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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전자 산업의 쌀’ MLCC, 전장 시장 확대로 중요성↑”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경쟁력을 토대로 실적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MLCC 시장은 현재 131억달러(약 17조7570억원) 수준이고, 2028년까지 연 평균 성장률은 IT·산업용 등을 모두 합해 8% 가량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김위헌 삼성전기 MLCC제품개발4그룹장(상무)은 “만약 MLCC가 없거나 성능이 저하되면 전원 불량이 발생해 전원이 꺼지거나 자동차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AP·IC 등 능동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회로에 일정량의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해 반도체가 원활히 작동하게 만드는 '댐' 역할을 한다. 전자 제품 내 신호 간섭(노이즈)도 제거해준다. 삼성전기는 특히 차량 전장용 MLCC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조원 규모였던 관련 시장이 연 평균 12% 커져 2028년 9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제품 단가도 IT향 제품 대비 3배에 달한다.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6.6% 안팎으로 예상된다. 꾸준히 성장 중인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도 내연기관 대비 MLCC 소요원수가 최대 2배 수준이어서 전장용 MLCC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MLCC의 사이즈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0.4㎜*0.2㎜에서 5.7㎜*5.0㎜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MLCC가 1000여개, 전기차에는 1만8000~2만개 가량 탑재된다. 전장용은 IT 제품에 들어가는 것과 역할은 비슷하지만 150도 이상·영하 55도,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습도 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람 목숨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혹한 테스트 환경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고온·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재료 개발과 진동과 내습 특성을 강화하는 미세 구조 설계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MLCC 경쟁력은 작게 만들되 저장 가능한 전기 용량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유전체 등 미립 소재 기술과 간섭 없이 균일하게 층을 쌓을 수 있는 제조 기술도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내부에 유전체와 전극을 600층까지 쌓아 고용량 제품 생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라믹과 니켈을 번갈아 쌓아 만드는 MLCC 공정은 총 14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유전체 파우더와 재료를 균일하게 혼합해 슬러리를 만들어 필름 위에 얇게 코딩하고, 성형된 시트에 내부 전극(니켈)을 인쇄하고 원하는 층수만큼 쌓는다. 이어 압착 과정을 통해 밀도를 높여주고 개별 칩으로 분리한 다음 1000도 이상의 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으로 거듭난다. 외관상 파손이 없어 보여도 내부에 금이 가진 않았는지 전기적 특성 등 품질과 외관을 검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다. 김 상무는 “ADAS 보급률도 꾸준히 늘어 올해에는 레벨 2이상 적용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등 자율 주행 레벨이 점차 올라감에 따라 전장용 MLCC 채용원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등 시장의 고성장 전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해 그는 “휴머노이드나 항공·우주(에어로스페이스) 분야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고객사명은 밝힐 수 없지만 논의 단계에 있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LG전자 ‘TV 라인업 다변화’ 속도···中 공세 대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눈길을 잡는 초대형 프리미엄 TV를 선보이는가 하면 보급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선보이는 등 라인업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TCL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원천 차단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최대 크기인 114형 마이크로 LED를 공개하고 '초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선호하는 시장 트렌드가 확산하자 마이크로 LED 라인업을 기존 89·101형에 이어 114형으로 확대한 것이다. 출고가는 1억8000만원이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가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내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몰입감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미국에서 보급형 OLED TV를 선보이는 등 현지 판매 라인업도 확대했다. OLED TV가 액정표시장치(LCD) 모델 대비 가격대가 높은 만큼 수요 확대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LG전자의 공세도 강력하다. LG는 지난 3월 2024년형 LG 올레드 TV와 LG QNED TV를 국내 출시했다. LG전자는 2024년형 TV를 업계 최다 라인업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선명한 화질의 올레드 에보(시리즈명: M4·G4·C4) △일반형 올레드 TV(B4) △라이프스타일 올레드 TV 포제와 플렉스 등을 선보였다. 무선 올레드 TV(M4) 선택지도 97·83·77형 이외에 65형을 추가했다. LG전자는 QNED TV 제품군도 늘렸다. 