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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최태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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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무브] “자본 많다고 유동성 위기 막을 수는 없다”…강태수 카이스트 교수, 발행어음·IMA 유동성 리스크 경고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는 최근 증권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일부 초대형 증권사는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발행어음 같은 단기 조달 자금을 장기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는 '만기 불일치'와 '유동성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강태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자본이 많다고 해서 유동성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강 교수를 만나 발행어음·IMA 확대로 인한 리스크 요인과 해법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발행어음·IMA 구조의 본질적 위험은 자본 손실이 아니라 '현금이 마르는 상황'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이 아무리 많아도 위기 순간에 즉시 돈을 지급하지 못하면 시스템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발행어음·IMA가 사실상 예금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신뢰가 무너질 경우, 은행보다 더 빠른 속도로 '런(run)'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최근 논의가 개별 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는 대부분 “개별 기관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지면서 발생했다"는 것이 강 교수의 판단이다. 1997년 단자사·종금사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까지, 공통점은 단기 자금으로 장기·비유동성 자산을 운용하는 구조가 충격에 취약했다는 점이다. 그는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방향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공격적인 금융 비즈니스에는 그에 걸맞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에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NSFR(순안정자금조달비율) 같은 정량적 유동성 규제가 있지만, 증권사에는 이에 준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특히 강 교수는 “대형 증권사일수록 더 안전하다"는 통념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핵심은 '규모 자체가 리스크'라는 인식이다. 덩치가 커질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은행·보험·연기금·해외 투자은행(IB)과 연결고리도 촘촘해진다. 한 곳의 유동성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강 교수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발행어음과 IMA는 예금이 아니며, 예금자 보호 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판매 현장에서는 '사실상 원금 보장'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는 “설명의무 강화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상품명, 계약서, 광고 등 모든 단계에서 예금이 아니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안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초대형 증권사에는 은행에 준하는 유동성 규제를 적용하고, 고유동성 자산 보유 의무, 만기 불일치 축소,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 추가 자본 적립 등을 통해 시스템 차원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발행어음·IMA를 운용하는 대형 증권사를 '시스템 중요 금융기관(SIFI)'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금융당국과 증권사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증권업의 대형화에 집중했다. 강 교수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상업은행과 동일한 감독을 받는다"며 “골드만삭스가 받는 리스크 컨트롤 관행, 감독당국의 규제 등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초대형 투자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강태수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발행어음·IMA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무엇인가? 핵심은 유동성 리스크다. 지금 구조를 보면, 단기 조달 자금으로 장기·비유동 자산에 투자하는 형태다. 이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이 오면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자산을 제값에 빨리 팔 수 없다. 이를 '파이어세일 리스크(fire sale risk)'라고 한다. 둘째, 단기 차입을 연장하지 못하는 '롤오버 리스크(rollover risk)'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환매 요청이 몰릴 경우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일종의 '발행어음 런'이다. 이 구조는 단순히 손실이 나느냐 문제가 아니다. 현금 흐름이 막히는 순간,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시스템은 멈춘다. 이게 유동성 리스크의 본질이다. —만기불일치 전략은 금융에서 흔히 쓰는 방법 아닌가 금융의 본질이 바로 '만기 변환(maturity transformation)'이다. 단기로 조달해서 장기로 운용하는 구조다. 은행도 그렇게 한다. 다만 은행은 이 구조를 쓸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이 설계돼 있다. 예금자 보호 제도가 있고, 최종적으로는 중앙은행이 있다.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면 누군가 막아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증권사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그럼에도 현재 영업방식을 고수한다면 위험은 은행보다 더 클 수 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이 막대한 발행어음 규모로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개별 기업 평가가 아니라 조달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 이해한다. 단기 조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장기·비유동 자산을 늘리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바젤Ⅲ에서 도입된 NSFR(Net Stable Funding Ratio)의 핵심은 간단하다. 