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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최태현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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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속도’는 둔화, ‘방향’은 그대로…주가 주도권은 소부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며 업황 정점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처럼 급격한 하강 없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가 모멘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열린 '코스닥데이' 발표에서 “메모리는 속도는 둔화됐지만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 전망치가 8000억달러 수준에서 1조달러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내년 눈높이는 1조5000억달러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시장의 우려는 과거 공식에서 나온다. 과거 D램 사이클에서는 가격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4개 분기 뒤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올해 1분기 가격이 두 배로 뛴 만큼,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내년 초 가격이 꺾인다는 결론이 나온다. 손 연구원은 “가격이 꺾이더라도 그 자체가 다운사이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근거로는 서버 중심의 수요 구조 변화를 들었다. D램 수요 중 서버 비중은 과거 30%대에서 내년 70%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추정이다. 낸드에서 기업용 SSD(eSSD)가 차지하는 비중도 20%대에서 절반 이상으로 오른다. 그는 “과거 소비자 중심 사이클과 달리 기업간거래(B2B) 사이클로 명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공급계약으로 수요 가시성이 확보되면서 급격한 다운사이클 없는 고원화된 업사이클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 가격도 기대 이상이다. 시장은 4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률을 한 자릿수 후반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10%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1분기도 두 자릿수 상승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증권가가 2.9~3달러로 보는 내년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3.5달러로 추정했다. 중국 업체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CXMT는 출하량 기준 10%, 매출 기준 8% 안팎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극자외선(EUV) 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공정 전환이 막혀 있다는 분석이다. YMTC는 미국 기업의 서버 시장에 침투하기 어렵다고 봤다. 관건은 인공지능(AI) 기업의 매출이다. 빅테크 설비투자가 늘면서 내년에는 대부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어서다. 손 연구원은 “이제는 반도체 업체가 무언가를 하기보다 AI 업체들이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짚었다. 다만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고 봤다. 오픈AI의 연간반복매출(ARR) 눈높이가 700억달러 수준까지 올라왔고, 2028년부터는 AI 기업들의 직접 구매 물량이 더해진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앞으로 모멘텀이 아닌 밸류에이션으로 움직이며 엔비디아·TSMC처럼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주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업황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게 곧 주주환원"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내년 1월 말 추가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론도 미국 정부 보조금 수령 이후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봤다. 전고점 돌파 시기로는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손 연구원은 “업황은 매우 좋지만 대형주는 가격 상승률이 둔화했고 추정치 상향 여력도 과거보다 적어졌다"며 “앞으로 상승 여력이 큰 쪽은 소부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SK하이닉스 용인 등 국내 증설 계획이 앞당겨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의 팹 가동 일정도 2030년까지 고르게 잡혀 있다. 그는 “과거 장비 업종은 2년 급등, 2년 급락을 겪으며 변동성이 컸지만 이번에는 투자가 굉장히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단기 촉매로는 이달 확정될 두 회사의 내년 설비투자 계획과 11월부터 나올 용인 관련 수주 공시를 꼽았다. 6세대 10나노급(1c) D램으로 전환하면 고사양 증착·식각 장비 수요가 늘어 테스·브이엠이 수혜를 볼 것으로 봤다. 처음 도입되는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에서는 HPSP·예스티를 꼽았다. 검사 부품도 유망 분야로 제시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주문형반도체(ASIC) 출하가 늘고,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중앙처리장치(CPU) 출하까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스트 소켓(ISC)과 HBM용 프로브카드(티에스이)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SSD는 4분기 가격 상승률이 유일하게 가속하는 분야다. 손 연구원은 컨트롤러 업체 파두에 대해 “커버리지 기업 중 향후 2년간 가장 공격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HBM 본딩 장비는 중립적으로 봤다. 