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공급망 확보 지름길 해외 자원개발, 지금이 적기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수출 물량이 지난 7월 연중 최고치로 떨어졌다. 글로벌 배터리사들이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부진에 따라 재고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 핵심광물인 리튬 가격이 대표적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리튬 가격이 2022년 11월 최고점인 kg당 571.5위안에서 지난 8월엔 72.6위안으로 크게 하락했다. 통계자료를 보면 7월 양극재 수출량은 1만4480톤으로 전월(2만408톤)대비 2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8.2% 증가한 283만 8000대다. 완성차->배터리->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동반 부진에 빠지고 있다. 문제는 양극재 업계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광물(리튬,니켈,코발트)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산업체들이 전기차 산업 호황을 틈타 생산을 늘렸지만 전기차 산업 성장률의 일시 둔화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타리의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경쟁국인 중국 일본과 비교해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핵심광물 대부분을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산화.수산화니켈, 황산니켈, 이산화망간, 산화.수산화코발트, 흑연등이다. 우리의 주력인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에 쓰이는 주요 재료들이다. 특히 음극재 소재로 대체재가 없는 흑연은 97.1%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을 무기로 삼은 중국은 정부가 2008년 이후 5년 단위 계획을 세워 핵심광물을 관리해 오고 있다. 국내외 자원개발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불법 채굴을 단속하고 수출을 제한적으로만 허가하는 방식으로 광물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룬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2027년까지 중국이 장악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자립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핵심광물을 사용한 배터리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해 주기로한 시한이기 때문이다. 중국산을 대체하지 못하면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48만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도 공급망 자립은 필수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각자도생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중국 일본처럼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주요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이다. 하지만 일본는 우리보다 두배 많은 리튬, 니켈, 코발트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지분을 확보한 리튬, 니켈, 코발트 광산은 2022년 기준 15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호주 레이븐소프(니켈), 멕시코 볼레오(구리.코발트), 아르헨티나 살데오로(리튬) 등이다. 반면 일본 기업은 31곳으로 필리핀 리오튜바(니켈), 뉴칼레도니아 티에바가(니켈), 호주 브로큰힐(리튬), 호주 마운트이사(코발트), 칠레 아타카마(코발트), 아르헨티나 올라로스 (리튬) 등이다. 그리고 한국광해광업공단이 2007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사업은 스미토모가 최대 주주로 운영권을 갖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민간 종합상사와 국영기업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원팀으로 뛰며 해외 광산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JOGMEC은 해외 자원 확보에 최대 75%에 달하는 출자. 재무보증 등 자금 지원뿐 아니라 지질탐사 등 기술, 정보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광물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자원빈국이다. 2001년 김대중 정부때 “해외 자원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박근혜, 문재인 정부들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적폐로 몰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해외 자원개발이 국내 정쟁의 도구로 10여년 뒷걸음질 친 사이 글로벌 자원경쟁은 한층 격화됐다. 자원개발은 탐사부터 개발.생산까지 수십년이 걸린다.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나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다. 자원개발 특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만 성과를 올릴 수 있음을 이젠 알 때도 됐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이 되고 외교부 등과 협력으로 자원외교에 나서고 있다. 한 걸음 더 나간다면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등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공급망 확보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공기업과 민간이 협력해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렇치 않고선 공기업도 민간도 해외 자원개발에 쉽게 뛰어들 수 없다. 주요 광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투자의 적기이다. 강천구

[EE칼럼] 사라지는 도전정신, 멀어지는 자원안보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면 실패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얻는 것도 없다. 자원개발은 탐사단계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성공률이 낮은 전형적인 고위험 사업이기에 당연히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그래서 자원개발을 추진하는 회사는 이런 위험성을 분산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접근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참여사업과 참여지역의 포트폴리오, 인력의 전문성, 회사의 대형화 등의 전략을 통해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또한 사업 추진체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구조를 유지하려고 한다. 자원개발회사가 자원사업 고유의 특성인 고위험성을 무릅쓰고 일을 추진하려는 도전정신이 없다면 자원개발회사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 물론 시작을 안 하면 실패도 없다. 실패를 안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작을 안 하는 것이 답이겠지만 자원개발사업에 성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원탐사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사업의 위험성을 회피하기에 급급하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만들었을까?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자원개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야생적인 도전정신은 영영 회복할 수 없는 문화가 되어 버린 것인가? 