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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지성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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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30만대 무인생산…中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 ‘자동화의 표본’ [해외현장]

[중국 닝보=박지성 기자] 자동차 공장이라면 으레 들려야 할 쇳소리와 분주한 발걸음, 그리고 땀 흘리는 작업자들의 모습은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인텔리전트 팩토리'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사람 대신 로봇과 데이터가 공장을 지배하는 공간. 말 그대로 '자동화의 표본'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지난달 29일 찾은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축구장 150여개를 합쳐놓은 크기로 약 134만㎡(40만여평)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연간 최대 30만대의 전기차가 생산된다. 외형만 보면 여느 대형 자동차 공장과 다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공장 내부는 불필요한 소음과 인력을 최소화한 채 정교하게 설계된 '정적의 공간'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생산라인 곳곳에는 수백대의 로봇이 배치돼 있었지만 이를 직접 조작하는 '작업자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통제실 인력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공정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업계에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공장을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를 현장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작업대 운영은 중앙제어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관리되며 이상이 발생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람이 개입하는 구조다. 핵심 공정인 '메가 다이캐스팅' 구역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7200톤급 초대형 설비가 녹인 알루미늄을 금형에 부어 차체 주요 구조물을 단번에 찍어낸다. 한 번의 사이클에 걸리는 시간은 약 90초. 기존에는 수십개 부품을 용접해 만들던 구조를 단일 공정으로 통합한 것이다. 공정 단순화는 곧 품질 편차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 속도와 차체 강성, 경량화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며 “지커 공장의 핵심 경쟁력은 100% 자동화된 메가 다이캐스팅 공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설비에서 지커 '001'과 '009' 등 서로 다른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금형 교체에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에 불과해 생산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 차종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품질 관리 역시 사람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는다. 다이캐스팅으로 만들어진 부품은 조립으로 넘어가기 전 자동으로 엑스레이(X-ray) 검사 라인을 통과한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미세 결함까지 걸러내기 위해서다. 검사 과정 또한 데이터로 축적돼 이후 품질 개선에 활용된다. 검사를 통과한 모든 부품에는 QR코드가 부여된다. 이 코드는 조립부터 출고 이후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디지털 이력' 역할을 한다. 차량 한대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 데이터로 남는 셈이다. 조립 공정으로 이동하자 또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공장 바닥 위를 지게차 대신 소형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무인 운반차(AGV)와 자율 이동 로봇(AMR)으로 불리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이다. AGV는 바닥의 마그네틱 테이프나 QR코드 등 유도선을 따라 이동하고 AMR은 스스로 경로를 계산해 장애물을 피해 이동한다. 수백 대의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지만 혼잡이나 충돌은 발생하지 않는다. 물류 흐름 자체가 하나의 알고리즘처럼 정교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생산 라인 위에서는 다양한 차종이 섞여 흘러간다. 이른바 '혼류 생산' 방식이다. 공장 관계자는 “서로 다른 모델과 옵션이 하나의 라인에서 동시에 조립되지만 오류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50만가지에 달하는 옵션 조합도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하게 관리된다. 지커 측은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통해 생산 효율뿐 아니라 에너지 사용도 크게 줄였다"며 “공장 전반에 태양광 설비와 지능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 40%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노동 효율성도 20% 이상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기반 운영이 비용 절감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끌어낸 셈이다. 닝보라는 입지도 전략적이다. 세계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항만과 인접해 있어 생산된 차량을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수출할 수 있다. 실제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상당수는 인근 항만을 통해 곧바로 해외로 향한다. 생산과 물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현장을 둘러보며 가장 강하게 느껴진 것은 '자동차 제조의 패러다임 변화'였다. 과거 대규모 인력을 기반으로 돌아가던 공장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람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영역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미래 제조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완전 자동화, 초고속 생산,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까지 자동차 산업을 넘어 제조업 전반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그랑콜레오스 ‘든든함’ vs. 필랑트 ‘편안함’…고객의 르노 선택은 즐겁다