적층 단수가 낮아지면 장비 한 대당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HBM 공급이 가속기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자 고객사들이 HBM 적층 단수를 낮추고 있다. 이 경우 HBM 하단의 베이스 다이가 더 많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 파운드리뿐이다. 커스텀 HBM에서는 메모리 컨트롤러 기능까지 베이스 다이로 옮겨온다. 손 연구원은 “삼성 입장에서는 턴키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상당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 흑자 전환 시점은 내년 4분기로 늦춰 잡았다. 그는 “당장의 실적보다 기술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테슬라 AI5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면 다른 빅테크의 추가 주문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밸류체인으로는 두산테스나·솔브레인·원익IPS를 제시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술이전 ‘성적표’ 받는 K바이오…“돈 버는 바이오텍이 코스닥 신뢰 회복 열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그간 맺은 기술이전 계약의 '성적표'를 받아 드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파마에 넘긴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와 추가 계약 여부가 섹터 반등을 가를 것이라는 진단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연 '코스닥데이' 제약·바이오 전망 발표에서 “작년까지는 기술이전을 다수 체결하는 섹터였지만 올해는 그 성과를 성적표로 돌려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일환으로 6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코스닥데이'를 열고 있다. 올해 제약·바이오 섹터는 악재가 잇따랐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사용료가 시장 기대치(5%)를 밑도는 2%로 공개됐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1월 실적 발표에서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도입한 파킨슨병 치료제의 개발 우선순위를 낮췄다. 엄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기술이전 파이프라인을 두고 “반은 성공하고 반은 반환되거나 중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계약 부진은 의구심을 키웠다. 엄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이 미국·유럽 빅파마와 맺은 계약은 84건이지만, 국내는 현재까지 알테오젠(4건)과 한미약품(2건)의 6건뿐이다.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로슈와 누적 약 5조원 규모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성과만으로는 섹터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하반기 들어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는 코스닥 지수보다 밑돌고 있다. 엄 연구원은 이를 뒤집어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알테오젠과 한미약품은 중국 바이오의 성장과 무관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기술이전에 성공하는 기업이 나온다면 중국과 경쟁에서 이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릭스·디앤디파마텍처럼 빅파마와 한 건의 계약을 맺은 플랫폼 기업을 주목했다. 플랫폼 기술은 여러 파트너에 반복해 팔 수 있어, 한 건만 추가해도 다수 계약을 보유한 상위 그룹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금리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성과"라고 덧붙였다. 엄 연구원은 코스닥 바이오의 높은 변동성 원인을 이익 부재에서 찾았다. 그는 “코스닥이 1150일 때나 600대일 때나 기업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시가총액이 이익 기반으로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내후년 영업이익으로 시가총액을 설명할 수 있는 회사가 나오면 지수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사례는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약물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플랫폼으로 10개 파트너사와 약 16조원 규모 계약을 맺고 31개 물질의 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피하주사는 병원에서 수십 분~수 시간 맞던 정맥주사를 수 분 만에 끝낼 수 있어 환자와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준다. 엄 연구원은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전환율이 8월 12.7%로 매달 약 2%포인트씩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매달 1%포인트씩만 올라도 2027년 30%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토대로 2028년 말까지 약 1조5000억원의 현금 유입을 예상했다. 바이오젠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한 자릿수 중반 로열티를 밝힌 만큼, 키트루다 외 계약 조건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바이오젠이 출시 전 신약부터 피하주사로 개발하는 흐름도 우호적 신호로 봤다. 시장 1위 약이 이미 피하주사로 나와 있으니, 이를 따라잡으려는 후발 신약도 처음부터 피하주사로 출시해야 한다는 논리다. 신약 개발사 중에서는 인제니아테라퓨틱스와 앱클론을 꼽았다. 인제니아의 황반변성 치료제는 머크가 약 4000명 규모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이다. 앱클론은 중국 헨리우스와 HER2 양성 위암 1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6월 시작한 글로벌 3상 결과가 내년 여름 나오고, 2028년 상업화가 예상된다. 엄 연구원은 “파트너가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시가총액이 5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데이터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 변곡점은 임상 데이터다. 