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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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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대한항공-삼성 금융 5사, 밋밋한 MOU 뒤 숨은 ‘초대형 빅딜’ 있을까

국내 최대 항공 그룹과 1등 금융 그룹이 다가올 '메가 캐리어(초대형 통합 항공사)' 시대를 앞두고 전면적인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겉으로는 '미래 신 수익원 발굴'과 '고객 혜택 강화'를 내세운 원론적인 양해 각서(MOU) 체결이지만 시장에서는 예사로운 움직임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번 동맹이 굳건했던 대한항공 신용 카드 시장의 독점 구도를 깨는 것을 시작으로 자사 앱 생태계 융합, 수조 원대 B2B 항공 금융의 일원화, 나아가 양 그룹 간 지분 교환으로 이어질 초대형 빅딜의 신호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18일 대한항공은 한진칼·아시아나항공·진에어 등 계열사와 함께 삼성금융네트웍스 산하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5개사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양 그룹 핵심 계열사 9곳의 대표이사가 총출동했다. 양측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이번 협약에는 △대한항공 혜택 탑재 신규 제휴카드 출시 △삼성 통합 앱 '모니모(monimo)' 내 대한항공 서비스 탑재 △핀테크·인공지능(AI) 에이전트(Agent)·디지털 자산 등 신기술 접목 △항공 테마 금융상품 및 기체 보험 프로그램 개발 △VIP 프리미엄 서비스 교차 제공 등이 담겼다. 특히 양사는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시너지 창출과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아예 '공동 태스크 포스(TF)'를 즉각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흔들리는 '현대카드 PLCC 독점'…막 오르는 마일리지 카드 전쟁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신용 카드 업계다. 현재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적립 기반 상업자 표시 신용 카드(PLCC) 시장은 현대카드가 단독 제휴를 맺고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흥행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이날 삼성금융네트웍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 혜택을 담은 제휴카드를 새롭게 출시하겠다"고 명문화하며 등판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현대카드와의 단독 파트너십이 축소 혹은 종료 수순을 밟게 될지, 아니면 삼성카드에서 새로운 형태의 마일리지 적립 기반 PLCC 대항마를 내놓아 복수 체제로 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니모 탑재·디지털 자산 결합…수조원대 '기체 보험·리스 금융' 싹쓸이 관측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야심작인 통합 플랫폼 '모니모'와의 결합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모니모에 대한항공의 주요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하는 한편,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대기업 협약문에 '디지털 자산'과 'AI 에이전트' 등 신 기술 적용을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마일리지 통합 과정에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플랫폼 기술이 개입하거나 항공 마일리지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증권(STO) 등으로 유동화하는 파격적인 핀테크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금융네트웍스 관계자는 “금융과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 간의 협업으로 고객들은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와 혜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삼성금융네트웍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캐리어에 걸맞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개인 고객(B2C) 마케팅보다 더 큰 판은 거대 자본이 오가는 '기업 금융(B2B)'에 있다. 양측은 '항공·운송 산업 안전 관리 보험 프로그램 개발'을 공식화했다. 조만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결합체인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진에어'가 출범하면 이들이 굴리는 항공기 기체 보험·배상 책임 보험 규모는 현재보다 대폭 불어난다. 때문에 향후 막대해질 기단의 B2B 보험 주관사를 삼성화재로 일원화하려는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 테이블에 앉은 것도 차후 신규 항공기 도입 시 수반되는 수조 원 규모의 '항공 리스 금융'을 삼성 금융 관계사들이 주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주사 '한진칼' 이례적 등판…마케팅 넘어 '자본 혈맹' 가나 재계가 이번 MOU를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는 대목은 한진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인 지주사 '한진칼'이 직접 계약 당사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제휴 상품 출시라면 대한항공과 삼성카드 실무선에서 마무리될 일이다. 더욱이 올해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합병으로 법인 소멸을 목전에 둔 아시아나항공까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양 그룹 9개 핵심 계열사가 공동 TF까지 가동한 것을 두고 이번 협약이 향후 합작 법인(JV) 설립이나 양 그룹 간 상호 지분 교환 등 이른바 '혈맹' 수준의 자본 제휴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경영권 안정과 메가 캐리어 안착을 위해 든든한 우군이 필요한 한진과, 미래 성장 동력이 절실한 삼성금융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번 협약이 향후 합작 법인(JV) 설립 또는 양 그룹 간 상호 지분 교환 등 이른바 '혈맹' 수준의 자본 제휴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큰 틀에서 업무 협약을 맺은 단계일 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양측이 9개 계열사 수장을 한자리에 모아 공동 TF까지 출범시킨 데다 삼성금융네트웍스 측이 '제휴 카드 출시'와 '모니모 연동' 등을 선제적으로 못 박은 만큼, 이른 시일 내 관련 업계 판을 뒤흔들 굵직한 결과물들이 연이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모니모에서 항공권 사고 AI가 자산 관리”…한진그룹-삼성금융, ‘초대형 메가 동맹’ 결성

대한민국 항공과 금융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18일 국내 1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 한진그룹 4개사(대한항공·한진칼·아시아나항공·진에어)와 최고의 신뢰성·디지털 역량을 갖춘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등삼성금융네트웍스 5개사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양 진영을 대표하는 9개사 최고 경영자(CEO)들이 총 출동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양사가 가진 압도적 인프라의 '유기적 융합'이다. 우선 삼성금융의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monimo)'에 대한항공의 주요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플랫폼 연동을 시작으로 양사의 방대한 멤버십을 결합하고, 여기에 △핀테크 △디지털 자산 △AI 에이전트 등 차세대 혁신 기술을 얹어 새로운 차원의 고객 경험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업의 특수성을 살린 공동 신사업도 전방위로 전개된다. B2C 영역에서는 대한항공의 혜택을 극대화한 '신규 제휴 카드'를 선도적으로 출시하며 두 브랜드의 프리미엄 자산을 결합해 VIP 고객 타깃 하이엔드 서비스를 선보인다. 또한 항공 산업 테마에 특화된 혁신 금융 상품 기획은 물론, B2B 영역의 항공·운송업 리스크에 최적화된 안전 관리 보험 프로그램까지 다각적인 협업이 예고돼 있다. 