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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국제 항공 여객 운송은 태생적으로 다수의 국경과 관할권을 횡단한다. 1929년 제정된 바르샤바 협약과 1999년 제정된 몬트리올 협약은 국경을 넘나드는 항공운송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며, 항공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규제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바하마 나소에서 열린 제4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민간 항공 법률 자문가 포럼(CALAF, Civil Aviation Legal Advisers Forum)을 관통한 최대 화두는 단연 '항공 승객 보호 규제의 파편화' 문제였다. 유럽연합(EU)의 통일 규정(EU 261)을 필두로 캐나다의 '항공 승객 보호 규정(APPR, Air Passenger Protection Regulations)' 등 이른바 '위하적(威嚇的, 위협해 억제하는) 규제' 성격을 띤 내국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혼돈 속에서 서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전공 주임 교수의 비판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서 교수는 겉보기에 승객의 권리를 단숨에 향상해 줄 것 같은 위하적 규제가 실제로는 치명적인 모순을 품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도한 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무리한 운항을 강행하게 만들어 항공업계 제1원칙인 '안전 최우선주의'를 흔들 여지도 없지 않다. 특히 서 교수가 가장 강하게 경고하는 대목은 '소비자 후생의 역설'이다. 불어난 규제 준수 비용은 결국 항공권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대다수 선량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 취약 노선을 단항시켜 종국에는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앗아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러한 위하적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착각해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위하적 규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강조하는 한국항공대학교 서인원 교수와 만나 국제 항공 사법의 딜레마와 대한민국 항공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 최근 바하마에서 열린 '제4차 CALAF'를 지켜봤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한 주제는 무엇인가. “총 9개 패널 중 사법학자인 내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것은 패널 5의 '항공 승객 권리 입법의 거대한 물결과 글로벌 파급력 - 파편화에서 규범 조화로'라는 주제였다. 최근 유럽연합의 EU 261이나 캐나다의 APPR 등 항공 승객 보호 규제가 개별 내국법으로 제·개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법이 찢어지고 파편화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관할권 충돌·규제 중첩·역외 집행 한계 등의 혼란을 어떻게 국제적 규범 조화로 이끌어낼지가 핵심 논의 대상이었다." - 해당 포럼의 국제적 논의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의는 이미 주권국이 위하적 승객 보호 규제를 내국법으로 전면 도입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성립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일부에서는 세계적 흐름이라 여기며 서둘러 제재를 도입해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신 입법례인 캐나다의 APPR이 노정한 모순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지 냉철하게 재검토하는 비판적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 심층 분석한 캐나다의 APPR은 기존의 국제 항공 협약과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나. “1929년 바르샤바 협약이나 1999년 몬트리올 협약은 항공기 사고라는 비상적 상황에서 항공사 책임의 가능 최대한을 정했다. 반면 2018년 도입돼 개정을 거듭하는 캐나다 APPR은 지연이나 취소 같은 일상적인 항공편 차질 상황에서 항공 운송인이 져야 할 필요 최소한의 책임을 강제한다." - 그렇다면 APPR이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 법익과 승객을 돕는 구체적 장치는 무엇인가. “최우선 법익은 계획된 일정에 따른 운송의 완료 그 자체다. 이 목표와 상충하는 지연·취소이나 탑승 거부·타막(Tarmac) 지연 등의 발생 시 폭넓게 적용된다. APPR은 승객에 대한 권리 고지를 강력히 의무화해 탑승 수속 창구·키오스크·디지털 매체 등에 권리를 현출해야 한다. 특히 교통 약자를 배려해 장애인 요청 시 점자나 큰 활자체 문서로 제공하도록 세심하게 규정했다." -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승객을 위한 디테일한 좌석 배치 규정도 눈에 띈다. “아주 엄격하다. 항공사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성인 동승자와 인접하게 자리를 무상으로 배치해야 할 법정 의무가 있다. 만 5세 미만은 바로 옆 좌석, 6~11세는 동일 열, 12~13세는 앞뒤 열에 앉혀야 한다. 만석으로 배치가 불가한 상황이라면 탑승 수속부터 비행기 이륙 전까지 자리를 교체해 줄 자원자를 적극적으로 수소문해야만 한다." - 규모나 차질 원인에 따라 항공사에 책임을 묻는 기준은 어떻게 세분화돼 있나. “최근 2년 기준 매해 200만 명 이상 승객을 운송했는지 따져 대형과 소형 항공사를 엄격히 구분한다. 소형사가 대형사를 대리해 운항할 경우에도 실제 운송을 맡은 소형사는 대형항공사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 항공편 차질은 3가지로 일별한다. 첫째는 기상 악화·전쟁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둘째는 조종사가 안전 관리 시스템(SMS, Safety Management System) 등에 근거해 내린 '안전상 필요한 상황', 셋째는 초과 예약이나 기체 결함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다. 현행 제도는 이 세 번째 상황에 엄격한 배상 책임을 묻는다." - 초과 예약으로 인한 탑승 거부 발생 시 모든 피해 승객이 보호 대상이 되나. “아니다. APPR은 정상적 탑승객을 산정할 때 단순한 항공편 예약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예약 확인이 이뤄진 상태에서 예정된 탑승 시간에 유효한 서류를 항공기 탑승구에서 실제로 제시한 승객만이 정상적 탑승객으로 인정돼 권리를 보호받는다." - 표면적으로는 승객을 위한 제도 같은데 학자로서 강하게 비판하는 가장 큰 한계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 한계는 불명확성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차질 상황이 현실에서 칼로 무 자르듯 일도양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들이 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다수의 차질을 상황 2(안전상 필요한 상황)로 포장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딜레마가 발생했다." - 위하적 규제 방식이 항공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상충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항공 운송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이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며 무리한 정시 운항을 강행할 경제적 유혹을 받을 수 있다." - 기업을 옥죄는 엄청난 규제 준수 비용이 종국에는 '소비자 후생'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이것이 가장 궁극적인 문제이다. 민사상 계약 영역에 머물던 권리·의무 관계를 강력한 내국법 규제로 끌어들이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파생된다. 캐나다 산업계는 추정치의 10배 이상 비용이 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증한 규제 준수 비용은 영리 기업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결국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은 위험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단산돼(운항 중지) 소비자 접근성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 - 전 세계적 흐름을 명분 삼아 우리나라도 서둘러 강력한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할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한다. 가장 두려운 결과는 항공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 파괴다. APPR은 차질 발생 시 식음료·데이터·숙박·대체 항공편 등을 항공사가 의무 제공토록 강제한다. 부가 서비스가 없는 저비용 항공사(LCC)나 대체편 여력이 부족한 신생 항공사에 위하적 규제를 부과하면 결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소수 대형사만 살아남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그 막대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 제재를 가하는 위하적 규제가 지연이나 결항을 눈에 띄게 줄여주는 억지 효과는 증명됐나. “정량적 통계가 그러한 환상을 깬다. 캐나다 보다 훨씬 앞선 2004년에 선도적으로 강력한 규제인 EU 261를 도입한 유럽연합의 장기 통계를 분석해 보니 10년이 지난 후에도 60분 이상 지연이 3.9%, 취소가 1.5% 수준에 머물렀다. 