시대에 따라 풍속과 상품의 유행이 변화하듯 자동차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가치와 기준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선택 기준이 출력이나 차체 크기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제로 타는 동안에 느끼는 편안함과 편리한 활용성 등 '체감 경험'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더해가면서 하나의 장르 안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다양한 경험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소비자 성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르노코리아가 같은 브랜드임에도 지향하는 경험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모델을 소비자의 선택지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두 선택지의 주인공은 중형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와 글로벌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FILANTE)'다. 그랑 콜레오스는 '든든함'에 가까운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르노코리아는 강조한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활용성을 기반으로 일상과 레저를 모두 아우르는 SUV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차량내부에서 2열 중심 구조를 통해 확보한 여유로운 공간과 적재 능력은 가족 단위 이동이나 장거리 여행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여기에 그랑 콜레오스가 도심과 고속주행을 모두 고려한 설계로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SUV'라는 점을 회사는 부각시킨다. 안전성과 주행 보조기능 역시 기본에 충실하게 구성돼 일상에서 신뢰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또다른 선택지인 필랑트는 '편안함'에 더 가까운 접근을 보여준다는 특징을 과시한다. SUV 형태를 일부 공유하면서도 세단에 가까운 주행 감각과 정숙성을 강조한 크로스오버라는 점을 르노코리아는 강조한다. 차체 비율을 낮고 길게 설계해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하고,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는 세팅을 통해 장시간 주행에서도 피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이 가지는 부드러운 가속과 자연스러운 동력 전환을 자랑한다. 이밖에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는 실내 경험에서도 차별성을 보여준다. 그랑 콜레오스가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필랑트는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 콘셉트를 통해 머무는 경험을 우선한다는 점을 회사는 강조한다. 르노코리아는 두 모델의 선택지와 관련, “다양한 상황에서의 활용성과 안정적인 성능, 가족 중심의 이동을 고려한다면 그랑 콜레오스가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이어 “반대로 주행의 부드러움과 정숙성, 그리고 차량 안에서의 편안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필랑트가 더 어울린다"고 추켜세웠다. 다만, 르노코리아는 두 모델의 경험 차별성 제시를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각 다른 방향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보완적 관계 설정임을 강조했다. 즉, SUV 중심 시장에서 두 모델이 소비자들에게 '든든함'과 '편안함'이라는 두 가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펑~” 충돌 순간에도 멀쩡…안전센터서 확인한 中전기차 [해외현장]

[중국 닝보=박지성 기자] “펑!" 둔탁한 충격음이 실내를 울리며 순간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취재진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내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28일 방문한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 시속 85㎞로 달려오던 대차가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 '7X'의 후면을 그대로 들이받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모인 약 250여명의 기자들이 함께했다. 충돌 직전까지 현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기차, 특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충격에 취약하고 화재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충돌 직후 차량에 다가가 눈으로 확인한 현실은 기존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후면 범퍼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찌그러졌지만 실내 공간은 놀라울 만큼 온전했다. 뒷좌석부터 앞좌석까지 객실 구조는 유지됐고 탑승자 공간을 의미하는 '생존 공간' 역시 침범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배터리였다. 강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발화나 연기, 열폭주 등 전기차 화재의 징후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흔히 떠올리는 “충돌=화재"라는 공식이 이 현장에서는 성립하지 않았다. 지리 측은 “안전은 어떤 기술보다 우선하는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이날 테스트는 그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테스트가 진행된 지리 안전센터는 지난해 12월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안전 연구 시설이다. 총 투자금액만 약 20억위안(약 4200억원)이다. 연면적 4만5000㎡로 축구장 10개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하며 지리·지커·볼보·로터스 등 그룹 내 7개 브랜드의 모든 차량이 이곳에서 검증을 거친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 도로 환경은 표준 시험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우리는 항상 현실을 기준으로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규정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고 상황을 더 가혹하게 재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지리는 전기차 배터리를 일반 차량 안전과는 또 다른 핵심 영역으로 보고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지리는 소재 단계부터 구조 설계까지 총 11중 보호 체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더해져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한다. 못을 관통시키는 침투 테스트, 압착, 고온 실험 등 16가지 이상의 혹독한 시험을 통과해야 실제 차량에 탑재된다. 현장을 둘러보며 느껴지는 인상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집요함'이었다. 충돌 실험실 옆에는 더미(인체 모형) 연구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반영한 60개 이상의 더미가 준비돼 있다. 일부 더미에는 180개 이상의 센서가 장착돼 충돌 시 인체에 가해지는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기후 환경을 재현하는 풍동 시설도 압도적이다. 영하 40도의 혹한부터 영상 60도의 폭염, 습도 5~95%, 태양광, 고도 5만2000m에 이르는 극한 조건까지 구현할 수 있다. 