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 점검] “수소댐 지어 에너지 위기 돌파하자”

대규모로 수소를 생산·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자는 '수소댐'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으면서 수소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원유·가스를 대체할 연료로 부각되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수소경제 육성을 위해 국회에 수소사업법 통과와 정부의 더 많은 지원 요청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과 한국수소연합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소경제 민간투자 지속·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훈 한국청정수소진흥연구원 사무국장은 토론회에서 '민간 주도 전국 주요 거점 내 수소댐 구축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수소댐은 물을 저장해 필요할 때 생활·산업용수로 공급하는 댐처럼 수소를 저장·활용하자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 발전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주요 거점에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 저장한다. 이후 수소댐에 저장한 수소를 철강 생산·석유화학 플랜트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수소망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철강·석유화학 산업과 LNG 발전소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사무국장은 “석탄발전 폐쇄와 LNG 발전 감축에 대비해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소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물산, 두산퓨얼셀,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등 수소 관련 민간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지난 1월 17일 이종배·정태호 의원 등 총 24명의 의원이 발의한 '수소 및 수소화합물 사업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수소경제 육성과 수소 운송·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수소는 아직 경제성이 부족한 만큼 수소산업에 대한 조세특례와 수소 생산용 전기요금 할인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수소 생산 기업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은 kg당 1만7300원인 반면 화석연료 기반 회색수소는 약 7000원 수준이다. 김 교수는 시장 보호와 생산세액공제 등을 통해 생산비를 kg당 1만원 수준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수소특화단지 추가 지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특화단지는 수소 산업 관련 기업과 지원 시설을 한곳에 모아 집중 육성하는 지역으로 수소댐과 유사한 개념의 산업클러스터다. 현재 강원 동해·삼척과 경북 포항이 지정돼 있으며 추가로 신규 5곳을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의원은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요동치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며 “수소는 재생에너지 못지않게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민간의 장기적인 투자가 국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안보 점검] 우선협상대상자 승인 기다리는 BP, 대왕고래 이대로 끝낼건가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에너지안보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총 7개의 구조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 가스가 탐지돼 이를 확인하는 탐사시추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발견으로 이어진다면 석유, 가스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안보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 정부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현 정부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사업의 잠재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글로벌 석유공룡 BP에 대해 최종 승인을 허가해 BP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당장 우리나라에 석유, 가스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으로부터 석유 70%, 가스(LNG) 15%를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이란군이 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공격을 가하고 있어 글로벌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운항 중단을 선언하는 등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선박의 운항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정부는 석유 비축량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정부 석유 비축량은 약 1억배럴, 민간 석유 비축량은 약 9000만배럴로, 이에 따른 비축일수는 정부 발표 기준 208일분이다. 하지만 실질적 소비량을 적용하면 비축일수는 크게 줄어든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량은 9억3158만배럴로, 일평균으로는 255만배럴이다. 이를 비축량에 적용하면 비축일수는 약 80일분밖에 안된다. 즉, 일상적 석유 소비패턴으로는 세 달을 버티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석유, 가스를 조달할 수도 있지만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가장 확실한 에너지 안보 대책은 우리 땅에서 석유, 가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시작하고 현 정부에서 중단된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사업은 경북 포항 앞바다에 위치한 심해 7개의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 가스 자원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자원량의 30%만 확보해도 국내 소비량의 4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사업 주관사인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견가능성이 가장 높게 평가된 대왕고래 구조를 대상으로 탐사시추를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경제성 있는 물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추비는 총 124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석유공사는 나머지 6개 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시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조가 서로 연결돼 있어 가스가 다른 구조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이를 거부하고 있다. 1차 시추비 예산에 이어 추가 시추비에 대한 예산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이 사업에 대해 “그 돈(시추비)이면 AI용 GPU(그래픽카드) 수천장을 살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글로벌 석유업계는 이 사업을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석유공사가 지난해 실시한 투자유치 입찰에 복수의 글로벌 석유기업이 참여했고 10월 잠재적 우선협상대상자로 BP를 선정했다. 영국계 글로벌 석유공룡인 BP는 미국 엑슨모빌에 이어 세계 2위 석유기업이다. 브라질 등 다수의 심해 유가스전 개발도 성공적으로 수행한 세계 최고의 석유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BP가 최종 선정되기 위해서는 주무장관인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 장관은 4달이 지난 현재까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와 10월 국정감사에서 동해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랬던 김 장관이 아직까지 BP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 역량을 가진 BP가 동해심해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한다면 그만큼 실패리스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BP가 개발사업에 참여한다 해도 바로 시추에 들어갈 순 없다. 