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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칭찬한 ‘일잘러’ 정원오…모교 후배들에 비결 공개하다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라는 칭찬을 받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지난 15일 모교인 서울시립대 후배들에게 비결을 공개했다. 평범한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며, “민원은 정책의 보물"이라는 신념으로 시민들의 수많은 문자·전화를 일일이 차분하게 응대했다. 이는 스마트쉼터 등 수많은 정책·행정 아이디어로 이어졌고 “성동에 살아요"라는 말이 자랑이 되는 시민들의 '효능감'으로 돌아왔다. 불법점포·하천 정비·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등 이해관계나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을 풀 때는 끝까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밀어부치지 않고 합의로 해결하면서 수십년간 풀리지 않던 숙제들을 해결해냈다. 정 구청장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법학관 대강의실에서 후배·동문·일반시민 등 400여명이 좌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구청장은 우선 '유능한 지방정부'에 대해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지방 정부"라며 “감동은 입소문으로 퍼지는 데 그냥 잘하는 정도로는 안 되고 마음을 얻어야 입소문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범한 일도 정성을 다하면 명품이 된다"면서 자신의 행정 사례를 소개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때 생활지원 물품의 경우 다른 지자체들은 종류가 몇가지 안 되고 배송도 갈수록 늦어져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성동구는 선택형 5종 세트를 세심하게 골라 보냈고, 민간 협업을 통해 신청 다음날 곧바로 배송했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 후기와 소셜미디어(SNS) 공유 등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정 구청장의 전매 특허인 '24시간 휴대폰 문자 민원 접수'도 대표적 사례다. 그는 “민원은 정책의 출발점이고 정책의 보물창고"라면서 “직접 문자를 받고 응답하면서 '전례가 없다, 예산이 없다'는 말을 금지시켰다. 대상포진 무료 접종 제안 등 민원이 들어오면 연구하고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따내서 정책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낙후된 준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을 세계적인 '핫플레이스'로 변신하게 만든 것도 '정성을 다해 명품을 만든' 사례다. 정 구청장은 “기업이 있는 곳에 사람이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에 기업이 온다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면서 “붉은 벽돌 건물들을 보존하고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에 세웠으며, 행정은 조연에 그치고 시민과 지역이 주연을 맡게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해 지난해에만 약 3000만명(외국인 300만명)이 성수동을 찾았고, 올해는 그 두 배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 숙원사업의 경우 '현장 행정·민주적 합의'를 원칙으로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았던 도로 확장, 악취 하천 정비, 불법 점포 정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정차역 유치 등을 해결했다. 그는 “끝까지 설득해서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밀어붙이지 않고 합의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생활밀착 행정 혁신 사례들도 소개했다. 주민들의 민원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결과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쉼터 ▲공공시설 무료 셔틀버스(성공버스) ▲음압기술 적용 흡연부스 ▲어린이 등하교 동행 서비스 ▲방문 진료 주치의 제도 등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이것들은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됐고, 유엔(UN) 공공행정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약자·노동자들을 배려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필수노동자 처우 개선 조례나 반지하 주거 환경 전수 개선에 나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을 '경력보유 여성'으로 개념 전환해 아예 법제화하는데 토대를 제공했다. 정 구청장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가 원칙,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으로 반대자도 끝까지 설득하고 이해까지 이끌어내야 지속 가능하다"면서 “권력은 저울추처럼 균형을 잡는 것으로 가장 불편한 곳, 외면받는 곳을 개선하면 삶의 질이 크게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능한 지방정부는 정성과 성과, 시민 신뢰, 합의와 균형, 생활 속 문제 해결로 만들어진다"면서 “감동이 쌓이면 입소문이 되고, 입소문은 행정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구청장은 최근 주민 지지율이 92.9%에 이를 정도로 높은 효능감을 준 행정가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SNS에 “저도 명함을 못 내밀겠다"며 일을 잘한다고 극찬했다.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5일엔 현직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햇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李 대통령 “햇빛·풍력연금 신안군처럼…송전망 확충 국민펀드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전남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두고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하며 “신안군 담당 국장이 엄청 똑똑한 것 같다"며 “데려다 쓰든지 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햇빛 연금·바람 연금'으로 불리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이익공유 제도의 전국 확산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실무 공무원을 제도 확산의 핵심 인물로 직접 지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사회연대경제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신안군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신안군 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면 주민 몫으로 30%가량 의무 할당하고 있지 않느냐"며 “아주 모범적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군은 전부 인구소멸 위험지역인데 신안군은 햇빛 연금 때문에 인구가 몇 년째 늘고 있다"며 “이것을 전국적으로 확산 속도를 빨리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체계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하는 데다 주민 몫도 확실하기 때문에 저항 없이 햇빛 연금이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나가다 우연히 (인터뷰를) 봤는데, 신안군의 담당 국장이 엄청 똑똑한 것 같다"며 “데려다 쓰든지 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했다. 기후부가 보고한 사업 확산 계획을 두고는 속도 조절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리가 3만 8000개인데 2030년까지 500개를 하겠다는 것이냐. 