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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앞 가로막은 정당 현수막…시민 통행 불편·안전 우려

-안동 정하동 법원 앞 네거리 설치 기준 논란…시 “정당에 철거 요청"-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명절을 앞두고 안동 도심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일부 현수막이 횡단보도와 보행 동선을 가로막아 시민들의 불편과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동시 정하동 법원 앞 네거리에는 정당 명의의 현수막 두 장이 위아래로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아래쪽 현수막은 성인 눈높이와 비슷한 높이에 걸려 있어 횡단보도를 건넌 시민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피해 가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을 촬영해 안동시에 민원을 제기한 주민 A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현수막이 바로 앞을 막고 있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일반 시민이나 상인이 같은 방식으로 설치했어도 그대로 뒀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현수막이 야간 시야를 방해하거나 강풍에 고정 끈이 풀릴 경우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는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당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과 달리 허가·신고 등에 일부 특례가 적용되지만, 법에서 정한 설치·표시 기준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주변에 설치할 경우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며, 현수막 아랫부분을 지면에서 2.5m 이상 띄워야 한다. 읍·면·동별 설치 수량과 게시 기간에도 제한이 있고, 현수막에는 정당 명칭과 연락처, 설치 기간 등 법정 표시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정부도 2024년 1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관련 법령 시행에 맞춰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요령을 지방자치단체와 정당에 안내했다. 안동시 담당자는 “해당 현수막과 관련한 민원이 많이 접수돼 설치 정당에 철거를 요청한 상태"라며 “정당 현수막은 지자체가 곧바로 철거하기 어려워 규정에 맞게 게첨하도록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당 현수막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정조치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설치 높이와 장소, 수량, 게시 기간 등의 기준을 위반한 경우 지자체는 설치 주체에 자진 철거나 이동 설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계 법령에 따라 정비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현수막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려면 안동시가 현장에서 실제 설치 높이와 위치, 게시 기간, 표시사항 등을 확인해야 한다. 점검 결과 기준 위반이 확인되면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동일한 원칙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시민의 안전과 통행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현수막 민원을 줄이려면 설치 정당의 자발적인 개선과 함께 행정기관의 신속하고 일관된 현장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나주 금성산서 국내 최고 화약무기 발견

나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금성산에서 국내에 현존하는 화약무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자화통(黃字火筒)'이 발견돼 우리나라 초기 화약무기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나주시는 금성산에서 발견된 소형 화약무기 황자화통에 대한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의 과학조사와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고 21일 밝혔다. 황자화통은 2023년 11월 나주시 경현동 금성산성 주변에서 육군의 지뢰탐지 과정 중 발견됐다. 금성산 9부 능선 암벽 단애 하부 표토 약 10㎝ 아래에 묻혀 있던 것으로, 발견 이후 오염물 제거와 컴퓨터단층촬영(CT), X선, 주사전자현미경(SEM-EDS), 금속현미경, 납동위원소 분석 등 다양한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황자화통은 구리와 주석, 납으로 만든 청동 주조품으로 길이 23.75㎝, 구경 1.66㎝, 무게 1032g의 소형 화기로 확인됐다. 발사체가 나가는 총부리와 화약을 넣는 약통, 나무 손잡이를 끼우는 모병으로 구성돼 있으며 휴대해 사용하는 무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제작 시기와 화기명, 무게, 제작 감독자와 장인의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는 명문이 남아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모병에는 6행 27자의 명문이 음각돼 있으며 '정사년 12월에 황자화통을 만들었고 무게는 1근 14량이며 제작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 장인은 석'이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총부리에도 '팔(八)'자가 별도로 확인돼 유물에서 확인되는 글자는 모두 28자에 이른다. 제작연대는 명문에 적힌 '정사(丁巳)'를 근거로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또는 조선 세종 19년인 1437년으로 추정된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어느 연대로 확정되더라도 현재 보물로 지정된 총통류보다 최소 118년 이상 앞선 유물로, 우리나라 화약무기와 금속주조 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보고 있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화약무기류 가운데 제작연대가 확인되는 가장 이른 유물은 1555년 제작된 천자총통이다. 황자화통이 1437년 제작으로 확정될 경우 천자총통보다 118년 앞서고, 1377년 제작으로 확인되면 국내 화약무기 실물 자료의 역사를 100년 이상 앞당기게 된다. 출토지가 명확하다는 점도 학술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금성산은 나주의 진산이자 영산강 유역을 내려다보는 군사적 요충지로, 후삼국시대 왕건과 견훤 세력이 맞섰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현종이 거란의 침입을 피해 머문 곳이며, 1270년 삼별초의 나주 공격 당시 금성산성을 중심으로 항전이 벌어진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금성산신이 고려 충렬왕 3년인 1277년 정녕공에, 조선 태조 2년인 1393년 호국백에 봉해지는 등 국가적 제사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점도 금성산의 역사적 성격을 보여준다. 황자화통의 구조와 제작기술에서도 당시 화기 제작 수준을 엿볼 수 있다. 