양사는 지속적인 시너지 창출과 구체적 협력 아이템 발굴을 주도할 상설 '공동 태스크 포스(TF)'를 즉각 구성해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기민하게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 캐리어에 걸맞은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고객에게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금융 측 역시 “금융과 항공을 대표하는 기업 간 협업으로 고객은 더욱 차별화된 혜택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융합 시너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동 하늘길도 정상화…항공업계, ‘유가 급락·항로 단축’ 겹호재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결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확전 우려로 꽉 막혀 있던 중동 영공이 전면 개방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요동치던 국제 유가마저 빠르게 하향 안정화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는 비행 시간 단축과 유류비 절감이라는 '초대형 겹호재'를 맞아 화려한 비상 채비를 하고 있다. ◇뚝 떨어진 항공유 가격…7월 유류 할증료 두 달 새 최대 22만 원 인하 17일 에너지 정보 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2일 마감 기준) 전 세계 평균 항공유 가격은 전주 대비 5.1% 하락한 배럴당 138.86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 배럴당 200달러를 훌쩍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진정세다. 유가 급락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항공 운임 하락으로 직결됐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전쟁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해 유가가 폭등했던 시기가 반영된 지난 5월(적용 유가 평균 배럴당 214.71달러)에는 최고 수준인 '33단계'가 적용돼 편도 기준 최대 할증료 56만4000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유가 하락세가 반영되기 시작한 6월에는 27단계(최대 45만1500원)로 꺾였고, 온전한 진정세가 반영된 오는 7월(적용 유가 평균 배럴당 142.09달러)에는 19단계로 대폭 낮아진다. 부과 금액은 최소 4만6400원에서 최대 34만4000원으로 불과 두 달 만에 승객 1인당 최대 22만 원의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운임 저항선이 크게 낮아지면서 폭발적인 여객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공 개방'에 노선 확장 랠리…LCC 업계, 유럽 등 장거리 공략에 '숨통' 종전 합의로 중동 영공 통과 제한이 전면 해제되면서 항공사들은 포성을 피해 1~2시간씩 먼 길을 돌아가야 했던 우회항로 대신 최단 거리 직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비용 압박에서 벗어난 글로벌 항공사들은 공격적인 노선 확장 랠리에 돌입했다. 전쟁으로 억눌렸던 여객과 화물 운송 수요의 거대한 '펜트업(Pent-up)'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후 재건 인프라 사업 및 비즈니스 여객 증가와 연계된 중동 노선 선점을 위한 전 세계 항공사들의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호재는 수익성 한계에 직면했던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에게 극적인 반전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국내 LCC들이 주력 노선인 동남아시아의 치안 문제와 무안공항 참사 이후 불거진 운항 안정성 논란 등으로 탑승객 증가율이 1%(대형사는 5% 증가)에 그치는 정체를 겪었다. 이에 주요 LCC들은 포화 상태인 단거리 노선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광동체기를 잇달아 도입하며 장거리 노선으로 영토를 확장해 왔다. 특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노선을 이관받은 티웨이항공 등은 유럽 중장거리 하늘길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장거리 비행일수록 유류비 부담이 막대하지만 이번 유가 급락과 영공 개방에 따른 직항로 복원으로 LCC들의 장거리 운항 원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대형사 대비 강력한 운임 경쟁력을 무기로 억눌린 여행 수요를 빨아들이며 장거리 노선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본 중동 산유국 생산시설이 다시 정상 가동되고, 물류망이 정상화 되는데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은 국제 유가 하락 영향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겠으나, 점진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운영비 감소, 여행 심리 회복 등 실적 개선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품은 '메가 캐리어' 대한항공, 재무 리스크 털고 시너지 '폭발' 거시적 호재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는 단연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이뤄낸 국적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이 꼽힌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편입을 완료하며 국제 여객 점유율 50% 내외를 확보하고 여객·화물기 290여 대를 운영하는 '메가 캐리어'로 거듭났다. 그러나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뼈아픈 성장통도 따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공격적인 신형기 리스 도입으로 인해 순차입금이 작년 3분기 기준 약 15조 원으로 치솟았고, 기재 감가상각비 증가와 LCC 자회사 부진 등으로 연결 영업이익률이 일시 하락(5.1%)한 상태였다. 한신평은 “유류비 비중이 높고 차입금 규모가 커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내재해 있다"고 짚은 바 있다. 그러나 전체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30% 내외)을 차지하는 '연료 유류비'가 이번 호재로 대폭 삭감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유가 폭락과 영공 개방이 대한항공의 가장 큰 리스크인 '원가 및 재무 부담'을 단숨에 털어낼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가 내리긴 했지만 비상경영 체제가 곧바로 해제되진 않을 것이어서 아직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비싼 미사일 대신 AI가 부딪힌다”…LIG D&A-니어스랩 대 드론 요격 체계, 글로벌 방공 시장 정조준

수만 달러에 불과한 소형 드론이 수백만 달러짜리 지대공 미사일 방어망을 위협하는 현대전의 '비대칭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K-방산을 대표하는 체계 종합 명가와 최고 수준의 AI 자율 비행 스타트업이 뭉쳤다.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efense&Aerospace, 이하 LIG D&A)는 자율 비행 유도 기술 기반의 드론 AI 기업 '니어스랩'과 손잡고 실전형 대드론 하드킬(Hard-kill) 솔루션 고도화에 나선다. 13일 LIG D&A는 제2 판교 하우스에서 신익현 LIG D&A 대표와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요격 드론 분야 사업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지난 2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 열린 ADEX 2025에서 하드킬 체계를 공동 전시해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고, 이번 협약을 통해 본격적인 무기체계 공동 개발과 글로벌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융합에 돌입한다. ◇전파 교란 뚫고 오는 적 드론, AI 기반 '초고속 직충돌'로 잡는다 초기 대드론 방어는 전파 교란이나 스푸핑 같은 전자전 중심의 소프트 킬 방식에 의존했다. 그러나 최근 전장에 투입되는 자율비행 공격 드론은 외부 통신이나 위성 항법 장치(GPS) 없이 자체 비전 AI로 지형을 인식해 침투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방어가 어렵다. 결국 요격체가 표적에 직접 충돌해 형태를 완전히 파괴하는 물리적 '하드킬' 방식이 최후의 방어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LIG D&A는 자사가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세계적 수준의 레이더 탐지·지휘 통제(C4ISR) 인프라에 니어스랩의 AI 요격 드론 '카이든(KAiDEN)'을 플러그 인(Plug-in) 방식으로 이식하는 '개방형 혁신'을 택했다. 