쪼잔하게 왜 그러느냐"고 농반진반으로 지적했다. 그는 “남는 게 확실하지 않으냐"며 “재생에너지는 부족하고 수입은 대체해야 하고, 공기와 햇빛은 무한하고, 동네에는 공용지부터 하다못해 도로, 공터, 하천, 논둑, 밭둑 등 노는 묵은 땅이 엄청 많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부족 사태가 곧 벌어질 텐데,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송전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국민 참여형 투자 방식도 제안했다. 그는 “송전 시스템도 구매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 그것을 왜 한국전력이 빚 내서 할 생각을 하느냐. 민간자본, 국민에게 투자하게 해 주시라"며 “국민은 투자할 데가 없어서 미국까지 가는데, 민간 자금을 모아 대규모 송전시설을 건설하면 수익이 보장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자칫 민영화 논란으로 확산할 수 있어 그동안 못 했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민영화라는 건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주니 문제인 것이지, 국민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펀드 형태는 다르다"며 “완벽한 공공화"라고 선을 그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자사주 소각 의무화’ 숨 고르기…민주당, 기존 물량 1년 유예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1년간 처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는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중앙회와의 '중소기업 입법과제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의 경우 최소 1년간의 처분 유예 기간을 주실 것을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아마 기존 보유 자사주에는 1년 정도 처분 유예 기간이 주어질 것"이라며 “다만 1년이 아니라 더 보유하려고 하면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그 목적에 맞게끔 보유하도록 주주들로부터 동의받는 방식을 취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생협력법의 처리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를 근절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조사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 등을 담은 상생협력법이 국회 산업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법과 관련해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담은 변호사법이 같이 개정돼야 한다"며 “변호사법도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어서 이 두 법안은 1월 중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대표는 철강업계 지원 성과도 언급했다. 그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분야에서 중국 저가품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한다"며 “이와 관련해 컬러강판 도금 부착량 테스트 방법 신설, KS 인증심사기준 개선, 자동차부품 중소기업 관세 대응 연계 지원 등으로 철강업계에서 한시름 덜게 됐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민주당에 제도 개선 과제를 공식 건의했다. 중소기업계는 투자 촉진과 규제 혁신, 성장 지원을 주제로 △67개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활성화 펀드 연계 △인공지능(AI) 학습·분석용 데이터 활용 책임 완화 제도 △고객 기반 금융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제도 개선 △혁신형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등을 요청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번 정부에서 중소기업 규제가 확실히 개선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민주당 차원에서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에서 정청래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권칠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김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통일교 의혹’에…與 2차특검 딜레마·野 ‘쌍특검’ 공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본격 수사 국면에 들어서면서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 추진을 고수하면서도 통일교 특검 요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을 모두 하자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통일교 게이트' 관련 의혹으로 입건된 정치인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총 3명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특별전담수사팀은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전 전 장관 등에게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은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12·3 비상계엄 등과 관련한 '2차 종합특검' 을 추진하던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통일교 의혹을 제외한 채 2차 특검을 강행하기도 어렵고, 반대로 통일교 특검 요구를 수용할 경우 지방선거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특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이 먼저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또 이번 의혹의 '진원지'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만으로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종료 이후 2차 종합특검 추진 자체의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1차 특검에서 미진한 부분이 수도 없이 많다"며 “2차 종합특검의 수사 범위를 어떻게 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상황에서 해당 사안을 제외하고 2차 특검 논의를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엄정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통일교 특검을 수용할 경우 내란 청산 동력이 약화되고 정부 초기 성과가 희석돼 지방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일교 특검을 거부해도 부담인 만큼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이 2010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1억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까지 다시 꺼내들며 공세 강도를 높였다. 