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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관 ‘동시 제청’한다는데…5개월째 ‘노태악 후임’ 인선 못한 내막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작업이 본격화한다. 5개월 넘게 멈춰 서 있는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과 맞물려 조희대 대법원장이 두 자리를 한꺼번에 채우는 '동시 제청'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4일 회의를 열고 이 대법관의 후임 후보 28명 중 3명 이상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한다. 이후 조 대법원장이 최종 1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당면한 과제는 반년 가까이 표류 중인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다. 앞서 추천위는 지난 1월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윤성식·김민기·박순영·손봉기 등 4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6개월 넘게 최종 제청을 미루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낙점한 반면, 조 대법원장은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면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추천위가 후보를 추린 뒤에도 대법원장이 반년째 제청을 미루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호남 출신인 노경필 대법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를 향한 일종의 '유화적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대법원이 각자 원하는 인사를 한 명씩 가져가는 식의 절충안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법부를 향한 외부의 정치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최근 “대법관 제청을 마냥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대법관 인선이 청와대와 사법부 간의 협상 여부에만 매몰되면서, 정작 중요한 구성의 다양성은 논의에서 밀려났다는 점이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최종 판결을 내리고 법 해석의 방향을 정하는 대법원의 특성상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흥구 대법관의 경우 재직 중 노동 사건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에 관심을 쏟았고,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판결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갈등을 소수자 시각에서 바라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후임 후보군을 보면 이런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체 28명의 후보 중 법관 출신이 27명에 달하고,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하다. 노동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도 극소수에 그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청와대와 여당이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라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정치적 외풍에 흔들려 절충안이라는 명목으로 정치적 거래에 타협할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대법관 추천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천위를 실질화하고 추천 이후 제청·임명 기한을 법에 명시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4일 추천위가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군을 확정한 뒤, 조 대법원장이 교착 상태에 빠진 노 전 대법관 후임까지 묶어 제청하는 결단을 내릴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박빙’ 정청래·김민석 당권 레이스, 15~16일 ‘슈퍼위크’서 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17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가 부산·울산·경남(PK) 순회경선에서 승리하며 충청권 패배를 설욕했다. 충청에서 형성됐던 김민석 후보의 초반 우위 구도가 하루 만에 흔들리면서 당권 경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은 권리당원의 70% 이상이 호남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양측은 사실상 최대 승부처가 될 이들 지역의 표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부산·울산·경남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정 후보는 부울경에서 김 후보를 제치고 승리하며 지난 1일 충청권 순회경선 패배를 설욕했다. 부울경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는 46.65%(2만5189표)를 얻어 김 후보(43.85%·2만3675표)를 2.8%포인트(p) 앞섰다. 전날 충청권 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45.05%를 얻어 정 후보(44.61%)를 0.44%p 차로 앞섰지만, 두 번째 순회경선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충청권과 부울경을 합산한 누적 득표에서는 정 후보가 45.51%(5만5518표)로 김 후보(44.52%·5만4307표)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두 후보의 누적 격차는 0.99%p(1211표)에 불과했고, 송영길 후보는 9.97%(1만2156표)를 기록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충남 금산이 고향인 정 후보가 충청권에서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후보가 예상을 깨고 충청에서 승리하면서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정 후보가 부울경에서 곧바로 반격에 성공하면서 충청 결과가 곧바로 '김민석 대세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첫 두 차례 핵심 권역에서 승자가 엇갈리면서 민주당 권리당원 표심이 특정 후보에게 쏠리기보다 지역별로 팽팽하게 맞섰고, 두 후보의 조직력과 전국 확장성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특히 누적 득표 격차가 1211표에 불과하다는 점은 아직 어느 한쪽으로 대세가 굳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향후 순회경선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만큼 당권 경쟁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상보다 훨씬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청래 후보가 부울경에서 승리하면서 충청 패배를 만회했고, 현재로서는 어느 후보도 대세를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관심은 남은 순회경선으로 쏠린다. 제주·인천과 강원·대구·경북 경선이 이어지지만, 최종 승부는 권리당원 비중이 가장 큰 호남과 수도권에서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호남과 수도권은 전체 150만여 명의 권리당원 가운데 70% 이상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이 평론가는 “특히 호남이 승부를 가를 가장 결정적인 지역이지 않을까 싶다"며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자 권리당원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남에서 우위를 점하는 후보가 수도권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호남으로 향하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김 후보는 이날 전주와 광주에서 '메가 집회'를 열고 당원들과 만난다. 