장기 투자에는 장기 자금이 필요하다는 원칙이다. 쉽게 말해 3년짜리 대출을 해주려면, 조달도 3년짜리로 하라는 것이다. 지금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로 짧다. 그런데 이 돈으로 5년, 10년짜리 자산에 투자한다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 일각에선 '자기자본이 크기 때문에 손실을 감내할 수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자본과 유동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자본은 손실이 났을 때 버티는 완충장치다. 반면 유동성은 위기 순간에 당장 지급할 수 있는 현금이 있느냐의 문제다. 뱅크런이나 펀드런은 자본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기자본이 얼마냐'가 아니라, '오늘 당장 지급할 수 있는 현금이 얼마냐'이다. 은행이 LCR, NSFR 같은 유동성 규제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증권사에는 이런 정량적 유동성 규제가 없다. —'대형 증권사일수록 안전하다'는 인식이 오히려 위험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핵심 철학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크면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큰 기관이 무너지면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이다. 사이즈 자체가 리스크라는 인식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의 절대 규모도 커지고, 다른 금융기관과 연결성도 강화된다. 대형 증권사는 은행, 보험, 연기금, 해외IB와 레포, 파생상품 등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한 곳의 유동성 위기가 금융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규제 체계가 부족하다고 보는 이유는? 은행에는 거시건전성 규제와 미시 감독이 함께 작동한다. 반면 증권사는 개별 회사 건전성만 보는 미시 감독에 의존한다. 자금 조달이 급증할 경우, 시스템 차원의 리스크(거시건전성 리스크)를 제때 포착하기 어렵다. 특히 LCR, NSFR 같은 정량적 유동성 규제가 없다는 점은 구조적 공백이다. —정책 보완 방향은? 초대형 증권사에는 은행에 준하는 유동성 규제가 필요하다. 고유동성 자산 보유 의무, 만기 불일치 축소,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 추가 자본 적립 등이다. 또한 발행어음·IMA를 운용하는 대형 증권사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모험자본 공급은 중요하다. 하지만 금융은 언제나 위기를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우리는 안전하다'는 공허한 구호보다는 위기 상황에서도 생존 가능한 구조를 갖췄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강태수 교수는? 강태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1982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33년간 근무한 국제금융·거시건전성 분야 전문가다.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금융시장국, 금융시장분석국장 등을 거쳤으며, 2012년 이후 거시건전성분석국과 금융결제국을 담당하는 부총재보로 재직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한은 재직 시절 금융안정과 시스템 리스크 분석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이후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와 한국경제인협회 특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거시경제, 국제금융, 금융시스템 안정, 자본시장 구조, 거시건전성 정책을 연구·강의하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자본법안 와치] STO 법안 발의 3년 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3차 상법 개정안도 속도전

토큰증권(STO)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적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은 분산원장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한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유통시장을 개설해 토큰증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관련 논의가 본격화한 지 약 3년 만으로,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만 허용되던 조각 투자와 토큰증권 사업이 정식 자본시장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국회는 15일 제431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전자증권법)'을 합의 처리했다. 통과된 법안은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 시행 전까지 분산원장 기반 증권 계좌관리 인프라 구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부 제도 정비가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시행과 동시에 토큰증권 시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토큰증권 협의체'를 구성해 준비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토큰증권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이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받아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금융상품이다. 토큰증권도 자본시장법상 증권인 만큼 현행 증권 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각종 증권을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방식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규제 관점에서 보면,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가 토큰증권 중개 영업을 하면 법 위반이다. 토큰증권을 공모할 때도 증권신고서 제출·공시 등 기존 자본시장 규제도 동일하게 지켜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투자계약증권의 유통도 허용된다.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그 성과에 따른 손익을 배분받는 증권으로, 기존에는 비정형적 특성을 이유로 발행 단계까지만 증권으로 인정됐다. 앞으로는 증권사를 통한 유통이 가능해진다. 법안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도록 했다. 발행인은 토큰증권을 직접 유통할 수 없으며, 거래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협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장외거래중개업자를 통한 다자간 장외거래도 허용된다. 