사막과 열대우림, 고산지대 등 전세계 거의 모든 주행 환경을 실내에서 재현하는 셈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차량은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버티는 능력'을 시험받는다. 극한 온도에서의 배터리 안정성, 고속 충전 시 안전성, 공조 시스템의 신뢰성까지 전방위적으로 검증된다. 보이지 않는 영역도 놓치지 않는다. 사이버 보안 실험실에서는 해킹 공격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가 진행되며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위험 상황까지 반복 검증한다. 차량의 조향과 제동 등 핵심 기능은 이중화 설계를 적용해 하나의 시스템이 고장 나더라도 즉시 다른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했다. 지리 측은 현재 170개 이상의 글로벌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1550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부 핵심 안전 기술은 업계에 공개하며 전체 산업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실 중국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과장'과 '가성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그런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있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적된 기술과 집요한 검증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충돌 순간의 '펑' 소리는 짧았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눈앞에서 하나씩 지워졌다. 특히 “안전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빈말로 들리지 않았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상하이 한복판서 마주한 지커…“중국산 편견 지웠다” [해외현장]

[중국 상하이=박지성 기자] 올해 한국 진출을 예고한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존재감이 본고장에서 직접 마주하니 훨씬 또렷하게 다가왔다. '중국산'이라는 단어에 따라붙던 선입견은 상하이 한복판에서 마주한 공간과 제품 앞에서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단순히 차량을 보는 경험을 넘어 왜 이들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를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27일 찾은 지커 스토어는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상하이 타워 1층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는 상징성과 맞물려 브랜드가 스스로를 어떤 위치에 두고 있는지 단번에 읽혔다. 유리로 둘러싸인 개방형 구조의 매장은 외부의 번잡함과는 결이 다른 정제된 분위기를 풍겼다. 지커는 지난 2021년 지리홀딩그룹이 출범시킨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라인업을 확장하며 시장 내 입지를 넓혀왔다. 현재는 001, 007, 7X, 8X, 9X, 009, MIX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다목적차량(MPV) 영역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매장은 크게 두 개 층으로 나눠져 있었다. 1층 '지커 홀'은 차량과 기술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이라면 2층 '지커 펍'은 오너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에 가까웠다. 카페와 바, 업무 공간이 결합된 이곳은 차량 구매 이후의 경험까지 설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실제 일부 방문객들은 차량을 둘러보기보다 노트북을 펼쳐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매장은 전시장과 라운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붙잡은 것은 플래그십 MPV '009'였다. 두 대가 나란히 배치된 모습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하나의 '연출'에 가까웠다. 외관은 기존 MPV에서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형태였고 과감한 전면부 디자인은 '프리미엄을 덧칠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모델은 4인승 '009 컬렉터스 에디션'이었다. 기존 6인승 모델과 달리 한정판으로 출시된 이 차량은 검은색 도장 위에 실제 24K 금 포인트를 적용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면 로고와 휠 중앙 엠블럼 등에 금 장식을 더해 고급스러움과 과시적 요소를 동시에 강조한 모습이었다. 중국 시장에서 선호되는 '럭셔리의 표현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009는 지커의 최상위 모델답게 가격 또한 40만위안대 후반에서 시작해 한화로 약 1억원을 웃도는 수준에 형성돼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고급 MPV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상품성과 가격 사이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이 엿보였다. 009의 실내로 발을 들이자 분위기는 한층 더 달라졌다.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시트 촉감, 정교하게 마감된 소재, 대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동 수단'이 아닌 '체류 공간'에 가까웠다. 특히 2열 시트는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연상시킬 만큼 여유로운 공간과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고 차량 안에서의 시간이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토어에는 009 외에도 '8X', '9X' 모델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아쉽게도 한국 출시가 예고된 '7X'는 이날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전시된 차량만으로도 브랜드의 방향성은 충분히 읽혔다. 두 모델 역시 009에서 느꼈던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면서도 SUV 특유의 역동성을 강조해 각 세그먼트에 맞는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자율주행 기술이었다. 차량 곳곳에는 라이다 센서와 다수의 카메라가 배치돼 있었고 이를 통해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중국이 현재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커 역시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자율주행 수준에 대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FSD 사이 단계로 보면된다“며 "정확한 수치로 따지면 2.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완전자율주행까지는 아니지만 일상 주행에서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지커가 보여준 이러한 모습은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이미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국내 시장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경험'을 앞세운 접근은 기존 완성차 브랜드들에게도 적지 않은 긴장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기자의 눈] 소비자 신뢰 갉아먹는 테슬라의 ‘가격 상술’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던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잦은 가격 인상과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되풀이하면서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는 일부 모델 가격을 기습인상했다. 