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IT·전자, ‘해킹 차단’ 신기술로 보안·수익 일석이조

정보기술(IT)·전자업계가 보안을 미래 수익원으로 삼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킹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면서 단순한 방어를 넘어선 차세대 보안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자내성암호(PQC) 등 신기술 기반 보안 솔루션이 새로운 사업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PQC 도입을 통해 핵심 제품의 보안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를 수익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QC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수학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암호 기술로, 기존 공개키 암호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해킹 방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 이후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PQC를 활용한 보안 강화와 신규 수익 창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는 LG유플러스다. 이 회사는 통합 계정 관리 솔루션 '알파키'를 중심으로 PQC 기반 보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알파키는 다수의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기업 환경에서 임직원의 계정 권한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ID 관리 서비스(IDaaS)다. 특히 PQC와 동형암호 기술을 결합해 보안을 한층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최신 인사 정보에 따라 퇴사자·휴직자의 접근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업무 계정 권한을 부여·회수하는 기능도 갖췄다. SK브로드밴드는 보안이 중시되는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PQC 전용 회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삼성SDS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개발한 PQC 알고리즘 '에이머'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보안 시장을 겨냥한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B2B 보안 수요와 맞물려 있다. 최근 등장한 신종 해킹 기법 'BPF도어'는 물론, AI와 양자컴퓨터 기반 공격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PQC는 이러한 복합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업계는 PQC 기반 보안 솔루션이 B2B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B2B SaaS 솔루션 기업 비즈니스캔버스의 고객관리 툴 '리캐치'에 알파키를 공급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한국전력기술에 PQC 전용 회선을 구축하며 상용 서비스 출시 이후 첫 사업 수주 성과를 거뒀다. 전자업계도 보안 기술을 제품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보고 전략적 적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자사 가전제품에 PQC를 적용할 계획이다. 저가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보안성을 주된 경쟁 포인트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종승 삼성전자 생활가전(DA) 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은 지난 3월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가전에 PQC를 선도적으로 적용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보안 기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부문에 PQC 도입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 크립토랩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차량 내 결제 서비스, 차량 간 통신(V2X), 무선 업데이트(OTA) 등 다양한 전장 사업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차량 내부 시스템이 AI와 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보안은 '안전'과 '차별화'를 동시에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들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되는 등 차량 내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커질수록 해킹 대응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보안 기술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가 전장 시장에서의 입지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K-게임, 글로벌쇼 일제히 출격…‘하반기 신작’ 승부수

게임업계가 '서머 게임 페스트(SGF)'를 시작으로 여름철 글로벌 게임쇼에 연이어 출전한다. 하반기 신작 출시를 앞두고 현지 반응을 점검하면서 글로벌시장 영토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7~9일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렌스(LA)에서 열리는 SGF에 이어 오는 8월 독일 '게임스컴', 9월 일본 '도쿄 게임쇼'에 신작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SGF는 캐나다 출신 방송인 제프 케일리가 주관 및 주최하는 글로벌 온·오프라인 게임쇼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북미 'E3', 게임스컴 등 주요 게임쇼가 취소되면서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개최했다. 기존 여름 시즌을 대표하던 E3이 폐지됨에 따라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매년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도 SGF에 출격해 최대 기대작의 신규 트레일러 및 업데이트 콘텐츠를 공개한다. 올해는 넥슨 본사와 자회사인 엠바크스튜디오,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펄어비스 등이 협력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참여 기업이 3곳이었음을 감안하면 약 2배가량 늘린 규모이다. 