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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100년 넘은 청사도 보존하는데…우리는 공간 부족하면 신축부터 고령화된 농촌, 농업의 대 이을 청년 농 육성 시급…청사보다 농민사관학교가 먼저다 인구는 줄고 농촌은 늙어가는데…상주시 재정 투자 우선순위 되돌아봐야 상주=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 재정 운용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치솟는 생활비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지난 17일 프랑스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건립된 역사적인 시청사가 방화로 크게 파괴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폭력과 방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은 유럽의 많은 도시가 100년, 200년이 넘은 공공건축물을 보존하며 여전히 행정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유럽의 여러 도시는 오래된 청사를 단순히 낡은 건물로 여기지 않는다. 도시의 역사와 시민의 기억이 담긴 자산으로 인식하고 보수와 개량을 통해 그 가치를 이어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은 어떤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사가 낡았다거나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청사를 건립하려 한다. 도청과 시청은 물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까지 새 건물을 짓는 것이 행정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청사의 안전과 행정 효율성, 시민 편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건물을 보수하거나 증축해 활용할 수 있는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만큼 신축이 시급한지는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농촌 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경북 상주시가 추진하는 통합청사 건립 문제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상주시는 지난 22일 제2차 시민토론회를 열고 통합청사 건립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했다. 찬성 측은 노후 청사와 분산된 행정 공간의 비효율성을 지적했고, 반대 측은 건립비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과 기존 청사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양측의 주장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상주시가 지금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상주는 전통적인 농업도시다. 넓은 농경지와 풍부한 농업 기반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해 왔으며, 농업은 지금도 상주의 중요한 산업이자 정체성이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민들은 해마다 늙어가고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고령 농업인들은 자신이 일궈온 농지를 물려줄 후계자를 찾지 못해 걱정하는 실정이다. 농업의 대가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상주시가 가장 먼저 내놓아야 할 정책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신청사 건립이 아니라 고령 농업인의 뒤를 이을 젊은 농업인을 육성하고 농촌에 정착시키는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아닐까. 상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청사보다 농업의 미래를 먼저 지어야 한다. 가칭 '상주 농민사관학교'와 같은 전문 농업인 양성체계를 구축해 청년들에게 영농기술과 스마트농업, 농산물 유통·가공, 농업경영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에 그칠 것이 아니라 농지 확보와 임대, 초기 영농자금 지원, 농기계 공동이용,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까지 연계해야 한다. 고령 농업인이 평생 쌓아온 영농 경험과 기술을 청년농업인에게 전수하는 세대 간 농업승계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젊은 농민들이 농촌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과 보육, 의료, 문화시설을 갖추는 일 역시 중요하다. 농업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젊은 세대가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농업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운영할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청사는 새로 지으면 수십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의 대가 끊기고 농촌 공동체가 무너진다면 이를 되살리는 데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물론 상주시가 청년 농업인 지원사업을 전혀 추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 정책을 넘어 농업 후계인력 양성을 시정의 핵심 과제로 삼고, 예산과 행정력을 얼마나 집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방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청사 건립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면 그만큼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주시는 시민들에게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새 청사를 건립하는 것이 농업 후계인력 양성과 청년 정착, 농촌경제 활성화보다 시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은 청사의 규모나 화려한 외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청년이 고향으로 돌아오는지, 고령 농업인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영농활동을 이어가는지,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유럽의 오래된 청사들이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것은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존 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방정부도 이제는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새로 짓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물은 낡으면 고쳐 쓰면 된다. 그러나 사람이 떠난 농촌은 돈만으로 되살릴 수 없다. 상주시가 진정으로 농업도시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웅장한 통합청사의 청사진보다 농업의 대를 이을 청년 농업인 육성의 청사진이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근무할 넓고 화려한 공간보다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과 젊은이들이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희망이다. 상주시는 오는 11월 제3차 시민토론회와 12월 시민 여론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청사 건립의 찬반만 물을 것이 아니라 시 재정의 투자 우선순위와 농업도시 상주의 미래에 대해서도 시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들어야 한다. 행정은 건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단체장도 공무원도 아닌 시민이며, 지방정부의 예산은 시민의 땀과 세금으로 마련된 소중한 재산이다. 이제 상주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줄 것은 수천억 원을 들인 번듯한 청사인가, 아니면 젊은 농민들이 다시 돌아와 풍요롭게 살아가는 농업도시인가. 농민 없는 농업도시는 존재할 수 없다. 청사는 낡아도 행정은 새로울 수 있다. 그러나 농촌에서 젊은 농민이 사라진다면 아무리 화려한 청사를 지어도 상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지금 상주시가 먼저 지어야 할 것은 새 청사가 아니라 농업의 미래이며, 먼저 키워야 할 것은 건물의 규모가 아니라 농업을 이어갈 사람이다. 그것이 농업도시 상주가 나아가야 할 길이며, 오늘날 우리 지방행정이 되새겨야 할 자성의 출발점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2026-10-26 14:15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