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올해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2026년을 맞은 철강 업종의 출발선은 무겁다. 업황이 더 악화되지 않았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와 실적 모두에서 반등의 실마리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바닥 확인' 자체보다, 이 구간을 얼마나 오래 버텨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KRX 철강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약 3% 하락하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약 9%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연말을 전후해 형성됐던 '저점 통과' 기대와 달리, 연초부터 주가가 밀리면서 철강 업종을 둘러싼 투자 심리는 빠르게 냉각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과 실제 반등 국면 사이의 괴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 약세는 단순한 수급 이탈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수요 급락 국면은 일단락됐지만, 이익 회복을 뒷받침할 구조적 변화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싸 보이는 주가'와 달리 시장은 여전히 철강 업황의 회복 지속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 안팎까지 낮아지며 자산가치 대비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 주력 수요처인 건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반등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업황 바닥 통과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열연·후판 가격 회복과 가동률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 주가 반등 모멘텀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종합강관 업체인 세아제강 역시 중장기 경쟁력과 별개로 단기 업황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북미 에너지용 강관 수요라는 기회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 시황 약세와 보호무역 변수 속에서 실적 가시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같은 인식은 주가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세아제강 주가는 지난 9일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업황 회복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는 철강 산업을 여전히 '비우호적 환경'에 놓인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철강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단기적인 실적 부진을 넘어, 신용도 자체를 압박하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한신평은 우선 철강 업종의 극심한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신평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9.2% 감소한 약 4300만톤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에도 건설 경기 부진과 수출 산업 위축 등 전방 산업의 업황 둔화가 이어지면서, 철강 수요는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도 저가 수입재와의 경쟁 심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마진 축소 압력이 상존한다는 평가다.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부담 요인이다. 전기요금 인상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강화, 관세 부담 확대 역시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국내 건설 수요 비중이 높거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익 축소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 설비 투자와 ESG 규제 대응, 통상 이슈 대응을 위한 자금 소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재무 구조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철강사들의 재무 구조는 아직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누적된 투자 부담과 실적 약화가 장기화될 경우, 재무 여력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탄소중립 대응과 고부가 제품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재무 구조 개선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평사는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기업별 재무 완충력에 따라 신용도 차별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황 반등이 지연될수록, 차입 부담과 현금창출력의 격차가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다. 정익수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보유 자산과 내부창출 현금 안에서 투자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재무 완충력이 필요하다"며 “실적 대응이 미흡하거나 투자 대비 재무 여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업체의 경우 신용도 하락 압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업황이 최악의 국면을 통과했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크지 않다. 다만 이를 곧바로 실적 반등이나 주가 회복으로 연결하기에는 아직 충족되지 않은 조건들이 많다는 평가도 우세하다. 가격과 수급, 전방산업 회복이 동시에 맞물려야 하는 산업 특성상, 현재 국면은 '반등 초입'이라기보다 바닥 이후의 검증 구간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관건은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의 회복 강도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강 시황의 바닥은 확인되고 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반등을 확신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건설 업종의 올해 전망은 어둡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건설산업 전망을 '비우호적',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지방 주택경기 부진 장기화와 신규 착공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철강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철강 업황 역시 가격 반등만으로는 실질적인 턴어라운드에 이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6-01-12 11:19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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