전자증권법은 토큰증권 발행의 법적 기반을 정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탁업자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등 토큰증권을 전자등록 의무 대상에 포함해,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되더라도 권리관계는 전자증권 체계 안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다만 적용 대상은 인가된 신탁업자로 한정돼, 제도권 중심의 단계적 토큰증권 육성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 전용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둘러싼 논란은 변수로 남아 있다.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이 예비인가 탈락을 두고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를 기술 탈취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하면서 금융위의 예비인가 결정도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는 애초 14일 정례 회의에서 예비인가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토큰증권 법제화 논의는 지난 2023년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금융위는 토큰증권을 전자증권의 한 형태로 수용하고,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필요해 지난 2024년부터 여러 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다른 법안들에 밀려 논의가 계속 미뤄졌다. 결국 논의가 시작된 지 3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을 병합 심사해 수정 대안으로 의결했다. 한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21일 입법 논의를 위한 심사대에 오를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1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를 성격을 '자본'으로 명시하고,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게 골자다. 기존 자사주를 보유 중인 기업이라면 법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소각을 의무화해 모든 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머니무브] 증권사 새 엔진 발행어음·IMA의 구조적 만기불일치…“시장이 좋을 땐 문제없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는 대형 증권사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 예적금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앞세워 자금을 끌어모으는 덕분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조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 아래 발행어음·IMA 인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단기성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해 장기·저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는 만기 불일치와 유동성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도 초대형 증권사의 만기 불일치 리스크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IMA 2호 상품을 출시해 오는 16일부터 자금을 모집한다. 모집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IMA 1호 상품을 출시해 1조원 넘는 자금을 모집한 지 한 달여 만이다. 2호 상품의 기준 수익률은 연 4%다. 2년 3개월 만기의 폐쇄형 상품이다. 최소 가입액은 100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인수합병(M&A)과 인수금융 대출, 중소·중견·대기업 대상 대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하나증권도 9일 '하나 THE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전체 1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한다. 하나증권도 이번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모험자본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지분 투자, 중견기업 회사채 인수와 신용공여 등 기업금융에 공급할 방침이다. 발행어음과 IMA 도입으로 증권사는 새 수익원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어음·IMA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달 기반을 바탕으로 이자 마진과 운용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 상품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모험자본 공급으로 연결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발행어음·IMA로 조달한 자금의 최대 25%를 벤처·중소기업·혁신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종투사의 모험자본 의무 투자 비율은 올해 10%에서 단계적으로 상향돼 2028년 25%까지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발행어음과 IMA 사업이 인가된 5개 증권사(한투·미래·키움·신한·하나)의 자체 모험자본 공급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의 모험자본 공급액은 5조1000억원으로 2028년까지 15조2000억원을 추가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조달 구조의 성격이다.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로 짧다. 투자자 환매 가능성이 열려 있는 단기성 자금이다. 반면 모험자본 투자는 회수 기간이 길고 유동성이 낮다. 운용 대상은 벤처·중소기업 지분 투자, 회사채, 부동산 금융, 대체투자 등 장기·저유동성 자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로 인한 구조적 만기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도 '만기 불일치 심화 가능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발행어음 대부분이 개인고객으로부터 조달인 점, 예금자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 수시입출금형 발행어음이 기간물(1년물 등)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기 발생 시 대규모 환매 요청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외화표시 기업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심화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시장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자산을 단기간에 매각하기 어려운 파이어세일(fire sale) 리스크, 단기 차입을 연장하지 못하는 롤오버(rollover) 리스크, 투자자 환매 요청이 몰리는 런(run)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은행 역시 '단기 조달-장기 운용' 구조로 되어 있지만 예금자 보호 제도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라는 안전망이 있다. 