초대형·프리미엄 LCD TV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98형 제품을 더해 중소형부터 초대형에 이르는 QNED TV 풀 라인업(43·50·55·65·75·86·98형)을 운영할 방침이다. 양사의 TV 경쟁은 인공지능(AI) 기술 분야에서도 치열하다. 신제품의 특징으로 '강력한 새 프로세서 탑재를 통한 AI 성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형 네오(Neo) QLED TV와 OLED TV 신제품을 소개하며 'AI TV 시대'를 선언했다. 실제 네오 QLED 8K TV에는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3세대 AI 8K 프로세서가 들어갔다. LG전자는 신제품 중 LG 올레드 에보(M4·G4) 시리즈에 알파11 프로세서를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존 알파9 대비 4배 강력해진 AI 성능을 갖췄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그래픽 성능과 프로세싱 속도는 각각 70%, 30% 향상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시장에서 기술·라인업 경쟁을 벌이는 것은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저가 공세'를 벌이기엔 중국 업체들이 최근 들어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TCL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TCL은 국내 주요 거점에서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운영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은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급·대형화 트렌드가 더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 16%로 1위를 유지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1위다. LG전자(9%)는 출하량 기준으로 중국 하이센스(10%)와 TCL(10%)에 이어 4위를 달렸다. 화면 크기별로 보면 70인치 이상 대형 TV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급성장했다. 삼성전자는 7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2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고사양 프리미엄 TV 출하량도 전년 동기 대비 15% 커졌다. 특히 미니 LED LCD TV 출하량이 24% 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통신3사 1분기 R&D 투자 ‘천차만별’…신사업 육성 지속

통신사업 성장 정체가 심화되면서 통신 3사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힘을 주고 있다. R&D 투자 규모는 SK텔레콤(SKT), 증가율은 LG유플러스가 가장 높다. 이들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차세대 기술 투자 비중을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T·KT·LG유플러스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1조2259억원이다. 이 중 KT가 5065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SKT(4985억원)와 LG유플러스(2209억원)가 뒤를 이었다. SKT와 KT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0.8%, 4.2% 늘었지만, LG유플러스는 영업비용 상승 여파로 15.1% 줄었다. 증권가 전망치(1조2555억원)는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본업인 유·무선사업 성장이 침체되면서 비통신 영역에서의 사업 성과가 이들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가 비통신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신 3사의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을 살펴본 결과 LG유플러스(391억3900만원)는 전년 동기 대비 21.38%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지난해 0.91%에서 올해 1.09%로 약 1.08%p 올랐다. 투자 규모는 SKT가 900억9700만원으로 같은 기간 9.28% 확대됐다. KT는 571억100만원으로 5.38% 감소했다. 각 사의 R&D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SKT는 AI 관련 사업에 집중돼 있었다.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R&D 사업 31개 중 총 22개가 AI 사업으로 약 71%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영상진단 메디컬 AI △음성 및 정신질환 예측·진단·관리를 위한 AI △보이스피싱·스팸 탐지 AI 기능 고도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및 탄소 배출량 절감 솔루션 △AI 기반 엔드 투 엔드 로봇 제어 솔루션 개발 등이 포함됐다. SKT가 지난해 궁극 목표로 제시한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사 중 비통신 사업 비중이 가장 큰 KT는 AI 외에도 5세대 이동통신(5G), 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기술 투자 범위가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국내 첫 5G 이동통신 단독모드 상용화 △AI로 보이스피싱 의심번호 탐지 △올레TV 등에 AI 관제 시스템 구축 △기가지니 테이블 TV2 단말 출시 △제주도에 스마트디지털 도로 구축 등 성과를 거뒀다. LG유플러스는 콘텐츠·플랫폼 경쟁력 향상과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특히 △U+ 다이렉트 크루콜 △모바일매니저 신규 기능 △새 멤버십 쿠폰 시스템 △U+tv모아 △우리가게패키지앱 매장 디지털 전환(DX) 상품 △현대기아차 웹(Web)OS 모바일TV를 선보였다. 로봇플랫폼 배송로봇 출시, 한전 원격검침계량기(AMI) 고압 자계기 모뎀 개발을 통해 서비스 영역도 확대했다. 