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시대-➃지배구조] 상법 개정이 만든 프리미엄…기업가치의 ‘새 공식’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질문이 됐다. 다음 1000포인트의 열쇠는 단순한 유동성이 아니다. 기업 성장·정책·지배구조가 함께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은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움직일 네 가지 축 '지수·정책·시장 구조·기업 지배구조'를 통해 '오천피 시대의 조건'을 정면에서 해부한다. [편집자주]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가치를 움직이는 기준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장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단순한 업황과 실적을 넘어 지배구조의 질에서 찾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권한이 강화되고 주주권 행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면서 '누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평가다. 국내 기업이 장기간 디스카운트를 받아온 배경에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다. 합병·분할 과정의 불투명성과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내부통제 실패는 해외 투자자들이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러나 2025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기업가치 평가의 방향도 구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에 따른 주요 조치는 2025년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2025년 7월 시행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이사회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사실상 총수·대주주 중심 관행을 제도적으로 제약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어 2026년 7월부터는 독립이사 제도 개편과 감사위원 분리선임·3% 룰 확대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한 단계 더 강화될 전망이다.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전자주주총회 전면 도입은 해외 기관투자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가로막았던 '주총 참여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글로벌 지수 내 가중치 변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아직 공표는 남았지만,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임 의무화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시행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행되면 소수주주의 이사회 참여 통로가 넓어지며 기업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이 한 단계 더 강화된다. 지배구조 강화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우선 이사회 중심 경영은 불필요한 투자와 비효율 사업 확장을 줄여 자본효율성을 높인다. 키움증권의 '상법개정과 주주행동주의' 보고서를 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매출 대비 잉여현금흐름(FCF)은 2025년 10월 말 기준 4.8%로, 지난 10년 평균치(4.0%)를 웃돌았다. 상장사의 현금흐름 체력이 개선되며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둘째,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는 점도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꼽힌다.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기관은 2017년 18곳에서 2025년 10월 기준 249곳으로 확대됐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이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와 '지배구조 감시'라는 글로벌 기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장기 자금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패시브 자금은 지배구조(G) 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와 외국인 비중 확대를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셋째,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다. 무자본 인수·합병(M&A)과 내부통제 실패, 분식회계는 한국 기업 밸류에이션을 할인시키는 구조적 요인이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 룰 확대가 시행되면 대주주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제어되며 이러한 리스크가 제도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감점 요인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기업가치가 재평가된다'는 시장의 해석과 맞닿는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얼마를 벌었는가' 만큼이나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면밀히 본다.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기구의 실질적 견제, 보상위원회 운영, 공시의 투명성, ESG 기반의 지속가능경영 체계가 기업 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여력도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온 주주환원 금액은 2024년 기준 주주환원율 33%를 기록하며 신흥국 평균(43%)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행동주의 확대·세법 개편 등과 맞물려 향후 추가 확대가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는 대기업뿐 아니라 코스닥 기업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구조가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단기 뉴스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2025년 시행 조항에 이어 2026~2027년 예정된 후속 개편까지 감안하면 한국 기업은 향후 2년간 가장 큰 지배구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이후 다음 스텝은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이 될 예정"이라며 “제도 이행에 대한 정기적 점검 체계 및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관여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정부 주도하의 거버넌스 개혁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2024년 기준 한국은 전세계에서 3번째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많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며 “향후 국내 토종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연대, 연기금,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등의 주주행동주의는 국내 기업의 밸류업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오천피 시대-➂시장] 4000 이후…올해 시장을 움직일 세가지 힘, 유동성·실적·수급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질문이 됐다. 다음 1000포인트의 열쇠는 단순한 유동성이 아니다. 