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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5부제 참여’ 차량 보험료 할인 특약 내달 출시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라 차량 5부제 참여 차량에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 상품이 다음 달 출시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2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동 사태 종합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손해보험업권이 차량 5부제 참여 시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5부제 할인 특약 상품을 5월 중 출시해 에너지 절약 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국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아울러 이달 중 대중교통 혼잡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5월 연휴 관광 활성화 등 녹색 소비·관광 촉진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4차 석유최고가격 시행 여부는 시장 영향, 국제유가,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는 전략경제협력특사단이 중동·중앙아시아에서 확보한 원유 2억7300만 배럴, 나프타 210만t이 원활히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을 통한 대체 항로 원유 도입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경에 반영된 6700억원 규모의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지원 사업도 신속 집행해 수급 안정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회의에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원유·나프타 수급과 공급망 영향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 대응"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는 나프타, 요소수, 주사기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매점매석으로 공급망 병목이 의심될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예산 집행과 관련해선 26조2000억원 중 25조원을 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신속 집행이 필요한 10조5000억원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 85% 이상 집행할 계획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등 집행 과정을 면밀히 관리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韓-베트남, 특별한 관계…원전·인프라 협력 확대”

이재명 대통령은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22일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참으로 특별하다"며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양국은 서로에 있어 3대 교역국이며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해 우리 정부가 출범한 뒤 또 럼 베트남 서기장이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국빈 방한을 했다. 그리고 이번엔 베트남 새 지도부가 꾸려진 뒤 첫 국빈으로 제가 오게 됐다"며 “이것만 봐도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불과 한 세대 만에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는 핵심 파트너가 됐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협력 관계를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과 인프라, 과학기술 등 전략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 등 글로벌 과제들에 대해서도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의 역사적·정서적 공통점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두 나라는 외세를 자신들의 힘으로 극복한 점, 분단의 아픔을 겪고 동족끼리 전쟁의 고통을 겪은 뒤 우뚝 일어서는 과정 등이 많이 닮았다"고 소개했다. 또 “베트남 전래동화 중에 우리 '콩쥐팥쥐'와 꼭 닮은 동화가 있다고 들었다"며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끈끈한 정서적 유대감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 한사라와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식 감독을 언급하며 양국의 문화적 친밀감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축구 이야기를 꺼내며 “저도 한때는 축구단 구단주였는데, 잘 되게 해보려다 희한한 죄를 뒤집어쓰고 재판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베트남 동포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 정부는 해외에 있는 다문화가정 동포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보살필 것"이라며 “제가 각국 대사관을 통해 해외 동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베트남에서도 잘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에 참석한 동포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마이크를 드릴 테니 실컷 하시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재보선 판 키우는 민주당…송영길·이광재 ‘띄우고’, 김용은 ‘고심 중’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공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전광석화로 공천하겠다"며 예고했지만,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배치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확정된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13곳으로 모두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다. 