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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확률 오류, 정정하면 끝?…관건은 ‘고의성’

확률 공개 의무화 전후로 게임업계에 잇달아 확률 정정 소동이 빚어지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임사들은 '단순 오류'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정했다고 하면 끝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그라비티, 웹젠, 위메이드 등이 지난달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전후로 기존 확률의 오표기를 바로잡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장 먼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지난달 20일 홈페이지에 게임 내 일부 아이템의 획득률이 달랐다며 해당 정보를 수정했다고 공지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오표기한 확률 정보는 100개가 넘었꼬, 일부 아이템의 획득률은 8배까지 부풀려져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웹젠의 '뮤 아크엔젤'도 지난달 21일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확률 오류 사실을 공지했다. '뮤 아크엔젤'은 일정 횟수 이상 뽑기를 진행하지 않으면 획득조차 할 수 없는 확률 0%의 '바닥 시스템'이 확인돼 문제가 됐다.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도 지난달 29일 “특정 확률형 아이템 1종에 대한 웹사이트 내 확률 정보가 실제 확률과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실제 게임 내 적용된 확률 정보로 정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 게임사들은 '단순 오표기'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오표기된 확률 정보가 이용자들에게 불리한 형태로만 이루어진데다 특히 그라비티와 웹젠의 경우 법 시행(3월22일) 직전에 이르러서야 오류 사실을 시인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다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이들 게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확률 오표기에 대한 책임을 가를 키워드는 '고의성'이라고 보고 있다. 게임사가 확률을 잘못 고지한 것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이용자를 기만해 수익을 내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앞서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사례처럼 게임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철우 게임전문변호사는 “게임사의 행위가 의도적인 확률 조작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의도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같이 전자상거래법상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가 인정돼 해당 법에 따른 책임을 지게된다"고 말했다. 이어 “넥슨 사례의 경우 업무 지시나 메일을 통해 '고의성'이 밝혀졌다"며 최근 빚어진 사안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의도성 여부가 밝혀지면 그 이후 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이나 단체소송 등의 액션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중대한 과실(실수)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은 여전히 발생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법 시행 과정에서 일어난 '선작용'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은 일찌감치 법 시행에 대비해왔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임사도 더러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규제를 인식하고 자진해서 시인하고 선제적으로 시정했으니 원만히 마무리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LG전자와의 혈투 속 ‘AI 가전=삼성’ 공식의 함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각종 가전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LG전자보다 사업 범위가 넓은 삼성전자가 'AI 가전=삼성'이라는 슬로건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나란히 AI를 내재한 일체형 세탁·건조기와 TV, 냉장고 등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올 2월 23일 일체형 AI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선보였다. 지난달 11일 이무형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이 제품 설명회도 진행했다. 지난 3일 서초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를 통해 2024년형 △냉장고 △인덕션 △스팀 로봇 청소기 △무풍 에어컨 비스포크 AI 신제품 라인업도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출시한 비스포크 신제품에는 고성능 AI 칩·카메라·센서가 탑재돼 더욱 다양한 기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며 “관련 제품은 총 15종"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 3월 중순 일체형 AI 세탁·건조기 '오브제 컬렉션 워시 콤보'를 내놨다. 무게와 습도, 재질 등을 AI가 감지해 맞춤형 세탁·건조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올해 안으로 로봇 청소기·에어컨·냉장고 등 새로운 제품들을 공개할 방침이다. 양사 수장들도 사실상 '저격전'에 가까운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조주완 LG전자 대표다. 조 대표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가전의 시초는 당사가 만들어낸 'UP 가전'"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미디어 데이가 열리기 1시간 전 “2011년 업계 최초로 가전에 와이파이 모듈을 탑재해 원격으로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 시대를 연 이래 계속해서 글로벌 AI 가전의 '최초' 역사를 쓰고 있다"는 입장도 냈다. 