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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윤주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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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한 달] 중동 수주 관망세…미국으로 눈 돌리는 건설사들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인프라 재건을 위해 중동 수주가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지 않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건설사들은 잠잠했다. 요즘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은 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개선. 건설사의 미래먹거리는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물었을 때 그들은 미국을 주목했다. 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번 중동 위기는 원유 생산과 유통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과거 러우전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우전쟁 당시 러시아의 원유 규제로 유가가 상승했지만 유통이 문제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동 지역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치솟는 유가다. 두바이유는 전쟁 이전인 2월 27일 71.2달러에서 2일 108.9달러로 50% 이상 상승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도 40% 이상 증가하며 100달러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2월 말 1450원대 였던 환율도 2일 기준 1500원을 넘기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자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긴다. 세계 전반에서 물가가 상승하자 각국 금리도 상승추세다. 한국 국채(3년물) 수익률 역시 2월 27일 3.04%에서 2일 3.47%로 0.43%p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시중금리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건설사들은 중동 위기 장기화를 가장 우려한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 타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되기 때문이다. 유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요인은 유류비다. 유류비는 중장비를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의 30% 수준이다. 중동 위기 이전인 2월 27일 1597원이었던 국내 경유 가격은 2일 1907원으로 20% 가량 상승했다. 중장비 운용비용인 기계경비 외에도 석유화학제품 비용상승과 철근·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자비용 상승도 건설업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금리 상승으로 내수시장에서 민간 프로젝트 발주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금리 급등 이후에 좀처럼 국내 주택시장은 계속 침체기"라며 “지식산업센터나 생활숙박시설 등 과거에 잘 팔리던 것들이 지금은 안팔리는 것이 증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건설기업은 공급망 관리를 고도화해 공사비 상승에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은 철근·시멘트·아스팔트 등 핵심 자재를 조기계약하거나 가격고정계약을 통해 원가상승리스크를 통제해야한다고 본다. 신규 사업은 원가 상승을 고려해 수익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계약된 공사의 경우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를 반영해야 한다. 중동 상황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자 건설사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종식되고 나면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비치기도 하지만 건설사들은 당분간은 신규 투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2025년 시공능력순위 기준 상위 3개 건설사인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은 중동 지역 분쟁 사태가 향후 글로벌 거시경제와 연결회사의 사업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을 방어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전략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건설사마다 에너지 신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빌딩이 가장 주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로 플랜트, 토목, 조경 순으로 매출액을 차지한다. 건설부문 제62기 매출은 14조1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3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8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 2024·2025년 매출액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가장 큰 수익원인 빌딩 부문이 79.5%에서 69.9%로 9.6%p 감소했다. 대신 플랜트 부문은 15.6%에서 23.6%로 8.0%p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조경(0.8%→1.0%)과 토목(4.1%→5.4%) 부문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주된 원인을 하이테크 대형 프로젝트 준공 및 주요 공정 종료에 따른 이익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 공항 등 기술 특화 상품 수주를 확대하고 에너지 솔루션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EPC 수행에서 프로젝트 개발 및 운영 단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미래 에너지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태양광, 그린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 NuScale사 지분투자를 통해, 2025년에는 GVH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선진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주택이 가장 주력이다. 플랜트/뉴에너지, 토목 등이 뒤이어 매출액을 차지한다. 당기말 자산은 약 27.8조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매출채권 등의 증가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현금성자산은 전년대비 6.2% 감소한 4.8조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전년대비 2.0% 증가했고 자본은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현대건설 매출비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랜트/뉴에너지 부문의 성장이다. 2024년 20.6%였던 비중이 2025년 31.7%로 11.1%p 증가했다. 기존 주력 부문인 건축/주택은 66.5%에서 54.3%로 12.2%p 하락하며 현대건설은 에너지 사업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은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의 고도화와 안정적인 공급역량 확보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봤다. 대우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토목, 플랜트 등이 순서대로 매출액을 구성한다. 당기말 자산 총계는 13조 3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부채 총계는 9조 8839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8.7% 증가하였습니다. 자본 총계는 3조 474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익잉여금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 토목부문에서는 해외 프로젝트에서의 손실로 인해 경영 기조가 공격적 수주에서 리스크 관리로 변화했다. 수주실적을 등에 업고 건축부문은 데이터센터 등 비주거시설 수행 역량 확보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계획이다. 플랜트는 2025년에 체코원전사업이 본계약 체결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국가별로 기본 도급액을 비교해보면 삼성물산은 중동·북미·아시아를 균형 있게 가져간다. 