카이든은 최고 시속 250km의 기동력으로 전술 무인기를 속도에서 압도한다. 표적 반경 1km 내에 진입하면 전면에 장착된 비전 AI가 활성화돼 스스로 표적을 식별하고, 적 드론의 회피 기동까지 예측해 순수 운동 에너지로 직접 충돌하는 지능화된 킬 체인을 구현한다. 실제로 최근 군 시범 시험에서 카이든은 시속 60km로 비행하는 고정익 드론을 완벽히 격추하며 실전 능력을 입증했다. ◇170억 방사청 신속 시범 사업 정조준… 육·해·공 아우르는 라인 업 확장 양사 협력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방위사업청이 주도하는 총 170억 원 규모의 '대 드론 하드 킬 근접 방호 체계 신속 시범 사업' 수주다. 단 2년 안에 직충돌 전용 요격 드론을 개발하고 실전 운용성을 입증해야 하는 강도 높은 프로젝트다. 수많은 비행체 중 적 드론만 정확히 식별해 교전을 지휘하는 LIG D&A의 고도화된 체계 종합 역량과, 민간 상업 시장에서 검증된 니어스랩의 신속한 소프트웨어 중심 무인기 설계 역량이 결합된 이 컨소시엄은 수주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사는 이번 사업을 교두보 삼아 전차·장갑차 상부에 장착하는 '차량 탑재형'과 해상 극한 환경을 견디는 '함정 탑재형', 보병 휴대형 등 다목적 파생형 플랫폼으로 개발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26조 원 글로벌 시장 공략…중동 사막부터 북미 대륙까지 패키지 수출 글로벌 대드론(C-UAS) 시장은 연평균 25.8% 폭발적으로 성장해 2035년 약 190억6000만 달러(한화 약 26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양사의 시선 역시 궁극적으로 이 거대한 글로벌 무대를 향해 있다. LIG D&A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시장에서 조 단위 수출 대박을 터뜨린 '천궁-II'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 기존 대형 플랫폼에 니어스랩의 저비용 AI 요격 드론을 묶어 '다층 방공 패키지' 형태로 제안할 방침이다. 값비싼 미사일 소모에 부담을 느끼는 해외 고객국들에게 촘촘한 하층 방어망을 함께 제공하는 강력한 맞춤형 수출 전략이다.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진출 시너지도 크다. 니어스랩의 무인기 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에 중국산 기술을 철저히 배제한 독자적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미국의 까다로운 안보 심사 기준을 충족한다. 여기에 올해 초 미국 현지 독자 법인을 설립하고 유도 로켓 '비궁'으로 미 국방부 시험(FCT)을 전발 명중 통과한 LIG D&A의 굳건한 영업망이 더해지면 미군 획득망 진입도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될 수 있다. ◇“단순 하청은 끝났다"… 2000억 상생기금으로 K-방산 생태계 혁신 이번 파트너십은 K-방산 생태계가 기존의 수직적 하도급 구조를 탈피하고 대기업과 딥테크 혁신 스타트업이 수평적으로 연대하는 '상생 협력'의 최고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깊다. 이를 증명하듯 LIG D&A는 이번 MOU 직후 방산업계 최초로 전담 최고위급 조직인 '상생추진단'을 신설하고, 올해 총 2000억 원 규모의 파격적인 대규모 상생 기금 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저금리 무역금융(1600억 원) 및 예금 지원(300억 원)은 물론, 대규모 해외 수출 사업 성공 시 막대한 영업 이익의 일부를 부품 협력사와 현금 인센티브로 공유하는 '수출 사업 성과 공유제(30억 원)'까지 방산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유망 스타트업을 1차원적인 하청업체가 아닌 글로벌 공동 진출의 '핵심 파트너'로 대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신익현 LIG D&A 대표는 “올해 새로운 사명과 함께 종합 항공우주·방산 기업으로 도약하는 LIG D&A의 여정에 니어스랩과의 협력은 미래 성장을 가속할 혁신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통합방공망 시장에서 대드론 요격 분야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대한민국 방산의 주역인 LIG D&A와 글로벌 공동 전선을 구축하게 되어 책임감이 크다"며, “LIG D&A의 통합방공망에 니어스랩의 AI 요격드론 역량을 더해, 실전형 통합 대드론 솔루션을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철도 ‘운명 공동체’ 선언…현대로템, 1500억 풀고 생태계 대전환 이끈다

대한민국 철도 산업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출혈 경쟁과 수입산 저가 부품의 공세라는 내수 시장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의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도약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이에 완성차 체계 결합 기업인 현대로템이 대규모 상생협력 프로젝트를 전격 가동했다. ◇“함께 숲을 이룬다"…1500억 유동성 수혈·860억 R&D 지원 12일 현대로템은 전날 경남 창원특례시 창원 공장에서 '2026 현대로템 레일 솔루션 상생 협력 컨퍼런스'를 열고 중소 부품 협력사들을 '운명 공동체'로 규정하며 역대급 자금 지원과 기술 이전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종양 국민의힘 의원 등 지역구 국회의원과 50개 핵심 협력사 관계자, 현대로템 임직원 등이 대거 참석해 철도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논의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최근 고속철 최초 해외 수출에 이어 베트남 메트로 시장 진출이라는 값진 결실은 현대로템과 협력사가 함께 맺은 것"이라며 “글로벌 철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모든 철도산업 구성원들이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결속해야 한다"고 상생 의지를 천명했다. 현대로템은 협력사의 가장 큰 고충인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기존 700억 원 수준이던 동반 성장 펀드 규모를 올해 총 15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려 금리 감면을 돕는다. 또한 신한은행, 한국수출입은행과 상생 금융 협약을 맺고 무역 금융과 보증, 우대 금리를 지원해 협력사의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에 든든한 금융 우산을 편다. 미래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R&D 투자액은 과거 연평균 280억 원 수준에서 860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 아울러 올해 6500명 이상의 협력사 임직원에게 품질·생산 직무부터 AI 활용,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등 맞춤형 기술 교육을 전액 무상 제공하고 자체 보안 진단과 보안 라이선스 배포 등 전문 컨설팅으로 핵심 기술 유출을 최전선에서 차단할 방침이다. ◇생태계 위협하는 중국산 부품…현장선 “수명 주기 비용 따지는 '종심제' 시급" 현대로템이 전례 없는 규모의 상생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벼랑 끝에 몰린 국내 공공 조달 시장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공공 철도차량 조달 시장에 만연한 '최저가 낙찰제'는 1단계 기술 점수만 넘기면 오직 단가만을 낮춘 업체가 수주를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극단적인 출혈 경쟁 속에 원가 절감을 위한 저가 중국산 철도 부품 수입액은 2018년 약 4206만 달러에서 2023년 약 6887만 달러로 5년 만에 63.8% 폭증하며 전체 부품 수입액의 46%를 잠식했다. 검증되지 않은 저품질 부품의 범람은 최근 수도권 광역 전동차 고장 사태 등 시민 안전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50개 부품 협력사 대표들은 이날 현장에서 생존을 위한 호소에 나섰다. 이들은 검증된 기술 도입을 위한 입찰 참가 자격 조건 강화와 기술력 중심의 입찰 평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단순한 초기 도입 가격이 아니라, 열차의 30년 수명 주기 동안 발생하는 생애 주기 비용(LCC)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합 심사 낙찰제(종심제)'로 패러다임을 당장 전환해야 한다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다. ◇국산화율 90% 달성한 'K-철도 원팀', 세계 무대 질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대로템과 협력사가 30년 넘게 이어온 끈질긴 기술 결속은 찬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대국민 영업 운행에 돌입한 시속 320km급 신형 고속열차 'KTX-청룡(EMU-320)'은 경제성 등의 이유를 제외한 전체 부품의 90% 이상을 순수 국내 기술로 채우며 사실상 완전한 '기술 주권'을 증명했다. 