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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회복’ 젝시믹스, 내수부진 딛고 해외서 ‘훨훨’

애슬레저 패션기업 젝시믹스가 해외에서 훨훨 날고 있다. 해외사업 호조에 힘입어 2분기에는 1분기의 실적부진도 털어내는 모습이다. 11일 젝시믹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46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39% 감소했지만,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856%나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다.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영업이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젝시믹스의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일본 도쿄·오사카와 중국 항저우에서 고객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팝업 스토어와 체험형 이벤트를 잇따라 선보여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각각 51%, 33% 확대됐다. 몽골에서도 K애슬래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2021년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자이산 스타 백화점에 한국 패션 브랜드 최초로 입점하며 몽골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때부터 4년간 현지 시장조사와 소비자의 쇼핑 스타일을 분석한 맞춤 사업 전개로 올 2분기에만 2개 매장을 열며 수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91%나 증가시켰다. 젝시믹스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활약을 동력으로 삼아 비(非) 아시아권으로 확장하는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글로벌 온라인몰에서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신규 시장 진출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신규 라인을 론칭해 수익성 향상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4월 새롭게 선보인 이너웨어 심리스 신규라인 '멜로우데이'는 브라&쇼츠 세트 상품이 3개월간 8만4000장 이상 팔렸다. 6월 출시한 이너 티셔츠 '쿨모션 브이넥 숏슬리브'는 높은 인기를 끌며 상반기 이너웨어 전체 누적 매출액 33억원을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윔웨어, 러닝웨어 등을 통해서는 다양한 소재와 기술력을 강점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높여 1분기 다소 주춤한 성적을 곧바로 2분기에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올해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획전을 진행했음에도 각종 비용 효율화와 사업 다각화에 힘써 고무적인 실적을 이뤄냈다"며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판관비 관리로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현대百 ‘틸화이트’ 카페 실험…‘PB 희소성’으로 승부수

'고객 경험'에 힘주는 현대백화점이 최근 신규 카페 브랜드 '틸화이트' 운영을 시작하며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여느 때보다 업계 간 식음료(F&B) 콘텐츠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희소성을 강조한 PB(자체 브랜드) 브랜드로 승부수를 둔 모양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틸화이트 1호점을 정식 운영하고 있다. 1호점은 해당 매장 2층에 264㎡(80평) 규모로 들어섰는데, 기존 폭포 인근에 있던 공간을 리뉴얼해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다. 고객 취향과 감성을 반영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이곳은 자체 개발한 총 20여종의 음료(커피 11종·논커피 9종)를 선보인다. 대세인 맞춤형 서비스를 접목해 112가지 조합이 가능한 식빵·스프레드 등 베이커리 메뉴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여기에 매장 내 유명 작가의 작품까지 전시해 복합 콘텐츠 공간으로서의 기능까지 갖췄다. 콘텐츠 차별화에 방점을 찍은 틸화이트는 현대백화점이 자체 기획·개발한 첫 카페 브랜드다. 그동안 해외 유명 브랜드·국내 지역 명물을 새 F&B 콘텐츠로 소개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카페 분야에서 자체 PB를 내놓은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업계는 PB 상품을 톨해 고객 유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 풀이한다. 백화점업계가 F&B 부문까지 '최초' 타이틀 경쟁을 불사하며 다양한 브랜드를 포섭하고 있지만, 희소성 유지가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너도나도 F&B 고급화에 집중하면서 중복 유치까지 불사하는 사례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명동 본점에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 매장을 들여왔다. 그해 9월에는 롯데백화점이 잠실 롯데월드몰에 '국내 최대 규모'를 앞세운 인텔리젠시아 점포를 열면서 맞불을 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PB 승부수를 띄운 현대백화점의 핵심 타깃은 MZ세대다. 틸화이트의 테스트베드로 더현대 서울을 택한 것도 믿는 구석이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은 개장 2년 만인 2023년 말 업계 최단기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할 만큼 고객 호응이 높은 점포다. 쇼핑 공간과 팝업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특히 MZ세대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추가 출점 계획도 있다. 1호점 개장 당시 현대백화점은 “자사 대표 콘텐츠로서 백화점과 아울렛 등 주요 점포에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업 초기인 만큼 인지도 확대를 위해 경쟁사와의 협업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F&B 신사업으로 자체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띄우기에 공들이는 한화갤러리아만 봐도 타사 점포에 한시적 팝업까지 운영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펼치고 있다. 다만, 틸화이트는 신사업 성격보다 콘텐츠 차별화 전략에 가까운 탓에, 행사성이라도 적과의 동침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틸화이트는 고객 경험·체험 폭을 확장하는 것이 포인트이고, 지금은 수익성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출점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한화그룹, DL그룹 ‘여천NCC 원료 공급·자금 지원’ 주장에 정면 반박

