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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월덱스가 임시 에 다시 올린 이사 보수 관련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부결된 안건을 세 달여 만에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재상정했지만, 반대 표는 오히려 늘었다. 특히 회사가 통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되는 사내·사외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2-1호)마저 과반 반대로 무산됐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배종식 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안건인데도 부결되면서 오너 일가를 뺀 대부분 주주가 반대 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가 전자투표를 배제하고 평일 오전 본사에서 주총을 강행하는 등 표 대결에 유리한 환경을 짰는데도 완패하면서 보수 정책을 넘어 이사회 구성과 주주 환원 전반에 대한 종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게 됐다. 29일 월덱스는 경북 구미시 본사 본관 3층 대강당에서 임시 를 열었다. 60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인 주총장에 주주 10여 명이 띄엄띄엄 앉았다. 의결권 확인과 중복 표 검수 절차로 오전 9시 시작 예정이던 주총은 1시간 30분 늦게 개회했다. 회사 측 사회자는 “의결권 확인 절차로 총회가 지연되고 있다"고 두 차례 안내했다. 이날 새벽 6시경부터 회사 별도 공간에서 VIP자산운용과 회사 측 관계자들이 모여 위임장을 검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VIP운용 측이 법원에 요청한 검사인도 참관했다. 쟁점은 의결권 행사 방식이었다. 이번 임시 주총은 현장에 직접 참석하거나 위임장을 제출해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월덱스는 2020년 이후 에서 매번 전자투표를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배제했고, 서면투표도 도입하지 않았다. 사전에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은 주주는 평일 오전 구미까지 직접 와야만 표를 던질 수 있었던 셈이다. 현장에 참석한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반도체를 만드는, 나름대로 최첨단을 걷는 회사가 밸류업 자료에서도 주주와 소통하겠다고 하면서 전자투표를 막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다음부터는 전자투표를 금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주총은 배종식 대표의 개회 선언과 함께 40여 분간 진행됐다. 배 대표는 “전체 주식 수 가운데 77.27%가 참석해 개회 정족수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상정 안건은 세 개였다. 이사 보수 한도(70억→80억원)를 담은 이사 보수 규정 제정의 건(1호), 그리고 보수 한도 승인 건을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사외이사(2-1호)와 대표이사(2-2호)로 나눈 안건이다. 표결 결과 세 안건 모두 부결됐다. 1호와 2-2호는 의결권 행사 주식 수 기준 94%가량 반대했다. 상법상 대표이사는 자신의 보수와 직접 관련된 1호·2-2호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지분 34.79%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 대표가 표결에서 빠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목할 대목은 2-1호다. 회사는 대표이사 보수(2-2호)와 나머지 이사 보수(2-1호)를 분리하는 '쪼개기'로 배 대표가 자녀 등 사내이사 보수안에 최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2-1호는 반대 51.7%로 부결됐다. 배 대표 지분(34.79%)을 이날 행사 주식(77.27%)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5%에 이른다. 찬성(약 48.3%)의 대부분이 오너측 표였고, 그를 뺀 나머지 주주는 사실상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연기금은 공식적으로 월덱스 임시 주총 안건에 모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노르웨이연기금은 월덱스 지분 4.47%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ISS 자문에 따라 표를 행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전체 주식의 51%를 가진 소액주주는 1만7550만명이다. 이는 3월 정기 주총보다 격차가 벌어진 결과다. 당시 같은 취지의 이사 보수 규정 제정의 건(4호)은 찬성 30.8%·반대 69.2%로 부결됐다. 의결권 행사에 더 많은 제약이 있었는데도, 소액주주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위임장을 제출하고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국 대표는 이번 결과가 보수 정책을 넘어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주주 불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업 승계와 관련된 인사들로 채워진 이사회 구성, 급조된 인상의 밸류업 정책, 미흡한 주주 환원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표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덱스 사내이사는 배 대표와 그의 두 자녀(배영수·배기화 부사장), 정정구 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는 가업 승계 전문가와 세무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표 대결은 VIP운용이 창사 23년 만에 처음 공개적으로 의결권 위임 권유에 나선 결과다. 다만 김 대표는 “공개 표 대결은 목표가 아니며, 수면 아래에서 협의해 갈등 없이 주주 환원을 끌어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회사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반대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회사 측은 이날 표결 결과와 향후 대응 방침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상당수 주주가 회사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만큼, 회사가 보수·이사회 구성·주주 환원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29 15:03 최태현 기자 cth@ekn.kr