탄탄해진 밸류체인을 무기로 현대로템은 중소 파트너사들과 'K-철도 원팀(Korea One Team)'을 꾸려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LA 메트로 전동차 사업(약 8845억 원)에서는 아예 현지에 전장품 조립 공장(HRSEA)을 세워 국내 협력사들을 동반 진출시켰고, 호주 퀸즐랜드(약 1조 2164억 원) 사업에서도 상생 진출의 활로를 뚫었다. 특히 K-철도 125년 역사상 최초의 고속철 수출인 우즈베키스탄(2700억 원) 사업과, 향후 1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베트남 북남 고속철도의 핵심 교두보가 될 호찌민 메트로 2호선(4910억 원) 턴키 수주는 대한민국 철도 기술의 우수성과 촘촘한 공급망의 위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쾌거로 평가받는다. ◇5조 규모 'KTX 대폐차' 골든 타임…생태계 살릴 국가적 결단 필요 글로벌 도약을 앞둔 K-철도 생태계의 명운을 가를 최대 분수령은 향후 수년 내 다가올 약 5조 원 규모의 'KTX-I 대폐차(노후 열차 전면 교체)' 사업이다. 2004년 도입된 1세대 KTX 46대가 설계 수명(30년) 도래로 교체가 시급하지만, 21조 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코레일의 독자적 자금 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일반 광역철도와 달리 고속열차 전면 교체에 대한 국비 지원의 법적 근거가 부족해 관련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철도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허성무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창원 성산구)은 “차량 한 편에 들어가는 수천 개의 부품 하나하나에 협력기업의 기술과 땀이 배어 있다"며 “앞으로 추진될 KTX-I 대폐차 사업이 국내 기술과 부품 생태계를 지키고 키우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입찰 제도 개선과 철도 산업 지원 입법을 상임위에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김종양 국회의원(국민의힘, 창원 의창구) 역시 “나무는 혼자서 숲을 이루지 못하듯, 현대로템과 협력사들은 함께 숲을 이루고 있다"며 K-철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당적 지원을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5조 원 규모의 이 거대 내수 프로젝트가 구태의연한 최저가 입찰로 저가 외산 부품사들의 배를 불리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엄격한 종심제를 통해 국내 300여 개 토종 협력사들의 생태계에 투명하게 재투자돼야만 이로써 확보된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메가 인프라 수주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협력사는 현대로템의 중요한 동반자이자 철도산업 경쟁력의 핵심축"이라며 “앞으로도 상생협력 문화를 전방위로 확대해 K-철도가 세계 시장을 온전히 선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인터뷰] 최인욱 두산 WPC장 “韓 맞춤형 AI 관제로 K-풍력 생태계 굳건히 수호하겠다”

지난 8일 본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동 소재 '두산 윈드 파워 센터(Wind Power Center, 이하 WPC)'를 찾았다. 이곳에서 최인욱 WPC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 사업에 대해 설명했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365일 24시간 끊김 없는 모니터링을 통해 고객의 발전 수익을 방어하려면 교대 근무가 필수일 텐데, 현재 WPC에 상주하는 데이터 과학자·엔지니어 인력은 몇 명 규모이며 어떤 체계로 운용되는가. ▲총 11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 중 6명이 주·야간 교대 근무를 서며 24시간 관제 체계를 가동 중이다. 연내 3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풍력발전기는 기상 조건에 따라 야간에 자체적으로 일시 정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WPC에서 원격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즉각 재가동시켜 고객의 발전 수익 손실을 적극 방어하고 있다. -국산화 비율(LCR) 우대 제도가 철회되면서 중국 등 외산 터빈 업체의 저가 공세가 거세다. 이 시점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창원이 아닌 제주도에 국내 최초 통합 관제 센터인 WPC를 구축한 궁극적인 목적과 O&M을 넘어 창출해 줄 실질적인 '경제적 부가 가치'는 무엇인가. ▲제주도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FI)'로서 신재생에너지의 상징성이 가장 크다. 초기 센터 설립 결정 당시 해상 풍력 단지와 관제 센터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홍보 루트로 제주가 낙점됐다. 우수한 현지 인력을 채용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WPC가 O&M을 넘어 기업에 창출해 줄 실질적 부가 가치는 고장 정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가동률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민간 발전 사업자들은 '경제성'을 따진다. WPC의 윈드 링크 예지 보전 솔루션을 적용했을 때 기존 사후 수리 방식 대비 운영 지출(OpEx)과 균등화 발전 단가(LCOE)를 얼마나 낮출 수 있으며, 어떤 장기 수익 모델로 연결되는가. ▲구체적인 절감 수치를 단언하긴 이르지만, 핵심 타깃은 '정비 시간 최소화'와 '계절 맞춤형 정비'다. 북해 등 유럽과 달리 한국은 봄, 가을, 겨울에 바람이 집중되고 여름에는 발전량이 크게 낮아지는 '한철 장사' 특성이 있다. WPC의 데이터 판단을 통해 바람이 불지 않는 여름에 선제적으로 정비를 마치고, 바람이 강한 계절에 발전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전략이 경제성을 높이는 무기다. -제주 지역 발전 사업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빈번한 '강제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다. WPC가 전력 거래소의 준중앙 급전 제도에 맞춰 가상 발전소(VPP)의 앵커 자산으로 기능할 때 사업자의 수익 손실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가. ▲강제 급전 지시로 인한 물리적 수익 감소를 직접 보전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력거래소의 수요 예측에 맞춰 발전량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고 이행하느냐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주어진다. WPC는 이 예측 오차율을 최소화해 사업자가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받고 페널티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향후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특구 지정 등과 맞물려 WPC가 발전사를 대리해 전력 시장에 직접 입찰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고도화된 '에너지 애그리게이터(전력 중개 사업자)'로 도약할 청사진도 갖고 있는가. ▲크게 두 가지 모델을 준비 중이다. 단지 환경에 특화된 '발전량 예측 모델'과 하루 전 및 실시간(15분 전) 전력 시장에서 최고가로 입찰하는 '입찰 최적화 모델'이다. 현재 두산그룹 내부에서 이를 활발히 실증하고 있다. 이 솔루션들이 안착하면 향후 VPP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겠지만, 사업화 여부는 현재 사내에서 면밀히 검토 중이다. -베스타스·지멘스 가메사 등 방대한 스케일과 자본을 가진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맞붙었을 때, 복잡한 한국 전력망·급전 제도에 최적화된 두산 WPC만의 '경제적 현지화 우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유럽은 전력 계통망이 안정적이고 보장 제도가 잘 돼 있지만, 한국은 실시간 급전 지시와 출력 제어가 빈번하다. 이런 변동성 높은 환경에서는 훨씬 더 짧은 시간에 가장 낮은 오차율로 정밀하게 타기팅해 대응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복잡한 한국 계통망 특성에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반응하는 제어 기술력을 안정화하는 것이 WPC만의 핵심 우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해외 부품망에 의존하는 경쟁사 대비 창원 본사와 연계한 신속한 부품 조달이 발전 사업자에게 수리비와 시간 측면에서 어떤 압도적 이점을 주는가. ▲컨버터나 기어박스 등 핵심 대형 부품에 결함이 생기면 외산 업체는 해외 수급과 해상 운송에만 최소 2~3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은 창원 공장의 인프라를 통해 한 달 내 조달이 가능하다. 다운타임(가동 중단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압도적 이점이다. 