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선도국 가다-스웨덴④] 수중익 전기선박으로 에너지 90% 절감…韓시장 진출도 검토

스웨덴은 204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웃 나라 핀란드보다는 10년 느리지만 우리나라보다는 5년 빠르다. 스웨덴에는 수력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을 더해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유럽연합(EU)과 전력망을 공유하며 전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전력시장 구조를 갖췄다. 생산한 전력의 약 20%는 수출해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이라 자부한다. 스웨덴은 인구 1050만여명의 작은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게 국가 총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스웨덴은 주요 연구기관을 통합해 국영연구기관인 'RISE'를 만들어 유럽 최대의 연구기관 중 하나로 키웠다. RISE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스웨덴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공급 및 시공했다. 볼보는 대형화물차와 중장비의 전기화를, 칸델라는 전기보트 보급을, 예테르마 항만청은 친환경 선박 확대를 유도하며 수송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웨덴인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 ④ 친환경 선박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서울의 한강처럼 발트해가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다. 스톡홀름에 위치한 부두에는 작은 마을버스 크기의 30인승 전기보트인 P-12가 있었다. P-12는 스톡홀름에서 섬을 잇는 대중교통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P-12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선박 선체를 장치를 활용해 물 위로 띄워, 물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줄여 마치 하늘을 날아가듯이 가는 수중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서 전기선박의 전기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다. 수중익 상태로는 더 빠르게 갈 수 있어 약 50km/h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자가 지난달 13일 스웨덴의 전기선박 기업인 칸델라를 방문해 직접 전기선박을 타고 실제 수중익 상태를 경험해 본 결과, 속도가 빨라지는 데도 오히려 배의 소음과 흔들림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스웨덴은 승용차 및 상용차, 중장비 등 수송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선박 또한 전기화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전기선박이 하나의 주력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및 환승 편의성 등 넘어야 할 벽들이 많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한강버스라는 이름으로 선박을 대중교통화 하려고 하고 있다. 칸델라의 전기선박은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사업이다. 또한, 스웨덴은 대규모 선박 및 항만 등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가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칸델라가 전기선박에 수중익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스웨덴은 국가 전체 전력의 95%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등으로 생산한다. 전기선박을 쓰면 탄소배출은 감소하지만 문제는 전기요금이다. 수중익 상태에 도달하면 일반적인 보트로 갈 때보다 최대 90%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P-12는 총 6개의 배터리로 구성, 시속 50km 주행 시 최대 70~80km까지 항해가 가능하다. 충전은 부두에 설치된 전용 충전기로 한다. 비용이 절감되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저렴한 요금을 부과할 수 있고, 다른 대중교통과 비교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칸델라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전기선박이 대중교통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만큼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기선박을 타는 것은 버스나 지하철과 비교할 때 환승이 불편한 문제가 있다. 강변에서 타야 하는 만큼 접근성도 떨어진다. 우리나라 한강버스도 한강 강변이 지하철역 혹은 버스정류장과 멀어 환승하는 데 불편하다는 평가가 있다. 악셀 브랑겐펠트 칸델라 비즈니스 개발 및 중동 책임자는 불편한 환승을 극복할 방안으로 “비용절감으로 전기선박을 버스처럼 10분에 한 대씩 운영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훨씬 편하게 전기선박을 타러갈 수 있다"며 “이때부터는 공공교통시스템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선박을 탈 수 있는 곳까지 버스 노선이 연장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칸델라는 우리나라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총 14km인데, 자동차로 가면 교통체증을 고려하면 대략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반면 전기선박으로 한강을 통해 가면 18분이면 가능할 것으로 칸델라는 분석하고 있다. 보령, 목표, 여수, 부산 등 바다를 끼고 섬이 있는 지역도 전기선박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섬이 많은데 전기보트가 섬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와 같이 섬이 많은 지역도 전기보트로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에서 항만을 운영하는 예테보리 항만청은 해양운송을 포함해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7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항만 자체의 탄소배출뿐 아니라 항만을 거치는 선박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포함해,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테보리 항만에는 스웨덴 원유 수입의 50%, 매년 14만명의 승객과, 컨테이너 90만9000톤이 들어오고 있다. 예테보리 항만의 전체 탄소 배출량 중 83%는 바다를 이동하는 선박에서 나온다. 나머지 14%는 화물 분배, 3%는 항구 터미널에서 나온다. 아무래도 선박이 바다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항만의 전기화뿐 아니라 선박연료에 바이오연료와 수소도 공급하려 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산업 부문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약 10억톤 규모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IMO는 2050년 해운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대규모 선박을 전기화하거나 연료를 재생연료로 대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실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테보리 항만청 관계자는 “탄소규제를 잘 지키는 선박에는 항만 사용료를 할인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 왠만하면 새로운 연료를 쓸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끌고 가려 한다"며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해운산업의 탈탄소를 위해 유럽 국가들과 협력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예테보리 항만은 선박 연료 공급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액화바이오가스(LBG),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연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암모니아와 수소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의 경우 사용가능한 시점이 2030년쯤으로 보고 있다. 