반면 증권사의 발행어음·IMA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며,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체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같은 구조라도 충격 흡수 능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는 위기 상황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당장 리스크 확대 요인이 드러나진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운용을 잘못할 경우 손실이 나더라도 투자자한테 원금을 보장해 준다는 건 증권사 입장에선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도 “현재로선 주식시장이 굉장히 좋고 최근 몇 년간 증권사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생각했던 부동산PF가 대형사의 경우엔 리스크가 대부분 제거된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장도 “발행어음에선 만기 불일치 이슈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직 크게 문제 삼을 정도의 환경은 아니다"면서 “향후 이 시장이 커지고 사업자가 늘어나면 증권업 내부 경쟁뿐만 아니라 다른 업권과 경쟁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자본법안 와칭] 금융위 ‘대주주 지분 제한’에 가상자산 거래소 ‘정면 반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핵심 인프라'로 보고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대표 명의를 걸고 공개 반대에 나섰다. 업계는 “사후적으로 민간기업 소유 구조를 강제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용자 보호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거래소의 공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이 포함된 '디지털자산기본법 주요쟁점 조율방안'을 제출했다. 관련 문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용자 1100만명에 달하는 거래소를 가상자산 유통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했다. 이어 “아직 소수의 창업자·주주가 거래소 운영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수수료 등 운용수익이 집중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에 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하고 소유 분산 기준(15~20%)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의결권 주식의 15%를 초과 소유할 수 없다. 다만 공모펀드나 금융위의 별도 승인을 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3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 기준이 확정되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모두 대주주 지분을 팔아야 한다. 현재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은 25~73%에 이른다.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은 지분 25.5%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가 조율하는 안대로 확정되면, 송치형 회장은 5~10%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특히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한 사실상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규제안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거래소도 안이 확정되면 최대주주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은 비슷하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전체 지분의 73%를 빗썸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코인원과 코빗도 각각 최대주주 지분은 53%(차명훈 의장)와 60%(NXC)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13일 입장문에서 “해당 규제가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위적으로 민간기업의 소유 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했다. 닥사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모인 협의체다. 입장문은 오경석 두나무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닥사 의장), 이성현 코인원 대표, 최한결 스트리미(고팍스) 부대표 명의로 작성됐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정부안에 반발해 공식 반대 입장을 낸 건 처음이며,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벤처기업협회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소유 지분 제한을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14일 입장문에서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인위적인 지분 규제가 자칫 국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혁신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업계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 10여 년간 가상자산은 도박 또는 투기판으로 취급되며 비제도권에서 성장해 왔는데, 그 과정에 외부 투자를 받기 어려워 창업자의 지분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비제도권에서 벤처 기업인 거래소가 성장하는 과정에 창업주 지분이 많은 건 불가피했다"며 “ATS는 애초에 지분율을 15%로 제한해서 만들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매각은 사후적인 강제 조정이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전례를 봐도 거래소는 늘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따르려고 했고 당국 입장에 반기를 드는 일은 거의 없었다"며 “지나친 규제 관점에서 실익도 적은 대주주 지분 제한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거래소에 공적 기능이 있다는 취지가 이해된다는 점과 사유재산권 침해 주장도 일리가 있다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래소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금융위가 하는 얘기가 맞다"면서도 “소유 지분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닥사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 통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당론안을 오는 20일 TF 회의에서 논의한 뒤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요건과 거래소 지배구조 등 쟁점에 대한 논의를 거쳐 방향성을 잡을 계획이다. 민주당 TF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규정도 아직 논의하고 있다"면서 “20일 회의 때 여러 안을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구조 개편 등 2단계법 주요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머니무브] 은행 떠난 자금, 증권사로…발행어음·IMA에 최대 170조