반도체 식각(食刻)공정 부품기업 월덱스의 이사회 구성을 두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증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주의 두 아들이 사내이사에 올라와 있는 가운데, 사외이사 두 자리를 모두 상속·증여·세무 전문가가 채우고 있어서다. 월덱스는 2대 주주 VIP자산운용과 이사 보수 한도, 주주환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런 거버넌스 논란이 이사회 구성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월덱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배종식 대표이사와 배기화 부사장, 배영수 부사장, 정정구 이사다. 배기화·배영수 부사장은 각각 배 대표의 장남과 차남으로, 등기이사 6명 가운데 절반을 오너 일가가 차지한다. 배영수 부사장은 2024년 처음 이사회에 들어왔다. 임기는 3년으로 내년 3월까지다. 배기화 부사장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처음 이사로 선출됐다. 배기화 부사장은 월덱스 종속회사였던 이코루미 대표를 맡아 신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코루미는 LED 조명장치를 만드는 기업으로 2011년 출범했다가, 2023년 파산 신청했다. 매년 수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모회사인 월덱스는 자회사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여금을 지원했지만 끝내 파산에 이르렀다. 월덱스는 대여금과 미수수익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손실로 반영했다. 사외이사 두 명은 모두 승계·증여·세무 분야 전문가다. 정작 회사 사업과 맞닿은 반도체·소재나 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는 사외이사에 포함돼 있지 않다. 최성환 사외이사는 상속·증여 컨설팅기업 마에스트로7의 대표이사로 가업승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최 이사는 2021년 처음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2024년 재선임되어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정상우 사외이사는 국세청 출신으로, 세무법인 세움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해당 세무법인은 기업 세무조사 대응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는 지난 3월 정기 에서 처음 선임됐다. 임기는 3년이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이런 구성이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있다고 본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사외이사는 회사의 장기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본시장이나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 또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물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지금 계신 승계 전문가나 국세청 출신은 그런 조건에 부합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사 이사회 구성은 도저히 좋게 평가하기 어렵다"며 “다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최성환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잘 나오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성환 사외이사는 지난 2022년부터 2025년 말까지 이사회 출석률이 38%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16번의 이사회 중 6번만 참석했다. 실제로 한국ESG연구소 등 의결권 자문사들은 2024년 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직전 임기(2021~2023년)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이 주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의심은 지분 구조와 맞물려 있다. 1951년생인 배 대표는 월덱스 지분 34.7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 중인 두 아들은 회사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향후 승계를 위해서는 자녀들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증여나 상속에 대비해 이사회 진용을 미리 갖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증여 부담을 낮추기 위해 회사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상장주식의 증여·상속세는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만큼,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월덱스는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 21.3%, 자기자본이익률(ROE) 22.7%로 동종업계 최상위권 수익성을 기록하고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만 2300억원에 달하지만, 배당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남우 회장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뛰어난 회사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가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면면을 보면 회사의 투자나 자본 배치와 관련된 것보다는 