통신 3사는 올해 2분기부터 AI에 힘을 더 줄 전망이다. SKT는 다음달 중 통신 특화 초거대 AI 언어모델 '글로벌 텔코 LLM', LG유플러스는 '익시(ixi)'를 출시한다. KT도 지난해 출시한 '믿음'을 앞세워 AI 컨택센터(AICC)·사물인터넷(IoT)·스마트모빌리티·스마트공간·에너지 등 5대 성장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LG유플러스가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경쟁사에 비해 사업 진출이 한발 늦은 만큼 더 이상 밀리면 안 되겠다는 심리가 기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AI 모델 개발과 반도체 확보에 굉장히 큰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선 수요가 필요하고 일반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AI 서비스가 등장해야 생태계가 지속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시승기]메르세데스-AMG GLC 43…‘코너링 끝내주는 SUV’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더 뉴 메르세데스-AMG GLC 43 4MATIC(GLC 43)'은 패밀리카의 모습을 한 스포츠카였다. AMG 모델답게 엄청난 출력과 쫀득한 코너링이 돋보인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AMG 스피드웨이에서 '미디어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CLC 43, A 35, G 63, S 63 등 다양한 AMG 차량이 준비됐다. 행사는 A 35를 활용한 슬라럼 테스트를 시작으로 △GLC 43 트랙주행 △S 63 택시 드라이빙 △G 63 오프로드 모듈 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이던 체험은 AMG GLC 43 트랙 주행이었다. 체험 시간이 가장 길고 레이싱 서킷을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며 차량의 성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지난달 출시된 GLC 43은 기존 중형 SUV GLC에 더욱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외관과 강력한 AMG 드라이빙 퍼포먼스가 결합한 모델이다. 강력한 성능을 기반으로 SUV 특유의 실용성과 AMG의 펀드라이빙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량의 디자인은 벤츠의 고급스러움과 AMG의 스포티함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기존 GLC의 헤드라이트, 전체적인 라인은 유지하면서 AMG 특유 세로 라디에이터 그릴이 잘 어우러졌다. 이전 세대보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80㎜, 15㎜ 길어져 2열 등 내부 공간이 더 여유로워진 것도 특징이다.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차량이라 뒷자리가 넓진 않았지만 신장 180㎝ 성인 남자 기준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급진 외관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주행 성능이었다. SUV는 고속 주행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주행 성능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페달을 밟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페달을 꾹 밟자 AMG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부드러운 가속이 진행됐다. 정확한 제로백 테스트를 하진 못했지만 계기판의 숫자가 순식간에 100을 넘었다. 특히 놀랐던 부분은 코너링이다. 통상 SUV는 세단이나 스포츠카보다 차체가 크고 높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한쪽으로 크게 쏠리거나 흔들리는 등 불안함을 보인다. 그런데 GLC 43은 이러한 편견을 완전히 깼다. 서킷의 첫 헤어핀 구간을 돌 때 차량의 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속 80㎞가 넘는 속력으로 스티어링 휠(핸들)을 힘껏 돌리면서 코너를 돌아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흔들림과 쏠림이 거의 없었고 무게중심이 바닥으로 이동하며 쭈욱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수석에 탄 동승자도 “끝내준다"며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이후 여러번 다양한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낮춰도 보고 더 과격하게 돌아도 봤지만 안정적인 느낌은 여전했다. 오히려 세단 모델인 A 35로 코너를 돌았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역시 AMG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GLC 43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장착됐다, 48V 전기 시스템이 결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주행 모드, 노면 상황에 맞게 댐핑 시스템을 3가지 설정으로 조절 가능한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과 최대 2.5도의 후륜 조향각을 지원해 민첩한 조향 및 편리한 주차를 돕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도 탑재됐다. 벤츠 GLC 43은 일상생활에서 가족들과 단란한 주행과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화끈한 주행을 모두 원하는 소비자에게 제격인 차량일 것으로 보인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시승기] 토요타 알파드, 미니밴 시장 뒤흔들 ‘게임체인저’

미니밴을 찾는 이들의 고민은 하나다. 선택지가 없다는 것. 특정 모델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보니 다른 차를 탈 생각을 잘 못한다. 토요타가 지난해 출시한 알파드는 이런 상황에 크게 주목받고 있다. '프리미엄 미니밴' 콘셉트로 소개돼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토요타 알파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2002년 출시 이후 3세대에 걸쳐 진화한 모델이다. 국내에는 알파드 4세대 모델이 처음 들어왔다. 탑승객의 편의를 극대화한 럭셔리 공간, 장시간에도 피로감이 적은 안락한 승차감, 운전자와 탑승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편의사양 등이 탑재된 차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존재감이 상당하다. 역동적인 외관 디자일을 갖췄다. 미니밴의 형태는 잘 유지하면서도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강렬함을 지녔다. 깊은 눈매와 쭉 뻗은 측면 라인이 인상적이다. 굴곡진 측면 라인과 함께 일직선으로 이어진 크롬 가니쉬는 럭셔리한 분위기를 풍긴다. 제원상 크기는 전장 5005mm, 전폭 1850mm, 전고 1955mm, 축거 3000mm다. 카니발보다 길이와 축간 거리가 각각 150mm, 90mm 짧은 정도다. 