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요양원 가기엔 건강한데”…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이유①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원함에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요양원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요양원에 가기엔 건강한 실버세대에게 노인주택이 대안이 되는 이유, 중산층 실버가구에게 부족한 선택지와 입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10명 중 7명' 장기요양 재가 어르신 중 “아파도 살던 집에 살겠다"고 답한 숫자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급여 수급자 중 건강이 악화돼도 현재 집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69.4%로 2022년 49.8%에서 19.6%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2022년 28.7%에서 2025년 17.6%로 감소했다. 장기요양 수급자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사람을 말한다. 초고령층이 빠르게 늘면서 노년기에 돌봄이 필요한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85세 이상 노인인구 수는 2021년 63만명에서 2025년 11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 수급자 중 80세 이상이 71.4%, 85세 이상 수급자는 47.3%로 증가 추세다. 현재 재가급여 수급자는 방문요양(78.1%), 주·야간보호(21.5%), 방문목욕(19.6%), 방문간호(3.8%) 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 자체가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계단이나 욕실 같은 주거 환경부터 식사·청소·외출 등 일상생활까지 기존 주택이 고령자의 신체 변화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 종사자들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70세 이상 재가급여 종사자는 2019년 10.9%, 2022년 17.8%에서 2025년 20.2%로 고령화 수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돌봄 수요는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서비스 인력의 연령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고령자 주거 문제는 집 아니면 요양원으로 양극화돼있다. 요양원은 자립생활·커뮤니티 중심 이라기보다 의료·간병 중심이다. 요양원에 가기엔 너무 건강하고, 일반 아파트에 살기엔 돌봄·안전이 불안한 실버가구를 위한 선택지가 부재한 것이다. 이들을 위한 대안이 '노인주택(senior housing)'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이 노후를 지내기 위한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이란 거주하는 사람이 독점적으로 거주하는 고유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주택에 포함되는 것은 소유권 방식의 시니어 대상 분양 아파트와 임차권 방식의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맞도록 주거 공간을 설계한 공간이다. 고령화에 따른 불편을 억제할 수 있는 물리적 요소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수반된다. 물리적 요소로는 쾌적한 주거시설 병원과 연계된 의료시설, 문화·오락·체력 서비스를 위한 공용시설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기능은 건강관리 서비스와 문화·일상생활 서비스 등이다. 노인주택과 시설과의 가장 큰 차이는 프라이버시 여부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지역사회 돌봄 연계를 위한 노인주거복지시설 개선 방안 연구'에서 기존의 병원·요양시설 중심 돌봄은 공간적으로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있어 고령자의 자율성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진단했다. 주택형 주거는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하지만 시설형은 협조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시설은 고령자 전용 공간에 대한 이용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주택은 분양방식이라면 소유권 상속이 가능하고, 임차라고 하더라도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입주자 개인의 선호를 반영한다. 노인주택에 비해 요양원 공급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장기 요양기관 3만1281곳의 입소자는 82만5514명이다. 반면 노인복지주택은 1만가구 수준으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양원은 개인이 85%를 공급하는데, 이는 낮은 진입장벽과 사업 인센티브에서 비롯된다. 토지·건물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원을 운영하려면 입소자 수에 비례해 시설장·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조리원 등을 의무 배치해야 하는데, 30인 이하 시설의 경우 인력 배치 기준이 완화돼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수익 구조도 명확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요양원에 지급하는 서비스 단가인 장기요양보험 수가에 상급 침상료 등 비급여 이용료 같은 추가 수익을 얹는 사업 모델이 확산됐다. 미분양 상가 등을 활용해 초기 취득 비용을 낮추고, 4~5년 운영 후 양도차익과 권리금을 노리는 사업 모델이 유행했다. 경매로 취득할 경우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입 과정에서 입소자의 주거환경이나 서비스 수준 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노인복지주택 시장이 정체상태인 이유에 대해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구조를 지적했다. 노인주택 초기 공급자들이 이를 일반 분양형 개발사업처럼 접근했기 때문이다. 노인 주택은 서비스와 운영이 결합한 상품인데, 분양 후에 운영 주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공급의 한계가 있음에도 수요 측면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 교수는 “기존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진입을 꺼렸지만, 현재 주거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이미 지출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진입이 수요변화의 결정적 변수"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용산공원부지 반환 25%…주택공급 ‘산 넘어 산’

1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용산어린이공원에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모차가 필요한 어린아이부터 한창 뛰어다닐 초등생은 물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공원을 즐겼다. 아이들은 분수정원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스포츠필드에선 유니폼을 갖춰 입은 어린이 선수들의 야구가 한창이었다. 신용산역 인근 주출입구에서부터 이촌역 인근 국립중앙박물관 방향 부출입구까지 걸어서 둘러보는 데는 20분 남짓 걸렸지만, 공원 안에서는 전기로 가는 소형 셔틀버스도 운행 중이었다. 공원 밖 풍경은 달랐다. 신용산역 출구에서 나와 용산어린이정원으로 향하는 인도에는 근조화환이 여전히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 일대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용산구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공원 예정지는 약 300만㎡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현재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부지는 76만8000㎡로 전체의 약 25.6%다. 반환부지 중에서도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임시 개방된 대표적인 공간이 약 30만㎡ 규모의 용산어린이정원이다. 전체 용산공원 예정지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나머지 상당수 부지는 구 방사청 부지나 전쟁기념관 등 국방부 관계기관이 사용하고 있거나 미군으로부터 반환이 완료되지 않아 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돼 있다. 시민에게 온전히 돌아온 공간은 일부에 그치는 셈이다. 용산은 예로부터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여서 군사적 가치가 높았던 만큼 외국군이 주둔했던 역사도 오래됐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국 7사단은 군사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는 용산 기지에 정착했다. 1949년 주한미군이 철수했다가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용산기지를 사용하게 됐다. 이후 주한미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 검토 지시는 1988년에 이뤄졌지만 한·미 정상 간 용산기지 평택 이전 합의는 2003년에 이뤄졌다. 용산기지 국가공원 추진계획 발표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정·공포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졌다. 이후 종합기본계획이 2011년 고시된 이후로 부지 반환과 공원 조성이 느리지만 꾸준히 이어졌다. 2022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부지 반환이 가속화됐다. 같은 해 미군기지 58만4000㎡가 부분 반환됐으며 이 중 일부가 임시개방 형태로 용산어린이정원이 된 것이다.