기업 성장·정책·지배구조가 함께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은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움직일 네 가지 축 '지수·정책·시장 구조·기업 지배구조'를 통해 '오천피 시대의 조건'을 정면에서 해부한다. [편집자주]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1990년 이후 역대 두 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국과 견줘도 최상위권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주가를 결정하는 기업 실적·밸류에이션·유동성의 삼박자가 모두 개선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속에서 한국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레벨업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어 지수 고점 논란이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5년 12월 11일 기준 코스피는 71.31%, 코스닥은 37.81% 연초대비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익률을 기록한 해다. 2025년 국내 증시는 기업 실적, 밸류에이션, 유동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 정부의 자본시장 친화 정책, 반도체 기업 실적 반등 등 호재가 겹치며 코스피 지수는 11월 4200선까지 돌파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증시로 '머니 무브'를 이끌었다. 지난 8월 기업 실적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국내 기업 실적 전망치는 9월부터 본격 상향 조정했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으로 증시는 빠르게 올랐다.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돈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자본시장 선진화, 투자자 보호 강화, 생산적 금융 등의 정책을 연이어 내놨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으로 국내 증시 기반을 강화했다. 지난 4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도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국장에 돌아왔다. 5월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를 약 15조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 비중이 크게 늘어난 구간에서는 대형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비율과 주가 상승률의 상관관계에서도 대형주가 코스피 중형주나 코스닥보다 높았다. 다만 2024년 8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어진 순매도 규모가 38조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외국인 순매수 여력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원·달러 환율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진정될 경우 2026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글로벌 증시 강세 전망의 핵심 배경은 유동성이다. 최근 시중 자금(M2)이 빠르게 증가하며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성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글로벌 M2 증가율은 6.7%로,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유동성의 공급 방식이다. 이전에는 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시장 유동성을 결정했다면, 최근에는 재정 확대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중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2026년에도 GDP 대비 재정적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더라도 기준금리는 낮출 것으로 보여 유동성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5년 9월 기준 한국의 M2 증가율은 8.5%로 가파른 증가세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2025년 7%, 2026년 8% 증가가 예상돼 총지출은 750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경기와 무관하게 재정이 꾸준히 확대되며 구조적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2026년 하반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 부담이다. 유동성 모멘텀이 약해질 경우 지수 상단에 대한 논란이 재부각될 수 있다. 기업 실적 개선은 유동성을 실제 수요로 연결하는 결정적 요소다.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97조원으로, 2025년 대비 38% 증가가 예상된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업종은 82조원에서 148조원으로 81% 증가할 전망이고, 그 외 업종도 22% 성장한 249조원이 예상된다. 2025년 9월 이후 이익 모멘텀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주요국 대비 한국의 실적 레벨업은 더 뚜렷하다. 2026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한국이 35.7%로 가장 높고, 대만(20%)·인도(16%)·중국(15%)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글로벌 평균(14%)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26년 실적 증가 요인은 비슷한 매출에서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구조 덕분이다. 2026년 국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5~7% 수준으로 안정적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1% 이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고정비 부담 완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가 주된 요인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6년 실적 증가는 매출보다 마진 개선이 중심"이라며 “추가적인 실적 상향을 위해서는 하반기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매출원가 비중이 높아 원가 상승이 곧바로 마진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적 둔화가 시작되면 매출 감소보다 먼저 수익성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2026년에는 시장의 축이 '장기투자'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약 300조원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연금저축계좌, 44조원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혜택이 장기투자 유도로 바뀔 예정이다. 퇴직연금 자산 확대 등이 맞물리며 장기 자금이 증시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해 국내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할 경우 비과세 한도를 현재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농민형은 500만원인 비과세 한도를 1000만원까지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연금 자금의 유입이 변동성 완화·패시브 자금 확대·대형주 중심의 안정적 상승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도 정부 정책 모멘텀으로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주목된다. 이는 고액자산가의 자금을 끌어들일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없던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투입 가능성도 중요하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으로 조달한 자금 중 약 20조원이 벤처·코스닥시장에 유입될 경우 개인 수급 중심 시장구조에서 기관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조성한 대규모 정책 자금이 벤처와 첨단 산업을 경유해 코스닥 성장 업종으로 유입됨에 따라 실적 가시성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회사채 발행 확대와 정책 자금 유입이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시키면 설비투자·수주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오천피 시대-②정책] 지배구조 개편 드라이브…2026년 ‘신뢰 자본시장’의 시험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자본시장 제도 손질이 본격화되고 있다. 