대신 전고가 180mm나 높아 크기는 오히려 알파드가 더 크게 느껴진다. 실내는 렉서스를 떠올리게 한다. 고급스럽다. 운전자와 탑승자 대부분 손이 닿는 곳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됐다.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나 편안함을 선사한다. 좌우로 뻗은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중후한 분위기의 센터 콘솔 디자인이 적용됐다. 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보다 선명하고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화면 아래에는 물리버튼이 들어갔는데 디스플레이와 맞물려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2열은 VIP를 위한 고급 미니밴답다. 넓고 쾌적한데다 탑승객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나파 천연가죽 시트에 앉으면 각종 공조장치 등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3열 시트에도 리클라이닝, 암레스트가 기본으로 탑재돼 만족스러웠다. 5:5분할 스페이스 업 시트가 3열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시트를 좌우로 들어 올려 추가적인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골프백을 6개 이상 적재할 수 있을 정도다. 알파드의 최대 매력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었다는 점이다. 롱-스트로크 설계로 저속부터 충분한 토크를 발휘하는 2.5L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장착했다. 시스템 총출력 25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전자식 무단변속기(CVT)가 들어가 공인복합연비 13.5km/L를 인증 받았다. 차량 크기와 공차중량(2330kg)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실제 주행 중에는 도심에서 효율성이 크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흐름이 원활한 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자 16~17km/L 가량 실연비가 나왔다. 주행은 꽤나 부드럽다. 실내 거주공간이 워낙 안락한데다 소음·진동도 거의 들어오지 않아 편안한 이동이 가능했다. CVT는 변속충격으로 인한 이질감을 최소화해주도록 설정됐다. 덕분에 운전하는 사람도 '달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4륜 구동 시스템은 전·후륜 구동력을 자동적으로 100:0부터 20:80까지 배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코너를 만나거나 속도를 빠르게 낼 때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꽤 유용했다.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 센서로 전방의 차량을 감지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운전자가 설정한 차량 속도와 앞 차량과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시켜 준다. 선행 차량이 감지되면 앞차의 속도에 맞춰 주행속도를 조절하고 앞차가 정지상태면 주행 중인 차도 정차한다. 전방에 차량이 없을 때는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에 맞춰 다시 정속 주행한다. 저속에서 고속까지 차간 거리 제어가 가능해 장거리 또는 일시적 정체구간에서 주행 시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여준다. 국내 미니밴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차다.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 알파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9920만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항공사들, MRO 확대 속 국내 정비 면장 불신…국토부, 관련 제도 뜯어고쳐야”

항공업계가 다시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항공기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시장도 점차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전문 지식이 필요하나, 현행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는 필요 이상으로 높은 기준을 제시해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항공경영학회는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소재 한국항공대학교에서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 개선'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 특별 세션을 개최했다. 항공 MRO는 항공기 안전 운항과 성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을 포괄하고, 정비의 종류는 운항(작동 점검·교환)·기체(정기 검사·분해·수리)·엔진/부품(정기 검사·분해·수리)으로 세분화된다. 보잉 747의 부품 수는 약 600만개로 자동차의 300배에 달한다. 이는 전기·전자·정유·신소재 등 1000종이 넘는 부품 산업과도 연계된다. 코로나19가 걷힘에 따라 글로벌 항공 교통과 운송량은 올해 중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들은 신규 기재를 적극 도입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5년 1005억달러(한화 약 136조4488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내 항공 MRO 시장은 2016년 2조9000억원(민항기 1조9000억원, 군용기 1조원) 규모였으나 내년 중에는 4조3000억원(민항기 2조6000억원, 군용기 1조6600억원)으로 연 평균 5.1%씩 성장세를 기록해 2030년이면 5조원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최근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에서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엔진 정비 능력이 기존 연간 100대였는데 장래에는 360대로 늘어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인천국제공항에는 '첨단 복합 항공 단지'가 조성돼 일자리 5000개와 향후 10년 간 10조원 수준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홍 국토교통부 항공자격팀장은 “국내 민항기 MRO의 해외 정비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업계에는 6000여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향후 3000여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 MRO는 초기 기계식을 넘어 정보 기술(IT)와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첨단 산업의 성격을 띤다. 