수소는 부피가 크다는 문제로 선박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선박 외에서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만에서 사용하는 작은 선박 및 장비들의 전기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항만 내에서 이동 수단 및 선박 점검 수단으로 쓰이는 작은 배들을 전기선박으로 대체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핀란드④] “SMR, 재생에너지와 경쟁 피해 열시장으로 진출”

핀란드는 203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아 전 세계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15년이나 빠르다. 핀란드는 풍부한 물과 산림을 바탕으로 원자력과 풍력을 더해 일찌감치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맞춤형으로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췄다. 전력시장에는 정치적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핀란드는 이제 탄소중립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산업, 수송, 열 분야까지 탄소중립 도전 중이다. 핀란드가 인구 550여만명의 작은 나라라 탄소중립을 평탄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핀란드 산업 주축이었던 노키아가 휘청이면서 국가 경제가 흔들렸다. 작은 내수 규모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경제도 챙겨야 하는데 안보도 위태롭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연결된 전력망이 끊겨 에너지 안보는 위기를 맞았다. 핀란드는 스웨덴하고 그리드(전력망)가 연결돼 있지만, 핀란드 전문가들은 전력망이 섬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에너지 안보가 언제든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란드인의 삶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배터리 ④ 열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으로 열에너지를 공급하려 합니다. 핀란드의 전력도매시장에는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나기에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투자 리스크가 큽니다.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와 경쟁하기보다는 열에너지 시장으로 가는 것이 더 안정적입니다." 라우리 무라넨 스테디에너지 대외협력 책임자는 핀란드의 SMR 개발사업에 대해 지난달 9일 이같이 소개했다. 스테디에너지는 오는 2028~2029년 SMR 첫 건설이 시작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 중에 있다. 그가 이처럼 말한 배경에는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서로 충돌하는 경쟁상대가 될 수 있어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모두 경직성 발전원이다. 원전의 경우 시스템상 한 번 돌리기 시작하면 가동을 중단하기 어렵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경우 각각 햇빛과 바람에 따라 발전량이 결정되는 구조다. 즉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부족하거나 많아지는 상황에서 원전이 이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배경 중 하나다. 핀란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전력도매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난다. 마이너스 가격은 바람이 강해 풍력발전량이 수요를 뛰어넘을 때 발생한다.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나면 원전도 돈을 주고 전력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반면, 핀란드의 열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열 가격이 보통 일년에 한번 바뀐다고 한다. 이에 스테디에너지는 SMR로 전력 대신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당초 원전이 우라늄으로 열을 만들고 물을 끓여 발전하는 방식인데, 여기서 발전하지 않고 생산한 열을 바로 시장에 파는 셈이다. 무라넨 책임자는 “열생산에만 집중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SMR을 통해 메가와트시(MWh)당 40유로로 저렴하게 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기존 원전의 전력 생산 비용의 약 3분의 1 수준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SMR이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와 경쟁하고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열에너지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어 보인다. 스테디에너지에서 개발 중인 원자로의 설비용량은 50메가와트(MW)로 원자로 여러 개를 모아 하나의 설비를 구축하는 식이다. 원자로 3기면 150MW의 SMR 설비를 갖추게 된다. 무라넨 책임자는 “50MW급 한개 원자로로 약 2만~3만명의 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기존 원자로와 가장 큰 차이는 지하에 위치한다는 점과 열 제거 시스템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개발 중인 SMR은 수조 안에 원자로가 놓여있고 열이 수조로 이동하면서 수개월 동안 외부개입 없이 안전하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전으로 열을 공급하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이미 스위스, 중국, 체코, 헝가리 등 여러 나라에서 열만 생산하는 원자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는 열 생산에 화석연료 또는 바이오매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청정 열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물론 한국 시장도 염두하고 있으며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디에너지는 올해 말에는 시범설비(파일럿 플랜트)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고 오는 2028년 또는 2029년에 고객사가 상용화된 SMR 건설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민들이 SMR을 수용할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 무라넨 책임자는 “약 한달 전 쿠오피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핀란드는 매우 친원전 분위기다. 