과학분석 결과 약통은 둥근 형태이며 총구 방향으로 폭이 넓어지는 구조를 갖췄고, 화약 폭발 과정에서 화통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석 함량을 조절한 기술도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1975년 쌍자총통을 시작으로 지자총통과 세총통 등 화약무기류 14건, 세부 수량 16점이 보물로 지정된 상태다. 황자화통은 이들보다 이른 제작 시기와 명확한 출토지, 제작 주체와 무게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명문까지 갖추면서 보물급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정사'가 1377년과 1437년 가운데 어느 시기를 가리키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제작된 다른 화약무기류와 비교·검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제작 시기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황자화통은 오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12월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도 출품돼 우리나라 화약무기 발전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유물로 소개될 예정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우리나라 화약무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귀중한 유물인 황자화통이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에서 발견된 것은 나주가 간직한 역사문화자원의 깊이와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뜻깊은 일"이라며 “금성산과 금성산성이 지닌 군사적·역사적 가치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황자화통이 우리나라 화약무기의 초기 역사를 밝히는 소중한 국가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이슈&인사이트] 이상범죄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2026년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87만 4,278명이다. 그리고 2026년 외국인 방문객이 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 방문객 및 체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치안 강국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국가별 치안 지수(Safety Index) 비교에서 대한민국이 최상위권 수준이고, 특히 범죄율 지수 항목 중 '밤에 혼자 걸을 때 느끼는 안전함'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치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안타깝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벌어진 여성 실종 사건으로 우리나라 경찰의 실종자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났고, 지난 5월 광주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로 인해 이상 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과 대책 마련 여론이 다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3년 서울 강북구 미아동 마트 살인, 2024년 전남 순천시 조례동 10대 여성 흉기 피습, 2023년 경기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 등은 대표적인 묻지마 범죄 사건들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 즉 이상 동기 범죄(무차별 범죄)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체류 외국인도 길을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살인미수 또는 살인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부추긴다. 주요 범죄 사건만 언론 보도에 나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 범죄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이상으로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는 이상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중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일반 시민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의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웹을 통해 열람할 수 있고, 인근 주민에게 우편과 모바일로 고지하고 있다. 이는 범죄 예방 차원의 정보 제공이다. 그러나 일반 중범죄자의 경우 웹을 통한 신상정보 열람이나 인근 주민 대상 우편·모바일 고지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중범죄자는 무기를 쥐고 있을지 모르지만, 인근 주민은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일반 시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행복추구권을 앗아가고 있다. 범죄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의 보장은 더더욱 중요하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예방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둘째, 촘촘한 사회적 예방 및 위험군 관리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상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클라이언트(이상 범죄 시도자, 중증 정신 건강 장애인, 치매 노인들 등)가 지역사회 복지 시스템을 통해 전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하고, 경찰 체계와 사회복지 체계가 연계하여 위험군을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사례별로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을 발굴·개발하여 클라이언트가 이상 범죄자로 발전하지 않도록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선량한 시민과 그 가족을 범죄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국가 폭력이다. 셋째, 지능형 AI CCTV 및 감시망 확대가 필요하다. 각 지자체와 경찰청은 이상 동기 범죄 취약 지역(공공장소, 산책로, 상가 등)뿐만 아니라 중범죄자 거주 주변 장소에 AI 기반 이상 행동 감지 CCTV를 확충하고, 순찰 사각지대와 사각 시간대가 없도록 순찰 인력을 운영하여 이상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사후 진압형 대처에만 급급한 경찰 행정을 지양하고, 중범죄자의 이상 징후가 지능형 AI CCTV에 포착되면 즉각 출동하여 이상 범죄를 막는 범죄예방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경찰청과 중수청 그리고 법원이 연계하여 이상 범죄 근절 TFT팀을 조속히 구성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치안 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산소 찾아 벌초하던 시대에서 ‘함께 모시는 추모’로…달라지는 묘소 문화