상법·자본시장법 개정과 배당 세제 개편, 자사주 제도 정비,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까지 정책 패키지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2026년은 제도 변화가 기업 경영과 시장 신뢰에 실제로 반영되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배구조와 시장 투명성을 강화해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새 정부의 자본시장 개편안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규제 강화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성격이 짙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자사주 활용 규제 등이 동시에 논의되며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변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는 대주주의 이사·감사 독식 구조를 흔드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서는 한국 시장의 고질적 리스크로 지적돼 온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완화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운영은 여전히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주주총회 개최일이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관련 공시가 법정 최소 기한에 맞춰 이뤄져 주주들이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뿐 아니라 주주총회 운영 방식과 정보 공개 수준까지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시장이 지배구조를 핵심 투자 리스크로 재평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설명이다. 2025년 내 입법과 시행령 정비가 마무리되면, 2026년은 제도 변화가 기업의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우선 주주총회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에 따라 대주주 영향력은 축소되고, 소액·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이사회 구성에 실질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존과 다른 후보 추천과 이사 선임 경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당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와 여당은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며 최고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당 확대에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배당소득 과세제도는 배당소득과 자본이득 간 과세 중립성이 결여돼 있다"며 “이로 인해 세 부담 측면에서 자본이득을 선호하게 되고, 배당소득 과세체계의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당보다 자본차익을 선호하도록 설계된 세제가 주주환원 확대에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 제도 개편도 기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이 활용해 온 '자사주 매입→우호 지분화' 방식이 제한될 경우 자사주는 주가 방어와 지배력 유지 수단이 아니라 소각과 환원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특성상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해 대체로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다"며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해 온 구조가 해소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 확대가 유통주식 수 감소로 이어지며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주가 탄력성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 강화 역시 변수다.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와 감독 책임 확대는 내부통제, 공시, 위험관리 체계 전반의 정비를 요구한다. 황 연구위원은 “주주총회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경우 지배구조 개선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주주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야 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와 공매도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미공개정보 이용 적발 강화와 감시장치 고도화가 본격 가동될 경우,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실제로 검증되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2026년은 정책 효과가 주가와 자금 흐름에 반영되는 첫 해다.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는 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지주·대형 IT 종목을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정상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배당 정책과 지배구조, 시장 투명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제도 변화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경우 자금 유입 여지도 커질 수 있다. 기업의 재무 전략도 변화 압력을 받는다. 현금 보유만으로는 '미래 투자 의지가 없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사내 유보 축소, M&A와 신사업 투자 명확화 등 보다 적극적인 선택이 요구될 전망이다. 이번 자본시장 개편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들어온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2026년은 이러한 정책 변화가 기업의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 결과가 다시 시장 평가로 연결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 신뢰 회복 여부가 코리아 프리미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 속에, 제도 변화가 밸류에이션 정상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시장의 판단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배당, 자사주 제도가 동시에 손질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불가피하지만 투자자 신뢰가 회복될 경우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가 완화될 여지는 충분하다"며 “제도가 실제 기업 의사결정과 주주환원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코리아 프리미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오천피 시대-➀빅 피겨] 4000은 통과점…진짜 논쟁은 ‘5000의 조건’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질문이 됐다. 다음 1000포인트의 열쇠는 단순한 유동성이 아니다. 