지난해 말부터 대형 증권사들이 출시하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 예적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얹혀 준 덕분이다. 시중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가는 '머니무브'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이 새로 조달하는 단기성 조달 자금은 최대 17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IMA 상품과 키움증권이 판매한 발행어음 상품은 모두 단기간에 완판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8일 가장 먼저 IMA 상품을 출시한 후 나흘 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여 완판됐다. 미래에셋증권의 IMA 상품은 950억원을 모집했는데 청약 금액은 약 5배인 4750억원이 몰렸다. 키움증권도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한 지 일주일만에 목표액 3000억원을 다 채웠다. 은행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고 원금도 사실상 보장된다고 인식되면서 투자자 관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한 6개 증권사의 1년 약정형 평균 금리는 3.08%다.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증권(3.2%)이다. 하나증권은 첫 발행어음 상품 출시 이벤트로 연 최대 3.6% 금리의 특판 상품도 내놨다. 은행 예금 금리는 발행어음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3일 시중은행 만기 1년 예금상품의 평균 금리는 2.44%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 기준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이 3.15%로 가장 높다. IMA와 발행어음은 고객 돈으로 증권사가 투자해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같다. 차이는 만기와 운용에 따른 수익률이다.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의 확정금리형 상품이지만, IMA는 기본적으로 1년 이상 폐쇄형으로 설계되고 증권사 운용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발행어음과 IMA는 예금자보호법으로 보장받지는 않는다. 다만 증권사들은 '사실상 원금 보장'이라고 말한다. 만기 시점에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지급 의무 불이행 사태를 맞지 않는 한 원금을 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발행어음·IMA를 통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은행권은 기존 예적금 이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은 예금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저축성 수신금리는 평균 2.816%로 전월 대비 0.248%포인트 상승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IMA 등 새 상품의 등장은 은행에 우호적이지 않고, 증권사로 자금 이탈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B금융은 지난 10일 연 경영진 워크숍에서 “머니무브 가속화와 부의 집중 심화로 자산관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부여했다. 국내에서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 등 총 7곳으로 늘었다. 인가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발행어음 시장 확대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증권사 4곳(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증권) 발행어음 잔고를 분석한 결과, 47조786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40조원)에 견줘 약 7조원 늘어난 수치다. IMA와 발행어음으로 조달 가능한 최대 금액도 132조원대로 늘어났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발행어음과 IMA를 병행할 경우 최대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IMA 인가를,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사업자까지 발행어음과 IMA 시장에 진출하면 최대 조달 금액은 17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새로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신속하게 지정하고 있다. 증권사의 부동산 쏠림 투자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물꼬를 틀겠다는 취지다. 이에 금융당국은 종투사에 IMA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운용 금액을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했다.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는 올해 10%에서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발행어음과 IMA 시장이 크게 열려서 수익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모험자본 공급 과정에 증권사별 운용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유투바이오, 120억원 유상증자...대웅 제3자배정 소식에 20%대↑

유투바이오 주가가 13일 장 초반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3분 기준 유투바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78%(1005원) 오른 52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장 마감 이후 유투바이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 238만 8278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발행가액은 주당 5084원이다. 회사는 대웅제약이 보유 중인 자사주 56만4745주를 받고, 그 대가로 현물 출자자인 대웅에게 신주 전부를 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웅은 유투바이오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유상증자 전 19.74% 지분을 보유했던 최대주주 이재웅 씨의 지분율은 16.78%로 낮아진다. 유투바이오는 국내에서 체외진단검사 서비스와 의료 IT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2023년 상장한 이후, 지난해 12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경영권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서학개미로 또 흔들리는 ‘박막 換市’…“WGBI·MSCI 편입하자”는 정부, 단기 대응책 다 썼나?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 새해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탓이다. 지난해 말 외환당국 구두 개입으로 안정되던 달러당 원화값이 7거래일 연속 상승해 1460원대까지 다시 올라섰다. 