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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장혜원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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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시가 18.7%↑… 보유세 압박에 강남 ‘매물 변수’ 확대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면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동결됐지만 지난해 집값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서울 핵심 지역의 세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은 현실화율 69%를 유지한 채 시세 변동분만 반영됐음에도 전국 평균 9.16%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18.67% 올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내 핵심 지역의 상승 폭은 더욱 컸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4.7%에 달했고 성동·용산·양천·동작 등 한강 인접 자치구 역시 평균 23.13% 상승했다. 현실화율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공시가격 자체가 크게 뛰면서 서울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실제 주요 단지에서는 세 부담 증가 폭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토부 추정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전용 84㎡)의 공시가격은 34억3600만원에서 45억6900만원으로 약 33% 상승했고, 보유세는 1829만원에서 2855만원으로 약 5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역시 공시가격이 36% 오르면서 보유세가 1858만원에서 2919만원으로 약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상승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1세대 1주택 기준 종부세 대상 주택 수는 지난해 31만7998호(2.04%)에서 올해 48만7362호(3.07%)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주택 중 종부세 대상 비중이 1년 사이 약 50%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세법이 그대로여도 핵심지 초고가 주택은 이미 '자동 증세'에 가까운 효과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상승이 단기간 집값을 끌어내리기보다는 매물 확대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공시가격 인상은 세율 조정 없이도 보유세 부담을 자연스럽게 확대시키는 구조"라며 “특히 강남3구와 한강변 고가주택 보유자는 재산세와 종부세가 동시에 늘면서 보유 비용이 빠르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 상승은 집값을 즉각적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기보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의 매도 압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세 누진 구조를 고려하면 다주택자는 수익성이 낮은 주택이나 비핵심 자산부터 정리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자 전략 측면에서는 '자산 압축'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 랩장은 “세 부담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여러 채를 유지하기보다 환금성과 가격 방어력이 높은 핵심 입지 주택 한 채로 자산을 압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정부가 비거주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시사하고 있는 만큼 핵심지 주택 매입은 실거주를 전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나 보유세 강화 같은 정책 신호가 나오면 고령층 다주택자들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고령층은 근로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보유세를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흐름 제약'이 큰 집단"이라며 “세 부담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종합부동산세 납부액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57%에 달하며 납부자 기준으로도 52%를 차지한다. 종부세 부담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박 위원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1주택자 사이에서도 주택 규모나 가격을 낮추는 '주거 다운사이징'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비거주 고가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나 전세 임대 시 간주임대료 부과 가능성 등 세제 변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산 구조를 조정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통학길에 차가 씽씽?”…반포 재건축에 50년 전통 산책로 ‘위기’

낮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저녁에는 반려견의 발걸음이 머물던 반포 플라타너스길. 50년 세월을 품은 이 쉼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일방통행 도로 계획 때문이다. '산책로를 지키려는 주민'과 '도로가 필요하다는 행정' 사이의 날 선 갈등이 숲길을 뒤덮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힐스테이트 현장 일대는 평소의 정돈된 분위기와 달랐다. 단지 외곽 담장과 게시판, 주요 길목마다 '세화고 남단 산책로 도로화 반대', '세화여중·고 앞 도로 건설 결사반대', '파괴한 나무들 즉각 복구하고 50년 넘은 플라타너스길을 보존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공고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QR코드 서명운동 안내문과 함께 구청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이 일대는 사실상 집단 반대운동의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반포3주구 재건축 단지와 래미안 퍼스티지 방향을 연결하는 약 300m 구간의 도로 계획이다. 세화고 남단 플라타너스길 일부를 활용해 일방통행 차량 도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이 계획이 단순한 교통 보완책이 아니라 통학로 훼손과 생활환경 악화,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양팔로 'X'자를 세 번이나 그려 보이며 “(도로 건설은) 절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주민들은 지금 이 공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착공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산책로의 플라타너스 나무가 사라진 모습을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감과 불안감이 크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학로인데 어떤 계획이 진행되는지 제대로 설명도 없었다"며 “이대로라면 산책로가 사라지고 차도가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흔적이 보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부 플라타너스가 잘려 나갔고, 비탈면을 따라 옹벽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사 구간이 세화고 남측 플라타너스 산책로와 맞닿아 있어, 수목이 제거된 지점 역시 해당 공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현수막에 '파괴된 나무들 즉각 복구' '도둑공사'와 같은 강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도 이런 절박감 때문으로 읽혔다. 서초구는 본지에 “반포종합운동장 진출입로 개선 공사 과정에서 차량 교행을 위한 도로 확장과 옹벽 설치가 진행되면서 산책로 내 수목 3그루를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해당 조치가 토사 유실 방지와 지반 침하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세화고 학생들의 보행 안전이다. 