보로노이는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가 점유율 99%를 차지한 EGFR 변이 폐암 시장에 도전한다. 엄 연구원은 타그리소 투약 후에도 종양이 커진 환자에서 종양이 약 50% 줄었고, 뇌 전이가 부분적으로 사라진 사례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9월 호주에서 1차 치료 환자 투약이 시작돼, 내년 1분기께 타그리소 대비 우위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타그리소는 종양을 약 50% 줄인 상태를 4개월가량 유지하는 만큼, 같은 시점의 감소 폭을 비교하면 된다는 논리다. 올릭스는 4분기 경쟁사인 앨나일람·애로우헤드가 발표할 ALK7 표적 비만 치료제 첫 임상 결과가 관건이다. 올릭스가 개발하는 짧은 간섭 RNA(siRNA)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설계도(mRNA)를 지워 생성 자체를 막는 방식이다. ALK7 표적 약물은 간·내장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유전자 치료제다. 경쟁사 결과가 긍정적이면 내년 임상에 들어가는 올릭스 후보물질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얀센에 이전한 항체약물접합체(ADC)의 1상 결과가 추가 계약의 전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새 파트너 입장에서는 앞선 계약 물질이 사람에게서 효과를 냈는지부터 확인하려 한다는 이유다. 얀센 1상 결과는 연내 확보가 기대된다. 금리도 변수다. 엄 연구원은 미국 바이오 지수가 역사적 고점 부근인 반면, 국내 바이오는 금리 민감주로 조정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바이오에는 인공지능(AI) 쏠림 속 경기방어주로 자금이 들어왔지만, 연구개발 자금을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국내 바이오텍은 금리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는 “금리 인하의 방향성과 속도가 강해지면 기회 구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빅파마 대비 우위의 임상 결과를 가진 회사만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거래소 “실질심사 상폐, 소송으로 뒤집힌 사례 없어”…시총·동전주 후속책은 ‘조만간’

법원이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부실기업 신속 퇴출'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요건과 동전주 규정에 대한 후속 조치를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실질심사를 통한 상장폐지는 소송 끝에 결론이 뒤바뀐 사례가 아직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입 문턱에서는 기술특례 상장의 평가 체계와 업종별 심사 기준을 손질해 심사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코스닥데이'를 열고 상장폐지 제도와 기술특례 상장 고도화 방향 등을 설명했다. 형식심사 상장폐지는 상장 규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다른 사정을 따지지 않고 퇴출하는 제도다. 거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첫째 유형이다. 거래량 미달이나 주식분산 미달이 여기에 해당하며, 거래소는 이런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뒤 1년간 개선 기회를 준다. 그래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한다. 최종 부도나 감사의견 거절처럼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곧바로 퇴출 절차에 들어간다. 거래소는 최근 시가총액 요건을 강화하고 동전주 요건을 새로 만들어 형식 기준 자체를 높였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이 요건에 따른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정리매매가 중단된 기업이 나왔다.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신속 퇴출이라는 정책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찬 공시부 팀장은 “후속 조치는 상장부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내부 보고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구체적인 사항을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 도입된 실질심사는 형식 기준을 교묘히 피해 가며 부실해지는 기업을 걸러내는 장치다. 횡령·배임 혐의, 주된 영업 정지 등 약 20개 사유가 있다. 오재화 상장관리부 팀장은 사유 발생이 심사를 시작하는 '방아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횡령 금액이 전액 회수되거나 영업 허가가 다시 갱신되더라도 사유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심사는 그 이후에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상장폐지 여부를 정한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와 시장위원회가 두 단계에 걸쳐 심의한다. 오 팀장은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 기업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면서도 “현재까지 소송으로 결론이 뒤바뀌어 상장폐지된 기업이 다시 살아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진입 측면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고도화가 과제로 제시됐다. 2005년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은 21년 만에 누적 300사를 넘어섰다. 기술특례 기업의 누적 시가총액은 도입 당시 약 26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거래소는 연말까지 전문평가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외부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9월에는 공청회를 열었다. 개선안의 골자는 표준 기술평가 모델의 지표를 첨단 업종에 맞게 재정비하고 평가기관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업종별 맞춤형 질적 심사 기준도 넓혀 왔다. 2019년 바이오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AI·에너지·우주항공, 올해 6월 말 첨단로봇·사이버보안·K콘텐츠가 추가됐다. 연말까지 방산 등 3개 업종이 더해진다. 상장 이후 관리도 조였다. 이석우 기술기업상장부 팀장은 “기술력과 영업실적 시현 사이에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지난 7월부터 매출액 미달·대규모 손실에 따른 상장폐지 유예를 마일스톤을 공시한 기업에만 적용하고 있다. 기술특례 기업이 상장 때 내세운 기술 분야와 무관한 사업으로 주력을 바꾸면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도록 규정도 바꿨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이재명 정부 2년차 국감 6일 개막…증인 채택부터 ‘정면충돌’