현대건설은 중동 비중이 약 80%로 제일 높다. 대우건설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가장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를 진행하고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 내 태양광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매각을 확대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2025년까지 미국의 기본 도급액은 없었지만 향후 미국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미국 홀텍사의 소형모듈원전(SMR)인 '팰리세이즈 SMR-300' EPC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텍사스 루시(Lucy) 태양광 프로젝트와 서남해 신안우이 해상풍력에 이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추가 수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과거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나온 대미투자특별법을 기회로 보고 있다. 원금 회수는 물론 미국과의 이익공유가 가능한 부문은 전력과 에너지라는 것이다. 미국의 송전망과 전력시설이 노후화됐고, AI 데이터 센터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원전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건설일용직 퇴직금 ‘노사정’ 첫 역사적 합의에도 현장선 ‘아쉬움’

현장을 옮겨 다니며 1년 미만으로 일해 법정 퇴직금을 받지 못하던 건설 일용노동자를 위한 퇴직공제부금 하루 적립액이 8700원으로 인상된다. 건설 현장에서는 기존 공사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아쉬워하면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부당하게 누락된 퇴직공제부금을 직접신고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지만 현장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31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의 노후 보장을 위한 퇴직공제부금이 기존 1일 6500원에서 8700원으로 인상된다. 이번에 인상된 퇴직공제부금은 4월 1일 이후 최초 입찰 공고 하는 건설공사부터 적용된다. '퇴직공제제도'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근로일수에 따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부금을 적립하면 향후 노동자가 건설업을 퇴직할 때 이를 퇴직금 형태(퇴직공제금)로 지급 받는 제도다. 이번 인상은 노사정 최초 합의사항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과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정부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정책협의회 논의를 거친 결과다. 건설업계의 고령화와 인력난 해소를 위해 건설노동자 처우개선에 뜻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적용 대상은 근로계약 기간 1년 미만의 임시·일용 건설노동자다. 상용 노동자나 1년 이상 기간제, 1일 4시간 미만이고 1주 15시간 미만 근로한 자는 제외된다. 또 1년 미만으로 고용됐던 노동자가 동일 사업주에게 1년 이상 다시 고용되는 경우 해당일부터 퇴직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퇴직공제금 지급에는 조건이 있다. 적립일수가 252일 미만이면 65세에 도달하거나 사망한 경우여야만 받을 수 있다. 적립일수가 252일 이상이면 건설업에서 퇴직, 60세에 도달하거나 사망한 경우면 받을 수 있다. 퇴직공제부금은 퇴직공제금과 부가금으로 구성된다. 퇴직공제금은 건설노동자 몫이고, 부가금은 공제회 사업·운영비로 쓰인다. 이번 결정으로 퇴직공제금 2000원, 부가금 200원이 추가로 인상됐다. 건설노동자가 법정 지급 요건을 갖추면 공제회는 적립된 퇴직공제금 납부원금에 이자를 더해 지급한다. 부가금 재원은 청년층 대상 기능 향상 훈련 확대, 노동자 상조 서비스, 취업지원 거점센터 운영, 스마트 안전 장비 지원 등 건설근로자 복지·고용환경 개선 사업에 집중 활용할 예정이다. 퇴직공제제도는 1998년 1월 1일부터 시행돼왔다. 1998년 공제부금은 2100원에서 시작해 6차례 인상됐다. 연도별 공제부금과 전년대비 인상률은 2007년 3100원(47%), 2008년 4100원(32%), 2012년 4200원(2%), 2018년 5000원(19%), 2020년 6500원(30%), 2026년 8700원(33%)이다. 올해 인상률은 제도 시행 이래로 두 번째로 크다. 정부와 공제회는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정책협의 과정을 상시 기구화할 계획이다. 4월 초에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첫 회의가 마련될 예정이다. 공제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매 5년마다 수립하는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중 퇴직공제제도 제도개선 부분과 관련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이번 인상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건설근로자 A씨는 “한 달 30공수(노동량) 하면 월에 26만원씩 쌓이니까 1년이면 313만원"이라며 “이제 진짜 퇴직금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퇴직공제부금이 6500원이었을 땐 1년에 쌓이는 금액이 약 240만원이었다. 연간 80만원 가까이 퇴직공제부금이 더 쌓이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4월 1일 이후 입찰 공고하는 건설공사부터 인상액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근로자 B씨는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P4·P5,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첫 번째 팹(Fab) 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라 인상 대상이 아니"라며 “P6와 용인 두 번째 공장 들어가야 해당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퇴직공제부금 적립 과정에서 누락이나 과소신고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직접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현장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건설근로자 C씨는 “연장 근무나 야간 근무를 해도 현장 관리자가 실제 일한 공수(노동량)가 아닌 출력(출근 일수)으로 적립하는 경우는 여전히 불만"이라고 말했다. 공제회는 부정 신고를 막기 위해 전자카드제를 운영 중이다. 근로자가 현장에 설치된 단말기에 전자카드를 태그하면 현장 관리자는 전자카드 기록대로 퇴직공제부금을 신고해야 한다. 만약 관리자가 카드 기록보다 적은 일수를 신고할 경우 그 사유를 입력해야 한다. 공제회 관계자는 “현장 관리자가 고의나 실수로 신고를 누락하더라도, 근로자가 직접 공제회에 신고가 누락되었음을 알리는 '근로자 직접 신고 제도'를 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신고 후에 며칠이 신고됐다고 알려드리기도 하고 모바일 앱으로 확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로또 선심성 혜택 굴레 갇힌 ‘천원주택’

하루 임대료 1000원만 내고 살 수 있는 인천광역시 '천원주택'이 인기를 끌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달아 유사 정책을 내놓았다. '천원주택' 정책을 둘러싸고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과 인구 감소를 마주한 지자체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냐'는 위기감이 공존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반짝하고 그칠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취약계층 우선지원과 정책의 지속가능성, 지역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인천 천원주택에서 하루 임대료 1000원만 내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인천시가 해당 주택을 직접 재임대하는 구조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시 천원주택은 전세임대와 매입임대 두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세임대는 입주 대상자가 자신이 살 집을 고르면 인천도시공사(iH)가 해당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은 뒤 대상자에게 재임대한다. 매입임대는 iH에서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을 월 3만원의 임대료만 내고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인천도시공사가 신축 건물을 직접 사들여 임대하는 방식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전세임대형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모집 결과 총 700가구 모집에 3419가구가 신청해 4.