올해는 설치와 운송 물류를 전담하는 T&I(Transport & Installation) 특화 조직도 신설해 효율을 한층 높였다. -관제실이 치명적 결함을 예측해도 현재 국내에는 투입할 선박(SOV, WTIV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수리가 지연되는 타임 랙 리스크와 경제적 손실을 어떻게 방어할 계획인가. ▲중장비 없이 가능한 부품 수리는 각 단지가 상시 보유한 소형 선박으로 즉시 조치한다. 대형 크레인이 투입돼야 하는 결함의 경우, WPC가 AI 기반으로 3~6개월 전에 고장 징후를 선제 예측한다. 이 예측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매니저(PM)와 T&I 팀이 사전에 대형 선박 스케줄을 홀딩(예약)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타임 랙 리스크를 방어하고 있다. -글로벌 풍력 시장 패러다임이 하드웨어 제조에서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로 이동 중이다. WPC 구축이 저렴한 외산 터빈으로 넘어가려는 발전 사업자들의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효과'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가. ▲가장 강력한 방어막은 결국 '발전량 극대화'다. 다난류, 계절풍 등 한국 고유의 가혹한 기후에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맞춤 설계된 국산 터빈에 WPC의 최적화된 정비 솔루션이 결합하면 외산보다 압도적인 발전량을 낼 수 있다. 나아가 선진사 수준 이상의 투명한 프리미엄 정보 공유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락인 효과를 이끌어낼 것이다. -향후 윈드링크 플랫폼을 베스타스의 'Vx+'처럼 타사 터빈의 SCADA까지 수용하는 '개방형 SaaS 생태계'로 확장할 비전이 있는가. ▲현재로서는 플랫폼 개방 계획이 없다. 지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국산 기자재를 구매했을 때 WPC의 강력한 유지보수 서비스가 결합해 창출해 내는 압도적인 시너지를 고객사에 입증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타사 터빈을 플랫폼에 수용하는 것은 독보적인 자사 레퍼런스가 충분히 축적된 이후의 과제다. -전력망 포화에 직면한 제주도라는 공간이 WPC의 전력 신사업 실증에 있어 어떤 핵심 테스트 베드 가치를 제공하는가.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침투율이 워낙 높아 육지보다 강제 출력 제어(급전 지시)가 압도적으로 자주 발생한다. 또한 국내 최초의 실시간 전력 입찰 시장도 제주에서 실증 중이다. 이처럼 시시각각 급변하는 계통망 포화 이슈 속에서 시스템이 얼마나 즉각적이고 안정적으로 반응하는지 극한으로 테스트하기에 제주도만큼 완벽한 무대는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1만 기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킨다. 80여 기 수준을 관리하는 WPC가 데이터 절대량 부족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차별화 포인트는 질적 고도화다. 방대한 해외 데이터가 한국 환경에 100% 통용되지는 않는다. 한국은 고온 다습한 저풍속, 건조한 강풍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복잡한 환경에서의 '정상 작동 패턴'을 집중적으로 학습해 예외 징후를 추출한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 전사가 보유한 뛰어난 AI 에이전트 역량을 결합, 단순 시계열 데이터를 넘어 정비 이력까지 종합 판단해 데이터 양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2025년 상업 운전에 들어간 제주 한림 해상 풍력(100MW)이 WPC 관제망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 자산 편입이 창출해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어떤 획기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가. ▲두산그룹 전체 관점에서는 일부일지 모르나, 풍력 사업 부문만 놓고 보면 엄청난 전환점이다. 기존 누적 공급량이 348MW 수준인데단일 프로젝트로 100MW가 편입되면서 WPC의 관리 용량이 단숨에 30%가량 점프하는 거대한 스케일 업(Scale-up)이다. WPC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글로벌 선도 기업들을 바짝 추격할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WPC 역시 단순 고장 방지를 넘어 단지의 총수익 자체를 극대화하는 금융 공학적 제어 단계까지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인가. ▲그렇다. 그것이 WPC의 궁극적 지향점인 '어셋(Asset·자산) 관리 모델'이다. 현재 발전량 예측 모델과 입찰 최적화 모델을 융합해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향후 수개월 치의 기상과 고장 확률을 연계해 고객사에게 “언제 어떻게 입찰해야 최대 총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제안하는 종합 솔루션으로 진화할 것이다. -센서 기술이나 예지보전 AI 고도화를 위해 국내 IT 벤처나 데이터 과학 전문 기관 등 외부 기업과 적극 협력할 계획이 있는가. ▲풍력 관제 데이터는 아직 쌓이기 시작한 소중한 핵심 자산이라 당장 외부로 API를 개방하는 것에는 신중하다. 다행히 두산그룹 내에는 제조업 데이터 특화 AI 솔루션을 전담하는 뛰어난 AX(AI 전환)·UX 전문 조직이 있다. 현재는 자체 전담 조직의 역량을 활용해 플랫폼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으며, 향후 자산 규모가 획기적으로 커지면 외부 협력도 검토할 예정이다. -해킹이나 랜섬웨어 등으로 중앙 통신망이 마비될 경우에 대비한 관제-제어망 분리 조치와 무중단 백업 프로토콜은 어떻게 설계돼 있는가. ▲해킹으로 통신망이 끊기더라도 현장의 터빈 내부에는 독자적인 로컬 제어 프로토콜(PLC·OT 영역)이 작동하고 있어 오작동이 원천 차단된다. 또한 단지 자체는 폐쇄적인 하드 와이어링 기반으로 구축돼 있으며 두산 클라우드를 통해 이중 백업을 진행한다. 아울러 한전KDN,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국가 기관과 컨소시엄을 맺고 해상 풍력 사이버 보안의 국가 표준 가이드 라인을 세우는 국책 과제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2030년 100조 원 규모로 커질 대한민국 해상 풍력 시장에서 해외 자본의 파상 공세에 맞서 WPC가 국내 풍력 생태계를 수호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어떤 위상으로 우뚝 서길 바라는지 포부를 밝힌다면. ▲포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해외의 방대한 범용 데이터로는 결코 짚어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복잡한 지형과 환경 요인에 완벽히 특화된 국내 1위의 예측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다. 둘째, WPC의 뛰어난 분석 결과를 고객이 직관적이고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UI 플랫폼을 혁신하는 것이다. 셋째, 치열하게 축적한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고객사와 학계 등 국내 산업 생태계에 아낌없이 전파해, K-풍력의 체급을 견인하는 진정한 '교육과 혁신의 허브'로 우뚝 서겠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4초에 1바퀴, 바람의 맥박 짚는다”…제주 두산윈드파워센터, K-풍력 생태계의 컨트롤타워 [현장]

지난 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동 소재 '두산 윈드 파워 센터(Wind Power Center, 이하 WPC)'를 찾았다. 작년 9월 3일 정식 개소한 WPC는 연면적 496.34㎡(약 150평), 지상 2층 규모로 구축된 국내 풍력 발전기 제조사 최초의 통합 컨트롤 타워다. 국내에 풍력발전기를 공급한 제조사 중 원격 기술 지원을 위한 이 같은 대규모 통합 컨트롤타워를 자체 마련한 것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처음이다. 당시 개소식에서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역시 “국내 최초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선 제주에 두산윈드파워센터를 개소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의 바람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국내 풍력 생태계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의의를 밝힌 바 있다. 센터 관제실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전면 스크린 위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예지 보전 플랫폼 '윈드링크(WindLink)'의 대시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전국에 흩어진 발전 단지의 터빈 상태가 카드 형태로 배열돼 있었고, 초록색(정상 발전), 주황색(정비·점검 및 터빈 가동 준비), 빨간색(에러 알람)으로 상태가 명확히 구분돼 있었다. WPC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운영∙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전국 모든 풍력 발전기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제어하는 핵심 관제소다. 