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하고 있는 용산공원에 대해 주택 공급 여부를 타진하겠다고 나서자 특별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질문하자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은 특별법에 근거해 관리되는 국가공원이기 때문에 주택을 지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특별법에서는 국가는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본체부지는 용산공원과 서빙고동에 소재한 부지를 말한다.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해서는 안된다고 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 논의가 나오는 것이다. 용산부지 전체가 법적으로 개발이 막혀있는 것은 아니다. 법은 용산부지를 '본체부지'와 '주변산재부지'로 구분하고 있다. 주변산재부지의 경우 본체부지와 달리 상업·업무·주거·문화 등 복합용도로 조성할 수 있다. 1·29 대책에서 언급된 바 있는 캠프킴 부지 등이 주변산재부지에 해당한다. 현재 국회에서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특별법 개정안은 주변산재부지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시와 용산구가 용산공원 개발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주택 공급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정부는 여론조사 등 국민 여론 수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김 장관이 2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한다. 용산어린이정원을 걷다 보면 국방부 청사를 둘러싸고 펜스로 길이 막혀 있다. 용산공원을 가로지른 반대편 이태원에 위치한 용산행정타운에서 용산공원 부지를 바라보면 '미군용시설 무단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담벼락과 철조망이 보인다. 용산공원 내에는 국방부 청사가 자리하고 있다. 청사는 국가중요시설 및 군사보안시설이 위치한 구역으로 허가되지 않은 인원의 무단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국방부 방향으로 사진·영상촬영·드론비행 모두 금지하고 있는 만큼, 용산공원 부지에 고층 아파트가 조성될 경우 보안문제 발생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국방부는 필요시 정부 정책방안에 적극 협조하면서 임무 수행 여건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전문제도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임시' 개방 형태로 조성된 것은 정화비용 협상과 정화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법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도 임시개방한 용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및 위해성 저감조치가 미흡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반환부지의 유지·관리·운영과정에서 환경 관리를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이를 법적 의무로 명시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기지로 이전을 시작한 것이 2016년이다. 부지 반환은 SOFA 절차에 따라 한미간 협의로 추진 중이다. 반환대상 구역을 과제로 채택한 후 공동환경조사를 실시하고, SOFA 합동위원회에서 최종 승인되면 반환이 완료된다. 부지를 반환 받는 속도도 빠르지 않은 데다 반환부지에 대한 정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개발 대상이 되는 다른 부지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용산어린이정원을 개방한 취지는 약 120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미군기지 부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어린이정원이 조성된 것은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일부 개방한 용지를 주택 용지로 전환하는 것이 당초 법의 취지에 맞는지,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첫발 뗀 ‘적금주택’…주거사다리 기능할까

'적금주택'으로 불리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첫 선을 보인다. 분양가의 10~25%를 먼저 납부한 뒤 나머지 지분을 20~30년에 걸쳐 취득하는 방식이다.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면서 장기간에 걸쳐 주택 지분을 늘려 최종적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 새로운 주거사다리로 주목된다. 최근 20년 거주 만기를 앞둔 서울 장기전세주택(SHift) 입주민들과 서울시 사이에 분양전환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공주택의 주거사다리 기능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첫발을 떼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장기전세주택은 시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7년 5월 처음 도입한 제도다.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의 보증금을 내면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장기전세주택의 당초 취지는 주거취약계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자산을 축적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장기간 거주한 임차가구와 주택을 분양받은 가구 사이의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서 공공주택의 주거사다리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귀용 창파트너스 대표는 “사람들 중에 평생 임대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당장 집값의 일부만 내고 장기간 거주하면서 갚아나가는 주거사다리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택 소유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송파와 강동 지역 장기전세주택은 분양 전환되지 않는 장기전세다. 장기전세주택 최초 입주자의 최대 거주기간이 2027년에 만료됨에 따라 송파파인타운 임차인들과 강일리버파크·고덕리엔파크 임차인들은 분양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이 분양전환을 요구하면서 계속 살게 해달라는 입주민, 이를 거절하는 시, 새롭게 입주를 희망하는 젊은 세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결국 장기전세를 둘러싼 갈등은 안정적인 거주 보장과 주택 소유를 통한 자산 형성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10~25%를 먼저 납부한 뒤 나머지 지분을 20~30년에 걸쳐 취득하는 공공분양주택이다.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처럼 빚을 갚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의 지분을 취득해가는 것이어서 목돈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단계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도 지분적립형 주택을 저출생 대응을 위한 주거정책 수단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은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정책 방향 연구'에서 지분적립형 주택은 실거주 의무와 일정기간 전매 제한이 있어 단기투자 수요의 유입을 막을 수 있고, 유자녀 가구의 건전한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경기도와 GH가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하는 주택공급 방식이다. 이는 2020년 문재인정부 8·4대책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같은 해 11월 황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에 제도적 근거가 담겼다. 해당 법안은 2021년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제도는 있었지만 그동안 시행 사례는 없었다. 첫 사업지는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다. GH는 옛 수원지방법원 부지인 수원 광교신도시 A17블록 600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59㎡ 240가구를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전용 60~85㎡ 360가구는 일반분양으로 진행된다. 오는 10월 초 착공한 뒤 같은 달 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입주는 2030년으로 계획돼 있다. 예를들어 분양가가 6억3000만원일 경우, 최초 취득 지분이 25%라면 약 1억5800만원을 먼저 내고 입주할 수 있다. 나머지 금액은 장기간 분할 납부하면 된다. 거주의무 기간은 5년이고, 전매 제한은 10년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새로운 주거사다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급 자체뿐 아니라 입주자의 자금 조달과 공공주택사업자의 사업성 등 제도 전반의 보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그동안 정부에 △입주자 선정기준 개선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입주자를 위한 대출상품 신설 △공공주택사업자의 세제 부담 완화 등을 건의해왔다. 입주자 선정 기준은 청년층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기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특별공급 대상은 다자녀·신혼부부·생애최초·노부모부양 가구 등으로 한정됐다. 