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1일 전력시장 개편이 본격화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라 시장 가격이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발전량에 따라 소비를 유도하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하게 된다. 현재 전력시장은 실시간으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번 전력시장 개편은 무엇보다 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재생에너지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통제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된다. 그동안 전력 생산은 석탄·액화천연가스(LNG)·원자력 등 연료를 사용하고, 인간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발전원이 맡아왔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기가와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약 30GW 수준에서 세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연료 대신 햇빛과 바람을 활용한다. 즉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결정되고, 인간이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전력은 생산량과 소비량이 일치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으면 전력망 주파수에 교란을 일으켜 블랙아웃(대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소비를 늘리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할 필요가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민간 에너지 IT 기업들은 전력시장 개편에 대비해 여러 기술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IT 기업들의 대응 방안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 전력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자 '전력시장의 미래'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가상발전소와 계시별 요금제
중. 알뜰요금제와 태양광 전력거래
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분산특구
▲가상발전소 이미지. 챗지피티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는 가상발전소(VPP)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입니다. 기업은 전력을 언제 사용할지를 고민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VPP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ESS, 수요관리(DR), 전기차 충전기 등 소규모로 분산된 자원을 IT 기술로 통합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설비처럼 운영하는 전력 관리 기술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0일 국내에서 VPP 사업을 추진 중인 그리드위즈·엔라이튼·해줌 등 세 기업에 최근 시장 변화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에너지 IT 기업들은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산업용 계시별(季時別, 계절·시간대별) 요금제가 VPP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봄과 가을 같은 계절도 고려해 태양광 발전량의 변화, 즉 공급도 반영한 요금제다. 지금은 계시별 요금제가 아닌 시간별 요금제만 운영되고 있다. 시간별 요금제는 전기 소비가 많은 시간대를 기준으로 시간별로 요금을 차등하는 걸 말한다.
계시별 요금제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발전량이 줄어드는 늦은 오후에는 요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에너지 IT 기업들은 기업의 예상 전력 사용량과 태양광 발전량을 분석해 가장 비용 효율적인 전력 운용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이 태양광과 ESS를 함께 설치했다면 전기요금이 저렴한 낮 시간대에는 태양광 전력을 즉시 사용하지 않고 ESS에 저장한 뒤, 요금이 상승하는 늦은 오후 시간대에 저장 전력을 활용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이처럼 시간대별 요금 변동에 맞춰 발전·저장·소비를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바로 VPP다.
반대로 전기요금이 시간대별로 차등되지 않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VPP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VPP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포함한 전력시장 개편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업계에서 주장하는 이유다.
에너지 IT 기업들은 “VPP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돼야 기술 개발과 투자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 (사진=연합뉴스)
▲그리드위즈, 엔라이튼, 해줌 로고.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 VPP 시장에 긍정적 영향 줄 것"
세 기업이 공통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의 변화다. 정부가 검토 중인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는 VPP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드위즈 측은 “계시별 요금제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성을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라며 “기업은 이제 전력 사용량뿐 아니라 언제 쓰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건 기업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느냐"라며 “데이터를 이해하고 전기요금의 변화에 맞춰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라이튼 관계자 역시 “기업들의 발전·소비 패턴을 분석해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 에너지 통합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요금제는 최적의 솔루션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줌 측도 계시별 요금제 확대로 기업이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더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줌 측은 “그동안 경제성이 부족했던 ESS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ESS가 전기요금을 낮추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낮에 저렴한 요금으로 ESS에 전기를 저장하고 저녁에 꺼내 쓰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전력시장 개편 과정에서 VPP가 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는 만큼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드위즈 측은 “재생에너지와 VPP, DR이 실제로 전력망 안정에 기여한 성과가 제대로 평가되고 보상돼야 민간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줌 측은 “VPP에 맞는 민관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며 “VPP 참여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태양광 발전시설. (사진=연합뉴스)
“VPP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최소화, 입찰시장 전력판매 전략 마련"
계시별 요금제가 전기소매시장에 변화를 준다면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제도와 입찰제도는 전력도매시장을 바꾸게 된다. 전력도매시장의 변화 또한 VPP 시장 발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전력도매시장은 일반 기업이 아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고객으로 삼는다.
전력당국은 재생에너지에 대해 필요 시 발전을 늘리거나 멈추도록 하는 '급전 지시'를 내리고 이에 따른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준중앙급전제도를 다음달 1일 도입한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는 급전 지시 대상이 아니었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시행에 앞서 도입되는 과도기적 정책이다.
준중앙급전제도 이후 도입될 입찰제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과잉일 경우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형성되도록 설계된다. 발전사업자는 과잉 전력을 오히려 돈을 주고 팔아야 하므로 발전량을 자율적으로 줄이게 된다. 현재 전력시장은 최소 0원까지만 나오고 마이너스 가격은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발전량이 예상과 달리 부족할 경우에는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을 통해 추가 전력을 구매한다.
이 과정에서 VPP의 역할은 단순 중개 사업자를 넘어선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해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를 피하고, 전력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적 운영이 요구된다.
그리드위즈 측은 “발전량 예측과 DR·ESS·전기차 운영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결합해 급전 지시에 응답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라며 “앞으로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준중앙급전제도를 단순 손실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DR과 ESS를 연계해 사전에 대비 할 수 있는 운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라이튼은 데이터 기반 플랫폼인 '발전왕 모니터링(RTU)'을 통해 총 설비용량 6 GW의 태양광 발전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엔라이튼 측은 “RTU 기반 실시간 데이터와 AI 발전량 예측 기술을 활용해 태양광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전력시장에 참여할 경우 전력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줌은 준중앙급전제도 도입에 맞춰 전담조직을 꾸리고, 여기서 개발한 '해줌V' 플랫폼에 전용 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이달 실시된 준중앙급전제도 등록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해줌 측은 “전기차 충전기 등을 통해 전력수급 상황에 맞춰 전력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AI 기반 예측을 통해 발전소 가동중단 시간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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