화장률 94% 넘어섰지만 전국 묘지 면적 283.3㎢ 달해- 고령화·도시화 속 벌초·성묘 부담 커져…안동 종가도 합동 묘제로 변화- 500년 전 퇴계 이황도 “묘소 아닌 곳에서 제사 지내도 무방"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장례문화가 빠르게 화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산과 들에 남아 있는 선대의 묘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줄고 후손들의 생활권이 전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해마다 벌초와 성묘를 위해 여러 산소를 찾아야 하는 전통적인 묘소 관리 방식도 점차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경북 안동의 일부 종가에서는 산속에 흩어진 조상의 묘소를 일일이 찾아 제사를 지내는 대신 종택이나 재실, 별도의 추모제단에서 여러 조상을 함께 모시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조상 추모의 의미는 지키면서도 변화한 가족 구조와 생활환경에 맞춰 제례 방식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4년 기준 전국 화장률은 94.0%로 사망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화장을 선택하고 있다. 반면 기존에 조성된 묘지는 여전히 상당한 면적을 차지한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지적통계에서 지목이 '묘지'인 토지는 전국 283.3㎢로 집계됐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46.8%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목상 공원 341.6㎢, 학교용지 317.0㎢와 비교해도 결코 작은 면적이 아니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추석을 앞두고 이러한 장묘문화의 변화에 주목해 소장 기록자료와 안동 지역 종가 사례를 통해 묘소 관리와 제례문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현재 세대가 화장을 선택한다고 해서 선대의 묘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부모를 비롯해 그 이전 세대의 산소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집안도 많다. 결국 후손들에게는 '어느 선대까지 묘소를 관리할 것인가', '벌초와 성묘를 계속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과거 대가족 중심 사회에서는 가족과 문중 구성원들이 묘소를 관리하는 일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핵가족화와 도시화, 고령화가 진행된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먼 지역에서 고향을 찾아야 하는 후손은 물론 고령의 제관들에게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여러 묘소를 관리하는 일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현대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약 500년 전 퇴계 이황과 제자 김부륜 사이의 문답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퇴계선생언행록』에 따르면 김부륜은 여러 묘소를 오가며 제사를 지내다 보면 몸이 지쳐 정성과 공경이 흐트러질 수 있고, 제물 역시 새로 마련한 것과 이미 사용한 것이 뒤섞일 우려가 있다며 재실에서 지방을 써 여러 조상을 함께 모시는 방식을 퇴계에게 물었다. 퇴계는 이에 대해 “무방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결한 장소에 제단을 마련해 함께 제사를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욱 좋다고 평가했다. 당시 퇴계는 사람들이 묘제를 반드시 묘소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것만이 본래의 예법은 아니라는 점도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제사를 지내는 장소 자체보다 조상을 향한 정성과 공경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수백 년 전 기록에서 확인되는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안동 종가의 제례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안동김씨 보백당종가는 약 20년 전부터 산속 여러 곳에 흩어진 묘소를 각각 찾아다니는 대신 재실에 조상을 함께 모시고 묘제를 지내고 있다. 진성이씨 퇴계종가 역시 종택 제청에서 위패를 모신 뒤 합동으로 묘제를 올리고 있다. 퇴계의 조부와 관련된 노송정종가도 약 10년 전부터 종택 제청에서 묘제를 지내는 방식으로 바꿨다. 제례 공간을 옮기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묘소 자체의 관리 범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진성이씨 주촌종가는 2016년 종택 뒤편에 별도의 추모제단을 마련했다. 산에 흩어져 있는 묘소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 이곳에서 여러 선조를 함께 추모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 제단에는 50여 위의 선조를 모시고 있다. 특히 주촌종가는 후손이 관리해야 할 묘소의 범위를 세대별로 구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종손 이세준 씨는 고조부까지의 묘소는 계속 벌초하고 관리하되 그보다 윗대 선조의 묘소는 더 이상 벌초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묘소를 파묘해 유골을 수습한 뒤 봉안시설 등에 다시 모시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묘소를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옮기지 않고 현재의 자리에 그대로 두면서 장기간에 걸쳐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장묘문화 변화가 단순히 매장과 화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선대 묘소를 누가 관리할 것인지, 몇 대까지 벌초를 이어갈 것인지, 성묘와 묘제를 반드시 산소에서 해야 하는지 등 후손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 종가들의 변화는 전통을 없애기보다는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를 유지하면서 시대 상황에 맞게 방법을 조정하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산소마다 찾아가던 묘제를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거나,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오래된 묘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이 그 사례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묘제를 반드시 묘소에서 지내야 하는지, 선대의 묘소를 어느 범위까지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실마리를 퇴계의 기록과 안동 종가들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석을 맞아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령화와 가족구조 변화 속에서 남아 있는 묘소를 앞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률 94% 시대. 