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천원주택 입주 대상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와 입주일 전까지 혼인신고를 한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등이다. 지원 한도는 혼인 7년 이내 또는 신생아 가구 대상인 '신혼·신생아Ⅱ' 유형은 2.4억원, 무주택 세대 구성원 대상인 '전세임대형 든든주택' 유형은 2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전세임대 500가구, 매입임대 500가구로 절반씩 나눴지만 올해는 전세임대 700가구, 매입임대 300가구로 전세임대 비중을 높였다. 소요 예산은 2025년 1000호 공급 기준으로 연간 36억원이다. 인천시가 2023년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으로 천원주택을 선보인 이후 포항시, 전남 보성군·고흥군·진도군·신안군·강진군·곡성군·영암군·장흥군, 제주 등 전국 지자체가 잇달아 유사 모델을 도입했다. 인천이 2023년부터 매년 1000가구씩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른 지역들의 공급량은 적은 편이다. 포항은 2026년 100가구 공급 예정으로 연간 7억원 예산이 소요된다. 천원주택을 최초로 도입한 전라남도 화순군 역시 2026년 100가구 공급 예정이다. 올해 100가구 공급 기준으로 연간 4억8000만원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2024년부터 청년임대주택 지원사업을 진행해 온 여수시는 임대보증금 0원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22가구 공급 예정으로 2024년 17가구 공급 기준으로 연간 10.5억원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전남형 만원주택'사업은 보증금 없이 월 1만원 임대료로 최장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다른 사업들과 달리 건설형 만원주택을 기획해 신축 아파트를 공급한다. 보성군(50가구)·고흥군(50가구)·진도군(60가구)·신안군(50가구)·강진군(50가구)·곡성군(53가구)·영암군(50가구)·장흥군(54가구) 총 8개 군이 장기적으로 417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2157억원이다. 국토부 2025년 지역 제안형 특화 공공임대주택 공모 선정돼 향후 3년간 1178억 원 규모의 정부 재정지원을 확보한 상태다. 제주 3만 원 주택 사업은 2026년 35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연간 9억7300만원이다.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에서 직접 건설 방식을 택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방 지자체들이 공통적으로 매입임대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앞서 인천시가 전세임대 비중을 높인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입주자에게 자신이 살 집을 고를 수 있게하는 선택지를 넓히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시의 재정 부담 완화도 이유다. 인천연구원 '천원주택 공급 및 입주자 특성에 따른 개선방향' 분석에 따르면, 매입임대의 경우 인천시가 직접 건물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국토부 지원 금액을 초과하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전세임대는 보증금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만 입주자가 내기 때문에 매입임대가 시의 재정에 더 부담이 되는 구조다. 연구원은 iH·인천시 입장에서 매입임대주택이 전세임대주택보다 4100만 원에 추가 임대료 지원까지 더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매입임대주택 500호 공급 시 약 553억원의 사업비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은 수요 자체가 적어 대부분 매입임대 위주로 연간 50~100가구 수준의 소규모 물량만 공급하고 있다. 인천이 매년 1000가구씩 공급하는 것과 대비되는 규모다. 매입임대 방식으로 소규모 물량만 공급하다 보니 정책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에서는 '로또'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책임교수는 “모든 청년이 똑같이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지 세금으로 극소수에게 로또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LH가 공급하는 것도 9000가구"라면서 “많이 공급한다고 하는 인천시도 매년 1000가구 공급하는 것은 굉장히 작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 대비 5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일반 공공임대처럼 더 많은 가구를 지원하는 편이 낫다"며 “새로 지어서 공급하는 경우 10평만 줘도 평당 1000만원 씩 들면 땅값은 없다 치더라도 한 가구당 건축비만 1억 원 소요되는데 유지·관리비, 수선비는 하나도 못 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형 만원주택처럼 신축 아파트를 직접 짓는 방식은 국토부 공모 선정으로 일부 재원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사업비는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비판을 완화하려면 취약계층 위주로 우선순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천원주택 정책 목적 자체가 인구 감소를 막고 청년층이 가정을 꾸려 해당 지역에서 자리잡게 하는 데 있는 만큼 현재는 저소득 취약계층은 주요 입주 대상자가 아니다. 2025년 기준 매입임대형의 경우 계약이 완료된 입주자는 신생아 가구가 67.2%(246가구), 한부모 가족이 32.8%(120가구)를 차지했다. 전세임대형은 한부모가족을 모집대상에 포함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한부모 가족은 없었다. 전세임대형은 신생아가구가 100%(54가구)를 차지했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건 지역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집만 있다고 사람이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가 유입되고, 인구가 모이면 교육·의료 같은 생활 인프라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요코하마시의 경우 빈집을 공짜로 얻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가파르므로 지방소멸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경제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거와 일자리 연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인천시의 경우 iH가 매입한 신축건물들은 직주근접을 위해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고 인근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 교육환경도 고려한 곳들이다. 특히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의 경우 일자리와 연계를 위해 강진군은 중국기업 유치를 확정짓고 옛 성화대 청년 글로컬 사업을 진행한다. 곡성군은 금호타이어 공장 일자리 창출과 연계했다. 영암군의 경우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과 영암읍 콤팩트 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구 감소라는 실존적 위기 앞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지자체의 절박함을 전문가들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럴수록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권 교수는 “기초생활 수급자 같은 취약계층 우선 지원을 원칙으로 삼고, 지역 일자리 육성과 병행하는 장기 로드맵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HUG 전세보증 사고 68% 급감했지만…지역별 ‘보증금 지급 속도’ 격차 있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무 건전성은 강화됐지만 보증금 지급 속도는 지역마다 격차를 보이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2025년 6677건으로 2024년 2만941건 대비 68.1% 감소했다. HUG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에 신고된 사고 건수가 크게 감소한 주된 이유는 부채비율 개선을 위한 제도 변화 때문이다.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 이후 2023년 5월 HUG는 기존에 전세가율 100%까지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을 90%로 강화했다. 