위하적 규제가 실제 항공편 차질 억지에 유의미한 변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과 입법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하적 규제가 전 세계적 흐름이라 생각하고 이것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검토 없이 국내에 도입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 계약으로 해결될 수 있으면 계약으로, 자율규제로 해결될 수 있으면 자율규제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위하적 규제는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도입되어야 한다. 항공사를 수범자로 하는 위하적 규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지 않을지 찬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ICAO 정규예산 분담금 7위, 항공운송량 8위를 자랑하는 전 세계적 항공강국이다. 다른 나라의 위하적 규제를 무비판적으로 계수하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정책적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發 메모리 대란 속 韓 디스플레이, 살길은 ‘하이엔드’뿐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숙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있다. AI발 메모리 대란이 스마트폰·TV용 패널 공급망을 흔들고, 8.6세대 RGB OLED와 잉크젯 프린팅(IJT) 등 차세대 기술을 둘러싼 한·중·대만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인간에게 눈이 있는 한 디스플레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필수 인터페이스"라는 게 업계 원로의 진단이다. 디스플레이서치(DisplaySearch) 초기 멤버 출신으로 24년 넘게 이 업계를 지켜본 인물이 있다. 히타치(Hitachi) 세일즈·엔지니어, 대만 패널사 한스타(HannStar)를 거쳐 2002년부터 시장 분석에 전념해 온 데이비드 시에 옴디아 시니어 디렉터다. 그는 현재 옴디아에서 장비·신규 공장·OEM·ODM·소재를 아우르는 디스플레이 리서치 팀을 이끌며, 특히 중대형 OLED 시장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3개 국어를 구사하며 한·중·일 시장을 두루 꿰고 있는 그에게서 AI 시대 메모리 이슈가 뒤흔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향방과 한국·대만의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을 물었다. 다음은 데이비드 시에와의 일문일답. -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이 패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 높은 AI 서버용 HBM에 집중하면서 스마트폰·TV용 메모리가 뒷전으로 밀려나 전 세계적 숏티지가 발생했다. 애플을 포함한 세트 업체들이 중국 YMTC·CXMT 수급을 고려하게 된 배경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절정에 달하는 2026년까지는 부족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내년부터 중국 메모리사 참여가 본격화되면 2027년엔 완화될 것이다." - 그 여파로 OLED 침투 속도도 늦어지고 있나. “메모리 부족뿐 아니라 시장 성숙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2~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늦추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OLED와 LCD가 50대 50 구도다. 아이폰 프로 라인은 완전히 OLED로 전환됐지만, OLED가 LCD를 100%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재 속에 한·중 패널 업체 간 주도권 싸움은 어떻게 전개될까.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만큼 제재가 엄격하지 않다. 군용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LCD인데, 현재 글로벌 LCD 물량의 70~80%를 이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애플이 최근 중국 메모리 수급을 타진한 것도 한국 견제보다는 단순 원가 절감 목적이다. 디스플레이에서도 유사하다. 애플은 엔트리 모델엔 BOE 패널을, 하이엔드 아이폰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패널을 쓴다. 한국은 하이엔드 시장을 독점하고 중국은 비(非)애플 그룹을 공략하는 분업 구도가 지속될 것이다." - 8.6세대 RGB OLED 오픈 마스크(FBM) 공정으로 생산성이 10% 오른다는데, 한·중 원가 경쟁력 판도를 바꿀까. “인건비·투자비 구조상 한국 패널사가 더 비싼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은 맥북 등 하이엔드를 겨냥해 8.6세대에 투자하고, 중국 BOE 등은 애플 외 브랜드를 노린다.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중국이 계속 추격해오는 만큼, 한국은 기술 장벽이 높은 하이엔드 시장으로 끊임없이 달아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 차이나스타(CSOT)의 잉크젯 프린팅(IJT) 기술은 '탠덤 구현 불가'라는 한계가 있는데, 결국 FMM/FPM 기반 탠덤으로 돌아올까. “현재 가장 하이엔드인 하이브리드·탠덤 OLED 시장은 삼성이 주도한다. CSOT의 IJT나 싱글 레이어 OLED는 삼성의 전통적 리지드 OLED 영역엔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이폰 폴더블을 시작으로 노트북도 향후 롤러블 형태로 진화할 텐데, 기술적 한계가 명확한 IJT보다 탠덤 구현이 가능한 FMM/FPM 공정이 하이엔드 폼팩터 시장을 계속 지배할 것이다." - OLED 패널사들의 조속한 흑자 전환 열쇠는. “삼성과 LG는 이미 고부가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 OLED 기업들은 팹 감가상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비보·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ODM의 저가 전략 탓에 단가를 올리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인정하는 브랜드 가치와 기술 격차가 핵심이다. 한국 기업들은 노동비·GDP 상승에 맞춰 계속 기술 진입장벽을 높이고 하이엔드로 나아가야만 스케일을 무기로 삼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ROI를 확보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는. “'체질 개선과 전환'이다. 단순 가격이나 물량 스케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대만은 OLED 라인이 아예 없어 일찍이 차세대 기술인 마이크로 LED로 전환을 선택했다. 디스플레이는 흔히 성숙 산업이라 불리지만, 인간에게 눈이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질 수 없는 클래식한 필수 인터페이스다. 24년간 이 분야에 있으면서 느낀 건, 과거 SF 영화 속 투명·롤러블 디스플레이의 꿈이 10~20년 뒤엔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 삼성·SK하이닉스와 대만 TSMC를 비교한다면. “TSMC의 성장은 대만 GDP 성장률을 9%대로 끌어올릴 만큼 국가 경제를 견인했지만, 그만큼 부의 불평등도 심해졌다는 점은 한국과 대만의 공통점이다. 차이는 조직 문화에 있다. 한국은 대기업 간, 혹은 내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격렬하지만, 대만은 SK하이닉스 같은 거대 그룹 생태계보다 중견·중소기업 중심이라 그런 싸움이 적다. TSMC는 '스퀴즈' 문화로 유명하지만 확실한 주식 분배로 높은 보상을 제공해 직원들이 버틴다. 실제 내 아들도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데, 2년 전 TSMC 제안을 받았지만 삼성보다도 고압적인 삶을 견뎌야 한다는 걸 알기에 거절했다." -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대만 기업 문화의 차이는. “대만 기업의 모토는 '그들은 당신에게 최선을 제공하지만, 당신도 최선을 다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유사해 보이지만 TSMC의 핵심 정체성은 '모든 이를 위해 서비스한다'는 파운드리 정신에 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는 자사 브랜드를 위해 메모리를 만들지만, 대만 기업들은 애플·인텔 등 모든 글로벌 고객사와 호환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TSMC 내부에는 고객사별 디비전조차 나누지 않는다." -한국과 대만의 산업 생태계, 지정학적 환경 차이는. “대만은 전통적으로 ODM·OEM 수주 생산에 강하고, 최근엔 노트북·데스크톱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AI 서버·데이터센터 장비 제조로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제조한다'는 상생 마인드다. 반면 삼성·LG는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자사를 위해 공급하는 구조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유사한 체제·규모의 북한과 맞서며 압도적 경제·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대만은 자신보다 거대한 중국과 대치하며 수십 년간 협상과 생존의 유연성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TSMC의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재료·부품 분야에서 한·대만 기업 간 기술 공유와 협력 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인터뷰] “30·40대, 집값 부담 커도 소득 10%는 노후 준비해야”…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장