이제 장묘문화의 관심은 새로운 묘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미 남아 있는 수많은 선대의 묘소를 어떻게 기억하고 관리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500여 년 전 퇴계가 고민했던 '장소보다 정성'이라는 문제의식이 오늘날 변화하는 추모문화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논두렁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요즘 농촌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농민이 시장에서 받는 농산물값은 시원찮은데 평생 일군 농지 가격마저 힘을 잃고 있다. 논을 포함한 땅값이 내려가니 그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예전 같지 않다. 하나가 흔들리자 다른 하나가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다. 밭에서는 더 묘한 일이 벌어진다. 소비자는 마트에서 채소 한 봉지를 들고 “왜 이렇게 비싸졌느냐"고 하는데 정작 농민은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실제 일부 채소 도매가격은 전년이나 평년보다 최대 30% 떨어졌다. 반대로 에너지와 농자재 부담은 커졌다. 많이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적어진다. 이런 농촌에 올해 새로운 변수가 하나 들어왔다. 전국 농지 전수조사다. 정부가 들여다본 1013만 필지 가운데 284만 필지, 27%가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아직 불법으로 확정된 땅은 아니다. 현장을 확인해 실제 위반 여부를 가려야 한다. 투기 농지는 당연히 걸러내야 한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은 헌법의 원칙이다. 농지는 아파트 분양권이 아니다. 문제는 농촌의 시간이 법전처럼 반듯하게 흘러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평생 농사를 짓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농기계를 놓으면 이웃에게 논을 맡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도시에서 사는 자식에게 논이 넘어가기도 한다. 몸이 아파 어느 날 갑자기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계약서 한 장 없이 이웃끼리 믿고 논을 맡겨온 관행도 생겼다.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이 오래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도 이를 알고 서면계약과 농지대장 등재를 유도하고 계약이 끊긴 임차농에게 농지은행 농지를 우선 공급하고 있다. 농지은행 임대위탁 계약이 넉 달 만에 전년보다 78.3% 늘어난 것은 농촌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지는 농민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도시민에게 집 한 채가 그렇듯 평생 일해 축적한 재산이다. 그런데 농지는 일반 부동산처럼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팔 수 있는 땅도 아니다. 조사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져 거래가 위축된다면 농민의 자산가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농지가격 하락을 전수조사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농지가격은 이미 2021년부터 하락해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인과관계는 통계로 따져야 한다. 그러나 농민에게 중요한 것은 통계의 화살표만이 아니다. 당장 농사를 지을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가 더 절박하다. 농지는 농민들의 크나큰 담보이기 때문이다. 땅값이 내려가면 은행이 인정하는 담보가치도 영향을 받는다. 다음 농사를 준비하려고 돈을 더 빌리거나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농사를 지어 번 돈까지 줄었다면 원리금을 갚을 힘도 약해진다. 그 충격은 논두렁에서 멈추지 않는다. 맞은편에는 지역농협이 있다. 농협 상호금융 전체 대출 연체율은 2021년 0.88%에서 지난해 말 4.03%, 2025년 8월에는 5.07%까지 상승했다. 물론 기업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의 영향이 큰 만큼 이를 농가대출이나 농지 전수조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살펴야 한다. 이미 물이 차오른 둑에 농지담보 가치 하락이라는 또 다른 물결이 닿을 가능성은 없는지 말이다. 농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농협은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농협이 문턱을 높이면 다음 농사를 지을 농민의 돈줄이 더욱 좁아진다. 농민이 어려워져 농협이 움츠러들고, 농협이 움츠러들어 농민이 다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여기에 더 걱정스러운 지점은 농사를 지어도 남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평생 일군 땅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다음 농사를 위한 돈마저 구하기까지 힘들어진다면 젊은 사람에게 농촌에 남으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국 농지 문제는 땅에서 끝나지 않는다. 농민이 떠난 논은 스스로 쌀 한 톨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람이 떠나면 생산이 줄고 그 빈자리는 수입 농산물이 채우게 된다. 어느 순간 농지 정책이 식량안보의 문제로 바뀌는 이유다. 그래서 정부의 처방도 농지조사 이후를 향해야 한다. 현장조사에서는 투기를 위해 농사짓는 시늉을 한 경우와 농촌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웃에게 농사를 맡긴 경우를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오랫동안 실제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이 하루아침에 논에서 밀려나는 일도 막아야 한다. 구두계약으로 이어져 온 임대차는 서면계약과 농지대장 등재를 통해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농지은행도 단순한 임대 중개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그만두려는데 땅을 팔지 못하는 농민에게는 출구가 되고, 농사를 더 짓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 땅이 들어가는 입구가 돼야 한다. 금융의 방파제도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농사짓는 농민이 일시적인 농지가격 하락 때문에 대출 연장이나 영농자금 조달에서 곧바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금융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를 따라가지 못할 때는 올해 시행된 가격안정제와 경영자금 지원이 실제 농가소득을 떠받치도록 작동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투기는 잡아야 한다. 경자유전도 지켜야 한다. 정책은 연못에 돌을 던지는 일보다 그 뒤의 물결을 읽는 일에 가깝다. 돌이 떨어진 자리만 보는 것은 단속이다. 그 파문이 논두렁을 넘어 농가의 통장으로, 다시 지역농협의 금고로 번지는 과정까지 살펴야 비로소 정책이 된다. 법은 오늘의 땅을 조사한다. 좋은 정치는 그 땅에서 농사지을 사람의 내일까지 살핀다.