이를 의식한 듯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부회장) 겸 DX 부문장은 미디어 데이 현장에서 “시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AI 생태계 내 실생활에서 적용돼 활용도가 우월한 건 당사 제품들이고, 그 수도 가장 많다"고 반격했다. 한 부회장이 이같이 답변한 것은 소비자 확장성에 따른 사용자 경험 등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12월 LG전자는 AI 기술이 적용된 가전과 서비스를 '씽큐(ThinQ)' 브랜드로 총칭했다. 삼성전자는 같은해 4월 사물 인터넷(IoT) 관리 솔루션 '삼성 커넥트'를 선보였고, 이듬해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통합했다. 두 서비스 모두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2021년 4월 LG전자는 MC사업본부를 폐지했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만 남게 돼 비교 열위에 설 수 밖에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자사 갤럭시 스마트폰을 필두로 AI 요소를 각 사업부의 제품에 탑재해 스마트싱스로 IoT 생태계를 구축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최근 'AI 가전=삼성'이라는 공식 확산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시승기] ‘대세’ 토요타, RAV4 PHEV의 매력

토요타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한때 '노 재팬' 직격탄을 맞으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상품성을 앞세운 '정면승부' 전략을 구사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우고 있다. 올해 1분기 토요타의 국내 판매는 2281대로 전년 동기(1745대) 대비 30.7% 뛰었다. '대세'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중심으로 신차를 출시하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효율적으로 전개한 결과다. 토요타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라브4) PHEV를 시승했다. 외관은 미래지향적이다. 팔각형을 모티브로 한 입체적인 얼굴을 지녔다. 근육질 몸매가 날렵한 헤드램프와 만나 안정적인 인상을 풍긴다. 경쟁사 SUV와 비교해 확실히 비율이 좋다. 남성미를 잘 살렸지만 적재적소에 디자인 포인트를 줘 부드러운 느낌도 강하다. 라브4 PHEV의 제원상 크기는 전장 4600mm, 전폭 1855mm, 전고 1685mm, 축거 2690mm다. 투싼보다 길이가 40mm, 축간거리는 65mm 각각 짧다. 패밀리카로 활용하기 충분한 수준이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 답답한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머리 위 공간이 워낙 충분한데다 무릎 아래 공간도 잘 뽑혔다. 운전석에서는 시야는 전형적인 SUV답게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내부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토요타스럽게' 구성됐다. 운전자가 필요한 순간 필요한 버튼을 조작할 수 있게 최적화돼 있다. 공조장치나 안전·편의사양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가격대를 감안하면 마감재도 상당히 고급스럽다는 평가다. 2.5L 4기통 엔진과 전·후륜 모터 조합을 통해 최대출력 306마력으로 힘을 발휘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전륜과 후륜에 각각 100:0에서 20:80까지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배분해준다. 복합 주행모드 기준 연비 15.6km/L를 달성했다. 토요타 RAV4 PHEV에는 18.1kWh의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배터리를 완충했을 때 복합 주행모드 기준 최대 63km까지 전기 모드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구는 완속 충전용 AC단상이 적용돼 있다. 32A(6.6kw) 완속 충전기 사용시 완충까지 약 2시간37분이 소요된다. 달리기 설정은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모드로 차가 달리다 딱 필요한 순간 기름을 사용한다. 주행감각은 부드럽다. 엔진 소음이나 진동에 대한 부담이 없다보니 안락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무단변속기 역시 연료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엔진 회전수를 잘 조절해줘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막아준다. 초반 가속감은 기대 이상이다.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한 힘이다. '하이브리드차=답답하다'는 공식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오히려 고속에서 꽤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줘 놀라웠다. 빠르게 달릴 때 차체가 바닥에 딱 달라붙는 느낌이 강하다. 덕분에 코너나 곡선구간도 가볍게 탈출할 수 있다. 배터리의 위치는 차량 하부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RAV4 PHEV에는 토요타 브랜드 라인업 중 최초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토요타 커넥트'가 LG U+의 U+ DRIVE를 기반으로 제공된다. 덕분에 고객의 편리한 카 라이프를 지원한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 안내해 주는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갖췄다. 무선 통신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 팟캐스트, 모바일TV, U+스마트홈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네이버 클로바'와 연동되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실내 온도 변경 등 다양한 기능을 목소리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차량 관리를 위한 기능으로 소모품 교환 및 점검시기 자동안내가 제공된다. 사고 시의 긴급출동서비스도 디스플레이 화면의 버튼을 통해 손쉽게 호출할 수 있어 고객의 편리한 사고처리를 돕는다. 매력이 워낙 많은 차라 다양한 고객들에게 만족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리드 '한 우물'을 판 토요타의 기술력이 PHEV에도 잘 녹아있다는 총평이다. 토요타 RAV4 PHEV의 가격은 5570만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시승기] 푸조 5008 ‘패밀리카’ 각광받는 이유는