여기에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두고 경쟁 중인 추경호(대구 달성군)·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갑) 지역구 가운데 1곳에서도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총 14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민주당이 현재까지 후보를 확정한 곳은 '울산 남갑' 한 곳뿐이다. 당은 오는 23일 전략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추가 공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에 대한 전략공천 여부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재보선 공천 원칙으로 “인재 영입, 내부 발탁, 명망 있는 당내 인사의 재배치"를 제시하며 두 인사를 직접 거론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 후보 확정을 위한 우선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인천 계양을이다. 송 전 대표가 5선을 지낸 지역이지만, 이재명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계양을 복귀를 희망했던 송 전 대표는 최근 들어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에 복당해 보궐선거 공천을 앞두고 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 20일에도 “당이 결정하면 승복하겠다"고 밝히며 당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대표의 공개 언급으로 공천 가능성이 커진 이광재 전 지사의 출마지도 주목된다. 정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이광재 의원 같은 분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고, 특히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여러분이 짐작하는 그런 곳에 출전해도 경쟁력이 매우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추미애 의원의 경기지사 도전으로 공석이 되는 하남갑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확대 해석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송 전 대표의 평택을 출마설, 이 전 지사의 하남갑 출마설 등에 대해 “그건 분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의 주요 전략자산으로 대표적으로 호명됐던 두 분인데, 이렇게 조합을 짜다 보면 경우의 수가 몇 개 없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하남갑 또는 안산갑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당 지도부는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 사무총장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좀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기류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의견이 있다"며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 피해자인 만큼 정치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국민 눈높이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반면 김 전 부원장은 연일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이 정치검찰을 잡자는 당론으로 국정조사를 하고 있다. 제가 출마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저를 외면하면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고개 숙인’ 장동혁 vs ‘쓴소리한’ 김진태…눈도 안 마주쳤다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장동혁 대표와의 거리두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8박 10일 방미를 마치고 귀국한 이튿날인 22일 강원도 양양을 찾은 장 대표에게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옛날의 그 멋진 장동혁으로 돌아가줬으면 좋겠다"고 면전에서 직격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양양 수산리 어촌마을회관에서 강원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김진태 후보와 함께 '강원이 올라갈 시간, 내 삶이 특별해지는 약속' 현장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방문은 귀국 후 첫 지방 행보다. 김 지사는 “와줘서 고맙다"는 짧은 인사 뒤 곧바로 직언을 쏟아냈다. 그는 “현장을 다녀보면 '내가 원래 빨간 당이었는데 중앙당 생각하면 열불 나서 투표 안 한다'는 사람이 많다"며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당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루 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다녀봐야 중앙당 뉴스 뜰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42일이면 생사가 결정되는 후보 입장에선 속이 탄다"고 했다. 강원도 내 국민의힘 후보 300여 명이 같은 심정이라며 “장 대표가 온다고 하니 만나면 더 세게 얘기해달라는 후보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장 대표와 저는 오랜 인연"이라면서도 “붙잡으려고 하면 더 멀어져가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나. 옛날에 그 멋진 장동혁으로 좀 돌아가줬으면 좋겠다.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장 대표는 김 지사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메모를 이어갔다. 발언이 끝난 뒤에도 이에 대한 언급 없이 공약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동서고속화철도 고속화, GTX-B 노선 춘천 연장, 속초~고성 고속도로·포천~철원 고속도로 예타 추진 등 강원 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이재명 정권의 강원도 홀대에 국민의힘은 김 지사와 굳게 손잡고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이같은 쓴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성토가 쏟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당이 후보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지, 짐이 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후보들이 원하는 것은 육참골단의 결단"이라고 했다. 