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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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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불구 ‘ESG 글로벌 기조’는 지속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종 친환경 정책을 축소·폐지하고 있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요성이 부각되는 글로벌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EU) 주도로 ESG 장벽이 계속 세워지고 있는 만큼 '국가차원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등 우리 기업들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제6차 대한상의 ESG 아젠다그룹 회의'를 열고 올해 주목해야 할 국내외 ESG 이슈와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ESG 아젠다그룹'은 ESG에 대한 국내 경제계 대응역량 강화, 대정부 정책건의, 민관 소통을 목적으로 지난 2022년 설립된 씽크탱크다. 현재 국내 주요그룹과 은행 등 20여개사가 가입해 있다. '2025년 ESG전망과 대응과제'를 주제로 마이크를 잡은 박재흠 EY한영 전무는 “전세계 기업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던 ESG가 최근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큰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EU는 일부 변화는 있지만 기존 친환경 정책과 규제를 유지하는 입장이며 글로벌기업의 ESG 경영 역시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국내외 ESG 공시제도 동향' 발표에 나선 김정남 법무법인 화우 그룹장은 “트럼프 재취임 이후 미국 SEC 기후공시도 보류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며 “일부 정책에 다소 변화는 있어도 큰 틀에서의 국내외 ESG 기본 정책기조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은 '디지털제품여권(DPP) 대응 플랫폼 구축 가이드라인' 관련 의견을 내놨다. 그는 “EU DPP 대응을 위해 우리도 ESG 데이터를 디지털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EU에서 배터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으로 DPP 규제가 확대·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 합심해 민관합동으로 국가차원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균형 잡힌 공시체계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국가차원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 조기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올해는 국내외 ESG 공시기준 발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DPP 대응 플랫폼 구축 등 ESG경영을 준비하는 우리기업에게 전환점이 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과 공급망 내 중소기업의 ESG경영을 지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SMR 다음은 ‘차세대 원자로’···정부 차원 선제적 지원 필요”

에너지 시장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이어 '차세대 원자로'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임시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포화시점이 5년 앞으로 도래한 만큼 지속가능한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차세대 원자로의 기술 동향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용희 카이스트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원자로는 2030년대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세대(3.5세대) 원자로와 비교할 때 보다 높은 지속가능성, 안전성, 친환경성을 지닌 게 특징이다. 원자로는 1세대(1950년대), 2세대(1960년대), 3세대(1979년 스리마임섬 사고 이후) 등으로 구분한다. 차세대 원자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와 우라늄 수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재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 사용후핵연료를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원자로를 통해 현재 국내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약 1만9000t을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전력수요를 최대 350년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차세대 원자로가 현세대 원자로와 대별되는 점은 중대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는 냉각 기능이 상실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차세대 원자로는 '연간 중대사고 빈도'(CDF)가 1000만년에 1회 수준이다. 현세대 원자로 CDF의 10% 이하로 예상된다. 현세대 원자로가 노심의 냉각 과정에서 높은 압력(약 150기압)의 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차세대 원자로는 대기압 상태(1기압)의 냉각재를 사용해 증발되거나 외부 유출로 냉각재를 상실할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하는 게 포인트다. 차세대 원자로는 사용되는 냉각재의 특성에 의해 전원이 끊기는 등의 비상 상황에서도 추가 조치 없이 스스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고온 운전이 가능한 차세대 원자로는 전력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제고해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차세대 원자로는 설계상 운영 온도가 450~1000℃로 현세대 원자로(300℃)보다 높다. 많은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전력 생산 공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은 우라늄 채굴 및 농축 과정에서 발생한다. 차세대 원자로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우라늄 의존도가 낮아지고 사용후핵연료 발생이 현저히 감소한다. 통상 현세대 원자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태양광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차세대 원자로의 배출량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는 이와 관련 이미 선제적으로 인허가 제도를 정비하고 연구개발 및 실증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실증부지 확보 및 실증로 건설을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차세대 원자로가 상용화를 거쳐 수출 실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실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실증부지를 조기에 확보해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이다. 이외에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민간이 해외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해 국외 실증로(실증용 원자로)를 건설할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보고서는 공공 기술·설비 개방 및 생태계 조성도 필수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의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은 공공에서 주도해 기획되고 있다. 민간은 여기에 투자함으로써 협력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2조5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를 발표하면서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선제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실용적인 시각에 입각한 장기적 지원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 경제 ‘네개의 폭풍’ 몰려와”…최태원, 경제원로 4인 만났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원로' 4인을 초청해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 현실을 극복할 방법을 물었다. 