도전정신이 무조건 일을 생각 없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일을 실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자료검토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탐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추진사업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과 다양한 리스크를 검토하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벤처사업과 자원개발 사업은 리스크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투자 기간과 규모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작은 아이디어로 작은 투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벤처사업과 달리 자원개발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면서도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작은 회사의 경우 섣부른 투자에 따른 실패는 회사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장기적 사업, 고위험성, 불확실성이 높은 특성을 갖는 자원개발사업을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여 추진할 수 있는 회사의 형태는 결국 국영회사이거나 대형 일괄조업 회사인 것이다. 현재 석유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국영회사이거나 대형 회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에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실패한 주요 원인은 높은 자원가격 시기에 사업 참여와 낮은 자원가격 시기에 사업 철수가 반복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부가 바뀔 때 5년 주기로 자원개발 정책이 바뀌니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자원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수십 년이 지나도 기술과 자본의 축적은 꿈도 꿀 수 없으며 한국의 에너지자원 안보는 제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더구나 이때마다 이전 정부의 정책수행에 대한 감사와 조사가 이루어지고 처벌이 진행되니 어느 누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추진하겠는가? 차라리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몸소 체득하게 하는 결과는 낳게 되니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도전정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자원빈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국가적 차원의 자원안보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방법은 단기적인 국내 비축을 넘어 해외자원개발과 국내 대륙붕개발을 통한 에너지자원 공급망 확보이다. 중국, 인도, 일본과의 자원확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원공기업이 전문성을 갖고 정치의 영역에서 탈피하여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자원개발의 태생적 특성인 불확실성과 고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신현돈

[EE칼럼] 기록적 폭염과 에너지 복지,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지난 두 달 동안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악영향을 그야말로 몸으로 체험하였다. 그런데 막상 주변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들의 논의의 초점이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과는 사뭇 다른 것을 알게 된다. 다들 기후변화가 진짜이며 매우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내년 여름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에너지절약이나 청정에너지의 자발적 생산 등이 아니고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대형 에어컨을 추가로 구매하며, 냉방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현재 가정용 전력 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해 달라거나 아예 복지 차원에서 '냉방용 전기 사용 보장'을 해 달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개개인의 처지에서 보면 당장 더위를 해결하는 것이 온실가스 등 원인의 해결보다 더욱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온실가스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오늘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적인 이슈화가 되어 온실가스 감축 협의가 시작된 것이 1990년대이니 20년이 넘은 이슈이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 전문가나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응' 방안에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막상 실제로 국민이 체험하게 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부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한다. 지구온난화를 대처하기 위한 정책은 원래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억제하는 대응 방안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맞추어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해 가는 적응 방안도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남지방의 토산품이던 사과가 이제는 강원도가 주산지이며, 제주도의 명물 감귤도 이미 경남이나 호남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어쩌다가 잡히던 참치가 이제는 남해안에서 흔하게 잡히는 어종이 되었다.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이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품종 기술개발과 산업의 조정은 물론 적을 위한 교육에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과 상업 및 산업현장에서의 기후변화 적응 방안은 거의 만들어진 바 없다. 그저 허리띠 졸라매기 형의 에너지절약 방안만을 외치고 있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한 등 끄기나 냉난방 기간 제한, 차량 십부제 등의 조처가 요즈음에도 냉방 온도나 시간 제한하기 또는 제조업이나 상점의 냉방억제 등의 형태로 변화되었을 뿐, 최고기온이 35~40도에 달할 때 국민은 어떻게 냉방용 에너지소비를 하여야 하는 것인지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러니 국민은 이번 여름과 같은 폭염이 또 올까 두렵지만 기후변화에 적응할 방책을 모르니 결국 더 큰 용량의 에어컨을 구매하면서 전력 요금은 더 많이 깎아달라고 하는 에너지 복지의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만다. 사실 기업들은 이미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소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를 시행한 지 오래다. 기업은 자기가 사용하는 에너지시스템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 및 상업 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국민이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선택의 권한이 국민에게 주어져 있지 않은 것뿐이다.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산업은 이미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용 용량과 요금제도를 가지고 있다. 똑같이 망(network)을 사용하는 전력산업은 그러나 이제 겨우 소비자가 자기가 원하는 검침 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력 요금 역시 전 국민이 단일요금제도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스마트한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만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여름철에 충분히 냉방을 하며 지내지 못할 이유도 없는 나라이다.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는 사회 미덕이자 국제경쟁력이다. 국민과 함께 스마트한 소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대안을 제공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첨단기술이 국민의 선택을 보장하여 주고 국민은 스마트하게 생활하는 방안이야말로 진정한 에너지 복지 방안일 것이다. 이런 방안들이 현실이 되는 시기가 빨리, 가급적 내년 여름 이전에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은녕

