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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석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재석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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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약발, 집값부터”...차주 이자부담은 이제 시작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를 누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차주의 이자 부담을 키워 연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상환 여력이 낮은 가계와 기업에 금리 상승의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부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최근 통화정책 변화가 금융취약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을 통한 자산 매입 유인이 약해지고 위험 선호도 둔화되면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과거 긴축 전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일정한 시차를 두고 금융취약성지수(FVI)가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후 8분기가 지나면 신용지수는 1.3, 자산가격 지수는 4.5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특히 자산가격 부문에서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금융취약성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FVI는 2024년 1분기 37.6에서 올해 2분기 46.5로 상승하며 9분기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상승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올해 2분기 FVI가 장기평균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3분기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7~8월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이 추가 상승을 제한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의 부담은 대출시장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출금리는 지난 5월 연 4.31%에서 6월 4.34%, 7월 4.37%로 올랐다.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된 데다 생산적 금융을 통한 기업대출 확대가 추진되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이 차주에게 미치는 충격은 즉각적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대출금리가 약 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고, 은행 연체율은 약 15개월 뒤 최대 수준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광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약 3조3000억원, 기업은 약 3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의 금리 대응 여력은 과거 인상기보다 나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2021년 7월 말 68.4%에서 올해 6월 말 56.1%까지 낮아졌고, 취약차주 비중도 6~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은 대체로 장기평균 수준이지만 연체율과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 높다. 한계기업 비중 역시 2024년 4분기 17.1%에서 지난해 4분기 19.1%로 상승했다. 다만 기업의 금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경기 개선과 기업대출 확대 경쟁으로 금융기관의 가산금리가 낮아질 경우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특히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금리 상승의 후폭풍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상환능력이 낮은 차주는 이자 부담이 커지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후 신용도 하락과 차환 조건 악화가 추가 연체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부문에는 대출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취약부문의 연체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 대응에서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임 국장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불안이 높아지는 부문에 대해서는 재정정책을 통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국장은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밝히며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불안을 줄이기 위한 정책 공조 필요성을 언급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대기업 대출마저 흔들”...은행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대기업 대출에서 다시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가 잇따르면서 지난 7월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업대출 전반의 연체율도 한 달 새 0.10%포인트(p) 뛰며 은행권 건전성 부담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7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7월 말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36%로 집계됐다. 전월 0.22%에서 0.14%p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0.22%p 높아졌다. 2021년 7월 기록한 0.3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대기업 연체율 상승 배경으로 중앙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및 회생절차 개시를 꼽았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신규 연체채권이 발생하면서 대기업 대출의 연체율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기업대출 전체 연체율도 0.78%까지 상승했다. 6월 0.68%에서 한 달 만에 0.10%p 높아졌다. 앞서 5월에는 0.84%까지 올랐다가 6월 들어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1%로 전월보다 0.09%p 상승했다. 중소법인은 1.00%로 0.08%p, 개인사업자 대출은 0.77%로 역시 0.08%p 각각 높아졌다. 은행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연체율 상승 폭은 더 뚜렷하다. 7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3%로 6월의 0.56%보다 0.07%p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0.06%p 높은 수준이다. 2016년 0.7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체율을 밀어 올린 것은 신규 부실 증가와 연체채권 정리 규모 축소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월 새롭게 발생한 연체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000억원 늘었다. 