글로벌 무역갈등,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 약진, 국내외 정치 불안 등 '복합위기'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원로들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전직 경제관료를 초청해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 경제원로에게 묻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국무총리,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했다.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보수·진보를 아우르며 정책사령탑을 역임한 이들이다. 정 전 국회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강한 경쟁력은 기술, 인재, 창의적 콘텐츠, 그리고 배후의 제조업에서 창출되며 민·관·정 협력으로 완성된다"며 “민간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고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정치권은 산업정책 지원과 민생안정을 위한 법·제도 기반 확충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파고가 높지만 위축되기 보다는 우리의 강점분야를 더욱 키워 대한민국이 꼭 필요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정부가 제어하기에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져 민간주도 신성장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환율과 금리 등 거시금융지표를 정상적으로 운용해야 하고 서민 계층 등 취약부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미중 관계가 정립될 때까지 면밀하게 관찰하며 협상에 유리한 전략을 모색해야하며 이 기회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자 등 분야에서 기업 차원 동맹관계에 가까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장관은 “방위비 인상 압박, 북한과의 재협상, 중국과의 관계 등 한국이 답해야 할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데 정치안정 없이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정국이 빠르게 안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부총리는 “정치적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첫째도, 둘째도 안정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과 투자자,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을 뒷받침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의 변동을 면밀히 살피고 경제정책 운용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세개의 폭풍'이 몰려온다고 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폭풍,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이라며 “여기에 또 다른 하나의 폭풍이 오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합쳐서 4개의 폭풍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쟁과 국제 사회의 근본에 우리가 그동안 갖고 있던 질서들을 상당히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원로분들의 경험과 식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자리를 마련했다. 열심히 듣고 공부해서 기업이 실천해야 될 부분은 과감하게 시작하고 힘을 함께 모아야 될 부분은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中 정책 일관성으로 첨단산업 약진··· 韓 바뀐 생태계서 실리 따져야”

딥시크, 전기차 등 중국 기업들의 첨단산업 약진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당장 수익성보다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산업 육성책을 편 덕분에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성장하며 국제 무역질서와 공급망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메모리 반도체 등 강점을 지닌 분야를 앞세워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K혁신성장 기업가 정신 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과거 미국이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심정으로 반도체에 달려들고 있다"며 “국가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제품 양산이 아니라 기술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첨단산업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중국의 약진과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발제를 맡은 전 소장은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며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들은 모두 중국 눈치를 본다. 삼성, 현대차, 아모레, 롯데마트가 현지에서 밀려날 때 애플,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스타벅스 등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정서적인 '감정 경제학'으로 중국을 보는 듯하다"며 “기업이나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세계 1위 미국과 2위 중국을 벤치마킹 해야 하는데 (2위를) 너무 배제한 채 우리만의 전략을 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중국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 중 하나로 '인재'를 꼽았다. 그는 “서울대학교 예산은 중국에 가면 51위 대학과 수준이 비슷하다"며 “대학생 인재는 우리나라가 20년만에 길러야할 수준을 1년만에 키우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구 보너스'는 사라졌지만 '인재 보너스'는 폭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토론에 참석한 이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중국의 성장 가능성이 앞으로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과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고들 하는데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미국의 80%까지 충분히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민찬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중국의 혁신이 다소 과대포장돼 있다고 해석하며 우리나라가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 교수는 “차를 타다가 타이어를 바꾸면 승차감이 좋아지는데 그렇다고 엔진 등 품질 자체가 개선된 건 아니다. 딥시크도 인공지능(AI) 칩 자체가 개선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우리나라도 두려움이 생기다보니 AI칩을 사는데 투자를 하겠다 식 반응이 나오는데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AI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만들어진 생태계에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메모리 반도체를 고도화하고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는 등 방식으로 첨단산업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가졌고 신산업 발전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일관성 있게 노력하고 추진한다는 점이 무섭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한국은 상용화나 수익성이 멀어 보이니 투자를 줄이고 있다. 