전북 익산 명예시민인 김 후보는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 재임 당시 현대차 새만금 투자 유치 과정을 소개하고, 새만금과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전북 미래산업 육성 방안과 800조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 후보 역시 호남 표심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청에서는 1위를 내줬지만 부울경에서 반격에 성공한 만큼 상승세를 호남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울경, 충청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호남 지인들에게 전화해 달라"고 적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송 후보도 순천·여수·광양·담양 등을 돌며 지지세 확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부울경 결과는 특정 후보의 독주보다 민주당 당권 경쟁이 다시 초접전 국면으로 재편됐음을 보여준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초반 승패보다 호남과 수도권에서 형성될 당심의 흐름이 차기 당대표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 순회경선의 남은 일정은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15일 전북·광주·전남, 16일 경기·서울 등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유럽의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의 교훈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 반난민 정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이민자들의 범죄와 난동·테러 행위가 급증하며 반이민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 이민 역사는 나라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이 대규모 이민을 수용한 가장 큰 공통의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초래된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전쟁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남성 노동인구가 말 그대로 '증발'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노동 가능한 연령대 남성을 잃었다. 영국은 이에 전쟁 피해 복구와 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인도, 파키스탄, 카리브해 및 아프리카 영연방 식민지 출신 인력을 대량 수용했다. 프랑스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식민지를 본국과 같다고 보는 프랑스식 '내선일체' 정서가 있었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대했던 시각과 유사하다. 프랑스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들 지역 인력의 이주를 적극 장려했고, 여타 아프리카 지역 식민지 출신에도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 제2차대전에서 850만 명의 인명 손실을 본 독일은 남성 노동 인력 절대 부족 사태 수습을 위해 터키 등지에서 무슬림 이민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였다. 다른 나라에도 독일로 이민을 적극 장려했다. 1960년대 독일에 간 한국 광부와 간호사도 서독의 인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서였다. 유럽은 2015년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인도주의적 이유로 약 12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 전까지 이민에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같은 시기에 더 풍요로운 삶을 기회를 원하는 아프리카 지역 경제 난민이 유럽에 대규모로 유입된다. 이런 '경제 난민'의 대열에 중동, 인도, 중국 출신도 합류했다. 짧은 시간 동안 유럽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와 난민이 유입되면서 유럽인과 이들 사이 '문화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민과 난민은 유럽 경제 부흥에 중요한 기둥이지만, 이로 발생하는 혼란과 충돌, 사회적 비용 급증으로 갈등이 폭발했다. 이런 현상은 포용적이고 관용적이었던 유럽 국가의 정치 지형을 바꿔 놓았다. 2020년 영국이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한 이유도 유럽연합의 이민 정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 사상을 추종하는 극우 정당 출신 멜로니가 총리가 되었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이민을 반대하는 극우파 정당이 정권 쟁취에 근접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유럽의 이민과 난민 정책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부작용이 많지만, 이민자가 제공하는 저렴한 노동력이라는 꿀단지를 못 버리고 있다. 이민을 줄이겠다던 멜로니의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유입되는 불법 이민을 묵인하고 있다. 스페인은 아예 불법 이민과 난민을 환영한다고 나섰다. 이민이 싫어서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은 오히려 비유럽권 이민을 대규모로 수용하는 모순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난민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피해를 줄이겠다고 권력을 잡은 집단이 자신 권력 연장에 불리한 국가 경제 침체를 피하려고 이를 몰래 묵인하는 자가당착적 기만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민과 난민의 정착이 쉽지 않은 나라로 알려졌다. 한국인도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부도 정식 이민과 난민 수용 모두 엄격히 통제한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 체류 외국인은 280만 명이고, 이 중 40만 명이 불법체류자이다. 현재의 인구구조를 보면 한국은 이민 없이 성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이제 한국 경제는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도 이민 문제에 대해 보다 확실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기이다.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일본도 이민과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도 이렇게 될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외국인의 참여와 기여가 계속 확대되는 현실에서 이민 문제를 방치하면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될 것이다. 이 문제가 시한폭탄이 되기 전에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bienns@ekn.kr