지난해 말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비과세 혜택 등을 내놨지만, 자금 이탈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처 쏠림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세를 보일 정도로 한국의 외환시장은 '얇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국에 달러 자금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 등 중장기적 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의 이런 처방은 시장에 '지난 연말에 단기 수단은 소진했다'거나 '당장 사용 가능한 단기 처방전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461.3원으로 출발했다. 주간 거래 장중 환율이 1460원을 웃돈 것은 지난해 말 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화값 상승은 강달러와 엔화 약세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4.4%로 시장 전망치(4.5%)를 밑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되자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올라 100선에 다가섰다. 일본 조기 총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재정 불안 우려가 커진 점은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100엔당 원화값은 924.46엔으로 전 거래일보다 1.68엔 올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9일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19억4217만달러(약 2조8336억원)로 집계됐다. 통계가 나온 2011년 이후 1월 1~9일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금액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3억5794만달러)보다 43% 늘었다. 개인의 미국 주식 매수 흐름은 지난해 9월부터 강해졌다가 12월 들어 주춤했지만, 새해 들어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개인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지난해 9월 31억8420만달러에서 10월 68만5499만달러로 급증해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월에도 59억3442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12월에는 양도소득세 절세와 차익 실현 매도 수요 등의 영향으로 18억7384만달러로 줄었다.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는 연간 단위로 부과된다. 세금 혜택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주식을 판 뒤 새해 들어 다시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이다. 올 초 서학개미가 사들인 주식은 주로 성장 기대감이 큰 인공지능(AI)과 로봇 관련주였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4억2257만달러를 사들인 테슬라, 2위는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TSLL)로 3억481만달러를 사들였다. 뒤를 이어 미국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1억7689만달러), S&P500 ETF(VOO·1억3729만달러), 알파벳(구글 모회사·1억1333만달러) 순이었다. 그밖에 팔란티어(9899만달러)와 엔비디아(6680만달러)도 각각 7위, 9위로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테슬라를 향한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월간 전체 순매수 1800만달러가 채 안 되며 미국 주식 순매수 50위권에도 들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반등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가 전기차 기업을 넘어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아우르는 피지컬AI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테슬라의 주가 동력은 본업인 전기차 제조보다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AI 역량이 창출할 미래 가치에 있다"며 “텍사스 오스틴에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 확장과 4월 예정된 사이버캡 양산, 내년 하반기 목표인 3세대 옵티머스 생산 능력 확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조치와 개입에 진정세를 보였던 달러당 원화값도 다시 오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원화값은 1439원으로 마감한 뒤 7거래일 연속 올라 9일 1457.6원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29일(1429.8원)보다 27.8원 올랐다. 지난달 23일 원화값은 1480.08원까지 올랐다가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으로 1450원대까지 급락했다. 그 이후 3거래일에 걸쳐 53.8원 급락했는데, 새해 들어 원화값이 다시 오르면서 연말 하락분을 절반 넘게 되돌렸다. 7거래일 연속 오른 날은 미국의 상호관세 영향이 있었던 지난해 7월 1~9일 이후 가장 길다. 지난달 환율이 1500원에 다가서자 외환당국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력한 구두개입과 함께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 국장 복귀 서학개미 비과세 등 각종 정책을 동원해서 연말 종가를 낮췄다. 다만 구조적인 달러 수급 쏠림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환율은 다시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급락 이후 연초 들어 수입 결제와 해외주식 순투자 재확대 등 달러 실수요가 유입되며 환율이 조금씩 반등했다"며 “단기적으로는 원화값은 1450원 부근에서 상단 저항이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및 국내주식 강세 흐름에 점차 레벨을 낮춰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화 가치 안정화를 위해 한국으로 달러 자금 유입을 늘릴 수 있는 WGBI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4월로 예정된 WGBI 편입을 차질 없이 실행하는 한편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WGBI 편입은 자본시장에서 원화 수요를 늘릴 대표 수단으로 꼽힌다. WGBI는 글로벌 연기금과 중앙은행 등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국채 지수다. 한국은 올해 4월 지수 편입이 시작돼 8차례에 걸쳐 11월 완료된다. 정부는 한국의 WGBI 편입으로 총 560억 달러(약 81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채권지수 편입도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를 유지 또는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달러 유입을 늘릴 주요 수단 중 하나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글로벌 연기금 등 안정적인 투자자금 유입이 늘어나 원화 가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선진국지수 편입 시 최대 75조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형 장기 운용 저변동성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 MSCI는 전 세계 주식시장을 선진국시장, 신흥국시장, 프런티어시장, 독립시장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1992년 1월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된 이후 현재까지 해당 지수에 머물러 있다. 지난 9일 재정경제부는 MSCI 선진국지수 연내 편입을 목표로 국내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 등 외환·증권 제도 개선과 시장 기반 시설 확충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선진국지수 편입 전 필요한 관찰대상국 지정 발표는 오는 6월에 예정되어 있다. 다만, 올해 6월 관찰대상국에 지정되더라도 실제 지수 편입은 2028년 6월에야 이뤄질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신평전망_㊦금융] 업권별 온도차 뚜렷…PF·자본력이 갈랐다

