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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통시장 행보에 野 불편 기류…대통령들의 ‘시장 정치학’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전통시장 방문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야권은 “사실상 정치 행보", “관권선거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통시장 방문이 역대 대통령들이 꾸준히 활용해온 대표적인 '민생 정치'의 한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본인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안동구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같은 날 점심에는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을 찾아 시민과 상인들과 만났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울산 동구 남목마성시장을 예고 없이 방문한 데 이어, 14일에는 경기 성남시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 들러 소상공인의 애로 사항 등을 경청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며 날을 세웠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노골적인 관권선거이자 선거 개입이다. 대통령이 선거 개입의 수준을 넘어 아예 직접 선거운동을 뛰고 있는 것"이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매일같이 전국의 전통시장을 직접 돌며 선거 운동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선거 운동이 한 번만 더 진행된다면 국민의힘은 즉시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운동에 대한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 명분 있는 행사, 가야 할 곳을 가고 있다"며 “지선과 무관한 통상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 무대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정치적 고비나 주요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전통시장을 찾았으며, 그때마다 '민생 행보'와 '선거 개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평행선을 달렸다. 실제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둘러싼 여야의 공수교대는 정권의 색깔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어 온 '단골 레퍼토리'다. 후보 시절부터 전통시장 '어퍼컷 세리머니'로 지지층을 결집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지지율 고비가 올 때마다 대구 서문시장이나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등 보수 기반의 시장을 찾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특히 지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와 시장 방문을 병행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항 지진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민심을 다독이는 방편으로 시장을 주로 찾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대문시장, 동원시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자 당시 야당은 '총선용 기획 행보'라며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철이나 정치적 위기 때마다 '정치적 고향'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의 발판으로 삼았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시장에서 직접 미나리를 사는 모습을 통해 기존의 '귀족 이미지'를 탈피하는 감성 정치의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 갖는 다중적 의미에 주목하면서도, 선거 임박 시기에는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동시에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선거 개입' 프레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근본적인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 포함)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선거 중립 의무를 지는 공무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행위는 행위 양태에 따라 관련 규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역대 대통령들도 각종 선거 때마다 지방을 순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며 “선거철마다 관권 선거 논란을 소모적으로 반복하느니, 차라리 선거법 개정을 통해 미국처럼 대통령의 정당 활동 및 선거 운동을 일정 부분 전면 허용하는 것도 소모적 논란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민주 압승 vs 국힘 반란”…전문가 6인이 본 6·3 ‘진짜 판세’ [창간기획]

6·3 지방선거를 2주 앞두고 여야 격전지 판세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가 6명에게 현재 판세를 물은 결과, 민주당 우세 9~14곳·국민의힘 우세 2~7곳을 점쳤다. 대진표 완성 직후와 비교해 접전 지역이 늘었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지만 구도 전망은 엇갈렸다. 서울·부산·대구를 공통 경합지로 꼽았으며, TK가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은 '거여(巨與) 견제론'과 '보수 단일화' 여부가 남은 최대 변수로 지목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우세 9곳, 국민의힘 우세 7곳으로 가장 박빙의 구도를 전망했다. 그는 “서쪽은 민주당 우세가 확연하고,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강원·서울까지 국민의힘이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여론조사가 샤이 보수를 캐치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진표 완성 직후와 비교해 “그때만 해도 경북만 우세했는데 지금은 접전 지역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부울경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야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데 지금은 그 범위 안"이라며 국민의힘 근소 우세를 점쳤고, 강원도도 “7%포인트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왔지만 그 정도로는 민주당이 이기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대구·부산·서울이 동시에 접전이라는 건 성립이 안 된다"며 “민주당이 영남에 서울까지 내주면 전체에서 앞서도 타격"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우세 12곳, 국민의힘 우세 4곳을 최소 가능 구도로 봤다. 