배준영 의원도 “인천은 역대 선거에서 전국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고, 정승연 당협위원장은 “중도층에 호소할 수 있는 정책과 방향으로 혁신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장동혁 패싱' 움직임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1일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을 찾았지만, 도보 5분 거리의 국민의힘 대표실은 들르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공천이 확정된 11명의 시·도지사 후보 중 장 대표와 공개 투샷을 찍은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독자 선대위 기조도 굳어지고 있다. 경기 지역 의원 6명은 전날 “경기도 자체 선대위를 즉시 발족하겠다. 현장을 지키는 저희가 직접 엔진을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박형준 시장은 조만간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와 함께 부·울·경(PK) 통합선대위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경호 대구시장 예비후보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선거 활동을 할 것"이라며 대구·경북(TK) 자체 선대위 구성을 시사했다. 당내에선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홍준표 패싱'과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당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당명과 당색을 드러내지 않은 채 유세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한국당은 대패했고 홍 대표는 물러났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당 대표가 나서면 나설수록 후보들이 숨는 구도가 똑같다"며 “그때 결말이 어땠는지는 알지 않느냐"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강원도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일정에 들어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장동혁 체제의 시간은 왜 멈추지 않는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한 비판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나지 않는다. 단순한 '버티기'로 해석하면 절반만 본 것이다. 지금 그의 선택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에 가깝다. 정치에서 사퇴는 책임의 종결이 아니라, 책임의 확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물러나면 패배는 '장동혁의 실패'로 굳어진다. 그러나 선거 이후까지 자리를 지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패배하더라도 구조적 요인 으로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일정 수준의 성과라도 나온다면 그는 위기를 통과한 지도자로 재해석될 여지를 갖게된다. 이 미묘한 차이가 그를 현재의 자리 붙박이로 만든다. 이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이미 여러 정치적 사례가 보여준다. 조지 W. 부시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은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 '부재의 상징'으로 남았다. 재난 초기, 연방정부의 대응은 늦었고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 에어포스원에서 뉴올리언스를 내려다보는 대통령의 사진. 물에 잠긴 도시와 그 위를 지나가는 권력의 시선은 강렬한 대비를 만들었다. 그는 실제로 여러 대응을 지시했지만, 유권자에게 각인된 것은 “현장에 없던 대통령"이었다. 이후 그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전쟁 피로와 맞물리며 레임덕은 가속됐다.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가 권위를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보리스 존슨의 몰락도 구조는 비슷하다. 코로나19 초기 그는 집단면역을 언급하며 대응의 방향을 흔들었다. 이후 봉쇄 정책으로 급선회했지만, 이미 리더십의 일관성은 금이 간 상태였다. 여기에 '파티게이트'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국민은 봉쇄로 일상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총리실 내부에서는 규정을 어긴 파티가 열렸다. 정책의 옳고 그름 이전에, 지도자가 같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뢰를 붕괴시켰다. 결국 존슨은 정책 실패보다 '태도의 불일치'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국 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 2016년 총선을 앞둔 박근혜 정부 시기의 공천 파동은 권력 내부의 균열이 어떻게 선거 참패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른바 '진박 감별' 논란은 공천을 능력 경쟁이 아닌 충성 경쟁으로 바꿔버렸다. 유승민 의원 공천 배제는 그 상징적 사건이었다. 유권자 눈에 비친 것은 분명했다. 민생이 아니라 권력 다툼에 몰두하는 집권 세력. 결과는 과반 붕괴였다. 선거는 정책 평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태도에 대한 심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도 유사한 패턴은 반복됐다. 보수 진영은 공천 갈등과 전략 혼선 속에서 메시지를 통일하지 못했다. 위성정당 대응에서도 일관성을 잃으며 스스로 프레임에 갇혔다. 반면 여당은 위기 상황에서 “안정"이라는 단일 메시지를 유지했다. 유권자는 복잡한 설명보다 단순한 확신을 선택했다. 결과는 압도적 격차였다. 이 선거는 정책의 우열이 아니라, 누가 더 중심을 잡고 있었는가의 문제였다. 이 모든 사례가 가리키는 지점은 하나다. 리더십은 능력 이전에 '우선순위의 감각'이라는 사실이다. 언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장동혁 대표의 최근 방미 논란이 문제로 확장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교 일정 자체도 문제는 있었만 결정타는 그 타이밍과 설명 방식이 유권자의 인식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설명되지 않는 선택은 곧 잘못된 선택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 그의 미래는 어떻게 평가될까. 두 갈래로 나뉜다. 만약 서울·대구·부산·경남 중 서울을 포함해 두 곳 이상을 지켜낸다면, 그는 살아남는다. 이 경우 방미 논란은 “과정의 잡음"으로 축소된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최소한의 성과를 낸 지도자로 재포장될 것이고, 당내 권력도 유지된다.