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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미 정상회담 확정…‘관세 협상’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관세 협상과 관련한 정상 간 합의문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양국은 이미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안보 의제와 함께 합의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APEC CEO 서밋 개막식'에 특별연사로 나선 뒤, 같은 날 오후 국빈 자격으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관세 협상과 관련한 첨예한 쟁점을 좁히는 '결단'이 나올 수 있을지 여부다. 무역 협상의 핵심 쟁점은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 이행 문제다. 미국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전액 현금 납입을 요구해 왔고,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을 고려해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을 혼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미국 측도 한국이 전액 일시납 직접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그간 “전액 선불(up front)"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분납 방안을 어느 정도 수용하느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간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역시 “공동선언문을 오래 준비해왔다"며 “쟁점을 조정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안보 분야에선 이미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이번 합의문에는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화, 국방비 인상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재 두 협상의 결과를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 실장은 “미국 측은 통상·안보 두 개가 완성될 때 한꺼번에 발표하는 것을 선호한다"라며 “우리는 (통상·안보를) 따로 (발표해도) 좋다"고 밝혔다. 관세 협상이 29일 회담 전까지 타결되지 못할 경우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정부는 안보 협상 성과를 먼저 공개하는 방안도 미국 측에 제안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또 다음날인 30일엔 캐나다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한다. APEC 개막일인 31일에는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를 주제로 본회의 1세션에 참석한다. 이어 11월 1일 본회의 2세션에 참석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차기 의장국을 인계하고, 같은 날 오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시 주석은 2014년 이후 11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방한해 이 대통령과 한중관계 복원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한중 관계 복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시절 냉각된 양국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중은 최근 무비자 방문 정책을 시행하며 민간 차원의 교류와 우호적 인식 개선을 위한 조치를 서서히 확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경쟁과 협력 요인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면서 철저하게 '국익'에 기반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최근 잇따른 반중 시위에 대해 “이웃 국가 간의 불신을 초래할 뿐"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한 문제, 한국 내 반중·혐중 여론 등은 여전히 양국 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민감한 현안'을 피하지 않고 일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사전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공급망 안정, 투자 협력 등 실용적 경제 의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면서 불안 요인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관심사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력 확보 차원에서도 한미·한일 협력 필요성이 높아 양국 모두 안정적 관계 유지를 원하고 있다. 위 실장은 “셔틀 외교를 복원해 과거사 문제와 경제 협력을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단독] 코이카, 외교부와 ‘엇박자 행정’…172억 캄보디아 원조사업 강행 논란

외교부가 한국인 납치·살해 범죄가 폭증하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 금지'를 발령한 지난 15일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이 현지에 우리 국민을 장기파견하는 172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코이카는 해당 사업의 공식 위험관리 계획서에서 캄보디아의 치안 위험도를 '낮은 등급'으로 평가하고, 주된 위협을 '질병'으로 명시하는 등 최근 한국인 스캠(사기) 사태의 위중함과는 동떨어진 안일한 안전 인식을 드러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같은 코이카의 사업 적절성과 현지 치안 인식은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외교부와 개발 협력을 추진하는 산하 기관의 '엇박자 행정'으로 해석되며 국민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코이카는 외교부가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 금지(흑색 경보)'를 발령한 지난 15일 '캄보디아 국립민간항공교육원(NICA) 민간항공 교육시스템 강화 사업'의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PMC) 용역 입찰을 나라장터에 재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서 접수 마감일은 오는 11월 4일이다. ​코이카 문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5년간 총 1200만 달러(약 172억 원)를 투입해 캄보디아의 항공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 관리자(PM)와 현장 관리자(FM) 등 다수의 한국인 전문가들이 5년간 수도 프놈펜에 장기 체류하며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지 NICA에 강의실·기숙사 등을 갖춘 5층 규모의 새 교육 건물을 지어주고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방안과 항공 관제 시뮬레이터, X-레이 보안 검색 장비 등 낙후된 교육 장비를 최신 장비로 교체하거나 새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또 캄보디아 측 강사와 관리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하고, 최종적으로 캄보디아 NICA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인 교육 기관으로 인증받아 국제적 신뢰도를 확보하고 동남아 지역의 항공 교육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 추진 시점이다. 