그는 “15대1은 아니다"라며 “보수 결집이 일어난 건 사실이고, 투표 의향이 없었던 보수들이 투표를 생각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서울에 대해서는 “여당 다수 당선과 야당 다수 당선 응답이 40대 40으로 같아졌다"며 “여당의 견제는 필요하지만 야당으로서의 국민의힘은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강원은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호남에 대해서는 “광주 서구·북구청장이 무투표 당선된 것 하나만 봐도 설명이 된다"며 별도 분석을 생략했다. 투표율과 관련해서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평균 투표율 55.5%를 넘긴 세 번 중 두 번은 민주당이, 한 번은 보수가 이겼다"며 “전체 투표율보다 4050 세대별 투표율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우세 14곳, 국민의힘 우세 2곳으로 봤다. 경상도 5곳(부산·울산·경남·경북·대구) 가운데 민주당이 2곳을 가져오면 선전, 3곳이면 대박, 1곳이면 기대 미달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는 2곳 정도 가능하고 잘하면 3곳도 가능하다"며 “부산과 경남은 아직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이라고 했다. 대구에 대해서는 “김부겸 당선 가능성은 딱 50%"라며 “숨어 있는 표까지 다 합쳤을 때 그렇다"고 밝혔다. 부산시장 선거와 북구갑 보궐선거의 연동성을 강조하며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순간 부산 기류가 바뀐다"고 했다. 민주당의 TK 공략 전략에 대해서는 “부울경에서 선전하지 않고 TK만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TK 공략은 부울경을 자극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민주당 우세 7곳, 국민의힘 우세 2곳, 경합 7곳으로 분류했다. 민주당 우세로 광주·전북·전남·경기·제주·인천·대전을, 국민의힘 우세로 대구·경북을 꼽았다. 서울·부산·울산·경남·충남·충북·강원을 경합으로 봤다. 서울에 대해서는 “강남3구와 한강벨트 자산가 계층,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 남성층을 중심으로 보수세가 공고해지고 있다"며 “오세훈 후보의 4선 타이틀과 안정적인 시정 관리 능력이 여당 지지율 정체 속에서도 중도층에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천에 대해서는 “행정체제 개편 이슈와 개혁신당 후보 완주 여부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 있는 수도권 최대 격전지"라고 했다. TK에 대해서는 “보수 결집이 80% 이상의 강도로 작동할 것"이라며 “막판에는 전통 보수층이 대거 투표소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전 시나리오로는 “서울·강원·충남을 수성하고 영남권을 완벽하게 다지는 구도"를 제시했다. 투표율에 대해서는 “50%대 이하로 떨어지면 60대 이상 노년층 비중이 높아져 보수에 다소 유리하다"며 “높을수록 저연령층과 4050이 늘어 여당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유권자의 15~20%를 차지하는 중도·부동층이 투표장에 가느냐,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가 모든 격전지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민주당 우세 13곳, 국민의힘 우세 3곳으로 전망하면서도 “TK가 이번 선거의 최대 경합 지역"이라며 “대구 여론조사가 막상 막하인데 변화의 조짐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TK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45~50% 근방으로 나오는데 이건 이재명 개인 효과이지 민주당 지지율이 아니다"라며 “김부겸 표와 대통령 지지율의 갭이 15~20%포인트 나오는 건 이재명 홈랜드(고향) 효과가 처음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부산은 “전재수가 이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며 “해수부 이전 등 약속을 평가하는 이익 투표가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경남은 “무응답 제외 시 3~4%포인트 차이로 사실상 박빙"이라고 추정했다. 경기·인천은 “끝난 것"이라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경북을 국민의힘 우세, 대구를 경합으로 분류하며 민주당 우세 14~15곳, 국민의힘 우세 1~2곳을 전망했다. 그는 “대구 경북을 제외하면 민주당이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대구가 민주당에 유리하면 15대1, 불리하면 14대2 구도"라고 했다. 그는 “대구가 제일 예측하기 힘든 지역"이라면서도 “김부겸 후보가 대단히 지혜로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얘기 없이 지역 일꾼·경제 활성화만 내세우는 전략이 보수 텃밭에서 파고들 여지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그는 “TK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었고, 한일 정상회담을 안동에서 한 것도 TK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줬다"며 “당의 이름이 아니라 개인기와 이재명 정부 두 가지로 하는 선거 운동"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대해서는 “해수부·HMM 이전 이슈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에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은 거여 견제론이 선거 막판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엄경영 소장은 “장동혁 심판론이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고,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유권자들이 이재명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며 “거여 견제론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도 “지금의 선거 구도는 내란 세력 청산인데 이게 흔들리고 있다"며 “서울에서는 여당·야당 다수 당선 응답이 40대 40으로 같아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견제론에 불을 붙일 수 있는 트리거로는 민주당 지도부의 '오만 프레임'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최진봉 교수는 “국민의힘 자체적으로는 결집 모멘텀을 만들 수 없다"며 “민주당이 실수를 해야 결집이 일어나는데, 지금 대통령이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제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가 리스크"라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선거 직전인 6월 1일로 당겨 잡은 것도, 안동 한일 정상회담도 보수 결집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요한 대표는 “민주당이 오만한 태도를 보이거나 승리를 장담하는 순간 중도층은 돌아선다"며 “삼성전자 파업이 실현될 경우 코스피 하락과 노란봉투법 입법 책임으로 여당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화 여부도 남은 변수로 거론됐다. 정한울 소장은 “남아 있는 큰 변수는 단일화"라며 “북구갑·평택 등 보궐선거에서 단일화가 이뤄지고 보수 혁신의 모습이 보이면 중도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AI 딥페이크’ 주의보…제도 허점이 부정선거 키운다