해당 도시에 원자력을 지역난방시설로 설치하는 데 75% 이상의 주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저장소를 운영할 국가"라며 “사람들은 이제 재생에너지만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원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스테디에너지는 지난 2023년 핀란드 기술연구센터(VTT)에서 분사된 기업으로 현재 약 200명의 전문가들이 SMR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핀란드 기업은 열 생산의 전기화를 위해 히트펌프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961년 설립된 버너 개발 기업인 오일론은 현재 히트펌프 개발을 위해 연매출의 6%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부산에 선박에서 쓰는 버너를 납품했는데 본래 가스 및 석탄으로 열을 내는 설비를 공급했다. 오일론 관계자는 “현재 100킬로와트(kW)부터 수천kW급의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제공 가능한 산업용 히트펌프를 제조하고 있다"며 “산업 및 주거용 열 생산의 탈탄소화를 위해 전기화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핀란드는 전력생산의 95% 이상이 풍력, 수력, 원전,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와 무탄소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즉 히트펌프 등을 통해 열 생산의 전기화를 이루면 열 분야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핀란드는 열 생산에서 화석연료나 유럽연합(EU)에서 논란이 있는 목재자원 즉 바이오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핀란드의 또 다른 에너지 기업인 반탄 에네르기아의 유하 루오말라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바이오에너지 관련 논란을 묻는 질문에 “EU 규정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는 반드시 지속 가능한 공급원에서 나와야 하고 목재의 다른 용도를 우선 고려한 뒤 나온 부산물이어야 한다"며 “원목 전체를 태우는 건 금지돼 있다. 다른 더 나은 용도가 없는 경우에만 목재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핀란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열 생산량 35.5테라와트시(TWh) 중 산림목재연료 30%, 산업목재 잔여물 12%, 기타 바이오연료 6%, 폐기물 10%, 회수열 16%, 전기보일러 4%, 천연가스 7%, 토탄 6%, 석탄 6%, 석유 3%로 구성됐다. 다만, 지난 5월 1일부터 핀란드는 석탄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중단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스웨덴③] 신차 2/3는 전기차·하이브리드…중장비까지 전기화 준비

스웨덴은 204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웃 나라 핀란드보다는 10년 느리지만 우리나라보다는 5년 빠르다. 스웨덴에는 수력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을 더해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유럽연합(EU)과 전력망을 공유하며 전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전력시장 구조를 갖췄다. 생산한 전력의 약 20%는 수출해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이라 자부한다. 스웨덴은 인구 1050만여명의 작은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게 국가 총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스웨덴은 주요 연구기관을 통합해 국영연구기관인 'RISE'를 만들어 유럽 최대의 연구기관 중 하나로 키웠다. RISE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스웨덴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공급 및 시공했다. 볼보는 대형화물차와 중장비의 전기화를, 칸델라는 전기보트 보급을, 예테르마 항만청은 친환경 선박 확대를 유도하며 수송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웨덴인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 ④ 친환경 선박 전력분야에서 탄소중립을 거의 달성한 스웨덴에게도 수송분야 탈탄소는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스웨덴 에너지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스웨덴에서 수송 분야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70%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25%는 바이오연료, 5%는 전기다. 아직 스웨덴도 기름을 넣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2030년까지 상용차는 50%, 승용차는 90% 탈탈소를 목표로 세웠다. 스웨덴은 이를 위해 트럭과 중장비를 전기화하고, 무선 충전소 및 충전 가능 도로 등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마틴 욘슨 비즈니스스웨덴 운송모빌리티 부문장은 지난달 20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에서 “볼보자동차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90%를 무탄소차량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스웨덴은 그린철강·그린배터리 실현과 함께 주행 중 충전이 가능한 전기도로를 실증하는 등 여러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 스웨덴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약 3분의 2가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며 “최근에는 47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투자가 스웨덴 내 스타트업 기업들에 유입됐고, 대부분 클린테크 기술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트럭 센터에서는 40톤급에 이르는 전기트럭들이 나열돼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전기트럭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소리였다. 볼보 트럭을 직접 시승할 기회가 있었는데 부드럽게 움직이고, 트럭 특유의 소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전기차를 타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났는데 안전을 위해서 운전자들이 트럭 움직임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일부러 소음을 넣었다고 한다. 한계는 주행거리다. 최대 주행거리가 300km 정도밖에 안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도 갈 수 없다. 직접 운전했던 트럭의 경우에도 주행거리가 길지 않기에 도시 내 쓰레기 운반차량으로 쓰이고 있었다. 볼보는 주행거리를 늘려 최대 600km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전기트럭을 개발 중이다. 배터리 용량이 큰 트럭을 빠르게 충전하기 위해 최대 400킬로와트(kW)급의 초고속 충전기도 볼 수 있었다. 트럭 한대의 최대 배터리용량이 약 250킬로와트시(kWh)라고 하니 1시간도 걸리지 않고 충전을 완료할 수 있다. 저속충전기로는 43kW급 충전기를 갖췄다. 전기트럭 외에도 전기로 구동하는 굴삭기, 불도저, 화물차도 있었다. 아직 전기트럭도 상용화가 잘 안된 시점에 전기중장비는 스웨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라 한다. 전기중장비는 작은 크기의 2톤부터 큰 규모인 40톤급까지 갖춰놨다. 볼보 관계자는 “전기중장비는 화석연료를 쓰는 중장비 수준의 힘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충전기는 트럭과 동일한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기굴삭기를 운전해보니 트럭과 마찬가지로 기존 중장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음이었다. 보통 공사 현장에 가면 중장비들이 내는 소음으로 시끄럽지만, 전기 중장비들은 큰 소음을 내지 않았다. 작동 중인 포크레인 근처에서 대화를 해도 목소리가 충분히 들릴 수준이었다. 