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
1인 가구 구조적 고립 증가…'빨간불' 짙어져
우울증 치료·고위험군 사례 연구 등 중요 과제
자살통계 분석 가능해지는 적극적 법개정 필요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이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와 최근의 위험요인 실태 및 국가적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경희대병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20년 넘게 안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 수가 2011년 이후 최고치였으며, 자살이 40대 사망원인의 1위로 올랐다. 특히 10~30대 젊은 층의 자살률 상승이 심각하다. 국가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빨간불'이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신임 회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7일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인해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단 한 사람'이 없는 구조적 고립이 새로운 자살의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공동체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대책이 나올 수 있으므로 자살통계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는 적극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 1일부터 2년이다. 그는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회자살예방포럼 운영위원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형표준자살예방교육(보고듣고말하기)' 개발과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프로그램' 개발 등 자살예방과 정신건강 분야의 공로로 2019년 대통령 표창과 2024년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백 회장은 “자살문제를 직면하는 일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앞으로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살 유족을 비롯한 다양한 이들과 협력해 위기를 희망으로 연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백 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한국 사회에서 정신건강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영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신적 고통을 말하지 못하고 숨겨야 하는 문화'와 '낮은 치료 접근성'입니다. 자살사망자의 사례를 검토하다보면,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기도 하고 표현을 해도 편견 때문에 더 고통을 받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 자살의 경고증상이 여럿 있어도 몰라서 돕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살위기나 우울증이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이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도와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자살을 개인의 막다른 선택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자살사망자들의 심리부검 연구들은 자살이 선택이 아니었다는 근거를 보여줍니다. 자살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스트레스로 시작하여 끝에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합쳐서 극도의 절망상태에서 평소와 같은 문제해결능력과 판단능력을 발휘할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자살을 자살예방법에 '내몰린 죽음'으로 정의하였습니다. 내몰린다는 것이 누군가 내몰았다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할수 없이 내몰린 위기상황에서 구조되지 못하였다는 관점입니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이 외국의 성공사례를 설명하면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경희대병원
◇ 흔히 자살은 전염성이 있다고 하며 '자살 바이러스'라는 표현도 쓰이는데요. 국내 자살률을 더(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자살은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현실에 비해 자살에 대한 연구는 다른 질병처럼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 우울증과 자살은 전염병이 아니지만 전염성을 가집니다. 지난해 12월 총리실 산하에 발족한 '범정부생명지킴추진단' 실장이 전국의 400여 명의 현장전문가들(경찰, 소방, 센터 사례관리자, 보건소 관계자 등)을 만났는데 '자살시도자와 고위험군은 우리가 열심히 볼테니 제발 정부가 전국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달라'고 간곡히 공통적으로 말하더랍니다. 해외에서도 자살수단에 대한 정책, 언론정책, 인식개선, 예산과 인력의 확보, 연구활성화 등등은 중앙정부와 정치권만이 할수 있는 일입니다. 이번엔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개선되는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자살의 원인을 명확히 못 짚어내니까 당연히 대책도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살률을 줄이는 데 성공한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노력했을까요?
“북유럽 나라들이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우고 지금 우리나라 자살율의 30~50% 수준의 낮은 자살사망율을 보이는데 그들도 1980년대 후반엔 오히려 우리보다 높았습니다.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채택하고 꾸준히 실행하고 리더가 앞장선 나라들은 예외 없이 자살이 줄었습니다. 핀란드와 같은 나라는 1998년 자살사망자 전수 심리부검이라는 매우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원인을 밝혀 이를 극복한 40여 개의 대책을 운용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우울증 대책, 시도자 대책과 같은 고위험군 대책부터 사회적 관계를 촉진하는 포괄적 정책까지 다양한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자살원인에 대해 문재인 정부때 전수조사가 시도된 적도 있었지만, 현재 통계청의 자료와 여러 자료와 통합된 조사를 개인정보 이슈로 못하는 실정입니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대책이 나올수 있습니다. 자살통계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는 적극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1인 가구의 증가는 절망에 빠진 고위험군에 구조적인 고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사진=경희대병원
◇ 최근 청소년,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초고령 노인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재난과 마찬가지로 자살은 가장 취약한 개인들 그리고 집단들을 공격합니다. 영국의 '국가자살예방전략'을 20년 이상 이끌어온 애플비 교수는 그래서 '자살은 복지가 아니라 사회적 정의의 문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취약한 군을 사회가 보호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또한 1인가구 천만 시대 가족의 힘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사회공동체의 복원은 안전망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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