선거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 생성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악의적 딥페이크·허위 정보로 유권자의 판단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엄중한 조치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유세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범정부 차원에서 AI 선거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4월 관계장관회의에 이어 공식 선거운동 전날인 지난 20일 AI 가짜뉴스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리는 “AI를 악용한 딥페이크 등 선거범죄는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부정적 효과도 매우 크다“며 "신속하게 삭제 조치하고 최초 제작자부터 유포자까지 추적해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선거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주도로 부처별 특성을 살린 범정부 협의체를 굴려 AI조작 콘텐츠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내부적으로 관련 특별 대응팀을 꾸려 실시간 대응 중이다. 공직선거법 82조8항에 따르면,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 영상·음성 등을 제작·편집·유포·상영 또는 게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시 7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상·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제는 선거법을 손질해 AI 선거범죄에 대한 신규 규제까지 적용했음에도 여전히 진짜·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콘텐츠들이 난립하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온라인상으로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후보로 추정되는 남성이 등장하는 AI 이미지가 떠돌아 논란이 일었다. 전통시장 배경으로 조 후보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착용한 한 남성이 물건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조 후보는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안중시장에서 할머니 짐을 직접 들어 드렸다“며 “AI 생산물은 캠프건 조국혁신당이건 만든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거철 때 가짜 콘텐츠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발생한 '조 바이든 딥페이크 전화 소동'이 대표 사례다. 그해 1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전 바이든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사칭한 가짜 전화가 민주당원들에게 불참할 것을 종용한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허점이 AI 가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 1월부터 AI기본법도 시행됐지만, 1년 간 과태료가 물지 않는 계도기간이 적용된다. 사실상 6월 지방선거까지 실질적 집행력이 없다는 의미다.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31조2항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이용한 결과물을 제공할 시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은 “만일 정당에서 악의적 콘텐츠를 유포해 선거에 영향을 줬다면 부정선거로 상대 후보에 페널티를 주면 된다"며 “다만, 특정 정당과 무관하게 의사표현하는 1인 콘텐츠 사업자가 개입할 여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인물이 딥페이크 제작물을 통해 악영향을 끼쳤더라도 선거법상 개인 처벌은 가능하지만, 후보들과 직접적인 관계성이 없으니 선거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원전 vs 재생에너지…여야 에너지 공약 ‘극과 극’ [창간기획]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가 6·3 지방선거의 핵심 정책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 이상 환경 의제에 머물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 전략의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양당의 10대 정책을 보면 시각차는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RE100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앞세워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인 반면, 국민의힘은 원자력 발전을 중심으로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10대 공약 가운데 별도의 'RE100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제시하며 국민의힘보다 에너지 의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인 이행 방법도 18개로 세분화했다. 민주당은 RE100 대응을 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요하는 '새로운 무역 장벽'이 세워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이 곧 수출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논리다. 핵심 사업은 'AI 기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이다. 민주당은 2030년까지 서해안을 중심으로 초고압 송전망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해안에서 생산한 풍력과 태양광 전력을 수도권과 산업단지로 보내는 일종의 '전기 고속도로' 구상이다. 이를 통해 AI 기반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서해안에 재생에너지 산업벨트를 조성해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첨단기업 유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단위 공약으로는 에너지 특구와 RE100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지산지소' 전력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산업단지와 수출기업이 직접 활용하도록 하고, 분산에너지 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 전력 직접거래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주민 체감형 공약으로는 '햇빛소득마을'이 포함됐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공부지 등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복지나 햇빛연금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과 농어촌 RE100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에너지 공약은 이재명 정부의 국가사업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성격이 강하다. 