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대권 욕심도 어느정도 이어 갈수 있다. 다만 이 생존은 조건부다. 선거 과정에서 누적된 불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논란을 안고 가는 인기없는 리더'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 곳만 건지거나 그 이하의 결과가 나온다면 평가는 더욱 냉혹해진다. 방미는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결정적 오판'으로 규정될 것이다. 당 내부의 시선은 빠르게 돌아서고, 그의 정치적 공간은 급격히 축소된다. 이때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개뿐이다. 스스로 물러나며 책임을 정리하거나, 버티다 고립을 감수하는 것. 어느 쪽이든 그는 더 이상 확장 가능한 정치인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실패를 상징하는 인물로 남게 된다. 정치는 기억의 싸움이다. 그 기억은 언제나 장면으로 남는다. 부시에게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가, 존슨에게는 불 꺼지지 않은 파티가, 그리고 한국 정치에는 반복된 공천 갈등의 장면들이 그렇다. 장 대표에게 그 장면이 무엇으로 남을지는 아직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장 대표의 현재는 '버티기'로 설명되지만, 미래는 '평가'로 결정된다. 그 평가는 단 한 번,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려진다. 분명한 것은, 그 평가가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시작된 평가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정청래 ‘험지 올인’ vs 장동혁 ‘노동계 구애’…여야 대표 동시 출격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대표가 동시에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경남 통영 욕지도 섬마을로 향해 영남권 공략에 고삐를 죄었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박 10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 당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를 찾아 노동계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욕지도에서 흰 덧신을 직접 신고 밭고랑에 쪼그려 앉아 고구마 순을 손수 심는 등 고구마 재배 체험에 나섰다. 앞서 양식장 현장을 둘러본 뒤 도서민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오는 22일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함께 욕지도에서 통영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선상 최고위를 개최해 경남 도민을 위한 지역 공약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 1월 이후 영남권 도시만 13회 방문하는 등 줄곧 험지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달 초에는 보수 텃밭 대구를 찾아 “유일한 필승카드"라며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웠고, 전날에는 부산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전통시장을 돌며 “부산에 파란 바람이 불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국 16곳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한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전략 공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거물급 인사들의 공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지사는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 지역구인 경기 하남갑, 송 전 대표는 박찬대 인천지사 후보 지역구인 인천 연수갑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장동 사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공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날 미국에서 귀국한 장 대표는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를 찾아 '친노동' 메시지를 내놓았다. 간담회에서 김기철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의장은 “국민의힘이 노동을 경시하지 않았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18명이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장 대표는 “63년 역사에 보수 야당 대표가 처음 왔다고 한다. 그동안 거리가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며 “정년 연장의 여야 견해 차를 신속히 풀어내고, AI 시대 노동자 권리 보호와 고용 안전망 구축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한국노총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지난 2월 한국노총 출신 인사를 노동특별보좌역으로 임명했고, 3월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는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에 대해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는 '이동권 혁명'을 내세운 교통 공약도 발표했다. 70세 이상 어르신 대상 시내버스 무료화, 청년 교통비 부담 완화, 농어촌 우버 도입 추진 등이 골자다. 오는 22일에는 강원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선 인천 방문에 이은 두 번째 현장 행보로 본격적으로 지방 순회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 행보가 8박 10일 방미 일정으로 불거진 당 안팎의 비난과 퇴진론을 의식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후보별 독자 선대위 체제가 확산하면서 장 대표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비토 기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장 대표의 행보는 보수와 중도를 포괄해야 하는 방향과 반대"라며 “장 대표가 후보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도 “지도부가 강원에 오면 쓴소리도 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전입신고 마친 한동훈, 교육 현장서 첫 발걸음…최윤홍과 북구 방문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부산 북구의 한 학부모 간담회가 지역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최윤홍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가 마련한 자리였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하면서 북구갑 보궐선거를 둘러싼 움직임까지 한 번에 드러났다. 