지난 10일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모델3 등의 가격을 400만~500만원가량 올렸다. 특히 모델Y 롱레인지(YL)는 사전예약을 진행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가격 인상을 공개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안겼다. 앞서 올해 초에 주요 모델 가격을 300만원에서 최대 940만원까지 인하하는 등 가격 정책의 변동성을 스스로 키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가격 조정 자체보다 그 방식이다. 인상 시점과 기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순식간에 '더 비싸게 산 사람', 또는 '더 싸게 산 사람'이 돼 버리는 상황이 국내에선 더이상 낯설지 않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구매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기본적인 판단조차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고가 소비재다. 구매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격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는 필수 요소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러한 기본을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테슬라의 가격 정책이 단순한 시장 대응을 넘어 소비자를 '실험 대상'처럼 대하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한다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불확실성은 과도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체감이 증폭되고 있다. 보조금 정책, 환율, 물류비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격 변동까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테슬라식 가격 전략'으로 평가한다. 온라인 판매 중심 구조와 직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격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슬라 전략이 모든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 안정성과 중고차 가치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다. 브랜드 신뢰는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복되는 작은 불신이 쌓이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테슬라가 놓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신뢰'일지도 모른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술 격차 역시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가르는 것은 가격과 신뢰, 그리고 전반적인 소비 경험이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한국서 완성차 빼는 혼다…11만 차주 ‘AS 홀대’ 고통받나

혼다코리아가 국내 진출 23년 만에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기존 고객들의 사후 서비스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혼다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애프터서비스(A/S)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과거 닛산·인피니티 등 철수 사례를 감안하면 '사실상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의 자동차 사업 철수 결정은 단순한 사업 축소가 아닌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서비스와 부품 공급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8년 보장하지만"…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차주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판매 사업 종료 이후에도 차량 유지관리와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은 지속 제공할 것"이라며 “법적 기준인 8년을 넘어 그 이상으로도 고객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적 기준' 자체에 있다. 현행 규정은 철수 이후 8년 동안 부품 공급만을 의무화할 뿐 서비스센터 유지나 네트워크 규모까지 강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A/S가 유지되더라도 실제 서비스 접근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다코리아 역시 현재 약 18개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공백이 발생할 경우 협력 네트워크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직영 서비스 확대 계획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서비스 품질과 접근성 저하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과거 닛산·인피니티 철수 당시에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서비스망 축소와 부품 수급 지연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편이 장기화됐고 중고차 가격 역시 급락했다. 이번에도 혼다코리아가 자동차 사업 철수로 인한 중고차 가치 하락에 대해 별도의 보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동일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소비자는 서비스 이용 불편과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닛산·인피니티 사례에서 보듯 부품 공급만으로는 실질적인 사후 서비스가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비스망 유지 의무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금도 계약·해약 혼재"…현장 혼란 현실화 현장에서는 이미 혼란이 시작됐다. 혼다코리아는 현재 확보 가능한 물량을 기준으로 판매를 이어가면서 대기 고객을 대상으로 계약 유지 여부를 개별 확인하고 있다. 판매는 이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해약도 늘어나는 '이중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고객들은 브랜드 철수 리스크를 우려해 계약을 취소하고 있으며 반대로 이미 계약한 고객 중에서는 인도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혼다 차량을 판매하는 한 영업점 관계자는 “현재도 차량 판매는 진행되고 있지만 자동차 사업 중단 발표 이후 해약 문의가 늘고 있다"며 “계약은 계속 들어오고 있으나 기존 3~6개월이던 인도 기간은 해약이 많아질 경우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계약금을 넣어둔 고객 몇 명이 해약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통상 3~6개월 수준이던 차량 인도 기간은 해약 증가 여부에 따라 단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혼재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혼다코리아의 철수 결정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까지도 흑자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혼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 회계연도에는 매출 3887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339억원, 당기순이익 약 245억원을 올렸다. 