반면 상·매각 등을 통한 연체채권 정리액은 1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9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신규 연체율도 0.12%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0.02%p, 전년 동월보다 0.01%p 각각 상승했다. 가계대출 역시 연체율이 소폭 올랐다. 7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월 0.40%보다 0.02%p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0.01%p 낮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9%로 한 달 전보다 0.01%p 높아졌다.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월 대비 0.07%p 상승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연체율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감원은 “시장금리 상승 기조와 대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연체율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계속 모니터링하고, 은행이 충분히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상매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채소값 뛰더니 기름값까지”…9월 생산자물가 더 오르나

9월 국제유가가 다시 뛰면서 생산자물가에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앞서 8월에는 폭염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상승과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9.64로 한 달 전보다 0.2%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7.9% 높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연속 상승한 뒤 올해 6월 보합을 기록했다. 7월에는 전월 대비 0.4% 떨어지며 11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8월 다시 상승 전환했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이 각각 4.9%, 2.8% 올랐고, 농림수산품 전체 가격은 전월보다 3.8% 상승했다. 세부 품목 가운데서는 시금치 가격이 51.9% 급등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5.4% 상승했다. 공공요금 관련 품목도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이 11.0% 오르면서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가격이 0.9% 상승했다. 반면 공산품과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큰 움직임이 없었다. 공산품은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이 0.4% 올랐지만 전기장비 가격이 0.7% 하락해 전체적으로 보합을 나타냈다. 서비스 역시 보합이었다.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 가격은 0.6% 상승했지만 주식 위탁매매수수료 등이 하락하면서 금융 및 보험서비스 가격은 1.5% 떨어졌다. 금융 및 보험서비스 가격은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입품 가격까지 반영한 국내 공급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이어갔다. 8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134.72로 전월보다 1.3% 낮아졌다. 7월 1.8% 하락한 데 이어 두 달째 내림세다. 원재료 가격이 4.6% 떨어진 것을 비롯해 중간재와 최종재도 각각 1.0%, 0.9% 하락했다. 중간재는 수입 가격이 5.9% 내려간 영향이 컸고, 원재료 역시 수입 가격이 6.4% 떨어졌다. 최종재는 국내 출하 가격이 0.3% 올랐지만 수입 가격이 5.8% 하락했다. 환율 하락과 7월 국제유가 하락으로 통관 기준 수입 가격이 낮아진 것이 국내 공급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수출까지 포함한 총산출물가도 내렸다. 8월 총산출물가지수는 141.13으로 전월 대비 1.2% 하락했다. 국내 출하 가격이 3.8% 상승했지만 수출 가격이 4.7% 떨어진 영향이다. 국내 출하 영향을 받은 농림수산품 가격은 3.5% 상승했지만 공산품은 화학제품과 컴퓨터 등을 중심으로 수출 가격이 4.6%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2.0% 하락했다. 향후 생산자물가에는 국제유가와 도시가스 요금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9월 들어 중동지역 충돌이 재개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한 데다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9월 전망과 관련해 “중동지역 충돌이 재개되며 9월 1∼16일 국제유가는 8월 평균에 비해 29% 상승했고,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6.6% 인상됐다"며 “이런 점들이 생산자 물가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790조 기후금융 닻 올렸다”…정부, ‘탄소 감축 기업’ 금융지원 가속

기업의 탄소 감축 투자를 뒷받침할 금융 지원 체계가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기후금융 공급에 나선 데 이어 업종별 탄소 감축 기준을 마련하고, 금융회사가 이를 실제 대출·투자 심사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요섭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기후금융 활성화 테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그동안의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금융의 정착 방안과 관계기관 간 협력 체계 등이 논의됐다. 회의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은행연합회, KB·신한금융지주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특히 금융회사가 기업의 탄소 감축 노력을 실제 금융 지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업종별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금감원은 전환금융 실무 TF를 통해 지난 8월 말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의 세부 조항을 구체화한 실무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했다. 오는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고 금융회사들의 전환금융 상품 개발과 시범 운영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전환금융을 심사할 때 기업의 감축 계획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과 금융심사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회사의 파일럿 상품 출시를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산업통상부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전자조립 등 탄소 배출이 많은 5개 업종을 대상으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반영한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 계획을 공유했다. 