탐사자료와 시추지질에 대해 새로운 분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정밀한 시추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그게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며 “그만큼 실패리스크는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도 정치적 부담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확실한 에너지안보 대책 차원에서 국내 대륙붕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정권 교체때마다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을 없애기 위해 관련 예산과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에너지와 광물 수입에 한해 200조원 이상을 사용하면서 자원확보 예산에는 0.1%도 쓰지 않는 나라"라고 지적하며 “석유수입업자와 판매업자한테서 걷는 석유사업기금의 일부를 자원개발에 사용토록 하고, 자원개발 사업과 조직도 정치적 영향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독립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 및 금속광물 수입액은 1724억달러로, 약 254조원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되자 RE100 캠페인의 발원지인 영국에서도 에너지안보를 위해 유전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세계적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한 영국 옥토퍼스의 설립자이자 정부 자문위원인 그렉 잭슨은 현지 언론 기고글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폐쇄한 이후 전 세계 가스 가격이 두 배로 올랐고, 영국의 도매 전력 가격은 약 50%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경제적 피해를 더욱 악화시킨다"며 “우리는 북해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가스가 있는데 굳이 지구 반대편에서 가스를 수입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안보 점검] 재생에너지로 중동발 위기 돌파…“전동화·시장개편·ESS 함께 가야”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수송·산업 부문의 전기화, 전력시장 개편,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대응을 위한 국무회의에서 “국제유가 문제나 원유 조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며 “이 기회를 살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에너지 안보 위기를 계기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이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전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송 부문의 에너지를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로 총 60%가량이다. 결국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전기차 보급 등 수송 부문의 전기화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5년이나 2040년에 국내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지난 5일 전력수급 상황을 보면 오후 1시 기준 태양광 발전량은 1만8026MW, LNG는 1만6424MW, 석탄은 2만1684MW, 원전은 1만7409MW였다. 하지만 해 진 오후 7시 기준 LNG 발전량은 2만6869MW로 49%(8843MW) 증가한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ESS를 함께 확충하지 않으면 LNG 의존도를 낮추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SS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을 경우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기 위해 LNG 발전 의존도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ESS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전력시장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적은 시간대에는 높여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대규모 LNG 신규 건설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환경과 에너지 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LNG 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언 기후넥서스 대표・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회 위원은 “LNG의 온실가스 집약도는 석탄 대비 고작 25% 낮은 수준이며 특히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높은 '메탄'이 대량 발생한다"며 “ESS, 전기요금 개편, 전력수요관리 등 효율화 및 유연성 투자 우선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재생에너지와 ESS대안과 LNG의 비용·기후 편익 비교를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현재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메탄 탈루, 초기 가동 오염물질 배출 등 비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구조적 병목 해소가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안보 점검] 석탄발전 조기 폐지 논란 재점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에너지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국내 전체 발전 비중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발전 감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에너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40기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40기 폐쇄 시 약 20GW 규모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는 이를 LNG(액화천연가스)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메울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이란 전쟁과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에너지 가격과 전력시장 안정성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에너지 안보 관점의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LNG 가격 폭등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고 전기요금 인상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이란 사태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국처럼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지정학 리스크가 곧바로 전력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전력시장까지 흔들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발전원 구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번 사태의 최대 충격은 원유보다 가스 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보다 천연가스 시장이 더 큰 가격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스는 원유에 비해 추가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가격 상승 폭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해협이 한 달간 폐쇄될 경우 유럽 가스 가격이 130% 이상 급등해 MWh당 74유로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두 달 이상 수송이 중단될 경우 가격이 100유로에 근접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가스 가격 급등 시 전력시장과 전기요금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탄발전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탄발전은 탄소 배출이 많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료 저장이 상온에서 장기간 가능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전세계 곳곳에 매장돼 있어 수급에서 타 에너지원보다 훨씬 유리하다. 특히 LNG 발전은 국제 가격 변동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석탄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석탄발전 감축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될 경우 전력 공급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아시아 두 번째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신규 석탄발전 건설 중단, 2040년까지 기존 석탄발전소 40기 폐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석탄발전 폐지 목표에 대한 현실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건설이 동시에 추진되는 과도기 국면에서 석탄발전까지 급격히 축소할 경우 전력 공급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나 LNG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인데,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보조수단이 반드시 필요해 단가 상승이 발생하고, LNG는 이번 사태와 같이 지정학 리스크에 취약하다. 또한 원전은 주민수용성 문제 등으로 준공기간이 평균 14년이 소요돼 단기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탄소중립도 좋지만 계통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석탄발전을 단기간에 줄이는 방식이 반드시 최적의 해법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국가들은 기저 발전역할을 하는 석탄발전 비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은 국제 정세 변수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발전원으로 평가된다. LNG 발전의 경우 도입 물량 상당 부분이 중동 및 글로벌 현물 시장과 연동돼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지정학적 충돌 발생 시 가격과 수급 모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석탄은 주요 수입선이 호주·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돼 있고,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단기 가격 급등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발전소 인근에 일정 기간 연료를 저장할 수 있어 물류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발전 중단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최 대표는 “에너지 믹스는 탄소 감축 목표뿐 아니라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 리스크까지 함께 관리하는 개념"이라며 “위기 대응 수단을 동시에 줄이는 방식의 정책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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