이전에는 집값과 전셋값이 똑같아도 보증이 가능했지만 제도 개선 이후에는 집값의 최소 10%는 집주인의 자기 자본이거나 여유 자산이어야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사고 확률이 높은 무자본 갭투자 물건들을 가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집주인 돈이 최소 10%가 들어간 상대적으로 안전한 물건들만 보증보험 대상이 됐기 때문에 사고건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HUG가 전세가율 강화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했지만 지역별로 보증금 지급 속도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전국 사고건수 대비 변제건수 비율(변제율)은 전체 사고 건수인 6677건 중 5345건이 변제돼 80.1%을 기록했다. 전국 보다 낮은 변제율을 보인 지역은 제주(68.8%), 충북(72.6%), 광주(73.7%), 울산(73.8%), 대전(76.5%), 경남(77.6%), 경기(78.0%), 서울(79.3%) 등 8개 지역이다. 특히 가장 변제율이 낮은 곳은 제주로 변제율은 평균보다 11.3%p 낮다. 수도권 평균 변제율은 79.7%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충북(72.6%), 광주(73.7%), 울산(73.8%)은 수도권 평균보다 최대 7%p 낮은 변제율을 보인다. 김종양 의원실은 사고 건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변제 소요일이 줄지 않은 것은 HUG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1년 소요일은 40.7일 이었으나 4년 사이 2.5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HUG 관계자는 “임차인이 서류 제출을 완료하고 이사 일정이 정해지는대로 해당 일자에 맞춰 적기에 보증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완서류 제출이 지연되거나 서류제출이 완료돼 보증금 지급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임차인의 이사 일정때문에 지급 소요기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의원실의 설명은 사고 등록 후 실제 보증금을 지급한 기간에 대한 것으로 장기간 소요되는 임차인의 이사 준비 기간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는 임차인의 보완 서류 제출 기간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양 의원은 “HUG 의 변제 처리 역량이 지역 간 불균형 없이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방 임차인은 HUG 지사 접근성이 낮고 서류 준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변제 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지방 거점별 전담 처리 인력을 확충하고 변제율이 낮은 지역에 대한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천연가스 공급 ‘불안’에도 서울 천연가스 버스 ‘안정’ 이유는

이란 미사일에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피격됐다. 카타르가 한국 등 일부 국가 LNG 공급에 '불가항력' 선언을 검토한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산업통상부는 카타르 에너지 측 공식 발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국내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 역시 천연가스 버스 운영에는 제한적인 영향만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가격변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자치단체 준공영제 예산 부담과 한국가스공사 부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26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24일 밤 카타르 LNG 시설 피격 사실이 알려진 뒤 카타르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에 LNG 장기 공급 계약 이행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전체 14개 액화 시설 중 2개 라인이 손상돼 약 20% 수준의 생산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우리나라 수입 LNG 중 카타르산 비중은 14% 수준이다. 정부는 이미 카타르 물량을 제외한 수급 시나리오를 마련한 상태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카타르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11월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스 물량은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스 가격 상승 우려는 있다. 양 실장은 “가스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며 “구매자 중심 시장이 판매자 중심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이스라엘-이란 분쟁 이후 가스요금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입업자에게 부과되는 천연가스 수입부과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바 있다. 이 조치는 올해 1월 1일부로 종료됐으며 추가 인하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수입부과금을 감면해주는 만큼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은 적게 쌓인다. 원료비 대비 요금을 인상하지 못해 미수금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수급이 불안정해진다면 미수금은 다시 불어날 수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한국가스공사의 총 미수금은 이미 15조7659억 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역시 고유가 시기 버스·물류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을 때 지급하는 유가 연동 보조금이 존재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추가 대책은 유가 동향을 모니터링 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버스 요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LNG 가격이 출렁일 때 비용 변동성은 지자체와 가스공사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LNG 도매요금은 원료비와 공급비용의 합으로 구성된다. 도매요금 수준은 정부가 물가를 고려해 결정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운송적자분에 대해 버스운송회사에 재정을 지원한다. 김성준 시의원의 2023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운송적자는 8412억 원이고 8114억 원이 세금으로 지원됐다. 도매요금이 인상되면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요금을 동결하면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쌓이게 된다. 노남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 실장은 “천연가스 버스의 경우 원료비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천연가스 수급문제가 발생하거나 요금 상승 우려가 있을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요금인상을 유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2022년 2월 러우전쟁 당시 데이터를 비교 기준으로 삼으면 향후 원료비 변화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본지가 러우전쟁을 기준으로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분석한 결과 전쟁 전후 수송용 원료비는 2배가량 폭등했다. 2021년 4월 11.9533원/MJ였던 원료비는 1년 만에 21.8696원/MJ로 올랐다. 올해 3월 기준 15.1184원/MJ로 아직 사태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시차를 두고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버스운송회사의 비용구조를 보면 연료비는 20% 내외고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만큼 회사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료비 상승분이 지자체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공사비 급등 파고에 대우건설, 미국서 선별수주 전략 ‘주목’

