층과 외지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첫해의 흥행이 곧바로 대표 축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방문객 숫자 뿐 아니라 외지 관광객 비율, 체류 시간, 숙박과 음식점 이용, 전통시장 매출 등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역시 매년 같은 구성의 반복에 그칠 경우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 상주만의 역사적 정체성을 더 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경상감영과 읍성, 임진왜란, 상주 목의 역사 등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야간 콘텐츠로 발전시키느냐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행사 구역을 원도심 상권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도 숙제다. 야행을 보러 온 관광객이 행사장 안에서만 소비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과 음식점, 카페, 숙박시설까지 이동하도록 동선을 설계해야 지역경제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첫 상주 국가유산 야행은 적어도 한 가지 가능성은 분명히 보여줬다. 문화유산은 낮에 찾아가 설명을 읽고 돌아오는 정적인 관광자원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스토리와 체험, 공연, 야간경관, 골목, 먹거리를 결합하면 오래된 역사도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1만 5000명이 몰린 첫해의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다. 첫 행사의 흥행을 일회성 축제로 끝낼지, 상주의 역사와 원 도심을 살리는 대표 야간 관광 브랜드로 키워낼지 여부가 다음 야 행의 성적표를 결정하게 된다. 안재민 상주시장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내실을 더욱 다져 상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2026-09-22 11:13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