상태 확인 외에도 운영 이력과 축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도화된 분석 기능을 갖춰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탐지하고 고장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실시간 제어를 통해 풍력 발전기의 효율과 가동률을 극대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운영은 물론 발전량 증가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 풍력 사업에 뛰어든 이래 제주 탐라(30MW), 전북 서남해(60MW), 제주 한림(100MW) 등에 총 347.5MW 규모의 풍력 발전기를 공급해 왔다. 오늘날 이러한 컨트롤 타워와 독보적인 공급 실적을 갖추기까지는 20년에 걸친 두산그룹의 뚝심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풍력 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 주도의 소규모 육상 풍력과 실증 사업 위주로 조성됐으나 기술력 부족과 낮은 경제성 탓에 한계가 뚜렷했다. 2000년대 들어 시장 활성화 바람을 타고 여러 대기업이 앞다투어 풍력 발전기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외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척박한 환경 속에서 대부분 수익성 악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사업을 철수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묵묵히 투자를 지속하며 기술 내재화와 국내 부품사와의 동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았다. 그 결과 사업 초기 30% 수준에 불과했던 부품 국산화율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마침내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한 '기술 자립'을 달성했다. 특히 두산은 사업 초기부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상 풍력 사업에 매진했다. 2010년 3MW 모델 개발을 신호탄으로, 국내 최초 해상 풍력 사업인 30MW급 제주 탐라 해상 풍력(2017년 준공)과 60MW급 전북 서남해 해상풍력(2020년 준공)에 차례로 해상 풍력 발전기를 공급했다. 나아가 지난해 하반기 완공된 국내 최대 규모 100MW급 제주 한림 해상 풍력에는 5.56MW 해상 풍력 발전기 18기를 대거 투입하며 사실상 국내에 설치된 대부분의 해상풍력 단지에 국산 발전기를 세우는 압도적인 최다 실적을 굳혔다. WPC는 이 중 장기 유지·보수(O&M) 계약을 맺은 전국 80여 기의 풍력 터빈을 24시간 365일 원격 모니터링한다. 제주도에 설치된 40기의 두산 터빈 중 38기가 이곳의 통제를 받는다. 1층 홍보 부스에는 3MW급 초기 모델부터 최근 고정 입찰제 시장에 투입될 초대형 8MW·10MW급 모델의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최인욱 두산 윈드 파워 센터장(수석)은 두산 터빈의 최대 강점으로 한국 기후에 최적화된 특수 설계를 꼽았다. 최 센터장은 “유럽과 달리 한국은 연평균 풍속은 낮지만 태풍과 국지성 난류가 잦은 극한의 환경"이라며 “두산의 터빈은 저풍속 구간에서 바람을 최대한 맞도록 날개를 늘리면서도 강한 난류와 극한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구조적 뼈대를 튼튼하게 보강한 '터빈 클래스 S(Special)' 모델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풍력 발전기의 진정한 경쟁력은 제품 사양만큼이나 설치 지역의 환경적 여건과 직결된다. 1년 중 40% 이상 초속 11m가 넘는 강풍이 불어 정격출력을 내기 쉬운 유럽은 터빈의 정격 용량 자체를 키우는 편이 유리하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정격 풍속 이상 바람이 부는 날이 연중 17% 수준에 불과하고 연평균 풍속도 초속 7m 안팎에 머무는 전형적인 '저풍속 영역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에 착안해 저풍속 환경에서도 더 많은 발전량을 낼 수 있도록 타사 동급 모델 대비 로터(Rotor) 직경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아시아 시장에서 최적의 경제성과 발전 효율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 최신 10MW급 모델은 블레이드(날개) 1개 길이만 100m가 넘고 회전 직경이 205m에 달한다. 거대한 블레이드는 양력을 받아 분당 최고 15바퀴(15 RPM), 즉 4초에 한 바퀴를 도는 맹렬한 속도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타워 내부에는 2~3명의 엔지니어와 공구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최대 하중 300kg급 리프트가 설치돼 있고 10MW급 초대형 모델의 나셀 상부에는 유럽 IEC 규격에 맞춘 헬기 인명 구조용 랜딩 존(호이스팅 존)까지 갖춰져 있다. 나아가 자체 개발한 이 10MW 해상 풍력 발전기는 지난 7월 국제인증까지 성공적으로 취득하며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거대한 설비가 바다 한가운데서 제 몫을 다하려면 준공 후 20~25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이고 원활한 유지보수가 필수적이다. 자체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핵심 부품의 대다수를 국내 공급망에서 조달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부품 수급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외산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수리가 가능하다. 디지털 솔루션을 통한 예지 정비 서비스와 WPC의 상시 즉각 대응 원칙이 시너지를 발휘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단지에 대해 당초 약속한 '계약 가동률' 이상의 뛰어난 성과를 빈틈없이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터빈 하드웨어에 정밀한 디지털 관제 솔루션을 덧입힌 WPC는 외산 업체의 공세 속에서 K-풍력 생태계를 사수하는 최전선이다. 견고한 하드웨어 기술 자립과 WPC라는 디지털 무기까지 장착한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 기조 속에 풍력사업 '연 수주 1조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주와 매출 증대를 이뤄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 해외 시장 진출까지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제품 라인업 강화를 통해 고객사에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며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하나로 융합된다면 국내 풍력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K-풍력'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규빈의 경영 Scope] 영업현금 -5884억·부채비율 440%…LIG D&A의 ‘계산된 돈맥경화’

LIG넥스원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 간판을 'LIG D&A(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로 바꿔 달았다. K-방산 4대장 중 하나인 LIG D&A는 사명 변경 당시 우주항공과 글로벌 방위산업체로의 담대한 도약을 선언했다. 그런 만큼 이 회사의 재무 상태는 격동기를 맞았다. ◇PGM과 '수출'의 쌍끌이…'영업이익률 14.6%' 쾌거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IG D&A는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1679억원, 영업이익 171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8.7%, 영업이익 56.1% 급증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외형 성장보다 매서운 것은 '수익성의 질적 개선'이다. 지난해 1분기 12.1%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14.6%로 뛰었다. 비결은 1분기 매출의 59.0%(6890억 원)를 차지한 정밀타격(PGM) 부문의 호조, 그리고 내수 대비 마진이 월등히 높은 수출의 폭발적 증가에 있다. 과거 관급사업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LIG D&A의 올 1분기 수출액은 377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2.3%를 차지했다. 2024년 23.6%, 2025년 19.9%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체질 변화다. 