[분석] 李지지율, ETF·부동산·개헌 논란에 ‘최저치’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경제 불안과 부동산 정책 논란, 연임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취임 이후 유지해온 국정 운영 동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0.4%포인트(P) 하락한 45.9%로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1.0%P 오른 50.5%로,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며 긍정평가를 오차범위(±2.0%P) 밖에서 앞질렀다. 최근 민심에 영향을 미친 주요 배경으로는 경제 불안이 거론된다.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출범 초기 형성됐던 '경제 체질 개선 및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되면서 국정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책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시장 혼선이 이어졌고, 집값과 세금 문제에 민감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인천·경기 지역의 지지율 하락폭(-2.5%P)이 비교적 크게 나타난 만큼 부동산 이슈가 수도권 민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임 개헌 논란 역시 지지율 하락의 한 축으로 꼽힌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개헌 추진 발언 이후 야권이 '대통령 연임 빌드업'이라며 공세를 이어갔고, 청와대 등이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민생·경제 현안보다 정치 이슈가 부각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도층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30대의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7.4%P 하락했다. 정치권에서는 30대를 민심 변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계층으로 평가하는 만큼 향후 국정 지지율의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꼽는다. 수도권과 30대를 중심으로 나타난 변화는 정부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대통령 지지율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상승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31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3.8%P 상승한 45.1%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을 처리하며 국정 주도권을 부각했고,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도는 2.9%P 하락한 37.7%로 집계됐다. 당내 중진 징계 절차와 멱살잡이 논란 등 내부 갈등이 이어진 데다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뚜렷한 대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겹쳤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유죄 판결에 따른 당 자금 반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악재가 중첩된 모습이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는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민심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입법 주도권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지만,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는 경제와 민생 이슈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지지율의 향방은 경제 회복에 대한 체감도와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 연임 개헌 논란을 비롯한 정치권 공방의 관리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도층과 수도권 민심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향후 국정 운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3.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정청래 ‘부울경’ 승리…민주당 당권 경쟁 ‘혼전’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 간 경쟁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충청 순회 경선에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0.44%포인트 차로 신승한 데 이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순회 경선에서는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승리했다. 두 후보가 지역 경선에서 1승씩을 나눠 가지면서 당권 경쟁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졌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후보는 부울경 순회 경선에서 2만5189표를 얻어 김 후보(2만3675표)를 1514표 차로 앞섰다. 송영길 후보는 5129표를 받았다. 지역별로 보면,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4337표를 얻었다. 정 후보는 4054표였다. 부산에서는 정 후보가 1만345표를 확보해 김 후보의 9182표를 앞질렀다. 경남에서도 정 후보가 1만790표를 얻으며 김 후보(1만156표)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정 후보는 부울경 순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의 2002년 탈당 전력을 꺼내 들었다. 김 후보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정 후보는 “어느 날 김민석 의원이 정몽준에게 날아갔다"며 “우리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컷오프가 됐어도 탈당하지 않았다. 당을 배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2년 김 후보는 당시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후 노 전 대통령과 경쟁하던 정몽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크게 살려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 후보가 과거 탈당 이력을 파고들었다면, 김 후보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보를 잇는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김 후보는 “경남에서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노무현과 문재인을 이을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 정부가 가능하다면 정부에서, 당이 가능하다면 당에서 중책을 맡으시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는 “1인 1표는 시작일 뿐"이라며 “당원 주권을 진짜로 실현하는 고민을 김경수 동지에게 부탁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5명 이상 당선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송 후보는 정 후보의 당정 갈등 책임론을 부각하며 정 후보를 견제했다. 그는 정 후보가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침묵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공격하는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울경 순회 경선에서 정 후보가 승리하면서 충청권에서 김 후보에 303표 차로 패했던 경선 분위기를 되돌리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두 후보의 접전이 이어지는데다 어느 후보도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하면서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선호투표제가 당권 경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15일 광주·전남·전북, 16일 서울·경기에서 순회 경선을 진행한다. 