넥슨은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의 시즌3 업데이트' 돌파'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한다. △대형 필드 '액시온' △최대 8인이 참여하는 '필드 거신 레이드' △넓은 필드를 누비는 '호버 바이크' 등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하반기 출시 예정작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길: 스타 다이브'의 시네마틱 영상을 출품한다. '몬길'의 경우, 여태껏 공개되지 않았던 캐릭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네오위즈는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P의 거짓'의 다운로드 가능 콘텐츠(DLC) 버전인 '서곡' 정보를 공개한다. 이 작품은 본편 이전 시점을 다루며, 여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씨의 경우 하반기 출시 예정인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 신규 트레일러와 정보 등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펄어비스는 연말 출시를 확정한 대작 게임 '붉은사막'을 선보인다. 지난해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4'에서도 이용자들의 호평을 얻은 이 게임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담금질 중이다. 앞서 허진영 대표는 지난달 진행된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6월 글로벌 게임쇼에서 미디어 대상으로 보스전이 아닌 신규 빌드 시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크로노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액션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의 신규 정보를 소개한다. 언리얼엔진5로 구현한 광활한 오픈월드와 시간 조작이라는 독창적 전투 시스템이 특징으로, 이달 중 '스팀'에서 글로벌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한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글로벌 게임쇼에 나서는 이유는 신작의 흥행 여부를 점검하는 한편,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업계가 서구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몇 년 새 넥슨 '퍼디'·'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 'P의 거짓',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서구권 흥행 사례로 남은 가운데, 현지 맞춤형 콘텐츠 등으로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통상 글로벌 게임쇼는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 실시간 반응도 확인할 수 있고, 마케팅 효과도 있다"며 “SGF의 경우 북미를 노리는 게임사들로선 존재감을 뽐낼 기회임과 동시에 온라인으로도 진행돼 부스 대관·항공비 등 비용을 일정 수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민주당 방문에 자리비운 최태원…이훈기 의원 “위약금 면제” 촉구

이훈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K텔레콤 번호이동 가입자들의 위약금 면제를 요청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불발됐다. 5일 이 의원은 최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찾았다. 이는 지난 4월 발생한 SKT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통신사를 옮긴 기존 가입자들의 해지 위약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두 차례 진행된 청문회 이후 유영상 SKT 대표와 직접 면담을 가졌지만 위약금 면제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에게 보다 명확한 답변을 듣고, 즉시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44만490명으로 집계됐다. 전월(23만7001명) 이탈 규모를 합치면 67만7491명에 달한다. 다만, 4~5월 SKT로 유입된 가입자 수를 제외한 순감 규모는 51만9860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위약금을 스스로 지불한 후 통신사를 옮긴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SKT가 사고 발생 이후 한 달이 넘었음에도 위약금 면제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가입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최 회장의 부재로 이 의원을 대신 맞은 유 대표는 “최 회장이 현재 다른 일정으로 부재 중"이라며 “위약금 면제는 저와 이사회가 결정할테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현재는 유심 교체 및 찾아가는 서비스 등 고객 보호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최 회장이 지난달 8일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했고, 같은 달 27일에도 면담 요청을 했는데 응하지 않았다"며 “SKT에서 처리하기 힘든 것 같아 최 회장을 만나서 '그룹 차원에서 결단을 하셔야 하지 않냐'라는 말을 하려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문회를 진행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위약금 면제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유 대표에겐 지난번 면담 때 드릴 말씀을 다 드렸고, 최 회장 차원의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앞서 유 대표는 지난 4월 30일 청문회 당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법률적으로 검토해서 문제가 없다면,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초 국회에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손실 불가피 △이용자 간 형평성 이슈 △사회 전반의 신뢰와 시장 질서를 고려할 필요 등을 이유로 사실상 이를 수렴하기 어렵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SKT에서 예측하는 번호이동 가입자 규모는 전체 10%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환산하면 240만명 정도“라며 "번호이동할 때 평균 위약금이 1인당 10만원이라 하니 총 금액은 24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심 교체는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 보상에 대해선 어떤 조치도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모습인데, 이대로 흐지부지 가다가 국민들로부터 잊히길 바라는지 생각도 했다"며 “SKT의 올해 1분기 영업익은 5674억원, 지난해 영업익은 1조8000억원이기에 위약금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 지적했다. 