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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글로벌 생존전략은 ‘AI와 IP 기반 대형게임’

넥슨이 6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25(NDC25)'에서 급변하는 게임 개발 환경 속 생존전략으로 '재미'에 집중한 대형게임 개발 필요성을 꺼내들었다. 기술과 시장이 바뀌어도 이용자들은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추구하며, 이같은 기대 수준에 맞춰가는 게 넥슨의 개발 전략이라는 것이다. 넥슨은 24~26일 사흘 동안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혁신센터 등에서 진행된 'NDC25'에서 이같은 전략에 입각한 개발 방향성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게임업계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과 지식재산권(IP) 확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눌 예정이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최근 소수의 대형 IP 중심으로 게임 시장 재편이 가속화하며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AI·웹3 등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게임 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같은 산업 환경 속에서 좋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트렌드 변화 속에서도 이용자는 결국 재미있는 게임을 다시 찾는다는 점에서, 단순 플레이를 넘어 콘텐츠 소비 및 운영 시스템을 지속 고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넥슨의 개발 전략과 긴밀히 연계된다. 넥슨은 라이브 서비스를 고도화해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핵심 IP 장기 성장과 차세대 IP 육성을 골자로 한 '종횡 전략'을 구사해 지금보다 더 많은 블록버스터급 IP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이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듭 거치며 데이터 기반의 분석 체계와 정교한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해 왔다"며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개발 노하우를 토대로 주요 IP 기반 콘텐츠를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장르로 도전하고 글로벌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조강연에 나선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 겸 넥슨코리아 부사장은 글로벌 진출 영역을 넓히기 위해선 완성도 높은 '빅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플랫폼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미국·중국과 같은 주요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진 만큼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빅 게임'은 해외 이용자 기대치에 맞춘 게임성을 통해 기존 글로벌 강자들과 맞대결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의미한다. 넥슨이 지역별 이용자들에게 밀접하게 접근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 중인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과도 맞물린다. 실제 국내 PC방 인기 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배그), 오버워치 등 5~10년 이상 운영한 작품들이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모바일 또한 틱톡·유튜브 등 신흥 플랫폼과 경쟁하며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환경에 맞춘 마케팅 전략 수립 △제작 방식 혁신 △지속적인 라이브 서비스 개발 △'빅 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개발 문화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중요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중국 등지에 비해 한 발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개발비가 비싸지도 않고, 서구 및 동부권 대비 라이브 서비스 경험 노하우가 풍부하며 빅 게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경험도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국내 게임사들에게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던져진 이 숙제를 빠르게 풀어 빅 게임 시장을 돌파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점차 줄어들 것이므로 우리에게 시장을 뚫을 기회로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수년 뿐"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가입자 감소 유료방송, 신사업 확장 ‘발등의 불’

KT스카이라이프와 LG헬로비전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감소세로 주력사업의 외형이 축소된 가운데 향후 신사업 성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양 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기존 'AA-/안정적' 수준을 유지했지만, KMI는 각각 10%가량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등급 변동 가능성의 사전 신호 역할을 하는 핵심모니터링지표(KMI) 기준은 하향 조정했다. KMI(Key Monitoring Indicator)는 신용등급의 상·하향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정성·정량적 변동요인을 뜻한다. 한신평은 LG헬로비전의 총차입금/자산총계 지표를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연결기준 EBITDA/매출액 지표의 상향 가능성 기준을 지난 1월 35% 이상에서 25% 이상으로, 하향 가능성 기준을 22% 미만에서 10% 미만으로 완화했다.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해선 감시 기준을 연결기준 EBITDA 창출 규모에서 영업이익률로 변경하고, 상향 가능성 기준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 10% 이상 설정했다. 같은 기간 하향 가능성 기준은 2% 미만으로 설정했고, '순차입금/EBITDA' 지표의 하향 기준도 2배에서 3배로 완화했다. 올해 1분기 양사 실적을 살펴보면, LG헬로비전의 연결기준 EBITDA/매출액은 12.5%로 전년 대비 1%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KT스카이라이프의 영업이익률은 2.1%로, 2%p가량 올랐지만 2021년(9.6%) 대비론 우하향했다. 