에너지고속도로, 지산지소 전력시스템, 햇빛소득마을 모두 정부가 추진 중인 역점사업과 맞물려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지방선거 유세에서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세워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을 지역에서 실행할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에너지 공약은 '원전 생태계 복원과 확장'으로 요약된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원전을 안정적인 기저전원으로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육성하고, 현재 건설 중인 2기를 포함해 총 5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산업용 전기요금과 전력산업기반기금 인하도 주요 공약에 담겼다. 에너지를 기업 비용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같은 기조는 앞서 지난 4월 24일에도 제시됐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시 “지금 대한민국은 AI 반도체와 전기화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전례 없이 급증하는 전기 시대"라며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치우친 채 안정적 전력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후보들의 공약도 중앙당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울진을 원전 기반 미래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후보는 “울진 원전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AI 시대 핵심 경쟁력"이라며 “울진 수소 국가산단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창원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에 SMR 국산화 기술 개발과 제작·검사·인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오지성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후보도 새만금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SMR 건설을 약속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에너지 공약을 별도 항목으로 내세우기보다 2호 공약인 '규제철폐와 신산업성장을 통한 경제대도약'의 세부 과제로 담았다. 에너지를 독립 의제가 아닌 산업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에너지를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해법은 정반대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RE100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고, 국민의힘은 원전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산업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RE100 대응이 늦어질 경우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지역 산업단지와 직접 연결해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재생에너지 중심 구상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본지에 “AI·반도체 산업 확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원전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나 민주당 공약처럼 재생에너지로 그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李대통령 “건물 관리비 과다 징수 불법…비정상 정상화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 공동건물의 관리비 과다 징수 문제와 관련해 “이제는 불법"이라며 강도 높은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누구든지 관리비 내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모든 비정상이 정상화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비리 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이득을 취할 경우 자격을 취소해 시장에서 퇴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처벌 수위도 강화하기로 했다. 관리비 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허위 작성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장부 열람이나 교부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도 상가 관리비 과다 징수 문제를 생활 속 개혁 과제로 언급하며 “이런 부조리를 찾아내 정리하면 좋겠다"고 주문한 바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재명 대통령 “기득권 반발 두려워 않겠다”…노무현 정신 계승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서 “기득권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철학 계승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이제 추모의 마음을 넘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당신의 뜻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반칙과 특권을 걷어내는 개혁을 강고하게 추진하겠다"며 “먹고 사는 문제로 삶을 포기하지 않는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추진된 10·4 남북공동선언도 언급했다. 그는 “분단의 선을 평화의 길로 바꾸며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뤄낸 뜻을 이어받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님의 못다 이룬 꿈을 국민주권정부가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어디 하나 소외되지 않는 균형발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적 유불리보다 옳고 그름을 먼저 묻고, 계산보다 진심을 선택하겠다"며 “성공한 대통령의 유일한 기준은 국민 삶의 개선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고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발언이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남북 관계 개선, 국가 균형발전 등 노 전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를 현 정부에서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여야,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맞아 ‘노무현 정신’ 강조…검찰개혁 놓고 충돌