최 예비후보는 20일 북구에서 학부모들과 만나 통학 안전, 돌봄 공백, 교육격차 문제를 직접 들었다. 학부모들은 등하굣길 위험과 방과후 돌봄 부족, 지역별 교육환경 차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같은 북구 안에서도 화명·금곡과 만덕 지역의 학교 여건이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 예비후보는 “아이들의 하루는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통학과 돌봄, 방과후 환경까지 모두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정책으로 바꿔 지역 간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동훈 전 대표도 참석했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를 만난 뒤 “교육 문제는 결국 우리의 미래 문제"라며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큰 격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격차를 줄일 실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최근 부산 북구에 전입신고를 마치며 사실상 출마 준비에 들어갔다. 지역 기반을 직접 다지겠다는 행보로 읽히면서, 이번 간담회 참석 역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간담회 직후 한 전 대표는 정치 현안에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자신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 일을 두고 “먼저 사실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재수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자신과 관련한 금품 수수 의혹, 이른바 '까르띠에 시계 수수'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이를 허위 주장으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라며 “사실관계를 가리는 일이 먼저"라고 반박했다. 교육 간담회로 시작된 자리는 곧바로 선거 구도로 번졌다. 북구의 교실과 통학로에서 나온 문제들이 정치권 경쟁과 맞물리면서, 최 예비후보의 현장 행보와 한 전 대표의 출마 움직임이 북구갑 판세를 흔들고 있다.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부 의원들은 보수 진영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연대를 주장하고, 지도부는 자체 후보를 내세워 정면 승부를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북구갑에서는 여야 후보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지역 기반을 갖춘 노기섭 전 부산시의원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에서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이영풍 전 KBS 기자, 김민수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있는 한 전 대표까지 더해지면서 선거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중앙당 업은 정원오 vs 장동혁 지우는 오세훈”…서울선거 시작부터 ‘딴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부터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현역 의원 31명을 포함한 '매머드급 선대위'로 중앙당 화력을 끌어올린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두며 '후보 중심' 선대위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정치권에서는 당을 최대한 끌어안은 정 후보와 당색을 최대한 덜어내려는 오 후보의 전략 차이가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는 지난 20일 선대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정 후보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용광로·원팀' 선대위 구성을 마쳤다"며 인선 내용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선대위 규모다. 현역 국회의원 31명을 포함해 총 50여 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선대위가 꾸려졌다. 상임선대위원장은 5선 이인영 의원과 4선 서영교 의원이 맡았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박주민·전현희·김영배 의원과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현역 의원들의 대거 참여도 눈길을 끈다. 공동선대위원장에는 한정애·남인순·진선미·황희·김영호·진성준·고민정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 황 의원은 특보단장을 각각 겸한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후원회장으로 캠프에 참여한다. 정 후보 측은 오 시장을 겨냥한 '오세훈 10년 심판본부'도 별도로 꾸렸다. 서울시장 비서실장 경력을 지닌 재선 천준호 의원이 본부장을 맡았고, 경찰 출신 변호사인 이지은 마포갑 지역위원장이 부본부장으로 합류했다. 반면 오 시장은 '혁신 선대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경선 경쟁자였던 박수민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한 데 이어, 중도 확장성을 강조한 통합형 선대위 구상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혁신 선대위의 뜻은 중도 확장 선대위"라며 “각계각층, 청년과 중년, 장년이 함께 어우러진 대통합 선대위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 확장을 위해 배현진·김재섭 의원 등을 영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장동혁 지도부와는 철저히 선을 긋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이날 장 대표를 향해 “공천 마무리 단계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지도부의 역할이 줄어들고, 선거운동 자체가 후보자 중심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가 후보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며 “후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를 타이밍인데 본인은 방미가 지방선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당 상징색인 빨간색 대신 연두색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의 색채보다 후보 개인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오 시장과 당 지도부의 갈등은 공천 과정에서부터 이어져 왔다. 