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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기준을 최대 500억원으로 높여 적용한 이유가 '상장 진입요건인 2000억원에 25%여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상장 진입요건 2000억원 기준과 그에 25%를 적용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1일 상장폐지 기준에 대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가처분 심문에서 드러났다. 이 가처분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곳과 코스닥 상장사 1곳이 조기 시행된 기준 상장규정이 위법하다며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결정 취소를 요구하며 제기했다. 이 중 코스닥 상장사는 신청을 철회했다.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A사와 지정 예고를 받은 B사 등 상장사(채권자) 측 소송 대리인은 개정된 상장 규정이 무효라며 관리종목 효력정지·상장폐지 금지를 주장했다. 거래소 측 소송 대리인은 재량권 내의 정당한 조치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에서 ① 500억원 기준의 정당성 ②시행 시기를 앞당긴 근거 ③ 손해는 회복 가능한가라는 세 가지 쟁점으로 정리하고, 양측에 다음 달 11일까지 보충 서면을 내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지난 1월 발표했다. 기준은 2008년 50억원 미만으로 상향된 뒤 17년간 유지됐다. 채권자 측 대리인은 “17년간 50억원 기준을 유지하다 갑자기 500억원으로 인상한 것이 과연 정당한지가 문제"라며 “채무자는 왜 하필 500억원인지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거래소 측 대리인에 “서면을 보면 (상장) 진입요건인 2000억원을 기준으로 25%로 산정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일반적인 방식인지, 그 정도면 재량권을 벗어나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 대리인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자기자본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800억원, 500억원 등의 기준을 두고 있다"며 “종전 기준을 설정한 2008년 이후 자본시장 규모가 여러 차례 커졌음에도 기준은 그대로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향 조정이 늦은 감이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왜 500억원인지는 추후 서면으로 상세히 설명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은 미뤘다. 재판부는 “해외에서도 이렇게 하니 우리도 비슷하게 맞췄다는 정도의 근거라면, 더 구체적인 해외 사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진입요건의 25% 수준으로 잘랐다기보다는 여러 요건을 고려해서 시장별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애초 유가증권시장 기준을 올해 200억원, 내년 300억원, 2028년 500억원으로 3년에 걸쳐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올해 2월 발표에서 이 일정이 통째로 앞당겨져 올해 7월 300억원, 내년 1월 500억원으로 시행 시점이 각각 6개월~1년 당겨졌다. 관리종목 지정 후 상장폐지를 벗어나는 요건도 함께 강화했다. 해당 상장규정은 5월 13일 금융위원회에서 승인됐다. 채권자 측은 “1단계 기준 조기 시행은 불과 40여 일 전에 발표돼 그 기준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 여부조차 완성될 수 없는 시점이었다"며 “합리적 근거 없이 스스로 공표한 유예 기간마저 이유 없이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측은 “시행 전에 개정했으므로 소급은 아니다"라며 “종전의 단계적 시행 일정은 상장사에 기준 충족을 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려는 정책적 고려일 뿐, 그 일정을 어떠한 경우에도 변경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예기간의 부여 여부와 기간 설정은 채무자의 재량 영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그 유예기간을 통해 일정한 기대나 이익을 누렸다 하더라도 법령이나 계약으로 보호되는 권리가 아니라 사실상의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채권자 측은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는 일단 실행되면 주가 폭락과 부실기업이라는 낙인 효과로 본안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며 “기존 550만 소액주주가 입는 피해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측은 “이는 결국 보유 주식 가치 하락으로서 금전으로 전보가 가능한 손해"라며 “오히려 이 가처분이 인용되면 시장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관리종목 지정 자체를 금지해 달라는 것은 시장성 미달 사실을 투자자에게 숨긴 채 상장 지위를 계속 누리겠다는 사적 이익 추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치며 양측에 각각 보충 소명을 주문했다. 거래소 측에는 상장폐지 기준 500억원과 진입요건 각각의 산출 근거, 관리종목 지정에 필요한 기간(30거래일)과 개선기간(90거래일 중 45거래일)을 정한 기준을 밝히라고 했다. 채권자 측에는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A사에 대해 “90일 중 45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면 벗어날 수 있는 개선 기회가 남아 있는데, 상장폐지 결정 자체를 미리 금지할 법적 권리가 무엇인지", 아직 지정 전 단계인 B사에 대해서는 “지정 자체를 예방적으로 금지해 달라고 할 근거가 있는지"를 각각 보충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일정은 채권자 측이 오는 28일까지 종합 서면을, 거래소 측이 다음 달 4일까지 반박 서면을, 이어 양측이 11일까지 최종 서면을 제출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면서도 “사안의 파급력이 큰 만큼 서두르지 않고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상장폐지 제도개편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1월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에서 진입은 많고 퇴출은 적은 이른바 '다산소사' 구조를 문제 삼으며,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을 2028년까지 세 단계에 걸쳐 500억원까지 올리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올해 2월 12일 금융위·거래소는 이 상향 주기를 매년에서 매반기로 앞당기는 '조기화' 방안도 발표했다. 5월 13일 관련 상장규정 개정이 최종 승인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 기준은 올해 7월 1일 300억원, 내년 1월 1일 500억원으로 오른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채권자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챔버스, 채무자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가 선임됐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8-24 11:21 최태현 기자 cth@ekn.kr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을 퇴출하기 위한 관리종목 지정이 오는 13일 처음 이뤄진다. 관리종목 지정 후에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여러 규정과 낙인효과로 인해 동전주에서 더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주가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상장 폐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주가 1000원 미만인 상태를 25거래일 이상 유지하고 있는 상장사는 코스닥 27곳, 코스피 8곳 등 전체 35곳이다. 