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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조 추경안 국회 심사 시작…GDP성장률 1%대 회복시킬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 심사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주 까지는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하반기 원구성과 맞물려 지연될 수도 있다. 총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집행될 경우 국내총생산(GDP)가 0.14~0.32%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소관 부처별 2차 추경안 예비심사에 착수했다. 이는 추경안 심사 절차의 첫 관문으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거쳐 예결위 종합심사,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여당은 최대한 빨리 추경안을 통과시켜 예산을 집행해야 효과도 클 수 있다는 '골든타임론'을 제기하면서 늦어도 다음달 4일까지는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상임위를 통과한 추경안을 확정할 예산결산심사위원회도 구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27일 본회의를 열어 예결위원장을 선출한 뒤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6일까지 여야가 예결위 위원 명단을 제출해야 하지만, 예결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결위원장을 포함해 법제사법위원장 등 5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 측은 2024년 상반기 여야간 합의됐던 데로 현 상태를 유지하자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강경한 입장이다. 오는 27일까지도 추경안 심사 및 합의 처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단독 처리를 위한 본회의 소집을 공식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경을 인질 삼아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고 터무니없는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그만 몽니 부리고 예결위 구성에 동참하라"고 비판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을 놓쳐선 안 된다"며 “신속한 추경 집행을 통해 경기 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2025년도 제2회 추경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편성된 3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집행되면 올해 GDP 성장률을 0.14~0.32%p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최근 한국은행 등이 예측했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0.8%대)를 1%대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특히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역사랑상품권, 채무조정 지원 등 내수 진작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집행 시점이 빠를수록 유효성이 크다"며 조기 통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거듭 강조해 왔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경안 처리를 강행하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독 처리는 독단적으로 비칠 수 있다"며 “대통령은 거듭 협치를 강조하고 있고, 여당도 가능한 모든 협상에 끝까지 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금"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4000억원 규모로 소상공인 부채 일부를 탕감하는 사업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가장 확실한 안보는 평화”…6·25 75주년 메시지

6·25 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은 25일 정치권과 정부는 순국선열과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고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각자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평화 중심 안보 패러다임을 천명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대화 복원'과 '억지력 강화'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6.25 75주년 메시지를 발표,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전장을 지킨 국군 장병과 참전용사, 유가족, 전쟁의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온 모든 국민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여러분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국가적 차원의 예우 강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력 중심 안보 인식을 뛰어넘는 전략적 전환도 강조했다. 그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즉 평화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가 곧 경제이며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라며, 한반도에 실질적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국정 철학을 다시금 재확인했다. 경제발전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1953년 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했던 나라가 오늘날 3만6000달러를 넘나드는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 됐다"며 “이 같은 도약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민이 다시 일어나 쌓은 성취이자 평화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경제성장과 더불어 교육, 보건, 과학기술, 문화 등에서 괄목할 발전을 이뤘다. 세계 10위 경제력과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추며, K-컬처로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께 충분한 보상과 예우를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고 메시지를 냈다. 그는 “강하고 튼튼한 국방, 실리와 균형을 추구하는 외교, 미래를 선도하는 앞선 경제와 문화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라며 “국무총리 청문회 이틀째를 맞는 오늘, 국회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서 더 좋은 대한민국, 더 행복한 국민을 위한 새로운 각오와 다짐에 임한다"고 밝혔다. ◇ 여, '대화 복원' vs 야 '억제력 강화' 정치권도 일제히 논평을 내고 6·25의 의미를 되새겼다. 더불어민주당은 황정아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한반도 평화가 곧 국가 안보이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국익"이라며 “끊어진 남북 대화의 끈을 다시 잇고 공존·공영하는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전몰장병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렸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동족상잔의 비극은 평화를 향한 국민적 염원의 씨앗이 됐다"며 “다시는 국민이 서로를 겨누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평화는 결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 동시에 억제력을 갖춘 안보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강력한 국방력과 실효적 안보 대응을 강조했다. 권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호국영령과 참전유공자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라며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기 위해 강력한 국방력과 굳건한 안보 동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말뿐인 평화가 아닌 실제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원내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도 각각 SNS를 통해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고 안보와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정부 주관의 대전 현장 기념식뿐 아니라 해외 외교 사절과 종교계, 재외공관에서도 6·25의 의미를 기리는 다양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참전용사, 유가족, 정부 인사, 주한 외교단 등 1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6·25전쟁 75주년 중앙행사를 개최했다. 