다만, 상용차들은 큰 배터리 용량을 요구하는 만큼 배터리 가격 상승에 따라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볼보는 현재 수소트럭도 개발 중이지만, 스웨덴에서는 수소충전소가 5개 정도로 아직 보급이 미진한 상태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개최된 제38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8)의 행사장 근처에 있는 택시정류장에서는 전기차 무선충전 시설 3개를 볼 수 있었다. 전기택시들은 파란색 네모 모양으로 충전 시설이라 표시된 주차장 위에 차를 대기만 하면 바로 충전이 시작됐다. 마치 스마트폰을 무선충전기 위에 올려두면 충전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겉으로 봐서는 그냥 주차장에 주차된 택시로 보일 뿐, 충전 중임을 알기 어려웠다. 무선충전 시설은 예테보리시와 비즈니스예테보리, 볼보차, 스웨덴 국립연구(RISE)로 구성된 '그린시티존 이니셔티브'에서 만들었다 무선충전기의 용량은 최대 75kW로, 급속충전기 수준에 달했다. 다만, 충전기와 호환되는 볼보차량이 최대 받아들일 수 있는 충전용량은 43kW라 해당 용량으로 충전을 하고 있다. 80kWh 정도의 배터리 용량을 가진 전기차면 약 2시간 정도에 완충할 수 있다. 무선충전 시설을 관리하는 담당자는 충전요금 정산 방식에 대해 “모든 게 자동화 돼 있는 '플러그앤차지 시스템'으로 돼있다"며 “차랑마다 수신기가 있어 충전하면 알아서 청구서가 발송되는 방식이다. 충전 방식이 매우 편해 택시운전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전기차가 무선충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마다 무선충전을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별도로 달아야 한다. 즉 자동차 제조기업이 이를 도입해야 무선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스웨덴에서도 택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수준으로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해당 담당자는 화재 안전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전기차 충전 중 열화상카메라가 주변을 모니터링한다. 이를 이물질 탐지 기능이라고 한다"며 “동전을 누가 충전시설에 던졌을 때 만약 동전이 달궈지면 시스템이 온도 상승을 감지해 자동으로 충전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핀란드③] “배터리 친환경·자원서 강점, 韓과 협력시 시너지 날 것”

핀란드는 203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아 전 세계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15년이나 빠르다. 핀란드는 풍부한 물과 산림을 바탕으로 원자력과 풍력을 더해 일찌감치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맞춤형으로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췄다. 전력시장에는 정치적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핀란드는 이제 탄소중립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산업, 수송, 열 분야까지 탄소중립 도전 중이다. 핀란드가 인구 550여만명의 작은 나라라 탄소중립을 평탄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핀란드 산업 주축이었던 노키아가 휘청이면서 국가 경제가 흔들렸다. 작은 내수 규모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경제도 챙겨야 하는데 안보도 위태롭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연결된 전력망이 끊겨 에너지 안보는 위기를 맞았다. 핀란드는 스웨덴하고 그리드(전력망)가 연결돼 있지만, 핀란드 전문가들은 전력망이 섬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에너지 안보가 언제든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란드인의 삶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배터리 ④ 열에너지 “핀란드는 배터리 분야에서 재사용·재활용과 자원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셀·팩·모듈 제조와 배터리 산업을 뒷받침한 산업이 부족합니다. 핀란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하길 원합니다." 주카 살멜라 피니시미네랄그룹 배터리 밸류체인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는 지난달 10일 이같이 핀란드 배터리 산업의 현황에 대해 밝혔다. 피니시미네랄그룹은 핀란드 국영기업으로 핀란드 내 광물개발 및 배터리 산업 진흥을 담당하고 있다.순매출은 지난해 기준 5억유로(약 8050억원)를 달성했으며 자산 규모는 15억유로(약 2조4150억원)에 이른다. 유럽에서 가장 니켈을 많이 보유한 배터리 화학공장 '테라페임'과 리튬 채굴 및 정제업을 담당하는 '켈리베르'를 자회사로 보유했다. 그는 “핀란드는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를 모두 보유한 유럽의 유일한 나라"라며 “광산업은 전기를 많이 쓴다. 핀란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의 95%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순환경제 실현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핀란드는 원재료를 배터리 화학물질로 만들어 재료는 개발하고 있지만, 배터리 최종제품으로 완성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또한, 배터리 제조업을 뒷받침할 시장도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국에 파트너들이 이미 있지만, 더 많은 파트너를 찾길 원한다"고 밝혔다. 즉 핀란드가 배터리 산업에서 원재료와 친환경에는 장점이 있지만, 배터리 제조업과 전기차 등 배터리 수요를 뒷받침할 산업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살멜라 매니저는 “핀란드 배터리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결국 ESG"라며 “전기차 회사들이 가장 싼 배터리를 찾는다면 핀란드가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ESG가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이 이 분야에서는 유럽에서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로드리고 세르나 게레로 알토대학교 광물처리학과 부교수는 지난해 블룸버그의 리튬배터리 공급망 순위 자료를 인용하며 우리나라와 핀란드의 배터리 산업 현황을 평가했다. 블룸버그 순위로 보면 1위 케나다, 2위 중국, 3위 미국, 4위 독일이고 공동 5위를 한국과 핀란드가 차지했다. 이어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공동 7위를, 호주 9위, 일본 10위로 나타났다. 자료를 자세히보면 핀란드는 총 5가지 평가 항목 중 원재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산업·혁신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반면, 배터리 제조업, 다운스트림 수요에서 낮은 점수를 획득했다. 반면, 한국은 배터리 제조업, 다운스트림 수요, 기반산업·혁신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원재료와 ESG에서는 낮은 점수를 얻었다.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이 못하는 부분은 핀란드가 잘하고, 핀란드가 못하는 부분은 한국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게레로 교수는 “핀란드는 ESG 분야에서는 최고다. 한국은 배터리 제조가 가능하고 전기차 시장이 있다"며 “상호보완적인 부문에서 기회가 있다. 우리는 서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햇다. 그는 “앞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원재료가 필요해질 것"이라며 “10년 후인 2035년에는 300개 이상의 새 광산이 필요해진다"고 배터리 산업에서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핀란드에서 친환경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핀란드의 지난해 기준 총 전력생산량 80테라와트시(TWH) 중 원전 39.1%, 풍력 25.0%, 수력 17.8%, 바이오매스 11.8%, 태양광 1.4% 등 이다. 