그러나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청년과 신생아 가구가 특별공급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수분양자의 금융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용 대출 상품도 마련됐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구조상 지분을 수분양자와 공급자인 GH가 공유하다 보니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방식으로 담보를 설정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경기도와 GH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정부 대출상품 신설을 국토부에 건의하는 한편, 민간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GH는 우리은행과 함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협약에 따라 오는 10월 예정된 광교 A17블록 분양공고 전까지 전용 대출상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수분양자 금융 부담을 낮추기 위해 우대금리 적용과 전용 대출 시스템 도입도 협의하고 있다. 다만 다른 은행으로 관련 대출상품이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정책 일선에서는 선례가 없는 새로운 유형의 공공주택인 만큼 시범사업을 대상으로 민간 은행이 별도의 대출 상품을 만드는 데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주택사업자의 사업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 완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법인의 경우 주택지분 매각 시 양도차익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해야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경우 공공주택 사업자인 GH가 지분을 소유하므로 사업기간(20~30년) 동안 수차례 공공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GH는 공공주택사업자에 대한 법인세 중과 배제와 관련해 국세청과 협의하면서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반면 재산세 부담과 관련해선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 GH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는 만큼 재산세 부담이 장기간 이어지는 구조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재산세 감면은 3년간 한시 적용된다. 경기도와 GH는 이를 사업 운영기간인 20~30년 동안 적용할 수 있도록 감면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최초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기도에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선례가 없다 보니 정책 추진 상황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다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분양과 입주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사업을 만들어 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실제 입주자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지분을 계획대로 늘려갈 수 있는지, 금융지원과 사업운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내 집 아련을 가능하게 하는 안정적인 공공분양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광교 사례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임대사업자 절반이 고령층…전월세 불안, 뿌리는 ‘노후 대비 부족’

집값 상승과 함께 전월세 가격도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임차료 상승과 전월세난은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수요로 이어져 다시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불안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임대차 시장의 공급 구조를 지목한다. 개인들, 그중에서도 영세한 개인들이 전월세 공급의 주축이 되다 보니 개인의 자산 상황과 심리에 따라 시장이 크게 변동한다. 임대시장의 공급 주체가 중장년·고령층에 쏠려있는 것은 이들 상당수가 노후 소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임대소득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그 대안으로 주택연금 같은 고령층 자산 유동화 활성화 방안이 고려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개인보다 기업형 임대차가 활성화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전국 임차가구는 2024년 기준 847만가구로 추산된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197만2000가구(23.2%)를 제외한 649만8000가구(76.8%)는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개인 공급자 상당수는 고령층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60대 이상 고령층 부동산임대업자는 123만7494명으로, 전 연령대 임대사업자(242만9333명)의 절반을 넘는다. 50대를 포함한 비중은 79%에 달해 사실상 임대시장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돼있다. 고령층 자영업자 중에서도 부동산임대업이 서비스업(48만7918명), 소매업(32만6379명), 운수·창고·통신업(29만7858명)을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60대 이상 자영업자 대출은 389조원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고령층 자영업자의 경우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38.1%로 다른 연령층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은행은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이 부동산업에 집중돼 부동산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은퇴 이후 재취업 문이 좁다 보니 초기 투자비가 적고 진입장벽이 낮은 빌라·다세대 임대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전월세 시장의 공급 축이 '생계형 고령 임대인'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전월세 시장 공급이 생계형 고령 임대인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고령층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 유동화 수단이 활성화 돼야 한다.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주택연금 누적 가입 가구는 15만71가구이며 가입률은 약 2%에 불과하다. 주택연금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상속문화와 낮은 급여수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022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서'(5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월지급금이 적어서'(47.2%)가 뒤를 이었다. 2020~2021년 주택 가격 급등기에는 기존 가입자들의 해지 후 매각 사례가 급증(46.3%)해 제도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타격을 줬다. 가입률은 낮지만 수요 자체는 오히려 늘고 있다. 국가 주택연금의 가입 상한선은 공시가격 12억원이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수요를 흡수하려는 민간 상품이 지난해 5월 출시돼, 출시 1년 만에 가입금액 3300억원을 넘어섰다. 국토연구원은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고령 가구의 자산 구조가 금융자산보다 주택자산 비중이 높은 특징이 있어, 그들이 보유한 주택자산을 활용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연구원은 주택연금제도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방안으로 4가지(주거이동 허용형 주택연금 제도 도입·주택연금 자녀승계형 제도 도입·취약 고령층 우대형 주택연금 지원 확대·저가주택 주택연금 가입비용 부담 완화)를 제안했다. 현재 주택연금 제도는 담보로 설정된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구조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 생활 과정에서 자녀의 육아 지원을 위해 거주지를 옮긴다거나, 의료시설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주거환경을 변경하는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생활 여건 변화에 따라 주거 이동을 선택하더라도 주택연금 이용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택연금 자녀승계형 제도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자녀가 연금 계약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가입자가 사망하면 연금 계약이 종료되고 담보주택을 처분해 대출잔액을 정산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잔여가치가 있으면 상속인에게 반환되지만, 주택 자체를 유지하면서 연금 계약을 이어받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녀가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수단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자녀승계형 제도가 가입시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저가주택을 보유한 취약 고령층의 노후소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취약 고령층 우대형 주택연금 지원 확대도 제안했다. 이들은 기초연금이나 공적 이전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을 고려하면 노후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저가주택은 일반형 주택연금에 가입해도 월 지급액 수준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기초연금 수급자 등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에는 더 높은 지급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저가주택 보유 고령층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가입비용 부담 완화 방안도 제안됐다. 