전기차 뿐 아니라 다른 미래차 분야도 중국이 석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처해있다"며 “(중국을 비롯한 다른나라와)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속적으로 선진사회를 유지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권성동 “반도체특별법 처리 난항··· 야당 협조 없어 국가경쟁력 상실 우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반도체특별법 통과 관련 야당이 협조를 안 해주고 있어 국가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K혁신성장 기업가 정신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이달 통과가 힘들 수도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주요국들은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 지원을 강화하고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라며 “(반도체특별법 등) 정치색 없는 법안에는 협조를 해주는 게 '이재명식 실용주의' 원칙에도 맞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월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는 당시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전략 산업으로 여기고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국가적 정책 지원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초경쟁 체제에 돌입했다"며 “전세계에서 반도체 연구인력이 주 52시간 근무에 발목 잡힌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날 포럼은 '중국의 약진과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권 원내대표는 “딥시크가 난데없이 등장하고 중국이 미국 기술을 능가한다는 등 시끄럽다"며 “중국이 인구가 많고 개발독재를 하다보니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성장속도 역시 빠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청년을 육성하고 기술혁신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선풍기 회사가 캐리어도 만든다…중소 가전업계 ‘非가전’서 활로 모색

국내 중소 가전 기업들이 본업 대신 '비(非)가전' 분야에 눈길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산 공세 등으로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는데 수요는 정체돼 있어 성장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이다. 기존 주력제품과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사업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선풍기 명가' 신일전자는 최근 여행용 캐리어 브랜드 'SAYES'를 공식 론칭했다. 20·24·28인치 제품을 우선 선보여 일부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 중이다. 이 회사가 비가전 분야에 진출한 것은 창립 66년만에 처음이다. 신일전자는 지난 2019년 사명을 '신일산업'에서 '신일전자'로 바꾸며 가전 분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 주력 제품 외에 주방가전, 펫가전, 공기청정기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여행용 캐리어 시장 진출은 해외여행객이 늘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착즙기·블렌더 등을 주력으로 삼는 휴롬은 '주스키트'를 선보여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채소과일을 배합해 세척부터 손질까지 완료된 원물을 넣은 사과·샐러리 주스, ABC 주스 등을 작년부터 판매 중이다. 착즙기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비가전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김치냉장고 판매 1위 위니아는 일찍부터 계열사에서 만든 김치를 온라인샵에서 판매해왔다. '딤채' 개발 당시 설립된 김치연구소에서 직접 노하우를 개발해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했다. 다만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계열사 간 교류가 끊긴 상태다. 위니아가 새 주인을 찾게 되면 사은품 제공 및 판매를 통해 해당 분야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렌탈 기업들은 이미 매트릭스 등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한 상태다. 쿠쿠홈시스 등 강소기업들도 비가전 분야 진출에 적극적이다. 매트리스를 비롯해 프라이팬, 펫 유모차, 고양이 모래, 커피 원두 등을 선보이고 있다. 중소 가전업계가 비가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내수 시장 경쟁이 치열해 성장이 더는 힘들어져서다. 렌털 업체 등이 관련 제품을 구독형으로 선보이고 있는데다 중국산 공세도 거세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가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위기감도 조성된 상태다. 대부분 고객들이 가전 제품을 이미 구매했다는 점에서 수요도 정체돼 있다. 신(新)가전 분야는 삼성·LG전자 탓에 진입장벽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의류건조기, 신발관리기 등 성장 시장에 뛰어들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데 대기업들이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같은 새 먹거리까지 노리고 있다. 신일전자의 매출액은 2022년 2027억2899만원, 2023년 1842억9958만원, 지난해 1~3분기 1353억651만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간 쿠쿠홈시스 매출액은 6915억8021만원, 6766억3141만원, 5421억2358만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로 가전제품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만큼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비가전 제품 출시 등) 다양한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변화·불확실성 시대···사회문제 해결 방식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인 만큼 사회문제 해결 방식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선순위를 설정한 뒤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기업·시민 등이 힘을 모아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멤버스 데이'에 참석해 “우리 사회는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ERT 멤버스 데이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에 역할을 고민하기 위해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가 개최하는 행사다. 작년 1월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자리가 마련됐다. 최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통상환경,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 등 격변하는 요소들이 많은데 이를 '삼각파도처럼 밀려온다'고 비유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많은 도전과 위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열심히 해왔던 경제적 가치 추구를 해야하고 이를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또한 함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기업이 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생물학에 '최소량의 법칙'이 있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이 다 갖춰져도 어느 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성장이 제한된다는 의미"라며 “지금 기업들보다 더 힘든 건 취약계층이다. 