코이카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공고를 낸 10월 15일은 외교부가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살·범죄 급증을 이유로 캄폿주 보코산 지역·바벳시·포이펫시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권법상 최고 단계 조치인 '여행 금지'를 발령한 당일이다. 사업 수행지인 프놈펜에 대해 외교부는 특별 여행 주의보(2.5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정부 당국은 “절대 가지 말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여권법에 따른 처벌도 시사하는 등 법적 금지령을 내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가서 일하라"고 등을 떠미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사업 대상지인 프놈펜은 특별 여행 주의보가 내려졌기 때문에 방문 금지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지의 심각한 치안 불안에 대한 코이카의 안일한 인식이다. 코이카 문서에는 사업의 공식 위험 관리 계획서상 '치안 상황, 시국 불안 등'의 안전 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풍토병 예방 접종 강화가 전부다. 심지어 이 위험의 발생 가능성은 '하(下, Low)' 등급으로 평가돼 있다. 납치와 살해가 아닌 '질병'을 주된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사업 참여 업체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인권 경영 실천 서약서' 역시 '안전권'과 '생명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무장 범죄 조직으로부터 물리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형식적인 '종이 방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사 조직과 개발 협력 성과를 중시하는 ODA 조직 간의 심각한 '칸막이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10년 이상 공들여온 사업을 중단할 경우 외교적 신뢰도 하락이나 기존 투자의 손실 등 코이카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가의 최우선 책무는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인 만큼 어떠한 외교·경제적 이익도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외교부는 '여행 금지' 명령과 ODA 사업 강행이라는 정책 충돌 논란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이카 측은 현재 사업자 선정 단계로, 실제 현지에서의 사업 착수까지는 준비 기간이 남아 있어 향후 현지 안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봉사단원을 비롯한 파견 인력을 대상으로 일일 안전 점검을 실시해 실시간 응신을 확인하고 있고, 국별 핫라인 운영을 통해 비상 연락망을 유지해 파견 인력 안전 상황 확인과 정세 불안 등의 안전 정보를 상시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이카 관계자는 “본 사업의 '위험 관리' 계획은 캄보디아의 범죄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인 올해 2월에 이뤄진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됐다"며 “본부와 사무소는 현지 정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파견 인력 대상 안전 관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활동 중 사고·질병·범죄 등에 대응하고자 긴급 이·후송 서비스와 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사무소에서 수립한 안전 관리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 집합 교육·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엄중한 상황 관리에 입각해 범죄 발생 지역 방문 금지 등 이미 파견돼 있는 인력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李대통령 “이스라엘 나포 우리 국민, 신속 석방 총력”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군의 우리 국민 나포 사건에 대해 “안전 확보, 신속 석방, 조기 귀국을 위해 국가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대통령은 8일 저녁 관련 상황과 조치 계획을 보고받은 후 위와 같이 지시했다.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11시 40분경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 11척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이 선단에는 대한민국 국적 활동가 김아현 씨가 탑승하고 있었다. 이에 외교부는 주이스라엘대사관을 통해 김씨의 조속한 석방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필요한 영사 조력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이스라엘 외무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선박과 탑승자들은 안전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항구로 이송됐고 곧 추방될 예정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스라엘-하마스, 1단계 가자휴전 전격 합의

2년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여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9일 휴전 협정 1단계에 전격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우리의 평화 계획 1단계에 모두 동의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린다"고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이는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향한 첫 단계로서 모든 인질이 매우, 곧(very soon) 석방되고 이스라엘은 합의된 선까지 군대를 철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오늘은 아랍 및 이슬람 국가, 이스라엘, 모든 주변국, 미국에 있어 매우 위대한 날"이라고 자축했다. 양측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1단계 휴전 합의를 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합의 소식에 대해 “이스라엘에 위대한 날"이라고 환영했고, 총리실은 “역사적인 성취"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협력, 그리고 이스라엘의 안전과 우리 인질들의 자유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이것은 이스라엘 국가의 외교적 성공이자 국가적, 도덕적 승리"라고 축하했다. 네타냐후는 “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을 모두 데려올 것"이라며 “인질들을 풀어주는 이 성스러운 임무에 헌신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전쟁 종식, (이스라엘군의) 점령지 철수, 인도적 지원 허용, 포로 교환 등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공개했다. 하마스는 합의 이행 72시간 내로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2000명의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알렸다. 