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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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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지형도, SMR 주목] 한국조선해양, 바다 위 원전 'SMR 생태계 구축' 선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6 10:39

바다 위 환경규제 강화… SMR이 실질적 대안이란 판단



4세대 MCFR에 주목…美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 투자



SMR 구축에 대한 청사진 제시… 타당성조사·실증 계획

정기선

▲지난 1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 HD현대 콘퍼런스에서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차세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SMR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바다 위 선박들에 대한 탄소배출량 규제가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로 멀지 않은 미래에 선박들은 더 이상 기존 연료인 저렴한 고유황유(IFO380)을 사용할 수 없어진다. 고유황유는 연료에 포함된 황(SOx)이 2% 이상이 유류로, 액화천연가스(LNG)에 비해 미세먼지는 24배, 미세먼지 생성물질인 질산화물 1.8배, 황산화물은 수백 배까지 뿜어낸다.

이에 따라 업계에는 친환경 기술 개발이 강제되고 있다. 통상 선박의 에너지 시스템은 전통적인 탄소 기반 연료의 연소 시스템과 배기가스 후처리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새로운 저탄소 연료 사용 혹은 후처리 시스템 강화가 필수적이란 뜻이다.

저탄소 연료로는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가 꼽힌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은 LNG나 메탄올을 사용하는 이중연료추진엔진(DF)를 상용화했고 선박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암모니아, 수소를 활용한 DF도 실증에 돌입, 내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처리 시스템으로는 화학적 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Scrubber)가 대표적이다. 선박 내 스크러버는 바닷물로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을 씻어내 배출량을 줄이는 원리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대부분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를 대응하고 있다.

다만 비용 증가라는 공통적인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저탄소 연료 사용과 후처리 시스템 장착은 기존 선박 운영 방식과 대비해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는데,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으로 경제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오히려 경쟁력 하락이라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SMR을 활용한 수소 생산 및 생태계 구축이 해답이라는 판단이다.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 분해해야 하는데, 이때 물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율이 좋아지는 특성을 가진다. SMR의 경우는 약 280℃의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데, 물을 가열함과 동시에 전기분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SMR의 종류 중 하나인 용융염원자로(MCFR)에 주목하고 있다. MCFR은 용융염(상온에서 고체의 나트륨을 녹인 것)을 냉각제로 쓰는 4세대 원자로로, 현재 뉴스케일과 한수원에서 개발되고 있는 경수로원자로(물을 냉각제로 사용)에 비해 높은 열효율과 안정성을 자랑한다.

또한 선박에 설치했을 때 그 장점이 두드러진다. 연료의 사용 주기가 20년 이상이라 선박의 최대 선령(20∼25년)과 맞아떨어지고 원자로 크기가 작아 설치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MCFR의 연료로는 토륨232, 불화우라늄, 지르코늄, 리튬 등을 혼합해 사용한다. 토륨232는 기존 원자력 발전 연료 우라늄235에 비해 수급이 용이하고 사용후 핵폐기물이 적게 남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테라파워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혁신 기업으로, MCFR의 설계에 대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테라파워와 투자 협의를 진행한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차세대 에너지 기술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원자력 분야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상 원자력 발전과 원자력추진선박 분야 미래 기술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SMR 생태계 구축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다. 이제경 한국조산해양 박사는 지난달 1일 한국선급(KR)이 개최한 선박용 소형원자로(SMR) 관련 컨퍼런스의 주제 발표를 통해 조선소의 모듈화 공정, 생산성 높은 대형 구조물 양산 역량이 SMR 경제성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SMR 역시 공장에서 생상된 작은 블록을 이어붙이는 모듈화 공정이 핵심이라는 것에서 착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상민 한국조선해양 상무는 이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SMR 산업 육성·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선박에 SMR을 탑재한 부유식 원전 개발 진행상황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60MWe급 SMR 4개를 탑재한 240MWe급 발전선 기존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발전선은 발전 시설 하단에 원자로·상단에 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해 이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부유식원전 타당성조사에 착수해 2025년 결과를 도출하고, 2031년 시험용 부유식 바지선을 제작한다는 목표다. 또한 2033년에는 시험용 원자로를 사용한 부유식 원전 실증에 돌입해 2035년 확장 모델 개발 및 시연에 나선다.

한국조선해양은 정기선 사장 취임 이후 친환경·에너지 부문에 대한 기술 확보와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또한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업 및 기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등 사업 목적을 추가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 현장에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잘 해낼 수 있는 곳 바다. 그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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