푸조 5008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은 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마니아층이 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어 이 차가 패밀리카로 각광받고 있다. 상품성이 상당히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23년식 푸조 5008 SUV GT를 시승했다. 호불호 없는 디자인을 지녔다. 바뀐 푸조 엠블럼과 날렵한 인상이 조화를 이룬다. 전면부에 일체형 프레임리스 그릴이 적용됐다. 주간주행등은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새로운 형태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도 엿보인다. 후면부 라인이 거의 직선으로 내려와 안에 최대한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게 했다. 싼타페 신형 모델이 평평한 뒷면을 강조하는 식이라면 푸조 5008 SUV는 공간은 넓히면서도 나름 멋을 살렸다. 길이는 투싼과 비슷한데 축간 거리는 싼타페보다 25mm 더 멀다. 덕분에 실내가 여유롭게 느껴진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 머리 위 공간이 충분했다.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어 좋았다. 1열을 꽤 여유롭게 조성하고도 2열 무릎 아래 공간이 많이 남았다. 3열에 앉아도 답답한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다. 트렁크는 기본 237L를 제공한다. 3열 시트를 쉽게 접고 펼 수 있다. 트렁크 아래로 3열을 숨기면 일반 5인승 SUV처럼 트렁크를 활용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952L로 캠핑 등에 필요한 짐을 실을 수 있는 정도다. 2열까지 접을 경우 적재 공간이 최대 2150L로 늘어난다. 내부는 프랑스차 감성을 잘 살렸다. 특이한 형태의 기어노브와 푸조 특유의 스티어링 휠이 눈길을 잡는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브랜드 내 다른 차종들과 비슷하다.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고해상도 풀컬러 그래픽을 제공한다. 1.2L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5500RPM에서 최고출력 131마력, 1750RPM에서 최대토크 23.5kg·m의 힘을 보여준다. 공차중량이 1.6t 안팎이다. 배기량이 작다고 생각했는데 초반 가속감이 꽤 뛰어나 놀라웠다. 에코, 스포츠 등 주행모드에 따라 운전 감각도 크게 달라진다. 엔진 회전수를 꽤 유연하게 조절해 최적의 주행 환경을 만들어준다. 공인복합연비는 12.1km/L를 기록했다. 고속에서 14.2km/L, 도심에서 10.8km/L의 연비를 인증받았다. 흐름이 원활한 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니 실연비가 16~17km/L 수준까지 올라갔다. 푸조 5008 SUV는 2016년 출시된 7인승 플래그십 차량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국내에는 2021년 6월 데뷔했다. 당시 푸조의 최신 디자인 언어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장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은 2022년 4월 새롭게 추가됐다. GT 모델에는 비상 제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주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방지해 주는 기능이다. 시속 5~140 km/h 속도에서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가 전방의 추돌 상황을 감지하면 차간 거리 경고 알림 기능과 연동해 비상 브레이크 보조 장치를 작동해준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윈드 스크린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도로의 차선을 식별해 차량이 차선을 이탈할 경우, 시각적인 경고를 통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필요 시에 능동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조향에 개입해 안정적으로 원래 차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푸조 5008 SUV는 넓은 공간과 안정적인 달리기 성능을 지닌 덕분에 패밀리카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를 직접 만나보면 '가성비' 또한 훌륭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푸조 5008의 가격은 4900만~5500만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종합] “삼성전자, 텍사스 반도체 투자액 59.6조로 확대…보조금 8조 상회”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를 440억달러(약 59조5980억원)로 2.6배 가량 확대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이 삼성전자가 이달 15일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발표하게 될 신규 투자 규모는 기존과 단순 비교하면 270억 달러(36조5715억원) 가량 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외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또 하나의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공장은 2022년 착공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공사가 시작됐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테일러와 인근 지역에 200억달러(약 27조1000억원)를 투입해 두 번째 반도체 생산 공장을, 40억달러(약 5조4180억원)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시설을 각각 건설할 계획이다 WSJ는 또 연구·개발(R&D) 관련 파트도 반도체 공장 내에 수용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텍사스주 감사관실은 2022년 삼성전자의 세제 혜택 신청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2000억 달러(약 270조9000억원)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 신설 등의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추가 투자 발표 보도는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연방 상무부의 보조금 지원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5일 삼성전자가 60억달러(약 8조1270억원)가 넘는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고 타전했다. 