미국 주택시장에서 대우건설이 부지 매입부터 사업 기획, 운영까지 책임지는 디벨로퍼가 되기 위한 밑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프로스퍼 지역 복합개발사업 참여에 이어 올해는 뉴욕과 뉴저지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주택사업을 시작으로 미국내 에너지·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중장기적 목표 속에서 확실한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부촌 위주의 선별수주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미국에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총 20건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수행하며 5400세대 주택을 개발하고 1억7000만 달러(약 2300억 원) 투자 경험을 쌓았다. 뉴욕 맨해튼 트럼프 월드 타워 프로젝트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우그룹 분할이 있으면서 신규사업이 없었다가 다시금 미국 주택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다시 미국일까. 북미 중에서도 텍사스, 뉴욕, 뉴저지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한 장기포석이라고 설명한다. 유입 인구가 많은 부동산 선진시장에 뛰어들어 디벨로퍼로 성장하고 그것을 기반 삼아 입지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텍사스와 같은 신흥 성장 거점과 뉴욕·뉴저지 같은 전통적인 성장 거점을 순차적으로 공략했다. 텍사스는 석유, 가스 기업들이 모여 있는 전통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주이지만 꾸준히 새로운 인구가 유입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서 발전이 두드러진다. 2020년 이후 텍사스 인구는 5년 만에 약 200만 명 증가했다. 이는 미국 모든 주 중 가장 큰 수치로 현재 인구는 약 3200만 명이다. 테슬라, 쉐브론, 오라클 등 주요 대기업들이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면서 2024년 기준 연간 28만 건의 일자리가 신규 창출됐다. 대규모 산업 투자, 인재 공급 등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텍사스는 반도체·에너지·우주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텍사스가 신흥 성장 거점이라면 뉴욕·뉴저지는 전통적인 성장 거점이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금융 심장부로서 미국 경제를 주도해왔다. 뉴욕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로 일시적 침체를 겪었으나 작년 8월 기준 뉴욕 평균 주택 가격은 약 81만8000달러(약 11억3600만 원)이다. 맨해튼과 브루클린 주요 지역은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고가 주택 중심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접촉한 미국 주요 디벨로퍼인 쿠슈너 컴퍼니(Kushner Companies), 톨 브러더스 시티 리빙(Toll Brothers City Living), 이제이엠이(EJME)는 고가 주택을 주로 건설하는 디벨로퍼들이다. 쿠슈너 컴퍼니는 2010년대에 투자이민 비자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고급 미국 주거 부흥을 촉진했다. 톨 브라더스는 2020년 기준 주택 건설 수익 기준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주택 건설사다. 이제이엠이는 월드 파이낸셜센터를 건립한 세계적인 개발 실적을 보유한 디벨로퍼다. 대우건설은 부촌 위주의 선별수주를 염두에 두고 이들과 공동 투자와 개발 협력을 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고금리 압박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건설사들은 리스크가 적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서울 핵심 지역 재개발·재건축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주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시행사로 참여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프로스퍼 지역 복합개발사업은 신흥 부촌 수요를 겨냥한 행보다. 프로스퍼시는 미국 내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아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제리 존스 댈러스 카우보이스 구단주 등 억만장자들이 토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프로스퍼는 중위가구 연평균 소득수준은 약 19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평균 주택가격은 85만 달러(12억7300만 원)다. 전문가는 해외 진출 전략의 종착점은 '현지화(Localization)'라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도시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조금씩 타진하고 장기적으로 해외에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한국계 기업들과 만나 복합개발 사업과 공동 투자기회를 협의한 것은 현지화 추진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에이치마트(H-Mart), 인코코(Incoco) 등과 만나 그들이 보유한 핵심 상권과 개발부지에 주거와 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에이치마트의 경우는 마트 사업의 특성상 부지에 대한 이해가 높기때문에 현지화에 적합한 파트너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의 성패는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발사업은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어도 분양이나 임대가 안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디벨로퍼가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는 이유다. 자금조달·사업계획·분양·운영 전 과정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있음에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이은형 위원은 “해외 건설의 경우 중동이나 아시아에서 플랜트 사업을 하는 것이 주류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선진 건설사업은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약세"라면서 “사업다각화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 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다주택 참모 일괄 배제?…싱가포르는 이렇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공직자들을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결정을 맡은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자면서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겠냐 하는 의구심을 조기에 차단해 정책 수용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정부의 이번 다주택 보유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정책 입안 배제 방안은 관련된 참모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것이 부동산 정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인지 평가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2일 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나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높이 산 것이 주목된다. 이해충돌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관련 공무원을 일괄 배제하기보다 자진신고 의무와 사후엄벌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주택·부동산 정책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나 투자·투기용 비거주 주택 보유자, 초고가 주택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게 제도를 만든 공직자가 문제"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다주택 공직자 현황은 조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주택 정책 담당자의 주택 등 부동산 보유 파악 후 관련 업무 배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주택 정책 담당자는 토지뿐만 아니라 금융, 세제 정책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상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윤리시스템 재산등록·공개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제1차관, 주택토지실장, 주택공급추진본부 본부장, 국토도시실장 등이 주 검증 대상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부동산 정책 세제·예산권을 쥐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대상이다. 제1차관, 제2차관, 차관보, 세제실장, 예산실장 등이 조사 대상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수요를 조절하는 핵심축이다. 