기업의 친환경 설비 투자와 공정 전환을 금융이 뒷받침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의 기후금융 공급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2월 발표한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들어서는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실제 자금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5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은 올해 7월까지 모두 42조원의 기후금융을 공급했다. 연간 목표액의 74.1%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 지원 사례도 이어졌다. 산업은행은 수소·암모니아 기반 에너지 생산을 위한 전동기·발전기 제조업체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수출입은행은 풍력 기반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케이블 제조업체에 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집행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재생원료와 순환자원 관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70억원 규모의 채권담보부증권(P-CBO) 보증을 제공했다. 기후금융을 뒷받침할 데이터와 금융 인프라 구축도 추진된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지난 8월 '기후금융 웹포털'을 마련해 금융기관과 외부검토기관, 공공기관 등이 기후금융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보험사와 금융투자회사, 저축은행 등으로 이용 대상을 넓히고 은행권의 기후금융 실적을 집중적으로 집계해 관련 통계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7년 재정지원사업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와 기업의 전환전략에 부합하는 녹색·전환투자를 대상으로 채권과 대출의 이자 비용 및 보증 공급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관계기관 TF를 통해 기후금융 정책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후속 회의에서는 기후금융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지속가능성 공시를 전환금융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대출 막는데 집값은 왜 오르나”...한은이 주목한 ‘이것’ [이슈+]

수도권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관리에도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대출 문턱을 높이고 금융권이 대출 총량까지 조이는 상황에서도 주택 거래가 이어지면서 집값과 가계대출이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상황에서 공급과 소득 여건까지 맞물릴 경우 금융불균형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소득 개선 기대가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점도 변수로 지목했다. 한은은 10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흐름을 점검하며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가계대출도 꾸준한 증가흐름을 보이는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증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 주택 관련 대출은 감소세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평균 증가액은 2021년 5조8000억원에서 2022년 2조3000억원까지 축소됐지만 2023년 3조8000억원,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도 1~8월 기준 월평균 증가액이 약 4조원에 이르렀다. 강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지만 주택 거래가 살아나면서 자금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주택가격 상승은 서울 핵심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도권 전반의 오름세가 이어졌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을 이끌면서 주택 수요를 떠받쳤다는 평가다. 거래 규모를 보면 올해 3~7월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는 3만5000호에 달했다. 이 가운데 강남3구와 용산, 이른바 한강벨트에서 발생한 거래는 1만3000호였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7만7000호로 집계됐다.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모습도 나타났다. 강남3구와 용산에서 40억원을 웃도는 주택의 거래 비중은 7.6%로 서울 전체 평균인 1.3%보다 크게 높았다. 이들 지역의 최근 매도 물량 증가율 역시 14.2%로 서울 외곽지역의 4.8%를 웃돌았다. 한은은 주택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공급 여건을 꼽았다. 단기간 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시장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제 정책도 변수로 거론됐다. 지난달 3일 발표된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향후 국회 논의와 입법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봤다. 가계의 소득 흐름도 주택시장과 대출 수요를 움직일 중요한 요소다. 경제성장이 빨라지면 기업 실적과 명목임금이 개선돼 가계의 주택 구매 여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과 사내대출 확대 기대 등이 겹치면서 이른바 '반도체 벨트'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화성 동탄과 용인, 수원 영통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지역의 신고가 거래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벨트에서 확인된 신고가 거래는 2315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278건보다 약 8.3배 많았다. 7~8월에도 756건이 신고되며 지난해 하반기 전체 거래량인 681건을 이미 넘어섰다. 한은은 당분간 주택 수급과 소득 여건이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모두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세제개편안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시장의 기대심리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자극하지 않는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금리 0.5%p 오르면 이자 6.5兆↑”…가계 빚 부담 커진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p)만 올라도 가계가 1년 동안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오르며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가운데 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 부담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p 상승할 경우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는 현재보다 6조5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 등을 기준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 규모를 산출한 결과다. 