이어 2022 회계연도에는 매출이 3217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87억원으로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약 25억원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2023 회계연도에는 매출 2710억원, 영업이익 101억원, 당기순이익 86억원을 기록하며 일부 회복세를 보였고 2024 회계연도에는 매출 3344억원, 영업이익 115억원, 당기순이익 85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 흑자였는데 왜 철수?…숫자가 말해주는 구조적 한계 이처럼 실적은 변동성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지홍 대표는 “환율 상승 영향이 가장 컸다"며 “혼다는 미국 생산 차량을 수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환경 변화와 장기적인 사업 지속성을 고려했을 때 경영 자원을 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2019년 8760대를 판매했지만 이후 신차 부재와 경쟁 심화로 판매량이 지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1951대까지 줄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211대에 그쳤으며 누적 판매량은 약 10만8600대 수준이다. 결국 단기적인 흑자 여부보다 중장기적인 경쟁력과 구조적 비용 부담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혼다는 자동차 사업을 접는 대신 모터사이클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약 4만3000대를 판매하며 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약 4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터사이클 사업은 앞으로 혼다코리아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며 “상품 경쟁력 강화와 고객 서비스 확대,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달리 일본과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생산 거점을 활용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 리스크가 분산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자동차 사업 철수로 브랜드 접점이 줄어들 경우 장기적으로 이륜차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사업 철수로 이미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브랜드 신뢰도 하락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며 “이륜차 시장 역시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의 침투도 거세지고 있어 혼다 역시 이륜차 사업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남는 건 오토바이…점유율 40% '버팀목' 될까 혼다코리아는 이번 결정이 한국 시장에 국한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혼다는 최근 전동화 전략 변화와 비용 효율화 작업을 병행하며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 대한 재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지홍 대표 역시 “글로벌 중장기 방향성과 맥을 같이하는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흐름이 다른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는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혼다가 한국을 시작으로 주요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법인을 유지하고 서비스도 지속하는 만큼 완전 철수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 판매 중단은 브랜드 존재감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서비스 품질 저하와 중고차 가치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전략을 넘어 현행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도 평가된다. 부품 공급 중심의 사후관리 의무 규정을 서비스망 유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혼다의 이번 결정은 닛산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경쟁력 있는 신차, 특히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대응이 늦어지면서 소비자 선택에서 밀린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동차 사업이 약화되면 서비스 역시 직영이 아닌 위탁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법적으로 서비스망까지 강제하기는 쉽지 않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균형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차원에서도 혼다의 경쟁력 약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대로 현대차·기아는 전동화와 미래 모빌리티 대응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향후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사상 최대’ 분기 매출 달성한 기아, 관세 영향에 영업익은 ‘뒷걸음질’

기아가 글로벌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 속에서도 고수익 차종 중심 전략을 앞세워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관세 등 외부 비용 증가 영향으로 수익성은 감소했다. 기아는 24일 올해 1분기 매출 29조5019억원, 영업이익 2조2051억원, 당기순이익 1조830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하며 역대 분기 최대를 달성했으며, 판매도 77만9741대로 1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6.7%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7.5%로 하락했다. 판매는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집행 효과로 EV3, EV5 등 전기차 판매가 늘며 5.2% 증가한 14만1513대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중동 지역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북미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와 유럽 전기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현지 소매 판매는 글로벌 산업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도 3.7% 증가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1%로 상승해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매출 성장은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환율 효과 등이 견인했다. 