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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선제 투자한 미국 SMR(소형모듈) 기업들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생태계 재편 속에 '투자 수익+사업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테네시밸리당국(TVA)의 뉴스케일(NuScale) SMR 6GW 배치 계획이 발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SMR 투자 성과에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GS에너지는 뉴스케일파워에 지분 투자한 이후 기업가치가 4배 이상 상승하며 각각 일부 지분을 매각해 원금 대비 3배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모두 일부만 정리하고 나머지 지분은 유지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 등 국내 투자사들은 뉴스케일에 2019년 4400만달러, 2021년 6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뉴스케일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미국 및 세계시장에서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뉴스케일의 주가는 2020년 12월 주당 10.1달러대에서 현재는 40.4달러대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초기 투자 이후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 뉴스케일의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뉴스케일이 TVA로부터 SMR 72모듈을 수주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공급 파트너로서 대형 24기 분량에 해당하는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 외에 고온가스로형 SMR을 개발 중인 엑스에너지(X-energy)에도 일부 지분 투자를 단행해, 다양한 SMR 기술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서고 있다. 향후 미국 외 글로벌 수요 확산을 염두에 둔 선제적 포지셔닝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주식회사, HD한국조선해양, 한국수력원자력은 미국의 또 다른 SMR 개발사인 테라파워(TerraPower)에 투자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비상장 기업으로,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SMR 실증 단지 착공식을 시작해 4세대 나트륨 SMR을 건설하고 있다. SK주식회사는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지역 내 사업기회 발굴을 준비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도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해상 원자력 발전, 원자력 추진선박 분야의 미래 기술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HD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테라파워와 첫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3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HD현대는 올해 6월 진행된 테라파워의 청정기금 모금을 위한 투자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테라파워에 약 4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SMR 사업에서의 실질적 협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 투자는 SK그룹이 테라파워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약 16%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수원은 이를 통해 원자력연구원과 공동 개발 중인 3세대 혁신형 SMR(i-SMR)에 이어 4세대 SMR 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MR은 기존 대형 대비 안전성·건설기간·유연성 측면에서 장점이 부각되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전력 수요 폭증과 탄소중립 대응의 대안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국방·우주 산업 등 '24시간 탄소 없는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군에서 SMR이 핵심 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제작·기자재·기술 협력 등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하며 실질적인 수출형 SMR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SMR 투자는 단기 수익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수출형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향후 루마니아, 체코, 캐나다, 중동 등으로 SMR 수요가 확산될 경우, 한국형 공급망 모델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09-04 13:39 전지성

경기도 동탄 도심에서 차로 약 30분. 여러 기업의 생산 시설이 모여 있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의 한 시설에 들어서니 영화에나 나올 법한 높이 12m의 초대형 로봇이 등장했다. 전북 무주군에 조성을 앞둔 '태권브이랜드'에 설치될 조형물로, 국내 로봇제조기업인 케이엔알시스템(KNR시스템)이 제작했다. ◇ 초대형 로봇 태권브이, 발바닥 크기만 사람 키 '훌쩍' 지난 22일 기자가 케이엔알시스템의 남사 공장에서 만난 로봇태권브이는 머리와 몸통, 다리의 외형이 일부 조립된 상태였다. 보안상 직접 사진을 찍을 순 없었지만, 한쪽에 뉘여 있는 로봇의 한쪽 다리는 기자의 키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케이엔알시스템에 따르면 태권브이 로봇은 발차기 등 태권도 품새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외형 동작도 구현할 수 있다. 김철한 케이엔알시스템 부사장은 “일본 요코하마에 설치됐던 건담의 경우 로봇의 등을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지만, 태권브이 로봇은 고정 기기 없이 독립 설치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만들어진 전 세계 로봇 중 가장 큰 움직임을 구현하는 로봇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케이엔알시스템은 산업용 유압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로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됐다. 태권브이 로봇은 회사가 공연·엔터테인먼트 분야용 초대형 로봇을 제작한 첫 사례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지난 6월 경남 고성군으로부터 총 33억원 규모의 '움직이는 로봇공룡 제작 및 설치사업' 용역도 수주했다. 초대형 공룡 '트리케라톱스'를 구현한 로봇으로, 관람객을 태우고 관광지를 순회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 산업현장에 특화된 유압로봇 “사람이 못하는 일 해낸다" 케이엔알시스템의 초대형 로봇은 다른 기업의 로봇과는 작동 방식부터 차이가 있다. 서빙 로봇 등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반적으로 모터 기반의 전동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면 케이엔알시스템의 로봇은 유압(油壓)제어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압 로봇을 제작하는 기업은 케이엔알시스템이 유일하다. 김 부사장은 “유압로봇은 모터 기반 로봇 대비 출력이 높고 상온이 아닌 특수 환경에도 대응이 가능하다"며 “영화 '아이언맨'이나 '터미네이터',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구현된 로봇은 모두 유압 로봇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터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면 '사람처럼 잘 만들었네' 싶지만, 이 로봇을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모터 기반의 로봇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유압 기반의 우리 로봇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고 강조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유압로봇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왔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계열사와 현대차그룹, LIG넥스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유럽의 IIT와도 협력했다. 대만 교통부 철도국에서 발주한 철도기술연구인증센터(RTRCC) 설립을 위한 철도차량 및 운영시스템 시험장비 프로젝트도 진행한 바 있다. 해체 시장 확대에 유압 로봇 수요도↑ 최근 케이엔알시스템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바로 ' 해체' 시장이다. 이 방사성 물질을 취급하는 고위험 환경인만큼, 해체 시장이 커질수록 로봇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6월 고리 1호기 해체를 최종 승인했고, 월성 1호기도 해체 승인을 심사 중이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보면, 40년 이상 가동된 노후 은 총 189기에 달해 수년 내에 해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초기 도입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해체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업계는 이 시장의 규모를 약 46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케이엔알시스템은 독보적인 관련 기술로 100여 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해체에 쓰이는 로봇의 조건은 매우 까다로운데, 케이엔알시스템의 로봇이 해당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특히 신형 다목적 유압로봇 팔 'HydRA-TG'는 고위험 환경하에서 고(高)중량물을 더욱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로봇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안전'이고, 이는 곧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며 “유압로봇 시장은 아직 미개척지에 가깝지만 지금 우리가 이 시장에 '기준'을 세운다면 머지않아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다. 험지 작업용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2025-08-24 16:00 정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