대부분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러니 승계 전문가들이 주가 누르기를 주도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덱스 측은 에너지경제신문 질의에 “이사진의 전문성 확대를 위한 경험이 풍부한 분들을 모시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누르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본업을 운영하다보니 자본시장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벌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IR 활동도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자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28 08:53 최태현 기자 cth@ekn.kr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노르웨이연기금(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이 월덱스가 임시 에 올린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월덱스는 오는 29일 임시 주총을 열고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회사와 2대 주주인 VIP자산운용이 각각 의결권 위임을 받으며 본격적인 표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노르웨이연기금의 의결권이 표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연기금은 오는 29일 열리는 월덱스 임시 안건 전부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르웨이연기금은 월덱스 지분 4.47%를 보유하고 있다. 월덱스가 임시 주총에 올린 안건은 모두 세 개로 나뉜다. 이사 보수 한도 총액을 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높이는 1호 안건이 부결될 경우, 사내·사외이사(2-1호)와 대표이사(2-2호)의 보수 한도 승인 건을 나눠 표결에 부친다. 노르웨이연기금은 세 안건에 대한 반대 이유를 “효과적인 이사회 또는 주주 보호에 관한 기타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이번 임시 주총 안건 전체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 투자자는 한국의 개별 기업 상황을 전부 알지 못하니 해외 의결권 자문사 권고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노르웨이연기금과 의결권 자문기관 ISS가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혀준 건 우리한테는 힘이 된다"며 “월덱스 변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임시 주총은 지난 정기 주총에서 부결된 안건을 다시 표결에 부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지난 정기 주총에서 전체 7개 안건 중 이사 보수 규정 제정의 건만 부결됐다. 해당 안건의 이해관계자인 배종식 대표의 의결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지분 34.79%를 가진 배 대표는 회사 대표이자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어 해당 안건에 표결할 수 없었다. 이에 이사 보수 규정 제정의 건은 찬성 30.8%, 반대 69.2%로 부결됐다. 이번 한도 승인 안건은 당시 부결된 사안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회사와 VIP자산운용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본격적인 표 대결에 나섰다. 지난 12일 양측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냈다. VIP운용은 이번 임시 주총에 올라온 안건 모두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VIP운용은 공시에서 “이번 안건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과반이 훌쩍 넘는 반대로 이미 부결된 안건"이라며 “회사는 부결 사유 해소나 주주와 소통 없이 사실상 동일한 안건을 재상정했고, 정기 주총에서 운영했던 전자투표마저 배제하며 주주들의 원활한 주주권 행사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월덱스는 지난 정기 주총에서 활용한 전자투표제도를 이번 임시 주총에선 배제했다. 사전에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은 주주는 29일 오전 9시 경북 구미에서 열리는 주총에 직접 참석해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IB업계에서는 이번 안건 중 1호와 2-2호의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본다. 34.79% 지분을 가진 대표이사가 본인 보수와 직결된 1호·2-2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회사 측 우호 지분의 상당 부분이 빠지기 때문이다. 반면 2-1호 안건은 개인 투자자와 소수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이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는 2-1호 안건만 투표할 수 있는 상황이라 1호와 2-2호는 통과되기 쉽지 않다"며 “변수는 위임장 수거 업체가 모아오는 소액 주주의 표"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24 18:20 최태현 기자 cth@ekn.kr