플라타너스길은 등하교 시간 수백 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핵심 보행 축이다. 여기에 차량 통행이 시작되면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는 '혼용 구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통 혼잡 역시 예고된 문제다. 주민들은 새 도로가 생길 경우 ▲반포3주구 입주 차량 ▲상가 이용 차량 ▲세화고 등하교 차량 ▲반포종합운동장 사거리 우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에 거주하며 학창 시절 내내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는 세화고 3학년 학생은 “이 길은 매일 친구들과 함께 오가는 통학로"라며 “차가 다니는 도로가 생기면 학생들에게 상당히 위험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세화여고 3학년 학생도 “체육 시간마다 플라타너스길을 지나 반포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한다"며 “학생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인데 이곳에 도로가 들어선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래미안 퍼스티지 127동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창밖으로 플라타너스길의 공사 상황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플라타너스 산책길을 없애고 트리니원 전용 출입구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특정 아파트 단지에 특혜를 주기 위해 학생과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도로 계획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사업의 출발점이 수년 전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 내부에서 제기된 요구였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삼성물산이 '래미안 트리니원'으로 시공하는 프로젝트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주민 설명에 따르면 2020년 5월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 게시판에 세화고 남단 일대 도로 개설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이 올라왔고, 이후 구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해당 구상이 행정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기부채납을 하는 만큼 단지 접근성을 높일 연결 도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번 도로 계획이 단순한 교통 대책을 넘어 특정 단지의 동선 개선 요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플라타너스길에서 만난 반포동 주민은 “수십년 공공산책 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절차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계획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상황을 알게 됐다"며 “행정 절차가 지나치게 불투명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포3주구 조합 측은 해당 도로가 조합 요구로 새롭게 추진된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세화고 남측 도로는 이미 아파트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계획도로로, 조합이 새로 만들자고 제안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조합 정비계획에 포함된 의무 사업도 아니지만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구청 인허가를 전제로 조합이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당초 폭 8m 양방향 도로 계획을 수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구 관계자는 “수목 보존과 산책로 유지라는 주민 요구를 반영해 일방통행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며 “래미안 퍼스티지 솔마을 인근의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회전교차로 설치를 포함한 절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햤다. 당초 2022년 교통영향평가에서는 폭 8m, 연장 약 300m의 양방향 도로가 반영됐으나, 주민들의 수목 보존과 산책로 유지 요구를 고려해 현재 폭 5m, 1개 차로의 일방통행 도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구는 “일방통행으로 전환할 경우 보도가 확장되고 차량 상충 위험이 줄어 보행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과속방지턱과 표지판 설치 등 교통안전 시설과 속도 저감 대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세화고 남단 도로 일방통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용역' 협력업체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새 도로를 완전히 신설하는 사업이라기보다 세화고 남단 기존 구간을 포함한 일대 교통체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검토하는 절차다. 재건축 이후 늘어날 차량을 감당하기 위해 인근 도로의 흐름을 다시 짜려는 것이다.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세화고 남단 도로 논란과 관련해 “해당 도로는 조합이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도시계획에 반영된 계획도로"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도로로 조합 정비계획에 따른 의무 사업은 아니지만,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구청 인허가를 전제로 조합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협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초 양방향 도로 계획이었지만 인근 주민 민원을 반영해 일방통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교통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합은 공사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직접적인 수혜는 없는 상황이라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절차는 일방통행 전환 시 교통 흐름과 문제점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서초구도 세화고 뒤 산책로 일대 도로 개설 계획과 관련해 해당 사업이 신반포로 일대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우회도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구에 따르면 해당 노선은 신반포로에서 반포3주구와 세화고 사이를 통과해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한 것으로, 서울시가 2002년 고시한 '반포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폭 20m 계획도로로 반영돼 있었다. 이후 반포1·2·4주구, 반포3주구, 래미안 원베일리 등 인근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교통 수요가 증가했지만 세화고 앞 구간은 학교 건물로 인해 차로 확장이 어려워 병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보완 대책으로 교통영향평가에 해당 도로 개설이 포함됐다. 반포 일대에서 재건축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이에 따라 교통 혼잡도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결국 기존의 도로망을 개편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자체 입장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꾸준한 곳"이라며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기존의 전통적인 인프라 역시 개발이 필요한데, 이는 주민과 갈등을 불러올 요소가 크다.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주민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강남3구·용산 이어 강동도 하락 전환…서울 집값 상승세 6주째 둔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6주 연속 둔화하는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이어 강동구까지 하락 전환했다. 