여야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23일 일제히 '노무현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수를, 국민의힘은 “공소 취소는 반칙과 특권의 시대를 다시 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검찰개혁과 내란 심판 필요성을 부각했다. 민주당 한병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12·3 불법 비상계엄을 막아냈다"며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염원한 검찰개혁을 차근차근 완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냈고 정치검찰의 실체를 밝히며 제도개혁을 이끌었다"며 “국민 주권과 노무현 정신을 훼손하는 선동과 농간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 정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말한 검찰개혁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었지만, 지금 민주당이 하는 것은 검찰과 사법부 장악"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움직임은 노 전 대통령이 끝내자고 했던 반칙과 특권의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훈 중앙선대위 공보단장도 “노 전 대통령의 통합과 상생 정신은 현재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며 “진정한 노무현 정신 계승은 민생을 위한 협치를 실천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 공보단장은 이에 대해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추모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챗GPT가 선거운동원’…6·3 선거 파고든 AI 기술

선거 때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공지능(AI)이 이제는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AI가 정책 제안부터 홍보 영상 제작, 유세 동선 관리까지 선거 실무 전반에 활용되면서 정치권의 선거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거 AI가 선거 과정에서 허위 정보 확산과 여론 왜곡 우려를 키우는 위험 요소로 인식됐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유권자 접점을 확대하는 '실무형 도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생성형 AI 기술 대중화로 누구나 영상·이미지·문구 제작이 가능해진 데다 선거 비용 절감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AI 도입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후보 캠프는 AI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병수 국민의힘 김포시장 후보 캠프는 최근 AI 기반 실적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기존 정치 홍보 영상이 감성적 메시지와 이미지 중심이었다면, 해당 영상은 각종 정책 성과와 지역 데이터를 시각화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후보 캠프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ChatGPT에게 지난 4년 동안 김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어봤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권자가 챗GPT에게 김포의 변화상을 질문하고 AI가 답변하는 형식이다. 정당 로고나 정치적 문구 없이 AI의 분석 결과만 담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AI가 선거 홍보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전문 제작 인력과 장시간 편집 작업이 필요했던 콘텐츠를 이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력과 자금력 열세에 놓인 후보들도 디지털 선거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정당 차원의 AI 활용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식 홈페이지에 AI 기반 정책 제안 시스템을 도입해 유권자 의견 수렴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공천 과정에서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하며 후보 경쟁력과 리스크 분석 체계를 강화했다. 개혁신당은 유세 일정과 이동 동선을 최적화하는 'AI 사무장'을 자체 개발해 선거 전략 수립에 활용 중이다. 이처럼 AI 활용 범위도 단순 홍보를 넘어 정당 운영과 후보 관리 시스템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과거 선거가 조직 동원과 인맥 중심의 '맨파워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전략화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 현장 곳곳에서 등장하는 AI 기반 기술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AI 선거 홍보 로봇 '로보트(RoVOTE)'가 거리 유세를 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AI 기반 선거방송도 앞두고 있다. 최근 오픈AI 코리아는 SB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6·3 지방선거 특집 개표방송 '2026 국민의 선택'에서 AI 실시간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SBS의 선거방송 제작 역량과 오픈AI의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선거방송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선거 당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데이터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가공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유권자가 선거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반복적인 선거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다만 AI 활용 확대와 함께 부작용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 등을 이용한 허위 정보 확산 문제는 여전히 최대 위험 요소로 꼽힌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의8(딥페이크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 등의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AI 기술이 선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보 신뢰성 검증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초단편 영상과 AI 생성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환경에서는 허위 정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활용 능력 못지 않게 허위 정보 대응 체계 구축 역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AI 확산이 장기적으로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기존에는 조직·인맥·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정치인이나 신인 후보들이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AI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정책 홍보와 콘텐츠 제작, 유권자 분석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홍열 덕성여대 겸임교수는 한 언론사 기고 칼럼을 통해 “AI가 정치 참여의 비용을 낮추며 선거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정치인이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기존의 돈 정치와 줄서기 정치 구조를 일정 부분 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 경험이 부족한 청년과 신인들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시민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하남갑 승부수’ 이광재,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