이어 17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정청래, 민주당 부·울·경 경선 1위…김민석에 1500표 차 승리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순회경선에서 정청래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 1위를 차지하며 당권 경쟁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2일 경남 창원시 창원대학교에서 열린 부·울·경 순회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개표 결과 정 후보는 2만5189표를 얻어 2만3675표를 획득한 김민석 후보를 약 1500표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송영길 후보는 5129표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득표율은 정 후보가 46.6%로 가장 높았으며, 김 후보는 43.8%, 송 후보는 9.4%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충청권 순회경선에서는 김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지만, 부·울·경에서는 정 후보가 1위를 탈환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 당권 경쟁은 권역별 승부가 엇갈리며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남은 권역별 순회경선 결과가 최종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김민석, 정청래 연고지서 ‘303표 신승’…첫 경선 기선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의 첫 순회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정 후보의 연고지인 충청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두 후보의 격차가 0.44%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호남과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의 투표가 남아 있어 승부의 흐름을 단정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김 후보는 45.0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정 후보는 44.61%, 송영길 후보는 10.34%를 기록했다. 김 후보와 정 후보의 격차는 0.44%포인트(303표)였다. 박빙의 승부였지만 김 후보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후보가 충남 금산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충청권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 역시 경선 전까지 충청에서 다소 밀릴 수도 있다고 말해 왔다. 첫 승리로 김 후보는 초반 경쟁에서 유리한 출발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열리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경선에서도 앞설 경우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반대로 정 후보가 영남에서 승리하면 두 후보 간 접전 구도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충청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정 후보의 연고가 있는 충청에서 많은 어려움을 예상했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오늘과 내일 승부를 잘 가져가면 이후에는 비교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후보는 영남권 경선을 반전의 무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영남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정치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 후보가 노사모 출신인 데다 부산 지역 조직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영남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청권에서 10.34%를 얻은 송 후보는 영남에서 득표율을 끌어올린 뒤 호남과 수도권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호남에서 지지세를 결집하고, 정치적 기반인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득표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후보는 “충청에서는 10%를 얻었지만 부울경에서는 더 높은 득표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치적 고향인 인천에서 열리는 경선에서는 파란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과 수도권 경선에서 반전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후보 간 신경전도 경선이 진행될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전일 열린 충청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정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당대표, 손발이 맞는 지도부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충청 경선 결과에 대해 “2대1, 3대1로 두들겨 팼는데 이 정도면 잘한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를 향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혀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생각과 정책, 비전을 이야기했으면 어떨까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합동연설회에서도 정 후보는 “최악의 자기 정치는 노무현을 배신하고 정몽준에게 간 것 아니냐"며 김 후보를 정조준했다. 김 후보 측이 정 후보의 대표 재임 당시 당정 갈등을 부각하자 과거 이력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2일 부울경에 이어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15일 호남, 16일 경기·서울에서 순회 경선을 진행한다. 최종 결과는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이번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선거에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공개되며 대의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마지막 날 합산된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김민석, 민주당 전대 첫 충청 경선 승리…金 45.05%·정청래 44.61%·송영길 10.34%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8·17 전당대회 첫 순회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가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세종 지역 합동연설회 직후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집계 결과 김 후보는 45.05%를 얻어 정청래 후보(44.61%)를 0.44%포인트 차로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송영길 후보는 10.34%를 기록했다. 이번 투표는 충청 지역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28~29일 온라인 투표와 30~31일 자동응답(ARS) 전화 투표를 통해 진행됐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최종 당선자를 결정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조정식발 ‘연임 개헌’ 논란에 ‘李 탄핵론’ 부상…현실성은?