즉 총 전력생상량의 95.1%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채우고 있고 화력발전은 5%만 차지한다. 핀란드에서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은 거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셈이다. 핀란드를 포함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배터리 여권을 발급, 배터리를 잘 재활용활 수 있도록 관리한다. 살멜라 매니저는 “배터리 여권은 원료의 출처가 무엇인지와 재활용 비율이 얼마인지 입증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배터리 여권이 중요한 이유는 배터리 종류에 따라 재활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핀란드에서는 배테리를 제조한 회사 아니면 배터리를 판매한 회사가 다시 수거할 책임이 있다"며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전에 재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몰아 에너지저장치(ESS)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의 알토대학교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여러 대학교를 모아 컨소시엄인 'BAT Circle'를 구성했다. BAT Circle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BAT Circle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돼 총 1310만유로(역 2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BAT Circle 실험실에는 작은 규모로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실험공간을 마련했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부유(플로테이션)과 침출(리칭) 과정을 거친다. 플로테이션은 광물이나 금속에서 추출된 금속을 농축 분리하는 방법이다. 배터리 폐기물에서 금속을 분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플로테이션 과정에서 보면 용액에서 거품이 나오는데 실험자들은 거품이 잘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거품이 많이 나올 수록 고체 금속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후 리칭 과정을 통해 분리된 물질을 특정 화학 액체를 사용해 용해시킨다. 특정 화학액체는 특정 물질만 분리하고 용해한다. 실제로 리칭 과정을 바라보면 점도가 높은 진흙처럼 물질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레로 교수는 현재 실험 중인 기술에 대해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 기술이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핀란드②] 2035년 넷제로 목표…ABB·댄포스 등 글로벌 수출기업들 집합

핀란드는 203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아 전 세계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15년이나 빠르다. 핀란드는 풍부한 물과 산림을 바탕으로 원자력과 풍력을 더해 일찌감치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맞춤형으로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췄다. 전력시장에는 정치적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핀란드는 이제 탄소중립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산업, 수송, 열 분야까지 탄소중립 도전 중이다. 핀란드가 인구 550여만명의 작은 나라라 탄소중립을 평탄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핀란드 산업 주축이었던 노키아가 휘청이면서 국가 경제가 흔들렸다. 작은 내수 규모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경제도 챙겨야 하는데 안보도 위태롭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연결된 전력망이 끊겨 에너지 안보는 위기를 맞았다. 핀란드는 스웨덴하고 그리드(전력망)가 연결돼 있지만, 핀란드 전문가들은 전력망이 섬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에너지 안보가 언제든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란드인의 삶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배터리 ④ 열에너지 “핀란드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과 함께 총 850억유로(135조원)에서 1000억유로(160조원)에 달하는 수출 기회를 얻을 것이라 봅니다. 국가 전체가 혁신에 집중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헬레나 사렌 비즈니스핀란드 리더는 지난달 5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비즈니스핀란드 본사에서 핀란드의 탄소중립 및 수출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비즈니스핀란드는 핀란드 고용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핀란드의 주요 연구 및 기술개발에 자금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한다. 핀란드는 탄소중립 기술을 국가 탄소중립 달성 수단으로 무역경쟁력 확보와 함께 수출 상품 자체로 쓰기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기술을 유럽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무역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사렌 리더는 탄소중립 달성을 통해 창출할 수출액 1000억유로 중에 절반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을 통해서, 나머지는 앞으로 새로 개발해야 되는 기술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전체 1차 에너지생산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3년 기준 약 27% 정도다. 나머지 73%는 재생에너지,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로 조달한다. 특히 핀란드는 목재펠릿 등 목재자원을 재생에너지로 취급, 열에너지 및 전기 생산 등에 활용한다. 1차 에너지 생산 중 목재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8.0%로 가장 많다. 핀란드는 이미 보유한 재생에너지 관리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신기술로 평가받는 청정수소 생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히트펌프를 통한 난방의 전기화를 추진한다. 비즈니스핀란드에 따르면 전력생산의 약 95%, 열생산의 75%는 탈화석연료를 달성했다. 핀란드는 오는 2029년 5월부터 석탄발전을 금지하고 청정전력 생산량을 2040년까지 지금보다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1월까지 발표된 육상풍력 프로젝트는 61기가와트(GW),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46GW, 태양광은 23GW에 이른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남에 따라 분산에너지자원 관리시스템(DERMS)을 갖추고 에너지시스템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성을 극복하도록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향후 5년간 36GW 규모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청정수소 생산도 대폭 늘려 2030년까지 유럽연합 청정수소의 10%를 핀란드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는 총 11GW 규모의 51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특히, SMR 기술에서도 이미 3개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앞서나가고 있다. 