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명과학이 미국 자회사 VGXI의 텍사스 우드랜드 1공장을 다시 가동한다.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생산을 멈춘 지 약 1년 만이다. 최대주주가 바뀌는 1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대금 납입을 앞두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주력 사업인 VGXI의 위탁개발생산(CDMO)이 멈춰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VGXI 1공장 재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드 1공장은 VGXI가 임차해 쓰던 소규모 공장이다. 계약기간은 2037년 1월까지다. 김경진 대표는 <에너지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계약 후 바로 공장 가동에 들어가 10월 넷째 주에서 11월 초 사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9월과 10월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해 재임대 협상을 마무리했다. 첫 생산 물량은 미국 소터 바이오(Soter Bio)와 맺은 1690만달러(약 240억원) 규모 사전 계약분이다. 소터 바이오는 DNA를 원료로 mRNA 의약품을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하는 CDMO 기업이다. VGXI가 만든 DNA가 이 회사 mRNA 의약품의 원료로 쓰인다. 당초 이 물량은 콘로 2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었다. 정문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고객사가 필요한 양이 대량이 아니어서 1공장에서도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1공장은 설비와 공정이 이미 갖춰져 있고 가동만 멈춘 상태였기 때문에 가장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1공장 밸리데이션(유효성 평가)은 이미 진행했다"며 “가동에 드는 비용은 1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1공장을 먼저 돌리기로 한 데에는 2공장 정상화가 늦어진 영향이 컸다. 2022년 완공된 2공장은 상업생산용 대형 공장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정상 가동하지 못했다. 회사는 공장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리파이낸싱)한 뒤 시운전과 재검증을 거쳐 2공장부터 생산할 계획이었다. 김 대표는 “공장 규모가 워낙 커 리파이낸싱 협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마냥 기다릴 수 없어 1공장에서 먼저 생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CTO는 1공장 재가동의 의미를 두 가지로 꼽았다. 그는 “mRNA 백신, 유전자치료제, 개인맞춤형 항암제 같은 핵산 의약품의 핵심 원료가 DNA"라며 “VGXI는 1공장을 먼저 가동해 미국 핵산 의약품 공급망에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업체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원 입장에서는 개발 중인 AIMX™ 개인맞춤형 항암백신을 실제로 공급하려면 VGXI의 생산이 필수"라며 “환자별 백신을 모듈형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재가동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mRNA 백신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더나와 머크가 지난 8월 19일(현지시각)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3상 임상(INTerpath-001)이 1차 평가변수인 무재발 생존(RFS)을 충족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차 평가변수인 원격 전이 없는 생존(DMFS)도 충족했다. 개인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가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표 당일 모더나 주가는 170% 넘게 올랐다. 이번 임상은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한 2B~4기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병용요법과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2대1 비율로 나눠 비교했다. 인티스메란은 환자 종양에서 찾아낸 신생항원을 최대 34개까지 mRNA에 담아 환자마다 따로 만드는 치료제다. 모더나와 머크는 재발 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 등 세부 데이터를 오는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공개한다. 앞서 2b상 5년 추적 결과에서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키트루다 단독 대비 49% 낮았다. 모더나의 성공은 핵산 원료를 만드는 VGXI와도 맞닿아 있다. mRNA 의약품은 플라스미드 DNA를 주형으로 삼아 생산하기 때문에, mRNA 치료제 개발이 늘수록 원료 DNA 수요도 함께 커진다. 이번에 S 바이오사가 VGXI에 DNA 생산을 맡긴 이유도 자사 고객의 mRNA 의약품 생산에 쓰기 위해서다. 정 CTO는 “현시점에서 진원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모더나"라며 “DNA로 개인맞춤형 핵산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와 연구진도 잇따라 임상에 들어가고 결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도 모더나와 같은 개념의 개인맞춤형 항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재료로 mRNA가 아닌 DNA를 쓴다. 정 CTO는 지난 8월 인터뷰에서 모더나의 3상 결과를 “개인맞춤형 항암백신이라는 치료 개념 자체에 대한 강력한 외부 검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AIMX™는 모더나의 mRNA를 DNA로 단순히 바꾸는 전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항원 선정, 자체 DNA 전달 플랫폼, 병원 옆 이동식 미니공장을 이용한 환자별 신속 제조로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병원·전문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2027년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VGXI는 앞서 개인맞춤형 항암 DNA 백신을 생산해 미국 FDA 승인 임상시험에 공급한 경험이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7월 VGXI의 CDMO 생산이 상반기 동안 중단됐고 같은 기간 CDMO 매출이 없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는 이를 '주된 영업 정지'로 보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고, 8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결정했다. 감사인도 같은 달 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검토의견을 거절했다. 기업심사위원회는 이달 30일까지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 거래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회사는 1공장을 소규모 완제의약품 생산 기지로 전환해 향후 10개월 동안 26회 가동한다는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와 관계없이 1공장은 무조건 돌린다"고 강조했다. 과제는 2공장이다. VGXI는 지난 4월 대출 연장을 위해 2공장 소유권을 미국 대출업체 C2R에 넘기는 대물변제 계약을 맺었다. 12월 15일까지 3990만달러를 내면 되찾을 수 있는 조건이다. 공시에 따르면 계약금 400만달러를 이달 30일까지 내지 못하면 환매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 김 대표는 “미국 금융기관 세 곳과 리파이낸싱을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며 “계약금은 자금 일정에 따라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도 아직 남아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리볼트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납입이 끝나면 최대주주는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에서 리볼트투자조합(지분율 25.51%)으로 바뀐다. 소송 부담도 커졌다. 진원생명과학은 21일 미국 이노비오가 회사와 VGXI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카운티 법원이 19일(현지시간) 8042만달러(약 1065억원)를 지급하라는 궐석판결을 내렸다고 공시했다. 판결액은 자기자본의 260%에 이른다. 이노비오는 DNA 플라스미드 공급계약 위반과 기술이전 의무 불이행을 주장해 왔다. 김경진 대표는 “아직 판결문을 송달받지 못했다"면서 “궐석판결 취소 신청과 항소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23 09:00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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