“3선을 거치며 쌓아온 정치력을 하남을 위해 쏟아붓겠습니다. 뼈를 묻겠습니다."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 경기 하남시 전통시장 한복판에 섰다.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야기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이 후보의 하남 덕풍시장 출정식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 후보가 출정식 장소로 덕풍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민생'이었다. “하남은 제2의 고향 같다"는 이 후보는 “과거 강원도 정선시장을 크게 살렸던 것처럼 덕풍재래시장을 확실히 살리겠다는 약속을 드리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유세차에 오르기 전, 이 후보는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점포마다 일일이 문을 열고 들어가 상인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화이팅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상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열심히 해주세요"라며 손을 맞잡았다. 차량을 멈춰 세우고 창문을 내린 시민이 “응원한다"고 외치자 이 후보는 양손 엄지를 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날 출정식은 선거유세라기보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시장 입구에 웅장한 오페라 선율의 유세 팝송이 울려 퍼지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선한데"라며 걸음을 멈추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마스코트 '팡재인형'도 다시 등장했다.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환호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본격적인 유세가 시작되자 덕풍시장 사거리 인도는 100여 명의 시민이 몰려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 후보는 연설에 앞서 “일단 큰절부터 하고 시작하겠다"며 시민들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 그는 강원도지사 시절 자신의 별명이 '예산 폭격기'였음을 강조하며 “시시하게 정치할 거면 이곳에 안 왔다. 이광재의 손을 잡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평짜리 농사는 호미로, 1000평은 삽으로 지을 수 있지만, 10만 평이 넘으면 트랙터가 있어야 한다"며 “일이 산적한 하남시에 트랙터 같은 강력한 일꾼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서거 17주기를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노 대통령의 꿈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라며 “그가 못다 이룬 꿈, 즉 일자리가 넘치고 집 걱정이 없으며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의료·문화 도시를 이곳 하남에서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합동 유세에서는 정무적 감각도 돋보였다. 이 후보는 “우리 추 후보님이 오셨는데 실리를 챙겨야 하지 않겠냐"며 “덕풍시장 등 5개 시장을 살리기 위한 특별조정교부금 확보,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3개 현안을 확실히 요구하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생의 종착지는 하남"이라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 등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이번 하남갑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살겠다. 당이 부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했고, 평택을 출마 제안도 고사했다. 대신 하남갑을 선택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부겸 총리는 대구에 네 번째 출마했고, 전재수·김경수 같은 후배들도 가장 어려운 지역에 몸을 던지고 있다. 당과 지지자들로부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헌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 이번 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려 있다. 이번 선거가 가진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두 가지 핵심 의미가 있다. 첫째는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는 점이다. 임기 4년이 남은 이재명 정부에 추진력을 실어주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둘째는 윤석열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하는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단호한 심판을 내려주셔야 비로소 건강한 보수가 자리 잡고, 여의도 정치가 내전 상태를 끝내 경제를 살리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 - 하남갑은 지난 총선에서도 격전지였고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다만 최근 이광재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선거 전략은. “저는 민주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경제성장론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한민국에 10개, 20개는 더 나와야 나라가 산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국정 경험을 두루 갖춘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유권자분들께서 이념적 편향 없이 오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결국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할 사람'이다. 하남의 묵은 현안들은 힘 있는 일꾼이 아니면 풀기 어렵다." - 출마 선언 직후 많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하남을 찾고 있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행정을 두루 움직일 수 있는 '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이미 일을 시작했다. '당선되면 잘하겠다'가 아니다. 최근 한병도 원내대표가 직접 캠프를 찾아 '원내대표 직속 지역 숙원과제 입법지원 TF'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자리에서 하남시 7대 숙원과제를 풀기 위한 21개 입법 제안서를 전달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과 국토위 의원들은 감일동 현장까지 찾아와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논의했다.