반도체 식각(食刻)공정 부품기업 월덱스의 자본 효율이 시험대에 올랐다. 본업은 6년째 20%대 영업이익률을 내며 견고하지만, 벌어들인 현금이 주주환원이나 재투자로 흐르지 않고 사내에 쌓이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내려앉고 자산의 절반 가까이는 현금에 묶이는 구조가 굳어졌다. 2대주주인 VIP자산운용이 최근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고 주주환원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월덱스의 자본 배분 문제가 오는 29일 임시 를 앞두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월덱스의 연결 기준 ROE는 지난해 11.8%로 집계됐다. 2024년 21.1%에서 9.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0년 중 가장 낮다. 회사의 ROE는 2020년 20.0%, 2021년 23.3%, 2022년 22.3%, 2023년 22.5%, 2024년 21.1%로 5년 내내 20%대를 유지해 왔다. ROE 급락은 분자와 분모가 동시에 불리하게 움직인 결과다. 분자인 당기순이익은 2024년 650억원에서 2025년 410억원으로 3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감소 폭(16.7%)을 크게 웃돈다. 매출은 4.9% 감소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률도 20.1%로 20%대를 지켜낸 만큼, 순이익 급감의 상당 부분은 본업이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영업 외 손익에서 비롯됐다. 월덱스는 매출의 6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해 환율에 민감하다. 분모인 자본총계는 매년 불어났다. 2020년 1088억원이던 자본총계는 2025년 3466억원으로 3.2배 커졌다. 이익을 배당으로 돌려주기보다 회사 안에 쌓아둔 결과로, 이익잉여금만 같은 기간 724억원에서 2997억원으로 4.1배 증가했다. 분자(순이익)는 줄고 분모(자본)는 계속 커지면서 ROE가 빠르게 내려앉은 셈이다. 쌓인 자본은 대부분 현금으로 남아 있다. 2025년 말 현금성 자산은 1863억원으로 전체 자산(4297억원)의 43.4%에 이른다. 단기금융상품까지 더하면 약 1867억원이며, 총차입금(약 390억원)을 빼도 1477억원의 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6.2%에서 3년 만에 43.4%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 현금이 만들어내는 수익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2025년 회사가 보유 현금·예금에서 거둔 이자수익은 44억원으로, 영업이익(585억원)의 7.5% 수준에 그쳤다. 1800억원 넘는 현금이 사실상 은행 예금 형태로 운용되며 연 2%대 이자만 벌어들이는 구조다. 본업이 20%대 수익률을 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낮은 수익률에 묶여 전체 자본효율을 희석하고 있다. 쌓인 현금에 비해 주주환원은 인색하다. 2025년 연결 기준 현금배당성향은 4%로, 순이익 100원당 4원만 주주에게 돌아갔다. 이마저도 2023년 1.8%, 2024년 1.5%에서 높아진 수준이다. 주당 현금배당금은 100원, 시가배당수익률은 0.5%에 머물렀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환원도 없었다. 회사는 최근 10년간 자기주식을 취득하거나 처분한 내역이 전혀 없다. VIP자산운용은 이런 자본 효율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VIP운용은 지난 9일 공시에서 월덱스 지분 15.64%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고 배당 등 주주환원과 임원 보수 정책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다고 명시했다. VIP운용은 구체적으로 올해 최소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제안했다. 23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감안하면 즉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년 이후 연간 순이익의 40% 이상을 환원하는 중장기 밸류업 계획, 경영진 보수의 총주주수익률(TSR) 연동, 보수위원회 신설도 요구했다. VIP운용은 회사의 시가총액이 4200억원에 그쳐 현금을 뺀 순수 사업 가치(EV)는 2000억원 수준의 저평가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금 자산을 쌓는 건 적정 수준이 있다. 현금을 쌓아놓을 순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ROE가 떨어지고 있다"며 “주주환원율을 40%로 높이거나 투자할 곳이 분명하면 주주환원을 유보하더라도 투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월덱스는 지난 17일 '중장기 성장전략 및 자본 배분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9일 임시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대행 업체가 위임장을 받기 시작한 날이다. 회사는 총 2600억원 자본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1900억원은 본업과 관련된 반도체 실리콘 부품 사업에 투자하고, 500억원은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로봇, 배터리, 방산 등 신규사업 발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00억원은 차세대 소재 연구개발에 쓸 계획이다. 배당 정책도 올해부터 향후 3년간 평균 배당성향 10%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분기 배당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선언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이나 배당 성향을 높이겠다는 건 표 대결에서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월덱스는 오는 29일 임시를 열 예정이다. 안건은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으로,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부결된 안건이 재상정됐다. VIP운용은 보수한도 집행률이 낮고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수면 아래에서 충분히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이사 보수 한도나 주주 환원 정책 등이 상식과 반대로 되다 보니 '이거는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에 막아야 앞으로 이런 것들이 재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월덱스 관계자는 “사업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어 ROE가 떨어졌다기 보다는 작년은 2분기에 자회사 이슈가 있어 일시적으로 비용이 발생한 게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23 19:01 최태현 기자 cth@ekn.kr