과방위는 이번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을 고려, 추가 청문회를 비롯해 국정감사 등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진행될 추가 청문회에서 최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SKT는 같은 시간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유심정보 해킹 사고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위약금 면제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김희섭 PR센터장은 “고객 간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떄문에 당장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이재명 정부 출범] AI 투자부터 게임 규제 완화까지…ICT 정책 방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차기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방향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핵심 전략산업으로 내건 인공지능(AI) 육성 계획과 게임 산업 규제 완화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4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전날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세계적으로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 만큼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AI 산업 육성 방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놨던 주요 공약집을 살펴보면 △민간 100조 투자 유도 △정부 폐쇄망 기반 멀티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한국형 AI 클러스터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 등을 산업 육성책으로 제시했다. 또한 대통령실엔 정책을 총괄할 'AI정책수석'을 신설하고, AI 전담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 후보 캠프에서 관련 공약을 총괄했던 임문영 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른 상황이다. '국가AI위원회' 기능도 확대해 기술자·연구자·투자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전환할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선 그동안 수차례 요구해 왔던 내용들이 대체로 반영된 만큼 정책 방향성 자체엔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인프라 투자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은 모습이다. 다만,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 방안은 아직 제시하지 않아 설계 측면에선 우려가 적잖다.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AI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부담이 높은 데다 사업 기반을 다지는 단계로, 향후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기업 입장에선 수익 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최근 과기정통부의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응찰한 기업이 없었던 게 이를 반증한다. 세제 지원과 같은 민간 지원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미디어업계에선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이들 산업을 활성화해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다. 지난 2월 민주당이 발표한 'ABCDEF' 정책 중 'C(문화·콘텐츠)' 부문에서 중요도가 높은 영역들이다. 먼저, 게임업계 주요 공약으로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저지 △게임 전담조직 신설 및 민간 자율 심의제 도입 △모태펀드 게임 전용 펀드 운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범위에 게임 포함 △게임 등급분류 민간 자율화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 등을 내걸었다. 이 중 민주당이 출범한 게임특별위원회가 지난달 1호 정책으로 질병코드 도입 유보를 제시했단 점에서,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의 글로벌 시장 입지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같은 이용자 보호 정책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법무법인 율촌 측은 “차기 정부와 여당은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환과 같은 산업 육성 관점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게임특위가 제안한 내용이 순차적으로 입법화 또는 정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디어 관련 공약으로는 △방송광고 금지·제한 품목 규제 완화 및 일관된 기준 적용 △현행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체계로 전환 △콘텐츠 사용료 산정 시스템 투명성 확보 △자율 협상 과정서 정부의 갈등 조정 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레거시 미디어-뉴미디어 간 규제 역차별 해소 △뉴미디어 콘텐츠·플랫폼 진흥 및 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책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대통령은 사후관리 기능만을 담당하는 게임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민간 자율심의를 도입해 사전심의를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기 방통위원장과 심의·의결 절차 변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정책 업무를 방통위로 이관 △방통위원 기존 5명→9명 확대 △방통위원 대통령 3명·여당 3명·야당 3명 추천 △상임위원 기존 5명→3명 축소를 골자로 한다. 이 대통령 취임에 따라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규제 완화 관련 공약에서 통합미디어법과 연계된 내용들이 눈에 띄는데, 미디어 사업자 간 일관된 법 적용을 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반영해 10년 전에 머무르고 있는 규제 기준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인데, 이런 부분이 일정 수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OTT에 밀린 IPTV, 생존 해법 찾기 총력전 나선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시장이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IPTV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주요 IPTV 사업자들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 요금제 다변화, 기술 고도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생존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및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IPTV 가입자는 2131만251명으로 전년 동기(2100만3615명) 대비 1.