기념식에서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자유는 피로 지켜낸 가치"라며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은 평화를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참전유공자 훈장 수여, 청소년 합창단 공연, 생존 참전용사 증언 영상이 상영되며 전 세대가 함께 호국정신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해외 외교공관과 교민사회에서도 관련 메시지가 이어졌다.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추모식에서 참전용사 2인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고, 프라하를 포함한 재외공관들도 SNS를 통해 “자유를 위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요 종교단체들도 이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도회를 열며 6·25 전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3000억 들여 가전회사만 돈 벌어”…국회, 고효율 가전제품 교체 지원사업 비판 ‘봇물’

정부가 내수 진작과 에너지 절약을 명분으로 3000억원대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재추진하자, 국회에서는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과거 사업에서 수도권·고소득층·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됐던 점을 들어, 저소득층에 대한 차등 지원 필요성과 체계적인 성과 평가 없이 예산을 투입하는 데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25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막론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산업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총 4956억원 중 약 65.8%인 3261억원을 해당 사업에 배정했다. 대상은 전 국민이며, 구매가의 10%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개인별 30만원 한도, 선착순 접수로 운영된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 할인 대상 가구는 2019년 대비 2024년에(최근 5년간) 37.4% 늘었고, 에너지 요금 부담도 커졌다"며 “저소득층의 에너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금성 지원 외에도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추경에서 포션이 굉장히 큰 것이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이라며 “환급 대상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말고, 저소득층에 대한 차등 지원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도 “2020년 사업 당시 수도권이 전체 환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인천을 제외한 지방은 3%대에 그쳤다"며 “결국 고소득층과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백색가전업체에만 혜택이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식의 단순한 소비 촉진이 과연 내수 진작과 민생 안정이라는 추경의 목적에 부합하느냐"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가전업체들이 환급을 미끼로 가격을 미리 올려놓거나, 프리미엄 신제품으로 포장해 가격 인상 효과만 내는 것 아니냐"라며 “실제로 이익을 보는 건 가전업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업이 실질적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서민에게 도움을 주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자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어려운 서민들에 대한 신규 수요에 대한 의구심은 들고 (가전제품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면 민생 예산 취지와 달라지는 것 아니냐"며 “(재정적) 부담 때문에 (가전 제품을) 못 사는 사람들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 지원 정책의 효과 측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이미 세 차례나 시행됐음에도 체계적인 성과 평가가 없고 제도 개선이 미흡하다는 얘기가 있다"며 “3000억원대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제로 이런 사업을 시행하게 되면 직접적인 소득을 얻는 사람은 이런 고효율 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지 않느냐. 일반 소비자는 간접적인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인데 어떤 계층이 혜택을 봤는지 구체적 분석이 없다"고 우려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이 2016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네 번째로 시행되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성과평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구별·지역별·소득 수준별 환급 실적에 대한 분석과 그에 따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0년 사업 당시 수도권이 전체 환급 건수와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인천 등 지방은 6%에 불과했다. 프리미엄 고가 가전 위주로 수요가 몰리면서 대기업 중심의 백색가전업체에 수혜가 집중됐다는 비판도 반복됐다. 이에 대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0년 이상 된 구형 냉방기를 최신 인버터 기기로 교체하면 전기요금이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며 “실수요자에게도 실질적 혜택이 있고, 대기업이 최종 판매하더라도 납품망을 통해 전체의 60%가 중소·중견기업이기 때문에 산업 생태계 전체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평가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상호 칼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보는 한국의 억지력 확보 고민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에 대해 일방적으로 “완전한 완전한 정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이 발효됐다"고 선언 했지만 정전의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최초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규모 공격이었다. 선제공격이란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증거에 근거하여 개시하는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먼저 방어적인 차원에서 공격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은 이란의 핵 개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 비준수' 결의를 채택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1980년에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력발전소를 공습하여 이라크의 핵 개발을 원천 봉쇄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시리아가 건설 중이던 원자로를 폭격하여 시리아의 핵 보유를 막았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의 핵 보유를 적극적으로 억제하여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적극적인 '예방적 자위권(preventive self-defense)' 기반 선제공격을 시행해 왔다. 공격이 적극적인 방어라는 믿음이다. 한국의 경우,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 시설 폭격을 고려했음에도 실제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정부와 합의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기대하면서 1991년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유지했다. 이 결과 현재 북한은 50여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되었다. 