11일 한화그룹은 DL그룹의 '여천NCC(YNCC) 원료공급계약' 및 'DL케미칼 증자' 관련 주장을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규정하고 자금 지원과 계약 체결 모두 시장원칙에 따른 공정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화그룹은 DL케미칼이 이날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히며 여천NCC 원료 공급 계약을 둘러싸고 자사를 비난한 데 대해 “25년간 2조2000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원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초래한 DL그룹이 여론 비판을 피하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그룹 측에 따르면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케미칼(구 대림케미칼)에 판매한 에틸렌·C4RF1 등의 제품이 '시장가 대비 저가 공급'으로 판단돼 법인세 등 1006억 원을 추징당했다. 특히 C4RF1 등 일부 품목은 추징금의 96%를 차지했다. 문제가 된 원료 공급 계약은 1999년 합작 당시 체결돼 2024년 12월 종료됐으며, 한화는 국세청 과세 결과와 현재 석유화학 시장 상황을 반영해 '시장가격 기준' 신규 계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DL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2025년 1월부터 임시 가격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DL은 “한화가 저렴하게 원료를 공급받아 여천NCC 손실이 누적됐다"고 주장했으나, 한화는 “가격은 DL이 다른 거래처에 공급하는 수준이며 현재 시장 시세와 동일하다"고 맞섰다. 오히려 한화는 연간 100만 톤, DL은 40만 톤의 에틸렌을 사용하지만 대량 구매 할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저가 공급 조건을 유지하면 법인세법·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시장가 거래는 법 준수와 재발 방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DL케미칼의 유상증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 기재돼 실제 YNCC 지원 의사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YNCC 지원을 위해서는 DL케미칼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합작사인 YNCC 이사회와 주주사 차입 결의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추가 조치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DL은 YNCC 자금 지원과 관련해 한화와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한화는 자금 지원과 공급 계약을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화는 “YNCC에 대한 신속한 자금 지원 이후 계약은 공정한 조건으로 체결하겠다"며 “불공정 거래로 인해 과세 처분이나 부당지원 행위 등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원칙에 따른 시가 거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자금 지원 의사가 확고하며, DL과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공동 지원으로 조속한 정상화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DL도 YNCC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자금 지원에 동참하고, 필요하다면 이후 공급 계약 관련 추가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콩보다 싼 두부②] 원가보다 싼 도시가스 요금…할인 혜택은 현세대, 갚는 건 10년 후 미래세대

[편집자주] '콩보다 두부가 싸다'는 비유처럼, 한국의 에너지와 수도 요금은 소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더 저렴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물가안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요금 결정권이 정부에 귀속돼 있어 선거 때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정상적인 요금 책정이 안 되는 것이다. 두부 가격이 콩보다 싸면 두부가게는 망하고 만다. 에너지와 수도 소매요금이 도매요금보다 싸면 판매회사도 망하고 만다. 지금 한국의 에너지와 물 산업이 그 상황에 빠져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하루 속히 정상화 대책에 나서야 한다. 에너지 요금 가운데 대표적으로 원가보다 저렴한 것이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다. 모든 도시가스에 원료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고 차액을 나중에 받기로 한 미수금이 무려 14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그 금액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이 금액은 가스공사가 천천히 요금에 반영해 회수한다. 여기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 요금 인하 혜택은 현 세대가 보는데, 갚는 건 미래 세대 몫이 되면서 사용자 부담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금이 바닥난 가스공사가 수소배관을 설치하지 못하게 되면서 탄소중립에 필요한 수소경제도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가격이 국내 요금에 반영되는 '원료비 연동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1일 가스공사 실적자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미수금은 총 14조1321억원이다. 미수금은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될 시 추후에 요금에 반영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도시가스 용도는 크게 민수용(주택), 상업용, 발전용이 있다. 이 가운데 민수용을 제외한 상업용과 발전용의 미수금은 대부분 갚거나 조금만 남은 상태다. 반면 민수용 미수금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민수용 미수금은 2021년 1조7656억원에서 2022년 8조5856억원, 2023년 13조110억원, 2024년 14조476억원, 2025년 2분기 현재 14조1353억원이다. 그만큼 민수용 요금은 원가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공급됐고, 그 기조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과 민수용 도매요금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낮은 수준으로 공급됐는지 알 수 있다. 