주택연금 가입 시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초기 보증료와 연보증료 등이 부과된다. 이는 제도 운영의 안정성을 위한 장치지만, 일부 고령가구에게는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어 이를 조정하거나 일부 경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장기적으로는 고령층의 자산 유동화를 활성화해 과도한 대출로 임대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고령층 비중을 줄이고, 대신 기업형 임대차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나온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초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보다 길고 저렴하게 임대료를 유지한다는 좋은 취지로 등록 임대 사업자 제도가 도입됐고, 2017~2018년 양도소득세 감면 등 강한 혜택을 주며 활성화됐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한 영세 임대인들이 양도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로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러한 무자본 갭투자 구조가 결국 전세사기의 기본 토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의 양도차익 추구 전략을 배제하고, 임대료 등 운용수익 위주로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개인이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장기 임대차를 유도하는 기업형 임대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20년 표류 상암 DMC 랜드마크…디벨로퍼 필요해

“133층 짜리가 들어온다고 했죠, 20년 전부터.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서울시가 20년간 표류한 서울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부지 규제를 완화하고 다시 매각에 나서자 상암 일대 주민들은 은근한 기대감을 비쳤다. 전문가들은 시의 이번 규제완화가 사업성을 개선해 현실성을 높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랜드마크가 상암의 거점으로서 기능하려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디벨로퍼가 받쳐줘야 한다고 진단한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시는 상암동 1645번지·1646번지 2개 필지로 구성된 DMC 랜드마크 용지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공급공고를 실시했다. 두 필지의 총 면적은 3만7262.3㎡다. 용지 공급 예정 가격은 감정평가액인 9241억원이다.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인 만큼 사업 유치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2004년부터 20년간 6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제껏 성사되지 않았다. 2008년에는 대우건설 등 출자사 25곳이 참여해 사업비 3조7000억원 규모의 133층 '서울라이트 타워'를 짓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 계약이 해제됐다. 매각이 추진된 이래로 민간 시장 여건은 바뀌었다. 공사비 상승, 금융시장 변동, 사업기간 장기화 등 초기 사업구조 설계의 안정성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시는 용도계획과 대금납부 조건 등을 현실화했다. 지정용도 비율을 기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30%로 주거비율을 제한했던 기준을 삭제했고, 국제컨벤션 의무 도입 기준도 없앴다. 용도별 최소비율 기준을 삭제함에 따라 사업자는 업무시설·숙박시설·문화 및 집회시설 등을 유연하게 제안할 수 있다. 자금조달 여건도 개선했다. 기존에는 매매대금을 5년간 6개월 단위로 균등분할 납부하도록 했지만 기준을 유연화해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이내의 범위에서 분할납부 횟수, 납부일정, 납부금액 등을 서울시와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참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중도금 반환채권 양도에 관한 특약을 신설하고, 제3자 양도제한 기간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시의 규제 완화를 두고 상암 일대 시민들은 기대감을 표했지만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상암 일대 공인중개사 A씨는 “랜드마크 용지는 이 지역 주민들의 20년 숙원사업"이라면서 “이번 규제 완화로 민간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해주는 것이니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상암에 15년간 거주해왔다는 B씨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우리금융센터, 누리꿈스퀘어가 다 삼성물산이 지은 것"이라며 “랜드마크 빌딩도 삼성물산이 들어와서 이 일대를 브랜드처럼 조성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회의감을 드러내는 주민도 있었다. 50대 C씨는 “교통이 좀 애매한데 랜드마크 수요가 있겠냐"면서 “지하철 입구라도 가까워야 유동인구도 늘고 사업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랜드마크 부지는 가장 가까운 수색역에서는 도보로 20분 이상, 버스를 이용해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도보로 랜드마크 부지를 가기 위해서는 수색역에서 내려 지하보도를 통해 역을 가로질러 상암동으로 넘어가야 한다. 한편 대장홍대선 상암역이 들어서면서 교통 여건은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대장홍대선 실시 계획을 확정했고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 추진 중이다. 시의 이번 규제완화를 두고 사업의 현실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100층 이상의 마천루가 아니라 그것보다 낮은 높이의 빌딩 여러 동으로 설계안이 제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 사업이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2014년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면서 105층 단일 타워를 계획했지만 지난해 말 최고 49층, 3개 동으로 변경한 계획에 대해 추가 협상을 마무리했다. 주거 비율 제한 규정을 풀어 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도 사업성을 제고하는 요인이다. DMC 랜드마크 부지가 반복되는 유찰을 겪은 것도 결국엔 비용 때문이다. 초고층으로 지을수록 화재·지진·바람을 견디는 건축 기준이 강화되므로 건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시가 사업 시행자에게 DMC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상암은 신촌역세권, 영등포역세권처럼 구도심 중에서도 거점을 조성해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지역"이라면서 “서울시가 업무용 랜드마크를 통해 서울시 내에서도 균형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시는 이번 공급 공고를 통해 단순한 고층 건물이 아니라 DMC의 산업적 정체성과 도시의 상징성을 담아낼 수 있는 랜드마크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 항목에는 미디어·콘텐츠·AI·데이터 등 DMC 핵심산업과의 연계 계획, 사업성, DMC 활성화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 한편, 시가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바라보고 설계하는 디벨로퍼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개발전문가인 장귀용 창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디벨로퍼들은 아파트를 지어서 파는 분양 중심"이라며 “오피스를 일단 짓고 나서 누구든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공급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일본의 모리빌딩 같은 디벨로퍼는 분양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면서 임대업을 수행한다. 자산가치 상승을 통해 추가 사업을 벌이는 구조다. 일본에서 성공적인 도심재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롯폰기힐즈 사업에서 그들은 지주들에게 지역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장 이사는 “공무원·디벨로퍼·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모인 거버넌스가 상암 일대를 어떤 모습으로 조성할지 논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시가 기존에 DMC가 가지고 있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인프라와 AI·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를 구현하는 것은 디벨로퍼이기 때문이다. 앵커기업이 들어오면 그 일대 시장 지형도 바뀔 수 있다. 상암은 1999년 새서울타운 발전 구상 이후 미디어·IT 중심의 첨단 산업단지로 성장하며 1차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제 DMC 랜드마크 사업은 단순히 초고층 건물을 세우는 사업이 아니라, 미디어·AI 산업과 도시공간을 연결해 상암의 다음 20년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비아파트 살리려면 공급보다 ‘신뢰’…체감형 수요대책 필요②