다산네트웍스가 19일 임시 에서 핵심 자회사 디티에스(DTS) 상장 승인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남민우 회장은 “우리는 중복상장이 아니다"라며 시장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주총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심사 재개를 요청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주주들은 “핵심 자회사 중복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주주환원 확대를 공시로 약속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당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며 현장에서 즉답을 피했다.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 한컴타워 지하 2층 대강당에서 다산네트웍스 임시 주총이 열렸다. 1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에 2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주총 개회를 알리며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51.51%가 출석해 특별결의 요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는 제2호 안건인 디티에스 상장 승인의 건이 상정되면서 달아올랐다. 디티에스 상장과 주주환원 문제를 두고 남 회장과 주주 간 논쟁이 오가면서 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남 회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디티에스 상장 당위성을 30여분간 풀어놨다. 그는 디티에스 상장으로 기대되는 4가지 효과로 △다산네트웍스 재무 건전성 강화와 리스크 분산 △지분가치 현실화를 통한 자산가치 재평가 △주주환원 재원 확보 및 배당 정책 강화 △다산그룹 시너지 극대화를 꼽았다. 남 회장은 “2013년 동양그룹 해체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군산 공장을 23억원에 인수해 그룹 자금 500억원을 투입했다"며 “지난해 매출 14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대 회사로 키워냈다"고 말했다. 디티에스는 공랭식 열교환기 제조 기업이다. 발전소와 석유화학 플랜트 공정에서 발생한 고온의 석유화학 제품을 냉각하는 열교환기를 만든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1427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4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액트에 따르면, 지난해 다산네트웍스 연결 영업이익의 65%는 디티에스에서 나왔다. 디티에스는 지난해 9월18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통상 45영업일 안팎이 걸리는 예심이 수개월째 결론 없이 표류하고 있다. 남 회장은 상장이 지연되는 이유로 정부 규제를 지목했다. 그는 “쪼개기 상장 금지는 대찬성"이라면서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비들이 '중복상장 금지'라고 일괄 규제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말 한마디 잘못해서 모든 중복상장이 금지됐다"며 “쪼개기 상장, 분할 상장뿐만 아니라 모회사가 상장되어 있고 (모회사와) 연관도 없는 자회사 상장까지 다 금지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끝까지 버틴 게 덕산과 다산"이라며 “우리는 중복상장이 아니다"고 했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남 회장은 “디티에스가 상장되면 신주 발행으로 회사에 1000억원 안팎이 들어오고 모회사 보유 구주는 보호예수(락업)가 걸려 팔지 않는다"며 “상장 후 디티에스 가치가 주가로 재평가돼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만큼 기존 주주에게 마이너스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만큼 주가가 안 오르면 자사주 매입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들은 남 회장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산네트웍스 주주 87명의 위임을 받은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 이상목 대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 상장된 것 자체가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는 건 우리 시장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온 주제"라며 회장의 인식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자회사 상장은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 훼손의 방향이고, 다만 훼손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절차 문제도 지적했다. 소액주주가 주주명부를 교부받지 못한 점, 주총 소집공고와 위임장의 안건 표기가 달랐던 점 등을 들며 “이를 거래소에도 전달하겠다"고 했다. 회사 측 민한홍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주주명부 열람 요청서의 대표이사 이름이 실제와 달랐고, 회사는 기준일(5월 15일) 명부만 보유해 요청 기준일(3월 31일) 명부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남 회장은 액트와 중복상장을 주제로 직접 토론할 의사도 밝혔다. 남 회장은 “액트가 저랑 이 상장 건에 대해 언론 앞에서 토론해 보자"며 “양쪽 의견을 다 듣고 세련되게 의견을 수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주주 노모씨는 “왜 지금 디티에스 상장을 서둘러 추진하는지 의문"이라며 “그룹 유동성 확보를 위한 상장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2년 전부터 상장을 준비했다. 