다만,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완전한 휴전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합의된 내용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은 현재 약 48명(생존자 20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CNN 등 외신은 생존 인질들이 11일이나 12일에 석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인질들이 아마도 13일에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프랑스 르코르뉘 총리, 취임 한달 만에 사임한 이유는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임하면서 프랑스 정국이 혼란에 빠져다. AFP, 로이터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에리제궁은 르코르뉘 총리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임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나고 나서 르코르뉘 총리가 지난달 9일 임명된 지 27일 만이다. AFP는 이같은 총리 재임 기간은 현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짧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밤, 새 내각 구성을 발표한 이후로는 불과 14시간이 지났다. 발표된 장관 18명 중 다수가 바이루 내각 출신이고 다른 신임 장관들 상당수도 마크롱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로, 의회 불신임에도 기존 내각이 사실상 유지된 것이라는 비판이 좌우 진영 양쪽에서 모두 나왔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오전 사임 발표 후 연설에서 “각 당파가 마치 절대다수라도 차지한 양 행동하면서 정파적 욕심만 보이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타협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모든 정당이 상대에게 자기들의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를 원했다"며 “자존심은 옆으로 제쳐두라"고 타협을 촉구했다. 1986년생으로 올해 39살인 르코르뉘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 내내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관으로, 총리 직전에는 국방 장관을 맡았다. 신중하고 절제된 성품에 중도주의적 성향으로 총리까지 올랐지만, 끝내 정국 불안정을 돌파하지 못하고 낙마하게 됐다. 프랑스는 지난해 여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모든 진영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르코르뉘는 엘리자베트 보른,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프랑수아 바이루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 집권 2기의 5번째 총리였다. 특히 프랑스는 지난해 9월 아탈 총리 사임 이후 1년 사이에 4명의 총리를 맞을 정도로 정국 혼란이 극심하다. 각 정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은 “현재는 선거를 치르는 것만이 현명한 일"이라며 “웃긴 상황은 끌 만큼 끌었다. 프랑스 국민은 질려 있다"고 말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도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RN은 명백히 통치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계는 특히 예산안을 두고 좀처럼 타협하지 못하며 대치하고 있다. 바르니에와 바이루 등 두 전임 총리도 사실상 재정 계획을 둘러싼 갈등으로 쫓겨났다. 프랑스는 2분기 말 기준 공공부채가 3조4163억유로(약 5630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6%에 달할 만큼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중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르코르뉘 총리도 지난달 말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 60억 유로(약 9조9000억원)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일 수교 60주년, 양국 정권 교체기 속 ‘관계 재설정’ 시험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이 모두 정권 교체기를 맞으며 한일 관계도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지난 9월 24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2025 한일 언론포럼'에서는 양국의 언론인과 전문가들이 모여 수교 60년의 성과와 과제, 미래 협력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양국의 언론인과 양국 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협상 압박 속 양국 정상이 급작스레 교체된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과 상호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 미래지향적 관계 형성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핵심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국교정상화 60년의 한일관계 : 파트너십의 변천과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포럼은 △세션 1: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의 평가와 현상 진단' △세션 2: '새로운 한일관계의 방향성과 언론의 역할'로 구성돼, 양국의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심도 있는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문재인 정부 시절과 같은 급격한 악화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 올해 초만 해도 일본 언론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경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양국은 8월에 이어 9월 30일 열린 정상회담도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하며 관계 안정세를 이어갔고, 관광·민간교류 분야에서도 상호 방문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대미 관세 협상, 동아시아 안보 이슈 등에서 공동 대응 가능성도이 언급됐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기조 속에서 한일 양국의 실질적 정책 공조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관세 협상은 물론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에너지 안보 대응, 북핵·중국 문제 등에서 공동 대응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협력 여지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한일 경제관계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점이 분석됐다.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산업 협력 등 새로운 과제가 부상한 가운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도 양국 관계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한일 수교 60주년은 과거를 돌아보는 기념의 해이자, 향후 100년의 관계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일 모두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양국 관계를 제도적·정책적으로 재설정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양국 전문가들은 관계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한국 대중의 일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호 호감 및 신뢰 증진을 꼽았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의 공공외교 정책과 함께 언론의 건전한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국 대중의 일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호 