[EE칼럼] 양수발전소, 기후대응 댐이 될 수 있다

2023년 9월 영국 가디언지는 북극곰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하였다. 애초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표 멸종위기 종으로, 그동안 기후 위기의 '상징'처럼 다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난 50년간 평균기온이 4℃나 상승했을 정도로 지구온난화 직격탄을 맞았던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북극곰의 개체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유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줄어들면서 사냥이 어려워져, 북극곰들이 주요 먹이였던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육지에 서식하는 순록까지 사냥하며 생존 전략을 변화시켰다. 이와 더불어, 북극곰과 회색곰의 교배종인 피즐리(pizzly)가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되었다. 쉽게 말해 북극곰이 기후 변화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면한 기후 위기 자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젠 불가피해진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준비도 최근 분주해졌다. 지난 2024년 7월 30일 환경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선정한 '기후대응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댐은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으로, 각각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권역에 분포해 있다. 각 댐은 한 번에 80~220mm의 강우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갖추고, 연간 2.5억 톤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많지만, 강수량의 지역적 분포가 고르지 않다. 또한, 특히,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고,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어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도 심하다. 더욱이 높은 인구 밀도와 급속한 산업화로 물 수요도 높아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 패턴, 강우량 등이 변동하면서 최근 가뭄과 홍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가령 2022년과 2023년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2022년 남부지방의 장기 가뭄으로 생활용수 부족과 함께 국가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도 겪었다. 특히 수도권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이미 용량의 94%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만일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인구의 절반에게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도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한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가 이번 환경부 발표의 기본 취지로 읽힌다. 한편 이번에는 제외되었지만, 사실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에는 양수발전소도 한몫 거들 수 있다. 그동안 양수발전은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 하부 저수지에서 상부 저수지로 퍼 올린 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주로 발전기 겸 에너지 저장수단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다목적댐, 홍수조절 댐, 용수전용 댐 등과 유사하게 역시 '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수자원 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보통 양수발전은 물 저장 용량 및 에너지 저장 주기에 따라 다양한 분류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주파수 조정, 고주파 제거, 공급 중단 시 백업 전력 제공 등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 단위 양수발전이나 일일 전력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일 단위 양수발전 등 주로 단주기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물 저장 용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저장 주기를 연장하면, 계절 단위나 심지어 연간 단위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가령 계절 단위 양수발전의 경우, 주로 대형 강을 따라 평행하게 고위 저수지를 건설되는데, 주로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물 가용성이 높은 시기에는 물을 상부 저수지에 저장하고, 추가적인 대규모 전력 생산이 필요하거나 물이 부족한 가령 겨울철에 저장된 물을 하부 저수지로 방출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완화 등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계절 단위 양수발전 외에도 양수발전을 담수나 지표수 관리에 병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령 일본 오키나와와 같이 담수 자원이 부족한 도서나 해안지역에서는 담수 대신 해수를 저장하여 양수발전을 하는 예도 있다. 이는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로 전력 불안정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담수 자원이 아쉬운 제주도에 적합해 보인다. 또한, 폐광이나 채석장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하여 지표수 자원의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지하에 위치하기 때문에 증발 손실이 적고, 지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여 물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양수발전은 발전기 및 에너지 저장수단 즉 에너지 정책 대상인 동시 이제는 기후 위기에 적응력을 고양하는 주요한 수자원 관리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당면한 에너지와 물 문제 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련 기술개발과 실제 적용에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EE칼럼] 소 키울 사람이 없다