아울러 근로자가 보유한 기술과 기능이 정비 성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 증명 보유자는 지난해 말 기준 1만7459명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5년 이하 저경력 정비사는 948명으로 2022년보다 25.6% 늘었다. MRO 확대에 맞춰 정비사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정작 국내 항공사들은 이들에 대한 채용에 소극적이다.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증과 체계를 신뢰하지 않아서다. 국토부 인가 MRO 전문 교육 기관(ATO)은 4년제 대학교와 2·3년제 전문대, 고등학교·항공사·직업 전문 학교·공군 등을 포함해 총 36개다. 그럼에도 전자·전기·계기 교육 과정이 부실하고 실제 자격 취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박 팀장은 “단순 수리공(repairman)이 아닌 전문화된 정비사·엔지니어·테크니션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강명수 한국항공경영학회장은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 설계와 운용은 MRO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부속서 1)는 모든 관련 자격증에 지식과 기술, 경험을 요한다. ATO별 역량 기반 훈련 등의 경험에 따라서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식과 기술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반면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 증명 제도는 최대 이륙 중량에 따라 정비 권한을 제한할 따름이고, 전자·전기·계기 등 각 영역별로는 명확히 나눠놓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 경험 없는 ATO 이수자에게는 자격을 부여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항공 정비사 자격증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유럽 항공안전청(EASA)이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부족하고, 이를 취득하기 위한 커리큘럼과 실습 분야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국내에서 항공 정비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려면 2410시간의 이론·실습 교육 이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FAA가 제시하는 1900시간보다도 많다. 4년제 대학에서 항공기계공학 전공자도 현 제도에선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없어 낙후된 교육 시스템과 교과목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때문에 FAA와 EASA가 인정한 국내 훈련 기관을 육성하고, 외국 교육 기관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단일 정비 면장 제도는 앞으로 인력 수급 불균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토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항공 기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만큼 MRO 작업도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어서 언어 교육도 중요하다. 김종복 한국항공대 기술교육원 부원장은 “FAA과 EASA는 정비 기록에 있어 로그북을 사용하고 커리큘럼 레벨도 1~3으로 구별하며, 영어 필기·구술 시험 성적을 요구한다"며 반면 국내 제도에는 그 어느 것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 실습과 실무 중심의 레벨 1~3 커리큘럼 변화가 필요하고, 항공 정비사 경력 관리와 전산화를 위한 로그북 사용을 권장한다"며 “리페어멘 라이센스 사용 권한과 최대 이륙 중량 제한, 정비 한정 추가 등 항공 MRO 정비 산업에 필요한 자격 제도 변경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카카오 정신아 “매년 2억원 규모 주식 매입”…성장 방향성도 공유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책임 경영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재직 기간 중 매년 2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하고, 인공지능(AI)과 글로벌을 중심으로 사업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17일 카카오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주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카카오 대표가 주주서한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대표는 서한을 통해 “매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입할 예정"이라며 “매입한 카카오 주식은 대표 재직기간에 매도하지 않고 주주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한을 보낸 지난 16일 실제로 첫 장내 매수를 실행했다. 향후 매년 2월과 8월 실적발표 직후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 수익률 기반 보수 체계도 설정했다. 정 대표는 “보수의 약 60%인 상여는 장·단기 성과급으로 구성돼 있다"며 “그 중 단기성과급은 당해 사업의 주주수익률, 장기성과급은 3개년간의 주주수익률을 기반으로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성장 방향성도 공유했다. 단기적으로는 카카오톡의 트래픽을 토대로 광고사업 및 선물하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본사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AI를 중심으로 성장률을 높여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AI의 경우 사용자 중심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수익모델(BM)이 명확하지 않은 대규모 모델 연구 개발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AI 기반 챗봇 서비스를 통한 전문가 상담, 고객 관리, 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이미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기업 고객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AI가 사용자의 일상에 더욱 가까워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현대로템 “남녀 군 경력 인정 차별, 사실 아니다”

