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라는 것은 오해입니다. 오히려 빨리 졸업하고 나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중소·중견 연안선사 지원 등 다양한 해양사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사장은 7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해양기자협회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해진공은 HMM 지분 33.32%를 보유한 대주주다. HMM은 해진공과 산업은행 33.74% 합산 지분율 67.06%의 채권단 관리 체계에 있다. HMM 채권단은 지난해 초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6조원 규모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일각에선 HMM이 매각되면 사실상 해진공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기 때문에 해진공이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안 사장은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일 때마다 2700억원의 자산평가이익 변동이 생긴다"며 “졸업 후 매각 대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간 내에 매각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한 번 매각이 불발된 만큼 이번엔 제대로 된 주인을 찾기 위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단 것이 안 사장의 진단이다. 해진공과 산은이 각각 내부 매각 추진 방향을 먼저 정리한 뒤 매각 절차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안 사장은 HMM을 단순 기업이 아닌 국가전략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좋은 주인의 첫 조건은 세계 8위 선사인 HMM이 대한민국을 대표할 뿐 아니라 글로벌 선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며 “두 번째는 글로벌 해상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매각 방식에 대해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 주가가 치솟으면서 HMM의 공공기관 지분을 일부 유지한 채 분할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안 사장은 “그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 고민하고 있고 좋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양대 주주인 산은과 잘 협의해서 매각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권 교체에 따른 HMM 매각 지연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안 사장은 “정권과 상관없이 HMM이 옳게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어떤 정권이 오든 상관없이 원칙을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HMM은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를 낙점했다. 동시에 이정엽 HMM 전무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들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리더십 교체에 대해 안 사장은 “기존 경영진도 글로벌 해운사 영업이익률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냈다"며 “다만 HMM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대표를 교체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최근 SK해운의 원유 탱커선, 벌크선 등 일부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선 글로벌 선사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작업이란 입장이다. HMM은 매출 85%가량이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나와 글로벌 경기와 운임 변동에 따른 실적 부침이 큰 상태다. 안 사장은 “벌크와 탱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 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HMM이 글로벌 선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컨테이너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장에선 HMM이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산 가치가 커지면서 매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인수 가격은 약 2조원대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SK해운 인수가 HMM 매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분석·검토하고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여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안 사장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선사 견제로 국내 해운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관세 전쟁으로 물동량이 위축될 수 있어 전체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안 사장은 “올해 하반기가 되면 관세 전쟁이 벌어져도 해운업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중국 규제가 시행되면 우리나라 조선업은 물론 해운업계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해진공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현 HMM) 등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됐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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