“노후 준비는 돈이 많이 생긴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금액이라도 가능한 시점부터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택 마련과 노후 준비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과제입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부장)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과의 인터뷰에서 30~40대 직장인의 은퇴 준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NH투자증권이 발간한 'N2, 슬기로운 은퇴생활' 가운데 '쉽게 해보는 은퇴설계'를 집필했다. 김 부장은 최근 젊은 세대가 높은 집값과 대출 부담, 자녀 교육비 등으로 노후 준비를 미루는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노후 준비는 금액보다 시작 시점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활동을 시작한 직후부터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을 활용해 소액이라도 꾸준히 적립해야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주택 구입과 대출 상환 부담이 크더라도 소득의 최소 5%, 여력이 있다면 10% 수준까지 노후자산을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연령대별 은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30대는 장기 복리 효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 습관을 만드는 시기이고, 40대는 자녀 교육비와 주택자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노후자금 적립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50대는 은퇴 이후 현금흐름과 연금 수령 전략, 퇴직금 운용, 의료비 등 예상 지출을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퇴설계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오해는 '현재 보유한 자산 규모'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안정적인 은퇴를 위해서는 자산 규모보다 매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퇴직연금을 주택 구입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처럼 노후를 위한 자산으로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 준비가 부족한 경우에는 단순히 목표를 낮추기보다 준비 방법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연금 적립을 우선 늘리고 자산 배분과 소비 구조를 점검한 뒤, 필요하다면 은퇴 시기를 2~3년 늦추는 방법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은퇴자금은 한 번 부족해지면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시적인 부담 때문에 적립을 중단하기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진웅 부장과의 일문일답. -30~40대는 집 마련만으로도 벅찬 현실입니다. 노후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주택 마련과 노후 준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병행 과제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후 준비는 금액보다 시작 시점이 더 중요합니다.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첫 직장부터 소액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주택 구입과 대출 상환 부담이 크더라도 연금저축과 IRP 등 노후자산에는 소득의 최소 5%는 꾸준히 적립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력이 있다면 1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초기에 적은 금액이라도 지속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연령대별 은퇴 준비의 우선순위도 달라져야 할까요. ▲30대는 연금저축과 IRP를 일찍 시작해 장기 복리 효과를 활용하고 투자 경험과 자산관리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40대는 자녀 교육비와 주택자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노후자금 적립률을 높여야 합니다. 50대는 은퇴 후 현금흐름과 연금 수령 전략, 퇴직금 운용, 의료비 등 예상 지출을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미루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는 것입니다. -실제 은퇴설계를 해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안정된 노후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준비 기간은 예상보다 짧다는 점입니다. 또 현재 자산보다 은퇴 후 매달 필요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자산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퇴설계는 보유 자산 규모보다 매월 얼마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은퇴준비지수가 부족하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준비지수가 60~70% 수준이라면 우선 연금 적립액을 늘려 준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 자산배분도 점검해야 합니다. 이후 소비를 조정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은퇴 시기를 2~3년 늦추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입니다. 하나의 방법보다 연금 적립과 자산 배분, 소비 조정을 함께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퇴직연금은 원칙적으로 노후생활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중도인출은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다만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보증금 마련,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 등 생계와 직결된 경우는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와 노후소득을 크게 훼손하기 때문에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후 준비를 미루는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후 준비는 여유가 생긴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능한 만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큰 금액을 모을 필요는 없습니다. 월 10만원이라도 연금저축이나 IRP에 꾸준히 적립하면 시간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늦게 시작할수록 부담은 더 커지는 만큼 적은 금액이라도 바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은퇴 준비입니다. -'샌드위치 세대'는 은퇴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퇴 준비 목표를 무조건 낮추기보다 준비 기간과 방법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금 적립은 최소한 유지하면서 지출 구조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은퇴 시점을 2~3년 늦춰 준비 기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은퇴자금은 한 번 부족해지면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시적인 부담을 이유로 적립을 중단하기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합니다.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경제적, 비경제적요소를 고려해 은퇴이후 삶을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가를 수치화해 산정한 지수. 삼성생명과 서울대 노년 은퇴설계 지원센터가 공동으로 개발해 2012년 3월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 지수는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생활영역을 △여가 △일 △가족과 친구 △주거 △마음의 안정 △재무 △건강 등 7개 항목으로 나눴으며 100점을 만점으로 한다. 삼성생명은 비은퇴자들의 '은퇴전망지수'와 이미 은퇴한 사람들의 '은퇴평가지수'도 개발했다. 