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0년 8.45%에 달했던 연간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수치다. 가입자 수는 소폭 늘었지만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성장세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OTT 플랫폼의 급성장을 꼽는다. 메조미디어의 '2024 OTT 업종 분석 리포트'를 보면 국내 OTT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5조6000억원 규모에서 2027년 7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3~9%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메조미디어는 “OTT는 기존 TV에선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장르와 고퀄리티 콘텐츠를 무기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시장 확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PTV의 핵심 수익원은 가입자 기반에서 나오는 월정액 수입이지만 OTT 확산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IPTV 3사는 콘텐츠 차별화, 요금제 진화, AI 중심 기술 고도화 등 전략적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콘텐츠 부문에서는 오리지널 확보에 공을 들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IPTV 등 유료방송 미이용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볼 만한 프로그램(채널)이 없어서"를 이유로 꼽은 응답 비율은 17.4%로 두 번째로 높았다.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는 최근 IPTV 플랫폼 U+tv를 통해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OTT '크런치롤'의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단독 공개하고 있다. 크런치롤은 북미를 중심으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동아시아 콘텐츠를 공급하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다. 해당 콘텐츠는 LG유플러스의 월정액 서비스 '유플레이'를 통해 U+tv와 U+모바일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일본 유료방송 '와우와우' △스웨덴 플랫폼 '비아플레이' △중국 '빌리빌리' 등 다양한 해외 콘텐츠를 단독 제공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키즈 콘텐츠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재미와 교육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며 신규 가입자 확보는 물론 고객 락인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 협업해 인공지능(AI) 기반 키즈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Btv 키즈'의 ZEM 서비스에 AI 음성 동화, AI 영어 동요 더빙 등 기능을 적용했다. KT도 지니 TV 키즈랜드에 인기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테마별로 수급해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요금제 전략도 진화 중이다. IPTV 단독 요금제 외에도 최근 유튜브 프리미엄 등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OTT들의 잇따른 요금 인상 흐름 속에서 IPTV 기반 결합 요금제는 가격 대비 혜택이 높은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IPTV 결합 요금제는 별도로 이용할 때보다 오히려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층에게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 역시 IPTV 업계의 중요한 생존 전략이다. AI 기반 추천 시스템은 물론 자막 생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기존 Btv에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접목한 'AI Btv'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와 TV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지원하는 '멀티턴' 기능을 통해 AI가 맥락을 이해하고, 보다 정교하게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정보를 안내한다. 단순 검색이 아닌 대화형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익시'를 기반으로 IPTV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익시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AI큐레이션', 'AI자막' 생성 등 다양한 사용자 층에게 보다 편리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탐색부터 시청까지 전 과정을 AI로 최적화하며 서비스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IPTV는 '콘텐츠가 많은 곳', '사용하기 쉬운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기술적 혁신과 콘텐츠 경쟁력이 맞물릴 때 이용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시청자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SKT 가입자 이탈 가속…2분기 이후 ‘40%대 점유율’ 깨지나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약 70만명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이후 SKT의 통신시장 점유율이 30%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대응 방향이 가입자 회복 탄력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44만490명으로 집계됐다. 전월(23만7001명) 이탈 규모를 합치면 67만7491명에 달한다. 유심정보 해킹 사고 이후 두 달 새 70만명가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다만, 4~5월 SKT로 유입된 가입자 수를 제외한 순감 규모는 51만9860명이다. 