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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촌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농민이 시장에서 받는 농산물값은 시원찮은데 평생 일군 농지 가격마저 힘을 잃고 있다. 논을 포함한 땅값이 내려가니 그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예전 같지 않다. 하나가 흔들리자 다른 하나가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다. 밭에서는 더 묘한 일이 벌어진다. 소비자는 마트에서 채소 한 봉지를 들고 “왜 이렇게 비싸졌느냐"고 하는데 정작 농민은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실제 일부 채소 도매가격은 전년이나 평년보다 최대 30% 떨어졌다. 반대로 에너지와 농자재 부담은 커졌다. 많이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적어진다. 이런 농촌에 올해 새로운 변수가 하나 들어왔다. 전국 농지 전수조사다. 정부가 들여다본 1013만 필지 가운데 284만 필지, 27%가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아직 불법으로 확정된 땅은 아니다. 현장을 확인해 실제 위반 여부를 가려야 한다. 투기 농지는 당연히 걸러내야 한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은 헌법의 원칙이다. 농지는 아파트 분양권이 아니다. 문제는 농촌의 시간이 법전처럼 반듯하게 흘러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평생 농사를 짓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농기계를 놓으면 이웃에게 논을 맡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도시에서 사는 자식에게 논이 넘어가기도 한다. 몸이 아파 어느 날 갑자기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계약서 한 장 없이 이웃끼리 믿고 논을 맡겨온 관행도 생겼다.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이 오래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도 이를 알고 서면계약과 농지대장 등재를 유도하고 계약이 끊긴 임차농에게 농지은행 농지를 우선 공급하고 있다. 농지은행 임대위탁 계약이 넉 달 만에 전년보다 78.3% 늘어난 것은 농촌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지는 농민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도시민에게 집 한 채가 그렇듯 평생 일해 축적한 재산이다. 그런데 농지는 일반 부동산처럼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팔 수 있는 땅도 아니다. 조사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져 거래가 위축된다면 농민의 자산가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농지가격 하락을 전수조사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농지가격은 이미 2021년부터 하락해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인과관계는 통계로 따져야 한다. 그러나 농민에게 중요한 것은 통계의 화살표만이 아니다. 당장 농사를 지을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가 더 절박하다. 농지는 농민들의 크나큰 담보이기 때문이다. 땅값이 내려가면 은행이 인정하는 담보가치도 영향을 받는다. 다음 농사를 준비하려고 돈을 더 빌리거나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농사를 지어 번 돈까지 줄었다면 원리금을 갚을 힘도 약해진다. 그 충격은 논두렁에서 멈추지 않는다. 맞은편에는 지역농협이 있다. 농협 상호금융 전체 대출 연체율은 2021년 0.88%에서 지난해 말 4.03%, 2025년 8월에는 5.07%까지 상승했다. 물론 기업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의 영향이 큰 만큼 이를 농가대출이나 농지 전수조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살펴야 한다. 이미 물이 차오른 둑에 농지담보 가치 하락이라는 또 다른 물결이 닿을 가능성은 없는지 말이다. 농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농협은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농협이 문턱을 높이면 다음 농사를 지을 농민의 돈줄이 더욱 좁아진다. 농민이 어려워져 농협이 움츠러들고, 농협이 움츠러들어 농민이 다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여기에 더 걱정스러운 지점은 농사를 지어도 남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평생 일군 땅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다음 농사를 위한 돈마저 구하기까지 힘들어진다면 젊은 사람에게 농촌에 남으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국 농지 문제는 땅에서 끝나지 않는다. 농민이 떠난 논은 스스로 쌀 한 톨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람이 떠나면 생산이 줄고 그 빈자리는 수입 농산물이 채우게 된다. 어느 순간 농지 정책이 식량안보의 문제로 바뀌는 이유다. 그래서 정부의 처방도 농지조사 이후를 향해야 한다. 현장조사에서는 투기를 위해 농사짓는 시늉을 한 경우와 농촌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웃에게 농사를 맡긴 경우를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오랫동안 실제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이 하루아침에 논에서 밀려나는 일도 막아야 한다. 구두계약으로 이어져 온 임대차는 서면계약과 농지대장 등재를 통해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농지은행도 단순한 임대 중개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그만두려는데 땅을 팔지 못하는 농민에게는 출구가 되고, 농사를 더 짓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 땅이 들어가는 입구가 돼야 한다. 금융의 방파제도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농사짓는 농민이 일시적인 농지가격 하락 때문에 대출 연장이나 영농자금 조달에서 곧바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금융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를 따라가지 못할 때는 올해 시행된 가격안정제와 경영자금 지원이 실제 농가소득을 떠받치도록 작동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투기는 잡아야 한다. 경자유전도 지켜야 한다. 정책은 연못에 돌을 던지는 일보다 그 뒤의 물결을 읽는 일에 가깝다. 돌이 떨어진 자리만 보는 것은 단속이다. 그 파문이 논두렁을 넘어 농가의 통장으로, 다시 지역농협의 금고로 번지는 과정까지 살펴야 비로소 정책이 된다. 법은 오늘의 땅을 조사한다. 좋은 정치는 그 땅에서 농사지을 사람의 내일까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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