이재명 정부 2년차 국정감사가 6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상임위원회별로 진행된다. 지난해 첫 국감이 전임 정부 책임론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에는 현 정부의 1년 국정 운영 전반이 평가 대상이다. 여야는 개막을 하루 앞둔 5일까지 핵심 증인 채택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해 초반 파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정책·민생 국감'으로 규정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미래대응기금을 지방 균형발전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전·월세난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정의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는 논리로 맞설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추정 사고, 검찰청 폐지, 전월세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10대 핵심 정책 실패'로 묶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미 투자 협상, 고물가·고금리, 노란봉투법도 공세 대상에 올렸다. 가장 먼저 충돌이 예상되는 곳은 법제사법위원회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6일 대법원 국감에서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경위를 직접 밝힐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변수는 출석 방식이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서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증인 선서 후 직접 답변할지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설명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선서와 증언을 요구하고 있어 첫날부터 진통이 불가피하다. 운영위원회에서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가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배경에 김 실장의 인사 개입이 있다고 보고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출석 대상으로 거론하며 검증 범위를 넓히려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공식 인사 조직이 따로 있고 절차도 적법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레버리지 ETF 논란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증인 공방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상품 도입 결정과 투자자 손실 책임을 따지려면 김 전 실장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정무위원회가 지난 1일 각각 김 전 실장을 뺀 증인 명단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함께 요구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도 명단에서 빠졌다. 정무위에서는 김승원 전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제약사 제넨셀 주가조작 의혹도 다뤄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호남 반도체 투자를 압박했는지 확인하겠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쟁용 증인 요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합의한 사례도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출석 의사를 밝히자 지난달 29일 증인으로 채택했다. K컬처 축제 '패노메논'의 해외 상표권을 소속사 JYP가 단독 출원한 경위가 질의 대상이다. 6일 행정안전부 국감에서는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질의가 몰릴 전망이다. 중수청은 청장 없이 문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지용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검찰개혁에 반대해 온 이력을 문제 삼은 여당 강경파가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인사청문 요청안 재가가 출범 전날인 1일까지 늦어졌다. 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정원 2874명 가운데 1900명(66.1%)만 충원됐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자체 구축 전까지 경찰 시스템을 함께 써야 한다. 구속 피의자도 당분간 인근 경찰서 유치장과 교정시설에 수용한다. 162조3000억원 규모 미래대응기금도 쟁점이다. 기금 적립액을 내국세에서 제외한 뒤 교부세를 산정하면 내년 지방교부세 정률분은 기존 산식보다 약 30조5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국 63개 지자체가 반대 입장을 낸 만큼 지방 재정 악화를 둘러싼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안위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문제도 다룬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美 금리 5%에 갇힌 코스피…‘7000 안착’ 열쇠는 삼성전자 실적[주간증시]