번호이동은 기기 변경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으로, 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SKT 가입자 이탈로 가장 큰 낙수효과를 본 곳은 KT다. 지난달 SKT에서 KT로 옮긴 가입자는 19만6685명으로 전월 대비 105% 급증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15만8625명, 알뜰폰으로 옮긴 가입자는 8만5180명으로 각각 84.4%, 54.8% 늘었다. 알뜰폰 간 번호이동 수치는 29만8327명으로 지난달(21만536명) 이후 다시 한 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4월 중순께 발생한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한 가운데 S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지난달 5일부터 신규 영업을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SKT는 유심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최신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번호이동 보조금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적잖아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SKT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된 2분기 이후 통신시장 판도 변화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과기정통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알뜰폰 망 사용자를 제외한 통신 3사 가입자 수는 △SKT 2310만4423명 △KT 1335만4013명 △LGU+ 1095만6934명이다. 이들의 4~5월 번호이동 순증 규모를 합치면 각각 2258만4563명, 1358만8242명, 1114만2837명으로 점유율은 각각 39.49%, 23.76%, 19.48%로 집계된다. 이는 알뜰폰(MVNO)으로 떠난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며, 같은 기간 총 가입자 수 증감세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선 2분기 이후 SKT 가입자 점유율이 30%대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민관합동조사단 마지막 조사 결과와 신규영업 재개 시점이 점유율 회복 가능성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통신사 해킹 사고 이후 영업 정지 최대 기간이 45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신규영업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쯤 재개될 것"이라며 “영업 재개 이후 마케팅을 적극 펼칠 것이고, 이에 따라 일정 수준의 가입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위약금 면제 여부 또한 이달 말쯤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써보니] ‘韓 상륙 임박’ 닌텐도 스위치2, 한층 높아진 몰입감…휴대성은 한계

일본 게임사 닌텐도가 다음달 5일 차세대 컨트롤러 '닌텐도 스위치2'를 정식 발매한다. 전작보다 화면과 컨트롤러는 커졌지만, 기기가 무겁다는 인상은 적었다. 화면 해상도도 전반적으로 좋아져 게임 몰입감 또한 높였다는 평가다.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 '닌텐도 스위치2 체험회'에서 제품을 시연해 봤다. 이는 닌텐도가 2017년 출시한 '닌텐도 스위치'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차세대 컨트롤러다. 제품을 처음 접하자 마자 큰 화면이 눈에 띄었다. 게임을 시연했을 때 전작에 비해 확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소 무게감이 있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손에 쥐었을 때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실제로 화면 크기는 6.2인치에서 7.9인치로 약 2인치 가량 늘었지만, 기기 두께는 13.9mm로 전작과 동일하다. 컨트롤러인 조이콘(Joy-Con) 결합·분리 방식의 경우, 기존 슬라이드에서 마그네틱형으로 변화를 줬다. 전작의 경우, 슬라이딩 레일을 사용해 위·아래로 기기를 탈부착하는 방식이었지만, 닌텐도 스위치 2는 뒤에 ZL·ZR 버튼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조이콘 스틱과 본체의 영점을 맞췄을 때 '탁' 하는 소리를 내며 연결됐고, 조이콘을 잡아당기거나 세게 붙들고 게임을 시연했을 때 쉽게 떨어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스틱 빠짐·인식 불량 현상을 줄여 내구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시연회 메인작은 스위치2 론칭 타이틀인 레이싱 게임 '마리오 카트 월드'였다. 1인 대전을 '본체 모드'와 '독 모드'로 각각 시연한 후, 프로 컨트롤러로 최대 24명이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모드를 플레이해봤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높은 해상도였다. 전반적으로 선명도는 한층 높아지면서 캐릭터의 움직임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차량이 바다를 가를 때 나타나는 물살이나, 숲을 지날 때 풀잎 한 두 장까지 또렷하게 구현됐다. 시각 요소를 정교하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자연스러운 연출을 유도했다. 이는 해상도와 프레임 레이트가 향상된 덕분이다. 스위치2에는 엔비디아 커스텀 프로세서가 탑재돼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과 인공지능(AI) 기반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 기능이 기본 적용된다. 이를 토대로 △TV 2160p(3840x2160), △휴대용 1080p(1920x1080) 해상도를 각각 초당 60프레임(FPS)으로 구동한다. 조이콘 스틱을 바닥에 놓고 마우스처럼 조작할 수 있는 '마우스 모드'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는 마우스 센서 기능을 활용한 기술로, 1인칭 슈팅(FPS) 게임이나 전략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유용하다. 시연회에선 △솜 인형 타워 △미니 하키 게임 △쿠파가 보내는 편지 등 총 6종의 미니게임류를 체험할 수 있었다. R 버튼과 ZR 버튼을 각각 마우스 왼쪽·오른쪽 클릭 버튼으로 활용하고, 아날로그 스틱은 스크롤 기능을 수행했다. 기존 마우스에 비해선 조작이 다소 불편한 감은 있었으나, 기존 플레이 방식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카메라 기능의 경우 슈퍼 마리오 파티 시리즈 최신작 '잼버리'의 스위치2 에디션 '잼버리 TV'에서 빛을 발했다. 광각 카메라로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한 후, 동작의 강도에 따라 미니게임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좁은 공간에서도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잡을 수 있고, 인식률도 높아 가족 혹은 친구들과 분위기를 띄울 때 활용하기 적합해 보였다. 