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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산업 세미나] “現 전력시장, 미래 에너지소비 폭증 감당 못해···개방 필요”

현재 폐쇄적인 전력시장 구조로는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하면서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 폭등하는 전력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력시장에서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현돼야 신기술이 개발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과 청정 에너지 사용 인증에 따른 부담이 계속 커지는 만큼 무탄소에너지의 국제인증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 정부 측에서는 전력시장 개방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며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한규·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원·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경제더하기연구소 후원으로 열린 'AI시대, 우리의 전력산업과 시장은 준비가 되었는가?' 세미나 토론에서는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력시장 개방 등 에너지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제21대 국회의원) 대표는 “시장에서 가격은 모든 것의 신호다. 더 이상 정부나 몇몇 뛰어난 사람이 정할 수 없다. 이미 시장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가격이 움직이면 각자 플레이어들도 이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한전은 수요와 공급 양방향을 독점하고 있다. 과연 누군가가 새로운 기술과 알고리즘을 제안하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에서 훨씬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어디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으면 연구도 할 수 없다"며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서 에너지 공급과 산업정책을 같이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분산에너지법의 통과로 지역별로 전기요금이 차별화됨에 따라 산업의 지역적 배치가 달라지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력시장 구조 변화를 강조했다. 김윤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는 “전력산업의 근간은 전기를 사고파는 것이다. 현재 전력시장은 너무 간단하게 돼 있다. 단순히 적자가 났다고 요금을 올리는 게 아니라 비용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정확하게 보는 게 필요하다"며 “도매시장에 가격입찰이 없다는 걸 보고 놀랐다. 이제는 가격입찰을 서서히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산자원의 증가가 큰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이어 “전력산업은 필요한 만큼 발전하는 게 첫번째고 그 다음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 북미나 유럽 같은 시장에서는 플레이어들이 그런 걸 잘 만드는데 우리는 기술발전도 없다 보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 요금은 대부분이 전력량 요금이다. 해외의 경우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은 발전·판매 요금 외에 그와 비슷한 비중으로 운송 요금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유럽의 경우 세금이 크게 포함되기도 한다"며 “아무리 좋은 기술로 전기를 팔아도 한전 요금보다 저렴하게 팔 수가 없는 요금체계에서는 분산형 방식의 기술 발전도 전력시장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보람 삼성전자 DS지속가능경영사무국 상무는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전기를 많이 쓴다. 반도체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계획이며, 고객사의 스코프2 탄소감축 요구 수용을 위해 깨끗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게 모두가 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깨끗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했다는 인증은 재생에너지만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외에도 다른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했다는 걸 증명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무탄소에너지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또 “전기요금은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탄소화에 따른 전기요금도 증가했다"며 “이 상황에서 무탄소에너지를 조달하는데 가격이나 물량 모두 경쟁국 대비해서 어렵다"며 제도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업들이 기업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전기요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규종 대한상공회의소 그린에너지센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60여년간 중앙집중형 한전의 전력공급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해왔다"며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AI 첨단산업 발전에 따라 전력공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한전 독점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기업 수용성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으로 올랐고 지난 3년간 전기요금이 총 50% 가량 인상됐다. 전기요금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업활동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중소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왜 이렇게 오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전기요금에서 선택권이 없었다. 시장개방이나 에너지전환이 되면 전기 조달 방안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며 “전기는 필수재이고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에너지조달은 기업경쟁력의 주요한 차별적 요소다. 우리 기업의 선택 역량을 제고할 지원정책 마련, 전문기업 육성, 신사업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어 제도를 통해 이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규 한국전력공사 재생에너지대책실장은 “반도체 단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관련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도권에 집중되는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전력인프라가 부족한 호남지역 등 비수도권 집중현상 또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결국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할 대규모 송전선로의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제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지난해 대비 2036년까지 송전선로는 1.6배, 변전소는 1.4배 확충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른 투자비는 약 56조5000억원 규모이다. 이 실장은 “민원과 지자체 인허가의 비협조로 송전망 건설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며 “아무리 보상해줘도 송전망 주변 주민들 요구를 충족해줄 수 없다. 반도체나 데이터센터는 계속 수도권에 들어가고 있다. 