정부가 수도권 비아파트 매입임대 9만가구 공급과 안심신탁사업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공급을 확충해 전·월세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세사기 이후 무너진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정책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시장은 공급 부족뿐 아니라 수요 자체가 위축된 상황인 만큼 임차인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수요 회복도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18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5월 향후 2년간 수도권에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신축매입임대를 확대해 전·월세 공급을 늘리고 공공이 비아파트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만으론 임차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 전국 임차가구는 2024년 기준 847만가구로 추산된다. 이중 공공임대주택은 197만2000가구로 임차가구의 23.2%다. 공공임대주택에 살지 않는 나머지 649만8000가구는 민간에서 공급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은 2000년대 들어 매년 10만가구 내외로 공급돼왔다. 공공주도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매년 2~3배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을 단기에 확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비아파트의 경우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최근 10년간 비아파트 착공실적은 연평균 약 16만가구 수준이었으나 2025년 착공실적은 최근 10년 평균의 약 2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시장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인 비아파트의 공급 기반이 크게 위축된 이유는 수요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전세사기 사태가 번지면서 빌라나 오피스텔을 찾는 임차수요가 끊겼다.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비아파트 분양시장이 축소됐고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정부는 하반기에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별도의 공적기구가 맡아 운용하는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한다. 보증기관에 전세금이 예치되면 보증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별도의 대위변제 절차 없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즉시 돌려줄 수 있다. 세입자가 낸 전세보증금은 전월세안정화기구가 관리하고 임대인에게는 운용 수익을 매월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월세안정화기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내부에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탁 제도 적용 대상은 등록 임대사업자와 비등록 민간 임대인 모두다. 비등록 민간에까지 대상은 확대됐으나 선택제라는 점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보증금 전체를 예치할 경우 전세로서의 의미가 없어지고 사실상 월세화가 진행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차 기간에 보증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없게 되므로 자발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적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만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책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경매까지 2년이 걸렸다는 피해자 A씨는 안심신탁사업 도입 소식을 듣곤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다 맡기려고 할지 모르겠다"며 “당장 내 상황이 바뀌는건 아니니 정책이 체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등록임대사업자 요건 강화를 들었다.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임대사업자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하면 임차인 입장에서 소송을 해도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는 사람은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주택을 소유한 자다. 주택을 소유할 계획이 확정된 자도 가능하다. 과거 5년 이내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서 부도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만 임대사업자 등록이 제한된다. 임대인의 실질적인 자본력을 검증하는 절차는 없다. 임대인의 부채비율이나 자산규모, 신용도 등은 임대사업자 등록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원인부터 세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흔히 전세사기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보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로 보는 것이 맞다"며 “처음부터 악의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도 있지만, 집값 하락으로 반환 능력을 잃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비아파트는 거래가 적어 적정 시세를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전세금이 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집값이 하락하면 곧바로 보증금 미반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자본력을 일정 수준 이상 확인하는 등록요건 강화와 함께 전세금을 보다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자기자본 요건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등록 임대 사업자를 낼 때 최소 30% 이상의 자기 자본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등록을 허가해 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초 전세금 비율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대상이다. 최초 전세 보증금을 매입가격의 8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권 교수는 “경매 시 한 번 유찰되면 서울 기준 감정가의 20%가 떨어진다"며 “경매 리스크를 고려해 전세금을 최소한 첫 유찰 가격 이하로 들어가도록 제한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보증금 일부만 기관에 예치하는 에스크로 방식도 안심신탁사업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권 교수는 “전세금의 20% 정도를 HUG 등 공공기관에 예치하면 역전세 상황에서도 일부 보증금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며 “예치금은 공공이 주택공급이나 PF 재원으로 활용하고 발생한 수익 일부를 임대인에게 돌려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비아파트 시장 회복의 핵심은 공급 규모보다 임차인이 '이제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요가 회복돼야 민간의 공급도 따라오는 만큼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전세보증금 못받으면 피해지원 받을 수 있을까?”①

“정부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피해자가 아닌 건가요?" 전세 계약 전 임대인의 근저당권 설정 여부·세금 체납 내역까지 확인한 20대 신혼부부. 이들이 계약할 당시에도, 지금도 전셋집의 등기부 등본은 깨끗하다. 그럼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13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1월 진행된 재계약이었다. 재계약 당시 1억74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감액 계약을 했다. 차액 1400만원을 돌려받았어야 했으나 임대인은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 당시 대리인으로 나선 집주인의 딸은 “가족들과 상의해보고 연락 주겠다"고 한 뒤로 답변 없이 이들을 차단했다. 알고 보니 계약 당시 임대인은 임대 사업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관련 의무 조항이 빠진 일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임대인은 이들 부부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의 다른 집도 소유하고 있었는데, 해당 집은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 이들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연락했다. 임대인과 문자로는 이미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이야기가 된 상태이지만, 피해지원센터에서는 “계약서 상으로는 계약이 끝난 게 아니기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현 시점에서는 사기 피해가 아니라 임대인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민사소송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임대인이 돈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인 보증금 회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A씨는 “임대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집에 이렇게 문제가 많은 줄 알았다면 계약에 신중했을 것"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서 서류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런 일을 당하니, 그동안 전세를 살며 무사했던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임대 사업자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B씨는 “임대 사업자 등록 시 임대인의 부채비율이나 자산규모 등 실질적인 자본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자금을 돌려막기 하다가 생기는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입법 과제를 구체화했다. 