상업용 요금은 매월 국제 가격이 반영돼 매월 요금이 변동된다. MJ(열량)당 상업용 요금은 2022년 5월 18.1728원에서 12월 31.7389원까지 오른 뒤 2023년 5월 18.9459원으로 내렸고 2025년 6월에는 16. 9527원으로 더 내려갔다. 이에 비해 민수용 요금은 2022년 5월 11.8167원에서 10월 15.6272원, 2023년 5월 16.6667원, 2024년 8월 17.712원으로 지난 3년간 단 4차례만 인상이 이뤄졌다. 미수금은 회계계정에서 손실로 계산되지 않고 수익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제무제표상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건실한 기업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올해 2분기 기준 가스공사 총부채는 39조8958억원에 부채율은 363%에 이르고, 현재 차입금은 33조1371억원으로 연간 이자비용만 1조원이 넘어 중앙정부의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가스공사는 국내 유일한 도시가스 도매사업자다. 따라서 가스공사의 재무 부실은 곧 도시가스산업의 부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배관 구축 등 국내 투자액은 매년 1조원 이상씩 기록하다 2021년 6085억원, 2022년 4952억원, 2023년 657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후 2024년 1조661억원, 2025년 1조920억원으로 점차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가스공사의 투자 부족으로 수소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청정수소를 사용해 경제, 사회 전반에 무탄소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소경제는 탄소중립 실현에서 매우 중요한 축이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수입한 청정수소를 내륙으로 공급하는 수소배관 건설을 맡았으나, 투자 여력이 없어 단 1cm도 배관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수소혼소발전, 수소연료전지, 수소차 등 수소경제 전반이 전혀 성장을 하지 못하게 됐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인 사용자 부담원칙에도 어긋난다. 민수용 미수금 14조1353억원이 어느 정돈지 계산해보면, 서울시 4인가구 기준 한달 평균 가스요금은 6만1000원, 일년으로 하면 73만2000원이다. 민수용 미수금 총액을 73만2000원으로 나누면 1931만가구이다. 전국 도시가스 주택 수요가는 2024만가구이다. 즉, 전국 모든 도시가스 사용 주택의 요금 전액을 약 1년간 모아야 민수용 미수금이 해소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요금에서 미수금 회수 비중은 극히 적기 때문에 실제 미수금 회수 기간은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되면 요금할인 혜택은 지금 세대가 보는데, 이를 갚는 것은 10년 후 세대가 되는 것이다. 미수금은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 넘기는 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가격이 요금에 반영되도록 하는 '원료비 연동제'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도 도시가스 공급규칙에는 원료비 연동제 적용 조항이 있으나, 이를 유보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어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빌미로 유독 선거철에는 연동을 유보하고 있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료비연동제 유보의 동태적 구조와 제도적 함의' 연구를 통해 “에너지 요금인상 유보는 물가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공기업 재무악화, 소비 비효율화, 신규 투자 중단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적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정부가 인상을 계속 유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카카오게임즈 “가디스 오더, 픽셀 감성·전략 요소에 방점”

“'가디스 오더'의 멋진 세계관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픽셀 감성이 물씬 느껴지도록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9월 글로벌 출시와 함께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는 게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신작 '가디스 오더' 개발을 총괄한 최진성 픽셀트라이브 디렉터는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판교 타운홀에서 진행된 미디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가디스 오더'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픽셀트라이브가 개발 중인 모바일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세계 멸망의 위기를 내다본 여신이 선택받은 왕녀 '리즈벳'에게 이를 막기 위한 계시를 내린다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2022년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출품 당시 독창적인 게임성과 연출로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콘텐츠 볼륨 확장 등 이유로 수차례 출시일이 미뤄진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신작 라인업이 전면 조정됨에 따라 올해 실적을 책임질 구원투수로 부상했다. 상반기에도 이렇다 할 신작이 없었던 만큼 '가디스 오더'의 흥행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태그 전투 방식을 차용한 '링크 시스템'이다. 이용자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3개 캐릭터를 자유롭게 조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회피·쳐내기·방어 부수기 등 콘솔 게임을 연상케 하는 전투 메커니즘을 통해 몰입감을 더했다. 각 보스의 약점을 간파해 최적의 캐릭터 조합을 구성하는 게 공략 포인트다. 특정 캐릭터의 속성을 적절히 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돼 보스에게 데미지를 더 많이 입힐 수 있다. 교체된 캐릭터가 필드 상에서 다른 캐릭터의 공격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차별성을 높였다. 최 디렉터는 “태그 방식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캐릭터 교체만 한다면 재미도, 의미도 없고 캐릭터 특성이나 역할을 조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시너지에 집중했다"며 “교체 후에도 전투에서 빠지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함께 참전하는 형태로 간다면 추가 시너지들을 만들 수 있겠단 발상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수동 조작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손맛과 액션성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해 직관성도 높였다. 