[청년공감] “내 정보도 학습될까 불안”…2030 덮친 ‘AI 일상화’ 공포

2013년 개봉한 영화 에는 인간과 대화하며 감정을 학습하는 인공지능(AI) '사만다'가 등장한다. 사만다는 사용자의 말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농담과 사랑, 질투 같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까지 학습한다. 당시만 해도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상상에 가까웠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검색엔진처럼 일상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학생들은 과제와 정보 검색에 AI를 활용하고, 직장인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성형 AI를 이용한다. 기업에서도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고민도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가 AI에 입력하는 개인정보와 대화 내용이 어떻게 저장되고 활용되는지, 이를 학습에 사용할 경우 이용자가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다. 청년층을 비롯한 이용자들은 AI의 편리함을 체감하고 있다. 고등학생 김범수 씨(17)는 AI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김씨는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자료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AI를 활용하면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지모 씨(19)도 AI가 학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씨는 “대학교에서 AI를 활용하면 연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결과물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지모 씨(41)는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Gemin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제미나이를 사용하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사용하기 전보다 몇 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AI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화장품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김모 씨(54·여)는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사내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직접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개발자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외주를 맡겨야 개인 업무에 맞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며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지면서 직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게 됐고 업무 처리 속도도 크게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직원들이 야근하는 경우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AI가 정보 검색부터 문서 작성, 프로그램 개발과 업무 자동화까지 활용 영역을 넓히면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편의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AI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다양한 정보를 직접 입력한다는 점이다. AI 챗봇에 질문을 하면서 이름이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회사 업무 내용, 개인적인 고민, 학업 자료 등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입력한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고 얼마나 오래 보관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대학생 전유덕 씨(19)는 AI 챗봇을 이용한 이후 개인정보가 다른 곳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AI 챗봇을 자주 사용한 이후 모르는 번호에서 보험 관련 전화가 자주 왔다"며 “AI에 입력한 개인정보가 본인의 동의 없이 기업에 넘어간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개인정보 유출이나 스팸 전화가 AI 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용자가 실제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가 활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 논란이다. 스캐터랩은 과거 AI 챗봇 이루다의 학습 과정에서 다른 서비스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충분한 동의 없이 AI 학습에 활용됐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당시 이루다 이용자였던 직장인 양은석 씨(26)는 관련 사실을 접한 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양씨는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기업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불편했다"며 “앞으로 개인적으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I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특히 생성형 AI의 경우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텍스트 자체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데이터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입력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건국대학교 재학생 임재서 씨(19)는 챗GPT를 자주 이용하지만 개인정보와 관련된 논란을 접한 이후 AI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평소 오픈AI의 챗GPT를 자주 이용하는데 개인정보와 관련한 이야기를 접하고 불쾌했다"며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꺼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AI는 이미 청년들의 학업과 직장인의 업무에 깊숙이 들어왔다. 정보 검색과 자료 정리부터 번역, 문서 작성, 코딩과 업무 자동화까지 활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AI의 편리함 때문에 사용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보다 어떤 정보를 입력하고, 해당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용자 역시 AI 챗봇에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회사의 기밀자료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입력하는 일을 피하는 등 기본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AI가 인간의 질문을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현실이 된 만큼, AI에 제공되는 데이터의 범위와 활용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영화 속 '사만다'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 이제 AI의 성능만큼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신뢰가 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김유찬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신안 정원수 담당 공무원 사망…유족 “아이들만 생각하게 해달라”