호감·신뢰 증진이 관계 개선의 핵심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토론자들은 “공공외교 정책을 통한 상호 이해 증진"과 함께, 양국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보도를 통해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영토 문제, 국내 정치 변수 등 난제가 산적한 만큼, 언론과 시민사회, 정부 모두의 장기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단기적 이벤트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수교 60년을 맞은 한일 관계가 '관계 안정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협력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과거사 문제 해결, 공공외교 강화,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 전략산업 및 안보 협력 등 다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일언론포럼의 한 참석자는 “이제는 60년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기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0월 4일 일본 총리 선거에서 타카이치 사나에가 새 총리로 선출되면서 한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타카이치는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며, 독도 영유권, 역사 문제, 자위대 활동 확대 등 민감한 사안에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로 인해 향후 한일관계의 개선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타카이치 신총리 체제에서 한일 관계가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더라도, 과거사 문제와 안보·영토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타카이치 신총리가 어떤 대한(對韓) 정책 기조를 취하느냐가 향후 1~2년간 한일관계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며 “신뢰 구축과 협력 강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日다카이치 “야스쿠니참배, 적시 적절히 판단…외교 문제 아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4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첫 여성 총리를 앞두고 민감한 외교 현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 위령을 위한 중심적인 시설"이라며 “어떻게 위령할지, 어떻게 평화를 기원할지는 적시에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대로 이것은 외교 문제로 삼을 일이 아니다"라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국제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합의를 뒤집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 관세협상을 하며 5500억 달러(약 77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미일 합의에 대해 투자 운용 과정에서 만일 국익을 해치는 불평등한 부분이 나오면 확실히 이야기해야 한다며 “재협상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는 “(투자 운용 과정은) 미국의 투자위원회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일본과 미국 양쪽에서 협의하는 장이 마련될 것"이라며 “협의하는 자리의 의견을 듣고 미측 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에 제언하는 구조로 안다"고 했다. 이어 “운용상 일본 국익에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협의 틀에서 확실히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 안보 정책을 놓고는 “무엇보다 일미 동맹 강화를 확실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미한으로 협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만 한일 양자 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은행의 금리정책과 관련해서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라며 “2년 연속 물가가 올랐으면 이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과 커뮤니케이션을 치밀하게 해야 하고 보조를 맞춰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인상한 후 5차례 연속 동결한 상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극우’ 다카이치, 日 첫 여성총리 임박…한일 관계 변수로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승리하며 자민당 첫 여성 총재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도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이자 극우 성향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협력적이던 한일 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185표를 얻으며 156표를 기록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는 5명 후보 중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183표로 1위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164표로 2위를 기록해 결선에 진출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제에서는 보통 제1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데, 현재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도 야권 분열로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사상 최초로 일본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며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동안 역사와 영토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고, 이런 태도는 보수층 지지의 기반이 됐다. 총리 취임 시 무엇보다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가 향후 한일 관계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영령을 추모한다. 다카이치 총재는 선거 과정에서 총리 취임 시 참배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나, 과거 경제안보상 재임 시기에 여러 차례 참여한 전례가 있어 참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참배가 현실화하면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처음이다. 이 경우 한국과 중국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역사·영토 문제에서도 기존 내각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 장관이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차관급인 정무관을 정부 대표를 보냈는데, 각료를 파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일본의 정부 대표 급이 높아지면 한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선거 과정에서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 등을 고려해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언행을 자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중국·러시아가 긴밀히 움직이는 가운데, 한미일 협력은 일본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인 상황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일본 새 총리는 누구?