주요 방안으로 △경·공매가 종료된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임차보증금의 일정 비율 회복을 보장하는 '최소보장제' △신탁사기 등 무권계약 피해자에게 경·공매 종료 전 최소보장금 '선지급-후정산' △'공동담보 피해자에게 경매 차익 일부 선지급' 방안이 마련됐다.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와 LH는 7월 중 공동담보 피해자의 경매 차익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실시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최소보장제와 선지급-후정산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2022년에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이후, 피해자 선구제 논의가 이제야 구체화 된 이유는 결국 재원마련과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개인이 맺은 사적 계약의 피해를 정부가 재정으로 보조해 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의가 있어 왔다"며 “정부가 취약 계층에게 주거 복지 차원의 지원을 제공하듯, 전세사기 피해자 역시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해 지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진 교수는 부동산 상승기 때 정부와 지자체가 확보한 초과세수 수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한 세수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피해와 부작용을 치유하는 데 쓰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늘어난 지방세 수입을 특별회계로 묶어 피해자 구제 재원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구제 방안의 부실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선구제-후정산 방안에 대해 “전세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개입하는 사후 조치인 데다, 정부가 매입한 구상채권은 기본적으로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결국 국민의 세금이 대거 투입되지만 정작 채권 회수는 되지 않는 재정 부실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진일보했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여러 보완책에도 정교해지는 전세사기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서 교수는 “작정하고 속이려는 수법이 워낙 다양한 데다, 근본적으로는 자산 가격 급등락 과정에서 전세금이 높아졌다가 집값이 하락하며 생기는 구조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부부는 '골든쀼'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공유한 릴스(짧은 동영상)를 올리자 13일 기준 600개 가까운 댓글이 쏟아졌다. 이들이 놀란 이유는 최근에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고, 이렇게 다양한 사기 수법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B씨는 “언론에서 많이 다루지 않으니 직접 겪기 전까지는 전세사기는 주춤한 줄 알았다"며 “당사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기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준을 조금 더 유연화했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전세사기 방법은 너무 다양한데 피해자로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느꼈다"며 “일단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못하면 안내를 받기가 어려워 어떤 것부터 알아봐야 하는지, 그 다음엔 뭘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로 인정 자체가 안됐으니 국가에선 이런 케이스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세운지구, 오피스 변혁 가능할까…또 20년 표류 안 하려면

2006년 세운지구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지 20년 만에 서울시가 세운상가 6구역 일대 도시계획 밑그림을 완성했다. 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6-1-1구역과 6-4-1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안을 지난달 30일 수정 가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을지로에 대규모 오피스와 주상복합, 녹지공간이 들어설 기반이 마련됐다.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는 2028년 이후 도심권역(CBD)에 대우건설이 개발 중인 원엑스(ONE X)와 세운지구 개발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공급 과잉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시계획의 큰 틀이 마련된 지금, 세운지구가 도심 복합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20년간 발목을 잡아온 것은 무엇이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시는 제6차 도시재정비위원회를 열고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6-1-1구역과 6-4-1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안)을 각각 수정가결했다. 이번 계획 지정으로 을지로 업무기능이 강화되고 도심 주거 공급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을지로3가역 인근 세운6-1-1구역에는 프라임급 대규모 오피스 시설과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저층부에는 벤처기업집적시설·창조교류플랫폼·근린생활시설 등을 한곳에 모아 도심형 복합혁신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지면적의 47% 이상을 개방형 녹지로 계획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인접한 6-1-4구역의 광장형 도심숲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녹지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통행 개선을 위해 을지로3가역 7번 출구를 대상지 내부로 옮긴다. 을지로 지하상가와 건축물 지하 공간을 통합해 상업거점을 개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세운6-4-1구역에는 주상복합 거점이 조성된다. 1만9418.2㎡ 규모 촉진구역을 신설하고 주거·업무(오피스텔)·판매기능이 도입된 복합개발계획을 수립한다. 건축계획안에 따르면 대상지는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 999세대를 공급하고 복합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 계획에는 공공임대산업시설을 설치해 기존에 세운상가에 있던 세입자의 재정착을 지원한다. 인쇄업 등 도심산업 종사자와의 상생을 위한 공공기여 방안도 반영됐다. 세운지구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CBD 일대 오피스 시장에도 다시 관심이 쏠린다. 과거에는 도심 노후화와 여의도 개발 등의 영향으로 금융회사들이 CBD를 떠났다. 최근에는 도심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들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는 향후 CBD에 공급과잉으로 임대료나 자산가치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을지로에 대규모 오피스 공급 소식은 기정사실처럼 들린다. 그러나 세운지구 개발사업이 20년 간 표류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시정비 전문가들은 세운지구가 20년 동안 표류한 이유로 '재정비촉진지구 제도의 특성'과 '제도적 일관성의 부재'를 꼽는다. 재정비촉진지구는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일반 재개발과 달리 여러 구역을 하나로 묶어 도시 전체의 통일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당초에는 개별 사업을 따로 추진하는 것 보다 도시계획을 일괄적으로 수립해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구역의 높이나 용적률, 개발 방식이 바뀌면 인접 구역과의 연계성까지 다시 검토해야한다. 계획 변경이 반복되다보니 한 구역의 지연이 다른 구역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적인 사업 속도가 늦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서울시장 교체에 따른 정책 기조 변화도 주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오세훈 시장 시절 전면 철거 중심이던 계획은 박원순 시장 시절 도시재생과 보존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후 다시 오 시장이 복귀하면서 고밀 녹지생태도심으로 선회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면 사인을 잘 안 해준다고 들었다"며 “20년 동안 정비 방침이 일관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획부동산이나 업자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니 주민들 사이에 '어차피 또 엎어질 것'이라는 불신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6-4-1 구역은 현재 아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채 준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는 이번 변경안을 통해 세운 6-4-1구역 등에 공공임대산업시설을 조성해 기존 인쇄업체 등 도심산업 종사자의 재정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해 상생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회의적이다. 세운지구의 핵심 산업인 인쇄업은 대형 윤전기와 종이 원료, 완성품을 지속적으로 운반해야 하는 특성상 1층 공간이 필수적이다. 