결국은 수요의 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장을 지어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계통 여건을 우선 고려해 전력수요를 계통 여유지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지역별 전력수요와 공급의 분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전력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보수적 입장을 보였다. 시장을 개방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과연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라는 것이다.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재생에너지를 도입한 독일, 이탈리아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보다 세 배나 높다. 영국도 우리보다 비싸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우리처럼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건 미국 정도인데, 올 여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발전소를 선점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력요금이 급등했다"고 소개했다. 문 과장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지역의 2025~2026년 전력가격 입찰에서 입찰가격이 1메가와트시(MWh)당 기존 30달러대에서 250달러 수준으로 폭등했다. 문 과장은 “우리가 하는 제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공공이 주도하면서 글로벌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전이 하고 있다"며 “시장시스템으로 가려면 우리가 가진 장점을 포기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천연가스 확보했다”더니…유럽 한파 예고되자 에너지 위기 재고조

11월 우리나라 전국에 이례적인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유럽에서는 2년 만에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유럽 천연가스 비축 물량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자 '2022년 에너지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 3월까지 유럽 평균 기온이 지난 2년간 관측된 수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12월의 경우 유럽 평균 기온이 4.6도로 예상되면서 지난해(6.3도)를 밑돌지만 2022년 겨울(3.9도)보단 높을 전망이다. 다만 내년 1월, 2월 3월은 평균 기온이 각각 3.7도, 4.0도, 5.7도로 예보돼 지난해(4.1도, 7.8도, 8.5도)와 2022년(5.4도, 5.5도, 7.4도) 수준을 모두 하회할 전망이다. 이에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막사 테크놀로지는 올 겨울 유럽의 난방 수요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주로 참고하는 웨더서비스인터내셔널(WSI)에서도 12월 유럽 기온이 급감해 난방 수요가 평균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경우 최저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30년 평균치보다 9도 낮다. 문제는 이번 겨울에 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2022년 에너지 위기가 다시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매년 11월 1일까지 천연가스 비축량을 90% 이상 채우기로 합의했는데 올 겨울엔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저장시설의 95%가 찼다고 EU 집행위원회(EC)가 발표했다. 카드리 심슨 EC 에너지 집행위원은 “이번 겨울을 앞두고 유럽 전역에 걸쳐 건강한 수준의 천연가스 물량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증가한 데다 바람가뭄(풍력 발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풍속이 낮은 현상)마저 일어나자 올해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 유럽 가스업계 단체 GIE,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유럽 천연가스 비축량은 87.4%로 집계됐는데 이는 5년 평균치(89.5%)를 밑도는 수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최근 북한군 파병과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제한 해제 등으로 격화한 것도 에너지 수급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오는 12월 31일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유럽 공급을 중단하려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유럽 전체 대비 5%에 불과하지만 중부 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와 관련, 파리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EU의 천연가스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며 “러시아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저장시설을 충분히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듯,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이달들어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내년 1월물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47.06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엔 가격이 1년 만에 48유로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달에만 20% 가까이 급등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올해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유럽 천연가스 가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과거의 에너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는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북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지역의 LNG 물량을 놓고 유럽 구매자들과 수입 경쟁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너지 애스팩츠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왔지만 러시아의 마지막 공급마저 끊길 경우 천연가스 시장이 압박 받아 글로벌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EU가 어떤 가격으로도 천연가스를 구매했던 2022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온화한 겨울과 관련해 유럽의 운이 다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즉 유럽이 LNG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후변화에 뜨거워진 바다가 11월 폭설 뿌렸다…“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