소득계층별로 살펴보면 고소득 가계의 추가 부담액이 4조2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중소득 가계는 1조6000억원, 저소득 가계는 7000억원의 이자를 각각 더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득과 저소득 가계를 합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추가 부담이 2조3000억원에 달한다.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한다. 대출금리가 1%p 오를 경우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은 13조1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고소득 가계가 8조4000억원, 중소득 가계가 3조2000억원, 저소득 가계가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구조다. 2%p 상승을 가정하면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26조1000억원에 이른다. 자영업자와 주택담보대출 차주 등 특정 차주들의 부담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별도 분석에서는 대출금리가 0.5%p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3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추가 부담 역시 3조7000억원에 달했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경우 금리 0.5%p 상승에 따른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이 2조1000억원으로 분석됐다. 기타 대출 차주가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이자 규모도 3조원으로 추산됐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이 같은 부담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3.00%로 0.25%p 올렸다.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기준금리가 오른 만큼 대출금리가 똑같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가산금리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 역시 일정한 시차를 두고 높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국은행 역시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실 확대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가계 취약차주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 등 금융 여건이 변할 경우 취약 부문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창민 의원은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과 별개로 금리가 오를수록 가계가 실제 부담해야 할 이자도 크게 늘어난다"며 “특히 중·저소득 가계와 취약차주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이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등 실질적인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5년 묶이지만 세제혜택 쏠쏠”...국민성장펀드 2차, 이달 30일 나온다

2차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이달 말 출시된다. 이번에는 서민 전용 물량이 전체 판매액의 절반으로 확대돼 서민과 청년층의 투자 기회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1차 펀드에서 서민 대상 판매 비중이 당초 배정 규모를 크게 웃돈 점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2차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판매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자금은 6000억원으로 1차 펀드와 같은 규모다. 2차 펀드는 판매 첫 주와 둘째 주의 가입 방식도 구분된다. 다음 달 1일부터 7일까지는 서민에게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정하고, 이 기간 배정분이 모두 소진되지 않으면 남은 물량을 일반 가입자에게도 판매한다. 2주차인 8일부터 15일까지는 가입 대상에 따른 별도 구분 없이 판매가 진행된다. 판매 기간은 총 2주로 영업일 기준 10일이다. 다만 모집 물량이 조기에 소진될 경우 예정된 판매 종료일보다 앞서 마감될 수 있다. 가입자는 시중은행 10곳과 증권사 14곳에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영업점과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가 동시에 이뤄진다. 다만 첫 주에는 온라인 판매 물량에 제한을 둔다. 은행은 판매 물량의 40%, 증권사는 60%까지만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둘째 주부터는 이 같은 제한이 사라진다. 서민 전용 물량을 대폭 늘린 것은 1차 펀드의 판매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1차 상품에서는 전체 판매액의 20%인 1200억원을 서민 전용으로 배정했지만 실제 서민 판매액은 전체의 약 35%까지 올라갔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2차 펀드에서 서민과 청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물량을 확대했다. 다만 1차 펀드에 이미 투자한 사람은 2차 펀드에 가입할 수 없다. 1차 상품 가입을 위해 계좌를 개설했더라도 실제 투자금을 납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2차 펀드 가입이 가능하다. 세제 혜택도 적용된다. 국민참여성장펀드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에 대해 최대 18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배당소득에는 최대 5년간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세제 지원을 받으려면 국민참여성장펀드만 투자할 수 있는 전용계좌를 이용해야 한다. 가입 대상은 만 19세 이상이거나 만 15세 이상 근로소득자다. 전용계좌의 연간 투자 한도는 1억원이며 5년간 누적으로는 최대 2억원까지 가능하다. 최소 가입금액은 판매사가 0원에서 100만원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한다. 장기간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점은 가입 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만기가 5년인 환매금지형 상품으로,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5년 동안 중도 환매할 수 없다. 모집된 국민 자금은 정부 재정과 결합해 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 3개 공모운용사가 국민으로부터 모은 6000억원에 후순위 재정지원금 1200억원을 더해 총 7200억원을 마련한다. 이 자금은 실제 투자를 맡는 자펀드 운용사에 출자된다. 자펀드 운용사는 10개사가 참여한다. 자금 규모에 따라 1200억원씩 투자받는 대형 자펀드 2개, 800억원 규모의 중형 자펀드 4개, 400억원 규모의 소형 자펀드 4개로 구성된다. 국민이 직접 가입하는 공모펀드는 3개로 나뉘지만 투자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 3개 공모펀드가 모두 10개 자펀드가 운용하는 동일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입자가 어느 공모펀드를 선택하더라도 실질적인 투자 대상과 수익률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GDP 0.6%’보다 눈에 띈 GNI 3.1%...“국민소득 4만달러 가능성”