현대로템 내 성별에 따른 군 경력 인정 여부에 관한 논란이 일자 사측이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16일 직장인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는 '원래 여자는 군대 경력 쳐주고 남자는 안 쳐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인사팀의 답변을 받았는데 우리(남성)는 의무 복무 대상이라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며 “반면 여자들은 된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댓글창에는 “장교 경력도 여성의 경우에만 쳐준다"고 부연했다. 이에 군용 K-2 흑표 전차를 제작하는 방산 기업에서 군 경력 인정을 안 해준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자 현대로템은 사실 관계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내놨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대로템 관계자는 “남녀 성별에 따른 군 경력 인정 여부 등의 차별은 사내 인사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존폐 위기’ 유료방송업계, 지속가능 생태계 조성 방안 모색…“사업자 보호 정책 필요”

유료방송업계가 과도한 지상파 재송신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년간 영업이익은 급감한 반면 지상파 재송신료는 3배 가량 증가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협상 보조제도 도입, 방송전문위원회 신설 등 사업자 보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방송학회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유료방송 산업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과 자생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유료방송업계는 가입자 이탈과 방송광고 매출 감소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1만 106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만7389명(0.1%) 감소했다. 2015년 하반기 정부 조사 이후 처음이다. 유료방송 매체별 가입자 수는 인터넷TV(IPTV) 2092만 5902명(57.63%),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1254만 1500명(34.54%), 위성방송 284만 2704명(7.83%)으로 나타났다. 이중 SO와 위성방송 가입자 수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최근 3년간 8.17%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04%, 전년 동기보다 3.78% 줄었다. SO의 가입자 수는 최근 3년간 5.22%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0.71%,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했다. 반면 지상파가 유선방송사업자(SO)에 받는 재송신료 매출액은 2013년 1254억원에서 2021년 4079억원으로 8년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전범수 한국방송학회장은 “유료방송은 기술환경과 이용자 변화, 글로벌 사업자 등장이라는 환경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와 정책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스트리밍 플랫폼 확산으로 생태계 경쟁이 심화, 국내 사업자들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시간 방송 시청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시장 장악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국내 방송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실시간 방송서비스 존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상업적 활동과 사업자 간 공정한 거래절차를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 교수는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가 한국 방송시장을 독점할 경우 실시간 방송채널시장의 붕괴 혹은 종속화, 문화 왜곡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적 정보를 제공해 시민사회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위축은 방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통제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SO의 영업이익률이 급감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유료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간 프로그램 사용료와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SO와 지상파의 협상력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협상력 우위를 통해 일방적 인상을 요구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양 사업자 간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여지를 남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플랫폼별 지급비율 상한을 두고, 채널군별 지급비율을 세분화해 동일군내 채널 간 합리적 경쟁을 유도하는 비율 분배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콘텐츠 거래대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방송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해 