난방의 탈탄소화를 위해서 히트펌프와 전기보일러 관련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핀란드는 기술연구센터(VTT)를 통해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TT는 EU의 연구혁신 분야 재정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유럽 참여 기관 중에 15번째로 커 유럽에서도 매우 큰 연구기관이다. 총 수입만 3억유로(4795억원)에 이른다. 투울라 매키넨 VTT 리더는 “우리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 건물, 운송 분야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에너지 시스템에 솔루션도 제공하는 데 전기화, 냉난방, 수소 등이 포함된다"며 “가장 큰 과제는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다. 철강은 열을 얻기 위해 연료를 많이 태우는데 이를 어떻게 전기화할지가 문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소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VTT는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예산의 3분의 1을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의 '에너지 수도'로 불리는 바사(Vaasa)에는 공정의 탈탄소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들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도시인 바사는 인구 7만여명의 작은 도시다. 하지만 바사는 '에너지 수도'라 불리며 바사에 위치한 에너지 클러스터에는 180개 이상의 에너지 기술 기업이 입주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 총 매출은 연간 60억유로에 이른다. 핀란드 에너지 신기술의 80%가 바사에서 수출된다. 도시 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매우 높은 것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ABB는 핀란드 바사에 제조공정을 구축했다. ABB핀란드의 매출은 25억유로(4조원)이며 약 5000명의 직원을 뒀다. ABB는 변전소 등 전기화 시스템 및 전기모터,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위한 제품을 공급한다. ABB는 핀란드에서 R&D로만 약 1억6000만유로(256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ABB 관계자는 “핀란드에서는 R&D에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둔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댄포스는 도로용 차량 및 비도로용 차량, 주거 및 상업 건물, 도시 인프라, 에너지생산 시설 등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한다. 댄포스는 총 20개국에 걸쳐 97개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2030년까지 모든 공장을 탄소중립으로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핀란드 공장은 이미 올해부터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핀란드에는 800여명의 직원을 뒀다. 핀란드 바사에 본사를 둔 VEO는 지난해 총 1억3480만유로(21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VEO는 사업영역의 4분의 3이 에너지전환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핀란드의 대표적인 '스위치기어' 제조 기업이다. 스위치기어란 송전망 혹은 배전망의 전기장비를 제어하고 보호하는 역할은 한다. 즉 스위치기어를 통해 배전망에서 공장으로 직접 전기를 전달할 수 있고, 혹은 공장이 전기를 받을 수 있는 관문 역할을 한다.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서 발전량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스위치기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VEO 관계자는 “바사에 있는 이 공장이 북유럽 스위치기어 공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바사의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마리노바의 마르코 쿠오카넌 대표는 “한국 기업이 바사에도 진출하길 바란다"며 “바사에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전력과 숙련된 인력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스웨덴①] 무탄소 전력 99%…송전제약 문제는 한국과 동병상련

스웨덴은 204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웃 나라 핀란드보다는 10년 느리지만 우리나라보다는 5년 빠르다. 스웨덴에는 수력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을 더해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유럽연합(EU)과 전력망을 공유하며 전력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전력시장 구조를 갖췄다. 생산한 전력의 약 20%는 수출해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이라 자부한다. 스웨덴은 인구 1050만여명의 작은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게 국가 총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스웨덴은 주요 연구기관을 통합해 국영연구기관인 'RISE'를 만들어 유럽 최대의 연구기관 중 하나로 키웠다. RISE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스웨덴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를 설비공급 및 시공했다. 볼보는 대형화물차와 중장비의 전기화를, 칸델라는 전기보트 보급을, 예테르마 항만청은 친환경 선박 확대를 유도하며 수송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웨덴인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배터리 ④ 친환경 선박 “스웨덴에서는 송전제약에 맞춰 전력입찰구역을 네 곳으로 나눴습니다. 송전망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송전비용은 여전히 비싸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안나 안데르손 스웨덴에너지청 전력시장 분석가는 지난 13일 스웨덴의 전력시장 구조와 주요 과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스웨덴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시장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시장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데르손 분석가는 “스웨덴은 원래 하나의 전력입찰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덴마크가 유럽연합(EU)에 우리를 제소하면서 전력입찰시장을 네 곳으로 나눠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전력시장을 다시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송전망을 허가하고 건설까지 하는데 10~15년은 걸려 매우 느리다"며 송전제약을 해결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스웨덴이 전력입찰구역을 네곳으로 나눈 것은 발전소는 북부지역에, 전력 다소비시설은 남부지역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전력시장이 SE1, SE2, SE3, SE4로 총 네개가 존재한다. 즉 발전소가 밀집한 북부지역에는 전력공급이 넘치므로 남쪽지역보다 전력요금이 더 저렴하게 나타난다. 가장 북쪽에 위치한 SE1 지역에는 지난해 기준 평균 전력요금이 메가와트시(MWh)당 25유로 정도 나타났다. 