북한을 설득하고 믿으면서 핵 보유를 막으려고 했던 한국은 여전히 핵보유국이 되는 길을 가지 않았다. 북한 핵 공격을 막기 위해 한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는 선택은 거의 하기 불가능한 대안이다. 더군다나 북한을 존중·신뢰하고,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는 기조에서 북한에 대한 강공이나 압박보다 대화 혹은 평화적 접근을 강조하는 진보 정부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핵 보유가 국가 간 전쟁을 막아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재래식 전쟁은 한다. 인도-파키스탄은 둘 다 핵을 보유했지만, 계속 군사적으로 충돌했다. 지난 5월에도 양국은 전면전 수준은 아니지만, 치열한 격전을 벌여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충돌에서는 300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었다. 한쪽이 핵이 없어도 전쟁은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것이다. 작은 분쟁과 전쟁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핵 보유의 의미는 비록 적대국 간 군사 충돌이 있더라도 이게 핵의 공포 때문에 핵을 터트리는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다. 한국은 현재 미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소위 '확장억제력'에 의지해 재래식 군사력으로 북한을 억제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굳이 한국이 값비싸고 보관도 어려우며 국제사회 제재를 초래할 수 있는 핵을 무리하게 보유하는 것보다 미국의 핵 억제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핵 보복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 감축이나 임무 조정 등의 논란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더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한국이 핵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과 명분을 주는 동기가 된다. 이상호

증인 없는 김민석 청문회…재산·자녀·정치자금 전방위 공방

이재명 정부의 첫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24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시작됐다. 증인 없이 진행되는 초유의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 속에서 여야가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재산 형성과 불법 정치자금 전력, 자녀 특혜 및 학위 논란 등을 둘러싸고 거센 설전을 벌였다. 이번 청문회는 여야 간 증인 채택 불발로 후보자 본인만 출석한 채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임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전처 및 불법 정치자금 사건 연루자를 증인으로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청문회 자료 제출도 지연되면서 여야는 일정 연장 여부를 두고도 갈등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검증 없는 청문회는 국회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이날 원내대표는 “증인도, 자료도 없이 강행되는 깜깜이 청문회는 헌정사상 초유"라며 “김 후보자는 이미 총리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 출판기념회 수입 미신고, 자녀 유학자금 및 아들 예금 출처, 칭화대 학위 진위 등을 전방위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표 쟁점은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청문위원인 주진우 의원을 필두로 최근 5년간 약 5억 원의 세비 수입에 비해 13억 원 이상을 지출한 점을 지적하며, 약 8억 원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출판기념회 2회, 경조사 수입, 장모의 생활비 지원 등을 통해 일부 현금이 유입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회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수입이었다"며 “연도별로 분산되어 현금이 사용된 만큼 부적절한 사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녀 관련 의혹도 집중 추궁됐다. 특히 김 후보자의 아들이 유학 당시 1억 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했던 점, 대입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전처가 대부분의 유학비를 지원했다"며 “신용불량 상태였던 나와는 별개로 자녀에게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칭화대 석사학위의 실질적 이수 여부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실제 체류한 날이 한 달도 안 되며, 수업 출석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주 1회 항공편으로 오가며 수업에 출석했고, 정당한 이수 절차를 거쳐 학위를 받았다"고 일축했다. 총리직 수행 태도와 겸직 문제도 논의됐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자 김 후보자는 “이번 총리직이 제 정치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의원직 겸직 여부에 대해선 “법적 틀을 준수하되 보좌진 활용을 절제하고 총리직에 전념하겠다"만 말했다. 의원직 사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감한 이슈였던 내란 관련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내란의 뿌리는 철저히 척결하되, 과도한 확산으로 인해 무고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질서 있고 정밀하게 정리돼야 한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국정이 운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쿠데타 저지에 기여한 일부 군 간부에 대해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점도 주목받았다. 청문회 후반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불참 결정과 김 후보자의 과거 반미 시위 전력 등을 둘러싼 외교·안보관 검증도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을 두고 “중·러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한미동맹은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대한민국 외교의 기본 축"이라며 “현 상황은 한미동맹을 더욱 정립·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나토 불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참석 여부, 초청국 발언 기회 축소, 중동 정세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한 결정"이라며 “반미 또는 친중 외교 우려는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1980년대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 실형 전력에 대해서도 “당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없었고,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문제 제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바람직한 한미동맹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청문회 이후 곧바로 본회의 인준 절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청문회에 앞서 열린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위기 대응에 필요한 리더십을 갖춘 최적임자"라며 “검찰이 정치 개입에 나선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동의 없이도 인준안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및 범여권은 오는 주말 또는 내주 초 본회의에서 인준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청문회 후에도 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며 김 후보자 낙마를 위한 추가 여론전에 나설 전망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중도보수 우클릭 진짜였나?