반면 전세시장은 역세권과 대단지 중심 수요가 이어지며 오름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3월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지난주 상승률 0.09%보다 0.01%포인트 줄어들며 2월 첫째 주 이후 6주 연속 오름폭이 축소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올라 전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일부 단지에서 하락 매물이 출회되며 가격 조정이 이뤄졌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와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에서는 상승 거래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로는 오름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 둔화의 중심에는 강남권 약세가 있다. 강남구는 역삼·일원동 위주로 -0.13%를 기록해 지난주(-0.07%)보다 하락폭이 커졌고, 서초구도 -0.07%로 지난주(-0.01%)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송파구는 신천·잠실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0.17%를 기록해 강남3구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용산구 역시 이태원·이촌동 위주로 -0.03% 하락했다. 특히 강동구는 이번 주 -0.01%를 기록하며 새롭게 하락 전환했다. 강동구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56주 만이다. 이에 따라 서울 내 하락 지역은 기존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강동구까지 포함한 5곳으로 늘어났다. 실제 현장에서는 급매 거래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가 주말에 집을 보러 오기로 했는데, 가격 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 조정 폭도 상당하다. 강동구 일대에서는 전용 84㎡(34평형) 아파트가 지난해 거래가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 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3월 말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 강동구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다리던 매수자들이 많아 지금 시장은 완전히 '전쟁' 분위기"라며 “매도자와 매수자의 심리가 팽팽하게 맞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남권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이 인접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이 가까워질수록 강남에서 급매물이 더 많이 나오고, 이후 인접 지역에도 급매가 쌓이면서 추가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일부 단지에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매수자가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만 한 달 가까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정책 환경 역시 고가 주택 시장의 조정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집을 가지고 있으면 이익이 되지 않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투기성 비거주 1주택과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세제·금융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이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추가 규제가 등장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투기적 목적의 주택 보유를 지양하고 실거주 1주택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 세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주 시장은 서울 전체적으로는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강남권과 동남권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확산되는 반면 중저가 지역과 전세시장은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이는 '혼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시장에서는 매수와 매도가 동시에 움직이며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2일 위례신도시 아파트를 계약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송파 위례 아파트를 보고 바로 가계약금을 보냈다"며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라 서둘렀다"고 전했다. 그는 “매도자가 가격을 5000만 원 올리려 했지만, 중개사의 조정으로 3000만 원 인상선에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조정 속에서도 매수자와 매도자가 치열하게 가격 협상을 벌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해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는 강남 집값이 조정되면 외곽 지역도 연쇄적으로 따라 내려가는 '공간적 확산' 패턴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그런 흐름이 약해졌다"며 “강남 일부 지역은 조정을 받는 반면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버티는 등 시장이 지역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장을 움직이는 수요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30~40대 실수요자들이 공급 부족과 유동성 환경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주식시장 호황이나 재정 지출 확대 등 거시 환경도 주택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강남과 용산 등 일부 지역은 그동안 상승 폭이 컸고,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매매가격이 다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며 “강남 불패 같은 시장 신화에 지나치게 기대기보다는 가격 조정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아파트 담장 하나에 1000억?”…원베일리 ‘발칵’

서울 서초구 반포동 초고가 아파트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가 단지 외곽 보안문 설치를 추진하면서 관할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초구청이 최대 1000억 원 가량의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관계자는 지난 9일 작성한 '공공개방시설 및 공공보행통로 관련 이슈' 문건을 통해 서초구청의 행정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본지는 해당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서울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총연합회에 전달됐으며, 총연합회 측은 “안건이 정리되면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자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서울시의 '오픈 아파트 정책'을 근거로 관할 구청이 공동주택 단지 경계에 담장이나 보안문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담겼다. 특히 서초구청이 건축법 제75조를 근거로 원베일리의 외곽 보안문 설치 시도를 위법 행위로 판단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건은 “서초구청이 특별건축구역에서 특례를 적용받은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행위허가 신청을 일괄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보안문 설치가 강행될 경우 수백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주민들에게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또 아파트 단지가 기본적으로 사유지이자 주거침입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위요지'에 해당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부인이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 범위를 벗어나 출입 통제를 인식하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단지 내부에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함께 제시됐다. 