사우디아라비아(약 4조3000억원)와 이라크(약 3조7000억원) 등으로 수출된 대규모 천궁-II(M-SAM)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되면서 고수익 수출이 전사 이익을 강하게 견인하는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부채비율 440%의 역설…부채 절반 이상이 '착한 빚' 눈부신 실적을 뒤로 하고 LIG D&A의 재무상태표를 열어보면, 올 1분기 말 기준 총부채는 6조8480억원, 자본 총계는 1조556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40.11%에 달하는 것을 볼 수 다. 일반적인 제조업이라면 당장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방위산업 특유의 회계 기준이 만든 '착시 효과'다. 부채의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전체 부채의 54.4%인 3조7272억원이 '유동계약부채'로 묶여 있다. 계약 부채란 방위사업청이나 해외 발주처로부터 무기 제작을 위해 미리 받은 '선수금' 성격이다. 이는 금융 기관에 이자를 내야 하는 악성 채무가 아니라 향후 무기를 제작해 인도하면 고스란히 매출로 치환되는 확정된 미래 수익이어서 '착한 부채'로 통한다. 오히려 재무적으로 면밀히 살펴야 할 부분은 이자발생 부채의 증가다. 유동 차입금 8629억원과 비유동 차입금 5931억 원을 합친 실질적 차입금 규모는 약 1조4560억원으로 전년 말 8588억 원 대비 급격히 늘었다. 다만, 1분기 금융 원가 약 91억원 대비 영업이익 규모를 감안할 때 이자 보상 배율은 약 18배에 달해 채무 상환 능력 자체에는 여전히 파란 불이 켜져 있다는 분석이다. ◇이익 났는데 현금은 -5884억 원 이번 1분기 보고서에서 시장이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점은 바로 '현금 흐름표'다. LIG D&A는 13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 5884억원이라는 막대한 순유출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45억원가량 악화됐다.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역시 작년 말 기준 1252억원에서 올 1분기 말 150억원으로 급감했다. 돈을 쓸어 담고 있다는데 현금 창고가 빈 이유는 소위 '흑자기업의 돈맥경화' 현상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무기를 생산하며 발생한 '운전 자본(Working Capital)의 증가'다. 작년 말 재무 상태표의 '유동 계약 자산' 계정에는 1조7068억원이 기록돼 있는데 올 1분기 말엔 1조5637억원으로 3개월 만에 4930억원이나 늘었다. 방산업체는 투입된 원가에 비례해 수익을 인식하는 투입법을 쓴다. 계약자산이란 회사가 원자재를 사고 공장을 돌려 회계상 매출로는 올렸지만 아직 발주처와 약정한 청구 마일스톤에 도달하지 못해 대금을 받지 못한 '미청구 공사대금'을 뜻한다. 다시 말해 무기를 만들기 위해 부품값과 인건비로 현금은 먼저 쏟아붓고 있는데 정작 대금 수금은 나중에 이루어지는 시차 때문에 현금 흐름이 꼬인 것이다. 실제로 영업 현금 흐름 세부내역을 보면 '매출 채권 및 계약 자산의 증가'로 무려 3957억원의 현금이 장부에 묶였고, 협력사 결제 등으로 '매입채무'가 1733억원 줄어들며 현금 유출을 가속화했다. ◇외부 수혈로 지은 공장과 美 진출…25조원 잔고가 쥔 '빅 픽처' 영업에서 묶인 막대한 운전자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LIG D&A는 대규모 외부자금 조달 카드를 꺼내 들었다. 1분기 재무활동 현금 흐름은 5842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을 2662억원 늘려 급한 불을 끄고, 지난 2월에는 공모시장에서 3391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대규모 장기 실탄을 확보했다. 이렇게 끌어모은 빚은 미래를 향한 천문학적 자본 투자의 밑거름이다. 1분기 투자 활동 현금 흐름은 -1066억원으로, 구미 퓨처 파크2 등 생산시설 인프라 선행 확보(총 예상 4236억원)와 김천 2공장 유도 무기 조립장 구축(총 예상 1126억원) 등 K-방산 르네상스를 소화하기 위한 굵직한 설비투자(CapEx)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지배구조 개편도 눈여겨봐야 한다. 2024년 인수한 미국 사족보행 로봇 기업 고스트 로보틱스(Ghost Robotics)를 품은 데 이어 올 2월에는 아예 미국 현지 지배회사 격인 'LIG 디펜스아메리카스'와 'LIG 디펜스U.S.'를 잇달아 100% 자회사로 신규 설립했다. 우주항공과 융합된 첨단 무기체계를 들고 세계 1위 방산시장인 미국 본토의 심장부로 진격하겠다는 강력한 포석이다. 다만, 고스트 로보틱스 인수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동반 매각청구권 등을 부여하며 발행한 교환사채(EB)와 관련해 61억원의 파생상품 부채가 계상돼 있는 점은 향후 고스트 로보틱스의 상장(IPO) 여부와 연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필요로 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조류충돌·동체착륙 대응 ‘실전처럼’…국토부, 조종사 훈련·심사 전면개편

여객 항공기 성능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항공사고의 대부분이 조종사의 상황 인식 오류 등 '인적 요인'에서 발생하자 정부가 국적항공사 조종사들의 훈련·심사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사전 각본에 맞춘 과거의 요건 위주 훈련에서 벗어나 조종사의 실제 위기대응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량 기반 훈련' 체계가 국내 항공 규정에 본격 도입된다. 아울러 이착륙 과정에서 버드 스트라이킹(Bird Striking: 비행기 동체와 조류(새)의 충돌 현상)이나 랜딩기어 고장에 따른 동체착륙 등 예측불가능한 비상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조종사 필수 이수과목으로 법제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적 항공사 조종사 훈련·심사 체계 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이달 발주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편에 들어간 것으로 10일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토부가 조종사 훈련 체계에 대수술의 칼을 빼든 배경에는 급변하는 항공운항 환경이 있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항공기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기체 결함보다는 복잡한 시스템 상황 속에서 조종사의 의사결정 미비나 인적 오류(Human Error)에 의한 사고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짜인 고정 시나리오 중심의 훈련(Task Based Training)만으로는 현대 운항 환경에서 발생하는 예측불가능한 돌발사고를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비롯해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주요 항공 선진국들은 조종사 훈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역량기반훈련평가(CBTA, Competency-Based Training and Assessment)' 도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CBTA는 조종사 개인별 취약점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대응 능력 위주로 맞춤형 훈련을 진행하는 선진교육 방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극한의 비정상 상황에 대한 훈련 의무화다. 현재 국토부 고시로 운영 중인 '고정익 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 기준'에는 조종사들의 기량 심사와 비행 훈련 기준이 엄격히 규정돼 있으나 일부 치명적인 비정상 상황에 대한 명시적 훈련 과목은 누락돼 있다. 