예정대로 하면 작년 12월에 끝나야 했을 과정"이라며 “다산그룹 유동성은 사상 최고로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산네트웍스 부채비율은 20~30%에 불과하고 여유 자금도 1000억원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주주 노모씨는 “디티에스 상장 이후에도 다산네트웍스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제고될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도 밝혀달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디티에스가 상장해서 자금을 더 투입하면 시가총액 3000억원 가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며 “그런 효과가 나오면 다산네트웍스 주가도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자회사 다산에이지도 상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남 회장은 “반도체 부품 회사를 150억원에 인수해 지금 300억원짜리로 키웠다"며 “다산네트웍스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 새 성장 동력을 우리가 자금을 투입해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때가 되면 그 회사도 상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들은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약속을 구속력 있는 공시로 남겨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2020년부터 6년간 다산네트웍스 주식을 보유했다는 주주 김모씨는 “지난 6년간 여러 경영 양태를 보며 소액주주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늘 설명해 준 디티에스 상장이 회사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그게 (모회사) 주주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가는 전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주주 김모씨는 “앞서 주주환원 재원 확보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까지 고려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형태인 공시로 약속해 줄 수 없냐"고 물었다. 남 회장과 회사 측은 “거래소 요구에 따라 2029년까지 배당 성향 30% 이상을 목표로 한다는 데 합의했고, 자사주와 BW 56억원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 회장은 “공시 문구 하나하나가 허가 사항이라 마음대로 못 한다. 임의 공시는 주가 조작으로 몰릴 수 있다"며 공시화에는 거리를 뒀다. 주주들은 물러서지 않고 거듭 공시를 요구했다. 주주 김모씨는 “실무자와 얘기했다는 건 소위 '깜깜이'라며 주주환원 공시만 해도 '책임 경영', '주주 신뢰 회복' ,'당국에서도 의지 확인', 세 가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도 “자율공시 사례를 지금 당장 300개도 보여줄 수 있다"며 “창사 이래 제일 잘된다면서 왜 주가가 신저가로 가느냐"고 몰아붙였다. 거듭된 요구에 남 회장은 한발 물러섰다. 그는 “당국이 위축돼 조심스러웠지만, 적극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당국과 소통해 보겠다"고 했다. 이어 7월 중 상장심사 재개를 전망하며 “오늘 받은 지적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날 디티에스 상장 승인 건은 찬성 약 1957만표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와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을 채워 원안대로 가결됐다. 안건은 통과됐지만, 회사가 강조한 '상장의 당위'와 주주가 요구한 '모회사 주주보호' 사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은 채 주총은 마무리됐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19 17:10 최태현 기자 cth@ekn.kr

아수라장이었던 코스피 상장사 대호에이엘(이하 회사)의 임시 가 변찬호 부회장과 김영대 전 대표의 승리로 끝났다. 11시간 넘게 진행된 는 표 집계와 의결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으며, 회사 측이 주주 의결권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찬반 표기를 잘못 기입한 사실이 주주들에게 발각되면서 주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대호에이엘의 지배구조가 '한 지붕 네 가족'이란 기형적인 형태라 파행적인 진행은 어느 정도 예상된 가운데 회사 측의 치명적인 의결권 집계 오류가 결국 사태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주주들은 의결권 전수 조사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회사 측이 집계한 의결권을 주주들이 일일이 확인했다. 안건을 상정하는 데만 9시간이 소요됐고, 막판에는 회사 측이 의결과 폐회를 강행하기도 했다. 대호에이엘은 11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에 위치한 본사에서 임시 를 개최했다. 이날 장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주총장으로 가는 주요 경로마다 안전요원 명찰을 단 남성 두 명이 배치되어 출입을 통제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도 근처에서 대기했다. 원래 10시 개최 예정이던 임시 주총은 2시간 30분가량 지연된 12시 33분에 개회했다. 서면 위임장에 대한 주식 수 집계에 시간이 소요되며 개회를 세 차례 미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주주들은 “우선 시작을 좀 해라"라고 하는 등 3~4차례에 걸쳐 항의했다. 그러던 중 이번 주총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다. 오후 2시 15분경이었다. 지분 4.26%를 가진 제이앤제이자산운용 측이 회사가 의결권을 반대로 기입했다며 강력히 항의했고, 건물 1층 별도 공간에서 진행하던 검표 작업이 2층 임시 주총 현장으로 옮겨진 것이다. 당시 회사는 “엑셀에서 내용을 복사-붙여넣기로 옮기면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주주들은 “회사가 의결권을 조작하면서 신뢰가 무너졌다"며 모든 의결권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주는 “이날 는 어느 한쪽 경영진이 바뀌는 지대한 안건이 상정됐다"며 “표 개수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가진 주식 수조차도 중복될까 봐 걱정이다. 