두 지수 모두 100 이상이면 긍정적이란 신호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前 전력거래소 이사장의 일갈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달성 가능성 낮아…전기요금 개혁 없이 AI 시대 못 버텨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목표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입니다." “100GW라는 숫자보다 전력망의 안정성과 계통 유연성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조영탁 한밭대 명예교수(건국대 전력시장연구센터 특임연구위원)는 지난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전적인 2030년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우리 현실에 비해 너무 의욕적으로 설정했다"며 “우리나라의 고립 전력망과 송전망 부족, 계통 안정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이 과거와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생태경제연구회장,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 위원장, 20대 한국경제발전학회 부회장에 이어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전력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 교수는 문 정부에서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지내면서도 당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우려의 시선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정책 역시 당시와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문 정부 시절에는 '재생에너지 무제한 접속' 정책을, 현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매년 12.6GW씩 신규 보급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연평균 보급량은 약 4GW 수준에 불과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100GW 보급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력수급계획 자체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대신할 발전용 가스 수급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즉, 비교적 계통 여유가 있던 문 정부 때도 태양광을 4GW 수준으로 보급하는 것에 그쳤는데, 계통 포화 상태로 돌입한 현재에 당시보다 3배 이상 늘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태양광 확대에 따른 계통 운영의 어려움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조 교수는 “2030년 태양광이 87GW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출과 일몰 시간대 수급 변동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라며 “전력수요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연휴 기간이나 장마, 태풍, 폭설이 이어질 경우 전력 과잉과 부족을 현재의 양수발전(4.7GW)과 ESS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태양광이 급증하면 주파수뿐 아니라 전압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며 “재생에너지 관제에 가장 앞서 있던 스페인에서도 전압 문제로 대정전이 발생한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봄과 가을의 전력수요는 평균 70GW에도 미치지 못한다. 태양광이 87GW로 늘어나면 봄과 가을에는 태양광을 전력망에서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배전망에서 태양광 증가로 과전압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100GW라는 구호보다 전력망의 안정성과 강건성을 높이기 위한 유연성 설비 확대와 스태콤(STATCOM), 동기조상기, 그리드포밍 같은 계통 안정화 설비를 우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태콤, 동기조상기, 그리드포밍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유연성이 떨어진 전력 계통을 안정화하는 핵심 기술로, 기존 원자력·화력 발전소의 대형 회전기기가 주던 계통 안정성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된다. 조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신규 원전 논의가 시작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가스발전에 대한 정책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증가하는 출력제어와 계통접속 지연, 전압 불안정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라며 “가장 큰 차이점은 최근 신규 원전 추진을 논의할 정도로 정책이 유연해졌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대로 과거에는 우호적이었던 가스발전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204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과 암모니아 혼소 철회, 일반수소발전 축소, 가스난방의 히트펌프 대체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가스발전에 대해서도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 공급 역시 특정 발전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2040년까지 필요한 신규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면 기존 발전설비를 총동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발전설비 부족 현상이 심하고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밀도와 주민수용성 문제 때문에 신규 발전소 확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04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암모니아·수소 혼소와 석탄발전의 콜드리저브, 동기조상기 활용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전원만 고집하기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저탄소 화력발전을 신뢰도와 경제성 기준으로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전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되고 발전설비는 지방에 몰려 있다"며 “대규모 전력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신규 발전설비는 수도권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필요조건이 지역요금제"라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를 맞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력시장 개혁과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꼽았다. 조 교수는 “녹색전환(GX)과 AI 전환(AX)의 공통 과제는 전력시장 개혁"이라며 “현재처럼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통제되는 구조에서는 탄소중립도 AI 시대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재정과 보조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정부 실패와 비효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전력시장에 독립적인 전문 규제기구를 두고 전기요금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합리적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에 판매시장의 개방이 어렵다면 대형 수요자에게는 공급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고 현재 재생에너지에만 허용되는 전력구매계약(PPA)도 LNG발전 정도는 허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선수의 손발을 묶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최원철 공주시장 “성과와 실천력으로 공주 도약 완성”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재선에 성공하며 민선9기를 시작한 최원철 공주시장이 앞으로 4년은 '성과를 완성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민선8기에서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산업과 관광, 교통, 복지 등 시정 전반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고 공주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최 시장은 “민선8기가 공주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민선9기는 그 성과를 완성하는 시기"라며 “민생과 실용을 시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결과로 평가받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9기 공주시장으로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소감은. 다시 한 번 공주의 미래를 믿고 맡겨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결과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공주 발전과 시민 행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민선8기에서 기반을 다졌다면 앞으로 4년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 ◇ 시민들이 다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해 달라"는 당부였다. 민선8기 공약 이행률 97.15%를 기록했고,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과 축산환경관리원 유치, 충남 생활인구 1위 달성 등 약속을 실제 성과로 이어간 점을 시민들께서 평가해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 민선9기 시정 운영 방향은 무엇인가. 핵심은 '속도감 있는 완성'과 '시민 체감형 실용 행정'이다. 시민 의견을 반영해 공약사업을 확정한 뒤 실행력을 높이겠다. 전시성 사업은 줄이고 시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자족 기반을 강화하고, 국비 확보와 투자 유치를 위해 '공주시 1호 영업사원'이라는 자세로 직접 뛰겠다. ◇ 핵심 공약인 '사람이 넘쳐나는 명품안전도시'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생활인구 확대와 안전도시 조성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종 국회의사당 건립과 연계한 입법 관련 기관과 유관기관 유치에 나서고, 유치가 확정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과 연계해 생활인구 유입 기반을 넓혀가겠다. 