금융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이 조사대상자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의 경우 정책금융을 다루고 정책 실행과 설계 일부에 참여하는 만큼 대상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금융감독원 원장·수석부원장·부원장(은행 담당) 등은 정책기관이 아닌 감독기관이라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다만 정책 권한은 금융위에 있지만 DSR 규제 강도조절, 대출 총량 관리 등으로 실질적인 대출 조절 권한은 금감원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세무조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재경부·청와대와 정책 공조를 한다는 점에서 국세청장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공직자에게 주택 처분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20년 경기지사 시절 4급 이상 간부들에게 실거주 외 주택 처분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어긴 공직자는 승진에서 배제하고 보직에서 해임했는데, 이에 대법원은 위법 판결을 내렸다. 다주택 여부가 정책 수행 능력이나 공정성을 직접 담보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지적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이번 조치는 공직자의 자산보유현황이 정책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주택 참모 배제를 통해 큰 틀에서 공직 청렴성을 높이고 정책 신뢰를 두텁게 할 수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것이 최선의 인재 활용 방식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어 “앞으로 국토교통비서관을 패싱하고 부동산 정책을 짜겠다는 것이냐" 반문하며 “국정의 핵심 실무 라인을 배제한 채 어떻게 정책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정책과정에서 배제할 것이라면 기준이 더 세분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과정에서 공직자를 배제하려면) '다주택자'만 배제한다기보다 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등 기준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나 부동산 정책과 공직사회 청렴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싱가포르는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무원에게 자발적 신고 의무를 지우고 위반시 강력한 사후적 처벌을 한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책임교수는 이번 조치에 대해 “'내로남불'을 막고 공직사회 청렴성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면서 “싱가포르 사례도 논의 구체화를 위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공직사회 청렴도는 의무공개와 사후엄벌로부터 나온다. 싱가포르 이해충돌 관리 시스템의 기본 원칙은 자발적인 회피다. 부동산 임대·감정 정보에 접근하는 공무원은 정부소유 부동산을 임차하기 전에 이해충돌이 없도록 의사결정 라인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등 충분한 조치를 해야한다.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은 상급자 또는 위원장에게 우선 공개되고 회의·표결·서명에서 배제된다. 배제와 대체결재, 상급 감독이 혼합된 구조다. 부패행위조사국(CPIB)은 이해충돌 사안이 부패 의혹으로 발전하면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강한 형사처벌과 사후제재를 통해 공직 청렴도를 높인다.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자를 어디까지 배제할 것인지, 완전 배제가 어려울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 기준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제도적으로 관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다주택자 규제를 한다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특별히 업무와 관련 있는 경우만 배제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구체화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힙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 밑그림 나왔다

'힙지로'라 불리는 충무로, 을지로, 퇴계로, 삼일대로로 둘러싸인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의 밑그림이 나왔다. 23일 정비사업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중구 충무로 43번지 일대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 정비계획 결정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은 충무로 일대 재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시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어떤 토지를 어떻게 규합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인쇄와 영화산업의 본거지였던 충무로 일대 재개발구역은 산업구조 변화와 도심 공동화로 부침을 겪었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자 낡고 허름한 건물 2, 3층이나 인쇄소 바로 옆 골목에 감각적인 카페, 와인바,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청년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구시가지로 변모했다. 2010년대 초반 을지로 일대는 퇴근 시간 이후 인적이 드물었지만 2019년 말 기준 일평균 유동 인구는 6만2000명이다. 기존 주민공람안에서 수정된 주요 내용은 용적률 체계 변화와 지구 경계 변경, 대규모 복합용도 건물 계획 시 고도 상향 방안이다. 백병원 부지의 택지 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과거 서울 사대문 안 일반상업지역 용적률은 600%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최근 시는 도심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시스템인 '600-880체계'를 도입했다. 이번 수정가결안에는 600-880체계가 반영됐다. 이 체계는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거나 공공지원시설(응급의료, 문화시설 등) 공공기여를 하면 기본 600% 용적률을 최대 880%까지 상향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각 구역 안에 포함된 지구의 경계도 변경됐다. 또 시행 면적 3000㎡이상 복합용도 건물을 계획하면 높이를 20m 추가로 높일 수 있게 했다. 시는 백병원 부지에 택지 분할 가능성을 열어둬 별도로 개발할 수 있게 했다. 백병원 부지는 소유주가 명확하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단독으로 시행 계획을 세워 바로 인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시는 도심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의료시설(지상 1층 포함 3000㎡이상)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충무로 일대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정비계획안을 추진했다. 충무로․퇴계로 일대는 기존에 인쇄업과 영화산업이 주를 이뤘다. 시는 인쇄제조·영상산업을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존 산업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영화센터가 위치한 충무로 일대에 공연장, 영화상영관 등을 계획하면 용적률 인센티브 계수를 완화해준다는 계획이다. 을지로변은 업무시설이 50% 이상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 도심 업무기능을 강화하겠다는게 시의 설명이다. 정비계획의 주요 내용은 충무로 1·2·3·4·5 구역별 정비 방향에 따라 일반정비, 소단위정비 등으로 정비 수법을 설정하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설정했다. 일반정비지구(노란색 영역)는 가장 범위가 넓고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여러 필지를 하나로 묶어 대형 빌딩을 짓는 방식이다. 업무시설·근린생활시설·숙박시설·주거시설·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올 수 있다. 높이는 기본 70m다. 3000㎡ 이상 복합개발할 경우 높이 20m가 추가로 상향될 수 있다. 소단위정비지구(파란색 영역)는 좁은 골목이나 필지를 유지하면서 개발한다. 노후한 건물을 새롭게 정비하는 방식이다. 높이는 일반정비지구 수준과 비슷하지만 대규모 통합 개발 보다 개별 필지의 특성을 더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단위관리지구(하늘색 영역)는 기존 건물을 수선하는 정도로 정비가 제한된다. 높이도 일반정비지구의 절반 수준인 35m 이하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싱크홀 탐사 요청 4년 새 3배…국토안전관리원 ‘부담’