통신은 당시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지급할 보조금은 상당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과 동시에 발표될 예정이라고도 했다. 업계는 상무부가 이달 중 반도체법에 따른 삼성전자 보조금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보조금 관련 사항이 지난달 말 공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무 논의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보도 내용대로 총 440억달러를 투자하고 60억달러를 돌려받게 되면 보조금은 투자액 대비로는 13.6%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는 대만 TSMC의 투자액 대비 보조금 규모와 비등한 수치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달러(약 54조18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해 50억달러(약 6조7725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투자액 대비 12.5%에 달한다. 인텔은 반도체법에 입각한 보조금으로 85억달러(약 11조5132억원)를 받게됐다. 이 회사는 향후 5년간 1000억달러(135조4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은 보조금에 더해 반도체법상 대출 지원 110억달러를 받게된다. 아울러 미국 언론 매체들은 투자 세액 공제와 별도의 군사·정보용 반도체 보조금 35억달러(약 4조7407억원) 등도 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국방부, ‘최고 성능’ SAR 정찰 위성 2호기 오는 8일 발사

'425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군사 정찰 위성 2호기가 발사를 앞두고 있다. 2호기는 주·야간, 기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전천후 고해상도 영상 촬영과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 합성 개구 레이더(SAR) 위성으로, 일 4~6회 한반도 주변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군의 독자 군사 정찰 위성 2호기는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케이프커내버럴 공군 기지에서 현지 시간 오는 7일 오후 7시 17분, 한국 시간 8일 오전 8시 17분 미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지난달 초 국내에서 케이프커내버럴로 운송된 2호기는 구성품 조립과 점검 과정을 거쳤고, 이달 초엔 최종 리허설까지 마쳤다. 발사 전날인 현지 시간 6일에는 발사 준비 검토 회의와 발사장 이동 작업이 예정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발사 시점은 지난주 결정됐다"며 “기상 변동성이 존재하나, 현 시점까지의 판단으론 예정대로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호기 탑재 로켓 정상 발사 44분 43초 뒤에는 발사체와 위성이 분리된다. 위성은 궤도에 진입하고, 54분 후 해외 지상국과의 최초 교신을 하게 된다. 또 발사 2시간 37분 뒤 해외 지상국과의 2차, 국내와는 발사 9시간 36분 뒤 첫 교신할 예정이다. 성공 시 태양 전지판과 안테나 반사판 전개, 플랫폼 기능 확인, 위성체 운용 모드 정상 동작 확인 등 제반 작업이 약 2주간 이뤄진다. 국내·해외 지상국 연계 교신도 계속 진행된다. 2호기 발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군이 낮과 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상 레이더 기반 SAR 정찰 위성을 최초로 확보함으로써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킬 체인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호기는 지난해 12월 2일 발사된 전자 광학·적외선(EO·IR) 방식의 1호기와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된다. SAR 위성은 레이다에서 전파를 쏴 반사 신호를 수신해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을 채택해 기상 상황과 무관하게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SAR 영상은 픽셀 하나씩 점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구분이 어려워 판독관이 봐야 알 수 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구분을 위해선 육안으로 즉각 확인 가능한 EO 영상과 비교하고 데이터를 쌓아가 SAR 분석 정확도를 제고할 수 있다. 우리 군의 SAR 위성은 1대가 한반도에 하루 4~6회 방문해 영상 정보를 수집한다. 군 관계자는 “현존 SAR 위성 중 최고 성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425 사업'에 입각해 2025년까지 SAR 위성 4기와 EO·IR 위성 1기 등 총 5기의 고해상도 800㎏~1t급 중대형 군사 정찰 위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1호기는 초기 운용과 영상 검·보정 작업을 거쳐 현재 운용 시험 평가를 앞두고 있다. 오는 6~7월 경 공식 임무에 투입된다는 전언이다. 3호기 위성체는 조립이 완료돼 개발 시험 평가에 돌입했고, 9월 중 평가가 끝나면 11월에 발사될 전망이다. 425 사업 위성 5기 모두 궤도에 진입해 전력화 될 경우 우리 군은 약 2시간 간격으로 북한 내 미사일 기지·핵 실험장 등 주요 시설 정보를 위성 사진과 영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게 된다. 이 사업 이후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를 활용한 소형·초소형 정찰 위성 50~60기도 쏘아 올린다. 해당 위성들이 2020년대 후반 실전 배치되면 30분 단위로 한반도 정찰이 가능해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하이로우 믹스 개념으로 빨리 볼 때에는 초소형을 활용하고, 세밀하게 봐야 하는 건 425 위성을 쓸 것"이라며 “기술 발전 추세를 볼 때 차제에는 초소형 자체만으로도 상당 부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425-2 사업은 선행 연구가 끝났다“며 "전반적인 위성 수량이나 필요성, 군사적 활용성 등을 합동참모본부에서 분석 중“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메모리 훈풍’ 삼성전자, 아우들에 발목 잡힌 LG전자…1Q 영업익 희비 갈렸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훈풍을 타고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LG전자는 연결 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71조원,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1.37%, 931.25% 늘었다.