이 가운데 23곳은 이날 종가도 1000원을 넘기지 못하면 13일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상장폐지 요건 중 동전주 항목을 신설하고 기준을 높였다. 13일 처음 동전주를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는 대영포장, 형지엘리트, 일신석재, 에이엔피, 온타이드 등 5곳이 이날까지 주가 1000원을 넘기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코스닥 기업으로는 뉴인텍, 노을, 에스에너지, 랩지노믹스, 이스트에이드, 옴니시스템, SDN, 좋은사람들, 제이엠아이, 샤페론, 서한, E8, CMG제약, 이노인스트루먼트, 우리엔터프라이즈, 에이비온, 티케이지애강, 형지글로벌 등 18곳이 대상에 올랐다. 코스닥 상장사 인지디스플레는 오는 13일까지, 덕신이피씨는 14일까지 주가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이후 90거래일 이내에 45거래일 연속 종가 1000원을 넘기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첫 퇴출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주가를 끌어올리기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곧 상장폐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리고, 한국거래소 규정상 거래에도 여러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장 상장폐지 당할지도 모르는 주식을 투자자들이 사지 않을 것"이라며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기업은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으로 관리종목이 된 상장사 관계자는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 상장폐지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고객사에서 문의가 오거나 입찰에 아예 탈락되는 경우도 생겼다"며 “낙인효과로 더 나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이후에는 한국거래소 규정상 거래에 여러 제약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대용증권 지정 제외와 시장조성자의 호가 제출 의무 면제가 있다. 거래소 업무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주식은 대용증권 지정에서 즉시 제외된다. 기존에 해당 주식을 담보로 잡고 대출받았거나 신용융자로 매수했던 투자자는 담보 가치가 0원이 되기 때문에 증권사로부터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대거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시장조성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의 시장조성호가 유지 의무를 면제받는다. 촘촘하게 호가를 대주며 가격 충격을 완화해 주던 시장조성자가 빠져나가게 되면 호가창이 얇아지고 스프레드가 넓어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관리종목이라는 경고성 딱지가 붙는 것을 넘어 거래소 규정상 시스템적으로 주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장치가 작동한다"며 “결과적으로 작은 매도 주문에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락하는 등 주가 변동성과 하락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 기업 중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흑자 기업도 주가와 이 작다는 이유로 상장폐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달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주연테크, 나노씨엠에스, 골드앤에스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아이스크림에듀, 휴맥스홀딩스, 수성웹툰 등도 1분기엔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진짜 문제가 되는 불공정거래로 인한 종목 등은 퇴출하는 게 맞지만, 단순히 주가와 이 기준 이하라고 해서 무조건 나가라는 게 맞는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8-12 15:02 최태현 기자 cth@ekn.kr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과 맞물려 불가항력적 상황에 처한 기업까지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금이 반도체 섹터로 쏠리면서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무관한 기업가치 저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법조계에서는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기 전 최대한 자본 확충을 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15일 법무법인 바른은 서울 강남 바른빌딩에서 '규제 변화에 따른 상장기업 생존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상장폐지 규제 현황 분석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현장에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막론하고 30여개의 상장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올해 초 정부는 증시에서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동전주 퇴출, 요건 상향 등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으로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는 국내 증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일환으로,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모두 적용된다. 기업 관계자들은 세미나에서 기업 펀더멘털 외에 레버리지 ETF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버리지 ETF로 반도체 업종 수급 쏠림이 더욱 심화되며 그 밖의 기업 주가가 내려앉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스닥 상장 기업의 우려가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편안이 적용되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될 기업 수는 50개에서 약 150개사 내외로 증가할 수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억울함은 이해하지만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사전에 정교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관리종목 지정 이전에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일정실업은 이 기준에 미달하자 별도의 절차 없이 상장폐지 공시 후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갔다. 동전주 요건과 마찬가지로 미달 역시 이의신청이 허용되지 않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이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윤기중 법무법인 바른 상임고문은 “이러한 우려는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겪고 있는 일"이라며 “동전주 퇴출 등의 규정이 최근에 시행되고 있는 점을 비추어 볼 때, 너무 과도한 퇴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중론이 형성될 때까지는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동전주나 요건은 실질 심사 요건이 아닌 형식적 요건이라 무엇을 감안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짚으며 “현재 상황에서는 최대한 동전주를 회피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또 다른 연사로 나선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주식 병합을 통해 이론상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더라도 직후에 주가가 떨어져 미달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동전주 상장 폐지 요건을 피하는 것은 단기 처방일 뿐, 기업가치를 높이는 등 근본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동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는 “제도 개편으로 상장사 법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재무와 공시, 컴플라이언스 등을 망라해 기업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2026-07-17 09:00 김태환 기자 k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