소는 누가 키우나? 한때 유행했던 우스갯소리다. 요즘 그 속뜻이 새삼스럽다.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고기와 우유를 얻으려면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번듯한 축사와 좋은 사료 등. 그런데 핵심은 매일 소를 먹이고 돌봐줄 사람이다. 원전산업 인력난이 심상치 않다. 지난 정부 5년간(2017~2021년) 국내 3대 원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전기술에서 1230명이 자발적으로 퇴직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는 직원을 7728명에서 5622명으로 27% 감축했다. 현재 원전산업 인력은 3만5649명으로, 탈원전 이전인 2016년(3만7232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정년 퇴직과 젊은 세대의 원자력 전공 기피 등이 더해져 인력난을 가중하고 있다. 원전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6기 원전의 운영을 포함해, 국내·외 신규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 우리 에너지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 사업을 수행할 핵심 인력 확보가 중요하기 떄문이다. 당장 시행할 단기 대책부터 시간을 두고 지속해야 할 중장기 대책까지 아울러서 말이다. 첫째, 고경력 전문인력 운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퇴직 직후 또는 퇴직을 앞둔 인력의 수십년 현장 경험과 노하우는 사장시키에는 너무 아까운 자산이다. 이들은 원전 설계 및 운영부터 안전규제 업무에 즉시 투입가능한 인력이다. 원자력 기관이 고경력 전문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전산업 종사자 개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원전감독법」 제15조(임직원의 취업제한)를 대폭 완화하여, 고경력 전문인력이 직업윤리만 지킨다면, 국내 어디서든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둘째,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 원전산업은 공기업 위주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정원과 예산 통제를 받는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어도 정부의 승인을 받기까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 시기를 놓쳐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잦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력과 예산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기업이 국내·외 원자력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이 원자력 분야로 진출하는데 걸김돌이 되는 제도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셋째, 불합리한 규제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안전규제에 관해 '규제의 독립성'원칙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규제 관련 기관장이나 회의체 구성원 등을 선정할 때, 피규제기관 임·직원은 물론, 그 기관의 자문, 과제나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조차 배제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원자력 전문가 풀이 협소한대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대며 전문가를 배제하다 보니, 적합한 전문가 찾기가 모래 밭에서 바늘 찾기가 됐다. 이는 안전규제의 또다른 핵심 원칙인 '규제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하고, 결국에는 인허가 지연으로까지 이어진다. 직업윤리를 준수하는 전문가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활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넷째, 원전산업의 미래 계획을 서둘러 실천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원자력 전공 기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원전산업의 미래에 대해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원전산업에 꼭 필요한 기반을 조기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핵심이 신규 원전 부지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고려한 대형원전 3기와 SMR 1기를 건설할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울러 원전 수요 창출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2037~38년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국내 화력발전소 12기 중 다수를 SMR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서둘러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수출용 대형원전을 민간기업과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15년전 개발을 시작한 APR-1000으로 체코 진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원전 인력양성을 돕고 우리 원전의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문주현

[EE칼럼]진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길

에너지는 국방, 식량과 함께 국가 존립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최상의 지식과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 높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공개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문제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의 지정학적 환경, 산업 환경, 중장기 발전 전망 등도 냉철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 이해관계나 단기적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넓은 시각에서 공개적이고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논의가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와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이해관계에 따라 단편적인 의견을 내놓는 경향이 있고, 정치권의 토론회는 극도로 진영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전문가들조차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며 소신있는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의 주요 원인으로 실무안이 충분한 근거자료들과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어떤 전문가라도 에너지 문제 전반을 꿰뚫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과정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점에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잘잘못이나 현재의 부족한 점을 먼저 따지기에는 올바른 국가 에너지 정책 체계 수립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에너지 문제는 이미 극단적으로 진영화되어 있으며, 급변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문제를 제대로 따지려다 보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일단 미래를 중심으로 합리적이고 치열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2050년대에 이르러서는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후진사회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1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마련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많은 토론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력 수요 전망과 에너지원별 적정 비중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고, 전력망 확보, 전기 품질 및 적정 가격 문제 등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지만,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 비중을 70% 수준으로 상향시키겠다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전기본은 매 2년마다 수립되므로, 차기 전기본이 최상의 지식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신뢰성 있게 수립될 수 있도록 논의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도 국회에서 에너지 문제를 다양한 형태로 논의하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자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를 포함한 정당 차원 활동의 대부분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입장이 다른 의견은 무시되거나 형식적으로 청취되고, 이는 결국 편향된 정보로 무장된 진영 간의 끝없는 싸움을 초래할 뿐이다. 