조정식 국회의장의 '연임 개헌'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의 새로운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해당 발언을 이재명 대통령의 장기 집권 구상과 연결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이재명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의석 구조와 헌법상 탄핵 요건 등을 고려하면 실제 추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이번 탄핵론은 현실적인 추진 시나리오라기보다 연임 개헌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프레임 경쟁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조 의장이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야권이 현직 대통령 임기 연장 개헌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질문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해당 발언이 현행 헌법상 불가능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조 의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헌법 128조 2항의 내용은 존중돼야 하며, 향후 이뤄질 개헌 논의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행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도 즉각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조 의장의 발언이 원론적인 취지였다고 선을 그었고, 청와대 역시 이 대통령의 연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권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임 개헌 논란을 계기로 장기집권 우려를 부각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임은 없다'는 다섯 글자를 말하지 못하면 국민은 '이재명 탄핵'이라는 새로운 다섯 글자로 넘어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공세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는 과거부터 연임 시도 같은 오물 묻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손을 잡고 민주당이 몰아가는 개헌 논의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말해 왔다"고 적었다. 이어 “이 정권 빨리 끝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연임 목적의 개헌을 추진할 경우 탄핵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국민의힘이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거쳐야 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 만큼, 현재 제기되는 연임 개헌 논란만으로는 탄핵 사유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대통령이 직접 '연임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아닌데 탄핵할 만한 위법 상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탄핵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배경에 주목한다. 실제 탄핵 추진보다는 연임 개헌 논란을 장기집권 프레임으로 연결해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대여 공세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에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 탄핵론을 띄운 것은) 대여 투쟁의 제스처라고 본다"고 말했다. 변수는 오는 2028년 치러질 제23대 총선이다. 현재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차기 총선 결과에 따라 국회 권력 구도가 크게 바뀔 경우 정치권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탄핵소추 요건을 충족할 정도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정치적 논의의 지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에도 탄핵은 의석수만으로 가능한 사안은 아니다. 헌법상 탄핵 사유가 인정돼야 하고, 국회 의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정치적 여건 변화만으로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이재명 대통령 탄핵' 청원이 5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점도 정치권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국민동의청원은 특정 사안에 대한 국회의 검토를 요청하는 제도일 뿐, 동의 수가 많다고 해서 법적 구속력이 생기거나 탄핵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론을 환기하고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번 탄핵론을 실제 추진 가능한 시나리오라기보다 연임 개헌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프레임 경쟁이 본격화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향후 개헌 논의와 2028년 총선 구도가 맞물리면서 관련 공방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반대했다는 기록 남기려는 것”…국민의힘 ‘필버 반복’ 속내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직접 수사권·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국민의힘이 또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거대 여당의 압도적인 의석 구조상 필리버스터가 법안 처리를 실질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무용론'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곧바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소수당에 부여된 합법적인 의사 진행 지연 수단으로, 2012년 국회선진화법 개정으로 40년 만에 부활했다. 하지만 현재 국회 의석 구조에서는 입법 결과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행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강제 종료할 수 있다. 민주당과 범여권이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현재 국회에서는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더라도 강제 종결이 가능하고, 이후 법안은 곧바로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이날 오후 필리버스터를 종결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결과적으로 법안 처리를 하루가량 늦추는 수준에 그쳤다. 이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현행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다만 7월 임시국회 회기가 이날 자정 종료되면서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결된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범여권은 종결동의안을 의결해 토론을 종료하고 법안을 처리했다. 이처럼 필리버스터가 입법 자체를 저지하기보다 처리 시점을 늦추는 데 그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같은 전략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원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주요 상임위원회 역시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어 법안 심사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대부분의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원내 협상을 통해 법안 내용을 수정하거나 처리를 지연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는 정치적 변수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외투쟁도 국민 피로감과 역풍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한 대응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국회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대응 수단은 사실상 필리버스터가 유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필리버스터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입법 저지나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법안 반대 논리를 국민에게 알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메시지의 의미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며 '마지막 카드'로 국민과 언론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렇게 반대했다'는 정치적 기록을 남기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는 법안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해 “헌정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악법"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약자는 법의 보호에서 내쳐지고 권력자는 법의 감시에서 벗어나게 된다. 법치주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로 나타났다. 의견 유보는 16%였다.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것은) 자신들의 저항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외에 새로운 대여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반면 현재와 같은 의석 구조에서는 원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대응 수단 자체가 제한적인 만큼 현실적으로 다른 선택지를 찾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제도 손질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국민의힘에는 또 다른 부담이다. 민주당은 반복되는 필리버스터가 국회 운영을 지연시키고 입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김준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운영개선소위에 회부했다.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 발의 요건을 현행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에서 '5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하고, 무제한 토론 도중 의사정족수가 미달하면 국회의장이 회의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소수 야당의 합법적인 견제권마저 약화시키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제도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야당이 국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견제 수단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논란은 특정 법안 처리 여부를 넘어 거대 여당 체제에서 소수 야당의 견제권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국회 운영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복되는 필리버스터는 국민의힘의 전략 부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거대 여당 체제에서 야당의 입법 견제 기능이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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