양사 모두 유료방송 가입자 기반이 축소한 가운데 콘텐츠 비용 부담이 커진 점이 KMI 하향 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지난해 위성방송 수신료 및 다시보기(VOD) 수익이 감소하면서 주요 사업 여건이 악화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단행한 희망퇴직으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신평은 두 기업이 한동안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지난 2023년을 기점으로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가입자 및 시장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인터넷방송(IPTV)·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위성방송을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23년 하반기 3639만365명에서 2024년 상반기 3638만4610명, 2024년 하반기 3636만4646명으로 1년 반 사이 0.07% 감소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2023년부터 KT ENA의 방송프로그램 무형자산상각비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콘텐츠 비용과 상각비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기간에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LG헬로비전은 방송부문 사업 외형이 축소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낮은 편인 렌탈 및 알뜰폰(MVNO) 매출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총이익률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렌탈사업의 운전자본부담 및 노후 셋톱박스 교체 등에 따른 설비투자(CAPEX) 증가로 순차입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대규모 영업권 손상과 방송부문 유형자산 손상차손 인식으로 부채비율이 오르며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 양사 모두 모회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과 사업 연계성이 높다는 점이 신용등급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모회사와의 시너지 창출과 신사업 확장 성과가 신용등급 및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LG헬로비전은 최근 인천 복합문화공간 '뮤지엄엘'과 커머스 사업인 '제철장터' 사업을 철수키로 한 가운데 렌탈·교육 사업에 무게를 더 실을 예정이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인공지능(AI)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미디어 신사업으로 승부수를 둘 전망이다. AI 스포츠 플랫폼 '호각'과의 결합 상품이 2분기 출시 예정인 가운데 사업 저변을 넓혀 수익 구조 다각화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득세로 전반적인 유료방송 플랫폼 경쟁력 약화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방송 가입자 정체 국면과 콘텐츠 투자비 부담 속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확보하며 성장할 것인지가 새로운 숙제"라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계엄·SKT해킹에 미뤄진 ‘LTE+5G 통합요금’ 출시 언제?

휴대전화 사용 데이터 종류에 상관 없이 용량·전송 속도에 따라 통신요금을 선택하는 통합요금제 출시 시점이 7월 이후 3분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한 차례 연기된 가운데 SK텔레콤 대규모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해킹사고 여파 등으로 적당한 출시 시기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합요금제 개편 논의를 마친 후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 통합요금제의 실효성 우려가 적잖게 제기됨에 따라 소비자 편익과 사용성에 초점을 맞춰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출시 시기와 요금 형태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요금제는 4세대 이동통신(LTE)과 5세대 이동통신(5G) 구분 없이 데이터 용량·전송 속도 등 가입자의 사용 패턴에 따라 적합한 요금을 선택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5G-LTE 간 요금 역전 문제를 개선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당초 KT는 올해 1분기에,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상반기 중 전산 시스템을 개편한 직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차례 미뤄졌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올해 3월 중 협의를 마친 후 2분기 내 출시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4월 초를 기점으로 대통령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책 시행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정책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4월 중순 SK텔레콤 유심 정보해킹이 발생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한 움직임이 통합요금제 일정에 발목을 잡았다. SK텔레콤은 현재 유심 해킹사고 수습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행정지도에 따라 유심 교체를 최근 마무리한 가운데 이달 말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해킹사고 최종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올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국회가 추가 청문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한동안 유심 해킹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SK텔레콤 소비자권익 및 개인정보보호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MBK 홈플러스 사태 청문회의 연장선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국회 청문회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흐름을 감안해 이동통신업계는 KT가 먼저 통합요금제를 출시한 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하반기 중 유사한 형태의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통합요금제 출시 계획에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업계는 통합요금제 최초 출시 시점을 빠르면 7월 중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통합요금제 출시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맞물리면서 국내 통신시장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이밍 후기] 간단 조작·명품 스킬로 몰입도 극강…AI로 ‘화룡점정’