이미 진영화된 전문가들과 운동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들이 국회 토론회를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가와 인류를 위한 에너지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22대 국회의 첫 2년을 에너지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 기간으로 삼길 건의한다. 이러한 학습은 국회만의 일이 아니다. 각 분야 에너지 전문가들도, 이해관계에 얽매여 때로는 아전인수격 주장을 해온 이해관계자들도 함께 참여하여 깊이 있는 학습과 토론을 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높은 여야 국회의원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회 포럼을 통해, 2년간 다양한 주제에 대해 꾸준히 지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할 필요가 있다. 토론회 전 과정은 국회방송과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해 공개하면 좋겠다. 국회의원들은 인사말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토론에 적극 참여하여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 이러한 포럼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지속된다면, 분명한 사실과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국가기관들은 토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적기에 제공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든 정당에 따라 에너지 문제를 보는 시각과 정책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은 에너지 문제를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고, 우리나라처럼 심각하게 진영화된 경우는 거의 없다. 국회가 에너지 문제에서부터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EE칼럼] 미국 상무부, 무상할당 된 배출권 보조금이라고 억지 주장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최근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하며 이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값싼 전기요금과 배출권거래제 하에서의 배출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무상할당분이 보조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 세계무역기구(WTO)는 보조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보조금을 통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할 경우, 효율성에 기반한 자유무역을 왜곡하고 타국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때 상대국은 수입품에 포함된 보조금의 금액만큼 추가로 부과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격 우위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상계관세라 한다. 미국 철강 업계는 한국 배출권거래제의 탄소누출 규정에 따라 100% 무상으로 할당 받은 한국 기업들을 보조금 수혜로 판단해 관세부과 대상으로 주장하고 있다. 탄소누출 (Carbon leakage)이란 한 국가나 지역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데 탄소누출이 발생하면 한국 철강업계는 생산시설을 한국이 아닌 탄소규제가 없거나 약한 인도 등 개도국으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 붙잡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무역 의존도가 큰 기업들에게 100% 무상할당 중이다. 그런데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일반 기업들에게는 90%만 무상 할당하면서 철강업계에는 100%를 무상 할당하는 특혜를 주었기 때문에, 이는 인위적 가격조작을 유발하는 보조금이라는 주장을 한다. 추가로 무상 할당된 10%는 정부가 대가를 받고 지급해 얻을 수 있었던 세수인데, 이를 포기함으로써 세금 감면과 유사한 혜택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추가적으로 무상으로 할당 받은 탄소 배출권 만큼에 상응하는 상계관세를 부과해버렸다. 자국에서는 주어지지 않는 값싼 전기요금에 대해 보조금 판단을 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미국 기업들은 비싸게 발전된 전기를 제 값에 주고 사서 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현재 소매 전기가격이 한국전력 독점으로써 정부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덤핑으로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이렇게 미국과 한국 기업들의 전기소비에 따른 형평성을 따지자면 불공평한 경쟁이라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출권 무상할당의 보조금 판정은 다르다. 미국 철강사들은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도 일률적으로 적용 받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과 아예 비교 대상조차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A 기업에 비해 한국의 B 기업이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이를 상계관세의 대상으로 본다고 판단을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비교하려면 미국의 철강사와 한국의 철강사가 비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무상할당 조정계수가 1이 넘지 않는 상황, 즉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 자체가 규제의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축된 후 나머지 배출량은 보조금이라고 판정되어선 안된다. 정부로부터 일부 배출권을 경매로 구입해야 하는 기업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혜택을 받고 있다 뿐이지, 절대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의 규제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물론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아직 배출권거래제에서의 무상할당 된 배출권을 보조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연한 논리이다. 이에 대해 반박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존재 때문이라거나, 혹은 배출권의 무상할당이 보조금이 될 수 없다는 원리를 잘 이해 못해서일 것이다. 만약, 이미 배출권거래제가 운영되어 있는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일환으로 관세를 적용한다면,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유럽과 한국 모두가 배출권거래제를 적용 받는 중이고, 무상할당률 만이 차이가 나면 유럽과 한국 철강사간의 공정한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부과는 배출권거래제의 몰지각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오류이고, 자국 내의 학계나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받았는지도 매우 의심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의 조치이니 순순히 받아들이자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상계관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바로 꼬리를 내리는 것 또한 업계와 정부 모두의 무지 탓이다. 너무 안타깝다. 유종민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