통일교 특검에 더해 민 특검에 대한 특검까지 추진하겠다는 '쌍특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범야권 의석을 모두 더해도 민주당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지만, 일각에서 특검이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을 청취하고도 수사나 사건 이첩을 지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해 특검 수용을 관철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은 통일교 게이트 특검은 거부하고 자신들의 2차 특검은 기어이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자신들의 범죄는 덮어놓고 내란몰이와 정치보복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과의 공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누구라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은 같이 가는 게 좋겠다"고 밝히며, 개혁신당과의 논의를 거쳐 이번 주 중·후반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개혁신당은 통일교 특검 문제 앞에서는 국민의힘과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협공을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최대한 단일 (특검) 법안을 낼 수 있게 하겠다"며 “천하람 원내대표가 내일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 바로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통일교 파문은 내년 지방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의 유력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전재수 전 장관이 이번 의혹으로 오히려 리스크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정치적 환경이 급변하고 통일교 게이트가 상당히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게 꼭 부산시장 문제에 국한되겠느냐는 얘기들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도 14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건 특정 종교에 대한 문제도 아니고, 여야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라며 “국가 운영 원칙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일 못한다”…코레일·도공·인천공항, 李 대통령 질타에 ‘곤혹’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코레일과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사 등에 대해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질타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전임 정권 시절 임명된 사장들이 아직 재임 중인 곳이라 해당 기관 관계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대통령실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가졌다. 이 자리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국토부 산하 주요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 한국도로공사 등의 기관장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업무보고 결과 본청인 국토부보다 산하 기관인 코레일, 인천공항, 도로공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공기업들은 각각 철도와 항공, 도로라는 전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핵심 교통 수단을 관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국민 교통 서비스를 수행해 국민 생활 전반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공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과 함께 추후 개혁을 요구하면서 해당 공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우선 이 대통령은 코레일의 방만 경영에 대해 지적했다. 코레일은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다원시스와 2018∼2019년 철도차량 총 358칸을 2022∼2023년까지 납품하는 6720억원 규모의 1·2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10칸의 납품이 최대 3년 가까이 지연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계약금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4000억원이 이미 다원시스 측에 선급금으로 지급된 상태다. 다원시스는 10월 국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받자 11월에 1000억원을 빌려 철도차량 제작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재원이 부실 기업에 제대로 된 감사 없이 흘러들어간데 대해 이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국감을 통해 국회에서 납품 지연에 대한 지적이 들어오자 (다원시스가) 뒤늦게 (철도차량 제작) 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며 “이건 대규모 사기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어떻게 선급금을 60%를 주느냐. 선급금으로 받아 간 것조차도 수천억인데 그 돈이 없어서 1000억을 빌려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한 뒤 “대규모 사기 사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선급금을 최대 20% 이상 못 넘게 하거나 필요한 경우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코레일은 역사 관리, 주차장 관리, 직원 관리 등 산하 수많은 서비스 업무 산하 자회사들을 둔 사실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비판 받았다. 이 대통령은 코레일 산하 업무 자회사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코레일 및 산하 조직 개편을 지시했다. 도로공사도 강하게 지적을 받았다. 도로공사는 이미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도로 청소 상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한 바 있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에게 “지난번에도 한번 도로 청소에 대해 지적했는데, (도로 청소 문제가) 잘 해결됐는가"라고 물었다. 함 사장은 “경주 APEC때도 전국 도로를 차질 없이 청소했다"고 답했다. 전국 고속도로의 휴게소 비싼 물가 문제도 또 거론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던 이 대통령은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질이 형편없이 낮은데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많다"며 “휴게소 단가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휴게소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주요 수입원인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 업무가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만큼 공사 입장에선 조직 전체가 흔들릴만큼 난처한 형국에 처한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외화 불법 반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진땀을 흘렸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이학재 인천공항 사장에게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이 이런 사례를 세관에 적발했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라"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고, 이 사장이 해당 문제가 공사 업무 소관이 아니고, 실무적인 사안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참 말이 기십시다"라며 언제 사장으로 취임했는지 물었다. 이 사장은 2023년 6월에 3년 임기로 취임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3년씩이나 됐는데 아직도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된 느낌"이라고 쏘아붙였다. 