또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추진과 의당면~세종시 장군면 광역도로 조기 건설에 힘쓰고, 옥룡동 침수관리지역 정비와 전막 우수유출저감시설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 ◇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은. 기업이 찾아오는 경제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구산업단지와 탄천 제2일반산업단지, 송선·동현 산업단지 조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산업 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공주페이는 경기 여건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도 병행해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농촌공간 정비와 통합바이오가스화시설 설치, 농업재해보험 지원 확대,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등을 통해 농업 경쟁력도 높여 나가겠다. ◇ 문화·관광 분야의 구상은. 공주를 단순히 둘러보고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오래 머무는 체류형 관광도시로 만들겠다. 수변정원과 숙박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제밤산업박람회 유치를 추진해 관광 경쟁력을 높이겠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종교문화까지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해 지역 상권과 함께 성장하는 관광 모델을 구축하겠다. ◇ 교육·복지 분야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촘촘한 복지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교육과 보육 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의료 기반을 확충해 임산부와 영유아를 비롯한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 어르신들이 경험과 역량을 사회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도 확대하겠다. ◇ 청년 정책과 균형발전 전략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년 창업과 청년농업인 지원을 강화하고 공유주택과 공공임대 공급도 확대하겠다. 지역 특화산업과 청년을 연결하는 기반을 넓혀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겠다. 신도심은 행정·경제 기능을 중심으로 자족 기반을 강화하고, 원도심은 제민천과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관광과 상권이 살아나는 공간으로 육성하는 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하겠다. ◇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공주 발전만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공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협력하겠다. 임기 마지막 날 시민들께 “최원철을 다시 선택하길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결과와 성과로 보답하겠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인터뷰] 김희성 BEP 의장 “태양광 100GW는 ‘금융 목표’…위험자본 안심할 시장 만들어야”

“태양광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는 건설 목표가 아니라 금융 목표입니다. 사업 불확실성을 줄여 개발 단계에 투자할 위험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의장은 지난 2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태양광 확대에 대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BEP는 최근 창업 6년 반 만에 태양광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합쳐 총 1.4기가와트(GW)의 사업을 확보했다. 이는 설비용량으로는 원전 1기에 달하는 규모다. 공공이 아닌 민간 사업자가 국내에서 단기간에 이정도 사업을 확보한 건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 의장은 지금의 성과가 대규모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라 작은 사업을 꾸준히 축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당시부터 100메가와트(MW)짜리 한 건을 개발하는 대신 1MW, 0.5MW 규모 사업을 하나씩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한국은 소규모 태양광이 많은 시장이라 이런 방식이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BEP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크게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블랙록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BEP에 2021년 첫 투자를 시작으로 2024년 7월에 약 1000억 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총 5000억 원 넘게 투자했다. 김 의장은 태양광 사업을 금융의 관점에서 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2030년 태양광 100GW 목표도 초기 위험자본을 어떻게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태양광은 약 32GW정도 설치돼 있다. 그는 “3년 반 동안 약 70GW를 추가 설치하려면 결국 그만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은행이 개발 완성 단계에 투자하는 자금은 충분하지만 개발 초기 위험을 감수하는 위험자본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기관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개발 단계 투자가 쉽지 않다"며 “외국 자본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자본 유치가 필요한 만큼 해외 자본 의존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본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자금의 국적이 아니라 국내에서 고용과 산업이 만들어지느냐이다. 한국에서는 투자를 안 하니 해외자본 투자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위험자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출력제어 기준이 계속 바뀌고, 계통이 언제 연결될지 알 수 없으며 정보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투자 판단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사업을 고민하는 시간보다 어떻게 하면 위험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태양광만으로 100GW를 설치한다고 해도 필요한 면적은 음성군 정도 수준"이라며 “문제는 단순히 땅이 있는지가 아니라 경제성과 계통, 입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타당성 있는 부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라고 설명했다. 음성군의 총면적은 약 520.3 km²이다. 이는 전국 면적의 약 0.5%, 충청북도 전체 면적의 약 7%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가 공공 주도로 태양광을 확대하려는 정책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공공이 직접 사업을 확대한다고 해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라며 “정부가 직접 사업을 하기보다 다양한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산 기자재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의장은 “태양광 모듈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한 상품 시장"이라며 “국산 모듈 비중에 집착하기보다 태양광 보급을 확대해 개발과 건설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비에서 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구조물과 시공, 인건비 등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한다"며 “재생에너지 확산 자체가 국내 산업과 고용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시장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라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해 발전사업자는 전기를 팔 걱정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건강한 시장이 아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공급을 크게 늘려야만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BEP는 앞으로도 태양광과 ESS를 중심에서 육상풍력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김 의장은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2030년에는 5GW 이상을 보유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업권 인수도 시장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이다. 