기상관측이 시작된 117년 만에 11월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이번 폭설은 올 여름 뜨거워진 바다가 원인으로 꼽힌다. 찬 공기가 뜨거운 바다 위를 지나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눈 폭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인류 기상기록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는 등 앞으로도 지구 온도 상승이 전망돼 폭설, 폭우 등 극단적 기후현상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수도권 주요 지역에 내린 적설 양은 △서울 관악 40.2㎝ △백암(용인) 43.9㎝ △금정(군포) 43.1㎝ △수원 41.6㎝ 수준이다. 이외에도 서울은 27.8㎝, 인천은 25.7㎝의 누적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높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특히 27일 서울에 내린 눈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17년 만에 11월 최고 적설로 기록됐다. 28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이어졌다. 서울 관악의 경우 누적 적설량이 40cm를 넘어섰다. 11월의 이례적인 폭설은 올 여름 뜨거워진 서해바다와 절리저기압(대기 상층의 제트기류에서 분리된 차가운 공기덩어리) 현상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27일 눈을 뿌린 구름대는 찬 바람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형성됐는데, 이를 통상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한 구름'이라고 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면 바다에서 열과 수증기가 공급돼 대기 하층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대류운이 발달한다. 올 여름 폭염에 뜨거웠던 바다가 아직 덜 식어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섭씨 12∼15도(℃)로 예년보다 1도 높다. 뜨거운 바다로 인해 대기에 열과 수증기 공급이 많아지고 이것이 강설량을 늘린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지난 여름의 폭염이 이번 폭설로 이어진 셈이다. 세계기상기구(WM0) 기후현황 업데이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월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기간이 장기간 지속됐다. 이에 올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2024년 역시 기록상 가장 더운 10년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WMO는 대기 중 온실가스 수준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단 한 세대 만에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경고를 발령했다. 빙하의 얼음 손실,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극심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전 세계의 지역 사회와 경제가 엄청난 피해 입을 것으로 경고했다. WMO에서 사용하는 6개의 국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지구 평균지표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4℃(불확실성 여유 ±0.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폐막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일, 월, 연간 시간 척도에서 기록된 지구 온도 이상은 큰 변동이 발생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자연 현상 때문"이라며 “온난화 수준이 1.5℃ 미만이든 초과이든, 지구 온난화가 추가될 때마다 기후 극단현상, 그에 따른 영향 및 위험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한 기상 전문가는 “올해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목격한 기록적인 강우와 홍수, 빠르게 강해지는 열대저기압, 치명적인 더위, 끊임없는 가뭄, 맹위를 떨치는 산불은 불행히도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줄이고 변화하는 기후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해,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이슈+] 분산특구 살리자니 한전이 죽고…산업부, 고심 또 고심

지역 내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소비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이 내년 상반기 내로 지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부가 세부 기준을 놓고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분산특구를 활성화하려면 특구 내 사업자의 권한과 발전설비 용량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전력산업 독점사업자인 한전의 권한이 상당히 축소될 수밖에 없어 이 지점에서 산업부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사업자들은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2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당초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분산과)는 이달 말까지 분산특구 내 발전사업자들에게 자유롭게 전기를 사고 팔 수 있는 '분산에너지사업자'의 지위를 허용하고, 발전설비 용량제한도 해제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시 한전의 전력판매 권한이 크게 약화되고 재무적자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발전업계에서는 분산특구를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구 내 발전사업자들의 무제한 전력직접거래(PPA) 허용과 발전설비 용량 확대가 필수 사안이라며 산업부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에너지신산업, 에너지 프로슈머 활성화라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의 취지가 발휘되려면 분산특구에 진입하는 발전사업자들이 분산에너지사업자가 되어 실질적으로 전기를 다양하게 매입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업자들은 애초에 이걸 기대하고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데 산업부에서 아직 확실히 시그널을 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분산특구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나,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것이나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와 '분산에너지 사업자' 간의 지위는 천지 차이로 보고 있다. 분산에너지사업자는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매입해 되팔 수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는 이것이 불가능해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다.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로 PPA를 한다고 해도 중개 수수료는 kWh당 1~2원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특구 내 사업자들에게 분산에너지사업자 지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분산에너지사업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분산특구가 지정돼도 발전사업 관련 제도들은 특화지역 제도를 따르는 게 아니라 기존 전기사업법 상 재생에너지 PPA를 그대로 준용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좁은 특구 안에 공급자와 수요자가 다 같이 있는 형태의 사업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현 기준이라면 재생에너지 PPA 사업자가 굳이 특구에 들어 올 인센티브가 없다"고 말했다. 분산특구 내 열병합발전 등 다른 발전원들은 500MW 이하로 용량 제한이 걸려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쟁점이다. 현재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상 분산에너지 범위는 40메가와트(MW) 이하 재생에너지 등 모든 발전설비, 자가용 전기설비,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 설비로 용량이 제한돼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총 전력 수요는 10GW를 훨씬 초과한다. 여기에 대용량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그게 바로 지산지소가 된다"며 “산업부가 소규모 전원을 확대하는 것보다 지산지소 취지 및 현실성에 맞춰 용량 확대를 반영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분산특구 고시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한전이다. 분산특구를 활성화하자니 한전의 독점적 판매 지위와 수익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전력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전력 관련 부처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분산특구는 분산과에서 총괄하지만 분산과는 사실상 전력산업정책과와 전력시장과의 하위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며 “분산특구 내 사업자들에게 무제한 판매 권한을 허용하면 한전의 전력 판매 수익이 떨어져 적자 해소에 차질을 빚게 된다. 