봄·여름이면 땅이 꺼진다. 지반침하 발생 현황을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28.03%, 440건), 여름(48.34%, 759건)이 76.37%를 차지한다. 지하에 생긴 공동을 미리 탐지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8년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연 1회 이상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자체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국토안전관리원에 의존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지자체를 지원하는 국토안전관리원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 2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2014년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지하안전관리를 주요 정책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해 국토교통부는 싱크홀 예방을 위해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중심으로 지하공간 통합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지하공간 통합지도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 관로를 건드리거나 지반을 무너뜨리는 사고를 막기 위한 기초자료다. 지자체는 관련 기관마다 흩어져 있던 지하매설물, 지하구조물, 지반 정보를 한 데 모은 자료를 시설물 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자체에게 계획 단계, 인허가 단계, 유지·관리 단계 의무가 부과됐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지하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허가 단계에서는 지하안전평가를 통해 사전에 사업의 안전성을 분석한다. 지자체는 유지·관리를 위해 연 1회 이상 실태 점검 및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지자체가 이처럼 법적 의무에 따라 매년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지하시설물의 노후화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전국 지반침하 사고는 총 760건. 이 가운데 46%의 원인이 하수관로 노후화로 인한 손상이다. 다짐(되메우기) 불량(15%), 굴착공사 부실(10%), 상수관로·기타매설물 손상(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싱크홀 발생 우려가 높은 구간은 육안으로 판단이 어렵다. 지하를 보는 것이다 보니 전용 탐사장비로 땅을 스캔한 뒤 그 자료를 2주에 걸쳐 추가로 분석한 뒤에야 싱크홀 발생 의심 구간을 추정할 수 있다. 구역이 추려지고 나면 해당 구역에 구멍을 뚫고 공동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땅을 스캔할 때는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을 활용한 차량형 탐사장비(RSV4)와 핸디형 탐사장비를 사용한다. 식별된 싱크홀 의심 구간에는 긴급 채움재를 주입하거나 관로를 보수하는 등 긴급 복구공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이미 지반침하가 발견된 지역은 그 주변으로 지하 공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번의 탐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추적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는 기초지자체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현실적 여건과 재정적 부담 등으로 자체 기술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지자체들은 외부 전문 기관에 용역을 주어 점검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와 부산시 정도다. 국토부 산하의 국토안전관리원은 매년 탐사 지원을 위해 수요 조사를 받고 있다. 관리원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아니다. 다만 지자체의 요청이 오거나,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원에 요청한 안전 점검 횟수는 2020년 207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4년 601건이 돼 4년 새 3배 가량 늘었다. 지하의 공동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한 경우도 83건에서 266건으로 증가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한정된 인력만으로는 전국 지자체의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이나 인력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하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그동안 지자체 자율에 맡겨졌던 지반침하 안전지도 제작을 시·도지사에게 의무화하는 것이다. 전문 인력을 보유한 광역지자체가 직접 안전지도를 만들어 공개함으로써 기초지자체의 행정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탐사 장비와 지하정보 분석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근거도 담겼다. AI 활용을 통해 분석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산하에 중앙지하안전위원회를 신설해 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황희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에서 지반침하 탐사 역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국토안전관리원도 부담이 많은 상황이지만 관리원같은 전문기관과의 상시 협력체계를 갖추고 법개정안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세운4구역 재개발 20년…협의체 진행에도 ‘시계 제로’

국가유산청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세운4구역에서 시추를 했다는 이유로 SH를 16일 고발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인허가 중단을 전제로 전제로 3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17일 서울시는 SH를 고발한 국가유산청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서울시·종로구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원한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협의체 구성을 달리 가져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의체가 좌초된다면 대안은 있을까?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세운4구역 재개발 논의는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과거 문화재청)간 충돌이 장기화 되면서 재개발 사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됐다. 기관 간 힘겨루기에 어떤 주제가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지 목표조차 선명하지 않은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설명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강북전성시대' 정책의 일환으로서 재개발을 통해 도심을 리모델링해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녹지 축을 만들어 도심에 녹지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이 막고 있는 고도 제한을 풀어 건물을 높이 짓고, 사업성을 개선해 유동인구를 높여 도시에 활력을 찾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구상은 처음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던 2006년부터 시작됐다. 앞서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세운상가에 적용되던 종로변 55m 기준을 2배 이상 높이려고 시도했지만 문화재청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었다. 오 시장 1기 시정에서도 역시 같은 심의위원회에서 종묘 경관 훼손 우려로 반려됐다.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서도 사업은 이어졌다. 시장이 바뀌면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둘러싸고 부침이 있었다. 문화재청 심의는 5년 간 이어져 2014년이 되어서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고도 기준이 정비됐다. SH는 이 심의결과를 기반으로 2021년까지 사업을 진행했다. 수익성 저하로 설계 공모 선정이 3년 늦어지긴 했지만 재개발 사업계획 막바지 단계를 거쳐 지상 20층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2022년 재보궐선거로 오 시장 2기 시정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 시장은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를 '녹지생태도심재창조전략' 핵심 사업지로 선정하고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다시금 고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과거에 이미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모두 받았으나 고도를 2배 가량 상향하면서 사업시행계획을 새롭게 짜야 했다. 