반면, 가장 남쪽인 SE4지역은 50유로로 두 배나 비쌌다. 스웨덴은 송전사업과 배전사업이 분리돼있다. 북부지역에 위치한 배전사업자는 해당 지역 전력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스웨덴이 이같이 전력입찰구역을 나눠야 했던 이유는 덴마크가 단일 전력시장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송전제약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전력시장을 운영하면서, 일부 지역에 전력이 넘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본 것이다. 즉 덴마크는 스웨덴이 넘쳐나는 전력을 저렴하게 자국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을 느낀 셈이다.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전력가격이 너무 하락하면 자국 발전사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북쪽 지역의 전력가격이 낮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시설이 북쪽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전력입찰구역을 나눈 취지다. 스웨덴은 지난 2023년 기준 총 163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중 수력이 40%, 원전 29%, 풍력 21%, 바이오에너지 7%, 태양광 2%, 화석연료 1%를 차지한다. 전체 전력생산 약 99%는 무탄소에너지로 채웠다. 같은 기간 스웨덴은 총 28TWh의 전력을 순수출했다. 전체 전력생산량의 약 17%를 수출한 것이다. 스웨덴은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전력망이 연결돼있다. 사실상 유럽 전체와 전력망을 공유하고 있다. 스웨덴도 다른 북유럽 국가들처럼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는 전력시장을 보유했다. 바람이 강해, 풍력발전량이 넘치면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발생한다. 유럽 국가들과 전력망을 공유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시장 구조다. 특히, 스웨덴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발전을 다시 장려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시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폴 웨스틴 스웨덴에너지청 수석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는 “스웨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었다"며 “스웨덴 정부는 원전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100% 재생에너지 목표를 100% 탈화석연료로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에 대한 국민 선호도 조사를 소개했다. 지난 2011년에는 스웨덴 국민의 약 32%가 원전을 필요하다면 지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지난해에는 해당 비율이 59%까지 올랐다. 원전을 줄여야 한다고 답한 국민은 같은 기간 20% 초반대에서 9%까지 하락했다. 웨스틴 매니저는 “현재 스웨덴에서 운영 중인 6개 대형 원전에 대해 수명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며 “신규 건설 쪽은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분산에너지특별법 시행에 따라 지역별 전기요금차등제를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스웨덴 방식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리나라도 동해안에는 석탄·원전, 호남에는 태양광, 영남에는 원전 등 지방에 발전설비가 밀집해 있고, 수도권에는 전력 다소비 시설이 몰려 있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는 전력이 남아 돌아 태양광 등 발전소의 가동률을 제한하고 있으며, 남아 도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망도 구축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전력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에는 전력도매가격(SMP)과 전력소매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대로 전력을 적게 생산하는 지역에는 SMP와 전력소매요금이 오른다. 다만, 우리나라는 스웨덴처럼 전력시장을 분리하는 식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단일시장을 유지하되, 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수준이다. 예컨대 스웨덴 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전력시장을 수도권, 충청, 강원, 영남, 호남 등 5개로 나눠야 한다. 지역별 전력시장은 지역별 전력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이후 호남배전사업자 등 각 지역별 배전사업자들이 등장해 각지역별 전력시장에서 구매한 전력을 해당 지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시장이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맞춰 가격이 결정되지 않고, 배전사업이 민간에 개방돼있지 않다. 스웨덴 방식은 우리나라가 전력시장을 개편하지 않는 이상 선택할 수 없다. 문제는 단일 시장에서 지역별로 SMP를 차등 적용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지역별로 요금을 어느 정도 차등해줘야 하는지를 기준을 따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웨덴 방식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 자체를 새로 만들어 이같은 논란에 비교적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가격 결정을 정부가 개입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알아서 맡기는 구조다. 실제로 안데르손 분석가 전력입찰시장을 나눈 것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력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더 많은 사업자들이 등장했고 풍력발전에 대한 투자 유인을 제공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전력요금이 꽤 낮아졌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핀란드①] 전력시장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격이 모든 걸 결정”

핀란드는 203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아 전 세계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15년이나 빠르다. 핀란드는 풍부한 물과 산림을 바탕으로 원자력과 풍력을 더해 일찌감치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맞춤형으로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췄다. 전력시장에는 정치적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핀란드는 이제 탄소중립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산업, 수송, 열 분야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도전 중이다. 핀란드가 인구 550여만명의 작은 나라라 탄소중립을 평탄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핀란드 산업 주축이었던 노키아가 휘청이면서 핀란드 경제가 흔들렸다. 작은 내수 규모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경제도 챙겨야 하는데 안보도 위태롭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연결된 전력망이 끊겨 에너지 안보는 위기를 맞았다. 