전산과와 시장과가 좋아할 리가 없다"고 귀뜸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트럼프는 ‘드릴 베이비 드릴’ 외치는데…‘빅오일’ 시큰둥한 이유는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를 시추하자)을 강조하면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빅오일(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암 말론 엑손모빌 업스트림 부문 총괄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에너지 인텔리전스 포럼'에 참석해 “대다수, 혹은 모든 석유 기업들이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석유 생산에)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변경된다면 경제적인 기준을 충족한다고 가정할 때 시추활동이 더 늘어나겠지만 그 누구도 '드릴 베이비 드릴' 기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석유·가스 채굴 허가가 쉬워진다면 단기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계 석유공룡인 토탈에너지의 패트릭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자리에서 “그(트럼프)는 미친듯이 시추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마법의 레시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정치인들의 결정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00만배럴 이상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또 엑손모빌은 올 상반기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미국 내 명실상부한 1위 셰일 생산기업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화석연료를 '액체 금'에 비유하며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는 동시에 적대국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범정부 사령탑 역할을 하기 위해 새로 신설된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에너지부 장관에는 '화석연료 전도사'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CEO,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측근인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을 지명했다. 이들 모두는 화석연료 옹호론자로 꼽혀 앞으로 국유지와 보존 구역에서 석유·가스 채굴 허가를 받는 게 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정권 인수팀은 취임 후 며칠 이내에 새로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 허가를 승인하고 미 해안과 연방 토지에서 석유 시추를 늘릴 수 있는 광범위한 에너지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공룡들이 미국의 산유량 확대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배경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이들의 경영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셰일 붐'이 일어났던 2010년대에선 에너지 기업들은 산유량을 늘리면서 중동 산유국들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석유 수요가 급감하자 업계는 새로운 시추에 나서는 대신 비용 관리, 생산 효율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증대, 주주환원 등으로 흐름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기조 전환 덕분에 빅오일들은 올 3분기 호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캐서린 미켈스 엑슨 모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수익성이 2019년 배럴당 5달러에서 올해 10달러로 급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업계가 수익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 화석연료 정책에도 석유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투자은행 제프리의 로이드 번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 펀더멘털로 주도된 중기적 시추 활동 전망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기고문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은 정치적 슬로건이지 사업 계획은 아니다"라며 “정책이 화석연료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물의 재앙’ 오나…기후변화, ‘극단의 물 순환’ 불렀다

물은 온실 가스 배출 감소의 핵심 요소로서 기후변화 완화에 필수적이다. 바이오연료, 수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지원하고 저배출 발전소 냉각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물 순환이 통제 불능 상태로 돌면서 점점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의 기후영향에 대한 회복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세계기상기구(WMO)의 세계 수자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담수 자원은 사회적 요구 증가, 환경 파괴,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빙하는 지난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을 입었고, 아직도 약 22억명이 안전한 식수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35억명은 안전하게 관리되는 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기후변화가 수자원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또한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지역은 농업, 건강, 소득에 대한 수자원 관련 영향으로 인해 2050년까지 최대 6%의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실에 직면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완화 조치 없이 기온이 3.2°C 상승하면 세계 GDP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최대 18%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로 인한 수문 순환의 혼란으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위험이 초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인 무크타르 바바예프도 이번 COP29 기간 동안 “물은 기후변화의 희생자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해결책이며, 많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이다. 물이 없으면 지속가능한 개발이 없다"면서 “물은 글로벌 기후 의제의 모든 측면에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수역이자 아제르바이잔의 국가적 정체성과 경제의 필수적인 부분인 카스피해가 생물다양성의 저하와 함께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놀라운 전망"이라면서 “공유 수자원을 관리하고, 기후영향에 대한 회복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효과적인 기후 적응 및 완화를 위해서는 국가 결정 기여금과 국가 적응계획 등의 국가 기후정책에 수자원 관리 및 협력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물의 가용성과 제약 조건을 이해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옵션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는 온실가스감축목표(NDC) 3.0을 준비하는 데 있어도 중요한 이슈가 된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후정책에 대한 수자원 관리의 협력 및 통합은 공유 수자원을 관리하고, 기후 영향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접근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는 물 의존 분야 전반에 걸쳐 물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공중 보건을 개선하며 기후 관련 취약성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국가 기후 정책에 통합함으로써 국가는 국제 협력을 활용해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필수 서비스 제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WMO에 따르면 2023년은 30년 이상의 기록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건조한 강'의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거의 절반이 정상보다 낮은 연간 강 유량을 보였고, 세계 빙하는 거의 50년 동안의 기록에서 가장 큰 질량 손실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6년간 870개 폐업 ‘위기의 주유소’…위층에 학원·병원 복합모델 추진