미국 장기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코스피가 7000선 문턱에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내고 9월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지수 하단을 떠받치고 있다. 이에 오는 8일 발표되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이 7000선 안착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코스피는 0.46% 오른 7003.74에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8월 중순 이후 6500~70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수를 누르는 건 금리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3%, 30년물은 5.6%를 각각 웃돌았다. 30년물은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주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8조2402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3조782억원을 순매수했다. 김예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P500의 12개월 선행 이익수익률(5.22%)이 10년물 금리와 비슷해지며 일드갭이 0%포인트 부근까지 축소됐다"고 짚었다. '일드갭(Yield Gap)'은 주식과 국채의 기대수익률 차이를 뜻한다. 주식 투자자가 기업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과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서 받는 금리가 거의 같아졌다는 의미다. 지수 하단을 지지한 건 펀더멘털이었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542억3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510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매출총이익률(GPM)도 87%를 기록했다.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 역시 600억~630억달러로 시장 기대를 넘어섰다. 마이크론은 2027년 생산량의 75% 이상이 이미 배정됐다고 밝혔다. 국내 수출도 힘을 보탰다. 9월 수출은 1209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3.5% 늘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는 262.8% 급증한 603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월 실적 시즌에는 고금리 자체보다 이를 견딜 수 있는 이익의 유무가 업종별 성과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를 핵심(Core) 업종으로 제시했다. 시선은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으로 향한다. NH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월 초 113조1000억원에서 최근 109조5000억원으로 낮아졌다. 단기 원화 강세가 반영된 결과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견조한 수출, 마이크론 호실적은 삼성전자 실적에 긍정적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낮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익 전망 상향 조정이 재개되면 반도체 주도력이 회복되면서 코스피 7000선 돌파·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중론도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6500~7500으로 제시했다. 하락 요인으로는 삼성전자 실적 쇼크와 미국 금리 인상 확률 확대를 꼽았다. 그는 “박스권 상단 돌파를 위해서는 매크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기가 될 수 있는 변수로는 미·이란 협상 진전에 따른 유가 급락과 부진한 미국 경제지표를 지목했다. 이익 추정치 흐름도 주춤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집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락 여파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순이익 추정치는 한 주 새 808조3000억원에서 806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상향 흐름이 멈춘 것이다. 다음 주 국내 증시는 5일과 9일 휴장해 사흘만 열린다. 2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9월 고용보고서와 8일(한국시간) 공개되는 9월 FOMC 의사록도 금리 향방을 가늠할 변수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리더십은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데일카네기코리아 토크 콘서트서 해법 모색

'리더십은 타고난 자질일까, 훈련으로 길러낼 수 있는 역량일까' 오래된 질문을 두고 학계와 기업 인사(HR) 담당자, 현업 리더, 조직개발 컨설턴트가 각자 답을 내놨다. 데일카네기코리아는 지난 16일 바인그룹 빌딩에서 '2026 Carnegie Insight Forum-데일카네기코리아 리더십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리더는 만들어질 수 있는가?'다. 연사는 다섯 명이었다. Wipro의 최서윤 HR 리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김상준 교수, 삼성전자 전략기획담당 강대영 프로가 무대에 올랐다. 데일카네기코리아에서는 홍헌영 상무이사와 강보경 수석 컨설턴트가 나섰다. 객석은 기업 HR·리더십 관계자들이 채웠다. 네 세션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결론은 한 지점에서 만났다. 리더십 교육의 성패는 '무엇을 알게 됐는가'가 아니라 교육 뒤 현장에서 '무엇이 바뀌었는가'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 리더는 승진한다고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무자가 관리자가 되고, 관리자가 다시 더 큰 조직을 맡게 될 때마다 일을 보는 시각과 시간을 쓰는 방식,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HR 관점에서 본 효과적인 리더십 역량 개발의 조건'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글로벌 기업 HR 현장의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김 교수는 '타고나느냐, 만들어지느냐'라는 양자택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그보다는 리더십 교육으로 사람의 어떤 부분이 어떤 방식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훈련 가능성에 대한 인사조직학적 접근'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그는 리더십 개입과 훈련에 관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의 진단에 따르면 새 지식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리더십 개발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배운 내용이 행동과 판단으로 옮겨져야 한다. 