또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허가기준을 충족할 경우 지자체는 행위허가를 해야 하며, 단순히 사업시행계획 인가 조건이나 지구단위계획을 이유로 행위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인용됐다. 입대의 관계자는 본지에 “서초구청 설명 과정에서 100억 원 수준을 안내받았다는 주민도 있고 많게는 1000억 원까지 거론됐다는 얘기를 들은 주민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서초구청이 이행강제금을 단지 전체 면적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입대의가 추진하는 것은 단지 전체 구조 변경이 아니라 출입 게이트 설치에 불과한 만큼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측은 본지에 “행정처분에는 원상복구 명령, 건축물대장 위반건축물 등재에 따른 각종 행위허가 제한, 건축 이행강제금 부과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억 원대 이행강제금 부과'와 관련해서는 “공동주택관리과에서 구체적인 이행강제금 액수를 안내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제재 방안 중 하나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원베일리 측에 보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건축법 제75조 적용 여부다. 해당 조항은 특별건축구역에서 건축 기준 특례를 적용받아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사용승인 이후에도 건축물의 형태·재료·색채 등 원형을 유지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원베일리가 재건축 과정에서 공공보행통로와 공공개방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건축 인센티브를 받은 특별건축구역 단지라는 점을 들어 보안문 설치가 원형 유지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입대의는 보안문 설치가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입대의 측은 공공보행통로 이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단지 주거 공간 출입만 제한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실제 입대의가 의뢰한 법률 자문에서도 유사한 의견이 제시됐다. 법무법인 텍스트는 자문 의견서에서 “펜스 설치는 건축물 외부 디자인이나 형태·색채 등을 변경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공공보행통로 이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건축법 제75조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원베일리는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의 '특별건축구역' 특례를 적용받은 단지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상 도시 디자인 개선이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일반 건축 기준을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시설 제공이나 보행 공간 개방 등을 요구하는 제도다. 원베일리는 재건축 당시 공공보행통로와 커뮤니티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인동거리 완화 등 건축 특례를 적용받았다. 이에 따라 단지 내에는 스카이브릿지 카페, 북카페, 독서실, 창업지원시설 등 총 13개의 공공개방시설이 조성됐으며 외부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오픈 아파트' 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도시 속에서 폐쇄적인 '섬'처럼 형성되는 것을 막고, 보행 동선과 공공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최근 한강 관광객과 방문객 유입이 늘면서 단지 내부가 사실상 관광 동선처럼 이용된다는 입주민 불만이 커지면서 사유재산권과 도시 공공성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외부 방문객 증가로 생활 불편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원베일리 단지 현장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지금은 날씨가 추워 단지가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날이 풀리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한강 나들이를 나온 외지인들이 단지 안으로 들어와 벤치나 놀이터에 앉아 한참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락을 꺼내 나눠 먹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밤늦게까지 머무르다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결국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구립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한 입주민은 “서울 외곽 아파트들도 대부분 설치하는 보안문을 왜 우리는 할 수 없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단지에서는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커피컵을 들고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외지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거나 공용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단지 외곽공공보행통로를 따라 산책하던 외부인들이 단지 내부 커뮤니티 시설등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실제 이번 갈등이 특히 원베일리에서 크게 불거진 데에는 단지의 입지와 시설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베일리는 한강공원과 세빛섬, 고속터미널 일대 상업지와 맞닿아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단지 내 스카이브릿지 카페 등 공공개방시설이 조성되면서 외부 방문객 유입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베일리가 반포 일대 대표 고가 아파트로 주목받으면서 사실상 '관광 동선'처럼 소비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방문객들이 단지를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개방시설 가운데 이용률이 높은 스카이11·스카이9 카페 관계자는 “외부 방문객과 입주민 이용 비율이 대략 5대5 정도"라고 말했다. 카페 내부는 평일 오후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과거 사회적기업 스터디 모임 차원에서 공공개방시설을 팀을 짜서 둘러봤다는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원베일리가 공공개방시설 랜드마크처럼 알려지면서 단체 방문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시설 운영 수익이 제3자가 가져가는 구조라면 입주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공공개방 공간을 둘러싼 갈등은 서울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디에이치 아너힐즈, 서울숲 트리마제, 마곡 엠밸리 등에서도 외부 방문객 증가와 단지 보안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공공기여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사회적으로 약속한 부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맞다. 