지난해 국내 금융업권의 신용등급 변동은 업권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고금리 지속에 영향받은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 일부 보험사는 등급 하락이 잇따른 반면, 자본 여력과 리스크 분산 능력을 갖춘 증권사는 방어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업황보다 개별사의 체력과 자본 구조,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신용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사 중에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한 사례가 가장 많은 업권은 저축은행이었다. 더케이, 바로, 고려, 예가람, 다올 등 전체 6개 저축은행이 신용평가 3사로부터 등급 하향을 받았다. 저축은행은 부동산PF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가계신용대출을 늘리기 어려워 영업 여건도 위축됐다. 부동산PF 리스크는 지난해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부 금융사에는 여전히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PF 익스포저가 집중된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사의 경우 충당금 부담과 사업성 저하가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PF 양적 부담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부실 PF 정리 지연 가능성은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 변화 점검과 더불어 올해와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PF 위험가중치 정비와 충당금 규제 등이 각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점검하여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권에서는 업황보다는 개별사의 자본 관리 능력과 수익성 격차가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KDB생명보험과 푸본현대생명의 등급이 하락했고,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은 등급 전망이 내려갔다. 생명보험업은 핵심 수익원인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30년 금리를 포함한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것도 생명보험사에 긍정적 요인이다. 평균적으로 만기가 긴 보험부채 포트폴리오를 보유해서 지급여력(K-ICS) 비율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DB생명보험과 푸본현대생명은 영업 기반 안정성 저하, 낮은 수익성, 자본 적정성 위험 확대가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롯데손해보험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하향 검토'로 한 단계 내렸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손보는 현 수준의 열위한 자본적정성 및 수익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영개선권고로 인해 사업기반이 약화하고 유동성 위험이 증대될 경우 신용도 하향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신규 영업 추이 및 퇴직연금 부문의 유동성 대응 방안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신탁사 역시 신용도 하방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코리아신탁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고, 한국자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신탁사의 영업수익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업 규모상 수도권 외곽과 비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장이 분포돼 있고, 공사비 상승과 분양시장 위축이 겹치면서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주 한기평 연구원은 “올해도 비우호적인 사업환경 탓에 신용도 하방압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회사별 신용등급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요인은 실적 대응력과 이익 창출력 개선 여부, 모회사 지원가능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권업은 지난해 '코스피 4000' 돌파 등 증시 호황에 힘입어 업계 전반의 실적이 개선됐다.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제도 도입과 충당금 적립이 진행되면서 대손 인식 부담도 완화됐다. 다만 실적 개선의 과실은 업권 내에서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는 대부분의 영업 부문에서 오히려 확대됐다. 대형사는 브랜드 인지도와 투자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위탁매매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기업금융과 부동산PF 수주도 확대했다. 반면 중소형사는 운용자산 확대 폭이 제한적인 데다, 부동산PF 중심 사업 구조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품 운용과 기업금융 부문의 실적 개선 폭도 크지 않았다. 증권업 내에서도 '자본력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해진 셈이다. 정책 환경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 전환과 모험자본 공급 역할 강화를 목표로, 자본시장 내 대형 증권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될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시장은 대형사에게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혁준 나신평 본부장은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 증가는 금융업권 내 머니무브를 확대시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며 “증권업 내에서 자기자본이 큰 대형사에게만 사업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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