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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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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온실가스 감축, 이제 말보다 실천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13 09:00

최수석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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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석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대중가요가 번창했던 1990년대에는 시대가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가수들이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신해철, 이승환, 신승훈 등과 같은 슈퍼스타들은 환경보전을 위한 콘서트 ‘내일은 늦으리’를 함께 열었다. BTS를 포함한 유명 그룹들이 소속사를 초월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익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상상해 보면 당시 사회적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콘서트에서 발표된 ‘더 늦기전에’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아이들이 자라서도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유명 가수들의 외침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환경문제에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1992년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슬로건으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최초로 맺어진 해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확인하고,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 유발물질인 온실가스를 지목하여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과 정량적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을 숙제로 남겨 두었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현재 온실가스 감축 약속이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2009년에 우리나라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전망치 보다 30%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당시 교토기후협약의 제한을 받지 않던 비의무감축국가 중 가장 앞선 목표를 제시하면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녹색성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을 수립했었다. 2020년 배출전망치가 이산화탄소 기준 7억7610만톤 이었으므로, 목표대로라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4330만톤보다 작았어야 했다. 통계청의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공식 자료는 아직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없지만,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도의 배출량 7억2760만톤을 감안하면 2020년 목표 달성은 실패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2019년 마련된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는 2017년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인 5억3600만톤이었다. 그러나 올해 2월 우리나라는 유엔으로부터 목표치를 상향하여 재제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하며, 지난 4월 말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와 지난달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공표한 바와 같이 올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이전에 상향된 목표를 제시하기로 했다.

수정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은 곧 공개되겠지만 얼마나 감축하겠다는 선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감축하겠다는 전략이다.

P4G 서울 정상회의 직전인 지난 5월 29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최상위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였고, 97명의 위원이 활동하게 되었다. 30여 년 전의 환경콘서트가 떠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위원회인 만큼 사회적 관심을 끄는 것을 넘어 합리적 실천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준비한 세부 계획들이 있겠지만, 기후변화라는 사안의 시급성에 비해 중요한 정책의 실행은 상대적으로 지체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전환 부문’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한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는 특별한 이유 없이 3분기 이후로 연기되었다. 미국·영국· 일본·프랑스·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을 중요 전력원의 하나로 포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따른 주요 과제인 ‘에너지믹스’에 원자력은 빠져 있다.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세계 주요국 반열에 오르지 못했던 중국이 지금의 세계 강대국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이 취한 ‘흑묘백묘론’이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처럼 이념과 상관없이 평범한 사람들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실용주의적 정책을 취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이 지체되어 늦어버린 내일을 맞이하기 전에,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실용적인 정책이 실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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