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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장 게임체인저 SMR] 정동욱 교수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참여 적극 유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9 07:30

"정부는 다양한 원천 기술을 민간 사업자에게 전파해야"



정부의 기술적 배려·투자세액 감면· 규제완화 필요성 강조

정동욱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사진=이승주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이 모두 정부 주도 공공 개발로 이뤄졌다. 다만 SMR의 경우 다양한 기술들과 아이디어가 요구되기 때문에 민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기술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를 꼽았다.

이어 정 교수는 "정부는 다양한 기술들이 민간 사업자들에 전파될 수 있도록 기술적 배려를 낮춰야 한다"며 "개발자와 규제자 간의 체계적인 협력모델도 적극 수립해야 한다"고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탄소중립에서 SMR의 역할이 있다면.

SMR은 탄소중립을 달성함에 있어서 기존 대형 원전보다 유리하다. 원자력 없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는 가용성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원자력 같은 무탄소 전원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잘 혼합해서 사용해야 한다.

▲SMR을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SMR은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전기를 자가 공급하고자 하는 산업체가 있다면 안성맞춤이다. 산업체는 대형 원전급 대용량 전력까진 필요없다. SMR은 수요지 근처에 구축해 산업체가 필요한 전력량 만큼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소 경제 구축에도 유리하다.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물을 전기분해 해야 한다. 전기 분해는 물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율이 좋아진다. SMR 같은 경우는 여러 개의 원자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서는 물을 가열하고 또 다른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기를 가지고는 전기분해를 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화학 공정 상에서도 상당한 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SMR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경수로를 이용한 SMR은 포화증기(대략 280℃)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 포화증기는 전기 가열하게 되면 더 높은 온도의 증기도 뽑아낼 수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미국·유럽은 민간 주도, 중국·러시아 등은 정부 주도로 SMR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원자력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이 모두 정부 주도 공공 개발로 이뤄졌다. 여태까지 민간이 스스로 기술 개발을 하거나 특정 산업을 독자적으로 보는 케이스는 없었다.

다만 SMR의 경우 다양한 기술들과 아이디어가 요구되기 때문에 민간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정부 주도로 개발된 기술들이 민간에 전파되고 민간이 사업자로 나타나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수원이 유일한 원자력 발전 사업자다. SMR은 한수원이 유일한 발전사업자가 되란 법은 없다. 민간도 SMR에 투자하고 기술을 흡수해 자기 목적에 맞는 용도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SMR이 대형원전에 비해 투자 규모가 작은 것도 장점이다.

▲민간 참여에 전제돼야 되는 조건이 있나.

SMR에 투자할 민간 사업자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건설·제작·운영 상 기술을 습득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기술들은 공기업들이 다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운영 기술은 한수원, 설계기술은 KEPCO ENC라는 한전의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식이다.

정부는 다양한 기술들이 민간 사업자들에 전파될 수 있도록 기술적 배려를 낮춰야 한다. 기술적 배려를 낮춘다는 것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무상으로 주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술 공유 정책이 첫 번째로 필요하다고 본다. 원자력 기술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해서 투자 세액 감면 같은 혜택도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규제다. SMR은 소형 원전으로 기본적으로 안전 여유도가 커서 대형원전과 차별화된 안전성을 갖기에 대형원전에 적용하는 현재 규제기준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 안전규제에 SMR의 설계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안전규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새로운 원자로 개발에 상호 정보교환과 기준수립을 위해 개발자와 규제자 간의 체계적인 협력모델도 정부에서 적극 수립해야 한다.

세 번째는 SMR에 대한 PPA제도 도입이다. PPA는 발전 사업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수요자에게 전기를 파는 제도다. 현재 법에 의하면 재생에너지만 PPA가 가능하다.

만약 SMR에 PPA제도가 도입된다면 탄소국경조정세(CBAM)에 영향을 받는 기업체에 상당한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무탄소 에너지를 자기가 필요한 만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우리나라가 탄소 감축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본다.

▲ SMR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혁신형 SMR은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MR을 도입하려는 국가들은 해당 제품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운영되고 있지 않은 최초의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기는 쉽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 중 첫 째는 ‘리스크 공유’가 있겠다. 외국에 SMR을 지으면서 국내에 같은 모델을 같이 짓게되면 리스크를 쉐어(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상호 의견 교환도 가능하고, 부품도 교환도 논의할 수 있는 원플러스원 모델이다.

민간 기업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SMR을 이용해 수소 생산 사업을 한다든지, 발생한 열과 전기를 통해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날 제철 산업은 전기를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한다. 그 중에서도 포스코의 자체 발전 용량은 대단히 크다. 다만 이 자체 발전은 가스나 석탄을 사용하고 있기에 유럽연합(EU)의 CBAM과 같은 규제에 걸린다. 포스코가 굳이 SMR을 가지고 발전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업자가 SMR로 제철 전용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조화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SMR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하면 굉장히 안정적인 전력 생산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앞서 말한 PPA 제도가 완화되면 무탄소 발전 사업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SMR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있나.

정부가 민간 사업자들이 원전 기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고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다. SMR의 가격이 저렴해지는 방법은 ‘소품종 대량’ 생산이다.

현재 기술 설계와 운영은 공기업이 하지만, 부품 제작은 민간 기업이 한다. 그렇다면 이 민간 기업들이 더 싸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과제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 정부가 돈을 조금 준다고 해서 민간기업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SMR 구축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 많은 부품 수요가 발생하고, 이 때 뛰어들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약력 △1961년 출생 △서울대학교 원자력공학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 석사 △MIT 원자력공학 박사 △ 전) 한국원자력학회장 △전) 국가과학심의위원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 △ 전)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 △ 전)한국연구재단 원자력 단장 △ 현)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현) 국회 경제외교자문위원회 위원 △현) 혁신형 SMR 개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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