개발자가 사업을 팔고 다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시장 전체가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분야인 만큼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육상풍력 리파워링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안영환 교수 “탄소중립법에 ‘선형 경로’ 담고, 세부 목표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50년까지의 선형 감축경로를 하한선(최소감축 기준)으로 명시하고, 감축 진행 경과와 기술 발전에 따라 2040년과 2045년 목표를 결정해야 합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22일 에너지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현재 국회와 정부가 2031~2049년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탄소중립법에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안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탄소중립법 개정 논의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8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만 규정하고 2031~2049년 감축 경로를 제시하지 않은 현행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현재 국회에서는 2050년까지 매년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선형 감축 경로를 법에 담자는 주장과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안 교수는 “다양한 통합평가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세부적으로 들어갔을 때 부문별 경로와 비용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며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직접공기포집(DAC)과 같은 탄소제거 기술이 적용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달성이 쉽지 않다"며 “법에는 2050년 탄소중립까지의 선형 감축 경로를 하한으로 설정하고, 정부는 기술 발전과 감축 진행 상황을 보며 2040년 NDC와 2045년 NDC를 각각 2030년과 2035년 이전에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방법이 국회에서 진행한 공론화 결과와 2035년 이후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고려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상당히 의욕적이지만 에너지 정책은 비교적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2035년 NDC로 제시된 2018년 대비 53~61% 감축 가운데 최소 53% 감축은 필요하지만 61%는 철강·석유화학 등 제조업 구조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쉽지 않은 목표"라며 “제조업 경쟁력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030년과 2035년 NDC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도 재생에너지가 국내 전력공급의 중심 전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최근 건설된 민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건 어려운 과제"라며 “정부가 강제로 중단시키기보다 전력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100%까지 높여 탄소비용을 전력시장에 반영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원전과 수소 정책에 대해서는 “원전 2기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한 점과 수소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조정한 부분은 실용적인 접근"이라며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탄소 전원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탄소배출권 가격에 대해서는 “현재 가격이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원대 후반 수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두 배 가량 상승했다. 안 교수는 “2020년 코로나19 이전에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4만원 수준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며 “감축 강도가 점차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5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전환 노력을 촉진하는 한편 국내 기후테크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향후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일관성'을 꼽았다. 그는 “이제는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이행이 중요한 시기"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권 교체는 당연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크게 흔들리면 기업과 산업계는 투자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은 앞으로 비용과 불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행 과정에서 반발이나 백래시(Backlash)가 나타날 수 있다"며 “언론 역시 정치적 시각보다 팩트에 기반해 접근하고, 단기적인 논쟁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숙명여대가 기후·에너지 분야를 대학원의 특화 영역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숙명여대는 2016년 특수대학원에 기후환경융합학과를 신설해 기후·에너지·환경정책과 ESG 분야 교육 및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2019년 일반대학원에 기후환경에너지학과를 개설해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타라기후재단 지원을 받아 기후환경커뮤니케이션 전공도 신설했다. 현재 기후환경융합학과와 기후환경에너지학과에는 100명이 넘는 대학원생이 재학 중이다. 숙명여대는 올해 탄소중립대학원을 출범시키고 기후·에너지 분야 연구와 교육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가문 자산 관리 넘어 가업 승계 솔루션 제시”…송재광 신영증권 APEX패밀리오피스 부장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는 가문의 문제를 직접 풀어내는 '해결책(솔루션)'입니다. 단순히 자산관리(WM)의 한 종류로 접근하는 다른 금융사들과는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경쟁사들이 우리 방식을 물어보고 참고하기 위해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송재광 신영증권 APEX패밀리오피스본부 부장은 자사 패밀리오피스만의 차별점을 이같이 강조했다. 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송 부장을 만나 패밀리오피스 사업의 전략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WM 서비스는 증시 상황에 따라 변하는 주식 중개 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다. 그중에서도 초고액 자산가들의 가문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는 전 금융권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금융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신영증권은 자사 패밀리오피스의 정체성을 솔루션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한 자산 관리를 넘어, 고객과 그 가족이 마주한 문제를 함께 풀어내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기업 오너가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할 때 그저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신영증권은 이 솔루션에 대해 '회사의 재무제표와 세무조정계산서까지 들여다보며 세금을 줄이고 안전하게 자산을 이전할 수 있는 맞춤형 구조를 짜는 데 모든 역량을 쏟는다'고 설명한다. 신영증권을 찾는 자산가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결국 자산을 다음 세대에 안전하게 물려주고, 그 물려받은 자산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최근에는 증여세를 내더라도 자녀에게 자산을 일찍 증여해 증시 상승세 속에서 자녀의 투자금을 마련해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신영증권은 이런 고객 요구에 맞춰 자산 관리를 전담하는 프라이빗 뱅커(PB)와 문제 해결을 전담하는솔루션 PB를 나눴다. 사안에 따라 본사 헤리티지솔루션본부나 투자은행(IB)본부 전문가, 외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이 협력해 전략을 짠다. 솔루션을 설계하는 패밀리헤리티지서비스와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조율하는 패밀리오피스로 역할을 나눠 전문성을 높인 구조다. 다음은 일문일답. -증권사, 은행 등 전 금융권이 패밀리오피스 사업을 전개하는데, 이들과 차별화되는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신영증권은 솔루션과 자산관리를 구분하고, 솔루션에 진심을 다한다. 자산관리는 재산에 대한 단편적인 관리, 솔루션은 더 큰 프레임에서의 고객 문제 해결이다. 예를 들면 가업 승계를 위한 구조 개편이 있다. 중소·중견 기업 오너들에게 주요 자산은 그 회사의 주식이다. 증여세를 계산하고 절세 시점을 잡는 것은 단편적인 서비스다.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는 회사의 전반적인 지배구조를 확인하고, 재무제표 및 세무조정계산서 그리고 보유 부동산 리스트 등을 검토해 가업승계 관점에서의 기업 구조개편 솔루션을 마련한다. 여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가업승계 특례 등을 고려한 절세 방안도 함께 제시한다. 