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분당 원외 위원장 시절에도 사무실 없이 카페를 전전하면서 현역 의원들과 장관들을 분당으로 모셔와 15년 묵은 성남공항 고도제한 문제와 8호선 연장 문제의 물꼬를 텄다. 사무관부터 장관에 이르는 행정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아야 예산이 따라오고 법안이 통과된다. 과거 제 별명이 왜 '예산 폭격기'였는지 결과로 증명하겠다." - 하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교통' 문제다. GTX-D 노선 조기 추진, 지하철 3·9호선 연장 등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무엇인가. “하남시청에서 위례까지 1시간이 걸리고, 시청역 5호선은 배차 간격이 14분이라 시민분들이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부터 뛰고 계신다. 이건 도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해법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광역버스 증차가 시급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를 설득해 증차와 배차 시간 단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 중기 대책으로는 올 7월 결정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핵심이다. 이 계획에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을 반드시 반영시키겠다. 확정 후 예산 배정이 지연되고 있는 3·9호선 연장 역시 과거 강원도 시절 철도 예산을 따냈던 경험을 적용하겠다. 4선 중진으로서 국회를 움직이고, 야당 지도부와도 소통 채널을 갖춘 제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 하남을 판교와 강남이 부러워하는 '미래형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녹색 미래도시 하남'과 국가정원 구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남을 강남보다 문화와 교육이 좋고, 판교만큼 미래 산업이 풍부하며, 강원도만큼 녹색 자연이 어우러진 자족도시로 만들겠다. 하남은 그린벨트 비율이 71%에 달하고 국공유지가 94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그동안 묶어두기만 했다. 이곳에 세계적 수준의 AI 대학원을 유치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을 추진해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 국가정원 구상은 미사섬 인근 하천부지에서 출발한다. 그린벨트 역시 무조건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훼손된 곳은 미래도시로 개발하고 보존할 녹지는 확실하게 지키는 '합리적 재편'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짜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하남은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 유입이 많은 도시다. 청년·육아·교육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신도시별 맞춤형 생활 고충을 해결해 '아이 키우기 좋은 하남'을 만들겠다. 첫째로 과밀학급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당선되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하남의 교육 환경 개선을 직접 챙기겠다. 둘째는 의료 공백 해소다. 부모들에게 가장 절박한 순간은 한밤중에 아이가 아픈데 갈 병원이 없을 때다. 24시간 어린이병원 유치, 24시간 심야약국 지정,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진료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 마지막으로 청년·신혼부부 주거 문제다. 교산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위해 공공분양 비율을 대폭 늘리는 한편, 초기 비용으로 10분의 1만 내고 살면서 지분을 늘려가는 '지분형 주택'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 만약 국회에 재입성하신다면, 거대 여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여야 협치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이번 선거 이후 민주당도 '실용주의 노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 80% 이상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를 이야기한다. 당이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되기보다 민생에 집중하도록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겠다. 상생의 정치 문화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다. 저는 이미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한 경험이 있다. 양보하고 헌신해도 결국 더 큰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다.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인 만큼, 협치가 가능한 국회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남갑 유권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하남 시민 여러분, 늦게 와서 죄송하다. 늦게 온 만큼 더 치열하게, 더 겸손하게, 더 헌신적으로 일하겠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신장동에 거처를 마련했고, 천현동에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남의 성공이 곧 이광재의 성공이다. 만약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를 각오하겠다. 이번 선거는 하남의 묵은 숙제를 단숨에 풀어낼 해결사를 뽑느냐, 아니면 또다시 말잔치로 끝낼 사람을 뽑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국회, 예산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4선 중진의 힘을 하남을 위해 써달라. 하남을 강남과 판교가 부러워하는 녹색 미래도시로 반드시 만들겠다. 하남을 제 땀으로 적시겠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반도체 호황에…‘삼성·SK하이닉스’, 선거판 단골 메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단체 16곳 중 9곳에 출마한 후보들이 5대 핵심 공약에 반도체 산업단지·공장·팹(Fab) 유치를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내건 광역단체까지 더하면 사실상 전국이 '반도체 공약 러시'에 휩쓸린 형국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유권자 관심이 쏠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없는 공수표"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22일 에너지경제가 16개 광역단체장 주요 후보들의 5대 공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기·인천·세종·충남·전북·전남광주·대전·경북·대구 등 9개 광역단체에서 후보 1인 이상이 반도체 공장·산단·팹 유치를 5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공세적인 곳은 대구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을 유치해 대구·구미를 잇는 'TK 반도체 산업벨트'를 구축하겠다"며 “용인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더 이상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했다. 