오 시장은 이미 '장 대표 2선 후퇴'를 요구하며 공천 신청을 두 차례 고사한 바 있다. 이후 '선당후사'를 이유로 출마를 결정했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한 이후에도 지도부와의 거리두기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두 후보의 상반된 선대위 구성을 두고, 각자 처한 정치적 조건에 맞는 최적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원오 후보는 구청장 출신으로 오세훈 시장보다 인지도가 낮아 민주당의 높은 지지세와 서울 지역 조직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세훈 후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리스크와 낮은 정당 지지율 등으로 당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색을 빼고 오세훈 개인 경쟁력을 앞세운 선대위를 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정원오 후보는 당을, 오세훈 후보는 후보 개인을 앞세운 선거를 택한 것"이라며 “두 후보 모두 현재 처지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안전’ 챙겼더니 사용자… 산업 발목잡는 ‘책임의 역설’

건설 현장에서 안전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은 사고가 나면 형사 책임까지 져야 한다. 그래서 달라졌다. 대형 건설사들은 현장 통제력을 강화했고, 안전 관리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구축했다. 관리하지 않으면 책임을 진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그렇게 강화한 '안전 관리'가 이제는 또 다른 책임을 부른다. 노란봉투법 체계에서는 그 관리 자체가 '사용자성'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안전을 챙겼더니, 사용자로 인정되는 구조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SK에코플랜트 판단은 이 충돌을 그대로 보여준다. 형식은 하청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원청이 작업 방식과 안전 절차를 통합 관리한다면, 실질적 사용자라는 판단이다. 안전관리 애플리케이션, 작업 프로세스 통제, 위반 시 제재. 근거는 충분했다. 결론은 명확하다. 안전을 지배하면, 노동도 지배한다.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 판단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플랜트·건설 산업은 다층적 하도급 구조 위에서 돌아간다. 원청은 공정을 관리하고, 하청은 고용을 맡는다. 구조적으로 분리돼 있다. 그런데 안전 책임이 강화되면 상황이 바뀐다. 원청의 개입은 깊어지고 개입이 더할수록 통제는 강해진다. 그 통제는 다시 사용자 책임으로 돌아온다. 결국 선택지는 줄어든다. 현장의 말은 단순하다. 안전을 강화하면 노조 교섭 의무가 생긴다. 안전을 느슨하게 하면 형사 처벌 위험이 커진다. 어느 쪽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표현이 있다. “움직일수록 더 얽히는 구조." 지금 현장은 그 구조 안에 있다. 법은 각각의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다. 하나는 안전을, 하나는 노동권을 보호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충돌한다. 그 충돌은 새로운 리스크를 만든다. 이 문제가 더 큰 이유는 산업의 위치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가 맡은 사업은 단순한 건설이 아니다. 반도체 생산 인프라다. 용인과 청주에서 진행되는 공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핵심 거점이다. 지금은 속도의 싸움이다. 먼저 짓고 먼저 생산하는 쪽이 시장을 가져가는 무한경쟁이다. 늦으면 기회는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공사 지연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다. 노사 교섭이 길어지면 일정이 밀린다. 일정이 밀리면 생산이 늦어진다. 생산이 늦어지면 고객이 떠난다. 결국 시장이 이동한다. 개별 기업 한곳의 손실이 아니다. 산업 전체의 손실이다. 물론 노동권 보호는 중요하다. 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가 실질적 의사결정 주체와 교섭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타당하다.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방식이 산업의 작동 자체를 늦춘다면, 그것은 올바른 설계인가라는 지점에 봉착한다. 법은 현실을 교정해야 하며 동시에 현실과 작동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맞으면 시스템은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정밀함이다. 안전 책임과 사용자 책임을 같은 선 위에 놓는 것이 아니라, 개입의 수준과 성격에 따라 나눠야 한다. 기준이 정교해질수록 충돌은 줄어든다. 반대로 지금같은 일이 이어진다면 결과는 명확하다. 기업은 방어적으로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만약 현장은 느려진다면 산업은 위축될수 밖에 없다. 이번 사안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실제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있는가라는 대목이다. 안전을 확보하려 만든 제도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설계다. 균형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기업이 아니다. 노동자도 아니다. 산업 그 자체다. 본질은 하나다. 안전을 관리하는 순간 사용자로 간주되는 구조, 그 구조가 지속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답은 아직 찾지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결과는 이미 움직이고 있고 기업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공사 현장에서는 같거나 유사한 리스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봐야 한다. 지금의 충돌은 단순한 과도기가 아니고 한국 산업이 '책임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속도다. 제도의 속도가 산업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균형 없는 전환은 혁신이 아니라 비용이 된다. 결론은 하나다. 책임을 넓힐수록, 기준 또한 더 정밀해져야 한다.