반면 수익성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약 7550억원)와 북미·유럽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보증충당부채 확대 등으로 악화됐다. 친환경차 부문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23만2000대로 33.1%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32.1% 늘어난 13만8000대, 전기차는 54.1% 증가한 8만6000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29.7%로 상승해 전년 대비 6.6%포인트(p) 확대됐다. 기아는 향후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경쟁 심화 등 불확실한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한국에서 EV4·EV5 등 전기차 판매 확대와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를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텔루라이드와 카니발 등 고수익 모델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풀 라인업을 기반으로 시장 리더십을 확대하고, 신흥 시장에서는 맞춤형 전략 차종과 공급 확대를 지속할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관세 등 단기 비용 증가 요인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와 친환경차 중심의 질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판매 믹스 개선과 비용 효율화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완성차 빼고 모터사이클에 집중…日 혼다, 한국시장 축소

혼다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약 23년여간 이어온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는다. 대신 모터사이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장 환경 변화와 환율 동향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업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중장기 경쟁력 유지를 위해 경영 자원을 중점 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2026년 말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단기적인 실적이 아닌 중장기 전략 차원의 선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자동차 사업 철수는 결코 쉬운 판단은 아니었으며 회사로서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 최적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는 종료하지만 기존 고객에 대한 지원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판매 사업 종료 이후에도 차량 유지관리 서비스,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 애프터 서비스는 변함없이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딜러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별도의 협의 절차를 진행한다. 이 대표는 “각 딜러사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향후 일정과 절차를 개별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004년 국내에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10만8600대 차량을 판매해왔다. 이 대표는 “그동안 혼다 자동차를 선택해 준 고객과 딜러사,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결정으로 불편과 우려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사업의 중심축은 모터사이클로 이동한다. 모터사이클 사업은 지난달까지 약 42만600대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터사이클 사업은 앞으로 혼다코리아의 핵심 사업으로서 역량을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상품 경쟁력 강화와 고객 서비스 확대, 고객 접점 확대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적절한 시점에 안내해 고객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며 “향후 변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트럭도 ‘컴팩트’하게…타타대우, 중형트럭 하이쎈 출시

타타대우모빌리티(타타대우)가 도심형 중형트럭 '하이쎈'을 선보이며 일반하중 중심 상용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형 트럭 시장이 고성능·대형화 흐름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타타대우는 하이쎈을 통해 기동성과 효율을 앞세운 '실용형 모델'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타타대우는 지난 22일 전북 군산 본사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하이쎈을 공개하고 출시를 공식화했다. 회사 측은 “하이쎈은 준중형 트럭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중형급 적재 성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며 “좁은 도심 도로와 골목길, 환경차 및 특장 작업 환경 등에서 요구되는 기동성을 고려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타타대우는 하이쎈에 기존 중형 트럭 대비 최대 115mm 좁은 캡 폭과 325mm 낮은 캡 높이를 적용했다. 임중우 타타대우 상품기획팀장은 “컴팩트한 차체를 통해 협소한 도심 환경에서도 원활한 주행이 가능하다"며 “단순한 크기 축소를 넘어 특장 장비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작업 효율까지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파워트레인은 HD건설기계 DX05 엔진과 커민스 F4.5 엔진을 듀얼로 구성해 최대 240마력 수준의 출력과 90kgf·m 토크를 확보했다. 여기에 ZF 8단 전자동변속기와 앨리슨 9단 전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다양한 운송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연비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 차체 구조는 신규 스트레이트 프레임과 TLS 서스펜션을 적용해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차량총중량(GVW)은 최대 15.5톤까지 확장 가능해 다양한 운송 조건에 대응할 수 있다. 또 냉동탑차, 덤프, 환경차 등 다양한 특장 차량으로의 전환을 고려한 설계를 적용했다. 후축 브레이크 챔버 위치 조정과 배터리·에어탱크 배치 최적화를 통해 특장 제작 편의성을 높였으며 작업 환경에서의 내구성과 실용성도 강화했다. 타타대우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강조했다. 임 팀장은 “하이쎈은 기존 경쟁사 중형 트럭 대비 약 15~20% 낮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연비 역시 10% 이상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초기 구매 비용뿐 아니라 유지비를 포함한 총소유비용(TCO)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경쟁 모델보다 사양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중형 트럭 운용 환경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타타대우의 가격 전략은 최근 시장 변화와 맞닿아 있다. 