임기 내 대기업 팹 유치를 추진하고 2034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완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전남광주에서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취임 1년 내 10조원 규모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민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린 이종욱 후보도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용인 삼성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남광주 이전을 촉구하는 시민유치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을 잇는 'K-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권역을 포괄하는 '초광역 AI·반도체 클러스터 K-벨트 구축'을 각각 공약했다.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도지사로서 꼭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구미 국가산업단지 기반 반도체 팹 유치를 공약하며 “K-반도체 자립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에서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2030년까지 3조4585억 원을 투입해 유성 교촌동에 530만㎡ 규모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에서는 이원택·양정무·백승재 후보 모두 반도체 관련 공약을 5대 핵심에 포함시켰다. 이원택 후보는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이 증설되면 전북에 올 수밖에 없다"며 삼성 반도체 실증 공장 유치도 약속했다. 충남에서는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첨단 반도체 후공정 생산 거점·수출기지 조성'을,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송도·영종·남동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산업클러스터 완성'을 내걸었다. 세종에서도 조상호 민주당 후보가 반도체 소부장 특화 스마트 국가산단 조성을 5대 공약에 포함했다. 5대 공약에는 반도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언급한 광역단체도 4곳에 달했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데이터센터 100조 원 투자와 반도체·이차전지 신산업 유치에 힘쏟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AI 전력반도체 제조 특구' 조성을 공약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는 2022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대기업 유치"를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충북을 핵심 산업기지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공약은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김진태 후보는 “삼성 반도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원주를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원주에 들어선 것은 삼성의 생산라인이 아닌 교육원뿐이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외치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도 2022년 캠프스탠리 부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임기 내 이행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미이행 공약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유권자의 검증 의지 부재가 지목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지난 선거 때도 반도체 공약은 지자체마다 있었다"며 “그 때 공약을 걸었던 곳 중에서 실천한 곳이 있는지를 보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 잘 되니까 뺏어오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가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다 지은 다음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오히려 그 지역에 해를 주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이 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이미 용인·평택에 투자를 결심하고 부지도 마련한 기업 입장에서는 황당무계한 것"이라며 “만약 실제로 이행된다면 기업에 굉장히 큰 비용을 발생시키고 불확실성을 겪게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을, SK하이닉스는 같은 지역에 60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미 확정했다. 김광두 서울대 교수는 “실현성도 없고 국가 이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잘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괜히 혼선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도 “이미 다른 지역으로 결정이 난 상황에서 초기 투자비가 상당히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공약이 기업에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교수는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미국의 경우 기업을 유치하고 싶으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토지를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적 억지력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이 현재 위치에 있는 건 전력·냉각수·전문가 접근성 등 모든 조건을 따진 결과"라며 “4년에 한 번 하는 선거 때문에 다 옮긴다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했다. 이종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소장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다는 건 최소 생산라인 4개 규모의 대단지를 의미하며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공장은 생산라인 관리 인력이 대다수이고 로봇 비율이 높아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 유치는 소재 업체도 같이 지방으로 내려와야 하는 문제"라며 “수도권은 물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지방은 어떻게 물건을 옮겨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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