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로 돌아온 것은 2022년 4분기 70조4646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당초 시장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이 4조원대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20% 이상 상회해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준 셈이다. 잠정 공시인 만큼 삼성전자는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호실적이 메모리 감산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의 흐름이 이어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사업 담당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7000억∼1조원 규모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이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D램과 낸드 감산에 따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판매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메모리 사업이 DS 부문의 흑자 전환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 메모리(HBM) 서버와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중심 메모리 사업 전략 유지와 지난해 4분기 전략적 출하에 따른 낸드의 저가 기저로 인한 1분기 가격 반등 폭이 예상보다 높다“며 "재고 평가 손실 충당금 환입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1분기 D램과 낸드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은 각각 -14.8%, -3.0%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산업 수급 개선 덕에 D램·낸드 평균 판매 단가(ASP)는 전 분기보다 각각 16.3%, 21.0% 올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사업 부문들도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영업이익과 관련, SK증권은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네트워크와 디스플레이(SDC)는 각각 3조7000억원,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SDC 3000억원, MX·네트워크 3조8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소비자 가전(CE) 3000억원, 하만 1000억원을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SDC 3500억원, MX·네트워크 3조9000억원, VD·가전 3800억원을 제시했다. MX 사업부는 AI 탑재 갤럭시 S24 판매 호조세 등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 따라 모바일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 5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는 VD·DA 2개 사업부는 프리미엄 TV와 고부가 가전 판매량 확대로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는 글로벌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직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1분기 D램 ASP는 2분기에는 3∼8%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23∼28% 오른 낸드도 2분기에는 13∼18% 가량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신경망 처리 장치(NPU) 출하량이 급증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도 실적 개선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시장이 2026년까지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HBM3E를 올해 상반기 중 업계 최초로 양산하고, 올해 HBM 출하량도 작년 대비 최대 2.9배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주량이 늘어난 파운드리 분야도 수율 개선에 따라 올해 4분기에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 사업은 하반기 HBM 공급과 범용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파를 것"이라고 평했다. 2분기 삼성전자 전사 컨센서스는 매출 72조4469억원, 영업이익 7조3634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73%, 1001.48%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3% 늘어난 21조959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3329억원으로 11% 감소했다. 증권가는 자회사와 관계사의 지지부진한 실적이 LG전자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고 보고 있다. 카메라 모듈 주 고객사인 애플에 악재가 겹쳐 LG이노텍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4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각각 6877억원, 5016억원으로 상반기에만 1조1983억원으로 추산된다. 올레드 TV 패널 사업의 실적 회복 속도가 느려서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법 손익에 따라 지분율만큼 손익에 반영한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그 자체로는 사실이 맞지만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달라"며 “1조2000억원대로 예상했던 컨센서스보다는 소폭 상회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자원 투입·원자재 및 물류비 안정화·글로벌 생산지 운영 체계의 유연성 확보 노력 등도 안정적인 수익성에 기여했다"고 부연했다. 생활 가전(H&A)사업본부 실적은 올해 1분기 출시한 의류 관리기 '올 뉴 스타일러', 올인원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일체형과 대용량의 장점을 두루 갖춘 세탁·건조기 '워시 타워' 등 프리미엄 신제품이 시장 호응을 얻으며 성장을 견인했다. 전장(VS)사업본부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100조원을 넘겨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이 중 비중이 가장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올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흑자 전환한 전장 자회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유럽·아시아 시장 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을 본격 가속화한다. 차량용 램프 자회사 ZKW는 차세대 제품 역량 확보와 사업 구조 효율화를 병행 추진한다. HE사업본부 성장 지속은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에 기인한다. LG전자는 글로벌 1위 올레드 TV와 QNED TV를 앞세워 투 트랙 전략을 본격 전개한다. 웹OS 플랫폼 사업은 올해 조 단위 매출을 내는 사업으로 키운다는 입장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 분석] 티웨이항공, 안전 이유로 운항 거부한 기장 문책 논란