핀란드는 스웨덴하고 그리드(전력망)가 연결돼있지만, 핀란드 전문가들은 핀란드 전력망을 섬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에너지 안보가 언제든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란드인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배터리 ④ 열에너지 “북유럽 전력시장에서 생산과 소비는 시장 즉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풍력 발전량이 많을 때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발생하는 건 매우 흔한 일입니다." 아니카 아티아이넨 핀그리드 그리드 디자인 전략책임자는 지난 5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핀그리드 본사에서 핀란드의 전력도매시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핀그리드는 핀란드의 송전망과 전력시장 운영자로 우리나라로 치면 배전 사업을 뺀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는 “핀란드는 시장참여자들이 가격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장가격은 풍력발전에 따라 주로 움직인다"며 “풍력 발전량이 넘치더라도 풍력 발전사업자가 발전을 멈추지 않도록, 전력가격을 낮춰 전력을 구매할 사업자들이 나타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즉 날씨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넘친다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멈추는 게 아니라, 전력가격을 낮춰 저렴한 전력가격으로 여러 사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전력시장 참여자들은 전력가격이 낮을 때 전력을 구매해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비싸지면 배터리에서 전력을 꺼내 판매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혹은 전기를 저렴하게 구매해서 수소 및 열을 생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전기소비자들은 전기가 저렴할 때 전기차를 충전하고 비싸지면 오히려 전기차에 있는 전기를 판매하는 'V2G'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돌아가는 시장 구조를 갖춰야, 전력시장에 재생에너지를 포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핀그리드에 따르면 핀란드 전력소비의 95%는 친환경에너지에서 나온다. 핀란드는 지난해 총 80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이중 원전(39.1%), 풍력(25.0%), 수력(17.8%), 바이오에너지(11.8%), 태양광 (1.4%), 화력 등 기타(4.9%)가 차지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제주도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는 전력시장을 시범 운영 중이다. 전력당국은 해당 전력시장을 육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의 전력도매시장은 전력거래소 통제하에 연료비가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무조건 구매해주고 시작한다. 여기에 연료비가 가장 싼 원자력발전, 석탄발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순서대로 구매해주는 식이다. 전체 전력도매가격은 연료비가 가장 비싼 발전설비가 전력을 판매한 가격으로 결정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완전한 시장 시스템은 아닌 것이다. 한국의 전력당국은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에 상한선을 걸면서 시장에 개입한다. 재생에너지 전력이 넘치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중단시키는 가동중단(출력제어) 조치도 시행한다. 핀란드의 사례로 봤듯이 지금처럼 한국의 경직된 전력시장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아티아이넨 전략책임자는 한국의 전력시장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묻는 질문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핀란드는 전력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할 뿐이었다. 재생에너지를 억지로 늘리려고 시장에 개입하는 건 핀란드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핀란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력발전에는 높은 탄소세 및 탄소배출권 가격을 부과한다. 화력발전이 재생에너지에 비해 가격경쟁에 밀려 알아서 시장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핀란드도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안보가 항상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서울에서 핀란드로 향하는 비행기는 러시아 영공을 피해서 날아간다. 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이유로 연결된 전력망을 끊었다. 그동안 핀란드는 전체 전력 소비의 1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다. 게다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간 연결된 해저캐이블 두 개 중 하나는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가 끊어 버린 것으로 의심된다. 핀란드는 외부 전력망 연결을 스웨덴에 대부분 의존한다. 현재 두 개의 송전망이 스웨덴과 연결돼 있다. '오로라 라인'이라는 스웨덴과 연결되는 추가 송전망이 2038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아티아이넨 전략책임자는 “핀란드도 에너지 시스템으로 보면 섬에 가깝다"며 “러시아와는 연결이 끊겼고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며 육지는 스웨덴하고만 거의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스웨덴이 같은 유럽연합(EU) 소속인 우방국이지만,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송전망 운영자답게 그에게서 에너지 안보를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같은 EU 국가라도 전력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각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덴마크가 스웨덴이 전기를 지나치게 많이 떠넘긴다는 이유 등으로 EU에 제소하는 일이 있었다. 이 영향으로 스웨덴은 지난 2011년 하나로 운영하던 전력입찰구역을 네 곳으로 나눠야 했다. 핀란드는 친환경에너지 관련 사업 확대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핀란드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총 36기가와트(GW) 규모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경제를 실현해 총 51개, 11GW 규모의 수소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도시인 바사를 핀란드인들은 북유럽의 '에너지 수도'라 부른다. 바사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사업 모델이 활발하게 개발되는 중이다. 바사는 인구 7만여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바사에 위치한 에너지 클러스터에는 180개 이상의 에너지 기술 기업이 입주했다. 클러스터에는 1만300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핀란드 에너지 신기술의 80%가 바사에서 수출되며 사업 총 매출은 연간 60억유로를 바라본다. 특히 바사에서는 300메가와트(MW) 규모의 열에너지 생산 시설이 있는데 전기가격이 마이너스일 때 전기보일러로 열을 만들어 바사 지역에 열을 공급하는 일은 한다. 바사 지역 관계자는 일 년에 한 달은 해당 전기보일러가 바사 지역의 난방을 책임진다며 유럽에서도 이같은 전기보일러 사용은 특별한 에너지 소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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