나아가 스스로를 리더로 여기는 방식과 구성원과의 관계까지 바뀌어야 교육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리더십 교육을 직접 받고 현장에 적용해 온 현업 리더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 프로는 '현업 리더 입장에서의 리더십 프로그램 효과성'을 주제로, 기업이 운영하는 리더십 프로그램과 실제 업무 현장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연결이다. 리더의 태도·기술·지식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조직이 안고 있는 과제와 회사 전략, 직무별 특성을 교육 과정에 녹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교육장에서 배운 리더십이 현장과 따로 놀지 않고 의사결정과 구성원 관리에 실제로 쓰여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 세션은 컨설팅 현장에서 조직개발과 리더십 훈련을 설계·운영해 온 이들의 몫이었다. 홍 상무와 강 수석 컨설턴트는 '조직 개발 컨설팅과 리더십 훈련의 실체'를 주제로, 리더십 교육이 조직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다뤘다. 두 연사가 주목한 것은 인식의 차이다. 같은 조직에 있어도 리더와 관리자, 구성원이 조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리더 본인은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도 구성원이 실제로 겪는 리더십은 그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리더십의 효과는 리더의 의도만으로 가늠할 게 아니라 구성원이 체감하는 행동 변화까지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두 사람은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직면하는 경험, 구체적인 피드백, 반복적인 실천, 조직 차원의 지원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행사 주제와 같은 제목으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좌장은 홍 상무가 맡았다. 강 수석 컨설턴트를 비롯한 연사들은 리더십 개발이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디에서 한계에 부딪히는지를 각자의 시각에서 논의했다. 청중의 질문은 조직 현장의 고민에 쏠렸다. 사전에 QR로 받은 질문과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리더를 어떻게 뽑을지, 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세대와 직급에 따라 리더십을 다르게 인식하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등 기업 HR이 안고 있는 과제가 다뤄졌다. 데일카네기코리아는 이번 포럼이 리더십을 개인의 성향이나 자질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HR의 교육 설계, 학계의 연구, 현업의 적용, 조직개발과 컨설팅이라는 네 갈래 관점에서 리더십을 '개발 가능한 역량'으로 조명했다는 설명이다. 데일카네기코리아는 리더십·커뮤니케이션·세일즈·조직개발 분야에서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다. 회사 측은 글로벌 데일카네기의 방법론과 국내 기업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의 행동 변화를 조직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대주주는 전량, 일반주주는 일부만’…운용사 “의무공개매수제 본회의 처리 보류해야”[자본법안 와치]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이하 정무위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 달라며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하는 '선행매수'를 허용해 일반주주는 지배주주보다 적은 비율을 헐값에 팔게 된다고 참여 운용사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대안으로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같은 가격에 파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여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와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 라이프자산운용 이채원 의장 등이 발표했다. 운용사들은 전날 국회에도 공동성명을 전달했다. 다만 법안이 지난 2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서 요구가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10월 1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참여 운용사들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할 수 있는 '선행매수'를 허용한 점이 정무위안의 핵심 문제라고 짚었다.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가진 회사를 예로 들면,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 40%를 먼저 사면 나머지 60%를 가진 일반주주에서 10%+1주만 더 사면 되는 구조다. 일반주주가 모두 공개매수에 응모해도 보유주식의 약 6분의 1밖에 팔지 못한다. 인수자가 사는 물량의 80%는 지배주주 몫이다. 설령 주식 일부를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팔더라도 일반주주에 남은 주식 가치는 공개매수 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두 개의 가격을 법제화한 것으로 지금까지 추구하던 자본시장 개혁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참여 운용사들은 정무위안대로 선행매수를 허용하게 되면 기존에 통과된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추진 중인 베어허그 제도 모두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관계가 가장 크게 엇갈리는 경영권 거래에서 지배주주만 먼저 주식을 전량 팔 수 있다면 공평대우 원칙이 필요한 순간에 예외로 두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통과된 개정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여당은 최근 M&A를 활성화해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경영권 거래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다. 