다만,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장시간 본체 모드로 플레이했을 때 신체적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첫 30분~1시간 가량은 무겁다는 느낌이 적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무게감이 배가됐기 때문이다. 전작은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 △닌텐도 스위치 유기발광다이몬드(OLED) 등 크기별로 세분화됐지만, 스위치2는 단일 모드로 출시된다. 마우스 혹은 독 모드로 전환하며 사용했을 때 큰 이질감은 없어 상황에 따라 조작법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크기가 작지 않은 만큼 휴대성보다는 거치 모드의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보였다. 3차원(3D)이나 광과민성 요소 등에 민감한 이용자라면 게임 도중 멀미 현상을 느낄 수도 있다. 기자의 경우 '마리오 카트 월드 서바이벌'을 플레이하던 중 어지럼증을 느껴 게임을 중단하고 싶어졌다. 직전에 1인 대전을 '독 모드'와 '본체 모드'로 플레이한 직후였다. 시간이 지날 수록 메스꺼움의 강도가 심해져 막판 몰입도가 떨어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국 플레이 중간에 다른 이용자의 차량과 부딪치며 후순위로 밀렸고, 14위로 마무리했다. 이같은 일부 단점을 제외한다면, 스위치 1을 이용해 왔던 이들은 새로운 기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닌텐도는 '스위치2' 출시와 함께 '마리오 카트 월드'를 비롯, 다양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출시가는 64만8000원이다. 닌텐도는 내년 3월까지 스위치2 최소 1500만대, 전용 소프트웨어 4500만장이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위믹스 2차 상폐 확정…法, 위메이드 가처분 신청 기각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WEMIX)'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법원이 위메이드의 2차 거래지원 종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30일 위메이드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4개 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을 결정했다. 위믹스는 국내 최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서 쓰이는 가상자산이다.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 2월 28일 위믹스 플레이 브릿지 내 금고 역할을 하는 '볼트'에 대한 외부 공격을 받았다. 이 영향으로 약 865만4860개의 위믹스 코인(약 86억5000만원 상당)이 공격자의 지갑으로 비정상 출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닥사는 지난 2일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위믹스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위믹스 공식 브릿지 '볼트' 외부 공격 이후 관련 중요사항의 공시가 4일 가량 지연됐으며,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명확한 소명과 피해자 보상 방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위메이드 측은 닥사가 논의 과정·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폐를 결정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상화폐 관련 중요 사항을 성실히 공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믹스 가격 하락을 우려해 이용자들에게 해킹 사실을 공시·통지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상당해 보인다"며 “불충분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인해 공격자의 접속 기록이 일부 누락됐고, 사전 공격행위 탐지가 부족해 최초 침투 경위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국내 거래소에서의 거래 종료 일시는 다음달 2일 오후 3시, 출금지원 종료일은 7월 2일 오후 3시로 예정됐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위믹스 생태계 성장에 대한 위메이드의 의지, 그리고 신념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믹스 거래 정상화와 위믹스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정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대선 주자 ICT 공약 살펴보니…AI 육성에 무게, 방송·통신은 후순위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별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선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에 무게중심이 쏠리며 방송·통신 정책이 후순위로 밀린 모양새다. 29일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을 살펴보면, ICT 분야 정책은 AI 관련 공약으로 주를 이뤘다. 나란히 100조원대 규모 투자 계획을 앞세운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 폐쇄망 기반 멀티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한국형 AI 클러스터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 등을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AI 공약은 △20만명 규모의 AI 인재 양성 △민관합동 100조 펀드 조성 △차세대 AI 기술 확보 △AI 스타트업·벤처 육성 등으로 압축된다. 규제 개혁과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진 점이 특징이다. 다만 방송·통신 공약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대선마다 표심잡기를 위한 '단골 공약'으로 꼽혀오던 통신비 인하 관련 공약도 이번엔 존재감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이 후보가 △통신비 세액공제 △군 장병 통신요금 50% 할인 △농산어촌 데이터요금 경감 등을, 김 후보가 △저소득층·학생·노인 할인혜택 강화 △통신업계 경쟁 활성화로 통신비 경감 등을 제시한 게 전부다. 공통적으로 오는 7월 폐지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대한 후속책 마련에 주목했다. 자급제폰(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를 통해 구매한 새 단말기) 확대 및 알뜰폰 육성 방향은 두 후보 모두 결을 같이 한다.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및 시설 확대를 통해 품질 및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도 대체로 동일하다. 