자산관리 측면에서 보면, 신영증권의 포트폴리오는 PB의 뷰에 좌우되지 않는다. PB는 고객 관리의 역할에 더 중점을 두고, 포트폴리오는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의 '모델 포트폴리오'에 기준점을 둔다. 이후 각 고객의 투자 성향이나 니즈에 맞게 개별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후 본사 자산관리솔루션부에서 고객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모델 포트폴리오와 비교하고 필요하다면 자산 배분 재조정(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신영증권 자산가 고객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고민은 무엇인가. ▲자산가들의 고민은 본인의 자산을 후대에게 안정적으로 이전하는 것과, 후대가 이전된 자산을 잘 보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증시가 사상 최대의 활황을 맞이하자 고민의 결이 조금 달라졌다. 과거에는 상속·증여세로 인해 승계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주로 우려했다. 최근 일부 고객은 증여세를 부담하더라도 일정 재산을 미리 승계해서 자녀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증여세를 부담하더라도 이후 증가하는 자산의 가치에 대해서는 추가 세금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서 자산관리 전문가 그룹과 현장 PB 간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에는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자산관리 PB가 있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담당하는 솔루션 PB가 있다. 자산관리 PB가 초기 상담을 맡고, 솔루션 PB와 소통하며 자산운용 전략을 세우고 다듬는다. 더 깊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신영증권 내 헤리티지솔루션 본부, IB본부의 전문가들과 협업한다. 가업승계 관점에서 구조 개편 전략을 수립할 때 기업매각이나 인수합병(M&A), 자금조달 등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또한 솔루션 실행 단계에서는 필요하다면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신영증권의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와 협업할 수 있다. -신영증권에는 패밀리오피스와 패밀리헤리티지서비스가 모두 있다. 차이점이 무엇인가. ▲패밀리헤리티지본부가 전문가 조직으로서 솔루션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역할에 중점을 둔다면, 그 솔루션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가족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설득하는 것은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이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이 있더라도 고객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소용없다. 고객 가족에 적합한 솔루션을 설계하고 적시에 제안하여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따라서 패밀리헤리티지본부와 패밀리오피스본부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통상 패밀리오피스는 자산 규모(AUM)로 고객을 선별하는데, 신영증권은 가입 조건으로 장기 거래와 신뢰관계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가 있나. ▲대부분의 고액자산가들 성향 상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처음부터 많은 자금을 맡기는 경우가 드물다. 당장의 수익성을 보기보다는 신뢰관계를 더 깊게 쌓아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고객을 만들고자 한다. 처음에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지 않더라도, 자산승계와 관련된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고 자산을 관리하다 보면 인연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APEX패밀리오피스가 출시된 첫해인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는 고객들도 있다. 자산 승계 과정에서 1세대 고객과 맺은 인연을 그 다음 세대 고객과 이어가기도 한다. -신영증권의 APEX패밀리오피스가 10년, 20년 뒤에도 자산가를 위한 금융서비스로 남기 위해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인가.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해외 패밀리오피스 운영 벤치마킹, 가업과 자산승계 솔루션 관련 해외사례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에서 적용하고 있는 전략을 벤치마킹해 국내 고객들에게도 제안하고 적용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국내 자산가들이 직접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거나 회사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플립(Flip) 형태의 구조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현지 상황 파악, 국내와 싱가포르 간 '크로스보더(국경 간)' 규정 확인 등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출장도 다녀왔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인터뷰] “美 에너지에 300조 투자…韓 기업, 세계시장 도약할 역대급 기회”

“AI와 반도체와 더불어 미국 시장에 대한민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됩니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미 간 대규모 투자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 전력망·원전·가스 및 가스발전·ESS 분야에서 엄청나게 큰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특히 “미국에 투입될 것으로 거론되는 수백조원 규모 투자 가운데 미국 측에서 에너지 인프라에 많은 부분을 투자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력망, 원전, 가스파이프라인 및 터미널,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기기 제조 등 거의 모든 에너지 분야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참여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일환으로 미국에 3500억달러(약 525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미 조선분야에 투자하고, 2000억달러는 반도체, 에너지 등 양국의 협의로 정해진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직 시장이 정해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실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우리가 부담하게 될 자금이라면 단순히 돈만 내는 구조가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진출을 도모하며 많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야 한다"며 “민관이 함께 움직이며 전략적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교수는 오는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최하는 한미 에너지 비즈니스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양국 정부와 양국 에너지 기업 의사결정자들이 다양한 미국 내 신규 에너지 사업기회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이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수행하면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들의 수준 자체가 달라진다"며 “그동안 국내에서 익숙했던 방식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글로벌 수준의 계약, 설계, 건설, 운영, 안전 등의 전체 시스템을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계약 이행과 전력 공급 신뢰도에 대해 상세하게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위반시 큰 벌금을 내야 하지만 규정에 잘 맞게만 한다면 보상도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약속된 시간에 전력 공급을 못하면 막대한 패널티가 부과된다"며 “이런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관리 체계와 운영 역량도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등을 언급하며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특히 투자로서는 송전망과 가스망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고 있어 장기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전사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크지만 큰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반면, 송전망·가스망 같은 인프라는 적정 수익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안정성이 높다"며 “향후 미국 에너지 투자 확대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전 및 SMR 분야에 대해서도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 가능한 국가가 많지 않다"며 “프랑스와 미국, 일본이 과거 대비 약화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역시 최근 대미 투자 확대를 계기로 원전 산업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현재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지금은 우리 에너지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번 기회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 경험과 기술·운영 역량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달의 인물] 김영훈 장관, 파업 주도했던 경험이 삼성전자 파업 막은 저력 됐다