전략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복잡한 조작과 공격 패턴은 과감히 축소했다. 이정환 픽셀트라이브 시스템 디렉터는 “기본 공격의 경우 연타보다는 한 번 눌렀을 때 발동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손 크기에 따라 오조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옵션을 통해 UI 크기 등을 조정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트 그래픽과 컷신을 활용해 텍스트 의존도를 낮춘 점도 특징이다. 프레임 단위 수작업으로 캐릭터의 표정·몸짓과 같은 감정선을 촘촘하게 묘사해 레트로 감성을 살렸다. 정태룡 픽셀트라이브 콘텐츠 디렉터는 “픽셀 아트 고유의 뉴트로 감성으로 이용자에게 깊은 몰입감과 향수를 제공하는 게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이라며 “액션 게임인 만큼 캐릭터·배경·스킬 등 인게임 요소를 도트로 어떻게 가장 화려하게 나타낼 수 있는지 주목했다"고 말했다. 핵심 수익모델(BM)은 캐릭터 확보를 위한 '기억의 조각'과 전용 무기 '성물' 획득이 될 전망이다. 이 디렉터는 “확률에만 의존하지 않고, 플레이 경험과 노력으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며 “게임에 결제하지 않는 '무과금' 이용자도 꾸준히 플레이하면 성물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공식 유튜브를 통해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영상을 함께 올리며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출시 시점엔 언어 지원 범위를 스페인어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정현 픽셀트라이브 대표는 일본어 더빙에 대해 “일본 시장만을 노렸다기보다 일본어 음성을 좋아하는 글로벌 이용자들이 많은 만큼 모든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했다. 배 대표는 이어 “사실 지난해 쯤 출시 계획이 있었는데,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콘텐츠 추가 확보 등 폴리싱(게임 출시 전 최종 점검·개선 단계) 작업이 필요했다"며 “이용자들이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꾸준히 노력해 게임에 대한 우리의 진심을 전달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포스코퓨처엠, 中과 ESS용 LFP양극재 손잡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과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사업을 공동추진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CNGR과 양극재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CNGR은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전구체와 양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소재 생산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삼고 있다. 이번 MOU에는 CNGR과 한국자회사 피노(FINO)가 참여하며, 협약 3사는 협약에 따라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 LFP 양극재 생산시설 구축, 공동 마케팅 등 다양한 방안에 걸쳐 협력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2023년 CNGR과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JVA)를 체결하고 이듬해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이번 MOU는 기존 합작사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에서 전구체 생산 외에 LFP 양극재까지 협력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빠르게 사업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LFP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저렴한 가격과 긴 수명이 장점으로 최근 ESS, 엔트리급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ESS는 전기차 대비 공간·출력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긴 수명이 필요해 최근 LFP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LFP 배터리가 글로벌 ESS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프리미엄급 전기차용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엔트리 및 스탠다드급 전기차용 LMR(리튬·망간 리치) 양극재 개발을 완료했다. 또한, 지난 3월부터 범용 LFP 양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밀도 LFP 양극재의 사업화를 위해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다양한 양·음극재 제품 포트폴리오와 제조 역량 강화, 포스코그룹 차원의 공급망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기업고객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그룹, ‘SW 주도 차세대 차량’ 키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 계열사 포티투닷의 몸집을 키운다.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기아가 참여해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SDV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 화두로 떠오른 만큼 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포티투닷은 5003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당초 예정된 2023~2025년 계획에 따른 3차 자본 확충이다. 포티투닷은 현대차(55.9%)와 기아(37.3%)가 지분 대부분을 들고 있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기업이다. 회사 측은 이번 증자가 △SDV 기술 고도화 △에이전틱 AI 및 그래픽카드(GPU) 인프라 투자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 등 미래차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SDV는 자동차를 하드웨어 이동 수단에서 진화 가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혁신 개념이다. 조달된 자금은 기술 고도화 및 AI 인프라 구축, 그리고 글로벌 인재 확보에 전략적으로 투입된다. 