다만 정무위안의 선행매수를 적용하면 이사회를 건너뛰고 인수자가 지배주주와 직접 협상해 경영권 지분만 먼저 사는 기존 관행을 허용하는 셈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일반주주 보호가 가장 필요한 경영권 변경의 순간에 이를 직접 다루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다른 제도 방향과 어긋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참여 운용사들은 정무위안에 포함된 선행매수는 해외 입법례나 시장 관행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무공개매수제와 관련된 해외 입법례는 모든 주주가 같은 공개매수에 참여하거나, 선행매수 후 잔여주식 전부에 매수 제안을 의무화해 일반주주를 보호하고 있다. 일본은 부분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지분이 30% 넘는 취득은 공개매수로 하게 해 선행매수를 막는다. 영국·유럽연합·홍콩·싱가포르는 원칙적으로 선행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남은 주식 전부를 매수 제안하도록 해 지배주주 지분만 사고 끝낼 수 없게 한다. 국내 시장 관행도 법적 의무가 없지만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매각 기회를 주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에코마케팅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창환 대표는 “제한된 수량만 매수해도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이 도입되면 인수자들은 법이 정한 최소한에 맞춰 거래를 설계할 것"이라며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려는 법이 시장의 주주 보호 수준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코스모로보틱스, 35억 ‘매출 부풀리기’ 의혹 압수수색에 하한가

코스모로보틱스가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경찰에 압수수색 당했다는 소식에 30일 장 초반 하한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45분 코스모로보틱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98%(3220원) 내린 75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장 마감 이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 구로구 코스모로보틱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도 물량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에 따르면, 코스모로보틱스는 지난해 3월 자사의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 일부를 한 주식회사에 약 4억원에 매매한 것처럼 꾸며 매출을 허위로 계상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12월에는 유럽 자회사가 로봇을 약 20억원에 판매한 것처럼 꾸며 해외 매출을 부풀린 혐의도 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부풀려진 재무제표를 올해 상반기 상장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회사의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빠른 속도보다 안전한 속도가 중요”… 글로벌 투자자, 韓 T+1 속도전 우려

해외 시장 인프라 기관들은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안정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해외 시장 인프라 기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조달과 시차 문제를 한국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2일차 세미나가 열렸다.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는 미국예탁결제원(DTCC), 홍콩거래소(HKEX), 나스닥, 싱가포르투자청(GIC) 관계자 등이 참석해 결제주기 단축과 거래시간 연장을 논의했다. 현재 국내주식은 일반적으로 거래를 한 날로부터 2영업일 뒤에 결제가 끝나는 T+2 체제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결제주기를 2영업일에서 1영업일(T+1)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결제주기를 줄이면 결제 과정에 묶여 있는 자금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거래 확인과 자금 조달, 증권 인도 등 사후 업무를 지금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가장 먼저 결제주기를 단축한 미국은 결제 실패가 크게 늘지 않고, 청산기금 부담은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2024년 5월 T+1 결제를 도입했다. DTCC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매매확인(affirmation) 비율은 T+1 전환 전인 2024년 1월 평균 73%에서 전환 후인 2025년 10월 평균 95%로 올랐다. 매매 당일 거래 확인을 마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우려됐던 결제 실패는 크게 늘지 않았다. 금액 기준 결제 실패율은 2024년 5월 평균 2.01%에서 전환 후 2.12%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증권청산소(NSCC)의 청산기금은 128억달러에서 91억달러로 29% 줄었다. 커디히 CRO는 T+1 전환의 목표가 속도 자체가 아니라 “안전한 속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 상태는 추측이 아닌 지표로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상시뿐 아니라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원화 조달이나 외환결제가 지연됐을 때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사전에 시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시행 이후 수개월 동안 나왔다며, 결제 실패와 유동성 압박, 병목 현상을 사후에도 추적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시장 특유의 난제도 거론됐다. 