에너지전환으로 자동차 연료 수요가 줄면서 해마다 150개씩의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다. 사업자들은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피해 지원과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주유소에 학원, 병원 등을 함께 구축하는 복합모델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5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수는 △2018년 1만1750개 △2019년 1만1700개 △2020년 1만1589개 △2021년 1만1378개 △2022년 1만1144개 △2023년 1만1023개 △2024년 10월 1만880개로 6년 사이 870개가 줄었다. 연간 145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연료 소비량은 결코 줄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경유 소비량은 2018년 1억6704만배럴에서 2023년 1억6049만배럴로 655만배럴 감소하고, 등유 소비량도 1888만배럴에서 1414만배럴로 474만배럴 감소했으나, 휘발유 소비량은 7968만배럴에서 9036만배럴로 1068만배럴 증가했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시대, 주유소의 미래는?' 국회토론회에서 “정유업계와 석유유통업계는 영업이익률이 1.7%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인데다가, 탄소중립으로 인해 에너지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석유산업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주유소 폐쇄 추세를 막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 대전환, 국회의 시대를 앞서가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유소업계는 폐쇄 원인으로 수익률 악화를 꼽고 있다. 수익률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알뜰주유소를 지목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보다 리터당 50원가량이 저렴하다. 일반주유소들이 이 가격을 따라가다 보니 그만큼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수는 2018년 1172개에서 올해 10월 1277개로 증가해 전체의 11.7%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물량을 석유공사와 농협에서 제공받고 있다. 석유공사와 농협은 정유 4사에 물량입찰을 붙여 저가로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이에 비해 일반주유소는 개별로 정유사와 단가를 협상하기 때문에 알뜰주유소에 비해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오세희 의원은 개회사에서 “알뜰주유소와의 가격졍쟁으로 인해 일반주유소들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며 “개인이 경쟁하는 시장에 알뜰주유소를 통해 국가가 참여하고 불공정 지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 김준영 주유소협회 전북도회장은 “규제를 개선해 준다고 하는데, 정작 일선 현장의 규제는 공무원 생존을 위한 규제"라며, “주유소 카드수수료 인하, 주유소 폐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상필 에너지플랫폼 국장은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갈수록 주유소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알뜰주유소 등 경쟁촉진 정책을 재검토해 미래 에너지공급처 역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악해지는 주유소업계를 구제할 방안으로 규제 완화를 통해 주유소 부지에 다른 업종이 들어설 수 있도록해 부지 활용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형건 강원대 교수는 “가격 경쟁, 수요 축소, 기회비용 상승으로 인해 주유소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도로 인접 네트워크가 필요한 산업을 주유소와 연결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훈 국토부 도시정책과장은 “주유소 영업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유소 복합 개발을 하는 방향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다만,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변경은 지자체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어 국토부 차원에서 규제 완화하는데 제한이 있으나, 최대한 복합 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주유소 복합 개발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특히 해외 사례를 인상깊게 보았다"며 “안전성 담보 및 사회적 합의 선행을 전제로 복합 개발에 대해 관련 부처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 호소와 전문가들의 제안에 대해 김기열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팀장은 “안전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복합 개발이 가능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 예정"이라며 “교육 취약 지역 주유소에 학원 설립 허가, 의료 서비스 부족 지역 주유소에 병원 허가 등 국가적 차원에서 도움되는 방향으로의 복합 개발 고려도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원이 의원과 오세희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한국,‘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 전격 참여···재생에너지 확대 기반 마련

한국 정부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기간 중 중요 의제 중 하나인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Global Energy Storage and Grid Pledge)'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 정부는 서약 참여에 부정적였으나 국회 예산결산회의 등을 거치면서 결정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참여국 리스트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으나, 한국의 서약 참여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22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고 있는 COP29에서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서약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용량을 2022년 250GW에서 1500GW로 6배 확대하고, 2040년까지 8000만km의 전력망 추가 또는 개조를 목표로 한다. 