중형 트럭은 보조축 확대와 고출력 엔진 적용 등으로 사실상 '준대형급'으로 커지며 가격과 차체 부담이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도심 물류와 중단거리 운송 중심의 일반하중 시장에서는 과도한 성능보다 적정 수준의 효율과 기동성을 선호하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중형 트럭 시장에서 보조축이 없는 일반하중 세그먼트 수요는 약 32%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차와 재활용 수거차 등 도심형 특장 차량 수요가 집중된 영역으로 차량 크기와 운영 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타타대우는 이러한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하이쎈을 투입했다. 고하중 중심의 기존 '구쎈' 라인업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중형 트럭 시장 전반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하이쎈 출시를 계기로 정비 네트워크 등 사후관리 인프라도 강화한다. 김태성 타타대우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당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사후관리서비스(A/S)"라며 “고객이 방문한 당일 수리를 완료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용차는 고객의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자산인 만큼 신속한 점검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롯데로지스틱스와 협력해 주요 거점에 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반나절 내 부품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하이쎈 고객을 대상으로 출고 후 100일간 집중 관리하는 '100일 품질 케어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타타대우는 하이쎈의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안착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중형 트럭 시장은 대형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도심 운송에 적합한 합리적 모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크다"며 “하이쎈은 기동성과 성능을 균형 있게 갖춘 모델로 일반하중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율 중심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동화와 친환경 기술 개발도 병행해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타대우는 향후 하이쎈을 기반으로 전기트럭 및 수소 관련 모델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상용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단계적인 전동화 전략을 통해 대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하이쎈 전기트럭은 현재 내부 연구소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수소연료전지차(FCV)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만큼 수소 내연기관 트럭도 별도로 개발해 2027년 말에서 2028년 말 사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 사장의 취임 1년 성과도 함께 언급됐다. 김 사장은 “상용차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취임해 지난 1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내수 80% 이상, 수출 90% 이상의 사업 계획을 달성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부임 이후 미래 준비를 위해 기본기를 재정비하고 고객 만족 기반 구축에 집중했다"며 “판매·품질·인사 등 주요 부문에서 조직 정비를 병행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상품성 개선을 지속 추진하고 경쟁사 대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현대차 1분기 실적 주행기록…매출 ‘저속 기어’, 영업이익 ‘후진 기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를 앞세워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비용 증가와 미국 관세, 중동 전쟁 등 외부 변수 영향으로 수익성은 크게 둔화됐다. 23일 현대차는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분기 매출 45조9389억원, 영업이익 2조51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3.4% 증가하며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0.8%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5.5%를 나타냈다. 도매 판매 또한 97만621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판매 감소에도 매출이 증가한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가 자리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24만2612대로 14.2%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17만3977대로 집계됐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와 하이브리드차 비중 역시 각각 24.9%, 17.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국내 판매가 15만9066대로 4.4% 감소했고 해외 판매도 전반적인 시장 위축 영향으로 2.1% 줄어든 81만7153대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는 24만3572대를 판매하며 0.3%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수익성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센티브 확대, 투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악화됐다. 매출원가율은 82.5%로 2.7%포인트(p) 상승했고 관세 부담도 8600억원 발생했다. 다만 환율 상승과 비용 통제 노력 등이 일부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상승했다. 글로벌 점유율은 4.9%로 0.3%p, 미국 시장 점유율은 6.0%로 0.4%p 각각 확대됐다. 현대차는 향후에도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무역 갈등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차 출시와 상품성 개선 모델을 통해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전동화 전환과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세 등 수익성 악화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 구조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강화할 방침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유지해 전년과 동일한 주당 2,500원의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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