300분. 지난 2023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현장에서 스마일게이트 차기작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체험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다. 당시 현장에서 가장 긴 대기줄로 눈길을 끌었던 이 게임은 약 2년 뒤 더 강화된 콘텐츠로 모습을 드러냈다. 플랫폼 특성에 맞춘 최적화 요소로 편의성을 높인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차별화를 꾀했다는 평가다. 19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스마일게이트의 '비전 프리뷰: 플레이' 행사에서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1시간 동안 시연해 봤다. 이날 공개 콘텐츠는 △군단장 레이드 발탄(1인) △군단장 레이드 발탄(2인+용병/8인) △어비스 던전(영광의 벽·크라잉스톰) △가디언 토벌 경쟁전 △카오스 브레이크 △마이룸 등 총 8개로 구성됐다. 기자는 이 중 4인 파티 던전인 '어비스 던전: 크라잉스톰'과 1인 콘텐츠 '카오스 브레이크', '마이룸' 등을 PC·모바일 버전으로 플레이했다. '내 손 안의 핵앤슬래시'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플랫폼 특성에 최적화해 직관성이 강화됐다. 조작 버튼의 위치와 크기·형태를 이용자가 자유롭게 설정하고, 스킬 종류를 자유롭게 조합해 하나의 버튼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플레이 시간은 PC 기준 10분 내외, 모바일 기준 2~3분 내외로 전개 속도가 다소 빠른 편이었지만, 화려한 그래픽 덕분인지 몰입도는 꽤 높았다. 이용자의 전투 상황에 맞춰 어떤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친절함' 덕분에 각종 보스를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키보드 버튼 1~2개 정도만 조작해도 고급 스킬을 발동할 수 있도록 설계해 피로도를 느끼기 어려웠다.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아 게임이 다소 낯설 수 있는 이용자들도 어렵지 않게 게임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모바일 버전에 탑재된 '자동 전투 기능'은 이같은 장점을 극대화한다. 몬스터를 격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복 요소를 최소화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다만, 각 보스 공략에 성공할 시 제공하는 보상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자동 전투 기능을 통해 보스를 격파하면 2단계까지, 수동 조작으로 직접 클리어하면 3단계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단계가 올라갈 수록 수동 조작을 요구하는 대목이 많아져 난이도가 어려워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게임 곳곳에 스며든 AI 요소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먼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동반자 '헤리리크'는 보스 공략법을 알려주고, 캐릭터가 사망한 장면을 복기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되는지 조언해 줬다. '마이룸'을 꾸미는 과정에선 선호하는 인테리어 스타일과 개인 취향을 물어본 후, 대화 내용을 토대로 만든 패턴을 제안했다. 염색 및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해 이용자 니즈에 맞춘 공간을 구성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정교한 자연어 처리 기능도 돋보였다. 가령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는 질문에 지역 유명 제과점의 망고 케이크를 언급하자 '달콤한 느낌으로 방을 꾸며드리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외에도 '일기장' 기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타이핑을 한 탓에 글자를 누락했는데, AI가 말투를 바꾸는 과정에서 이를 감지하고 올바른 용어로 변경하는 것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스마일게이트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체험 행사를 통해 주요 콘텐츠에 대한 검증을 진행한 후, 오는 10월 첫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정식 출시 직전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로스트아크’ 모바일 버전, AI와 만나 편리·재미 ‘배가’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차기작 '로스트아크 모바일'이 베일을 벗었다. 모습을 드러낸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포인트는 원작의 감성 위에 모바일 문법을 입혀 재미는 높이고 부담은 줄인 것이다. 특히,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조작을 단순화함으로써 차별화를 부각시킨 점도 눈길을 끌었다. 스마일게이트는 향후 단계별 검증을 통해 콘텐츠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스마일게이트는 19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호텔에서 '비전 프리뷰'를 열고 블록버스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 모바일' 핵심 콘텐츠와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오는 20일까지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연행사도 진행한다. 이번 신작은 전세계 누적 가입자 6000만명을 기록한 대표작 '로스트아크'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해 언리얼 엔진 5로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이다. 지난 2023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 체험하려는 인파가 몰려 대기 시간만 평균 2~3시간 소요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원작의 핵앤슬러시 전투 요소와 방대한 세계관을 계승하면서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가미해 접근성을 높였다고 스마일게이트는 설명했다. 아크라시아·패트라이나 등 대륙 배경은 동일하지만 플레이 시점, 인물, 지역은 다르게 구성해 새로운 스토리로 전개하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여 소개했다. 