기업 성장·정책·지배구조가 함께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은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움직일 네 가지 축 '지수·정책·시장 구조·기업 지배구조'를 통해 '오천피 시대의 조건'을 정면에서 해부한다. [편집자주] 코스피 5000, 천스닥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잇따르는 등 한국 자본시장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2026년 코스피 밴드를 4000~5300으로 제시하며 5000선을 '가능성'이 아닌 '전망 범위'로 본다. 외국계는 반도체 사이클과 유동성 확장까지 감안할 경우 6000선 진입도 열려 있다고 평가한다. 새로운 '빅 피겨'를 향한 시장의 질문은 결국 이익과 신뢰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2025년 끝에서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다. 연말 직전 단기 차익 매물이 이어진 가운데에서도 시장의 관심은 이미 다음 빅 피겨인 5000으로 쏠린다. 유동성이 끌어올린 3000과 달리, 4000은 실적·정책·수급이 맞물린 구조적 레벨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빅피겨는 금융권에서 환율·주가 등 가격의 큰 자릿수를 가리키는 용어다. 일례로 코스피지수에서는 3000에서 4000으로 움직일 때, 3000과 4000이 빅 피겨가 된다. 코스피는 지난 40년 동안 1000·2000·3000·4000 등 큰 자릿수를 넘을 때마다 패러다임 전환을 겪었다. 1989년 첫 1000선은 민주화·고도성장 기대 속 '주식 대중화'의 신호탄이었다. 2007년 2000선은 글로벌 호황의 산물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박스권에 갇혔다. 2021년 3000선은 팬데믹발 유동성 랠리였지만 실적 기반이 약해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2025년 4000선 돌파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도체·조선·방산·원전 산업의 실적 개선이 지수를 떠받쳤고,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완화되며 시장 신뢰가 회복됐다. 정권 교체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줄며 외국인·기관 수급까지 동반 개선됐다. 증권가는 이번 4000 돌파를 '실적이 만든 장세'로 규정한다. 증권가는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4000~5300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5000선을 '가능성'이 아니라 '전망 범위'로 본다. 지수 상단을 계산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론은 '5000선 돌파'에 한 목소리다. 대신증권은 기업들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선행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코스피가 5300~5430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계산 방식은 단순하다. 먼저 내년 기업들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EPS 428포인트로 보고, 여기에 한국 증시가 과거 강세일 때 받았던 평가 수준인 PER 12.44배를 적용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업 이익과 코스피지수는 거의 같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두 지표의 상관계수가 0.924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상관계수는 -1~1 사이에서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는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0.924는 통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수준의 '매우 강한 상관관계'로, 기업 이익이 늘면 지수도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온 패턴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즉, 기업이 돈을 더 벌면 지수도 오른다는 뜻이다. 2026년 기업 이익은 최소 1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실적이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어 이익 전망이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된다면, 시장이 기업에 더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줄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즉, 기업이 더 잘 벌고, 시장이 그 가치를 더 높게 쳐주면 지수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증권도 2026년에 한국 증시에 기본적으로 강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삼성증권은 코스피 타깃을 5000~5400포인트로 제시했다. 다만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감안해 '확률 가중 평균값'은 4900포인트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2018년 클라우드 컴퓨팅이 도입된 이후 글로벌 유동성 증가율이 연간 20~25%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돼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수치는 특정 이벤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구조적 유동성으로, 하루 0.065% 증가율을 기준으로 할 때 지수가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그리게 하는 힘으로 작동해 왔다. 올해도 미국 해방일 전후의 3·4월, 10월 초 첫째 주를 제외하면 유동성 증가 속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 역시 글로벌 유동성 증가율(20~25%)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한, 코스피 목표치 달성에는 부담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외에 시장 변수를 훼손할 수 있는 요인도 함께 제시했다. △2018년과 2025년의 미중 통상 분쟁 △2020년 팬데믹 △2022년 러-우 전쟁 등이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지정학·정책 변수가 2026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미국 경제의 대처 여력과 글로벌 정책 공조를 감안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AI 밸류체인, 증권, 제약·바이오 등은 여전히 선호 업종"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로 건설 장비 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를 5000을 넘어 6000선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는 강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지난 2일 발간한 '코스피 다시 포효: 6000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26년 코스피가 6000선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전망치를 높인 배경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 중심 성장세 △풍부한 유동성 △증시 친화적인 정부 정책 등을 꼽았다. 맥쿼리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사상 최악의 공급 타이트 구간에 진입해 향후 2년간 공급 개선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이익 기여도가 내년 코스피 상승분의 대부분을 설명할 것이라는 평가다. 올해 대폭 반등했음에도 한국 증시의 PER이 여전히 14배대에 머물러 '비싸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메모리 가격의 재상승 여력과 원화 강세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국내 증시가 글로벌 대비 초과수익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JP모건은 지난 10월 '코스피 5000 달성 유력' 보고서를 통해 “12개월 기준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상향하고,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코스피 6000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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