이번 서약에 참여한 한국도 약 6배에 달하는 ESS 확충을 통해 2030년까지 약 25GW 규모의 유연성 자원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기반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서약 참여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회 예산결산회의 등을 거치면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 특히 COP29에 참석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의원의 적극적인 요구로 극적인 찬성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팀장은 “지난 COP28에서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겠다는 선언에 동참한 데 이어 이번 COP29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 6배 확대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 참여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국은 서약 동참에 그치지 말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로드맵 및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SS 설치 의무화, 보조금 지급, 보상제도 개편 등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서약 목표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의 이번 서약 참여를 환영한다"며 “이번 서약은 작년 COP28에서 발표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후속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가 에너지 저장장치 확대를 위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요구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트럼프 2기, IRA 폐기 힘들고 오히려 탄소국경세 도입 가능성”

화석연료 옹호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현 바이든 정부의 청정경제 핵심법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폐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히려 미국 산업보호를 위해 유럽연합(EU)보다 더 강력한 탄소국경세 제도를 신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자원경제학회·국회미래연구원 공동주최와 에너지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환경 및 에너지 정책 방향과 탄소국경세 도입 동향' 발표를 통해 “트럼프 2기는 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입법인 IRA의 전면 폐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이지만 민주당과 의석수가 6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IRA 수혜 지역이 주로 공화당 강세주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법안 폐기 시도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위원은 이어 “공화당 의원 18명이 마이클 존슨 하원의장에게 IRA의 재생에너지 세액공제를 철회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들의 지역구에 있는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투자도 많이 하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2기가 IRA 일부 세액공제 요건은 수정할 수 있어 이럴 시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세미나에 참석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며칠 전 다녀 온 아제르바이잔 COP29에서 미국 공화당 의원을 만났는데, 그분이 '한국은 너무 IRA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오히려 트럼프 2기에서 탄소무역장벽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미국 118대 의회에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5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가운데에는 민주당 것도 있고, 공화당 것도 있다. 이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법안이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양당 간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친환경 전환, 공화당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 건설을 이유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무역대표부(USTR) 또는 재무장관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도 탄소국경세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일본의 GX 추진과 국내 시사점' 발표에서 “일본은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성장을 동시 실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50조엔을 투자하는 녹색전환(GX)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재원 마련을 위해 이행채 발행 및 2033년부터 발전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실시, 2028년부터 GX부과금을 도입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X부과금은 화석연료에 부과하는 일종의 탄소세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탄소중립 산업정책 현주소와 개선방향' 발표에서 “7인 전문가 조사(FGI) 결과 첨단산업, 주력산업, 공급망, 통상 등의 정책수립 체계에서 탄소중립 달성과 산업경쟁력 제고에 대한 적절성 및 효과성이 낮음이 확인됐다"며 △법적 근거에 기반한 종합적인 탄소중립 산업전략 수립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 마련 및 재원 배분 체계 개선 △산업 탄소중립 대전환과 경쟁력 재고를 위한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강승진 한국공학대 명예교수의 좌장 아래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 장현숙 무역협회 팀장, 김효수 반도체산업협회 실장, 이상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글로벌 에너지 및 산업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미국의 단기적 정책 변화에 대해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후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혜 의원은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부문의 혁신과 대전환이 필수적"이라며 “친환경 전환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로 작용하도록 정부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유럽 한파에 치솟는 아시아 LNG 가격…“올들어 최고가”

동북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JKM 가격은 MMBtu당 15.075달러를 기록,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JKM 가격이 이달초 13달러 중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약 3주만에 가격이 12% 가까이 오른 셈이다. 국내 LNG 현물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JKM 가격이 최근 급등한 배경엔 유럽에 이례적인 한파가 찾아온 데다 바람 또한 불지 않아 아시아 LNG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는 가스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아시아 LNG 시장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에너지 물류업체 케이플러는 다음주 유럽지역에 인도될 LNG 물량은 주간 기준으로 봤을 때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LNG 가격이 치솟은 점도 아시아 국가들과 LNG 수입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유럽 벤치마크인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당 48.640달러를 기록, 이달에만 24% 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이처럼 JKM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자 인도, 중국 등 일부 수입국가들은 비용 등의 이유로 현물 LNG 구매를 중단하고 대체 연료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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