철도, 도로, 항공 등 대국민 교통 서비스 공기업들이 이 대통령으로부터 외부로 공개된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질책을 받으면서 교통 관련 공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해당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실태 조사와 조직 개편 등을 지시하면서 해당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개혁의 막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李 대통령 “라오스, 핵심 광물 파트너…포괄적 동반자로”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주석을 접견한 자리에서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통룬 주석님은 올해 양국의 재수교 30주년을 맞아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라오스는 1995년 재수교 이후 불과 한 세대 만에 교역·투자·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발전을 이뤄 왔다"며 “한국은 라오스 입장에서 3대 개발 협력 파트너이고 5위의 투자 국가이며 (한국에 있어) 라오스는 한-아세안, 한-메콩 협력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라오스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라오스가 통룬 주석님의 리더십 아래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라오스어로 '컵짜이(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자, 통룬 주석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통룬 주석은 “(올해는) 지난 30년간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거둔) 성과를 다시 확인할 기회"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라오스는 현재 최빈개발도상국(LDC)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통룬 주석은 또 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대통령님의 탁월한 지도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선진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도 축하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비상계엄 수사 ‘180일’…尹 추가 기소 ‘성과’·배후 규명 ‘과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해 온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27명을 기소하며 18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준비가 사실상 2022년부터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논의는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봤다. 조 특별검사는 1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윤석열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인했으나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실패했다"며 “윤석열 등은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치활동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은 비상계엄 시기를 2024년 총선 이후로 확정한 뒤,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계엄을 결행하는 방안을 놓고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조 특검은 “윤석열과 김용현은 2024년 7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들른 하와이에서, 동행한 강호필 합참차장에게 '한동훈은 빨갱이다. 군이 참여를 해야되는 것 아니냐'며 한동훈에 대한 적개심과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10월 1일 군사령관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한동훈을 잡아오라. 총으로 쏴 죽이겠다'라고 말했으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법관을 체포하려 했다"며 “이러한 사실을 통해 윤석열이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통해 제거하려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최초로 계획한 시점을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으로 특정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을 임명해 비상계엄 실행을 위한 군 지휘 라인을 구축했다. 이들 장성은 비상계엄 당시 병력 동원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팀이 2023년 군 인사부터 비상계엄의 '진용'을 갖췄다고 판단한 근거로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이 제시됐다. 비상계엄의 계획자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기재된 군 인사 내용이 실제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계엄을 염두에 둔 인사 조율이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또 2022년 7~8월께 윤 전 대통령이 “총선 이후 계엄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 사정기관 고위직 출신 인사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통해 북한의 무력 대응을 유도함으로써 비상계엄 여건을 조성하려 했으나, 이 역시 실패로 끝났다고 판단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적 행동이 먼저임.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 불가 상황이 와야 함', '군사적 명문화, 공세적 조치, 적의 요건을 조성' 등 북한 도발을 유인하려는 취지의 문구가 다수 확인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검팀은 국회 기능을 정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부정선거' 프레임이 적극 활용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아닌 대북 작전을 담당하는 정보사 요원 등을 중심으로 수사단을 꾸리고, 야구방망이·송곳·망치 등을 준비해 지난해 총선 결과를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로 조작하려 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180일간의 수사에서 특검은 이첩·인지·접수 사건을 합쳐 총 249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리했고, 군검찰과의 협업 사건을 포함해 총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현판식도 없이 곧바로 수사에 돌입한 내란 특검은 3대 특검 가운데 처음으로 비상계엄 선포 당사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해 사실상 첫 '포토라인'에 세웠다. 수사 개시 엿새 만에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윤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불구속 상태였던 상황에서도 출범 22일 만에 다시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지난 7월 1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지난달 일반이적 혐의, 이달 4일 위증 혐의로 각각 추가 기소했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방해, 일반이적, 위증 등 혐의로 총 세 차례 기소하며 수사의 정점을 찍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칙적 스타일의 조은석 특검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검은 수사를 국무회의 라인까지 확대해 지난해 12월 3일 밤 계엄에 가담한 인물들을 잇따라 기소했다.