전수 조사해서 소상히 표 내역을 밝혀라"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경부터 2층 임시 주총장에서 의결권 검표 관련 서류와 장비를 가져와 주주 의결권을 일일이 대조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 직원이 노트북으로 주주마다 안건별 찬성과 반대를 기입한 엑셀을 보고, 주주 측은 위임장에 적힌 안건별 찬반을 불러주면서 하나씩 확인했다. 이 과정은 오후 2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6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저녁 9시경 회사 측은 표 집계가 끝났다며 속개를 선언했다. 출석주주 및 주식 수 보고와 감사보고를 마친 뒤 곧바로 정희균 노블파트너스 이사를 임시의장으로 선임하는 1호 안건의 결과가 대표이사로부터 들려왔다. 김용묵 대호에이엘 대표는 “당사 이사회는 소수주주 제안 안건 행사를 존중하여 해당 안건을 전격 수용하고 당사 제안 안건에 앞서 상장함을 알려드린다"면서 “당사 정관 제21조에 에 대한 의장은 대표이사로 한다고 되어 있어서 제1호 의안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곧바로 주주들의 고성이 튀어나왔다. 한 주주는 “안건을 상정했다가 멋대로 철회하는 게 뭐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주주 반발을 무시한 채 곧이어 2호 안건을 상정한 뒤 하나씩 가부를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내이사 7인 해임의 건 중에서는 3명 해임이 가결(이해은, 이상억, 문영권)되고 4명 해임은 부결(김영대, 변찬호, 김용묵, 다니엘 오)됐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기존 이사진 중 이진훈 측 인물로 분류되는 이사의 해임이 가결된 것이다. 이사 해임의 건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한 주식 수의 2/3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기에 현 경영진 측 인물이 해임될 것이란 전망은 거의 없었다. 반대로 현 경영진과 거리가 있는 3명의 이사진이 모두 살아남았다. 변찬호 부회장은 지난해 11월에 대호에이엘에 합류한 인물로 이진훈 측 인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김영대 전 대표의 경우, 현 경영진의 횡령·배임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인물이다. 그리고 세간이 주목했던 정희균 이사의 대호에이엘 이사회 진입은 실패했다. 주주제안을 통해 4호 안건으로 상정된 이사 7인 선임의 건은 모두 부결되었다. 정 이사는 “내일 바로 주총 무효소송을 할 거다"며 “어차피 공증이 안 되면 등기도 안 된다. 정족수 미달이 아닌데도 다 미달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3호 안건인 감사 해임의 건과 5호 안건인 감사 선임의 건도 모두 가결됐다. 결과, 대호에이엘의 이사회는 독주체제에서 견제와 균형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현재 대호에이엘 지분을 보면 크게 네 집단으로 나뉘어 있다. 최대주주는 실사주로 분류되는 이진훈 씨 측이다. △개인 최대주주인 김석진 씨, 공시에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로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더유니1호조합 △유에스드림투자조합1호 △비케이투자조합 △스튜디오오비베어스 △에스더블유엘 측도 최대주주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대략 20% 안팎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대주주는 소액주주연대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기준 약 13%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3대주주는 송창운 씨로 6.39%를 보유하고 있다. 4대주주는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한 제이앤제이자산운용으로 4.26%를 갖고 있다.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이번 임총은 변수가 상당했다. 변수가 제대로 나타나자 회사의 이사진 구성은 크게 요동쳤다. 어느 한쪽도 이사진의 과반수를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용묵 대표 △25년간 대호에이엘과 함께한 육영수 대표 △회사의 비리를 밝힌 김영대 전 대표 △변찬호·다니엘 오 등으로 이사진도 쪼개졌다. 경영권분쟁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대호에이엘의 경영 정상화 여부"라면서 “대호에이엘은 매력적인 사업을 영위하기에 경영만 정상화된다면 다시 정상궤도로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희균 노블파트너스 이사는 “(회사 돈으로) 이진훈 회장 개인 법인에 돈을 대여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고 그 특수관계인이 대호에이엘의 상당한 주식을 갖고 있다"며 “회사 돈이 주식 구매 대금으로 쓰인 건 자기 주식 취득이라 엄격히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호에이엘의 자금 관리 투명성 제고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상인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회사 경영권 분쟁이 심한 상태에서는 어느 자본도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이사진들이 경영을 정상화시킬 막대한 임무를 맡았다"면서 “소액주주는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현 이사진들은 포렌식까지 했음에도 거래 이슈로 의견거절을 받은 회사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현금을 빠르게 확보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대호에이엘은 지난해 감사 결과,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당시 감사법인이었던 한영회계법인은 “자금거래의 승인통제 및 거래상대방이 특수관계자인지 여부를 완전성 있게 검토하는 통제절차가 효과적으로 설계 및 운영되고 있다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언급하면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여부 확인이 의견거절의 핵심이었음을 강조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12 05:05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