지하나 상층부로 이전할 경우 장비 반입 자체가 어렵고 물류비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사업을 추진하는 토지 소유주나 디벨로퍼(시행사) 입장에서도 가장 사업성이 높은 1층 상가를 공공임대산업시설로 제공하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 공공임대산업시설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재정착 과정에서는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방식을 둘러싼 충돌도 남아있다. 6-4-1구역의 경우 재개발준비위원회는 신성상가아파트를 포함한 조합방식 통합개발을 원하지만, 시행사 측은 해당 아파트를 제외하고 매입방식의 분리개발 추진을 선호했다. 전문가들은 소형 지분자가 많은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이 포함될 경우 조합의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에서는 1+1 분양권 배분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관리처분계획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졌고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된 사례가 있다. 세운지구가 또 다시 20년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조합 정관에 권리관계와 이익·부담에 대한 균형 배분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지분 갈등이나 다수결에 의한 정관 변경 리스크를 명시해둬야 사업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도심산업 종사자들의 재정착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협상안을 통해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귀용 도시정비 전문가는 “도시계획이 확정됐다고 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풀지 못하면 또다시 계획 변경과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건설생태계] 자율주행이 바꾸는 도시...국토교통기술대전서 본 모빌리티 미래

2016년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1호가 첫발을 뗀 뒤로 서울~평창 자율주행 시연, 세종 로보셔틀, 판교·강남 로보라이드 등 국토교통부는 실증사업을 이어왔다. 올해는 광주 도시 전체를 무대로 200대 자율주행차를 투입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이 교통수단 이상의 변화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대중교통 체계·물류시스템 등의 변화가 결국 도시 전체의 모습을 바꿔놓을거라 본다. 도시의 미래를 바꿀 모빌리티의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엿볼 수 있었다. 국토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국토교통기술대전이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회했다. 이번 행사는 국토부가 AI,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미래 혁신을 주도하는 부처로서 이미지를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와 AI, 스마트건설, 우주항공 등 첨단기술 기반 분야를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개회 행사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는 부동산도 맡고 철도 사고도 막고 건설사업도 하는 곳이긴 하지만,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첨단기술 발전, 미래 개척하는 부처라는 걸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교통의 시대에서 모빌리티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생긴 가장 큰 차이는 공급자 관점에서 이용자 관점으로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공급자가 어떤 수단을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수단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날 대한교통학회에서 진행한 '미래교통기술이 이끄는 모빌리티 정책토론회'에서 민동환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이사는 모빌리티가 3단계로 진화를 거쳐왔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교통 인프라는 도로와 정류장이었다. 우버나 카카오택시로 대표되는 플랫폼 모빌리티로 넘어오면서는 앱과 결제가 핵심 인프라가 됐다. 데이터가 새로운 자산이 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새롭게 대두됐다. 수요와 공급의 단순 매칭을 넘어 운행·배차·재배치·관제·정비까지 통합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차량 운영이 자동화된 것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에서는 관제센터가 인프라다. 이젠 운영체계(OS)가 새로운 권력이 됐다. 플랫폼과 함께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도입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이동 수요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버는 차량을 공급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파악하고 그 중 가장 적합한 이동 수단을 배정하는 관제 능력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이날 행사에 모빌리티 분야는 13개 기관이 참여했다. 그중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은 수요대응형 셔틀 서비스 차량과 교통소외지역 이동지원 서비스 차량 등을 소개했다. 위 두 사업은 오는 9월부터 내년 12월까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서 시행 예정이다. 수요대응형 셔틀 서비스 차량은 정해진 노선·정류장 없이 '가치타요' 앱으로 호출하면 원하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의 이동을 제공한다. 최대 15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교통소외지역 이동 지원 서비스 차량은 장애인·노약자·교통소외지역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원한다. 교통약자 일반형 카니발(3대), 휠체어형 카니발(2대), 교통소외지역 아이오닉5(5대)가 운영 예정이다. 서비스 차량은 '누리GO'앱으로 사전·실시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물류 부문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행사에서 융복합물류사업단은 '모듈형 말단배송 로봇 플랫폼'을 선보였다. 흔히 '라스트 마일(Last Mile)'로 불리는 말단배송은 택배가 최종 목적지인 집 앞까지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사업단이 소개한 배송 로봇은 아파트 공동 현관이나 엘리베이터 등 건물 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주행 기술을 갖췄다. 스마트 택배함과 연계해 물건을 자동으로 싣고 내릴 수 있으며, 여러 대의 로봇을 관제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해 비상 상황에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로봇이 복잡한 아파트 복도를 스스로 지나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시대가 머지않은 셈이다. 대기업에 비해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중소·영세 운송업체를 위한 디지털 지원책도 마련된다. 사업단은 높은 비용 부담으로 그동안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던 영세 업체들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공공 운송관리시스템(TMS)'을 개발해 무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적의 배차 계획과 운행 경로를 AI가 자동으로 찾아 운송 효율을 높인다. 탄소 배출 관리까지도 가능해진다. 물류 생태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중소 운송 사업자의 자생력을 기르고 국가 물류 정보를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모빌리티의 변화에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이사는 “예전에는 하나의 운송수단이 하나의 목적으로만 사용됐지만 자율주행 시대에는 시간대별 운영방식이 다양해질 것"이라며 “아침에는 출퇴근 셔틀로 이용하다가, 오후에는 병원·은행 등 왕복 픽업을 한다거나 고령자를 자택에 호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한계가 문제 된다. 한국은 면허 체계가 특정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경계를 허물어도 제도가 융합되지 않으면 하나의 차량이 다양한 목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는 상황은 운수업계 관점에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운전·면허 중심 모델은 약화될 것이지만, 운전·안전관리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리가 익숙한 운수사는 지역 원격관제 허브의 역할을 수행해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빅테크가 못하는 현장 민원, 교통약자 동행, 사고 수습 등 로컬 네트워크의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기술 실증을 넘어 산업이 전환되는 시기에 연착륙을 위해서는 원격 운영자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관제 인력의 자격·권한·교육체계 등을 마련하는 것이 무인차 사고 책임소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보험·책임 체계 정비도 필요하다. 운수업계 연착륙을 위한 교육도 요구된다. 대량 실업 방지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직무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빅테크·로컬 운수사·지자체의 민관협력 공공조달모델을 통해 새로운 지역 모빌리티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데이터 수집 및 처리 기준을 마련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데이터 공유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작업도 요구된다. 개회 행사에서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42dot 대표는 “국토부의 자율주행실증사업 덕분에 예외 상황(Edge case)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며 “인프라와 제도가 길을 열어주고 생태계와 인재들이 이를 함께 지원한다면 우리도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저축은행 대출 부실 심화…비아파트 공급 ‘빨간불’