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기소했고, '국정 2인자'로 불렸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 8명,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 9명,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군 관계자 6명,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 3명도 각각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무리한 영장 청구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구속 역시 불발됐다. 전체 13건의 구속영장 청구 가운데 6건이 기각되면서 '표적 수사' 논란도 제기됐다. 다만 특검은 수사 막바지에 김건희 여사가 박성재 전 장관을 통해 자신의 수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새로 포착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 '명품백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이후 그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과, 수사 지휘라인이 전면 교체된 날 통화한 내역까지 확인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의 수사 상황을 직접 보고받은 증거도 확보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며, 수사 종료 직전까지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 수사 종료를 두고 “내란 수사의 전반전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0일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노상원 수첩과 검찰의 계엄 연루 의혹,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표결 방해 의혹 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내란은 헌정질서를 겨눈 범죄"라며 2차 종합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를 “증거 없는 내란 몰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수사 결론이 아니라 정치 브리핑에 가깝다"며 “입증되지 않은 주장과 잇단 영장 기각은 표적 수사 논란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尹 비상계엄 목적은 반대 세력·사법리스크 제거”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목적이 야당 등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제거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 및 본인의 사법리스크도 주요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수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은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통해 제거하려 했다. 검찰총장 재직 당시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대립하다가 사임한 뒤 '거대 의석을 가지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 집권 이후까지 이어졌고, 결국 비상계엄 선포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1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 하는 자리에서 '비상대권이 있다. 총살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싹 쓸어버리겠다'라고 발언하는 등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여당 대표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도 '빨갱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군과 밀접해지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수시로 비상계엄을 모의했다. 심지어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통한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인했으나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실패한 것도 확인됐다. 또 특검팀은 돌발적 비상계엄의 주요 배경 중의 하나로 김 여사 및 본인의 사법리스크고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박지영 특검보는 “권력 독점·유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으며 여기엔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사법리스크' 해소가 포함돼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속 개입 의혹은 확인되지 못했다. 박 특검보는 “항간에 떠도는 무속 개입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2월3일이 거사일이 된 것은 미국의 개입 차단 때문이었다. 박 특검보는 “'10월 유신'도 미 대통령 선거 중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 대통령 선거 후 취임 전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과 관련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사건을 이첩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주요 정치인과 진보 인사들을 '수거 대상'으로 적시하며 이들에 대한 처리 방안이 담겨 있었다. 특검팀은 수첩 내용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을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조사해 왔으나, 노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첩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의 비상계엄 관여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관련자 조사와 통신내역 확인 결과,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이 비상계엄 관련 조치 사항을 준비하거나 논의하기 위한 간부회의를 개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계엄사령부가 대법원 실무자에게 연락관 파견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와 국가정보원의 선거관리위원회 출동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박 특검보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통신내역 조회, 기지국 위치 확인 등을 거친 결과 “포렌식 수사관이 선관위로 출동하거나 출동을 대기한 사실이 없고,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대검이 즉시항고를 포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관련자 조사를 마친 뒤 국수본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박 특검보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팀 상당수가 특검팀에 합류한 만큼 공정성 우려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참석한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에 대해서는 12월 4일 국무총리 관저에서 열린 당정대 회의의 후속 모임으로 규정했다. 특검팀 조사 결과, 당시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정당화 문건을 휴대전화로 보고받았고, 이 전 장관 역시 소속 공무원이 작성한 비상계엄 관련 파일을 휴대하고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특검팀은 안가 회동의 성격은 규정하면서도 계엄 이후 논의에 대해 별도의 죄명은 적용하지 않았다.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발된 사건은 무혐의 처분됐다.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에 동조해 협력했다는 부분의 증거는 밝혀내지 못했고, 체포 방해 역시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에서 2차 비상계엄 선포를 계획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시점이었고 실제 결행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전체 내란 행위에 포섭해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이재명 대통령 발언과 한국식 라이시테의 시작