신안=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에서 정원수·기증수목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40대 공무원이 숨진 가운데 유족이 고인의 사망 이후 가족 명의를 이용한 자료 유포를 중단해 달라며 공식 입장을 냈다. 유족은 남겨진 세 아이를 지키는 데 집중하고 싶다며 정치적·사회적 논란에서 가족을 더 이상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7일 경찰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신안군 정원산림총괄과 전 팀장 A씨는 지난 13일 신안군 압해읍 일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정원수·기증수목과 정원수사회적협동조합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은 유족과 군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씨가 최근 정원수 사업과 관련한 신안군 자체 감사와 행정안전부 감사, 경찰 조사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망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아크로 박동민 변호사는 지난 16일 유족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사망 이후 확산되고 있는 각종 주장과 자료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유족은 입장문에서 “저희 가족은 지금 고인의 세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더 이상 어떤 싸움에도 대응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어떠한 이슈에도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아이들만 생각하며 조용히 살아갈 수 있도록 부디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특히 고인의 사망 이후 유가족 명의로 유통되고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유족 측은 “현재 고인의 유가족 명의를 도용하여 유포되고 있는 각종 자료는 유가족의 의사와 무관한 허위"라며 “이러한 행위가 계속될 경우 유가족으로서는 부득이 그 책임 있는 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족은 고인의 사망을 둘러싼 각종 논란보다 남겨진 가족과 세 아이의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A씨가 실무를 담당했던 정원수 사업은 박우량 전 신안군수 재임 당시 신안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으로, 주민들이 정원수를 생산하고 이를 신안군의 섬 정원 조성사업 등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정원수사회적협동조합은 2023년 설립됐으며, 당시 박우량 전 군수가 조합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은 정원수 사업을 주민소득 창출과 예산 절감 등을 내세운 지역사업으로 홍보해 왔으며, 정원수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2024년 약 190억원, 2025년 약 188억원 규모의 정원수 구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계약 방식 등이 감사 대상에 오르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7월 상급 감찰기관의 감사 과정에서는 신안군이 정원수협동조합과 399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건당 5천만원 이하로 나눠 모두 939차례에 걸쳐 계약한 사실이 확인됐다. 분할 수의계약 과정에서 지방계약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2026년 정원수 사업은 당초 13개 읍·면을 대상으로 약 180억원을 투입해 정원수 124만여 본을 식재하는 계획이었지만, 관련 사업비가 본예산에 확보되지 않은 데다 사업 집행을 위한 행정절차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미 묘목을 준비하거나 입식한 조합원들의 피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신안군은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고문변호사 법률 자문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정원수 사업을 둘러싼 계약 및 행정 절차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담당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의 사망까지 발생하면서 관련 의혹과 논란도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고인의 사망과 정원수 사업 감사 사이의 구체적인 연관성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족은 이번 일을 둘러싼 추가적인 논쟁보다 세 아이를 포함한 가족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패트롤] 경북도-박순범 경북도의회 부의장-경북교육청

◇경북 해양수산엑스포 18일 개막…산업형 엑스포로 도약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 해양수산산업의 미래와 우수 수산식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2026 해양수산엑스포'가 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 엑스코 동관 5홀에서 열린다. 경북도가 주최하고 (재)환동해산업연구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83개사, 200부스 규모로 마련되며 약 1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단순 전시·판매를 넘어 수출과 투자, 유통을 연계하는 산업형 엑스포에 중점을 뒀다. 개막일에는 경북도와 인도네시아 바이어 PT INDOGAL AGRO TRADING, 지역기업 ㈜아진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500만 달러 규모 수출계약과 수출상담회, 스타트업 IR 데모데이, 대형마트 입점 품평회도 진행된다. 수산물 학교급식대전과 대형 참다랑어 해체쇼를 비롯해 AI 버추얼 휴먼, 수중드론, 로봇물고기 등 미래 해양기술도 선보인다. 붉은대게 시식과 할인판매,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된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지역 수산기업의 해외 진출과 판로 확대를 적극 지원해 해양수산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국민안전체험관 건립 속도…2029년 개관 목표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상주시 사벌국면에 들어설 '경상북도 국민안전체험관'의 전시체험시설 설계에 착수하며 건립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체험관은 10만6189㎡ 부지에 총사업비 658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7400㎡ 규모로 조성된다. 6개 체험존과 19개 체험실에서 32개 실감형 안전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2023년 행정안전부 공모 선정 이후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 등을 거쳤으며, 올해 건축 설계와 전시체험시설 제작·설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부지 보상과 설계를 마친 뒤 2027년 하반기 착공해 2029년 개관할 계획이다. 김상철 경북도 안전행정실장은 도민의 재난 대응 능력을 높이는 안전교육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주한 상무관 초청…구미·김천 투자환경 알린다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17일부터 이틀간 구미와 김천에서 '주한대사관 상무관 초청 투자환경 현장포럼'을 열고 해외 투자유치 확대에 나선다. 행사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한대사관·영사관 상무관과 지자체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여한다. 첫날에는 경북과 구미·김천의 주요 산업과 투자 인프라, 외국인투자기업 지원제도를 소개하고 삼성전자 홍보관과 한화시스템을 방문한다. 18일에는 김천 튜닝안전기술원과 ㈜우진산전을 찾아 미래모빌리티 산업 현장을 살펴본다. 경북도는 반도체·전자·방위산업과 미래모빌리티 등 지역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알리고 각국 기업과 투자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은 글로벌 기업이 경북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청 직원 자녀 출생 증가…육아 친화 직장문화 확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2024년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한 이후 도청 직원 자녀 출생아 수가 증가하고 있다. 도청 직원 자녀 출생아는 2023년 50명에서 2024년 79명, 지난해 87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8월 말 기준 92명으로 집계됐다. 경북도는 2024년부터 출산 직원에게 첫째 1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이상 500만 원의 출산축하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출산 자녀 수에 따라 근무성적평정에서 최대 3점의 가산점도 부여한다. 