법원이 기체 부품에 문제가 있어 운항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행을 거부한 조종사가 항공사측의 징계 조치에 반발해 제기한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조종사 단체는 환영의 입장을 보였지만 사내 고참 기장들은 당사자와 회사 모두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와 대구지방법원 민사부 징계 효력 금지 결정문을 종합하면 김모 티웨이항공 기장은 올해 1월 2일 베트남 깜라인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TW158편(HL8324)을 운항할 예정이었다. 해당 항공기 브레이크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사측의 운항 기술 고시에 따른 기준치인 1㎜에 미달하는 것을 확인한 김 기장은 정비팀에 브레이크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비팀은 정상 운항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브레이크를 교체하지 않았고, 운항본부로부터 비행 지시 등 다른 조치도 이뤄지지 않자 이에 김 기장은 운항 불가를 결정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조언을 위해 고용돼 통제실에 상주하는 은퇴 기장인 '크루랩'을 비롯, 정비·항공운항관리사들이 안전에 문제가 없음을 김 기장에게 설명했는데 그는 운항본부가 게시한 공시를 근거로 운항 불가를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티웨이항공 사측은 한국에서 부품을 공수해 결국 베트남 현지에서 브레이크를 교체했지만 보항편 투입에 15시간 가량 운항이 지연됐다. 같은 달 19일, 사측은 중앙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김 기장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독단적이고 무지한 판단으로 회사에 2억원대의 손실을 입혔고, 승객 169명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김 기장이 재심을 요구해 사측은 지난 2월 1일 정직 5개월로 징계 수위를 다소 낮췄다. 이후 김 기장은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의 법률 지원을 받아 대구지법에 징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재판장 김태균 판사는 이를 인용했다. 티웨이항공 운항본부가 지난해 9월 27일 공지한 '카본 브레이크 장탈 기준 전파'에는 '웨어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1㎜ 또는 그 이하의 경우 브레이크 교환'이라고 명시돼 있고, 같은해 10월 11일자 운항 기술 공시(23-46)에도 이 사건 항공기와 동일한 기종의 카본 브레이크 장탈 기준에 관해 같은 내용이 기재돼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해당 문언 그 자체로는 해당 기준치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 브레이크를 교체하라고 규정돼 있을 뿐, 정비 효율을 위한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취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브레이크 핀의 길이가 0.8㎜로 최종 확인된 당시 상황에서 채권자인 김 기장은 운항 일반 교범(FOM)에 따라 항공기 출발을 결정해야 하는 지위에 있어 운항 불가를 통보한 것이 징계 대상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비행 안전과 관련해 채무자인 티웨이항공 사측이 징계를 포함한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원칙에 따라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측은 당시 한국 시간 기준 자정에 가까워 업무 지시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티웨이항공이 국제선을 운영하는 만큼 베트남 현지에 있던 김 기장에게 비행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는 것으로 충분한 해명이 될 수 없다고 봐서다. 김 판사는 “김 기장에 대한 징계 사유가 존재하는지, 그렇다 하더라도 정직 5개월의 양정이 정당한지에 관해서는 본안 소송의 충분한 심리를 거쳐 최종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히 김 기장은 징계 처분으로 인해 비행 자격 유지도 어려워져 직무 수행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금전 배상만으로는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조종사노조연맹은 당연하다면서 반기는 분위기다. 박상모 조종사노조연맹 위원장은 “항공안전법은 기장이 안전 운항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는데, 이에 충실하고자 했던 김 기장에 대해 티웨이항공은 부당 징계를 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측의 이 같은 행태는 안전 운항 문화를 발전시킬 수 없어 징계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며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비 처벌을 근간으로 기체 이상을 자율 보고한다"고 했다. 