전월세 임차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수도권 도심에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사업자들의 공급 촉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보증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비아파트 사업장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지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이다. 수분양자들이 분양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중도금 대출을 제공한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소형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려 하지만 민간 수요가 살아나기 힘든 상황에서 금융권 부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는 전월세 가격 상승의 주 요인이 2022년부터 2024년 간 착공 감소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 러-우 전쟁 등으로 건설공사비가 급등해 주택 착공이 위축됐고, 이에 따라 입주 물량이 감소해 서울·수도권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민간 비아파트 공급 부진을 보완하고자 공공(LH)의 규제지역 내 신축 매입임대 무제한 공급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비아파트 공급 확대 계획에 역량을 집중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수도권에 내년까지 4만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내년 공급 목표치인 4만1000가구 중 도시형 생활주택이 2만6000가구, 준주택(프리미엄 원룸·오피스텔 등)이 1만5000가구다. 2030년까지 목표치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7만7000가구, 준주택은 3만3000가구로 확대된다.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1·2인 가구를 위해 도시지역 내 300가구 미만·전용 85㎡ 이하 주택이다. 현재 300가구 미만인 가구 수 기준을 준주거·상업·공업 지역의 경우 500가구 미만까지, 역세권은 700가구 미만까지 완화한다. 층수 제한도 연립·다세대의 경우 현 5층에서 6층으로 완화한다. 주차장·일조권·주민공동시설 관련 규제도 기준을 낮춰 공급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낮출 예정이다. 민간 사업자들을 위한 정책보증도 실시한다.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사업자 대출 한도를 전용면적 60㎡ 이하 기준 현행 7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높인다. 금리도 3.4%로 내려 현행보다 0.4%p 낮춘다. 비주거시설에서 주거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사업자를 위한 기금대출과 모기지 보증을 신설한다. 기존에 아파트 전용으로만 있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비아파트 전용으로 확대한다.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와는 달리 시장은 녹록치 않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분석대상(KIS Coverage) 은행지주 계열의 중도금대출 잔액은 2025년 말 6561억원으로 총여신의 7.1%, 자기자본의 61.4%를 차지하고 있다. 중도금대출은 분양 후 입주 전까지 납부해야 하는 중도금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로 통상 집단대출 형식으로 이뤄진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중도금대출은 주로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상가 등 비주거용 물건을 대상으로 한다. 2025년 말 기준 저축은행의 중도금 대출 물건 소재지는 서울 15%, 경기·인천 50%, 지방 35%다. 수도권이 65%를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경기·인천의 비중이 높다. 대상 물건은 오피스텔 56%, 생활형숙박시설 31% 등으로 비주거용에 집중돼 있다. 중도금 대출은 주택도시공사(HUG) 보증 대상이 아니고 담보 설정도 불가능해 실질적으로는 신용대출에 가깝다. 이에 일반적으로 사업장 물건의 사업성과 시행사의 보증에 기반해 이루어진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일부 중도금 대출 사업장에서 시가가 분양가보다 낮아지거나 공사 중단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수분양자들이 집단으로 분양계약 해지·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련 분쟁이 확대되고 있다. 은행지주 계열의 전체 중도금 대출 잔액 중 21.5%인 1409억원이 소송에 노출돼 있다. 이 금액은 사실상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50%의 충당금이 적립된 상태다. 금융회사가 이미 그중 절반 정도를 손실로 인정하고 비상금을 쌓아뒀다는 의미다. 수분양자가 입주를 포기하거나 입주 지정 기간까지 상환을 이행하지 않아 중도금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저축은행은 단계별로 자금 회수에 나선다. 저축은행 부실이 문제되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사업이 멈췄을 때 저축은행은 PF 대출기관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건설 사업장에는 PF 대출기관과 중도금 대출기관이 돈을 빌려준다. PF 대출기관은 사업 전체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로 사업이 망하면 건물을 통째로 팔 수 있는 처분권을 쥐고 있다. 분양자 개인들에게 중도금을 빌려준 저축은행은 건물 전체에 대한 처분권은 없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사업이 멈추면 PF 대출기관이 사업장을 통째로 공매로 넘긴다. 이때 중도금 채권자인 저축은행은 일반 PF 대주단과의 정산 협의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자금회수가 길어지면 최종적으로는 대출 채권을 헐값에 파는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정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손실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부실 중도금 대출은 할인 분양 등을 통해 어느정도 회수되고 있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연체율이 27.5%까지 상승했고,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사업장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면서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 회수가 문제다. 오피스텔은 중도금 대출 물건의 약 60%를 차지하는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63%에 그쳤다. 이는 대출 당시 평균 LTV(담보대출비율)인 60% 수준과 비슷하다. 지역별로는 서울 73%로 가장 높았고 경기 65%, 인천 59% 순이다.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기타 비주거용 자산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 자산은 대출 당시 LTV가 40~60% 수준이었지만, 최근 낙찰가율이 39~46%까지 폭락했다. 대출액보다 경매 낙찰 가격이 더 낮아진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오피스텔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 중단이 발생할 경우 원금 손실률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의 비아파트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여러 방안이 제시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간 시장 심리가 무슨 이유로 비아파트가 아닌 아파트로 편중돼왔는지를 감안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주택도 결국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야하기에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에 있어서 일정 규모 이하는 다주택에서 제외해주는 대책이 없으면 오피스텔을 지어도 분양이 안된다"며 “결국 오피스텔은 돈이 있는 사람이 사서 전세를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재의 다주택자 규제로는 분양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긍정하되 민간 유인 구조의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택지개발은 7년 이상, 지금 착공해도 아파트 입주까지는 3년 이상 소요되므로 빠른 공급을 위해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민간이 움직일 유인이 부족한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제혜택·금리지원·인허가 속도 개선·주택 수 배제와 같은 제도 개선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다주택자 규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정책과 시장이 상충하는 대목이라는 점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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