한국 정치의 무대에서 “정교분리"라는 단어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법 종교단체는 해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단순한 원칙 확인 이상의 정치적 신호다. 한국 사회의 갈등 지형—특히 특정 종교 세력이 정치·행정의 영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온 지난 수년간의 풍경—을 고려하면, 이 발언은 프랑스의 라이시테(laïcité) 개념과 비교했을 때 더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식 라이시테는 흔히 “세속주의"로 번역되지만, 그 본질은 종교를 배척하는 국가가 아니라 종교를 우대하지도, 종속되지도 않는 공화국을 만드는 데 있다. 1905년 제정된 '교회와 국가 분리법'은 두 가지 원칙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양심의 자유, 즉 믿을 자유와 믿지 않을 자유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중립성, 즉 국가는 어떤 종교에도 급여를 지급하거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단순한 제도 설계가 아니라, 프랑스가 오랫동안 교권과 맞서 싸우며 쌓아온 역사적 축적의 결과이다. 왕정과 가톨릭의 동맹 속에서 억압되고 배제된 시민사회가, 공화국의 이름으로 종교적 권력을 정치의 바깥으로 밀어낸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이시테는 언제나 정치적 장치이자 사회적 투쟁의 결과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이 프랑스적 맥락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한국식 라이시테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장면처럼 보인다. 한국은 헌법에 이미 “정교분리"가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 종교가 정치 네트워크, 복지사업, 언론,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비공식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었다. 정교분리는 선언되었으나 제도적 관철은 이루어지지 않은, 말하자면 비완성의 공화국이었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정교분리는 더 이상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정치·행정의 투명성, 시민의 평등권, 국가 권력의 독립성을 둘러싼 실질적 문제의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종교적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라이시테가 과거 교황권의 정치 간섭을 차단하며 공화국을 재건했던 과정과 겹쳐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례가 말해주듯, 정교분리는 법률 조항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라이시테는 1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 문제, 학교에서의 종교 상징 문제, 정체성 정치에 종교가 결합하는 극우의 전략 등, 라이시테는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쟁점화된다. 국가의 중립성은 언제나 새로운 사회적 균열 앞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한국 정치에 내재된 종교 권력의 비공식 네트워크를 어떻게 투명화하고 해체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정교분리란 단지 국가가 종교를 통제하거나, 종교 활동을 공적 공간에서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그리고 역으로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종교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장치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특정 종교 세력이 정치 권력과 결합하여 형성한 비가시적 영향력, 즉 종교적 사적 권력이 민주주의의 공적 영역을 침식해온 오랜 구조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국적 의미를 갖는다. 그는 프랑스의 1905년 법이 그랬던 것처럼, 종교와 국가 사이의 새로운 경계 설정을 요구하는 시대적 압력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한국식 라이시테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것은 프랑스의 모델을 단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국가 권력과 종교 권력 사이의 균형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는 종교 다원주의와 시민권의 확대 속에서 새로운 정교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프랑스의 라이시테가 12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정교분리는 완결된 제도가 아니라, 지속적 실천의 과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선언이 공화국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이제 한국 시민사회와 정치가 어떤 실천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일권

특검, 김용현 전 국방 군형법상 군기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추가 기소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해온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13일 김 전 장관을 군형법상 군기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는 특검 수사 종료를 앞두고 이뤄진 마지막 기소 사례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1월 문상호 당시 국군정보사령관,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 정성욱 전 정보사 100여단 2사업단장(대령) 등과 함께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임무대(HID) 요원을 포함한 정보사 소속 요원 40여 명의 인적 사항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명단이 비상계엄 상황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할 목적으로 이른바 '제2수사단'을 구성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이 해당 계획을 공유하고 추진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앞서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한 인원 추천을 요청받았다고 증언했다. 문 전 사령관은 또 지난해 10월 14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을 잘 도와주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노 전 사령관을 지난 6월 기소했으며, 해당 사건은 오는 1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문 전 사령관과 김 전 단장, 정 전 단장 역시 같은 달 중앙군사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이 정보사 요원 명단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확보하고 이번 추가 기소에 이르렀다. 김 전 장관은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으며, 비상계엄 선포 이전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에도 추가로 기소된 상태다. 한편 내란 특검팀의 공식 수사 기간은 오는 14일까지이며, 조은석 특검은 15일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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