이 후보는 △전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QoS) 도입 △이용자 중심 데이터 활용제도 확립 △5 세대 이동통신(5G) 공공 와이파이 광역 지하철 전반 설치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의 경우 △최적요금제 고지 △선택약정 할인제도 개선 △5G-LTE 통합요금제 도입 △망(네트워크) 도매대가 사전규제 부활 등을 내놨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기존보다 줄어든 이유로는 통신업계 반발에 대한 부담과 통신비 부담이 경감되고 있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소비지출 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은 지난 2008년 7%에서 2023년 기준 5% 수준으로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디지털경제전망 보고서 2024'를 통해 우리나라의 통신 요금이 전체 38개국 중 최대 2번째, 최소 10번째로 저렴하다고 밝혔다. 요금제별로 최소 7.3달러, 최대 14달러 수준이었다. 차기 정부로선 요금 인하 촉진 명분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통신 요금 인하 공약이 전혀 없는 가운데 후보들 또한 AI/DX 육성론을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라며 “과거 통신비 규제 강도는 네트워크 투자 규모와 반비례했는데, 통신사 투자가 줄면 인하 압박이 높아진 반면 증가했을 경우 요금 인상을 일정 부분 용인해 왔다"고 분석했다. 통신 3사와 그 계열사를 주축으로 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포털·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대표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갈등이 첨예한 망 사용료의 경우, 양 후보 모두 사후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사적 계약의 자율성을 우선시하되, 계약 과정에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의 우월적 지위가 남용되거나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사후규제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미디어 관련 공약의 경우, 두 후보 모두 방송광고 규제 완화 및 일관된 기준 적용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시청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방송광고 금지·제한 품목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콘텐츠 사용료의 경우, 이 후보가 투명한 산정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자율 협상을 원칙으로 하되, 정부의 갈등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논의를 수 년 째 이어 왔지만, 이를 둘러싼 지상파·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유료방송(인터넷TV(IPTV)·위성방송) 등 사업자 간 입장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T 유심 해킹] 대리점協 “신규모집 중단, 생계 위협…손실 보상안 시급”

SK텔레콤 대리점주들이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신규모집이 중단된 데 대해 생계를 위협하는 조치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사측에도 손실 규모에 대한 합당한 보상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산하 SKT 대리점협의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SKT와 정부·국회는 이제라도 신규 모집 중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S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지도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신규가입·번호이동 등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유심 교체를 원하는 수요자 전부를 만족시켜야 (신규모집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로 인한 대리점의 영업 손실 피해 우려에 대해 유영상 대표는 “회사가 보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한 달 가량 이어지면서 일선 대리점들은 한계에 달한 모습이다. 가입자들의 단말기를 바꿔주는 기기변경을 통해 추가 이탈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매출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23만6901명으로 전월 대비 약 87% 급증했다. 협의회는 현재 예약자의 절반이 넘는 가입자가 유심을 교체했고, 지속적으로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신규모집을 재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0시 기준 SKT 가입자 총 517만명이 유심을 교체했으며 대기 중인 가입자는 389만명으로 집계됐다. 유심 재설정 고객은 24만6000명이다. 일평균 30만명씩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빠르면 다음달 중순부터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유심을 교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협의회는 “해킹 사고로 불안·불편을 겪고 있는 고객 한 분의 유심을 더 교체해 드리기 위해 전 직원이 휴일도 없이 응대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 조치로 대리점에 장사까지 하지 말란 건 생계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상공인 피해는 물론 신규영업 정지로 인한 시장 질서 혼란 야기로 통신시장 생태계를 혼돈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SKT에도 합당한 보상안을 조속히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신규모집 중단과 가입자 이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T는 지난 15일 대리점들의 운영자금 대여금 원금·이자 상환을 3개월 유예키로 했지만,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보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사측은 브리핑을 통해 △유심 교체 등 관련 업무 처리 수당 지급 △휴일 매장 개점에 대한 부분 지원 △매장별 500만원씩 대여금 3개월 무이자 지원 △운영자금 무이자 및 기존 대출 이자 납부 유예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보상안은 재개 시점에 발표할 예정이다. 임봉호 이동통신(MNO)사업부장은 “지금은 유심 교체 예약자들에 대한 안내와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유통망에 대해선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신규 영업 중지 기간에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도 계획하고 있으며, 보상은 영업 정지가 해지된 시점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