이와 함께 육아시간과 유연근무 활용을 장려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위한 '아이동반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일·가정 양립 환경을 확대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순범 경북도의회 부의장 “중증장애인 일자리, 현장 수요 반영해야"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박순범 경북도의회 부의장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현장의 수요와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의장은 16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2026년 경상북도장애인가족지원센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경북형 장애인 일자리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경북은 올해 388억 원을 투입해 87개 수행기관에서 장애인 3,034명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박 부의장은 기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과 출퇴근·업무 적응 등의 어려움으로 중도 포기하는 사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타 지역 사례를 참고하되 경북의 도시·농산어촌별 여건과 수행기관 역량 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의장은 당사자와 현장의 의견을 토대로 경북 현실에 맞는 일자리 정책을 도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초등돌봄·방과후학교 현장 지원 강화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교육청은 17일 본청 행복지원동 연화관에서 22개 교육지원청 담당자 등 80여 명을 대상으로 초등돌봄·교육과 방과후학교, 사교육 경감 업무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하반기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교육지원청의 학교 현장 지원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에서는 2026년 하반기 초등돌봄·교육 운영과 2027년 추진 방향, 전담 운영체제, 방과후학교 주요 변경사항, 사교육 경감 정책 등을 안내했다. 질의응답과 지역별 사례 공유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개선방안도 논의했다. 각종 계약과 사업 추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청렴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임종식 교육감은 지역과 학교의 여건을 세심하게 살펴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교육·돌봄 지원이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 직원 500여 명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교육청이 17일과 18일, 22일 본청 화백관에서 직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은 응급상황 발생 시 직원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북교육청 의성안전체험관 강사가 회차별 3시간씩 총 6차례 교육을 진행한다. 주요 내용은 심폐소생술 기본 이론과 성인·소아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성인·영아 기도폐쇄 응급처치 등이다. 특히 실습용 마네킹과 교육용 AED를 활용해 환자 발견부터 도움 요청,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까지 실제 상황을 가정한 반복 실습을 진행한다. 임종식 교육감은 신속한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직원들이 응급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속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르포] “이걸 대중교통으로 타겠나”…한강버스 운항 1년, ‘출퇴근 교통혁신’ 갈 길 멀다

“취지는 좋았지만 실패작이다. 이걸 누가 대중교통으로 타겠나." 16일 오전 서울 뚝섬 선착장. 친구 4명과 한강버스에 오른 이원구(75)씨가 여의도행 배를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씨의 목적지는 마곡이었다. 오전 11시17분 뚝섬에서 배를 타고 여의도에서 내려 환승 배를 기다렸다. 마곡행 배에 오른 시간은 오후 1시12분, 마곡 선착장에 내린 시간은 오후 1시53분이었다. 뚝섬에서 마곡까지 모두 2시간36분이 걸린 셈이다. 같은 구간을 지하철로 이동하면 약 1시간8분이면 충분하다. 이씨는 “여의도에서만 40여 분을 기다렸다"며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고 했다. 한강버스가 9월 18일 정식 운항 1년을 맞는다. “출퇴근 교통혁신"을 내걸고 출발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그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느린 속도와 긴 배차 간격, 불편한 환승, 부족한 선착장 접근성이 겹치면서 실제 이동수단으로 삼기엔 부담스럽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오간다. 서울시는 한강 수상교통으로 출퇴근 혼잡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실제 운항 속도는 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 도입 당시 서울시가 밝힌 목표 속도는 20노트(시속 37㎞)였다. 실제 운항 속도는 12~16노트에 그친다. 속도가 느린 만큼 소요 시간도 길다. 마곡에서 여의도까지 한강버스로 약 41분이 걸린다. 같은 구간 지하철은 17분이면 된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한강버스로 80~85분, 지하철로는 40~54분이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전 구간을 합치면 한강버스로 약 127분, 지하철로는 약 67분이 걸린다. 한강버스가 한 시간가량 더 걸리는 셈이다. 운행 시작 시간도 이르다고 보기 어렵다. 첫 배는 오전 11시에 뜬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오전 9시대에는 탈 수 있는 배가 아예 없다. 배차 간격은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30분까지 벌어진다. 지난 3월부터는 수요가 몰리는 여의도를 기준으로 동·서부 구간을 나눠 운행하고 있다. 잠실~여의도, 마곡~여의도로 노선이 쪼개지면서 잠실에서 마곡으로 가려면 여의도에서 반드시 갈아타야 한다. 환승 대기가 만만치 않다. 16일 잠실에서 오전 11시 첫차를 탄 뒤 여의도에서 마곡행 배로 갈아타기까지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시간대에 따라 대기는 더 길어진다. 잠실에서 오후 2시 배를 타면 여의도 도착까지 약 1시간22분이 걸리고, 이후 마곡행 배를 타려면 최대 1시간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이날 오후 12시50분쯤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도 잠실행 배를 타기까지 약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오후 1시35분 출발하는 배에야 오를 수 있었다. 서울시 수상교통사업과장은 배차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배와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착장까지 가는 길도 이용객들이 꼽는 불편 중 하나다. 마곡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9호선 양천향교역까지는 도보로 12~15분이 걸린다. 연계 버스인 6611번도 배차 간격이 11~15분에 달하고 정체 구간을 지난다. 이날 한강버스를 처음 이용한 안향숙(58)씨는 “관광용이 아니라 대중교통용으로는 안 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착장에 내려서 또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야 하는 게 번거롭다"며 “선착장에서 인근 역까지 바로 연결됐으면 대중교통으로도 많이 탔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와 운영사인 ㈜한강버스는 마곡·잠실·압구정 선착장에서 인근 지하철역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하지만 탑승객이 적어 비용 부담만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달부터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 제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무료 셔틀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명 안팎이었다. 반면 운영에 들어간 고정비는 약 4600만원이었다. 서울시청 수상교통사업과 관계자는 “탑승 인원이 적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고 비용 부담도 컸다"며 “당장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용객 반응은 목적에 따라 크게 갈렸다. 잠실에서 배에 오른 A씨(78)는 “한강 경치는 좋지만 버스로서의 기능은 없다"며 “대중교통이 아니라 차라리 한강 유람선으로 성격을 바꾸는 게 맞다"고 했다. 