한국 경제가 생산과 소득 양쪽에서 회복세를 이어갔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6% 성장한데 이어 국민이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1% 증가했다. 기업 실적 개선이 가계와 정부의 소득 증가로 이어질 기반이 마련되면서 하반기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NI는 전 분기보다 3.1% 증가했다. 실질 GDP 성장률인 0.6%보다 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교역조건이 개선된 데다 실질 무역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GNI 증가를 이끌었다. 특히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실질 GNI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2분기 증가율은 15.6%로 1988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명목 국민소득 역시 크게 확대됐다. 2분기 명목 GNI는 전 분기보다 8.8% 증가했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13조7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감소했지만 명목 GDP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국민소득은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 부문에서 창출된 소득인 총영업잉여는 전 분기보다 18.5% 증가해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화용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은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총영업잉여 증가는 성과급, 배당금 등 가계소득 증가로 나타나고 법인세,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정부소득도 증가하며 시차를 두고 내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현금배당이 하반기부터 기업소득의 가계·정부 이전을 본격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배당금은 가계소득으로, 배당소득세는 정부소득으로 각각 연결되면서 기업 실적 개선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GDP 성장에서는 수출과 민간소비가 나란히 힘을 보탰다.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반등한 뒤 2분기에도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1.3% 증가했다. 수입도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0.7% 늘었지만 수출 증가 폭이 더 컸다. 이에 따라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로 집계됐다. 내수 역시 성장에 기여했다. 민간소비가 0.4% 늘었고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3.4% 증가했다. 두 부문의 성장 기여도를 중심으로 내수는 전체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정부 소비는 0.1%, 설비투자는 0.2% 각각 증가했다. 명목 GDP 증가폭은 실질 성장률보다 컸다. 2분기 명목 GDP는 전 분기 대비 9.2%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4%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79년 3분기 이후 4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은 성장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장은 올해 남은 기간 분기별 성장률이 평균 0.2~0.3% 정도를 유지하면 연간 3.3% 성장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달러 기준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김 부장은 “연간으로 명목 GNI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환율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언급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시장에 미리 정해진 답은 없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정부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고금리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 증가 등을 거론하며,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금리와 가계부채가 주택시장에 미칠 충격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판단이다. 정책은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지금 시장에서 확인되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재 주택시장에서는 규제강화가 수요의 방향을 바꾸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과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고가주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자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강남·서초의 거래가 둔화하는 사이 성북·중랑 등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에서는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가 주택 수요의 편중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추가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까지 올린 상황에서 대출을 많이 보유한 가계일수록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경매와 급매물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담보가치 변동에 민감한 다세대 주택은 금리 부담이 커질수록 대출 부실 위험도 빠르게 높아진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목 역시 주택가격 전망과는 별개로 금융안정 차원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 리스크를 주택시장 전체의 방향과 어떻게 연결해서 볼 것인가다. 금리 상승으로 일부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주택가격의 급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택가격은 공급 여건과 소득, 집값에 대한 기대, 인구와 일자리의 이동, 전월세 가격, 대출 규제의 강도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올라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매수세가 버틸 수 있고, 반대로 금리가 낮더라도 경기와 고용이 급격히 악화되면 거래가 얼어붙을 수 있다. 금리의 수준과 주택가격 사이에는 여러 변수가 놓여 있다는 의미다. 공공의 주택 매입 확대가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저가 주택을 확보해 공공임대로 활용한다면 주거 안전망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이 정책을 실제로 작동시킬 구체적인 기준이다. 어떤 주택을, 어느 가격에, 얼마나 매입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정부가 시장의 가격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하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잡으면 정작 필요한 시점에 매입할 주택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만큼, 어떤 가격에 어디까지 사들일지부터 명확히 정해둬야 한다. 