…與 잇단 감세 드라이브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기 초반 재정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잇단 감세 드라이브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 정부가 감세에 부정적이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일단 대선 공약 실행을 통한 경제 살리기와 전략산업 진흥·민생 지원이 급한 만큼 감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동원하되 차후 증세 등 대대적인 재정 구조 수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감세가 목적인 연구개발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유류세 인하 연장, 신산업·에너지 지원 세제 개선안 등을 대거 처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안건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다. '국가전략기술연구개발시설'과 '신성장연구개발시설'에 대한 투자도 기존의 사업화시설과 동일하게 통합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연구개발(R&D) 이후 '상용화(사업화)' 단계에만 세제 혜택이 주어졌지만, 앞으로는 초기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 단계에서도 세금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은 최대 25%, 대기업은 최대 1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5월 대통령이 직접 '국가전략기술 R&D 인프라 확충'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입법 조치다. 이(e)스포츠 대회 운영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도 포함됐다. 신산업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감세 기조가 보다 뚜렷해지는 대목이다. 서민 생활과 직결된 유류세 및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도 연장된다.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된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및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8월 31일까지 연장된다. 현재 인하율은 △휘발유 10%,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15% 수준이다. 정부는 2021년 말부터 고물가 대응을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이어왔으며, 이번이 16번째 연장이다. 또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저축성보험 비과세 요건이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되며, 소비 여력을 높이기 위한 간접적 세제지원 조치도 병행된다.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병행됐다.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천연가스 수입 부과금의 한시적 인하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 연장된다. 또한, 자유무역지역법 위반 시 기존의 형벌을 과태료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산업계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한편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감세 관련 입법안도 잔뜩 대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이날까지 여당 주도로 발의한 국세 감면 관련 개정안은 13건에 달한다. 이 중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7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감세 입법 흐름이 여당을 중심으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가장 주목되는 법안은 김태년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발의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투자 세액공제 관련 법안이다. 한정애 의원의 자녀 수에 따른 신용카드 소득공제율(5~20%) 인상, 정태호 의원이 발휘한 국가전략기술 활용 기업에 최대 30% 세액 공제 등의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감세를 반대해왔지만 경제 회복을 위해선 가장 손쉬운 세금 면제부터 손댈 것으로 예상돼 왔다"면서 “복지 수요 증가, 인구 초고령화 등 쓸 곳이 갈수록 많아지는 만큼 재정을 잘 관리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대통령 “경제위기, 가장 아픈 건 약자…취약계층 배려 필수”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물가·민생 안정 대책 수립시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위기는 언제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고물가와 국제 정세 불안 속에서 서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므로 정부 대책이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6·25 전쟁 75주년을 하루 앞둔 것과 관련해서 안보의 중용성과 희생자 예우를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예우가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더 충실한 보상과 예우를 위해) 가능한 방법부터 찾아봤으면 좋겠다"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약은 사람은 잘 빠져나가고, 힘없는 사람만 희생당한다'는 억울한 심정들도 광범위하게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보통 안보라고 하면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 평화를 만드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일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싸우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국민이다. 우리 국민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희생당한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공동체 모두를 위해서 희생을 치른 어떤 사람 혹은 집단, 지역에 상응하는 보상을 충분히 했느냐란 점에서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금은 안보가 경제문제와 직결돼 있다. 정치 구호처럼 들렸던 '평화 경제'나 '평화가 밥이다' 이런 얘기들이 이제는 현실이 됐다"며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과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일은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서유기의 파초선을 예로 들며 전 정권 임명 참석자들의 책임감 있는 직무 수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파초선은 중국 고전 서유기에 등장한다. 휘두를 때마다 강풍과 비, 태풍이 분다. 이 대통령은 “파초선이라는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세상이 뒤집힌다"며 “여러분들한테는 아주 작은 한순간일지 모르겠지만, 나라가 흥하고 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직자의 한순간 판단이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달라는 당부다. 이날 국무회의는 전날 국방·외교·통일·고용·환경·과학기술·보훈·여성가족·해양수산·중소벤처·농림축산식품부 등 11개 부처 장관 인선을 마무리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회의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국힘 김형동 의원, ‘아리셀 참사 방지법’ 발의…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 의무화 추진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국민의힘 김형동 국회의원(경북 안동·예천)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24일 김형동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6월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1주기를 맞아, 이와 유사한 재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으로 마련됐다. 아리셀 화재는 외국인 근로자 23명의 사망과 8명의 부상이라는 참혹한 인명피해를 낳았고, 당시 생존자들과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안전보건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법상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입국 전·후로 국가 차원의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이 외의 비자로 입국한 근로자들은 전적으로 사업주의 책임 아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가 종사하는 사업장이 50인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장인 점을 고려할 때, 전문 인력과 언어 지원 등 교육 여건이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고자, 사업장에서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안전보건교육을 필수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외국어 통역 지원 등 구체적인 행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위험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국적이나 출신에 상관없이 일하는 모든 이들이 최소한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형식이 아닌 실질 중심의 안전보건교육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정비를 넘어,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첫걸음"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후속 입법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jjw5802@ekn.kr