채널의 합리적 대가를 산정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 이중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부회장은 “지속 가능한 방송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이해 당사자 간 적용되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룰이 필요한데, 지상파 재송신료는 현재 산정하는 객관적인 룰 자체가 없다"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서 지상파 사업자들은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재송신료 산정 기준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 부분은 정부에서 개입·조정해주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8VSB 상품의 도입 목적을 고려해 재송신료 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VSB 상품은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저가에 볼 수 있도록 도입된 복지형 상품이다. 이 부회장은 “2022년 8VSB 상품 월간활성이용자수(ARPU)는 2515원으로 지상파 3사에 재송신료를 1500원 주고 나면 나머지 100개 PP에서 줄 콘텐츠사용료가 없다"며 “방송산업의 균형발전, 이용자 후생 및 국민의 방송복지 구현을 위해서도 8VSB에 대해서는 재송신료 면제가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수동형 2조’에서 ‘비스포크 AI 콤보’까지…50년 쌓아온 삼성전자 세탁기 헤리티지

“세탁기, 20세기 여성 해방에 가장 크게 기여한 물건."(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2009년) '인류의 삶을 바꾼 발명품' 하면 흔히 스마트폰·냉장고·에어컨·TV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복 생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주는 세탁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40년대 17kg 분량의 빨랫감을 세탁하는 데에는 대략 4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전기 세탁기의 발명은 이를 41분으로 대폭 줄여줘 가사 노동으로부터 여성 해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4일 찾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내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SIM)'에서는 '수(水)고로움의 혁신: The Innovation of Inconvenience'을 슬로건으로 한 세탁기 특별 전시관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만들어낸 제품부터 비교적 최근 단종한 '유물'들까지 놓여있었다. 6·25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접어들며 국민 생활 수준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세탁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해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섰고, 1974년 12월 '펄세이터 방식'을 차용한 2kg 용량에 세탁조와 탈수조가 분리된 수동형 2조 세탁기를 선보였다. 이후 1976년 1조식 '은하 디럭스', 1983년 미세 구멍 25만개를 통해 분사하고 절전·절수 기능을 탑재한 '샤워 린스'를 내놨다. 1991년엔 전용 IC 회로를 적용해 센서로 오염 정도·빨래 양·수온·물의 양 등을 감지해 세탁 시간 최적화를 달성한 '뉴로-퍼지(Neuro-Fuzzy)'를 선봬 초기 수준의 인공지능(AI) 세탁기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듬해에는 특수 히터로 물 온도를 95도까지 삶는 '퍼펙트' 세탁기를, 1994년부터는 21년 간 스테디 셀러였던 '손빨래 세탁기'를 시판했다. 봉 세탁·회전판 방식을 혼합한 '애지펄(AGI-PUL)'을 도입해 세탁력을 제고했고, 엉킴과 옷감 손상도 역시 개선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드럼 세탁기가 등장했고, 이는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급박하게 세탁물을 추가하려면 전원을 끄고 다시 물을 채워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세탁 중에도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고, 세제 없이 통 세척이 가능한 '버블 샷 애드 워시', 빨래판이 결합된 개수대를 설치해 애벌 빨래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액티브 워시'를 공개했다. 김동민 프로는 “친환경적인 기술로 삼성전자는 고객들께 새로운 세탁 경험과 다양한 삶의 가치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3월, 삼성전자는 3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세탁기 사업 50년의 헤리티지가 녹아든 '비스포크 AI 콤보'를 내놨다. 전작 비스포크 그랑데 AI가 세탁·건조기가 분리된 형태였다면 이는 일체형 제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10여년 전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시장에 내놓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작업을 마치기까지 3~4시간이 소요됐고, 무엇보다 건조 효율이 떨어져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에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이 절치부심해 단독 건조기와 동일한 시간 내에 성능을 내도록 개발 방향을 잡았고, 그 결실을 '비스포크 AI 콤보'로 맺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출시된 비스포크 AI 콤보는 편리함·고성능·친환경·AI 기술을 두루 아우르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탁과 건조를 하나의 기계에서 처리하고, AI가 세탁물의 무게·재질·오염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기계를 작동하는 일상에서 비스포크 AI 콤보는 삼성전자의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 아래 '세탁기 100년'을 향한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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