…내일 자민당 총재 선거서 결정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오는 4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협력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한일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첫 40대 최연소 총리를 노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도전했으나, 3위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에서는 당내 보수층이 반대할 정책이나 언급을 자제하고 논란을 야기하지 않는 '실점 최소화' 전략을 시종일관 구사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전날까지 이틀간 해외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대표적인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당원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옛 아베파 일부의 지지도 받고 있다. 본래 '다크호스'로 분류됐던 하야시 장관은 토론회 등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 의원을 늘려가고 있다. 남은 두 후보인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선거를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295표와 당원·당우 295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총재로 선출되지만 없을 경우엔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결선에서는 의원 295표와 광역자치단체 지부 47표를 합산해 승자를 가린다. 결선 진출까지 고려하면 많은 의원 지지가 필수적이다. 로이터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당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두 후보를 앞서고 있어 결선 진출 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밀리며 역전패했다. 산케이신문은 당내 유일한 파벌인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의중도 중요한 변수라고 해설했다. 아소파 소속 의원은 43명이다. 아소 전 총리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자민당 새 총재는 오는 15일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총리직에 취임한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바뀌면 국회에서 다시 총리를 뽑는 절차를 밟게 된다. 한편, 신임 총재는 취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방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방문 뒤에는 이달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정부 7년 만에 셧다운…트럼프 “불필요 공무원 해고”

미국 연방정부가 1일 오전 0시1분(미 동부시간·한국시간 1일 오후 1시1분)을 기해 업무가 일시 정지되는 '셧다운' 사태에 돌입했다. 2018년 이후 약 7년 만이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셧다운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셧다운은 2025년회계연도 최종일인 지난 9월 30일 자정까지 의회가 2026년회계연도 예산안이나 단기 지출 법안(임시예산안·CR)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CR은 지난달 19일 하원에선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임시예산안 가결에 단순 과반이 아닌 60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53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민주당 7명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셧다운은 재정 지출에 대한 의회의 통제를 규정한 '적자 재정 방지법'에 따른 것이다.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기관들은 예산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게 됐다. 무급휴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연방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도 일부 중단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셧다운을 초래한 핵심 배경은 공공의료보험인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 문제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된 보험료 보조금은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요구하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CR에 반대하고 있다. 보조금이 중단될 경우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400만명이 보험 혜택을 잃고, 2000만명의 보험료가 인상되며 장기적으로 1000만명이 무보험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공화당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확대된 ACA 보조금 지급과 메디케어 예산 지원으로 수천억달러에서 많게는 1조달러 넘는 재원이 낭비되며, 수혜자 중 불법이민자를 지원하는 데 미국인의 세금이 쓰여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 의회 지도부가 셧다운 발생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자신의 국정과제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연방 공무원을 대거 해고할 방침을 밝히면서 민주당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이드 혜택에서 불법체류자는 배제돼 있다고 항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점도 셧다운 발생의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이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어 타협의 여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실제 양당은 이번 보건복지 예산을 넘어서 대대적 이민자 단속,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선거구 조정과 주요 도시의 군 병력 투입, 찰리 커크 암살 등 정치적 폭력, 그리고 표면화한 정치 보복 논란 등으로 충돌해왔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만큼은 트럼프 행정부의 '폭주'를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셧다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한편, 미국에선 지난 50년간 셧다운이 21차례 발생했다. 짧게는 수 시간에서 길게는 한 달을 넘기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35일간의 셧다운이 최근·최장 사례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셧다운 상황에 직면했다. 공화당이 야당이던 시절 이뤄진 셧다운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클린턴 정부 시절 두 차례(1995년 11월 14∼19일, 12월 16일∼1996년 1월 6일) 셧다운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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