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3년 연속 동일한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재정적자율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 이같은 경제 성장 목표가 담겼다. 경기 침체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에도 불구하고 재작년, 작년과 같은 목표치를 3년 연속 제시한 것이다. 이날 전인대는 미국이 20%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보복 조치를 발표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열렸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목표달성을 위해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이어 77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 목표를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미만인 약 2%로 세웠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목표치를 내놓은 것으로, 중국 정부가 마침내 디플레이션을 인정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 안팎의 성장률 목표에 대해 “취업 안정과 리스크 방지, 민생 개선의 필요"라며 “중장기 발전 목표와 결합해 어려움을 뛰어넘고 분발하는 선명한 길잡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정국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율을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치다. 적자 규모는 5조6600억위안(약 1130조원)으로 한해 만에 1조6000억위안(약 320조원) 늘어난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수십년간 재정적자율을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해왔다"며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수 진작을 위해 파격적인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업무보고엔 “재정 지출의 강도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적혔다. 중국 정부는 이어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규모는 1조30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3000억위안 늘렸고 각 지방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특별채권 규모가 작년 3조9000억위안에서 올해 4조4000억위안으로 늘렸다. 또 국유 대형 상업은행의 자본 보충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국채 5000억위안을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더욱 관심을 모은 중국의 올해 연구개발(R&D·과학기술)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81억1900만위안(약 80조원)으로 설정됐다.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액 폭은 작년 대비 7.2%로 잡았다. 4년 연속 7%를 넘어선 것이다. 실업률 목표는 5.5%로 전년과 동일하게 설정했다. 신규 고용 역시 전년과 마찬가지로 1200만명으로 잡았다. 아울러 통화정책과 관련해 리 총리는 정부가 '적정 완화'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적절한 시기"에 인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스위스계 금융기관 UBP(Union Bancaire Privee)의 베이 선 링 이사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와 지출계획과 관련해 “정부가 경제를 부양할 의향이 있다"며 “이는 시장에 안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