이런 원칙은 주택 매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세금과 대출 규제 역시 예측 가능한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이 위축되면 다시 완화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의 정책보다 다음 조치를 먼저 계산하기 마련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쌓이면 정책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는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 늘 존재한다. 시장의 방향을 바꾸려는 정책은 그만큼의 반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흐름을 대신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정부를 믿고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정책의 힘은 경고의 강도에 있지 않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서울을 떠나라고?”...광화문에 선 1만5000명 금융노동자들 [이슈+]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 노동조합도 금융감독기구와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재고해 달라는 탄원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금융권 핵심 기관의 이전 여부를 둘러싼 노정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국책은행 지방 이전 추진 중단을 비롯한 노동 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이른바 3대 국책은행 노조원을 중심으로 약 1만5000명이 모인 것으로 경찰은 비공식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붉은색 머리띠와 노란색 종이 모자 등을 착용하고 '지방이전 저지', '실질임금 인상쟁취', '주 4.5일제 도입'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 본사 이전 문제 외에도 주 4.5일제 도입과 청년 채용 확대, 정년 연장, 실질임금 보장, 제도 개선 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본사 이전 과정에서 노조와 사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양민호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금융노조가 제시한 핵심 요구가 모두 6가지라며 근로시간 단축과 청년 고용 확대, 본사 이전에 대한 사전 합의, 정년 연장, 실질임금 보장,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 노동자들이 높은 영업 실적 압박과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언급하며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한편 지방 이전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사전 공지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노조의 요구에 힘을 보탰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이용우 의원과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용우 의원은 주 4.5일제 도입 요구에 지지 의사를 밝히며 조합원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형동 의원은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국회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노조의 파업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노조는 지난달 12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6.05%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총파업을 확정했다. 같은 달 28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파업 계획을 구체화했으며, 향후 노사 교섭 상황에 따라 추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금융감독원 노조 역시 같은 날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금감원 내부 구성원 1720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감독원과 금융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길 경우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 금융감독기구가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야 정보 교류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상우 위원장은 “금감원과 금융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할 경우 금융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소비자와 감독기관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벌어질 경우 피해 대응에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노조는 특히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 인프라가 지난 20여년간 금융중심지 정책과 함께 구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 관련 기관을 지방으로 분산하면 기존 금융 생태계의 연결성이 약해질 수 있고, 여의도 금융중심지와 용산 업무지구를 연계해 글로벌 금융·비즈니스 거점을 만들겠다는 정책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력 유출 가능성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금감원 노조가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서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만 40세 미만 직원 757명 가운데 609명(80.4%)이 이탈 의향을 나타냈다. 전문인력의 경우에도 변호사는 172명 중 147명(85.5%), 회계사는 361명 중 285명(78.9%), 석·박사 인력은 310명 중 203명(65.5%)이 이탈 의사를 밝혔다. 금융소비자와의 접근성 문제도 거론했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연간 금융 민원 80만여건 가운데 8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금감원을 직접 찾는 민원도 연간 3468건에 이른다. 기관이 지방으로 이동하면 소비자와 감독기관 사이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방 이전 자체를 통한 균형발전보다는 지역 금융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재투자 평가 등에 인센티브를 확대해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지역 기여를 끌어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계획을 내놓으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추진 방향'에서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을 내년 상반기 이전 대상으로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연내 후속 발표 과정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와 금감원 노조를 중심으로 금융 관련 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한 반발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가 반대 표명을 넘어 총파업과 탄원서 제출 등 실력 행사에 나선 만큼 정부의 이전 구상과 금융권의 대응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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