우리 사회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부분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요즘 강조하고 있는 개념이 'Operation Improvement'(운영개선)"이라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에 우선순위를 갖고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관심도가 높지만 아직 기업의 활동이 미비한 '기회의 영역'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공략해야 한다"며 “ERT는 그 중에서도 '청년문제'를 가장 우선해야 할 일 중 하나로 선정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리워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좋은 일 해서 칭찬받자'가 아니라 노력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해 보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문제 해결이 기업의 이익이 된다는 개념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존재이익이 된다고 하면 사회적 파급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발휘되는 '관계의 가치'(Relationship Value)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하고 있고,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느냐가 가치가 된다"며 “우리 사회는 정부, 기업과 그 구성원, 소비자, 지역사회가 서로 단단하게 연결되고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문제도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기업도 마찬가지"라며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시민단체(NGO),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해야 한다. 쉽게 연대하고 에너지를 투입해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플랫폼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상의 ERT 주요회원기업 대표인 리더스클럽 멤버를 비롯해 총 5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 외에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준성 LG 부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부사장, 김경한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류근찬 HD현대 부사장, 김성태 두산경영연구원 부사장 등이 자리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불합리한 산재환자 장기요양 문제 심각···법령·지침 개정 불가피”

우리나라 산재 근로자들이 불합리한 이유로 장기요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재보험 장기요양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작년 2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산재요양 장기화 문제 등 개선을 추진했음에도 장기요양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영계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조선업의 경우 평균 요양기간이 385.4일로 1년을 넘어갔다.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81.4% 가량이 6개월 이상 장기요양자였다. 보고서는 산재근로자의 장기요양을 초래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우선 '표준요양기간 부재'를 꼽았다. 의료계 가이드라인을 준용하지 않고 산재보험 표준요양기간도 부재해 불합리한 요양기간 승인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요 상병별 표준(적정)요양기간 마련 및 적용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무제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산재근로자가 장기간 치료하면서 보험급여를 받고자 요양 연장 또는 의료기관 변경 신청이 용이한 점을 악용하고, 병원도 수익성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양 연장 및 전원 신청 건의 심사를 강화하고 신청 횟수 제한 등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산재요양 중 추가로 신청한 상병(추가상병)은 사업주 의견 확인 및 재해조사 없이 쉽게 산재로 승인되는 점을 이용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추가상병 신청 범위 및 요양기간 연장 제한, 추가상병 신청 시 사업주 안내 신설 및 재해조사 강화 조치 등이 필요해 보인다. 보고서는 가정에서 요양 중인 재해자는 관리가 되지 않아 근골격계질병자가 이종격투기 운동, 과격한 스포츠 응원, 불법 근로활동(아르바이트) 등을 자행하며 치료기간만 길어질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장기요양자 등에 대한 요양실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이 재활·복귀 촉진 목적으로 '집중재활치료'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으나, 통상 4주 이상 소요되는 집중재활치료 이후에도 다시 의료기관으로 전원이 가능해 요양기간만 더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집중재활치료 후 요양 종결 및 전원 신청 불가 원칙 기준을 마련·적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직업병 환자 보험급여 감소 불이익을 방지하고자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직업병 평균임금 산정 특례' 조문이 불명확해 근로소득보다 높은 보험급여 지급이 반복되고 있는 점도 환기시켰다. 재해자의 요양기간 연장을 적극 시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특례 적용대상 및 범위를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최근 산재보험 행정이 '산재 신속처리'에 집중되면서 산재요양 관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도덕적 해이 방지와 산재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요양 장기화 문제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장]韓 소비자, ‘중국산’ 거부감 줄어···오프라인 분위기 달라졌다

“제품이 좋다는데 어디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가요?"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로보락 매장에서 만난 고객이 한 말이다. 로봇청소기 등 생활 가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국적보다는 경쟁력이 먼저라고 판단하며 삼성·LG 대신 중국산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10일 오전 서울 시내 로보락 오프라인 거점들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영업사원들은 자신감에, 방문객들은 제품력에 대한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로보락을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인식하지만 중국산인지 모르는 이도 있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7층에 있는 로보락 전시장을 가봤다. 이날 매장을 정식으로 열고 기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평일 오전이라 백화점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로보락 청소기에는 다들 관심을 보였다. 매장이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명당'에 자리 잡은 덕분이다. 한 관람객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이 제일 잘 팔린다고 들었다"며 “가성비가 좋다면 중국산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내에 거주 중이라는 한 미국인은 “로봇청소기는 로보락 제품이 제일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가격과 신제품 출시 일정 등을 물어보려 들다"며 “중국 브랜드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현장 지원을 나온 본사 영업팀 직원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와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제품력을 인정받다 보니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간 신관 12층에 있는 삼성·LG전자 매장에는 손님이 없었다. 