李대통령 “중동사태, 경제·안보 충격 최소화 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미국의 핵시설 폭격으로 확산 일로인 이스라엘=이란 전쟁 위기와 관련해 경제, 안보 충격 최소화를 촉구했다. 필요하다면 대응 예산을 현재 편성 중인 추경안에라도 폿함시켜 신속 대응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동 사태 대책을 주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취임 19일 만의 첫 수석보좌관회의였다. 이 대통령은 먼저 “인수위 없이 곧바로 국정을 시작하느라 여러 가지 혼선들이 있어 보이긴 한다"면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준 결과 국정이 상당히 빠르게 안정되고 있고, 일부는 성과도 나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동 전쟁 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롯해서 전 부처가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서 비상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지 우리 국민들의 안전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며 “외환·금융·자본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해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안 그래도 지금 물가 때문에 우리 서민들, 국민들의 고통이 큰데, 유가 인상과 연동돼서 물가 불안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합당한 대책들을 충분히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경과 관련해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시행하게 되는데, 정부안이 확정돼서 국회로 넘어가는 단계이긴 하지만 혹시 필요하다면 중동 사태에 대비한 추가의 대안들도 필요하다면 만들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방안을 강구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실책 또는 실용? …李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왜 안 갔나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결국 불참하기로 했다. 주요 7개국(G7) 회의 당시 추진하다 무산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라도 참석이 유력했지만, 이스라일-이란 전쟁 위기와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 등 외교·안보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막판 불참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실익 없는 외교무대에 나서기보다는 실용적 균형 외교와 국내 현안 관리를 우선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23일 용산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당초 참석을 전제로 실무 조율을 진행해왔고, 외교가 안팎에서도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판에 불참으로 선회했다. 이 대통령의 불참 결정에는 나토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방위비 분담 증액'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은 나토 회원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 등에게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5%로 끌어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가 약 61조 2000억 원, GDP 대비 2.32% 수준임을 감안하면 70조원 가량을 더 지출해야 해 단기간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다. 특히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연설에 나서 동맹국들의 국방비 5% 달성을 촉구할 예정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거의 일방적으로 수용해왔는데도 미국이 관세는 물론 방위비 5% 증액 등 여러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번 나토 회의 불참은 중동 위기라는 현실적 배경도 있지만,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외교적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도 필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차원의 결정이라는 설명도 있다. 우선 나토 회의에 참석할 경우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점이 적잖은 부담이다. 미국은 한국의 핵심 안보 동맹이지만, 이번 이란 핵시설 폭격은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여당 내에서조차 김현·추미애 의원 등이 미국의 폭격을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미국과 '혈맹'이기도 하지만 이란과의 무역 관계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이번 폭격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곤란한 처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이란을 규탄하는 공동 메시지가 채택될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나토 차원에서 이란을 직접 겨냥한 문안이 채택될 경우,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외교적 입장 표명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대부분이 이란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국내 물류비 인상과 환율 불안으로 이어져 경제에 치명타를 가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무역 갈등·관세 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대중국 포위 전략을 강력하게 시행 중이며, 러시아에 대해서도 공동의 적으로 인식해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군사적으로 공동 대응 중이다.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이에 대해 “누구 편이냐"고 묻는 '입장 표명'을 강요당할 수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한미일을 하나의 안보 전선으로 묶는 전략을 고수해왔고, 일본은 여기에 한국과 필리핀까지 포함해 사실상 대중국 군사 연합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이런 구도에서 한국은 자율적인 실용 외교를 통해 독자적 입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회원국도 아닌 나토 회의에 섣불리 참석해 외교적 입장을 고착시키기보다는, 준비된 전략 속에서 국익에 맞는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권이 출범한지 얼마 안 돼 아직 내각 인선도 하지 못했고, 전쟁 위기에 따른 유가 급등 문제 해법 마련, 에너지 안보 강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빠르게 정책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순방보다는 국내 정세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에 이르면 7~8월 중 이 대통령이 미국을 직접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방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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