지난 20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머릿 속엔 한 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삼성전자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도 차관을 대신 보냈다. 각 부처의 1주년 국정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였지만 그에게는 파업을 막는 게 더 중요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김 장관은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기했다. 오전, 조정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그는 노사 양측에 교섭 재개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경기지방고용노동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취재진도, 카메라도 물린 채 직접 중재에 나섰다. 그렇게 6시간 후 노사가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이날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은 지난 27일 노조 투표에서 70% 이상 찬성률로 가결됐다. 김 장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누군가 다시 대화의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 파업 주도 노조 위원장이 장관으로…긴급조정권 '딜레마' “긴급조정권을 쓴다는 것이야말로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노사 잠정 합의를 이끌어낸 직후 김 장관은 이렇게 털어놨다. 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조정이 결렬되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긴급조정권은 노조 쟁의행위를 정부가 강제로 중단시키기 위해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마지막 긴급조정권 발동은 지난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때였다. 당시 그는 철도노조 위원장이었다. 현재 장관이 된 그로서는 긴급조정권이 '최후의 수단'이기 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딜레마'였다. 누구보다 노사 관계를 잘 알고, '교섭·파업 전문가'란 수식어도 붙었던 그다. 실제 그는 철도노조 위원장이었던 2016년, 74일이란 역대 최장기 철도 파업을 이끈 장본인이었다. 그해 현대차 노조 파업 때는 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정부의 강제 개입 의사에 그는 “긴급조정권 발동 시 모든 조직이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반발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장관으로서 긴급조정권 발동 권한을 손에 쥐게 됐다. 노사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된 그에게 파업은 주도가 아니라 막아야 할 사안이 됐다. 장관으로서 긴급조정권을 결정하는 순간, 노동자로서 뿌리 내린 삶을 부정하는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토록 그가 노사의 대화와 자율 교섭에 목을 맸던 이유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교섭마저 실패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면 아마 장관직을 걸자는 생각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산재) 사망사고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을 때다. 김 장관의 말에 이 대통령은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 직을 걸라"고 했다. 포스코이앤씨 작업 현장에서 올해만 네 번째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였다. 삼성전자 파업 건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직을 걸여야 할 사안이었다. ◇ 국회의원 낙선…철도 기관사가 장관으로 직행 열차 김 장관은 철도 기관사였다. 지난해 6월 23일 이재명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던 날도 그는 부산에서 김천까지 ITX 새마을호 열차를 몰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현직 기관사가 장관으로 가는 직행 열차를 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까지 안전운행 하겠다." 그는 1992년 한국철도공사 전신인 철도청에 입사, 철도 기관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이 되면서 본격적인 노동 운동에 몸 담게 된다. 2006년 3월 1일 전국 철도 총파업을 주도해 구속된 전력으로 그에게는 소위 '파업 전문가'란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다. 당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과 파견법 등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 정책에 맞서 20일 넘게 단식 투쟁도 벌였다. 그의 정치 이력은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의 인연으로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되면서다. 노동 운동가 출신에게 정치 도전은 녹록지 않았다. 2020년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22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그는 정계를 떠나 철도 기관사로 돌아갔다. 그와 오랜 지인이었던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보면, 적군이 별로 없고 올곧은 사람인데 이제 정치는 안 한다고 서운한 마음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그랬던 그가 2022년 20대 대선 때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 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게 되면서다. 앞서 이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민주노총 위원장을 노동부 장관에 앉히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노동부 장관 발탁은 이재명 정부가 공약했던 '노동 중심 사회'에 걸맞는 절묘한 인사란 평가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단순히 특이한 경력 그 이상이다. 철도 기관사, 노총 위원장이란 최전선에서 쌓은 경험이 노동 정책의 최고 결정자로 이어진 것"이라며 “노동 현장과 정무 양측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 드문데, 이 정부의 노동 사회 기조 전환과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 “끝나야 끝난다" 물밑 대화의 힘…노사 “신뢰 생겨" “불광불급(不狂不及), 끝나야 끝난다" 미치지 않으면 다다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노사의 3차 사후조정까지 결렬돼 파업을 목전에 뒀을 때 김 장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쓴 메시지다. 그는 막판까지 노사와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관님이 우리 노동부로서는 절대 대화가 먼저라고 수차례 말씀하셨다"며 “사후조정을 시작하면서 장관님부터 파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표 쓰자고 했다"고 말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3차 사후조정이 진행될 때 김 장관은 물밑에서 노사를 만났다. 사측에는 “반도체 부문 적자 직원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주의 원칙에 '예외'를 두되 시행 시기를 늦추자"고 설득했다. 노조에도 자신이 노조 위원장 시절 파업을 주도한 경험을 들며 “파업 앞두고 압박감도 심하고, 고립돼 있을텐데 같이 해결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김 장관의 끈질긴 대화와 설득 속에 노사 모두 조금씩 마음이 열렸다. 공감대와 신뢰가 쌓인 끝에 장관의 최후 교섭 제안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노조는 이해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며 “긴급조정이나 파업보다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늦은 밤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김 장관은 그제서야 웃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 앞에 놓인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대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요 약력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축산학과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정의당 노동본부 본부장 △정의당 제21대 국회의원 후보 △더불어민주연합 제22대 국회의원 후보 △현 고용노동부 장관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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