더 많은 이용자가 즐길 수 있도록 조작을 단순화해 편의성을 높인 점이 신작의 최대 특징이다. 2개 버튼만으로 스킬을 조합해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콤보'와 자동 전투 기능 등이 사용자의 피로도를 낮췄고, '스마트 회피' 기능으로 몬스터의 위협적인 패턴을 손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스마일게이트 AI센터에서 개발한 생성형 AI를 활용한 점도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차별화 포인트다. AI가 자체적으로 이용자의 전투 상황에 적합한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데미지를 크게 입힐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을 발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혼자서도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새로 선보인 AI 동반자 '헤리리크'와 '마이룸'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만의 스타일로 콘텐츠를 꾸밀 수도 있다. 헤리리크는 모험가의 플레이 스타일과 전투 상황을 자체적으로 파악해 보스몹 공략을 보조하고, 공략에 실패했을 경우 사망 장면을 분석해 다음 공략법을 제시한다. 캐릭터의 의상 색과 패턴 등을 프롬프트 명령어로 조정할 수 있고, 이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선호하는 스타일로 방을 꾸밀 수도 있다. 이준성 스마일게이트 기획실장은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각종 전투 보조시스템과 AI 등을 통해 레이드에 도전하는 분들이 자연스레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오는 10월 중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통해 게임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장 요소와 순환 구조, 자동사냥 범위, 서버 안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는 방침이다. 이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완성도를 높인 뒤 출시 쇼케이스에서 수익모델(BM)과 출시 로드맵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출시 시기는 미정이라고 전했다. 이정환 모바일 프로듀서(PD)는 “향후 이용자 피드백에 따라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꼼꼼하게 검증하고 있다"며 “정식 출시 시점에서 보다 많은 신규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민관 “정보보호공시 확대·위원회 강화로 해킹 차단”

SK텔레콤 대규모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 해킹 사고 이후 정부와 민간 양쪽에서 개인정보 보호 체계 강화를 위한 대안들을 제시해 향후 후속조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핵심 현안으로 보안역량 강화를 제시한 가운데 관련 산업계도 관련 규율 체계를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8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사회2분과를 대상으로 국가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따라 해킹 수법도 고도화하면서 통신사를 비롯한 국내 기관·기업 해킹 사고가 급증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민간의 자율 책임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보안 기술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정보통신망법·보호산업법시행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조치 사항으로는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 확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에 정보보호 인력 관리·예산 편성권 부여 △정보보호 인증제도 심사 강화 △지역 중소기업 정보보호 지원 △포렌식센터 설치 △인공지능(AI) 기반 능동형 사이버보안 시스템 구축 △정보보호 공시제도 의무대상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중 정보보호 공시제도 강화 및 사고 대응 책임 명확화를 중심으로 관련 정책을 구체화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개인정보 처리자 및 전기통신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정보주체 보호를 실질화하는 방향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뒷받침할 제도적 틀을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지·동의·통제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법제로는 AI 등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AI가 다루는 데이터의 범위가 방대해짐에 따라 개인정보의 범위를 특정 영역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한·기능 개편을 통한 역량 강화가 거론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개보위 상임위원 구성 강화 △개인정보보호원 설립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역할 강화 △개인정보 권익증진센터 권역별 설치 △개인정보보호기금 조성 등이 포함된다. 개인정보 보호·활용 간 균형을 갖춘 유연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18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시대 개인정보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개보법 제정 취지 및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하면 개보위 독립위원회를 유지·강화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위원 수를 확대하는 등 조치로 상임위 구성을 강화해 개보위의 '적절한 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보상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동안 유사 사고가 지속 발생해 왔지만, 피해 구제책은 미비해 실질적인 보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다. 실제 그동안 발생한 해킹 사고 판례 중 손해배상 과징금 처분 관련 판례는 있었으나, 위약금 면제 등을 결정한 판례는 없다. 이문한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은 “현행법은 과징금 중심의 규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대규모 침해 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구제엔 한계가 있다"며 “과징금을 재원으로 한 기금을 설치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성남시 ‘게임=중독’ 공모전 논란 일파만파…게임 협단체 “공식 사과 촉구”