이에 국토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랜딩기어 고장에 따른 동체착륙 △조류 충돌 △이륙 시 모든 엔진 고장 △착륙 시 모든 엔진 고장 등 4대 비정상 상황을 '운항기술기준' 내 필수 훈련과목으로 명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갓 자격을 취득한 훈련 경험 부족의 '초기 부기장'의 운항 경험 훈련(OE, Operating Experience)과 관련해서도 유자격 부기장 동승 탑승 등 세부 근거를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이번 조종사 훈련체계 개편은 올해 3월 단행된 항공 안전망 강화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월 25일 '고정익 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기준'을 개정해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시스템 장착 기준을 상향하고, 저시정 운항·비행장 운영 최저치 설정에 관한 기준을 최신 ICAO 기준에 맞춰 구체화하는 등 하드웨어와 시스템 중심의 안전 규정을 대폭 정비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선제적으로 도입한 비정상 자세 예방·회복 훈련(UPRT, Upset Prevention And Recovery Training)과 증거 기반 훈련(EBT, Evidence-Based Therapy)에 이어 이번 CBTA 체계의 전면 도입을 통해 이를 직접 운용하는 조종사의 역량까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8000만원을 투입해 향후 5개월간 연구를 진행하며, 연말까지 ICAO 기준(DOC9868/9995)에 부합하는 CBTA 국내 승인·운영 절차와 정부 운항자격심사관 심사표를 새롭게 마련해 운항기술기준 개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성능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조종사의 훈련 시스템도 '절차 암기'에서 '실전 위기 대처 능력' 위주로 진화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 용역을 거쳐 새로운 운항기술기준 개정안이 확정·시행되면 국적 항공사들의 안전 경쟁력이 한층 높아져 국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인터뷰] 태평양 황호성 전문 위원 “K-방산 수출 지속 가능성, 선제 리스크 방어에서 찾아야”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소재 법무법인 태평양의 본사 25층 세미나실에서는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 주최로 '항공·우주·방산 분야 수출 통제 이슈와 기업의 대응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 직후 무역안보관리원·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세미나를 총괄한 황호성 태평양 수출입규제대응센터장(전문 위원), 방위사업청 방산수출심의위원을 역임한 최다미 변호사, 김지이나 변호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 최전선에서 뛰는 이들은 K-방산 생태계의 실상과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간극에 대해 뼈있는 진단을 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답변자는 각자 성에 따라 황, 김, 최로 구분) ― 자문 현장에서 수출 통제 리스크를 간과해 다 된 계약이 엎어지거나 글로벌 페널티를 맞을 뻔한 아찔한 위기 사례가 자주 발생하나? 방산업계가 간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 사전 단계에서 철저히 체크해야 하는데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통제 대상 품목임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덜컥 수출 계약부터 체결하는 경우가 가장 뼈아픈 문제다. 나중에 이를 뒤늦게 인지하게 되면 허가가 안 나와 상대국에 제품을 넘기지도 못하고, 막대한 글로벌 위약금 때문에 마음대로 해지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로펌을 찾아오는 경우가 꽤 있다. ▲(최) 방위사업청의 '예비 수출 승인' 제도를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방사청으로부터 예비 승인을 받고 나면 '본허가'가 무조건 나올 것이라 굳게 믿고 깊은 검토 없이 계약부터 무리하게 추진하는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그사이 세계 정세가 급변하거나 해당 기술이 국익상 민감하다고 재판단돼 본허가가 전격 반려되는 사태가 발생해 기업들이 당혹스러워하곤 한다. ▲(황) 실무적으로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곤혹스러워하는 진짜 뇌관은 미국의 '수출 통제(EAR/ITAR)'다. 미국의 규제 산식 자체가 극도로 복잡할뿐더러, 한국 제도가 아닌 타국의 법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개입해 도와주거나 가이드해 줄 채널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 오롯이 스스로 돌파하고 입증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다. ― 체계 종합 업체(대기업)와 달리, 방산 생태계를 이루는 중소 협력사들은 수출통제 개념조차 희박하다. 하위 업체의 부품 하나가 발목을 잡는 '공급망 연쇄 리스크' 실태와 취약성은? ▲(황) 정확한 지적이다. 체계 업체들은 본인들이 다루는 무기 체계가 '주요 방산 물자'로 명확히 지정돼 있어 자연스럽게 제도권의 큰 틀 안에서 관리가 된다. 반면 공급망 하위에 있는 협력사들로 내려가면 본인들이 납품하는 부품이나 가공 장비가 통제 목록에 해당하는지조차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꽤 많다. 사전에 리스크를 꼼꼼히 챙기기보다는 일단 무언가 대형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수습하려는 관행도 문제될 수 다. ― 글로벌 규제가 갈수록 깐깐해지는 가운데 역외 적용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가장 예의주시해야 할 미국의 제재 타깃 변화 기조는? ▲(황) 최근 글로벌 수출 통제 제도가 가장 빠르고 촘촘하게 바뀌고 있는 핵심 타깃은 전통적인 재래식 무기 방산 자체가 아니라 바로 '반도체와 인공 지능(AI)' 분야다. 첨단 반도체 부품과 통신 센서가 항공우주와 방산 무기체계에 필수적으로 접목되다 보니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의 제재망 강화와 까다로운 규제 잣대가 방산 업계에까지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주고 있다. ― 상업용으로 수출한 이중용도 품목이 제3국을 거쳐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군사용으로 발견되는 이른바 '우회 전용' 리스크가 크다. 기업이 어디까지 실사를 해야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나? ▲(황) 수출기업이 탐정도 아니고서야 현지에 직접 날아가 구매자가 진짜 상업용으로만 쓰는지 일일이 심문한 뒤에 수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국과 실무에서 요구하는 현실적 기준은 '기업이 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충분한 확인(Due Diligence) 절차를 거쳤느냐'다. 최종 사용자 증명서(EUC)를 철저히 챙기고, 의심스러운 징후가 없는지 점검하는 등 기업이 할 도리를 다했다는 '문서화된 증빙'을 명확히 남겨야 한다. 이 전제 조건만 충족됐다면 이후 수입자의 무단 전용이나 고의적 기망으로 우려 국가로 넘어갔더라도 원 수출 기업은 면책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사의 충실성과 꼼꼼한 문서화가 수출 기업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 평소 수많은 기업을 만날 텐데, 사내 컴플라이언스를 구축할 때 행정 지연이나 가이드라인 부재 등 '정부나 제도가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이나 불만은 무엇인가? ▲(황) 의외일 수 있지만 방산·항공우주 기업들은 우리 정부의 수출 통제 제도 자체를 원망하거나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 이 첨단 물자와 기술이 테러 단체나 우려 국가로 흘러갔을 때의 안보적 파장과 통제의 당위성을 기업들 스스로 너무나 잘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진짜 고민은 불만이 아니라, '이렇게 복잡하고 엄격한 글로벌 규제 틀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위법 리스크를 피하고 합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출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 구체적인 실무 해법을 찾는 데 온전히 집중돼 있다. ― 강력한 통제 권한을 가진 미국 등 선진국 기업과 비교할 때, 한국 방산 기업들의 전반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 수준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시급히 보완해야 할 내부 인프라는? ▲(황) 기업마다 처한 환경과 자원 규모가 워낙 달라 일률적으로 특정 점수를 매기긴 조심스럽다. 다만 컴플라이언스의 필요성에 대한 경영진과 실무진의 '인지도와 실행 의지' 측면에서만 본다면 미국을 10점으로 뒀을 때 한국은 7~8점 수준까지는 충분히 올라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실행의 영역은 다르다.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은 거듭 강조하지만 '사전 예방 중심의 문화' 정착이다. 사건이 터진 뒤에 법무팀이 혼자 수습하기에는 어려워진다. 제품 R&D 기획과 계약 논의의 가장 초기 단계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수출 통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매핑하고 방어하는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글로벌 스탠다드에 완벽히 부합할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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