포티투닷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기술 주권과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를 통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포티투닷은 현재 한국 본사를 중심으로 미국, 폴란드, 호주, 중국에 글로벌 연구개발(R&D) 거점을 운영하며 각 지역별 우수 인재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차량 운영체제 'Pleos Vehicle OS'를 비롯해 자율주행 AI 'Atria AI',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 에이전틱 AI 'Gleo AI', 차량·플릿 데이터 AI 'Capora AI' 등 핵심 플랫폼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개발해왔다. 이러한 기술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SDV 로드맵에도 반영돼 있다. 포티투닷은 내년 SDV 페이스 카 개발을 시작으로 2027년 양산차 적용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의 SDV 전략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로 활약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네이버랩스 대표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설립한 기업이다. 포티투닷은 2024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데뷔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경쟁 상대들이 저마다 '바퀴달린 스마트폰' SDV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본격화하던 시기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완성차 기업들이 모두다 SDV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비전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다. 테슬라가 '애플 방식'을 활용해 앞서나가는 와중에 몸집이 큰 폭스바겐 등은 조직개편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자금을 수혈하고 인재를 모았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는 현대차 SDV 본부장(사장)을 겸임하며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전략을 주로 추진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도 적극 추진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커머셜 등 그룹 계열사는 물론 삼성전자 등과도 동맹 관계를 구축하며 역량을 쌓았다. 포티투닷은 SDV가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능 확장이 아닌 '생활의 형태를 바꾸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글로벌 SDV 시장 규모는 매년 34% 가량 성장해 2034년 7000억달러(약 97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 재무 성과보다는 중장기 기술 주권 확보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핵심 파트너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업 10곳 중 6곳 “하반기 정규직 채용”…경력자 선호

국내 기업의 약 60%가 올해 하반기에 정규직 사원 채용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371개를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58.5%가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27.5%였고, 나머지 14%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규모별로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73%), 100인 미만(57%), 300인 이상(55.2%) 순으로 정규직 채용을 확정한 기업이 많았다. 하반기 정규직을 뽑는 기업 중 58.5%는 신입과 경력을 모두 채용할 예정이었다. 반면에 32.3%는 '경력만 채용'하며, 9.2%는 '신입만 채용'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하반기에 신입 사원을 뽑을 기업은 조사 대상의 67.7%, 경력 채용 예정 기업은 90.8%에 이른다. 특히, 신입 채용 비중에서 올해 상반기(83.6%)와 비교하면 하반기에 16%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하반기 정규직 사원 채용 이유로 '현재 인력 부족'(58.1%,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인력 퇴사가 예정돼 있어(28.1%) △우수인력 확보하기 위해(24%) △사업을 확장해서(18.9%) 등의 답이 나왔다. 하반기 신입사원들의 초봉은 평균 3298만원으로 집계됐다. 구간별로는 △3000만 이상~3500만원 미만(31.3%) △25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29.9%) △3500만원 이상~4000만원 미만(19%) △2500만원 이하(7.5%) 등 순이었다.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방식은 '수시채용만 활용'이 59.2%였다. '공개채용과 수시채용 모두 활용'은 34%였다. 사람인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수요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우수 인재에 대한 선제적 투자나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불확실성의 시대’ 경제 정책 추진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 체제 종식을 선언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입된 브레턴우즈 체제와 이어진 우루과이 라운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는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30여년 이어온 WTO 체제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거듭났다. 기업들은 전세계를 누비며 부를 축적했다. 새로운 무역 질서의 시작은 한국 입장에서 불확실성 그 자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인데 갑자기 앞이 안보이는 격이다. 잡음은 벌써 나오고 있다. '깡패'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하자 우리나라 정·재계는 눈치 보기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곧 발표될 반도체 품목관세를 두고도 그 범위와 여파를 걱정하느라 바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증시가 출렁이고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기업들은 정상적인 투자나 고용 판단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상황에 정치권은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입법·규제를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다. 