게임업계가 경기 성남시와 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게임 질병화 시도에 대한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게임문화재단, 게임인재단,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한국e스포츠협회 등 국내 주요 게임 협·단체 8곳은 18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센터는 최근 'AI를 활용한 중독예방 콘텐츠 제작 공모전' 공고에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 항목으로 명시해 논란을 빚었다. 4대 중독은 알코올·약물·도박·인터넷을 총칭한다. 다만, 현행 규정상 게임은 중독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IT밸리에 넥슨·엔씨소프트·네오위즈 등 게임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시가 과거 게임·콘텐츠 문화특구 조성 추진 등 게임 친화 정책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3월 게임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성남시장 재임 당시 국내 게임업체 매출 기준 60% 이상이 판교IT밸리에 밀집돼 있었다"며 “시 입장에선 게임산업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지원 규모를 확대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취급하며 규제를 강화했고, 게임산업이 위축되면서 중국에 밀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업계 및 이용자 사이에서 비판이 커지자 시는 해당 공모전에 명시되 4대 중독 항목에서 게임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8개 협·단체는 이번 사태와 관련 △공모전 전면 재검토 및 게임 항목 완전 제외 △최고위 책임자의 공식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성남시가 게임을 알콜, 약물, 도박과 함께 중독 대상으로 분류한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반산업적인 행태"라며 “즉각적인 시정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은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며, 성남시 내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4만4000명에 이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부정적으로 규정하고 이용자를 환자로 낙인찍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성남시가 이를 강행한 것은 게임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게임산업과 이용자에 대한 편견 조장은 중단돼야 한다. 시와 센터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T 영업 재개 초읽기…점유율 40% 방어 ‘관전 포인트’

대규모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의 가입자 감소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2분기 이후 통신시장 점유율이 30%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심 교체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신규영업 재개 시점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4월 SKT 가입자 수는 전월(2310만4423명)보다 18만163명 감소한 2292만4260명으로 집계됐다. 5월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긴 가입자 수를 합치면 2251만873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SKT의 가입자 규모가 2300만명대를 하회한 건 2023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SKT 가입자 수는 1~2월 감소세를 보이다가 3분기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SKT의 시장 점유율은 1월 40.54% 4월 40.08%으로 넉 달 새 0.46%포인트(p)가량 떨어졌다. 업계 안팎에선 지난달 5일부터 과기정통부 행정조치로 SKT의 신규영업이 중단됨에 따라 점유율이 3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5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SKT 가입자 순감 규모는 40만5530명이다. 같은 기간 KT는 18만5892명, LGU+는 14만8638명이 순유입했다. 총 가입자 수 증감에 따라 수치는 소폭 달라질 수 있으나, 이를 합치면 통신 3사의 5월 점유율은 각각 39.36%, 23.77%, 19.47%다. 전날인 지난 16일부터 이심(eSIM)을 통한 신규영업이 부분 재개됐지만, 수요가 높지 않아 가입자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SKT에 따르면 어제 하루 동안 이심을 통해 유입된 신규 가입자 수는 750명으로, 전체의 약 20% 수준이다. 이심은 단말기에 내장된 칩 형태로, 물리적인 칩이 필요한 유심과 달리 별도 장착 없이 개통할 수 있다. 다만 구형 단말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지원되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치 않은 이용자들의 유심 선호가 높아 활성화가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SKT의 신규영업 재개 시점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회사는 오는 19일까지 잔여 예약자에 대한 유심 교체를 마무리한 후, 20일부터 방문 예약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신규영업이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봉호 이동통신(MNO) 사업부장은 17일 해킹 사고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서 “신규 영업을 재개하기 위한 환경은 마련됐다고 본다"며 “유통망과 함께 영업 재개 이후 단말 물량 확보를 비롯한 마케팅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규영업 재개 이후 본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 이탈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킹 사고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신뢰도 회복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인터브랜드의 '2025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에 따르면 SKT의 브랜드 가치는 3조4216억3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는 2조193억7500만원, LG유플러스는 6215억3400만원으로 각각 2.7%, 0.8% 증가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마지막 조사 결과가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일각에서 사고로 인해 통화세부기록(CDR)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SKT는 “자체조사 결과 CDR은 외부 유출되지 않았으며, 자료가 저장된 서버 또한 암호화돼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또한 “주요 정보 유출 여부와 악성코드 감염 시점 검증 등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티빙·웨이브 묶어 9월까지 7900원에 즐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티빙과 웨이브가 통합요금제를 선보이고 '합병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티빙과 웨이브는 1일 신규 요금제 '더블 이용권'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OTT업계 최초의 통합요금제로, 개별구독 합산 소비자요금 대비 최대 39%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두 회사는 소개했다. 