한편 티웨이항공 사측은 보도자료에서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1㎜ 이상 남은 상태에서 교환할 경우 동 부품 제작사가 페널티를 부과해 내부 기준치에 1㎜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핀의 길이가 0㎜ 이상인 경우에는 안전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당사 모든 조종사들은 핀의 길이가 0~1㎜인데도 무리 없이 운항 중이고, 김 기장도 과거 0.1~0.7㎜ 사이에서 수차례 아무런 지적 없이 항공기를 운항한 기록이 있어 당시 비운항 결정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고경력 기장들은 운항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티웨이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집행부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기장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같은 건의 타당성에 관해 법원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본 심리를 진행 중에 있고, 향후 본안 소송에서 징계 처분의 정당성을 다툴 예정“이라며 "최상의 안전 운항을 위해 전 분야에서 철저한 점검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력이 상당한 티웨이항공 교관급 기장들과 심사관들 사이에서는 김 기장과 사측 모두 도를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종사 A씨는 “김 기장은 보수적으로 공시된 내용을 근거로 비행을 거부했는데,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어 정상 운항이 가능했다"면서도 “사측의 5개월 정직 처분은 과도했고, 일정 기간 비행 정지 정도의 경징계가 적절했다"고 평했다. 김 기장이 티웨이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사측과 갈등을 빚은 것도 징계 수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A씨는 “김 기장은 사측과의 교섭 과정에서 고소를 남발해온 측면이 있다"며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메모리 봄바람’ 삼성전자, 1Q 잠정 영업익 6조6000억…전년 동기비 931.25%↑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71조원,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이라고 5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37%, 931.25%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 70조4646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이번 실적은 여의도 증권가 전망치를 20%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장은 올해 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 중후반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메모리 감산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의 흐름이 이어져 최근 목표 실적을 일제히 높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이 7000억∼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 2022년 4분기 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부문별 영업이익을 추산하고 있다. SK증권은 DS 부문 1조원,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네트워크와 디스플레이(SDC)는 각각 3조7000억원,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DS 9000억원, SDC 3000억원, MX·네트워크 3조8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소비자 가전(CE) 3000억원, 하만 1000억원을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DS 7000억원, SDC 3500억원, MX·네트워크 3조9000억원, VD·가전 3800억원을 제시했다. 감산에 따라 D램과 낸드 가격이 오름세인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판매에 주력한 결과 메모리 사업이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둬 DS 부문의 흑자 전환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 메모리(HBM) 서버와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중심 메모리 전략 유지와 지난해 4분기 전략적 출하에 따른 낸드의 저가 기저로 인한 1분기 가격 반등 폭이 예상보다 높아 재고 평가 손실 충당금 환입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과 낸드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비트 그로스)은 각각 -14.8%, -3.0%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산업 수급 개선에 힘입어 D램과 낸드 평균 판매 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16.3%, 21.0% 올라 수익성이 대폭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사업도 AI 탑재 갤럭시 S24 판매 호조세 등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는 영업손실 5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프리미엄 TV와 고부가 가전 확대 판매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 덕에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랠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1분기 D램 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는 3∼8% 가량 오를 전망이다. 낸드도 1분기 23∼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는 13∼1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6685억원보다 10배가량 늘어난 7조3634억원이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0.73% 증가한 72조4469억원으로 집계됐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도 실적 개선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신경망 처리 장치(NPU) 출하량이 급증해 HBM 시장은 2026년까지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제품인 HBM3E를 올해 상반기 중 양산하고, 올해 HBM 출하량도 작년보다 최대 2.9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의 HBM 로드맵 격차 축소가 관건"이라며 “여전히 삼성전자는 후발 주자에 머물러 있지만 과거보다 기술 격차가 축소된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분야도 수주량이 늘었고, 수율이 개선돼 4분기에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최대 수주 달성과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HBM 공급과 범용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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