유태석 HKEX 전무는 홍콩은 청산과 결제가 하나의 체계로 처리되지만, 한국은 청산을 거래소가, 결제를 예탁결제원이 나눠 맡는 구조라 T+1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매매 체결 기술은 크게 발전한 반면 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기존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며, 외환 지급결제와의 연계를 전환의 관건으로 꼽았다. 홍콩의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2028년 전후 시행에 대체로 호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의 부담도 제기됐다. 커디히 CRO는 시차 탓에 해외 투자자에게는 T+1 기간이 더 짧게 느껴진다고 했다. 조슈아 그로스키 IBKR 아시아태평양 브로커리지 총괄은 “원화가 결제 수단으로서 제한적이라는 점을 글로벌 고객 관점의 과제"로 들었다. 박상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3년 전부터 타당성을 검토해 온 만큼 T+1 도입 자체는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인프라 기관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며 수탁기관과 은행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결제주기 단축의 가장 큰 의미로 후선 업무 자동화를 꼽았다. 결제주기 단축은 거래시간 연장과도 맞물린다. 거래소는 이달 14일 오후 4~8시 애프터마켓을 열었다. DTCC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거래소들은 12월 6일 주 5일 하루 23시간 거래 개시를 계획하고 있다. 밥 맥코이 나스닥 부사장은 “뉴스와 지정학적 사건이 정규장 시간에만 일어나지 않는다"며 “접근성 확대에는 신뢰와 안전장치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웬 추아 GIC 아시아 주식 트레이딩 총괄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늘어난 거래시간에 유동성이 실제로 붙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명문대 동아리 출신 ‘금융 엘리트’, 정보 카르텔 이용해 200억원 챙겼다가 적발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 출신들이 '정보 카르텔'을 형성해 상장사 공개매수 등 인수합병(M&A) 정보를 이용해 200억원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세력이 적발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9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받는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파악한 핵심 혐의자는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활동한 5명이다. 정보를 넘겨받은 가족과 지인을 포함하면 10여명이 연루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들 증권계좌를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급정지했다. 범죄 수익을 빼돌리는 것을 막고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한 선제 조치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 혐의자들은 명문대 경영동아리에서 인연을 맺은 뒤 같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이력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상장회사 등에서 M&A 업무를 담당해 온 30~40대 임원급 전문 인력이다. 이들은 '정보 카르텔'을 형성해 최근 5년간 여러 종목의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반복적으로 공유했다. 자신들이 속한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게 아니라, M&A 업무 과정에서 타깃이 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5곳의 미공개정보를 알아내 5~6차례에 걸쳐 선행매매에 악용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자들은 호재성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기 전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인 뒤, 정보 공개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이를 고가에 처분했다. 특히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 등에도 정보를 넘겨 매매에 동원했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만 총 2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높은 수준의 비밀유지 의무를 지닌 전문 인력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내부 정보를 유통했다는 점에서 위법 행위 중대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망에 덜미가 잡혔다. 여러 종목에 걸쳐 호재성 정보 공개 전 대량 매집하는 공통된 이상 매매 패턴이 거래소 신속심리부에 최초로 포착됐다. 당국에 따르면 개별 혐의자의 이상 매매 패턴은 이전부터 포착됐으나 정보 취득 경로를 명확히 추적하기는 쉽지 않았다. 각종 의심 계좌가 어떤 관계로 묶여있는지 '교집합'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합동대응단은 지난해 10월 불거진 공개매수 주관사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5월부터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기획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수년에 걸친 방대한 자금 추적과 거래 분석 끝에, 혐의자들이 명문대 동아리 및 과거 직장 선후배라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장기간 이어진 정보 카르텔의 전모를 밝혀냈다. 합동대응단 관계자는 “임의조사·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추가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고발 및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등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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