다만 외부 이용으로 인한 불편이 있다면 시설을 폐쇄하기보다 관리 강화나 운영 방식 조정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개방 여부를 넘어 현실적인 타협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외부 이용으로 발생하는 관리비를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거나, 예약제·시간제 방식의 '소프트 개방'을 도입하는 방안, 외부인 이용료를 받아 관리비로 환원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개방시설 운영 기준을 마련해 외부인 이용료 징수, 개방 시간 제한, 사고 책임 분담 등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고금리 ‘비싼 빚’에 LH 주택 공급, ‘빨간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 부담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떠받치는 핵심 기관인 LH가 최근 6%대 금리의 30년 만기 구조화 채권을 발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주택 공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LH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급전 조달이 아니라 조달 방식 다변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LH 재무구조 자체가 위험 수위에 접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공시된 LH 최근 5개년 결산서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LH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사실상 한계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LH의 영업이익은 437억 원에 그친 반면 금융원가는 7134억 원에 달해 이자보상배율은 0.05 수준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의 약 5%만 감당할 수 있는 구조다. 부채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LIO 공시에 따르면 LH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2023년 말 152조8473억원에서 2024년 말 160조1055억원으로 늘었고 2025년 3분기에는 165조2056억원까지 증가했다. LH 부채는 약 160조원 규모로 국토교통부 연간 예산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금융비용 증가도 부담 요인이다. LH 금융원가는 2021년 5634억원에서 2023년 7134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1조346억 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2025년 상반기 금융원가만도 5809억원에 달한다.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금융비용이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 분석도 비슷하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말 기준 LH 총차입금을 97조4307억원, 순차입금을 92조6079억원으로 평가했다. 부채비율은 217.7%, 차입금 의존도는 41.7% 수준이다. LH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부채는 2024년 160조 원에서 2027년 212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H 재무 부담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구조다. LH는 토지 보상과 택지 조성, 기반시설 구축, 공공임대 건설 등에 먼저 자금을 투입한 뒤 분양이나 택지 매각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전형적인 '선투입·후회수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3기 신도시 개발과 공공임대 확대 정책은 초기 투자 규모가 막대하다. 문제는 기존 수익 모델도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LH는 신도시 택지 매각 수익으로 공공임대 사업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주택 경기 둔화와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으로 민간 건설사의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공동주택용지 매각이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택지 매각이 지연될 경우 LH의 주요 현금 유입 창구가 약화되고 부족한 자금은 채권 발행이나 금융 차입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LH의 부채 관리 전략은 토지 및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주택 경기 침체로 택지 수요가 위축될 경우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감축 전략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목표 역시 충돌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LH를 공공주택 공급 확대의 핵심 실행기관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해 부채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공급 확대와 재무 긴축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LH의 재무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구조적 충돌은 실제 사업 지연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년간 LH가 사업 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공공임대·공공분양 주택은 2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미착공 물량의 약 8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사업 승인 이후 3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물량도 2만 가구를 웃돈다. 정치권에서는 LH 부채가 16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토지보상 집행이 줄어들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LH 토지보상금 집행액은 2020년 8조4470억원에서 지난해 4조22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한편 LH는 최근 구조화 채권 발행 논란과 관련해 “유동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조달 다변화 차원이며 이자율 스왑을 통해 실질 조달금리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5~2026년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최근 채권 발행은 재무 위기 상황에서 급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자금 조달 다변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LH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주택 공급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공급 확대나 사업 구조 방향을 LH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라며 “임대주택 물량이 확대되면 구조적으로 추가적인 적자 사업이 발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최근 건설 경기 상황과 관련해선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여건이 쉽지 않은 측면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지역별로 사업 상황이 다르고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LH는 건설경기 회복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약 18조 원 규모의 공사·용역 발주 계획을 수립했다. 전체 발주 물량의 약 70%가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주택 사업에 집중됐다. LH는 올해 공공주택 5만2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대규모 투자와 재무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여서 LH 재무 안정성과 공공주택 공급 정책 사이의 균형이 과제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공공주택 건설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임대주택의 경우 장기간 임대 운영 수익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LH 부채가 일정 수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LH는 부채뿐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자산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준공된 임대주택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 등 금융 구조를 활용한 재무 개선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임 교수는 “최근 건설비 상승 등으로 LH의 사업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과 함께 LH 자체적인 재무 구조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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