[이슈&인사이트] 미국 건국 250주년과 트럼프 대통령

4월 1일 미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비행사 4명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가 솟구쳤다. 2022년 아르테미스 1호는 마네킹을 태워 안전성을 시험했는데 이번에 2호는 달의 뒤쪽까지 돌아보고 열흘 만에 귀환했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을 탐사한 지 무려 54년 만이다. 인류의 역사에 또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하지만 미국 영광의 빛이 가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전쟁 때문에 반미정서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미 국무부가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집권 초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을 닫았던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우호적인 홍보를 위하여 다시 열었다. 국내적으로 트럼프 반대도 최고조다. 3월 28일 미 전역 3천여 건의 노 킹스(No Kings) 집회에 약 8백만 명이 모였다. 미국 역사상 단일 시위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민 단속 반대에 그치지 않고 제왕적 대통령을 성토했다. 트럼프는 법 위에 군림하려고 해왔다. 그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제한적 관세 부과를 추진했다. 그는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나오는 규제(regulate)와 수입(importation)이라는 단어에 근거해 대통령이 어떤 국가의 어떤 제품이든 원하는 세율과 기간으로 관세를 부과할 독자적 권한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2월 말 대법원은 독립혁명이 대표 없는 과세에 반발해 일어났고 과세권은 오직 의회에만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대법관도 위법이라고 본 판결은 “대통령이 관세 부과라는 비상한 권한을 정당화하려면 명확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3월 말에는 백악관 이스트윙 철거 뒤 1천 명 수용 초대형 연회장을 건설하려던 트럼프의 계획도 법원에 의하여 막혔다. 지난해 이스트윙을 부순 뒤 기초공사까지 진행했는데 연방지방법원은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연회장을 건설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불 만한 어떤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곧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제한 관련 대법원 결정도 나올 것이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출생시민권은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취임 첫날 불법체류자 자녀에게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헌법적 출생시민권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제한하려는 시도였다. 마가렛 맥밀런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처럼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모두 파괴적인 대통령은 찾기 어렵다"라고 단언한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동맹국을 무시하고 통용되는 외교 문법을 외면한다. 이란 전쟁은 자신이 일으켰는데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려면 남들이 알아서 나오라는 한다. 휴전 협상을 앞두고선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올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이다. 트럼프는 지난해부터 “7월 4일에 세계 최대 규모 생일 파티를 열" 것이라고 하면서 전담 부서도 만들었다. 미국에 없는 개선문도 최고로 건설하겠단다. 지난 250년 동안 13개 주의 농업국가에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약 26%(28조 달러)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국가로 성장했다. 캘리포니아만으로도 인도(5위)나 영국(6위) 국내총생산을 앞선다. 그런데 트럼프 시대의 이란 전쟁으로 팍스 아메리카가 흔들리는 듯하다.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하나인 토마스 제퍼슨는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프랑스 대사 등을 역임했다. 그의 묘비명에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저자이며, 버지니아 종교자유법안의 저자이고, 버지니아 대학의 아버지다"라고 적혀있다. 신형전함도 트럼프급이라 만들고 고액 이민 프로그램 카드 이름도 트럼프라고 쓰고 케네디 센터도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바꾸었다. 과연 그의 묘비명에는 뭐라 쓰일까. bienns@e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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