이때부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서울시는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2023년 서울시의회는 문화재 주변 100m 밖 규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문화체육부 장관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지난 16일에는 국가유산청이 SH를 고발했다. 매장유산 유존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세운4구역에서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시추를 했다는 이유였다. 현행 법령상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개발 공사는 행정적 완료 조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의 권고, 정치권을 통한 압박 등 다방면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국가유산청은 14일 유네스코세계유산센터로부터 강력한 입장표명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유네스코로부터 세운지구 재개발 추진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우선 실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고시 변경을 통해 세운4구역의 고도를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상향했다. 이에 유네스코가 사업승인을 중단하라고 한 차례 더 권고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두 차례 권고에도 서울시가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유네스코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 확인 서한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존의제로 상정한다는 것은 이 유산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처해있다고 판단해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감시체계에 올리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을 통한 압박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10일 김민석 총리가 종묘를 방문해 서울시의 개발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해지될 정도로 위협적"이라며 “이번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 보완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12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이 어떻게 돼가느냐"고 물으며 사실상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수박 겉핥기식 질의응답"이라며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국가유산청은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인허가 조정 신청을 하기도 했다. 법에 의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운4지구 재개발 사업에 부정적 의중을 비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라는 점에서 서울시는 입장을 내 강하게 반발했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이 정치화되면 합리적 해결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에 대해선 “고도 변경과 관련한 제안은 기관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가유산청이 '어느 날 갑자기 매우 급발진'을 해서 공격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법적 대응을 비롯해 유네스코를 앞세워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해 정쟁화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고 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SH 사장을 맡았던 김세용 고려대학교 도시연구원 교수는 서울시가 사업계획을 바꿔 고도를 상향하는 것은 이제와 논쟁하면 안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시민과 약속을 하고 진행을 했는데 그걸 왜 뒤집느냐"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법대로만 하면 당연히 정당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며 “세운4구역 재개발이 문제 되는 건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문화유산법에 따라 문화유산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문화유산 보호라는 공적가치를 위해 사유재산 개발을 제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년간 지역을 지킨 주민들의 이익과 세계유산 경관 보호라는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 서울시는 4자 협의체를 제안하며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가 협의체에 포함되기를 원했다. 국가유산청은 협의체 논의에 응하며 주민과 전문가 대신 종로구를 구성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다루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3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주요 행정기관인 종로구청장을 포함시켜 실효성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함이라 설명했다. 관계자들 모두 아직 협의체가 개최되지 않은 만큼 협의체에서 어떤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어질지는 알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상생을 위해 열린 상태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협의체 구성을 두고 기관마다 각자의 셈법이 다르다. 서울시가 주민을 협의 주체로 포함시키려는 것은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여론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유산청은 20년 째 개발을 기다린 주민들을 협의체 주체로 포함시키는 것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의 입장과 주민의 입장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민들 중에는 고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감소 등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개발 논의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존재한다. 오 시장 2기 시정에 들어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고 고도를 두 배 가까이 올리지 않았다면 인허가 충돌도, 유네스코의 잇따른 권고도 없었을 수 있다. 협의체가 결렬될 경우 양측 모두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서울시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재개발 사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유네스코 제재가 현실화 되면 그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유산청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에 대한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협의체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은 종묘 경관이라는 이익과 주민 재산권이라는 이익이 충돌 할 때 어느 쪽에 얼만큼 가중치를 둘 것인지다. 협의체는 현재 서울시 안(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과 기존 합의안(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 사이 어느 지점에서 두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지 답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가유산청이 기존 합의안의 고도를 정하는 데에 5년이 소요됐다. 이번 협의체 결성을 통해 세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지 시험대에 선 상황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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