티빙·웨이브 더블 이용권은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tvN·JTBC·OCN·Mnet 등 채널의 라이브 방송 △최신 다시보기(VOD) △한국 프로야구(KBO)·프로농구(KBL)리그 라이브 스포츠 중계 △쇼츠 서비스 △애플TV+브랜드관 △웨이브 오리지널 및 독점 해외시리즈 △MBC·KBS 지상파 콘텐츠까지 폭넓은 콘텐츠 라인업을 이용할 수 있다. 통합요금제 방식은 △더블 슬림(티빙 광고형 스탠다드+웨이브 베이직) △더블 베이직(티빙 베이직+웨이브 베이직) △더블 스탠다드(티빙 스탠다드+웨이브 스탠다드) △더블 프리미엄(티빙 프리미엄+웨이브 프리미엄) 등 총 4종으로 구성됐다. 두 OTT를 통해 이용권 구매와 가입이 가능하다. 출시를 기념해 오는 9월 30일까지 '더블 슬림' 이용권을 월 7900원 특별가로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티빙 관계자는 “치열해지는 OTT 시장에서 플랫폼 간 경계를 넘는 최초의 사례로, 멀티호밍 이용자들에게 콘텐츠 선택의 폭은 넓히고 가격 부담은 줄이는 혁신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0일 내년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조건부 승인은 두 회사의 경영권 통합을 위한 사전단계로, 양측 주주총회를 통한 주주간 동의와 최종협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파업 확산 판교 IT기업, 노사갈등 터질게 터졌다?

정보기술(IT)업계 전반에서 노사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 거세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강도 근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 속 적절한 보상 체계 및 의사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카카오모빌리티 노조는 이달 중 쟁의 행위(파업)에 돌입한다. 두 곳 모두 지난달까지 진행된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과 조정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넥슨의 게임 개발 자회사인 네오플도 같은 이유로 총파업을 선언했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부터 네이버 집회 현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해 25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네오플은 같은 이유로 전날 제주 본사를 시작으로 초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에 돌입했으며, 한컴 노조는 파업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파업을 진행하는 건 창사 이래 최초다.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테크비즈니스부문 대표 임명을 둘러싼 내홍이 심화하고 있는 네이버의 경우, 최근 임단협을 마쳐 합법적 파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신 집회 강도를 높여가는 형식으로 최 전 COO 복귀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공동성명)는 지난달 27일 1차 집회에 이어 이달 11일 2차 집회를 진행한 가운데 사측이 무대응 입장을 고수한다면 다음달 2일 확대 집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이해진 창업자 복귀 이후 최 전 COO 복귀를 비롯해 재택근무 폐지, 조직개편 등 여러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데 과거의 조직문화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영진이 앞으로도 침묵을 이어간다면 정치권을 포함한 외부의 힘을 활용해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IT업계는 그동안 다른 업계에 비해 노조 성향이 온건한 편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열악한 근로 여건과 공정하지 않은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면서 노조 설립 및 가입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가입률 50%를 넘기면서 과반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서비스 출시를 앞둔 시점에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는 크런치 모드 관행이 만연해 있어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최근 실적 향상이 중요해지면서 레벨제 등 성과주의 평가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만, 정작 성과 배분 및 인사 평가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수 경영진 중심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노조의 집단 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IT기업에서 여전히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사항을 일부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의결하는 구조를 띤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수 직원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노조 간 연대 행위가 늘어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날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최 전 COO 복귀 반대 2차 집회에 참여한 이정대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 사무국장은 “경영진의 독단과 불통이 카카오와 한컴에선 임단협 결렬·파업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노동자를 압박해 성과를 많이 올려도 줄 수 있는 보상이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대표의 연봉은 30~40% 가까이 오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노사갈등 국면이 계속 이어질 경우 실적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직개편이나 분사와 같은 중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분쟁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과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해까지 근로자의 노조 가입이 늘어나는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가입자 저변을 토대로 협상력을 높여가는 단계로 풀이된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갈등을 푸는 게 최우선 원칙인데, IT업계의 경우 사측과 직원 간 소통을 늘리는 장치 마련이 우선순위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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