평일 오전 시간인데다 10~11층에 면세점이 껴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주력 제품을 선보이는 입구 정중앙에 로봇청소기를 전시해뒀다는 점은 눈길을 잡았다. 로보락은 국내 오프라인 거점을 무섭게 늘리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5월 롯데 하이마트에 처음 판매 공간을 마련한 뒤 현재 매장을 450개까지 늘렸다. 스타필드 하남·고양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도 마련했다. 로보락은 이달 말 신제품 'S9 MaxV' 시리즈를 론칭한 이후 매장을 543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입소문'을 듣고 제품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을 인식한 전략이다. 로보락은 2022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로보락 매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보통 평일보다 주말에 가격 행사를 하다 보니 방문객 수 차이가 크다는 게 이 곳 직원의 설명이다. 갤러리아·롯데백화점 등에서 일해 봤다는 그는 “예전에는 부유층 중 일부가 로보락 제품을 보다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돌아간 적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바로 옆 삼성·LG 제품 상담을 받다가도 이쪽으로 와서 계약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미 주변에서 추천을 받고 주말에 제품을 직접 보려고 현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해당 직원은 부연했다. 국내 시장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무섭게 몰려들고 있다. 보조배터리 등 저가형 제품을 넘어 프리미엄 가전·자동차 분야에서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하며 우리나라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잡는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는 이르면 이달 안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BYD, 에코백스 등도 제품을 직접 보여주며 홍보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안방'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과거 일본산 제품의 위상을 '메이드 인 코리아'가 대체했고, 중국산이 치고 올라오며 우리와 경쟁하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다"며 “중국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려 한다면 한국 기업이 이에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상법 개정, 중소기업에 타격…규제 대신 지원책 마련해야”

경제단체가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 신설' 등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상속세 부담 등으로 우호지분이 하락 추세인데 경영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한 만큼 중소기업들에 대한 규제보다는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경영권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 공시는 지난해 87개사 315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93개사 266건)과 비교하면 18.4%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를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가장 많았다. 중견기업 22개사(25.3%), 대기업 6개사(6.9%) 등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분쟁에 덜 노출됐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약 35.3%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분쟁 건수에서는 93.1%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개입이 용이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경영권 분쟁을 공시한 87개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26.1%에 그쳤다. 2023년 상장사 평균(39.6%)에 못 미쳤다. 전체 상장사 평균 지분율을 상회하는 상장사는 87개사 중 14개사(16.1%)에 불과했다. 반면 하회하는 상장사가 73개사(83.9%)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2.7%로 대기업(29.9%), 중견기업(34.5%) 등보다 더 낮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 상속세 부담(최대 60%)으로 창업 1~2세대에서 3~4세대로 넘어오면서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향후 해외 행동주의펀드 등 경영권 공격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론적으로 최대 60%의 상속세를 주식을 팔아 납부할 경우 2세대 최대주주 지분율은 1세대 최대주주의 40%가 되고, 3세대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6%까지 떨어진다. 경제계에서 작년부터 논의된 상법상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2019년 8건에서 2023년 77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야당 안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행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상법이 개정되면 경영권 공격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부터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써야 할 재원을 경영권 방어에 허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창업으로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육성과 경제 활력 제고는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최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기업들이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글로벌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을 뜻한다. 작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9.5%로 미국(25.0%)에 이어 가장 높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작년 8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수행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인용해 “상법 개정 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 같은 규정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업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재계는 이럴 경우 고소·고발이 남발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 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을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등은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한상의는 10일 국회에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정식으로 건의했다. 상법상 일반·추상적인 규정을 도입하기보다 합병 등 자본거래에 대해 주가 위주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등 문제사례별로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핀셋규제'를 해달라 요청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밸류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경영권을 안정화시키고 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법제도 환경 마련이 중요하며 그 일환으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상속세제 개편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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