법인세를 올리고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상법을 개정했다. 경제계가 극구 반대하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내용을 담은 '더 센 상법'도 속전속결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국회 권력 지형이 여대야소라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민감한 경제 현안들을 대화와 설득 없이 정치적 동력만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취지는 좋았으나 거대여당 폭주에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 친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다. 임대차3법, 탈원전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 논리'는 언제나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켰다.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다. 새로운 경제 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확립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경제 정책 추진에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재계 목소리를 무조건 수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제 정세를 면밀히 살피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앞이 안 보이면 비상등을 켜고 서행해야 한다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획]대통령發 산재 근절 强드라이브…후진국병 사라질까

[기획] 대한민국 산업재해 '제로(0)' 시대로 가는 길 - (1) 계속되는 산업재해에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지속 기업에 대해 면허 취소를 포함한 초강력 제제를 예고했다. 업계는 일선 현장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고를 완전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이번만은 관행처럼 이어져온 산업재해 근절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해외 선진국의 산재 대응 모범 사례를 포함해 각 업종별로 산재 근절을 위한 노력을 조망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 감독 주체와 근로현장의 안전 의식 격차를 극복해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건설업 면허 취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처벌 조치를 찾아서 보고하라." 경남 거제군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6일 잦은 산재 사고를 일으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내린 긴급 지시다. 휴가 중에, 게다가 건설업체로선 '생명'이나 다름없는 면허 취소까지 언급했다. 13세 소년공 시절 입은 장애로 아직도 팔이 굽어져 있는 '산재 피해자' 출신 이 대통령이 얼마나 산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시급한 국정 과제로 간주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건설업 면허 취소는 동아건설이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책임지면서 1997년 면허가 취소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만약 이번에 포스코이앤씨의 면허가 취소되면 28년만에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토요일 주말에 업무 복귀 후 강조한 첫 지시사항도 '산재 사망 사고 발생 시 직보하라'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조치 내용과 현재까지 조치한 내용을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7개월 동안 네 건의 사고와 네 명의 사망자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연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산재 사망 사고를 연달아 낸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어 이 대통령의 문제 의식을 더욱 키운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특히 산재는 기업들의 현장 안전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 정책 자료 분석 결과 최근 3년간(2022~2024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223명이던 산재 사망자 수는 2023년 2016명으로 소폭 감소해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듯 했지만, 가장 최근 집계연도인 2024년엔 2098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2명(4.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산재 사망자 수가 542명으로 작년 1분기보다 20명(3.8%)이나 늘었다. 산업계 전체적으로 재작년보다 작년에 산재로 인한 피해가 더 커졌고, 올해 들어선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게 실제 통계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최근 산재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근절 대책을 강구하려 하고 있다. 특히 '돈'에 약한 것이 기업들의 생리인 만큼 산재 발생시 강력한 과징금·손해배상액을 물게 해 자발적인 현장 안전·산재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 기업들이 일선 근로 현장에서 사고 발생을 위해 안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결론적으로는 이 같은 기업들의 노력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면허 취소나 영업 정지, 공공 공사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건설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상당 부분 존재해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또 죄형 법정주의 등 사법제도의 원칙상 특정 기업을 염두해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영업 취소 등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은 “각종 안전 강화 사항을 지시해도 이를 손과 발로 수행하는 사람은 결국 근로자"라며 “더구나 지금과 같이 일선 현장에서 움직이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져 있는데 이 사람들의 머릿 속과 의지까지 본사에서 강제해 움직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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