선착장에서 만난 B씨(50대)는 “이미 예산이 대거 투입된 사업이라 중단하면 비판을 받을 테니 계속 끌고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한강을 보며 이동하는 경험 자체에는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6세 아이와 나들이를 나온 김종희(36)씨는 “한강을 구경하려고 처음 탔다"며 “아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3000원인 요금에 대해서도 “저렴하다. 5000원까지 올라도 탈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처음 탑승한 김주희(35)씨도 “다음에 아이랑 같이 타도 좋을 것 같다"며 “환승이 되니까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온 40대 여행객은 “첫 서울 여행 중에 탔다"며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탈 의향이 있다"고 했다. 동승했던 다른 이용객도 “출퇴근 시간에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한강을 보며 이동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누적 이용객 50만 명 돌파와 만족도 97%를 앞세워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홍보한다. 도입 당시 지적됐던 구명조끼 비치 등 안전 문제는 개선됐다. 그러나 이용 패턴을 뜯어보면 온도차가 있다. 누적 탑승객 50만 명 중 토·일요일 이용객 비중은 49~51%에 달한다. 서울시는 저녁 야간 운항을 늘리고 주말·공휴일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등 여가 수요에 맞춰 방향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출퇴근용과 관광용 이용객 비율을 묻는 질문에 수상교통사업과장은 “내부 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10일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1년 정도 시민들이 경험한 뒤 평가를 내려야 한다"며 “1년 안에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나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1년을 맞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늦은 첫차와 긴 배차 간격에 대해 “배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을 충원해 단기적으로 운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운항 1년을 맞은 한강버스가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운항 횟수와 환승 편의, 선착장 접근성을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출퇴근 교통 체증 해소라는 도입 명분을 되살리지 못한다면 '저가 유람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김연주·조채운·김가현·박선우·이용욱 인턴기자

[이슈&인사이트] 겪어보지 않은 지진위험

지진재해는 지진의 크기와 지진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큰 지진이 가까이에서 발생하면 위험하고, 먼 곳에서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지진재해가 언제나 이런 상식과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2025년 3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진으로 1,000 km 가량 떨어진 태국 방콕의 고층 건물들이 크게 흔들렸고, 건설 중이던 30여 층 건물이 붕괴했다. 지진으로부터 이처럼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지진재해의 핵심에는 장주기 지진동이 있다. 지진파는 땅속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거리가 멀어지면 점차 에너지가 감소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주기 지진파 성분은 단주기 지진파 성분보다 먼 거리까지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큰 지진일수록 장주기 에너지가 풍부하게 발생한다. 여기에 퇴적분지의 증폭 효과까지 더해지면 특정 주기의 지진동이 크게 증폭될 수 있다. 방콕의 두꺼운 연약 퇴적층은 이러한 장주기 지진동을 증폭시켰고, 고유주기가 긴 고층 건물의 진동과 결합하면서 큰 흔들림을 일으켰다. 큰 지진에서 발생하는 장주기 지진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지진의 규모나 거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또 다른 형태의 지진 위험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1985년 멕시코 미초아칸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8급 지진은 350 km 떨어진 멕시코시티에 큰 피해를 입혔다. 연약한 호수 퇴적층에서 특정 주기의 지진파가 증폭되면서 많은 건물들이 무너졌다. 지진파의 주기와 건물의 고유주기가 일치하여 공진이 일어나면서 먼 거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원거리 지진의 경우, 어떤 주기의 에너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위험의 핵심 요소이다. 이런 장주기 지진파에 의한 지진재해로부터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동남해안에 위치한 난카이 해곡에서는 과거 100~150년의 간격을 두고 규모 8급 이상의 거대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944년 도난카이 지진과 1946년 난카이 지진 이후 이미 80년이 흘렀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2025년 초 난카이 해곡 규모 8~9급 지진의 30년 이내 발생 확률을 80%로 평가하기도 했다. 난카이 해곡의 남쪽 구간은 한반도 남해안 지역에서 불과 500 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서울 등 한반도 중부 지역까지도 1,000 km 이내의 거리다. 미얀마 지진보다 훨씬 크고,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할 지진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반드시 평가되어야 할 문제다. 특히 대규모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단주기 최대지반가속도를 바탕으로 한 위험도 평가뿐 아니라, 장주기 지진파에 의한 지진재해 평가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인 사례가 있다. 2024년 8월 난카이 해곡 남단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에 의해 남해안 일대에서 1 cm의 수직 지진동이 관측되었다. 이곳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규모 9.0 지진이 발생하면 30 cm가량의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7월에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6.8 지진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서 진도 2~3 가량의 지진동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보다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동 역시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특히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과 대규모 도시 기반시설이 들어선 시기는 난카이 해곡에서 마지막으로 규모 8급 거대지진이 발생한 1946년 이후이다. 많은 초고층 건물과 대형 교량, 원전, 산업시설, 데이터센터가 존재하는 오늘날의 한반도에 이러한 지진동은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장주기 지진동을 설계기준에 반영하기 어렵고, 재난대응 시나리오에서 충분히 고려하기 어렵다. 더욱이, 긴 주기의 진동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건물은 견디더라도 가스관이나 배관, 승강기, 천장, 외장재와 같은 비구조 요소의 파손이 인명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험의 부재가 자칫 안전하다는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런 피해가 없었다"는 말은 앞으로도 그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님을 구분해야 한다. 겪어보지 못한 지진이 위험한 이유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은 단순히 일본에서 발생할 큰 지진이기보다는 도시화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지진동과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건일 수도 있다. 주도면밀한 사전 평가와 준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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